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 위한 가장 실효적 방안"


탄핵은 보수화한 헌법재판소 통과 못할 우려 높아
임기 2년 단축 개헌은 신속한 추진 등 여러 장점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 통해 시민들이 직접 심판
5‧18 정신 전문 수록, 대통령 4년 중임제도 포함

'87년 체제' 극복 위한 본격 개헌은 차기 정권서
"암담한 시국에 돌파구 만들려는 충정 받아주길"
"탄핵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 모색 안 할 수 없어"

 

김상근 목사(가운데)를 비롯한 시민사회 원로들이 3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비상시국회의
 

민주화와 인권 운동,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생을 힘써온 시민사회 원로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하는 개헌에 나서자고 긴급 제안했다. 무능과 폭정으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을 조기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임기 단축 개헌이 가장 실효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탄핵의 경우 여권의 필사적인 저항과 지루한 법리 논쟁, 그로 인한 사회적 분열 및 혼란이 예상되고 특히 보수화한 헌법재판소를 통과하지 못할 우려가 높다는 점을 짚었다. 반면 임기 단축 개헌은 다양한 정치세력의 연대를 통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이 직접 심판함으로써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 따라 이번엔 현직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중심으로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을 담고, 그밖에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본격적인 개헌은 차기 정권에서 책임 있게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사회 원로들은 3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비상시국회의 주관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정치권에서 공론을 모아 하루빨리 개헌에 착수할 것을 요청했다. 회견장에는 김상근 목사,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 안재웅 전 한국기독교 민주화운동 이사장,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장임원 전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의장, 황순식 전국비상시국회의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김상근 목사가 3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제안하는 시민사회 원로들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마이TV 중계 영상 갈무리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 상임공동대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KBS 이사장 등을 지냈으며 올해 85세인 김상근 목사는 인사말에서 "국민 여러분, 정치인 여러분, 나라가 무척 혼란스럽다. 오늘 이 난국을 어찌 해야 할까 온 국민이 걱정한다"며 "저희도 걱정하고 숙고해 왔다. 저희는 지난 엄혹한 시기 인권, 민주화, 남북 화해를 위해 함께 해왔던 동지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나이 많아져서 일선 활동을 못하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 없어 오늘 국민 여러분께, 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진중하게 제안을 하고자 한다"면서 "길지 않게, 그러나 깊이 숙의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그 일가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8년 전 국정농단으로 탄핵받았던 박근혜 대통령보다도 더 낮다"면서 "이미 윤석열 정권은 국민으로부터 심리적 탄핵을 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이 더 이상 나라를 망치기 전에 하루속히 종식돼야 하지만 법, 제도적 규범과 정치권의 상황은 이것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원로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국민 여러분,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채 나라를 망가뜨리면서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현실에 얼마나 답답하고 고통스러우시냐"며 "윤석열 정권의 폭정으로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이 암담한 시국에 작은 돌파구라도 만들어 보려는 저희들의 충정으로 오늘 이 제안을 내놓으니 받아들여주시기를 간청한다"고 했다.

이들은 우선 "탄핵이 거론되고 있지만 보수화된 헌법재판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고 여권도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 예상되므로 조기 퇴진의 실효성이 있는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실현시키는 데는 ▲임기 단축 개헌을 신속하게 종결한다 ▲면책을 허용하지 않는다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이 직접 심판한다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이 3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제안하는 시민사회 원로들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비상시국회의
장임원 전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의장이 3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제안하는 시민사회 원로들의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전국비상시국회의
 

이어 임기 2년 단축 헌법 개정의 구체적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하는 헌법 개정으로 정리한다.

둘째,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본문에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에 관한 내용을 담는다. 부칙에 현직 대통령 임기를 2년 단축한다는 규정을 둔다.

셋째, 87년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의 부족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조항들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여 7공화국의 새 시대를 여는 본격적인 개헌은 차기 정권에서 책임 있게 추진돼야 한다.

