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대통령 되는 데 걸림돌 손에 피 묻히지 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공약 언박싱 데이’ 행사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무속인의 조언을 받고 코로나19 확산지로 지목된 신천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는 의혹을 두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윤 후보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공공수사2부(부장 김경근)에 배당했다고 24일 밝혔다. <세계일보>는 지난 17일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던 2020년 2월 ‘건진법사’라고 불리는 무속인 전아무개씨의 조언을 받고 방역수칙 위반으로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지목된 신천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윤 후보가 전씨에게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처리 여부 등을 묻자 전씨가 ‘대통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손에 피 묻히지 말고 부드럽게 가라’는 조언 등을 해줬다는 것이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대구에서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급증하자 신천지 교단에 대한 강제수사와 압수수색 영장 집행 등을 지시했지만, 대검은 이 지시를 사실상 거부했다.

 

지난달 윤 후보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2020년) 2월에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해 신천지를 압수수색하라는 법무부 장관의 공개 지시가 내려왔다. 내가 ‘압수수색은 불가하다’, 압수수색은 방역과 역학조사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씨가 당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 본부에서 활동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18일 네트워크 본부를 해산한 바 있다.

 

민주당 선대위 국민검증법률지원단은 “공익적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닌 사적 동기에 의한 영장 반려는 직권남용, 공무방해 등에 해당한다”며 지난 19일 윤 후보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강재구 기자

 

김건희 “영빈관 옮길 것” 발언도…무속 논란 증폭에 ‘김씨 등판’ 고심

 ‘7시간 통화’ 내용 추가 공개…“남편도 영적인 기가 있다” 발언도

 ‘홍준표·유승민도 굿했다’ 발언에 윤석열 “마음 불편한 분에 죄송”

“선거 때까지 숨어만 있을 수 있나” 설 연휴 뒤 활동 공개 저울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청와대 영빈관을 옮겨야 한다’는 역술인의 권유를 전해 듣고 이에 동조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가 추가로 공개됐다. 김씨는 이 통화에서 “남편도 영적인 기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김씨 관련 무속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민의힘은 김씨의 등판 시점과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인터넷매체 <열린공감티브이(TV)>와 <서울의 소리>가 24일 공개한 통화 녹취에서, 김씨는 ‘내가 아는 도사 중 (하나가 윤석열) 총장님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사람이 청와대 들어가자마자 영빈관 옮겨야 된다고 하더라’는 이아무개 서울의 소리 기자의 말에 바로 “(영빈관을)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옮길 거냐’는 이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도 “응”이라고 답했다.

 

청와대 영빈관은 국내외 귀빈을 맞이하는 건물이다. 김씨가 영빈관 터가 안 좋아서 역대 대통령들이 퇴임하고 궂은 일을 당했다는 일부 무속인들의 주장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강진구 열린공감티브이(TV) 기자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국가시설물들을 ‘터가 안 좋다’는 이유로 옮길 수 있다는 발상을 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김씨는 이 통화에서 “우리 남편(윤 후보)도 그런 약간 영적인 기가 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는 “저랑 그게 연결이 됐다”며 “서로 홀아비·과부 팔자인데, 혼자 살아야 될 팔자인데. 그래서 인연이 됐다”고도 했다. 이전에 공개된 통화 내용 중 윤 후보의 멘토로 알려진 ‘무정 스님’이 김씨에게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며 결혼을 권했다고 한 얘기와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이다.

