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자행한 "반복된 인권 침해"에 항의하여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8일 베이징 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발표하며 캐나다 정부가 중국 정부의 위반행위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지난 수년간 인권 침해에 대한 깊은 우려를 분명히 밝혀왔으며 이는 우리의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연속선 상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인권 위반 사례는 위구르 무슬림에 대한 집단학살 시도와 3년 가까이 중국 감옥에 있다가 지난 9월 석방된 두 명의 캐나다인 ‘마이클’에 대한 자의적인 구금 등이 거론된다.
트뤼도는 "임의적인 구금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이며 수십 개국에 공유되고 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강압적인 외교에 대항하는 세계 우호국들과 계속해서 매우 분명하게 함께 서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캐나다 정부의 외교적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선수들은 동계 올림픽 참가는 변함없다고 밝힌 트뤼도 총리는 "우리 선수들은 수년간 훈련을 해왔고 전 세계 운동선수들과 가장 높은 수준에서 경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면서 "그들은 계속해서 우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연방정부가 캐나다 선수들의 보호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RCMP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졸리 장관은 RCMP가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올림픽 위원회와 협력했다고 말했다.
캐나다 올림픽 및 패럴림픽 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뤼도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외교적 보이콧과 선수 보이콧 사이에는 ‘중요한 구별’이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캐나다 선수들의 참여가 중국 내 이슈에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위원회는 또 "역사는 운동선수들이 보이콧할 경우에는 의미 있는 변화보다 운동선수들에게 피해를 입힐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캐나다는 지난 여름 열린 도쿄 올림픽에 외교 사절단의 일원으로 단 한 명만을 파견했었다. 여름 올림픽은 일본에서 COVID-19 감염이 급증하는 동안 열렸다.
한편 캐나다 연방정부의 보이콧 결정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동맹국들이 올림픽 참가를 거부한 가운데 나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 동맹국들과 협력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22일 이번 올림픽 보이콧 여부가 몇 주 뒤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으나 미국에 이어 영국 호주 리투아니아 등이 베이징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한다고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캐나다의 동조입장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캐나다 신민당(NDP)과 보수당은 모두 트뤼도 정부에 앞선 정부들의 외교적 선례를 따를 것을 요구했었다.
오커스국들 모두 보이콧 동참
한편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동참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실질적 외교적 보이콧”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총리가 말하는 실질적 외교적 보이콧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미국보다는 낮은 수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는 8일(현지시각) 런던 의회에서 미국의 베이징 겨울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베이징 겨울올림픽 실질적 외교적 보이콧이 있을 것이다. 어떤 각료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 인사도 그렇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스포츠 (선수 참가) 보이콧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중국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어떤 주저도 없다”고도 말했다. 앞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중국 인권 탄압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시키되 정부 공식 대표단은 불참하는 것을 보통 말하지만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 7일 영국 <텔레그래프>는 “정부가 베이징올림픽에 사절단을 아예 파견하지 않는 전면적 외교 보이콧 대신 제한적인 참가는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8일 영국 런던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동영상 중 한 장면. AFP 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은 8일 존슨 총리 의회 발언은 영국 왕족의 참석 전망은 열어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딸인 앤 공주는 영국올림픽위원회 회장이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다.
한편 일본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각료 파견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산케이(産經)신문이 8일 보도했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올림픽이나 우리나라(일본)의 외교에서의 의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익의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내정자는 7일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대중 정책을 숙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반면 이탈리아는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결정은 2026년 동계 올림픽 개최국이라는 입장 때문으로 보인다. 관행상 차기 올림픽 주최국은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해야 한다. 조기원 기자
청와대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검토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31일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미국 주도로 열린 공급망 관련 글로벌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8일 베이징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중국 대립 속에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한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관해 우리 정부로선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 대표단 참석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고 결정이 되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는데 한국 정부의 입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어 “미국은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기 전에 한국에 미리 알려왔다. 미국은 각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할지 여부는 각국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외교적 보이콧은 각국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미국의 의견을 공개한 것은,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자율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 여부는 ‘최종 공식 발표’를 미루며 동향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우리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자 최대 교역국으로서,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정부는 베이징올림픽이 2018년 평창, 2020년 도쿄에 이어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으로서 동북아와 세계평화 번영 및 남북관계에 기여하길 희망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때 대표단을 보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점이다.
청와대는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이 한반도 종전선언 구상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일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종전선언과 베이징올림픽 간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며 “종전선언과 관련해 특정한 시기나 계기를 두고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이라는 장소와 시간을 못박지 않음으로서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이완 기자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가 앞으로 중국과 홍콩에서 대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 여자 테니스 선수 펑솨이의 성폭력 폭로와 관련한 의혹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사이먼 세계여자테니스협회 의장은 1일 협회 누리집에 올린 성명을 통해 중국에서 대회 개최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이먼 의장은 펑솨이가 폭로한 중국 최고위급 정치인의 성폭력 주장에 대해 중국 당국자들이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는 것을 대회 개최 중단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당국은 펑솨이에 대한 검열을 중단하고, 펑솨이가 간섭이나 위협 없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며 “불행히도 중국 지도부는 이 문제를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다루지 않았다. 우리는 펑솨이의 성폭행 주장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한”고 밝혔다.
사이먼 의장은 “펑솨이가 자유롭게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자신의 성폭력 주장을 부정하도록 압박을 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양심상 우리 선수들이 그곳에서 시합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펑솨이는 지난달 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집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폭로했다. 장가오리는 2013~2018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으며, 당시 중국 내 정치 서열 7위 안에 들었던 최고위급 정치인이다.