이들은 임기 단축 헌법 개정의 장점으로 ▲지루한 법리 논쟁이 필요하지 않고 신속한 절차가 가능하다 ▲110일 이내에 국민투표까지 거쳐 확정할 수 있다 ▲탄핵 제도에서 소외될 수 있는 국민이 직접 참여해 심판하게 된다 ▲탄핵을 할 때와 달리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안정적인 정권 이양이 가능하다 ▲탄핵을 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다양한 정치세력의 연대가 가능하고 여권과의 타협도 가능해진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들은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저희들이 토론을 통해 정리해 보았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현실을 타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에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국민들께서 전쟁 불안, 경제 위기,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임기 단축 개헌 제안자는 총 24명으로 명단은 다음과 같다.

권영길(초대 민주노총 위원장), 김상근(목사), 김중배(전 MBC 사장), 박석무(다산연구소 이사장), 송기인(신부), 신낙균(전 문화관광부 장관), 신인령(전 이화여대 총장),신홍범(전 조선투위 위원장), 안재웅(목사‧전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 염무웅(문학평론가), 이만열(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부영(동아투위 위원장), 이부영(전 전교조 위원장), 이선종(원불교 교무), 이우재(매헌 윤봉길기념사업회 명예회장), 이창복(전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이해동(목사), 임헌영(문학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장), 장임원(전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의장), 정성헌(전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청화(스님), 최병모(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표), 함세웅(신부),황석영(작가)

 

민주화운동 원로들이 20일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1500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9.20. 이호 사진작가
 

■ 사회원로 기자회견문 전문

<윤석열 정권 조기종식을 위한 임기 2년 단축 개헌이 필요합니다>

국민 여러분,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채, 나라를 망가뜨리면서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현실에 얼마나 답답하고 고통스러우십니까. 국민 여러분의 은혜 덕택에 살아온 저희들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국민 여러분과 정치권에 저희 나름의 제안을 드립니다.

윤석열 정권의 등장으로 시작된 검찰 독재는 무지 무책임 무대책의 폭주 끝에, 남북대결을 넘어 국제전쟁에 참여하여 국내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무모한 자살적 안보외교정책을 드러내고 있으며, 대외교역 역조로 무역적자가 폭증하고 대기업들이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고용감축, 중소기업들의 도산, 서민경제의 마비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통령 부부와 주변세력의 예산낭비, 부정부패, 권력남용, 특히 의료대란 피해 등 정책실패가 걷잡을 수 없이 드러나는데도 저들은 전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낯 두꺼운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으로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이 암담한 시국에 작은 돌파구라도 만들어 보려는 저희들의 충정으로 오늘 이 제안을 내놓으니 받아들여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아래와 같이 저희들의 제안을 정리하겠습니다.

1. 국민 여러분의 분노와 실망이 엄청나기 때문에 정치권이 제대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습니다. 탄핵이 거론되고 있지만 보수화된 헌법재판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고 여권도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 예상되므로 조기퇴진의 실효성이 있는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대통령의 조기퇴진을 실현시키는 데는 "가. 임기단축 개헌을 신속하게 종결한다 나, 면책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이 직접 심판한다"라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진행될 것입니다.

3. 임기 2년 단축 헌법개정의 구체적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하는 헌법개정으로 정리해야겠습니다.

둘째,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와 함께 부칙에 현직 대통령 임기를 2년 단축한다는 규정을 두기로 합니다.