 

지난 22일 문화방송 ‘뉴스데스크’에 ‘홍준표·유승민도 굿을 했다’는 김씨의 통화 내용이 보도된 데 이어, 김씨가 무속에 깊이 심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화 내용이 추가로 공개되며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에서도 대응책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김용남 전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는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녹취록을) 하나씩 쪼개서 공개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배우자 본인이나 아니면 후보께서 대국민 입장표명 아니면 설명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녹취록에 의해 마음이 불편한 분, 상처받는 분에 대해서는 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굿을 했다’는 김씨의 주장에 “거짓말”, “허위 날조”라고 불쾌감을 드러낸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의 마음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녹취록 문제는 (문화방송이) 법원에서 공개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까지 공개를 안 하겠다고 해놓고 또 뉴스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으로서 저희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윤 후보의 입장 표명을 넘어, 설 연휴 이후 김씨의 선거운동 등판을 저울질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씨의 7시간 통화 내용이 처음 공개됐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파장이 크지 않았던 만큼, 김씨가 등판해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선거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선거 때까지 계속 숨어있을 수만은 없지 않으냐”며 “김(건희) 대표도 활동을 생각해보겠다고 해 계속 (공개 활동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의 페이스북 팬클럽인 ‘건희 사랑’(희사모)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씨가 한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으며)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는 사진을 공유하며 “공개 등장도 임박했다”고 적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선 이와 관련 ‘배우자팀’ 신설을 검토하는 한편,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거나 전공을 살려 미술관을 방문한 뒤 추후 공개하는 방식으로 김씨의 활동을 공개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윤 후보는 김씨의 공식 행보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남편이지만 (김씨가 프로필 사진을) 찍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등판 계획이) 아주 확정적이진 않다”며 “우리가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옳은 일인지 고민을 더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배지현 기자

"해우스님도 나란히 참석…해우 · 건진, 김건희와 오랜 인연"

 민주 "尹캠프, 주술비선 선대위"…연일 '무속인 친분' 의혹 공세

 

김건희 관련 행사에 건진 법사 참석 사진 공개하는 김의겸 의원=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진 법사가 2015년 예술의전당에서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 '마크 로스코'전의 VIP개막식 행사에 참석했음을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며 건진 법사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가 오랜 교분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은 23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의 '무속인 친분' 의혹을 고리로 한 공세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과 합당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한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모씨가 2015년 코바나컨텐츠 주관 전시회의 VIP 개막 행사에 참석한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며 "전씨가 최소한 7년 전부터 김건희 씨와 잘 아는 사이였음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건진 법사의 스승으로 알려진 충주 일광사 주지 해우 스님의 모습도 확인됐다"며 "두 사람은 나란히 붙어서 개막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해우 스님이 이미 작년 10월 '열린공감TV'와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주관한 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 3차례 정도 참석해 축원해 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확인된 사진과 영상은 이러한 해우 스님의 발언을 증명함과 동시에 해우 스님-김건희-건진 법사' 세 사람의 오랜 인연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행사는 VIP 대상 개막식으로, 여야 원내대표를 비롯한 거물급 정치인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도 참석했으며, 김씨 역시 같은 공간에 함께 있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후보자와 후보자의 배우자 추천이 아니라 다른 핵심 관계 의원의 추천이었다'고 전씨의 캠프 합류 계기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적어도 2015년부터 건진법사 전씨는 스승 해우 스님과 함께 김씨가 주최하는 행사에 초대받을 정도로 가까운 관계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후보가 '당 관계자에게 전씨를 소개받아 인사한 적이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김씨를 감추기 위한 발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김진욱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씨의 '7시간 녹취록'을 일부 공개한 전날 MBC 보도를 언급하며 "김씨가 윤 후보 부부와 주술인들과의 관계를 생생하게 증언했고, 심지어 '웬만한 무당 내가 봐준다'며 기자의 관상과 손금까지 봐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이 국민의힘 윤 후보 선대위가 '주술비선 선대위'라고 불리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 선대위에 검찰 출신 인사가 포진한 것을 지목하며 "이번에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 감옥에 갈 것 같다"고 한 이 후보의 발언을 두둔하기도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에서 "괜한 말이 아니다. 윤석열 사단은 검찰을 떠나지 않았고 검찰 정권 탄생을 기다리며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보할 내용이 있으면 한동훈 검사장에게 하라'는 취지의 김씨 녹취록 발언과 관련해서도 "무서운 공작 부부"라며 "남편은 이미 검찰을 떠났는데도 현직에 있는 고위급 검사를 집안 심부름하는 집사처럼 함부로 이름을 부르며 심부름시킬 수 있는 부인을 둔 윤석열 후보"라고 쏘아붙였다.

