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한국 성장률이 -1.0%로 미끄러졌지만 주요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2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실질 성장률은 -1.0%로 관련 자료가 발표된 15개 주요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 OECD는 회원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비회원국이지만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국가의 성장률 발표치를 모아 공개하고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은 중국(2.3%), 노르웨이(-0.8%)에 이어 15개국 중 세 번째로 높았다. 한국에 이어서는 인도네시아(-2.1%), 스웨덴(-2.8%), 미국(-3.5%), 일본(-4.8%), 독일(-5.0%), 프랑스(-8.2%)가 순이었다. 영국(-9.9%)과 스페인(-11.0%)은 -10% 안팎의 큰 역성장을 기록했다.

관광 등 서비스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국가는 코로나19 충격을 많이 받았지만 중국과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노르웨이는 중국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것은 아니나 인구 10만명 당 확진자 수가 유럽에서 핀란드 다음으로 가장 적게 나타나는 등 방역 조치 덕을 봤다.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이 살아나며 수출이 회복한 점도 한국의 역성장 폭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4∼5월 수출액은 20% 넘게 급락했으나 반도체 경기 덕에 11월(4.1%), 12월(12.6%) 연달아 플러스 성장했다.

정부 재정지출 영향도 있었다. 지난해 민간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2%포인트였지만 정부는 1.0%포인트였다. 코로나19에 민간소비가 위축됐으나 추가경정예산 등 확장재정이 성장률 급락을 완화하는 데 일부 기여한 셈이다.

OECD는 지난해 12월 전 세계 50개 주요국의 2021년도 성장률을 전망했는데, 한국의 전망치는 2.8%로 29위다. OECD는 중국이 올해 8.0% 성장하며 50개국 가운데 성장률이 가장 높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역성장 골이 깊었던 프랑스(6.0%), 스페인(5.0%)은 기저효과 영향 등에 급반등할 것으로 나타났다.

 

[표] 2020년 세계 주요국 실질 경제 성장률 (단위 : %)

중국

2.3

노르웨이

-0.8

한국

-1.0

인도네시아

-2.1

스웨덴

-2.8

미국

-3.5

네덜란드

-3.8

사우디아라비아

-4.1

일본

-4.8

독일

-5.0

슬로바키아

-5.2

캐나다

-5.4

프랑스

-8.2

영국

-9.9

스페인

-11.0

※ 자료 : OECD 통계

 

 

 

 

 

 

 만장일치로 인정…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성 인정되나

"임금 등 노동조건 결정하는 우버에 기사가 종속" 지적

 

우버 기사들이 19일 영국 런던 대법원 밖에서 우버 기사가 노동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는 소식을 태블릿을 통해 접하고 기뻐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우버 운전기사는 “노동자”라는 영국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거대 디지털 플랫폼에서 자영업자 취급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영국 대법원은 차량 공유 서비스 사이트인 우버의 운전기사들은 자영업자가 아니라 노동자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지난 19일 판결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20일 보도했다. 이 판결로 영국 내의 우버 기사들은 노동법에 따라 최저임금을 보장받고 휴일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영국 대법원은 우버가 자신의 플랫폼에서 기사들이 일할 때 임금과 계약조건을 정할 뿐만 아니라, 노동 규율도 감시한다며 우버 기사들이 고용된 노동자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우버가 기사들의 서비스를 감시할 뿐만 아니라 업무 계약의 연장과 종결권도 가진 점을 지적했다. 이런 요인을 고려할 때 우버 기사가 자신의 수입을 증가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것뿐이라며, 기사들의 지위가 우버에 종속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법원은 우버 기사들이 우버 앱에 로그인할 때부터 로그 오프 할 때까지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우버는 그동안 우버 기사들이 승객을 태우고 운전한 시간만 근무한 시간으로 보고, 고객을 기다리는 시간은 근무한 시간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영국 우버의 기사였던 제임스 패러 등 2명은 지난 2016년부터 자신들이 우버를 위해 일한 노동자였음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노동법원에 제소해, 이날 대법원까지 가는 법적 투쟁 끝에 승리했다. 이들은 노동법원의 1심과 항소심에서 승소했으나, 우버는 일반 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까지 항소와 상고를 했으나 모두 패소했다. 우버는 이들이 자영업자여서 최저임금 지급 대상이 아니며, 휴일수당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영국 대법원 판결은 우버 기사에게만 적용되지만,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세계 다른 디지털 플랫폼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버 등 거대 디지털 플랫폼 업체를 통해 일 하는 이들이 노동자로 대우받게 된다면, 디지털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3월 프랑스 대법원에 해당하는 파기법원도 우버 기사를 자영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날 판결로 우버 주가는 미국 증시에 크게 하락했다. 우버는 판결 뒤 “이번 판결이 처음 제소당했을 당시인 2016년 우버 앱을 사용한 소수의 기사들에게 적용됐던 것”이라며, 사업모델을 시대에 맞게 바꾸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의길 기자

