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찬반 설문조사' 단체 고발…취소 요구 승려들 출석통보

인터넷 방송서 종단 비판 노조간부 해고…"언로 막고 비판 불용"

 

찢긴 팻말=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에서 '승려대회 취소를 요구하는 불제자'라는 이름으로 모인 승려와 불교 신도들이 "코로나 시국에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승려대회를 취소하라"고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던 중 회견 내용에 반대하는 한 승려가 다가와 회견 참석자가 들고 있던 팻말을 뺏어 찢은 뒤 회견 중단을 요구했다. 한 회견 참가자가 승려와 실랑이 뒤 찢긴 팻말을 들고 있다.

 

조계종이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 연 전국승려대회 등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이들을 겨냥해 형사고발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3일 불교계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원은 승려대회 개최와 관련해 전국 승려들을 대상으로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한 시민단체 정의평화불교연대(정평불)와 이 단체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이도흠 대표를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은 당일 보도에서 "종단은 정평불이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인 휴대전화 번호를 정보주체 동의없이 수집해 사용했고, 동의 하에 번호를 수집했더라도 당초 수집 목적의 범위를 벗어나 설문조사에 이용했다는 점을 근거로 개인정보보호 위반으로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전했다.

 

정평불은 조계종이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기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강행하기로 하자 19∼20일 승려 1만여명을 대상으로 문자 메시지로 찬반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결과 응답한 승려 942명 중 반대가 601명(64.4%)으로, 찬성 301명(32.4%)의 두 배에 달했다.

 

경찰에 고발당한 이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휴대전화 번호) 자료는 종단개혁 운동 당시 스님들에게서 직접 받은 것"이라며 "승려대회라는 초미의 관심사에 대해 스님 의견을 물어본 것으로 공익 성격이 강하며, 익명성도 유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전국승려대회 취소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승려 3명에 대해서도 종단의 수사기관 격인 호법부로 나와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허정스님 등 승려 3명은 승려대회를 일주일가량 앞둔 지난달 13일 서울 조계사 일주문 인근에서 신도 10여명과 함께 "코로나 시국에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승려대회를 취소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승려대회 취소 회견에 반대하는 승려= '승려대회 취소를 요구하는 불제자'라는 이름으로 모인 승려와 불교 신도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에서 "코로나 시국에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승려대회를 취소하라"고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던 중 회견 내용에 반대하는 한 승려가 다가와 회견 참석자가 들고 있던 팻말을 뺏어 찢은 뒤 회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허정스님은 최근 전화통화에서 "(조계종 총무원이) 승려대회 취소를 요구하는 승려들의 발언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못하고 등원 공고(출석요구)를 내어 징계하려는 것은 승려의 자주권을 파괴하는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허정스님 등을) 호법부가 부른 이유는 절차에 따른 것으로, 승려대회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달 26일 불교계 매체의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종단에 비판적인 발언을 전국민주연합노조 조계종 지부 박정규 홍보부장을 해고했다.

 

총무원은 "(박 부장이) 종단의 종정과 총무원장 스님을 아무런 근거없이 비하했다"며 "신도이자 종무원으로서 기본적인 자세 및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종단에 봉직하는 구성원으로서 자격을 유지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중징계 사유를 밝혔다.

 

조계종 노조는 해고 조치에 강력 반발했다.

 

이 단체는 입장문을 내 "불교 전통에 비추어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부정되는 것은 비불교적이며 전근대로의 회귀일 뿐"이라며 "건전한 비판을 징계해고라는 무딘 칼로 단죄하고자 하는 것은 노조탄압이며 부당노동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련의 종단 조치를 두고 불교계 시민단체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신대승네트워크는 3일 입장문을 내 "종단에 대한 비판은 자유로워야 하지만 현재 종단은 언로를 막고 있다"면서 "종단의 건강성을 높이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비판도 강해야 한다. 종단은 열린 자세로 비판을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조계종은) 징계와 고발을 철회하고 비판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일 오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최근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일련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이 조속히 대화로 나오도록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정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통화에서 “한반도 문제는 대화를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두 장관은 “한미일 협력 및 우르카리아, 미얀마 등 주요 지역의 최근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코로나19 대응 등 글로벌 현안 관련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며 “특히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미측은 한국의 기여와 역할을 평가했고 우리측은 백신 및 의료물자 생산 역량 등을 기반으로 미측과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미 외교장관의 전화 통화는 1월15일 이후 3주 만이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 등을 협의했다. 이제훈 기자

 