 

김 대변인도 윤 후보가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이 후보를 '확정적 중범죄자'라고 언급한 것을 재소환, "보복 정치가 우려된다. 더욱이 선대위를 장악한 핵심 관계자들 다 수도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튜브채널, 김건희 녹취록 추가 공개… "영빈관 옮길 것"

열린공간TV, 서울의소리, 고발뉴스, 빨간아재 등 합동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 일부가 23일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서울의소리 등을 통해 추가 공개됐다.

 

앞서 법원은 사생활에만 관련된 발언, 타인 간의 비공개 대화 등 2가지를 제외한 대부분 내용을 방영하도록 허용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김씨는 이명수 기자가 '내가 아는 도사 중 총장님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 사람이 청와대 들어가자마자 영빈관으로(을) 옮겨야 된다고 하더라고'라고 말하자 "응 옮길 거야"라고 답했다.

 

김씨는 '옮길 거예요?'라는 이 기자의 추가 물음에 "응"이라고 말했다.

 

이들 유튜브 채널은 "우리 남편(윤 후보)도 약간 그런 영적인 끼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랑 그게 연결이 된거야"라는 김씨의 발언도 공개했다.

 

김건희 씨 '7시간 전화 통화' 일부 공개

 

김씨는 또 삼부토건 조남욱 전 회장과 관련해 "저는 삼부 회장님 하고는 되게 오랫동안 우리 가족하고 같이 친하게 지냈고, 우리 그런 가족(같은) 사이"라고 했다.

 

김씨는 이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나는 인터뷰하면 안 된다니까 나는. 나는 지금 어쨌든 '후보'고 (인터뷰) 하면 안 되고 차라리 명수 씨 우리 오빠를 만나서 한번 물어봐요 그런거"라고 했다.

 

또 '양재택 전 검사 부인에게 김씨의 모친이 송금했다는 말이 나온다'는 이 기자의 말에 "아 그때? (양 전 검사) 애들 유학가서? 그때 보냈는데 뭐죠? 우리가 돌아가면서 되게 친하게 지냈어요. 사모님하고도. 사모님한테 송금해준거죠"라고 말했다.

 

MBC, 김건희 씨 '7시간 전화 통화' 일부 내용 공개

 

한편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권오수 회장하고도 벌써 20년이에요"(7월 20일)라고 발언했으며 이 기자가 제보할 내용이 있다고 말하자 "내가 한동훈(검사)이한테 전달하라 그럴게"(12월 2일)라고 말했다고 이들 유튜브 채널이 전했다.

 

이밖에 "박근혜(전 대통령)를 우리가 다 구속했잖아요, 이명박 다"(7월 21일), "일반 사람들은 바보들이라고 그랬잖아"(11월 4일)라고 말했다고 이들 채널은 주장했다.

  

윤석열  "누가 뭐라 했는데 어떻게 생각? 이런건 그만하자“

기자들에게 먼저 말꺼내…홍준표 · '김건희 통화' 질문에 답변 피해

 

'국민공약 언박싱 데이' 행사 참석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공약 언박싱 데이'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23일 "누가 뭐라고 말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 건 이제 그만하자"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국민공약 발표 행사를 마친 뒤 현안 관련 질의응답을 하려는 기자들에게 먼저 말을 꺼내며 이같이 밝혔다.

 

취재진이 '홍준표 의원이 불쾌감을 말하고 있는데'라며 질문을 이어가려고 하자, 윤 후보는 "그러니까 내가 이야기했잖아요"라며 답변을 삼갔다.

 

이어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나오는 길에도 취재진이 '부인 김건희 씨 통화 녹취를 MBC가 메인뉴스 프로그램에서 보도하는데 어떻게 보나', '홍준표 의원 합류를 위해 다른 노력을 할 계획이 있나' 등 질문했지만 굳은 표정으로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 후보가 이날 질의응답에 응하지 않은 것을 두고 홍 의원 문제나 무속 논란 등과 관련해 껄끄러운 언급을 피하려 한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홍 의원은 지난 19일 윤 후보와의 만찬 회동 후 공천 요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사실상 '원팀 결렬'을 선언했다.