 

‘인싸’들 잡아끄는 신개념 SNS, 밤새 수다 떨며 중독성 절감
 순간에 충실한 오디오 서비스 기록·저장 아닌 동시성 ‘주효’

 

오디오 기반 에스엔에스(SNS) 서비스 클럽하우스가 유명인들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휴대전화에 클럽하우스 앱이 깔린 모습. AFP 연합뉴스

 

유명인 소통창구 유명세 더해 ... 한정된 초대장에 돈 오가기도
자유·폐쇄, 수평·수직 묘한 조합 서비스 진화 방향 지켜볼 필요

 

잘 버리지 못한다. 좋게 말하면 정이 많고 다르게 말하면 미련이 많다. 버리기 열풍이 부는 요즘 시대를 역행하는 삶의 태도다. 나는 인터넷에도 언제나 무언가를 쌓기 바빴다. 2000년대를 사로잡았던 1세대 고인물 에스엔에스(SNS)인 싸이월드는 그런 의미에서 내 사적인 기록의 보고에 가깝다. 멋모르던 망아지처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던 중고교 시절,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했던 낱낱의 일상이 모두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싸이월드가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은 반가움보단 막막함이었다. 망할 놈의 서버는 기억력도 좋지, 왜 20년 전 일기를 아직도 갖고 있는 거야? 당장 일년 전에 쓴 일기만 들추어 봐도 손발이 오글거려 무릎을 찰싹찰싹 때리게 생겼는데, 질풍노도의 시기, 그때의 일기장을 제정신으로 들여다볼 자신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물며 다른 사람들이 그때의 내 일면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질 수밖에. 도토리 100개를 주고서라도 내 미니홈피의 정보들을 모조리 삭제해달라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의 흑역사, 나의 오글거리는 일기, 말실수와 말장난. 그런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할 필요도 없는 신개념 소셜미디어가 한국에도 들어왔다. 녹화도, 녹음도 금지. 지금 당장, 여기 모인 사람들끼리만 이야기를 나눈 다음,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오디오 서비스 클럽하우스 얘기다.

 

밤새워 떠드는 인싸들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 일주일차, 벌써 이틀 밤을 샜다. 이거 좀 세다. 엄청나게 중독적이다. 말하기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외향인에게는 딱 맞는 플랫폼이다. 어떤 방에서든 손만 들면 스피커가 돼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끝도 없이 대화가 굴러간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조용히 떠나기’(leave quietly)를 누르면 그만이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은 클럽하우스의 큰 장점 중 하나다. 그래서 인기가 높다. 가입자 수도 성큼성큼 늘고 있고, 기업가치도 1조원 이상 인정받았다. 2020년 4월 출범한 신생 플랫폼이지만, 벌써 유니콘으로 평가받는 중이다. 구글 전 직원 로언 세스와 투자자 폴 데이비슨이 만든 이 기업은 문을 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소셜미디어의 새로운 기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서서히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스타트업, 투자, 창업 등의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서서히 퍼지다 일반 대중에게도 가닿고 있다.

클럽하우스의 등장이 단적으로 보여주듯, 요즘 소셜미디어 흐름은 20년 전과는 좀 다르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정보를 쌓는 과정을 즐겼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요즘 사람들은 무엇이든 잘 쌓지 않는다. 대신 24시간 뒤 자동으로 게시물이 삭제되는 인스타그램의 ‘인스타 스토리’나 트위터의 ‘플리츠’(Fleets)를 즐겨 사용한다. 남기거나 기록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을 고스란히 공유하고 날려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요즘의 우리는 밥 먹을 때, 차 마실 때, 걷거나 달릴 때, 친구를 만날 때 그 순간을 스토리로 포착하고 공유하기를 즐긴다. 실시간성과 동시성은 어느덧 요즘 시대에, 우리 세대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소셜미디어에도 곤도 마리에의 원칙이 배어가고 있는 것이다. ‘설레지 않으면 남기지 않는다’는 원칙 말이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면

