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 “건강과 질서” 이유 결정

조코비치 법적 대응…대회는 17일 개막

 

 노바크 조코비치가 14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연습 훈련 중 쉬고 있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노바크 조코비치(세계랭킹 1위·세르비아)의 호주 입국 비자가 14일 또다시 취소됐다. 17일 호주오픈 개막을 앞두고 두 번째 비자가 취소되면서 대회 출전에 제동이 걸렸다.

 

영국의 <비비시> 등 외신은 앨릭스 호크 호주 이민부 장관이 “건강과 질서 유지”를 이유로 조코비치의 호주 입국 비자를 직권으로 취소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조코비치는 지난 5일 호주에 입국했으나 비자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즉시 억류됐고, 법적 소송을 통해 호주 정부의 비자 취소 결정을 엎고 승소해 17일 개막하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이날 호주 이민부 장관 직권으로 비자를 다시 취소하면서 추방 위기에 놓였다. 만약 취소가 최종 확정돼 조코비치가 추방된다면, 그는 3년간 호주에 들어올 수 없다. 이럴 경우 당분간 호주오픈에도 출전할 수 없다.

 

조코비치는 메이저대회 통산 20승을 기록 중이고, 호주오픈에서만 9승을 거두는 등 이 대회에 강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메이저 통산 21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접종 거부라는 자신의 철학 때문에 추방 위기에 직면했다.

 

호크 장관은 “우리 사회의 건강과 질서 유지를 위해 조코비치의 비자를 이민법 규정에 따라 직권으로 취소한다. 이것은 공익에 부합하는 조처”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처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주 국민의 정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의 빅토리아주 정부와 호주 테니스협회는 조코비치에게 백신 접종 면제 허가를 주었지만, 연방 정부나 국민의 반발 정서가 있었다.

 

외신은 조코비치가 다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호주오픈 개막이 17일로 임박했기 때문에 그 전에 다시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조코비치는 13일 진행된 호주오픈 대진 추첨에서 톱시드를 받아 동포인 미오미르 케츠마노비치(세르비아)와 1회전에 맞붙을 예정이다. 김창금 기자

55년 연기 외길 '깐부 할아버지'의 인생역전

1967년 극단 '광장' 배우 길 들어서

리어왕·파우스트 등 200여편 연극

‘오징어 게임’ 인기에 광고 쏟아져도

"출연 작품과 맞지않다" 거절 화제

 

배우 오영수씨가 지난달 12일 오후 경기 성남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 오영수(78)는 연극 외길을 걸어오다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됐다. 팔순을 바라보는 원로배우는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안았다. 10일 오전(한국시각)에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영수는 ‘티브이(TV) 시리즈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에 참가번호 001번을 단 ‘오일남’으로 출연해 특유의 인자한 미소로 어린아이처럼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이다가 잔인하게 변한 참가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연기를 펼쳤다. 초반 주목받지 못한 ‘오일남’은 뇌종양 환자란 점을 숨긴 채 극의 마지막 반전을 이끌어 낸다. 치매 노인, 어린아이 같은 모습, 인생을 직관하는 지혜로운 노인 등 다채로운 연기를 펼쳐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특히 이정재와 구술치기 장면에선 “우린 깐부(놀이에서 같은 편)잖어”란 대사로 크게 주목받았다.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오영수는 이 장면에서 실제 울었다고 했다. “그 장면을 찍을 때 나도 울었다. 정직하게 살아온 기훈이 살기 위해 속이는 걸 보면서 인간의 한계를 느꼈다.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확 났다.” 50년 넘게 연극 무대를 지킨 노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오영수는 24살인 1967년 극단 광장에 입단하면서 배우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극단에 들어간 뒤 1년 만에 ‘낮 공원 산책’(1968)으로 데뷔했다. 그 뒤 극단 성좌의 <로물루스 대제>에서 조역을 거친 뒤 1971년 극단 여인에 입단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말론 브랜도의 영화로 유명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주인공 스탠리로 무대에 올랐다. 연극에 들어선 지 3년 만이다.

 

오영수는 1993년 연극 <피고지고 피고지고> 무대에 선 뒤 이듬해 백상예술대상 연기상을 받았다. 연극은 70살을 바라보는 왕오·천축·국전 등 세 명의 노인은 ‘신 왕오천축국전’이란 도굴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보물을 통해 인간 욕망의 질기고 질긴 미련을 기다림으로 풀어냈다.

 

오영수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 당시 수상 소감에 대해 “상은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는 시상식에 가지는 못했다. 시상식이 열릴 때도 연극을 하느라 못 간 거였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리어왕> <파우스트> <피고지고 피고지고> 등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평생을 무대에 선 그의 연기에 대해 김소연 연극 평론가는 “비중이 높지 않은 배역을 맡더라도 캐릭터 특징을 잘 잡아 제대로 보여주는 원로 배우”라며 “배역을 과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데 뛰어난 배우”라고 평가했다.