 

홍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서 "문제의 본질은 국정 운영 능력 보완과 처가 비리 엄단을 요구한 것에 대한 불쾌감에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라며 윤 후보 측을 비판했다.

 

김건희 씨와 유튜브 매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의 '7시간 통화' 녹취가 추가로 공개되면서 무속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비례 위성정당 창당 거듭 사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도 하남시 신장시장을 방문,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여권 자성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수도권 표심 공략에 나섰다. 당내 쇄신 움직임과 맞물려 여권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과감하게 털어내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경기도 매타버스(매주타는 민생버스) 3일째인 이날 포천·가평·남양주·하남·구리·의정부 등 6개 시군을 훑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하남 신장 공설시장에서 진행한 현장 연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쁜 승리보다는 당당한 패배를 선택하자. 그래야 이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가 그 길을 잠깐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더 나쁜 짓을 많이 했는데, 윤석열 검찰이 문제가 있었는데 우리의 문제가 더 큰 문제는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국민들에게 갖게 했다”며 “이런 걸 고치겠다”고 했다. 그간 당의 약한 고리로 꼽혀온 ‘내로남불’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꼼수로 창당한 것을 최대 실책으로 꼽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정도를 갔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고 따라 하는 바람에 제도의 본질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 후보는 뒤이은 의정부 시민광장 연설에서도 “집권 여당이 우리 국민들에게 환호받지 못하는 것 같다. 인재 등용, 공정성 측면에서 국민 의심 받을 만한 일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거듭 자세를 낮췄다. 이날 진행한 현장 연설의 상당 부분을 민주당의 과오를 열거하며 사과하는데 할애한 셈이다. 이날 의정부 일정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동행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엔 경기 포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5대 농업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농어촌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지자체별 여건에 따라 60만원에서 100만원 이내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도농 간 소득 격차를 줄여 지역균형발전을 이룬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식량 안보 문제 대응을 위해 국가의 식량 자급 목표를 60%로 정하고 ‘식량안보직불제’를 도입해 밀·콩과 같은 주요 식량곡물 자급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농지 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실태 전수조사, 음식물의 유전자 변형원료 포함 여부를 고지하는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제도 도입도 공약으로 제시됐다. 심우삼 기자

 

이재명 “무능, 무지, 퇴행, 이중플레이”…윤석열 비판 수위 높여

갈라치기 · 추경 · 선제타격 등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 명동거리에서 열린 '매타버스 안성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무능과 무지“, “갈등을 부추기는 퇴행“, “이중 플레이” 등의 표현을 써가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30%대 중반 지지율 정체와 ‘박빙 열세’ 상황이 이어지자 한동안 자제하던 직접 공격의 수위를 다시 높이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에서 닷새간 이어질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시작했다. 매타버스 선거운동의 핵심이라고 할 ‘거리 연설’은 윤 후보 비판 발언으로 채워졌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이 부추긴 성별 갈등, 소상공인 손실보상 추경 확대를 위한 회동 제안 거절, 북한 선제타격 발언 등이 소재였다.

 

