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제안 이재명 겨냥 “중범죄 후보의 정치공세용 물타기”

민주당 “토론 팽개치고 대권 잡겠다는 발상은 독재의 씨앗”

전문가 “토론은 지지후보 판단 결정적 계기…적극 참여해야”

 

공정과 소통?…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 MZ세대와 함께 공정과 공존의 일터를 말하다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정책토론 제안을 “중범죄자의 정치공세”라며 거부했다. “싸움밖에 안 된다”며 ‘토론 무용론’을 펴던 윤 후보가 상대 후보의 ‘자격’까지 문제 삼으며 토론 기피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윤 후보의 토론 거부는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전을 정책선거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나온다.

 

윤 후보는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금 과연 민주당 후보가 야당 후보와 국가의 비전을 놓고 이렇게 수도 없이 토론할 입장이 돼 있느냐”며 “중범죄가 확정적인,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런 후보와 국민들 앞에서 정해진 정도의 토론이 아니고, 이걸 마치 미래비전 얘기하는 것으로써 물타기하려는 정치 공세적 토론 제의를 받아들인다는 건 야당 후보로서 취하기 어려운 태도”라고 말했다. 윤 후보 본인도 고발 사주 의혹 등으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으면서, 이 후보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대장동 개발 의혹에 연루된 ‘중범죄자’로 규정하고, 이 후보의 토론 제안을 ‘정치공세용 물타기’라고 주장하며 토론회 거부의 이유로 든 것이다.

 

윤 후보는 ‘정해진 법정 토론 이외의 제안에 응할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과거 전례에 따라, 과거 양자대결이나 삼자대결이 됐을 때 합당한 수준의 토론은 당연히 해야하지 않겠나”라며 모호하게 답변했다. 2017년 대선 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사 주관 등 모두 6차례 토론이 있었다. 하지만 후보 간 합의가 안 되면 공식 선거운동 기간(내년 2월15일∼3월8일) 동안 선관위 주관 토론회는 3차례에 그칠 수 있다.

 

윤 후보는 그동안 “토론을 하게 되면 결국은 싸움밖에 안 난다”, “국민의힘 경선 (티브이 토론회를) 16번 했지만, 그 토론을 뭐 누가 많이 보셨느냐”(25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 티브이(TV)’ 인터뷰), “토론을 하려면 (이 후보가) 대장동 특검을 받고 여러 의혹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하라”(27일 대장동 현장 방문)며 티브이 토론회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하거나 조건을 달며 토론을 회피했다.

 

‘중범죄자와 토론할 수 없다’는 윤 후보의 발언에 민주당은 반발했다. 송평수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후보가 저주에 가까운 막말로 TV 토론을 또 거부했다”며 “윤 후보는 검사가 아니라 제1 야당의 대선 후보다. 그런 분의 입에서 다시 검사로 되돌아간 것처럼 상대 후보를 ‘확정적 범죄 혐의자’로 간주하고 직접 수사라도 할 것처럼 구는 오만한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토론 없이 하지 않는다”며 “토론을 내팽개치고 대권만 잡고 보자는 발상이야말로 독재를 낳는 씨앗”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도 1대 1 정책토론을 거듭 제안하며 윤 후보를 압박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선거 정강정책 연설에서 “국민들의 가벼워진 지갑을 다시 채우고, 어려워진 경제를 회복시켜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하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실력 있는 정당과 리더가 필요하다”며 “이 자리를 빌려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께 다시 한 번 정중히 요청드린다. 국민들이 보시고 판단하실 수 있도록 주 1회 정책토론을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지방소멸대응특별법안 국회 발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하다못해 신발 한짝 사더라도 비교할 기회 주지 않냐”며 “국가 운명과 국민 삶을 책임지겠다고 하면 마땅히 국민들께 판단의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티브이 토론이 부동층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효용이 있다며 대선 후보라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권자들은 티브이 토론을 통해 후보의 메시지와 말투, 분위기, 태도, 정치인으로서의 품위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결정적 계기로 삼는 경향이 크다”며 “또 토론회가 끝나고 나면 그 내용이 뉴스 등으로 재생산되는 등 영향력이 아주 큰데 윤 후보의 ‘토론 회피’는 이런 경향에 역행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도 “이번 대선에선 소위 양당 후보가 정책 경쟁을 해온 게 아니기 때문에 특히 중도 유권자들 입장에선 어느 대선보다 토론회를 통해 정책 능력과 비전을 알고자 하고, 티브이 토론회가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연서 이재훈 기자

 

이재명, 윤석열에 ‘주1회 토론’ 거듭 제안…“대선후보의 도리”

“국민들께 당면 과제 해결할 방안 보여드려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주 1회 정책토론을 거듭 제안했다.