정의용, 일 외상과 첫 통화…“사도광산 등재 추진에 깊은 실망” 항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 오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일본 정부가 한국인 강제노역의 아픈 역사를 외면한 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함께 항의의 뜻을 표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정의용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올바른 역사인식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근간임을 지적”하고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2015년 ‘일본 근대산업시설’ 등재 때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 조처부터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어 정 장관은 “이러한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일본 정·관계에서 일본 정부가 스스로 표명해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본 정부가 이에 동조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아울러 정 장관은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쪽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한편, 일본 수출규제·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 두 나라의 현안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

 

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북한의 1월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한일, 한미일 사이 협력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지난해 12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서 만나 잠깐이지만 직접 대화를 나눴는데,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훈 기자

 

일본 언론 “미국, 한-일 갈등이 북한 대응 방해…개선 촉구”

   일본 <닛케이> 보도… ‘사도광산’ 문제로 더 악화

   2일 미 · 일 외교장관 전화회담서 한-일 관계 언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21일 밤 10시부터 약 80분 동안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일본 총리 관저 누리집 갈무리

 

미국이 계속 악화되는 한-일 갈등이 대북 대응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일본에 관계 개선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2일 전화회담을 갖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지역 정세를 이야기하면서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 받았다”며 “상세한 내용은 외교상의 일이라 삼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튿날인 3일 “한-일 사이에 엇박자는 조 바이든 정부에 걱정거리다. 한-일 대립이 계속되면 북한이 이 틈을 노려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면서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본격화될 때마다 한·미·일 세 나라의 긴밀한 공조를 강조해 왔다. 북한은 연초부터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의 유예 조처(모라토리엄)의 철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달 30일엔 일본 전역과 미국 영토인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을 2017년 이후 4년여만에 발사했다. 미국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한 대러시아 대응과 대만 해협을 둘러싼 중국과 갈등 등 ‘두 개의 전선’에서 고된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북한까지 급박한 과제로 부상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일 관계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어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일 관계는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자 등 역사문제 등이 이어지며 최악의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더해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강제동원이 대규모로 이뤄졌던 니가타현 사도광산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강행하면서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28일 사도광산 추천 결정을 발표하기 전에 주일 미국대사관 레이먼드 그린 수석 공사에게 사전에 설명을 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한편, 미국의 요청으로 이달 12일 하와이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대면 회담 일정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만남에선 북한에 대한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광고비 지원 의혹 재수사를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두고 대검찰청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박 청장의 깐깐한 수사 검토가 그의 친정부 성향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부터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수사에 착수하려 한 점, 사표까지 던질 정도로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박 차장이 공식적인 이의제기 절차는 밟지 않은 점 등을 두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표 외에 달리 방법 없었나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는 성남에프시 광고비 지원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의제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2018년 7월 시행에 들어간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대검찰청 예규)에 따라 상급자의 수사 지휘에 대한 적법성·정당성을 두고 이견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수사검사는 이의제기서를 작성해 상급자(기관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 이의제기서를 받은 상급자는 이를 상급 검찰청에 보고해야 한다. 이의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해당 검사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

 

지난달 25일 박 차장이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고 대응도 해봤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검찰 내부에서는 박 차장이 이의제기 제출 등 수사검사가 할 수 있는 공식 절차를 다 밟고도 본인의 뜻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었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사 진행 과정에서 하급자와 상급자 사이에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를 조율하기 위해서 이의제기라는 절차가 있다. 상명하복 조직문화 때문에 현장 검사들이 이의제기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상급자와의 갈등을 사실상 드러내며 사표를 쓰는 것보다 이의제기하는 것이 훨씬 쉽다. 어렵게 사표를 쓰면서 그 전에 왜 이의제기는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중인 사안에도 금융자료 요청

 

성남에프시 의혹 수사는 2018년 6월 바른미래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제3자뇌물제공 혐의로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에프시 구단주로 있으면서 여러 기업으로부터 광고비 명목으로 160여억원을 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3년3개월 수사 끝에 경찰은 지난해 9월 무혐의 결론을 냈지만, 고발인 쪽이 이의제기를 하면서 성남지청으로 사건이 송치됐다.

 

검찰 정기인사로 지난해 7월 성남지청으로 부임한 박하영 차장검사는 얼마 뒤 성남에프시 의혹과 관련해 대검에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를 요청했지만 대검은 이를 반려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대검 차원의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다.

 

대검 설명은 다르다. 박 차장검사 등이 자료를 요청한 시점은 여전히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때였는데, 수사기록도 넘어오기 전에 검찰이 금융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검은 “성남지청은 수사 중인 범죄사실 외에 경찰에서 별도로 수사 진행 중인 내용(사건 송치 전)까지 포함해 금융정보 자료제공 요청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절차상 문제가 있어 재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지적한 것이고 성남지청도 이를 받아들였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에 사건이 넘어온 것이 지난해 9월이다. 두달가량 앞선 지난해 7월에 검찰에 송치되지도 않은 사건의 금융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했다.