이 후보는 경기 수원 매산로 테마거리 연설에서 “무능하고 무지해서, 그리고 이기적이어서 국민이 맡긴 권한으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긴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도둑질하는 것”이라며 “유능하고 잘 알고 선의를 가지고 있고 실력이 검증되어서 국민의 삶을 지금보다 더 낫게 만들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약한 고리 중의 하나인 ‘무능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어 “부모가 충분한 먹을거리를 마련하지 못해 아이들이 아들팀 딸팀으로 나뉘어 싸움이 났는데 부모가 힘 약한 쪽을 탄압하도록 편들어야겠나”라며 “갈등의 정치를 배격한다. 퇴행적 정치를 배격한다. 아이들이 싸우면 싸우는 원인 제거해서 서로 손잡고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가 과도한 경쟁과 부족한 기회 때문에 청년 세대 안에서 격화된 젠더 갈등을 악용해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안성 명동거리 연설에서는 “남자 청년, 여자 청년 편갈라 싸우면 싸우지 않도록 원인을 없애야 하는데 힘센 쪽 편들어서 내 표 받겠다고 하는 정치집단 후보는 어떻게 해야겠느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지난 21일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추경 규모를 키우자고 한 것은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장난입니까. 전 세계가 국채 발행해 지원하는데 우리는 국가 빚이 제일 적다는 것이 자랑할 일인가”라며 “밖에 손님이 왔는데 ‘문 열고 들어오세요’ 하고는 문을 쾅 닫는 이중플레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평택역 광장에서 기자들을 만나서도 “윤 후보가 진짜로 35조원 규모 지원을 바란다면 지출 예산 조정해서 (증액된 예산안을) 만들어오라는 말을 빼겠다고 해달라”며 “그게 진짜로 소상공인을 위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35조원 추경 증액을 위해 제안한 자신의 대선후보 긴급회동을 “구체적인 금액 용처를 갖고 오라”며 거부한 윤 후보를 거듭 비판한 것이다.

 

이 후보는 또 “안보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이 있다. 상대방을 자극해서 이기는 전쟁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윤 후보의 북한 선제타격 주장을 겨냥했다. 이 후보는 “(정치인들이) 전쟁을 부추기면 누가 손해겠나. 국민이 손해”라며 “가장 하책이 싸워서 이기는 거다. 더 나은 전술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거다.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게 진정한 외교이고 평화정책이고 실력”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이재명 "아무데나 돌던져 주사위로 국가 운명 결정하면 되겠나"

 김건희 무속 논란 겨냥… "북 밉긴 한데 때리면 더 크게 달려들 것"

"퇴임후 '경제 살린 대통령' 평가받고 싶어…조선말 정조와 같은 혁신"

 

평택 시민들에게 연설하는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광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평택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23일 새해 들어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좀 밉긴하다. 밉긴 한데 때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더 크게 달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도 안성 명동거리에서 진행한 즉석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그러면 우리가 더 크게 맞는 수가 있다. 때려서 기분이 좋을 수는 있는데 더 큰 피해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그게 바로 외교다. 우리가 화가 난다고 화난 대로 하면 얼마나 쉽겠냐.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도 다 부서지고 죽고, 상대방은 더 많이 부서지고 많이 죽을 텐데 우리가 이긴들 그게 뭐가 좋습니까"라고 했다.

 