 

이 후보는 28일 대통령 선거 정강정책 연설에서 “국민들의 가벼워진 지갑을 다시 채우고, 어려워진 경제를 회복시켜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하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실력 있는 정당과 리더가 필요하다”며 “이 자리를 빌려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께 다시 한 번 정중히 요청드린다. 국민들이 보시고 판단하실 수 있도록 주 1회 정책토론을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어떤 정책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누가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우리 국민들께 보여드리는 것이 국민의 일꾼이 되겠다는 후보들의 도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확정된 직후인 지난달 8일부터 윤 후보에게 정책토론을 줄곧 제안했다. 전날 페이스북에도 ‘토론의 힘!’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주권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치인은 들어야 할 의무가 있고, 정치인은 주권자에게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동의를 얻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한낱 말싸움으로 치부하며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자칫,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이해되기 쉽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토론하면 싸움밖에 안 된다”, “중범죄가 확정적인 후보의 물타기 정치공세”라며 이 후보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송평수 민주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은 “윤 후보가 저주에 가까운 막말로 티브이 토론을 또 거부했다”며 “윤 후보는 검사가 아니라 제1 야당의 대선 후보다. 그런 분의 입에서 다시 검사로 되돌아간 것처럼 상대 후보를 ‘확정적 범죄 혐의자’로 간주하고 직접 수사라도 할 것처럼 구는 오만한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토론 없이 하지 않는다”며 “토론을 내팽개치고 대권만 잡고 보자는 발상이야말로 독재를 낳는 씨앗”이라고 말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구차하게 토론회 핑계 대며 뒤로 숨을 게 아니라 같은 당 후보였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처럼 아직 준비가 덜 됐다, 공부하겠다고 국민께 양해를 구하라”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정강정책 연설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방안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후보는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며 △부분 보상이 아닌 완전 보상 △금융지원보다는 재정지원 △사후지원 아닌 사전지원을 기본원칙으로 해서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마침 야당에서도 50조원 또는 100조원 규모의 보상지원을 주장하고 있다”며 “정부와 야당에 조속하고 전향적인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주택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하다 여기는 만큼 주택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 민주당은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공급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겠다. 집이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없도록 금융제도, 조세제도, 그리고 거래제도 개혁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대선 ‘유튜브 토론’ 450만뷰 반응 폭발…검증 목마른 유권자

유튜브 채널 소통 창구로 ... “지상파 TV가 못 한 일 했다” 반응

경제 전문 삼프로TV 대담 호평...이재명-윤석열 영상 조회 수백만

후보는 전문 분야 정책 알릴 기회, 유권자는 후보 비교할 공간 ‘호응’

경제·게임 채널 등 2030 집중 공략...전문가 “깊이있는 토론 될 수 있어”

 

 ‘삼프로 티브이’ 화면 갈무리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문 유튜브 채널이 각 당 후보들의 정책 소통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특정 분야에 영향력이 높은 채널을 통해 정책을 직접 알릴 수 있는데다,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2030세대와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지난 2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각각 출연한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티브이(TV)’ 조회수는 28일 밤 현재 이 후보 편 273만회, 윤 후보 편 175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삼프로티브이’의 구독자는 171만여명으로, 주식 투자 등 경제 분야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가 주된 시청자층이다.

 

후보별로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방송에서는 자본시장 육성 방안에서부터 부동산 정책 방향 등 경제 현안 전반에 관한 내용이 다뤄졌다. 영상 댓글에는 “정치도 목소리 높여서 다투기보다 이렇게 차분하게 대화를 하니 너무 듣기 편안하다”, “지상파 티브이가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채널 분야 따라 전문성 있는 대담 기회

 