 

대선후보 수사를 지청 차장검사 전결 처리?

 

박은정 지청장이 직접 8500여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검토한 점, 그가 금융정보분석원 자료 조회 의뢰를 차장검사 전결에서 지청장 전결로 바꾼 점,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서도 중요 사안일 경우 지청장에게 결재를 받도록 규정을 바꾼 점을 놓고도 수사 무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검찰 내부에선 대선 후보 관련 수사 진행을 부장검사급인 지청 차장검사 선에서 결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수사 실무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전결 처리가 원칙이지만 중요 사건일 경우 결재선이 검사장 등 상급 단위로 올라가며, 대선 후보 관련 수사의 경우에는 검찰총장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 조국 관련 영장을 부장 전결로 진행했겠느냐”고 했다. 다만 이 간부는 “박 지청장은 내부 이견이 있는 데도 사건을 지나치게 오래 검토하다 대검에 늦게 보고했다. 박 차장 역시 이의제기도 안 하면서 사표부터 던졌다. 두 사람 모두 내부 의사결정의 미숙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은정 지청장이 친여 성향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여당 대선 주자 관련 수사 무마 의혹이 부각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 지청장은 법무부 감찰담당관 시절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및 징계 청구 실무를 주도한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상관인 류혁 감찰관에게 보고 없이 감찰 조사를 시도해 ‘상관 패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전광준 기자

 

검찰, ‘황무성 사퇴 압박 의혹’ 이재명 · 정진상 무혐의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직서 본인이 작성…공모지침서 위조 증거 없어”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지난해 10월24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 압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전 성남시·경기도 정책실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황 전 사장 사퇴 압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 후보와 정 부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녹취록, 사직서, 관련 공문 등을 종합한 결과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다른 피의자들과 공모하여 황 전 사장의 사직을 강요(협박)했다거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황 전 사장 명의의 사직서는 본인이 작성 및 전달한 것이고,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도 결재 과정에 비춰 볼 때 위조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가 자신도 모르게 바꿔치기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에 대해서는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해 10월 공사 초대 사장을 지낸 황 전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며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인 2015년 2월6일 유한기 전 본부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정진상 부실장 등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내용이 담긴 40분 분량의 녹취파일을 확보했다. 이 녹취록은 국민의힘 등을 통해 공개됐고, 한 시민 단체는 이 후보와 정 부실장 등이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이들을 고발했다. 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이서 오는 6일 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고발인이 재정신청을 해 시효는 중지된 상태였다. 재정신청은 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대신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로, 공소시효 만료 30일 전까지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을 때도 검찰 처분 전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검찰은 “고발인이 재정신청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에 대해 불기소처분하면서 사건 기록을 법원에 송부하기 위해 오늘 서울고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서면 조사 등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공보검사는 “관계인 진술 등에 비춰 지시, 공모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검찰은 조사가 이뤄졌다면 그 결과를 밝혀야 하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는 대장동 사건을 다루는 검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박용현 | 논설위원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정영학 회계사와 통화하면서 “윤석열이는 형(김씨 본인을 지칭)이 갖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말한 녹취록이 보도됐다. 아직 일방적인 발언일 뿐이고, 사실일 경우 ‘카드’의 내용이 뭔지도 봐야 한다. 하지만 맥락상 그 자체로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우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씨의 관계는 이미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윤 후보 부친이 급히 내놓은 단독주택을 김씨 누나가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에 대한 유일한 해명은 ‘지극한 우연’이라는 것뿐이었다. 개를 키우기 위해 마당 있는 집을 물색했다는 김씨 누나는 그 집에 살지도 않는다. 의문투성이다. 또 윤 후보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때 대장동 사업자에게 1천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알선한 조아무개씨를 처벌하지 않은 사실도 논란이 됐다(조씨는 이후 수원지검의 재수사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윤 후보는 주임검사였고, 조씨의 변호인은 윤 후보와 검사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조씨에게 박 전 특검을 변호인으로 소개해준 사람이 김만배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2015년 화천대유에 5억원을 송금하고 화천대유 고문을 지냈으며, 딸이 화천대유에 취직해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런 맥락 속에서 김만배씨의 ‘카드’ 발언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또 하나의 판단 자료가 된다. 윤 후보는 김씨와는 “상가집에서 눈인사 한번 한 사이”라고 했다. 이 해명의 진위는 유권자들의 후보 평가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녹취록에서 김씨가 윤 후보를 언급한 짧은 대목의 앞뒤로는 전혀 다른 화제의 대화가 오간다. 정영학 회계사가 화제를 돌려 묻는다. “참, 정신이 없으시지 않으셨나요? 윤석열 특검부터 해갖고. 특검이 아니라, 그 국감.” 녹취 시점인 2020년 10월26일은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가 그해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크게 주목받은 며칠 뒤였다. 김씨는 당시 언론사에 몸담고 있었다. 근황을 묻는 정 회계사의 말에 김씨는 ‘카드’ 발언으로 답한다. 뜬금없게 들리는 대화다. 이 ‘뜬금없음’이 오히려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불쑥 드러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운다.