셋째, 87년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의 부족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조항들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여 7공화국의 새 시대를 여는 본격적인 개헌은 차기 정권에서 책임 있게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4. 임기단축 헌법개정의 장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루한 법리논쟁이 필요하지 않고 신속한 절차가 가능합니다. 110일 이내에 국민투표까지 거쳐 확정될 수 있습니다. 탄핵제도에서 소외될 수 있는 국민이 참여하여 직접 심판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탄핵의 경우와 달리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여 안정적인 정권 이양이 가능합니다. 탄핵의 경우보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연대가 훨씬 더 가능하고, 여권과의 타협도 가능해집니다. 무엇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에게도 책임을 지게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국민 여러분께서 우려하고 계신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저희들의 토론을 통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특히 현실을 타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에서 진지한 검토와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국민들께서 전쟁불안, 경제위기,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에서 벗어나실 수 있도록 노력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아침햇발]   이대로면 식물 대통령, 자진사퇴, 탄핵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황준범 | 논설위원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단축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게 거북하지 않은 정국이다. 31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씨에게 “공천관리위에 김영선이 경선 때 열심히 뛰었으니까 (공천) 좀 해주라고 했다”고 말하는 육성이 공개돼 사람들이 ‘이러다 탄핵인가’ 또 술렁였다.

조국혁신당은 앞장서 “탄핵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조국 대표는 서울 서초동 대통령 탄핵 집회(10월26일)에 3000여명이 참석한 것을 언급하면서 “오동잎 하나가 떨어지면 가을이 온 줄 안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지금 오동잎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맥락은 다르지만 여당에서도 탄핵 언급이 잦아졌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30일 ‘보수의 혁신과 통합’ 토론회에서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2016년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와 똑같다. 데자뷔, 기시감이 든다”고 했다. 8년 전 여당이 친박 대 비박으로 분열해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했는데, 지금의 여권 분열 또한 탄핵을 부를 수 있으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이 임기단축 개헌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정치 원로나 논객들도 부쩍 늘었다.

실제로 현재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와 유사점이 적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을 비교연구한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 탄핵 결정요인 분석’ 논문에서 ‘여당 분열’ 등 몇 가지를 탄핵 요인으로 꼽았다. 지금 여권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회복불가의 관계이고, 당은 친윤 대 친한 갈등으로 살얼음판이다. 여당이 직전 총선에서 패배해 여소야대의 ‘분점정부’라는 점도 8년 전과 지금의 공통점이다. 이런 구도일수록 ‘대통령 리더십’이 잘 발휘돼야 하는데, 박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도 의회를 적대시하고 대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탄핵소추에 취약해진다. ‘대통령 인기’ 측면에서 윤 대통령도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훨씬 높다. ‘스캔들’이 탄핵 촉발의 중요 요소인데, 명태균씨를 고리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이 추가되면서 파문이 번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차이점이 있다. 8년 전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통해 대통령의 불법 행위가 확인된 뒤 탄핵소추와 심판이 이뤄졌다. 반면, 지금은 검찰 등 사정기관이 윤 대통령 부부를 철통같이 보호해주고 있어, 수사 결과로 나온 게 아직 없다. 시민들의 분노도 아직은 8년 전처럼 거리의 대규모 촛불로 불붙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탄핵으로 보수가 궤멸하고 정권을 내준 기억이 또렷한 여당이 또다시 탄핵에 동참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매우 낮다.

이 모든 게 다 ‘아직은’ 그렇다는 얘기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반을 일상화된 ‘임기단축 또는 탄핵 얘기들’에 둘러싸인 채 보낼 건가.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대로 가면 남은 길은 ①식물대통령 ②자진사퇴 ③탄핵이다.

윤 대통령이 적당한 땜질과 시간끌기로 위기를 넘기려 한다면 식물대통령이 될 것은 자명하다. 대통령이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을 말해도 공허하게 들리고, 비상한 외교·안보 상황에서 내놓는 발언에도 100% 믿음이 가지 않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조롱거리가 되고, 국정 동력은 실종되고, 국민들은 계속 스트레스 받는 2년 반이라면, 끔찍하지 않나.