 

 <봄 여름…>의 봄 장면. 오영수는 “이 영화가 배우 생활에 획을 긋는 마지막 영화가 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리아픽처스 제공

 

그는 2003년 고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에 출연해 노스님을 연기했다. 오영수는 이 작품이 자신에게 마지막 선 굵은 작품이 될 거라고 여겼다. “영화를 찍고 난 뒤, 나는 그 영화로 이젠 끝나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 이름을 알렸고, 영화 자체로도 괜찮은 작품이었으니까. 내 인생에 하나의 획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봄 여름…>에 나온 오영수를 유심히 본 황동혁 감독이 그에게 출연을 제안했다. 오영수는 일정이 맞지 않아 황 감독의 제안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계절이 이어지듯 인연은 다시 찾아왔다. 2020년 11월 황 감독이 서울 대학로로 직접 찾아와 오영수가 출연한 연극을 본 뒤 또 다른 제안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었다. 이번엔 인연을 맺었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 구슬치기 장면에서 “그 장면을 찍을 때 나도 울었다”며 “가장 인간적인 삶을 보면서 눈물이 확 났다”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여러 업체의 광고 모델 제안을 받았지만, 완곡하게 거절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출연한 작품에 맞지 않는 광고는 사양하고 싶다고 얘기한 거였다. 작품에 맞지 않는 광고에 나와 돈을 버는 게 깐부 정신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그를 두고 “연극과 무대를 향한 자부심과 자존심을 간직한 천생 연극인”이라며 “평생 걸어오신 그의 배우 인생이 뒤늦게 가치를 인정받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이번 수상을 함께 기뻐했다.

 

오영수는 새해 연극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이달 7일부터 3월6일까지 대학로 티오엠(TOM) 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를 연기한다.

 

오영수는 그가 좋아하는 프랭크 시내트라 <마이웨이>처럼 그렇게 연기 외길을 걷고 있다. 정혁준 기자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오영수…“생애 처음 내게 ‘괜찮은 놈이야’”

“이제 세계 속 우리 아닌 우리 속 세계”

남우주연상, 작품상은 아쉽게도 불발돼

 

 오영수가 <오징어 게임> 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해사하게 웃으며 결승선을 넘는 장면. 그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냥 웃은 거”라며 “부담 없이 찍은 장면”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원로배우 오영수(78)가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배우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오영수는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호텔에서 열린 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티브이(TV)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징어 게임>은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2개 부문 수상은 불발됐다.

 

지난 7일부터 연극 <라스트 세션>에 출연하느라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오영수는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며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했다.

 

오영수는 올해 세번째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에 도전하는 <석세션>의 키에라컬킨을 비롯해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했다.

 

‘골든글로브’ 누리집 화면 갈무리.

 

오영수의 수상은 2020년 <기생충>, 2021년 <미나리> 출연진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 아콰피나가 연기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한국 드라마나 한국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가 연기상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다.

 

<오징어 게임>은 티브이(TV) 시리즈-드라마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이정재) 후보로도 지명됐지만, 아쉽게도 두 부문 모두 수상이 불발됐다. 작품상에는 <석세션>이 선정됐고 남우주연상 또한 <석세션>의 제레미 스트롱에게 돌아갔다. 지난해까지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두는 등 비영어권 작품에 대해 배타적이었던 골든글로브의 성향을 볼 때,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만도 한국 드라마 초유의 기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작품이다. 오영수는 게임 참가자로 ‘깐부 할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은 오일남 역을 맡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부문 남우조연상으로 한국 배우 오영수(78)가 호명되고 있다. 베벌리힐스/AFP 연합뉴스

 ‘골든글로브’ 누리집 화면 갈무리.

 

문 대통령, ‘깐부’ 오영수 배우 수상 축하…“존경과 감사의 마음”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영수 원로배우가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은 것과 관련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반세기 넘는 연기 외길의 여정이 결국 나라와 문화를 뛰어넘어 세계 무대에서 큰 감동과 여운을 만들어냈다”면서 ‘깐부 할아버지’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영수 배우는 9일 열린 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티브이(TV)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골든글로브 수상은 한국 배우로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오징어 게임>이 전하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겉으로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극한 게임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서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인간다움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함께’의 삶을 깊이 있게 말하고 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또 “아쉽게 수상이 불발되었지만, 우리의 자부심과 위상을 드높인 황동혁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여러분과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이정재 배우께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토트넘은 8경기 무패행진

 

토트넘 손흥민이 2일 영국 왓퍼드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왓퍼드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왓퍼드/로이터 연합뉴스

 

손흥민(30·토트넘)이 새해 첫 경기부터 환상적인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8경기 무패행진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2일(한국시각) 영국 왓퍼드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왓퍼드와 경기에 선발 출전해 0-0으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51분) 프리킥으로 다빈손 산체스의 헤딩 결승골을 도왔다. 경기 종료 직전 터진 극장골이다.

 

리그 3호 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8골3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 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까지 더하면 시즌 총 9골4도움이다.

 

이날 경기 뒤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8.1을 줬다. 양 팀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다. 영국 언론들은 손흥민에게 평점 7점 이상을 주며 호평했다. <풋볼런던>은 평점 7을 줬고, <비비시>(BBC)는 7.33점, <스카이스포츠>는 7점을 줬다.