 

검찰이 녹취록을 검토했다면 ‘카드’의 진위 및 내용을 조사할 필요성을 충분히 느꼈을 법하다. 표현의 수위로 볼 때도 김씨가 말하는 ‘카드’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내용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검찰은 조사가 이뤄졌다면 그 결과를 밝혀야 하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는 대장동 사건을 다루는 검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사건은 업체 선정 및 사업 설계 과정의 특혜 의혹과 정관계·법조계에 대한 로비 의혹을 두 축으로 한다. 검찰 수사는 전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반면, 이른바 ‘50억 클럽’을 위시한 로비 의혹 수사는 5개월이 넘도록 지지부진했다.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누가 봐도 상식 밖인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곽상도 전 의원은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검찰은 두달 만에야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4일 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 김만배-정영학 대화 녹취록에는 “○○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을) 달라고 그래. ○○ 통해서” 등 금품 요구와 전달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까지 나오는데 검찰 수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한다. 박영수 전 특검은 지난해 11월 한 차례 소환조사한 뒤 수사 진척이 감감무소식이다. 비교적 최근까지 검찰에 몸담았던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나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아예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여론에 밀려 수사하는 시늉을 내면서도 ‘검찰 식구’는 최대한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윤 후보 관련 발언을 조사하지 않았다면 검찰 수사가 원칙이 아닌 정치적 고려에 좌우됐다는 뜻이 된다.

 

이와 관련해 녹취록을 내놓지 않으려고 애쓰던 검찰의 태도도 곱씹게 된다. 검찰은 이 녹취록을 결정적인 수사 증거로 사용해놓고, 정작 기소된 피고인 쪽에는 복사를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복사된 녹취록이 언론에 유출돼 보도된다는 등의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원칙에 따라 복사를 허용했다. 검찰은 왜 원칙을 거스르면서까지 그토록 녹취록을 넘기지 않으려 했는지 궁금하다.

 

녹취록은 검찰의 수사자료를 넘어 이제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이 됐다. 대장동 사건이 대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의 원칙상 피고인 쪽에 넘겨야 하는 것은 물론, 이 시점에서는 국민에게도 공개해야 마땅하다. 검찰이 선별한 내용만 공개되고, 국민의 판단이 거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선거라는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것은 검찰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유명한 판결이 지적하듯, “언론과 공론의 영역에서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진실의 파수꾼이 돼야 한다. 헌법은 공권력이 우리를 대신해 진실·거짓을 가려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황무성 사퇴 압박 의혹’ 이재명 · 정진상 무혐의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직서 본인이 작성…공모지침서 위조 증거 없어”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지난해 10월24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 압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전 성남시·경기도 정책실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황 전 사장 사퇴 압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 후보와 정 부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녹취록, 사직서, 관련 공문 등을 종합한 결과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다른 피의자들과 공모하여 황 전 사장의 사직을 강요(협박)했다거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황 전 사장 명의의 사직서는 본인이 작성 및 전달한 것이고,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도 결재 과정에 비춰 볼 때 위조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가 자신도 모르게 바꿔치기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에 대해서는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해 10월 공사 초대 사장을 지낸 황 전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며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인 2015년 2월6일 유한기 전 본부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정진상 부실장 등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내용이 담긴 40분 분량의 녹취파일을 확보했다. 이 녹취록은 국민의힘 등을 통해 공개됐고, 한 시민 단체는 이 후보와 정 부실장 등이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이들을 고발했다. 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이서 오는 6일 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고발인이 재정신청을 해 시효는 중지된 상태였다. 재정신청은 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대신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로, 공소시효 만료 30일 전까지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을 때도 검찰 처분 전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검찰은 “고발인이 재정신청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에 대해 불기소처분하면서 사건 기록을 법원에 송부하기 위해 오늘 서울고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서면 조사 등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공보검사는 “관계인 진술 등에 비춰 지시, 공모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