불시에 출몰하는 연예인들과 목소리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클럽하우스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배우 공효진이나 사이먼 도미닉, 스윙스 등 힙합 뮤지션들도 클럽하우스에서 방을 만들어 팬들과 소통한다. 평소에는 팬사인회에 참여하거나 콘서트장에 가야만 목소리를 듣고 마주할 수 있었던 유명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무료로, 불시에 이루어진다. 얼마 전에는 테슬라 시이오(CEO) 일론 머스크가 게임스톱 논란의 중심이 됐던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대표와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대담을 나눠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수장인 마크 저커버그, 이승건 토스 대표,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 등도 ‘클럽’에 합류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서비스 장벽은 높은 편이다. 아무나 가입을 할 수 없고, 내부에 이미 소속된 멤버에게 초대장을 받아야만 클럽하우스에 입성이 가능하다. 아직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아이오에스(iOS) 환경에서만 지원을 하고 있어 안드로이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초대받아도 앱을 깔 수조차 없다. 클럽하우스는 곧 안드로이드 서비스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클럽하우스는 아이폰 유저들만의 ‘클럽’으로 남아 있다. 이 같은 서비스의 폐쇄성은 사람들의 ‘소외 공포증’(FOMO)을 자극한다. 때문에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가입 시 한명당 2개씩 주어지는 클럽하우스의 초대장이 2만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중고 아이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자유로운 듯 눈치 보게 되는 현실적 클럽

실시간으로 설레는 순간이 잔뜩일 것만 같은 클럽하우스에도 장점만 가득하진 않다. 일단 필연적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자유도가 떨어지는 구조다.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들과 자동으로 연동되어 있는데다, 자신의 실제 얼굴과 실명을 사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현재 직장뿐 아니라 과거 직장, 커리어까지 주르륵 써둔 사람들의 프로필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이곳이 링크트인인지 클럽하우스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아예 ‘○○회사 다니는 사람’ ‘○○회사에 대한 모든 걸 알려드립니다’ 같은 방을 열어,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끼리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끼리끼리’ 문화가 강하다. ‘○○외고 ○○기 방’ ‘○○대학 사람들만 모이는 방’도 자주 출몰하는 방 중 하나다. 강한 커뮤니티성과 더불어 현실에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 클럽하우스의 이런 특징은 자유로운 탐색과 소통을 가로막는 요소다. 익명성이 잘 보장되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에 자칫하다 말실수를 할까 두려워 손들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말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이다.

음성언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자체가 근본적으로 장애인 배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시간으로 자막 등을 서비스할 수 있는 줌(Zoom)과는 달리 클럽하우스에서는 녹음이나 녹취가 허용되지 않기에, 음성언어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최근엔 운영사인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사용자들의 대화를 녹음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실상 모두가 스피커가 될 수 있다는 명제도 틀렸다. 스피커가 되고 싶어 손을 들더라도, 모더레이터가 허락해주지 않으면 스피커가 될 수 없는 시스템도 클럽하우스의 제한적 자유도를 방증한다. 스피커가 되지 않는 한 어떠한 반응이나 피드백을 남길 수 없는 스피커 위주의 환경도 마찬가지다. 스피커, 스피커가 팔로하는 사람, 나머지 사람으로 나누어지는 클럽하우스 대화방의 시스템은 꽤 수직적인 구조다. 자유로운 듯 폐쇄적이고, 수평적인 듯 수직적인, 이 오묘한 신생 플랫폼 ‘클럽하우스’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천다민 뉴닉 에디터]

 

이주열 한은총재도 국회서 “내재가치 없어…변동성 클 것”
추진 중인 디지털 화폐 박차… 비트코인 값 이틀째 하락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의 중앙은행 총재와 미국의 경제 수장이 잇달아 비트코인에 견제구를 날리고 자국 중앙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화폐 홍보에 나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세에 대한 질문에 “암호자산은 내재가치가 없다. 왜 비싼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어 “여러 판단의 척도로 볼 때 지금의 가격은 이상 급등 아닌가 싶다”며 “앞으로 아주 높은 가격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화폐(CBDC) 현황을 소개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설계와 기술 검토가 거의 마무리 됐다”며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면 법정 화폐로 공급하기 때문에 가상화폐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비트코인을 향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옐런 장관은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주최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극도로 변동성이 높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겪을 수 있는 잠재적 손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거래를 수행하기에 극도로 비효율적인 수단이며,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은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전임자인 옐런 장관도 연준에서 준비 중인 자체 디지털 화폐에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이른바 ‘디지털 달러’는 더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한 결제수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틀째 하락하고 있다. 국내 거래업체 업비트 시세를 보면,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 비트코인은 전날 종가보다 9% 내린 개당 5620만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른 거래업체 빗썸에서는 사용자 급증으로 전날 밤 11시30분부터 이날 0시30분까지 1시간가량 접속 장애가 빚어지기도 했다. 한광덕 기자