앞서 이재명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인 ‘김성회의 지(G)식백과’에 각각 출연했다. 이 후보는 게임업계의 현안인 ‘확률형 아이템’과 중국이 한국 게임에 허가(판호)를 내주지 않는 문제 등을 언급했고, 안 후보는 게임업계 규제 완화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각각 21일, 23일에 공개된 영상은 이 후보 75만회, 안 후보 44만회 등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각 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최근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지층 ‘핀셋 공략’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각 전문 채널마다 특정 관심사를 공유하는 유권자들이 있고, 영상 조회수 등을 통해 출연 효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영상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어 잠재적인 파급력도 상당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선거운동이 실질적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다양한 층위의 유권자들과 접촉면을 넓힐 수 있다는 점도 유튜브 출연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는 방송·신문 인터뷰 때 발언 전문이 실리지 않고 편집되는 부분에서 갈증을 느껴왔다”며 “풍부하게 자신의 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줄 매체로 유튜브를 찾았고, 특히 분야별로 전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해서 나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1월 말까지 영화, 경제 분야 등의 유튜브 채널 출연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윤석열 후보 쪽도 다양한 유튜브 채널 출연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공보단장은 “멀고 큰 얘기만 하다 보면 정작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에스엔에스, 특히 유튜브 채널 쪽으로 접점을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삼프로티브이’ 출연이 예정돼 있고, 기후위기와 차별금지법, 성평등 이슈 등을 다루는 전문 채널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정호진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정책 비전에 대해 긴 시간 밀도있고 세심하게 다룰 수 있어 (유튜브 출연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쪽 관계자도 “코로나19로 유권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 유튜브가 현안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 호응도 좋다”고 말했다.

 

“지상파가 못 한 일 해냈다”는 유권자들

 

미디어 전문가들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유튜브가 정파성 시비를 뛰어넘어 정책 검증의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존 ‘정통 미디어’의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진행 시간과 형식, 발언 형식 등이 자유로워 후보자의 ‘식견’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는 “유권자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후보의 구체적 의견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채널 운영자들이 미리 의견을 받아 ‘내가 직접 묻고 듣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며 “기존 토론회에서 잘 보지 못한 후보들의 어투, 어조, 자세까지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정통 미디어는 방송심의나 공정성, 객관성 때문에 시간, 주제, 배경 등 기계적 균형성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며 “에스엔에스 기반의 미디어는 연달아 질문을 하는 등 진행에 자유로운 부분이 있어 국민들이 보기에 깊이있는 토론이 될 수 있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심우삼 송채경화 김미나 김영희 기자

의혹 구체적 해명은 선대위 몫으로…사과문만 읽고 퇴장

윤 후보와 연애시절부터 유산경험까지 개인사 장황 언급

‘아내 역할만’ 발언에…선대위 “‘영부인 안 한다’까진 아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26일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12일 만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명은 없이 사과문의 절반 가까이를 개인사에 할애해 ‘내용 없는 감성 호소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씨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향한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늘 조마조마하다.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과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믿거나 말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다.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했던 것과 달리 태도를 바꿔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경력 부풀리기’를 인정한 것이다.

 

김씨는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대선 기간 후보 배우자로서 공개 행보를 최소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씨는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양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영부인 역할을 한다, 안 한다까지 (언급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 후보 배우자로서 공개 석상에 나타나는 일들을 나름대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가 낭독한 사과문의 절반가량은 국민에 대한 송구함보다는 남편인 윤 후보에 대한 미안함으로 채워졌다. 김씨는 윤 후보와 처음 만난 때를 언급하며 “검사라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등 자신감이 넘치고 호탕했고 후배들에게 베풀 줄 아는 남자였다”고 말했다. 또 “결혼 이후 아이를 어렵게 가졌지만 남편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며 개인적 경험도 언급했다. ‘허위 경력과 동떨어진 개인사를 언급하며 감성적인 호소를 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반면, 언론을 통해 제기된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김씨 본인의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김씨는 입장문만 읽고 질의응답 없이 바로 퇴장했다. 해명은 국민의힘 선대위가 대신 했다. 선대위는 김씨 관련 의혹과 해명을 정리한 14쪽 분량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김씨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9가지 항목으로 분류한 설명자료에서 김씨는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 등에 제출한 경력 일부가 ‘잘못 기재되거나 오인할 수 있는 표기였다’고 인정했다. 다만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 위조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유흥접객원 종사 의혹 등은 강력하게 부인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씨의 사과에 대해 “제 아내가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저도 똑같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앞으로 공식활동을 자제하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본인이 이야기한 대로(다)”라고만 했다.