이 후보는 앞서 수원 테마거리에서 진행한 연설에서는 대북 '선제 타격' 발언을 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 "안보를 갖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을 자극해서 이기는 전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평택역 광장 연설에서는 국민의힘을 향해 "미국과 중국 가운데 선택을 강요하거나 북한을 자극해서 불안감을 조성해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겠다는 집단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우리는 중미 관계에서 국익을 중심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수원과 오산, 평택, 안성 등에서 잇따라 진행한 즉석연설에서 추경(추가경정예산) 증액 논의를 위한 자신의 대선후보 긴급회동 제안을 거부한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말로는 35조원 지원하자 해놓고 뒤에 조건을 붙였다. 다른 거 쓸 거 아껴서 35조원이라고 한다. 이게 장난입니까.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이런 걸 이중플레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앞장 서서 35조원을 언급해 놓고 추경 증액 재원은 올해 본예산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후보는 평택 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도 "실망스럽게도 (윤 후보 측은) 뭐 그런 걸 가지고 만나냐, 더 할 얘기가 없다고 한다"며 "국민들이 더 고통받아야 표가 된다는 정치인이라면 퇴출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수원 방문해 연설하는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기도 수원시 매산로테마거리에서 열린 '매타버스 수원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후보는 또 윤 후보를 겨냥한 듯 "정치 보복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5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이 태산 같이 많은데 남의 뒤를 캐고 평소에 미웠던 사람 수사해서 없는 죄 만들어 뒤집어 씌우고 하는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보복 그런 것 하지 않겠다. 사람이 유능하면 내편네편을 가리지 않겠다"며 "좋은 정책이면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떠냐. 편을 가르지 않는 통합의 정치가 이재명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겨냥, "주가조작해서 개미 투자자들 거지 만들면 혼내야 한다"고 했고, 무속 논란과 관련해서는 "아무데나 돌 던져 주사위로 운명을 결정하면 되겠나. 국가의 운명은 과학적 토대 위에서 합리적으로 전문가 의견을 들어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퇴임 이후 가장 듣고 싶은 평가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제가 낸 결론은 '경제가 다시 살아나게 한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는 "전두환이 말한 가짜 정의사회 말고 진짜 정의로운,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며 "조선 말 정조 때와 같은 새로운 혁신의 나라, 완전히 개조된 희망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선조는 어떻게 했나. 편을 갈라서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보다가 결국 침략 당해 수백만의 백성이 죽었다"며 "똑같은 상황에서도 정조라는 뛰어난 지도자는 조선을 다시 한번 융성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민주 정권이 대선에서 이길 때는 많아야 3% (포인트), (다자 대결로) 갈라졌을 때를 제외하면 30만~50만표로 결판이 나는데 이번에 제가 보기에는 3만~5만표로 결판이 날 것 같다"며 경기도민의 전폭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문화재청 람세스2세 신전 복원사업 맡기로

 

이집트 라메세움 신전 앞에서 김현모 청장을 비롯한 한국 문화재청 인사들과 이집트 현지 관계자들이 찍은 기념사진.

 

기원전 13세기 고대 이집트 문명 최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파라오(제왕)로, 거대한 신전과 기념상을 숱하게 세웠던 람세스 2세의 유적이 3200여년 만에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의 신전이 사상 최초로 한국 문화유산 전문가들의 손길 아래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지난 20일 한국-이집트 정상회담을 계기로 룩소르 카르낙 신전에서 두 나라 문화유산 기관 고위급 회담을 연 데 이어 다음날 수도 카이로에서 김현모 청장과 이집트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사무총장 모스타파 와지리가 만나 문화유산 교류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집트는 회담을 통해 람세스2세의 신전이자 세계유산인 룩소르 라메세움의 복원과 발굴되지 않은 투트모세 4세 신전의 조사·복원에 참여를 요청했으며 김 청장이 제의를 흔쾌히 수용했다고 청은 전했다.

 

라메세움 신전은 나일강 서쪽 기슭에 있는 람세스 2세 시대의 유적으로 일부만 남아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의 도움으로 1990년부터 발굴조사와 유물 복원 작업을 해왔다. 문화재청은 내년부터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전문가들과 한국전통문화대의 연구 인력을 파견해 신전의 탑문 전체를 복원하고 진입로도 정비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이집트박물관, 콥트박물관, 고고연구센터 등 현지 박물관·연구소 6곳이 소장한 유물들의 디지털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21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김현모 한국 문화재청장과 모스타파 와지리 이집트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사무총장이 문화유산 교류협력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이집트가 문화재 보호·보존 협정 체결을 요청한 이래로 현지 조사를 거쳐 한국의 국가 문화재기관이 처음 유적 복원 사업을 벌이게 됐다. 그동안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로 국한됐던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ODA) 지역을 아프리카까지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람세스 2세는 고대 이집트 제19 왕조의 3대 파라오(재위 기원전 1279~기원전 1213)였다. 고대 이집트 역사에서 선대의 소년왕 투탕카멘, 후대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더불어 가장 널리 알려진 제왕이다. 시리아와 리비아 등지에서 정복전쟁을 벌였으며, 생전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거대한 조각상과 아부심벨, 라무세움 등의 신전과 장례시설 등을 제국 도처에 세웠다. 이 유적들은 오늘날 이집트 문명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상징물들로 남아있다. 노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