 

‘시총 1조달러’ 비트코인, 테슬라 앞지르며 투자시장 달궈

  ‘주류 제도권이 인정한 투자자산’  북미 최초로 ETF 성공적 등장
  첨단기업·금융기관 사업 가세로 자금결제수단으로서 평가 달라져

‘과잉 유동성이 부른 튤립 광풍일 뿐’ 발행한도 2100만개에 수요 몰려
실질 사용 가치 없이도 가격 급등…FT ‘기후변화 역행한 투자’ 지적도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서면서 투자자산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과잉 유동성이 일으킨 거품일 뿐이라며 경고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미국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 자료를 보면, 20일 오후 비트코인 가격은 코인당 5만6500달러(6250만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발행 한도는 2100만개로 채굴량 등을 고려한 시총은 1조500억달러(1160조원)에 이른다. 비트코인은 전날 시총 1조달러를 처음 돌파했다. 비트코인에 15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힌 테슬라의 시총(7499억달러)을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시총이 1조달러를 넘는 기업은 애플(2조1803억달러) 등 4곳뿐이다. 국내 거래업체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21일 오후 4시 현재 개당 6500만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특히 북미지역 최초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18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성공적으로 첫선을 보이면서 주류 제도권의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 등 첨단기업과 페이팔·뉴욕멜론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암호화폐 사업에 가세하면서 지급결제수단으로서 비트코인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 등이 화폐 발행을 크게 늘려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동성이 유입됐다. 올해도 경제 회복을 위한 추가적인 재정 지출이 불가피해 달러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위험 방어 수단으로 금보다는 비트코인을 사들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3월 개당 4900달러대에서 6월에 1만달러로 올라섰고 12월에는 4만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국제 금값은 지난해 8월 트로이온스당 20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점차 힘을 잃어 현재는 1770달러대로 밀려났다. 오랫동안 금 강세를 주장해온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는 트위터에 “이제 비트코인이 금보다 더 나은 베팅이 될 수 있다”고 썼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달러의 약세 여부와 무관하게 상승해왔다는 점에서 대체화폐인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실질적 사용가치가 거의 없는데도 수급에 의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본다.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한정돼 달러처럼 맘대로 찍어낼 수 없어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격 변동성이 주요 자산의 5~10배에 이른다는 점도 비트코인의 약점이다. 다만 이들 회의론자들이 2011년 비트코인이 1달러일 때도, 2013년 200달러일 때도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에 비유해 줄곧 거품론을 펴왔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비트코인 투자가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한다고 짚었다. 네트워크에 거래 내용에 대한 블록을 만들고 순서를 찾는 채굴 작업에는 전기가 많이 소모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주요 투자기준으로 삼는 기관들은 테슬라처럼 대규모로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기업에 비판적이다.

비트코인의 최대 위험요인은 정부 규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18일 미 경제방송 <시엔비시>(CNBC)와 한 인터뷰에서 “투기적인 자산인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기관을 규제하고 책임을 지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광덕 기자

 

비트코인 계속되는 고가 경신…6천500만원 돌파

 

가상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값이 국내 거래에서 고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7분 1비트코인은 6천509만2천원에 거래됐다. 현재 고가는 6천523만5천원이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 밤 자정을 앞두고 6천만원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서서히 고점을 높여가고 있다.

이 시각 비트코인은 빗썸이나 코팍스, 코빗 등 다른 거래소에서도 일제히 개당 6천400만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주식시장과 달리 거래소 단위로 거래가 이뤄져 같은 종류의 가상화폐라도 거래소별로 거래 가격이 다소 다르다.

가상화폐 사이트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해외 비트코인 가격은 같은 시각 5만6천달러(약 6천182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16일 밤 사상 처음으로 5만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17일 5만1천달러대, 18일 5만2천달러대를 거쳐 다시 고점을 높였다.

이로써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4배 이상 오른 데 이어 올해 들어서 이미 추가로 80% 넘게 상승했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도 1조달러(약 1천100조원)의 벽을 처음 넘어섰다. 이는 전 세계 웬만한 기업의 주식 시총보다 큰 수준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