 

‘감성에 호소한’ 김씨의 사과가 허위 경력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은 “그동안 제기된 김건희씨의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논평했다. 임재우 기자

 

‘부디 용서해달라’지만…정치권 “덮어놓고 사과 유감” “신파 코미디”

김건희씨 사과에 민주당 · 정의당  “의혹해소 안돼” 비판

이준석 대표 “아쉬운 점 있어도 용기는 긍정 평가했으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위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26일 허위 이력 등에 관한 대국민 사과를 하던 중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라고 말하면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7분가량 입장문을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바로 퇴장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씨는 검은색 바지 정장에 검은색 리본형 타이 차림이었다. 이마를 가리던 앞머리를 없앴고 단발로 머리 모양을 바꾼 김씨는 회견을 하기에 앞서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를 했다.

 

다소 긴장한 모습의 김씨는 작은 목소리로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한번씩 고개를 들 때를 제외하고는 김씨는 입장문을 읽은 7분 가운데 대부분의 시간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고 불찰이다”, “부디 용서해달라,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이 너무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할 때는 울먹이기도 했다.

 

김씨는 입장문을 다 읽은 뒤에는 카메라를 향해 다시 두번 90도로 인사를 한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구체적인 허위 경력과 관련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은 없었다. 대신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과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하며 미소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김씨가 이날 사과 회견을 하면서도 지금껏 제기된 허위 경력 의혹을 두고 스스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은 채 두루뭉술한 사과만 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남영희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그동안 제기된 김씨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오늘의 사과가 윤석열 후보 부부의 진심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김씨는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조차 밝히지 않았다”며 “국민들은 사과를 빙자한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러브스토리, 하소연, 가정사를 들어야 했다. 신파 코미디 같은 황당 기자회견이었다”고 말했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도 “윤석열이 왜 그토록 배우자를 숨기고 싶어 했는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이번 참극은 개 사과 건과 도긴개긴이다”라고 했다.

 

오현주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그동안의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 것이나, 허위 이력을 비롯한 여러 의혹에 대한 실체적 규명과 책임은 찾아볼 수 없어 유감스럽다”며 “알맹이가 빠진 ‘덮어놓고 사과’로는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윤 후보는 오늘 배우자의 대국민 사과가 본인이 말했던 공정과 상식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인지 스스로 자문해보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후보자 배우자의 용기는 각자가 보기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최하얀 임재우 기자

  

“저 때문에…” 울먹인 김건희, 지지율 위기에 ‘사과’ 떠밀렸나

“압박 과도” 태도 보이다…허위경력 의혹 12일 만에 사과나서

 

여론조사, 윤 27.7%로 이 36.6%보다 8.9%p 처져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에서 한 시민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이력 의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26일 허위 경력 기재 의혹이 제기된 지 12일 만에 공식 기자회견을 한 것은 당사자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를 막을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악재를 털고 새해를 맞아야 한다는 당내 위기감도 영향을 미쳤다.

 

김씨는 회견에서 “용서해주십시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며 감성에 호소했다. 김씨는 이날 회견에서 ‘윤석열’은 두 차례, ‘남편’을 13차례 언급했다.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 “그동안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대선 후보의 부인이 사과로 첫 공개 행보를 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대외 석상에 나오지 않았던 김씨가 직접 대국민사과에 나온 것은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띌 만큼 확연한 탓이다. 이날 나온 <시비에스>(CBS)의 서던포스트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27.7%의 지지율로 36.6%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당내에서는 새해를 맞기 전 지금의 가파른 하락세를 차단하지 못하면 상황이 어렵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적지 않았다. 윤 후보는 김씨의 허위 경력 기재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국민의힘 선대위 분란까지 겹치며 눈에 띄는 지지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김씨의 허위 이력은 윤 후보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에 치명타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지휘한 탓에 ‘내로남불 아니냐’ ‘잣대가 이중적이다’라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 후보가 김씨와 상의해 최종 결정한 뒤 전날 선대위에 개최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기자회견문은 김건희씨가 직접 쓴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윤 후보는 “(김씨에 대한) 압박이 너무 과도하다”며 직접 사과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으나, 당 안팎에서 이어지는 사과 요구를 외면하지 못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김씨의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윤 후보가 ‘역대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가 직접 사과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사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면서도 “그동안 후보를 아끼는 많은 분이 윤 후보께 (배우자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그런 말씀을 하셨고, 윤 후보가 김씨와 상의한 뒤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김씨의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김건희 리스크’에서 벗어나길 기대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사과가 필요한 부분이었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더 빨랐으면 (지지율 변화에) 좋았을 수도 있다. 이젠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가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생략한 채 처음 만난 날의 소회, 유산 경험 등을 언급하며 감정에 호소하고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떠난 까닭에 국민의힘의 ‘희망사항’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여론이 국민의힘의 해명에 수긍할지도 물음표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씨 대신 그와 관련한 의혹 해명 자료를 내어 다수의 허위 경력 기재 사실에 관해 “부정확한 기재”라며 김씨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확을 기해야 하는 이력서에 정교사와 강사 신분을 오인하고, 학교명을 헷갈리는 ‘실수’를 여러차례 반복한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나 기자