식물대통령 상태에서 국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다면, 윤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치지 않고 자진사퇴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그마저도 거부한다면 민심의 폭발로 탄핵의 길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식물대통령, 자진사퇴, 탄핵 모두 국가적 불행이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분명하다. 김 여사 문제를 포함한 국정 전면 쇄신 밖에 답이 없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해 국민이 볼 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단호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과는 기본이고, 제기되는 의혹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길이다. 문제될 게 없다면, 특검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나. 정부가 이 위기에 이를 때까지 대통령과 그 배우자 옆에서 곁불만 즐긴 참모와 공직자들도 바꿔야 한다. 2년 반은 그냥저냥 참아내기에 너무 긴 시간이지만, 새출발하기에도 아직은 늦지 않은 시간이다.    < 한겨레 황준범 논설위원 > 

 

    

11월2일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 개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북한의 대남방송으로 소음 피해를 보고 있는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마을을 방문해 북한 대남방송 소음피해 주민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이 공개된 데 대해 “일종의 정치적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김건희 특검만이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며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육성으로 공천 개입 정도를 넘어서서 사실상 공천을 지휘·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이기 때문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김민석 최고위원 등 당내 지도부를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그는 “(회의에서) 우리 당으로서는 일종의 정치적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하고 그 대응도 비상하게 해야겠다는 얘기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는 당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김건희 특검’ 추진을 위한 집회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문자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무책임, 무능력, 무대책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국정은 상실되었고, 의혹은 짙어졌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공정함을 잃은 검찰은 움직이지 않는다. 여당은 국민의 분노도 외면하며 눈치 보기에 여념 없다”며 “공정과 상식을 찾을 수 없는 지금, 김건희 특검만이 진실을 밝힐 수 있다.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11월14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11월2일 서울역 인근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11월2일 토요일 2시, 숭례문 광장에서 함께 불의에 맞서달라”며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고 강조했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국힘 제공 안심번호로 대선 여론 조작 가능했다

● COREA 2024. 11. 1. 00:5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캠프 관계자 "안심번호여도 조작 가능" 직접 시연


명태균 받았다는 국힘 당원 57만명 명단 실체
"로그 파일만 있으면 안심번호로도 성향 파악"
"지역서 받은 실제 명단과 대조하면 거의 맞혀"
"정답 알고 여론조사 형식만 빌려 추세 만들어"
"이준석 '안심번호'라고 해명했다지만 옹색해"

조사 전문가 "원시적이지만 가장 악질적인…"
"2%든 5%든 조작 가능…실제로 적발되기도"

 

명태균 씨 모습.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명태균 씨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직전 57만 명 규모의 당원 명단을 확보해 윤석열 후보를 위한 여론왜곡 조사를 시행했다는 의심을 사는 가운데,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명 씨가 입수한 것과 같은 자료를 입수했다. 해당 자료를 분석해보니, 안심 번호 당원 명단만으로도 누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충분히 파악되도록 추가 분석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유출된 당원 명부가 안심 번호로 돼있기 때문에 문제 될 소지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명 씨가 정확히 여론조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는 추가적인 파악이 필요하지만, 국민의힘 개별 당원들의 후보 지지 성향을 파악하고 그 자료를 기반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치독>이 접촉한 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캠프 출신 관계자는 "당에서 준 자료가 너무 세부적으로 제공됐다. 안심 번호만으로도 당원들의 투표 성향을 예측해 실제로 맞춤형 선거운동을 했다"며 "명태균 같은 업자들이 여론조사 조작을 하기에 너무 좋게 자료가 제공됐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가 시연한 '여론 만들기' 기법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ㄱ후보 캠프 참모이자, 경선 뒤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도 활동한 ㄴ씨는 30일 탐사보도그룹 <워치독>팀과 만나 2021년 10월 15일 국민의힘이 각 후보 캠프에 제공한 57만여 명 안심번호 당원 명단 자료를 공개했다. 명단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10월 8일 국민의힘은 경선을 거쳐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 4명의 후보에게 이 자료를 제공했다고 한다. 

ㄴ씨는 "당에서는 공정하다고 하지만, 명태균 같은 선수가 있다면 여론조사 조작을 할 수 있는 구조의 자료가 제공됐다"면서, 대선 경선 당시 국민의힘 자료로 어떻게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 수 있는지 시연했다.