 

토트넘은 이날 1-0 승리를 거둬 10승3무5패 승점 33으로 6위에 올랐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 부임 뒤 정규리그 8경기 무패(5승3무)다.

 

반면 왓퍼드는 6연패를 기록하며 4승1무13패 승점 13으로 17위에 머물렀다. 이준희 기자

소셜미디어 통해 당선운동…굿즈 제작해 오프라인 활동도

미국 · 콜롬비아에서도 K팝 팬들이 정치 · 사회적 목소리

 

                   K팝 그룹 멤버들의 포토카드를 들고 있는 보리치 칠레 대통령 당선인 [트위터 캡처]

 

최근 소셜미디어엔 가브리엘 보리치(35) 칠레 대통령 당선인이 K팝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포토카드를 든 사진이 올라왔다.

 

한국식 '손가락 하트'까지 한 보리치 당선인의 모습을 보고 칠레 안팎의 K팝 팬들이 열띤 반응을 보였다.

 

지난 19일 칠레 대선에서 56% 가까운 득표율로 승리한 보리치가 실제로 K팝 팬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분명한 건 칠레 K팝 팬들의 일부는 보리치의 팬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1986년생 밀레니얼 세대로, 칠레 역대 최연소 대통령 취임을 앞둔 보리치는 이번 대선에서 주로 젊은 층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

 

특히 30대 미만 여성 유권자 그룹에선 보리치가 전국 16개 지역 중 15개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칠레 일간 라테르세라는 전했다.

 

젊은 층 내에서도 특히 보리치에 조직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 K팝 팬들이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K팝 팬들은 K팝 스타들과 보리치를 합성한 이미지 등을 다수 생산하며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보리치를 지지하는 K팝 팬들' 트위터 [트위터 계정 캡처]

 

지난달 1차 투표에서 보리치가 극우 후보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에 밀려 2위를 기록한 후에는 '보리치를 지지하는 K팝 팬들'(Kpopers por Boric)이라는 트위터 계정도 생겼다.

 

칠레 내 19∼37세 K팝 팬 6명이 만든 이 그룹은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파시즘의 부상에 맞서 표를 던지고 단합하기 위해 모든 K팝 팬들을 소환하고 싶다"고 썼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이들은 K팝과 보리치를 엮은 1천600여 개의 게시물을 올리며 보리치 당선운동을 폈다.

 

온라인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지난 16일 산티아고의 카페에서 보리치 캐릭터를 새긴 컵 홀더 '굿즈'를 제작해 나눠주기도 했다.

 

보리치도 K팝 팬들의 응원에 화답했다.

 

그는 이달 초 K팝 팬들로부터 받은 케이크 등 선물을 개봉하는 틱톡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을 비롯한 일부 영상에 블랙핑크 등의 노래를 깔기도 했다.

 

보리치가 K팝 포토카드를 들고 찍은 사진도 K팝 팬들로부터 선물 받은 직후에 찍힌 것으로 추정된다.

 

K팝 팬들의 지원사격이 보리치 당선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는지 측정하긴 불가능하지만, 칠레 언론들도 K팝 팬들의 활동에 주목했다.

 

CNN 칠레는 대선 직전 기사에서 "대선을 앞두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같은 플랫폼이 K팝 팬들이 자신의 후보 취향과 두려움, 의견 등을 표시하는 창이 됐다"고 전했다.

 

            K팝 팬들로부터 받은 선물 보여주는 보리치 [보리치 틱톡 영상 캡처]

 

해외 K팝 팬들이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내며 영향력을 과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팝 팬덤은 지난해 미국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시위와 올해 콜롬비아 반정부 시위 당시 온라인상에서 시위대에 힘을 실었다.

 

칠레에서도 지난 2019년 대규모 시위 이후 칠레 내무부가 시위에 영향을 미친 세력 중 하나로 K팝 팬들을 지목하는 보고서를 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K팝 팬들의 무시 못 할 영향력을 알기에 보리치의 상대 후보였던 카스트도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지난달 트위터에 "K팝 관련 무언가를 해볼까요?"라며 팬과 전문가들의 동참을 요청했고 이달 초 그 결과물로 K팝 선거송을 공개했다. 그러나 스페인어로 된 이 노래는 K팝 팬들을 크게 사로잡지는 못한 걸로 보인다.

 

                        K팝 선거송 공개한 칠레 대선 후보 카스트 [카스트 트위터 캡처]

 

칠레의 K팝 전문 언론인 헤르티 오야르세는 미국과 칠레 등에서 보여준 K팝 팬들의 영향력과 관련해 "인터넷을 이용할 줄 아는 조직된 다수의 사람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아시아 문화를 좋아하면 국내 문제,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편견이 사실이 아님도 입증한다"고 CNN 칠레에 전했다.

 

그는 "K팝이 정치적인지 아닌지의 문제라기보다 정치가 삶의 모든 면에 침투한 것"이라며 "K팝을 소비하는 대중은 나라를 위해 변화를 만들고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