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유전자 추출 기록 경신…매머드 훨씬 다양한 계통, 잡종화도
털매머드 이전 시베리아를 활보하던 초원 매머드는 이미 혹한 환경에 살아갈 유전적 적응을 갖춘 상태였다. 베트 자이켄, 고 유전학 센터 제공.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확보한 100만년 전 매머드에서 디엔에이(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분석해 빙하기 매머드의 상징인 북아메리카 콜롬비아 매머드가 털매머드와 이미 사라진 매머드 계통의 잡종인 사실을 밝혀내는 등 매머드 진화사를 새롭게 조명했다.
톰 반데르 발크 스웨덴 고 유전학 센터 연구원 등 국제 연구진은 18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시베리아 동북부에서 발굴한 매머드 3구의 어금니에서 최고 120만년 전 디엔에이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가장 오랜 기록은 2013년 캐나다 북극지방에서 78만년 전 멸종한 말에서 디엔에이를 추출한 것이었다.
멸종한 동물 화석에서 유전자의 본체인 디엔에이를 추출하는 것은 진화 역사의 비밀을 밝히는 열쇠를 얻는 셈이다. 어떤 돌연변이가 언제 일어났는지, 어떤 종이 언제 계통에서 갈라져 나왔는지를 디엔에이 분석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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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기원 북반구 전역에
마지막 매머드인 털매머드가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한창 건설되던 기원전 2500년까지 생존했던 러시아 북극해의 브란겔랴 섬에는 매머드의 잔해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러브 달렌 제공.
시베리아 영구동토의 매머드 화석은 고 유전자를 채취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다. 그 상한은 260만년 전이라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글렙 다닐로프 제공.
그러나 환경 속에서 쉽게 분해되는 디엔에이를 추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옛 디엔에이를 시베리아와 북미의 영구동토에 묻힌 동물 사체에서 찾는 이유이다.
연구자들은 마스크와 얼굴 가리개를 써 사람 디엔에이로 인한 오염을 막으면서 치과용 드릴로 우유 팩만 한 매머드 어금니 안쪽을 갈아냈다. “어금니에는 소량의 디엔에이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그나마 아주 작은 조각으로 쪼개진 상태였다”고 연구자들은 고 유전학 센터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얻은 크기 0.05g의 고운 뼛가루에서 일련의 화학물질 처리를 거쳐 35개 정도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디엔에이 조각을 얻었고 이를 컴퓨터를 이용해 일일이 맞춰 약 32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멸종한 옛 매머드의 유전체(게놈)를 복원해 냈다.
그 결과는 이제껏 우리가 알던 매머드의 족보를 새로 써야 할 내용이었다. 주 저자인 반데르 발크 박사는 “100만년 전 시베리아에는 단 한 종의 초원 매머드만 살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당시 아디차 매머드와 크레스토프카 매머드 등 2개의 다른 유전 계통이 있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매머드는 약 5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해 이후 북반구의 많은 곳으로 퍼져나갔다. 이 매머드 조상의 유일한 살아남은 후손은 아시아코끼리이다. 흔히 빙하기로 불리는 플라이스토세(260만년 전∼1만2000년 전) 동안 매머드는 다양하게 진화했다. 멸종 당시 털매머드는 유라시아와 북미의 북극과 가까운 곳에 살았고 이들보다 덩치가 더 큰 콜롬비아 매머드는 북미의 더 남쪽인 멕시코에 이르기까지 분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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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 아이콘은 잡종
이번에 연구자들이 분석한 시베리아 매머드는 훨씬 더 오래전인 120만년, 110만년, 70만년 전 매머드로 밝혔다. 발견된 지명을 딴 크레스토프카 매머드는 120만년 전 개체로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멸종 매머드 계통으로 드러났다.
고 유전자 분석으로 드러난 매머드 진화 계통도. ‘네이처’ 제공.
110만년 전 아다차 매머드와 70만년 전 추코차 매머드는 모두 털매머드의 조상으로 밝혀졌다. 북미의 콜롬비아 매머드는 털매머드와 멸종한 크레스토프카 매머드가 42만년 전 절반씩 섞인 교잡종으로 나타났다.
콜롬비아 매머드는 매머드 가운데 가장 큰 키 4m 무게 10t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으로 매머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인류도 고 유전자 분석으로 잡종의 증거가 발견됐다. 인류는 멸종한 고인류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과 교잡해 그들의 유전자 일부를 유전체 속에 포함하고 있는 사실이 최근 고인류의 이빨 화석 등의 디엔에이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털매머드가 극지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형질인 긴 털, 체온 조절, 지방 축적 등이 이미 100만년 전인 초원 매머드 시절부터 대부분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극한 환경에 대한 적응은 느리고 오랜 과정을 거쳤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고 유전자 연구를 100만년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과거 유전자를 직접 분석해 진화 역사를 해명하는 연구는 과연 어느 시점까지 가능할까.
영화 ‘쥐라기 공원’은 2억년 전 송진이 굳은 화석 광물인 호박 속에 갇힌 공룡 피를 빤 모기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공룡을 복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고 유전자 추출은 영구동토나 동굴 등 매우 특별하고 한정적인 곳에 보관된 화석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연구에 참여한 안데스 괴테스트롬 고 유전학 센터 교수는 “고 유전자를 추출할 수 있는 시기는 아마도 200만년 또는 26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보다 이전 시기에는 영구동토층이 없기 때문에 고 유전자가 보존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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