 

2021년 10월 15일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캠프에 배부된 57만여 명 국민의힘 책임당원 및 전당대회 대의원 명부. 0503으로 시작되는 안심번호 명단에는 김**, 이** 등으로 비실명처리된 이름과 함께 '남성, 서울, 종로구' 등 각 번호의 성향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다. 2024.10.30. 익명 제보자 제공
 

ㄴ씨가 공개한 '0503'으로 시작하는 안심번호 명단을 보니 김**, 이** 등으로 비실명처리된 이름과 함께 '남성, 서울, 종로구' 등 각 안심번호의 성향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고 그가 책임당원인지 전당대회 대의원인지 여부까지 자세하게 알 수 있도록 구분돼 있었다. 이 덕분에 해당 안심번호 주인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인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ㄴ씨는 "ㄱ후보 캠프의 경우, 제공된 자료를 토대로 57만 당원을 지역별로 나눈 뒤, 15초 분량의 지지 호소 사전 녹음 전화를 걸었다. 첫 마디에 'ㄱ후보입니다, 저를 선택해주세요'라는 식으로 보내면 1~2초 만에 끊는 사람, 5초 정도 듣고 끊는 사람, 5~10초 정도 듣는 사람, 15초 모두 듣는 사람 등으로 구분해 나눌 수 있게 된다"며 "지지 호소 전화를 의뢰한 업체를 통해 이 '로그 기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받은 기록에 ▲'15초 구간'은 우리 지지자 (A그룹) ▲'5~10초 구간'은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 (B그룹) ▲'5초 구간'은 관심은 있지만 투표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C그룹) ▲'1~2초 구간' 후보 반대자 (D그룹) 등으로 나누었다"면서 "막판엔 사람까지 써가면서 여론조사를 하는데, 여기에 특정 후보에 부정적인 D그룹을 빼고 A, B나 C 그룹의 사람들만으로 여론조사를 돌리면 (수치를) 올릴 수 있다"며 안심번호 명단의 맹점을 짚었다.

"이준석 변명 옹색…안심번호 의미 없어"

ㄴ씨는 실제 명단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경선에서 (명단을 활용하도록) 20일을 주는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면서 "받은 명부에 비록 당원 이름은 없지만 시·군·구까지 표시돼 있다. 우리 후보와 가까운 당협위원장으로부터 이름이 적시된 당원 명부를 받는데, 이걸 가지고 앞서 진행한 지지 호소 전화의 로그 기록 분석 작업과 매칭하면 20일 내에 누구인지까지 특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 실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캠프에서 활용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명단. 현역 의원 현황과 기초자치단체장 현황까지 나와있다. 2024.10.30. 익명 제보자 제공
 

해당 번호들은 경선 기간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고 20일이면 통상은 3~4차례, 많게는 5차례 이상 조사가 가능하므로, 당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지지 성향' 등 당원들의 민감 정보가 거의 파악이 된다는 의미다. 안심번호를 당원명부에 적용하는 것은 익명성을 유지하는 게 본질이지만, 사실상 어떤 당원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파악 가능하다는 것은 본래 취지를 왜곡하는 결정적 취약점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반 여론조사는 사용한 번호를 바꾸지만, 당 경선에서는 20일 동안 바꾸지 않기 때문에 명단을 가지고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해진다.

ㄴ씨는 "조사할 때 1번 윤석열, 2번 홍준표만 듣고 끊는데, 몇 초인지가 정확히 확인이 된다. 1번을 듣고 끊으면 윤석열, 2번 듣고 끊으면 홍준표다. 이런 식으로 한 단계 거르고, 연령별이나 지역별 등도 이런 식으로 거를 수 있다"면서 "57만이라는 숫자는 정규분포에 수렴하기 때문에 거의 (실제와 가까운 데이터가) 취합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속했던 캠프에서 이런 방식으로 득표수를 사전에 계산했는데 결과적으로 500표 이내의 오차만 보였다"고 전했다.