24일 서울중앙지법 공판 출석뒤 구치소 돌아온 직후

엑스레이 찍고 관찰중 어지럼증 등으로 외부병원 이송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24일 재판을 마친 뒤 구치소에서 쓰러져 외부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법무부 설명을 종합하면, 정 전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 재판에 출석한 뒤 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에 도착해 이동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이 과정에서 정 전 교수는 머리 등을 복도 바닥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즉시 엑스레이 검사 등 진료를 받고 경과를 관찰을 하던 중 두통과 어지럼증을 느껴 외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전문의 소견에 따라 당일 저녁 8시30분께 입원했다.

 

법무부는 “가족 등 외부에 알리기를 거부하는 본인 의사에 따라 26일에서야 가족에게 입원 사실을 통보했다. 진단 결과와 전문의 소견을 고려해 병원 쪽과 향후 진료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가족의 방문 면회는 제한된 상황이다.

 

정 전 교수는 조 전 장관과 함께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 마성영·김상연·장용범)는 24일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혐의 공판에서 “동양대 조교 김아무개씨가 임의제출한 동양대 휴게실 피시(PC), (조 전 장관 부부 자산관리인) 김경록씨가 임의제출한 조 전 장관 자택 서재의 피시, 조 전 장관 아들 피시에서 나온 증거들에 대해서는 모두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 전 교수는 사모펀드 투자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손현수 기자

선대위 합류 ‘쌀집 아저씨’ 김영희 피디 첫 작품

 

산타로 변신한 이재명 대선 후보 부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산타 복장을 하고 댄스배틀 등을 하는 동영상을 24일 저녁 공개했다. ‘특별한 오늘 하루를 위한 선물, 재명C와 혜경C의 크리스마스 캐럴’로 이름 붙인 이 영상에서 두 사람은 캐럴에 맞춰 랩도 부르고 춤을 추며 ‘부부애’를 뽐낸다. 민주당 선대위 홍보본부장으로 합류한 김영희 피디(PD)의 첫 작품이다.

 

이 후보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배틀곡으로 화제를 모은 ‘헤이마마’와 방탄소년단(BTS)의 ‘버터’ 춤을 따라했다. 또 랩으로 “코로나로 고통받는 신음소리/ 2021 네자로 말해보면/ 밟았네 똥/ 하지만 2022 달라지길/ 여기저기 웃음꽃이 피어나길/ 2022 네자로 외쳐보세/ 무야∼호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어 “잘봐, 몸치들의 싸움이다”라는 이 후보의 대사를 시작으로 이 후보와 김씨가 댄서들과 편을 나눠 ‘배틀’도 진행했다. 이 후보와 김씨가 춤을 춘 뒤 “즐거우셨습니까.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늘만큼은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시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크리스마스니까요”라고 말하며 동영상은 끝났다.

 

선대위는 이 후보 부부가 서툴게 춤을 연습하는 모습 등이 담긴 ‘메이킹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김혜경씨는 녹화 과정에서 이 후보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등 ‘부부애’를 과시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언론 간담회를 열어 “젊은 사람들이 잘 알고 유쾌한 노래들도 중간마다 넣는 등 계속 웃을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넣었다. 딱 3분 만이라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1월 1일 해돋이 행사로는 세계평화, 지구촌의 코로나 극복을 염원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생방송으로 국민께 보여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민주·열린민주, 공식 통합선언…합당 절차 돌입

열린민주당은 29~30일 이틀간 전 당원 투표

 

 최강욱 대표와 악수하는 송영길 대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가 11일 오후 국회 열린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해 최강욱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하고 합당을 공식 선언한다.

 

양당 대표 회동 이후 민주당은 합당을 위한 수임기구 구성, 최고위 및 중앙위 의결 등 내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열린민주당은 29~30일 이틀간 전 당원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10월 말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여권 대통합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민주당 우상호 의원, 열린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이 양측 대표를 맡아 지난달 18일부터 세부 논의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비례대표 정당으로 탄생한 열린민주당 소속 의원은 3명으로, 169석의 민주당은 통합시 총 172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