펑솨이의 폭로 글은 수십 분 만에 삭제됐고, 그는 2주 가까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운동선수들과 인권 단체 등이 펑솨이의 안전을 걱정하는 메시지를 낸 뒤에야 펑솨이는 이메일과 화상 통화 등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펑솨이는 자신의 성폭행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고 뒤늦게 부인해, 중국 당국의 강요로 인해 성폭력 주장을 번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최현준 기자
지난달 18일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여자 청소년 축구 선수와 가족들이 영국 런던 공항에 도착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칼리다 포팔 트위터 갈무리.
지난 8월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아프간 여자 축구 선수들의 집단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선수 수십명 혹은 가족을 포함한 100명 넘는 인원이 카타르, 포르투갈, 영국 등으로 탈출하는 사례가 이어지며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왜, 유독 여자 축구 선수들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을까?
첫 시작은 탈레반 함락 직후인 지난 8월 말에 있었다. 아프간 여자 축구 대표 선수와 가족 등 70여명이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도움으로 아프간을 탈출했다. 9월에는 여자 청소년 축구팀 선수들이 포르투갈로, 10월에는 여자 대표팀 선수 20여명과 그 가족 등 100여명이 카타르로 탈출했다. 지난달에도 청소년 축구 선수와 그 가족 등 100여명이 파키스탄을 거쳐 영국으로 이동했다.
여자 축구 선수들이 아프간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국가와 단체는 물론 유명 인사들의 협력과 지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간 출신 두 여성 축구인이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칼리다 포팔. 본인 트위터 갈무리
‘걸 파워’ 이끄는 칼리다 포팔, 탈출 주도
칼리다 포팔(34)은 자신이 이끄는 비영리 단체와 관계망을 활용해 아프간 여자축구 선수들의 탈출을 여러 차례 주도했다. 본인 역시 아프간 난민 출신인 포발은 현재 덴마크에 정착해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 체육 교사였던 엄마에게 몰래 축구를 배운 뒤 탈레반이 1차 집권(1996~2001)을 끝내고 물러가면서 2007년 아프간 축구협회의 도움으로 여자축구 리그를 만들었다. 그는 아프간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기도 했다.
뛰어난 실력은 곧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반여성주의자 등의 살해 표적이 됐고 위협에 시달리다가 결국 2011년 아프간을 떠났다. 그는 2017년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떠나지 않으면 총에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만 말씀 드리고 아프간을 떠났다”고 했다.
인도와 노르웨이를 거쳐 덴마크에 정착한 포팔은 무기력했던 난민 센터에서의 경험을 살려 ‘걸 파워’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스포츠를 통해 무기력과 불안 상태에 놓인 난민 여성들의 체력과 자존감을 되살리는 활동을 했다. 이 단체를 통해 국제 인권단체 등과 협력하는 경험을 쌓았다. 이는 최근 아프간 여자축구 선수들의 탈출에 큰 도움이 됐다.
포팔은 카불 함락 직후인 8월 중순 <비비시>(BBC)와 <에이피>(AP)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여자운동 선수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고, 지난달 18일 청소년 여자축구 선수 등 130여명이 영국 런던 공항에 오자 “큰 기쁨의 날”이라며 이들의 도착을 축하했다.
나디아 나딤. 파리 생제르맹 누리집 갈무리
축구, 의학, 9개국어…아프간 소녀들 축구로 이끌어
포팔이 아프간 여자축구 선수들 탈출을 직접적으로 주도했다면, 아프간 출신으로 덴마크 국적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 나디아 나딤(33)은 아프간 여성들을 축구의 세계로 끌어들인 롤모델 역할을 했다.
나딤은 12살에 아프간을 탈출해 덴마크에 왔다. 육군 장교였던 아버지가 2000년 탈레반에 처형당하면서 온 가족이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 위조 여권을 활용해 파키스탄-이탈리아-영국을 거쳐 덴마크 난민 캠프에 도착했다.
난민 캠프에서 축구에 몰두하기 시작한 나딤은 2005년부터 덴마크 여자 축구팀에서 공격수로 활동했고, 이후 스코틀랜드와 미국, 영국, 프랑스 리그를 거쳐 현재 미국 리그에서 뛰고 있다. 2009년부터 덴마크 여자축구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총 99경기에 출전해 33골을 넣는 등 덴마크 여자 축구계의 레전드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의 성공 경험은 ‘롤 모델’로 작용해, 많은 아프간 소녀들을 축구의 세계로 이끌었다. 아프간 축구리그를 운영했던 샤픽 가와리는 2017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나딤은 많은 아프간 소녀들, 특히 축구 선수들의 롤 모델”이라며 “해외에서 활동하는 아프간 운동선수와 예술가들은 모두 아프간 청소년 수만 명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에서는 2007년 여자 국가대표 축구팀이 처음으로 네팔과 해외 경기를 치렀고, 같은 해 여자 축구리그가 꾸려졌다.
나딤의 인생 경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축구 선수로 뛰면서 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의학 공부를 계속하고 있고, 아프간 언어인 다리어를 비롯해 덴마크어, 영어 등 9개 국어를 구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 9월 (CNN)과 인터뷰에서 “ 나는 탈레반이 여성들에게 원하지 않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나는 내 목소리를 내고, 평등하게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