ㄴ씨는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떨어졌던) ㄱ후보 캠프도 이 정도 데이터는 뽑았는데, 대세론이 있었던 윤석열 캠프에는 줄을 선 의원들이 가장 많았기 때문에 실제 당원 명부를 통해 거의 (경선 결과를) 비슷하게 맞혔을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답을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여론조사라는 형식을 통해 '추세'(윤석열 대세론)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준 자료가 너무 세부적으로 제공됐는데 명태균 같은 업자들이 여론조사 조작을 하기에 너무 좋게 만들어졌다"며 이준석 의원이 '안심번호로 돼 있기 때문에 문제될 소지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데 대해 "본인이 살려고 본능적으로 해명했을지 모르지만, 옹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2022년 2월 28일 대선 면밀조사 결과 보고서 원본 자료(로우 데이터). 여론조사 원본 데이터에는 응답자 전화번호, 응답자별 통화 시작 시각과 종료 시각, 지지 후보자 등에 대한 응답 결과 등 민감정보가 코드화돼 담겨 있다. 명 씨는 2021년 10월 국민의힘 경선 당시에도 이와 똑같은 지지 성향 분석을 했다. 2024.10.30.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 제공.
 

실제 당원 명부에 드러났던 '대선 성향 파악'

실제 ㄴ씨가 말한대로 명태균 씨는 57만 명 안심번호 당원 명부로 비공표 여론조사를 하면서 당원들의 정보를 추출했던 것으로 보인다. <CBS 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 분석 내용에 따르면, 당시 명 씨가 로그 기록을 통해 당원의 '지지 성향' 등 민감 정보를 추출한 정황이 드러난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선 경선 당시 명 씨는 2021년 10월 19~20일 11만 7829명을 상대로 1차 조사를 실시해 3450명의 답변을 받고, 이어 21일 하루 동안 2차 조사를 통해 13만 9156명 중 5044명의 응답을 받았다. 그리고 실제 8494명의 정보를 코드화해 입력했다. 가령 50대-여성-서울-윤석열 지지자의 경우, 설문을 듣고 ⑤50대, ②여성 ①서울 ④윤석열을 휴대전화에서 누를 경우 '5:2:1:4' 등으로 분류한 것이다.

해당 정보는 경선 기간 동안 한정해서 유효한 선거 정보로 사용될 수 있었던 만큼, ㄴ씨 증언대로 분석된 '지지 성향'을 바탕으로 여론조사를 한다면 누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분석해 선거운동이나 여론 조작에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이다. 미공표 여론조사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흘렸다면 얼마든지 현행법상 위반 소지가 있다.

언론에 공개된 명태균 녹취록을 보면, 실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8인 중 4인으로 추리는 2차 경선이 진행되던 2021년 9월 29일 명 씨는 강혜경 씨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갔고 홍준표보다 한 2%(포인트) 앞서게 해주이소. (중략)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포인트)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 후 취재진 앞에서 대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2021.12.3. 연합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워치독>과 한 통화에서 "무작위 추출한 리스트에 이미 (성향 등이) 파악된 데이터를 얹어서 조사하는 방식이 원시적이면서 악질적인 방법인데, 실제 이러한 기법을 사용하다가 적발돼 벌금을 받은 여론조사업체도 있었다"면서 "명태균 씨가 강혜경 씨와 통화에서 2% 이기게 하라고 했다는데, 실제 5% 이길지 10% 이길지 조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당이 제공한 명단과 관련해서도 "당에서 명단을 통신사에 의뢰해 가상번호로 바꾸는데, 명단 테이블은 똑같고 핸드폰 번호만 가상 번호로 바뀌기 때문에 당에서는 누구인지 식별이 가능하다"며, 당의 안심번호 명단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명 씨 같은 외부인에게 당원 명단을 유출해 경선, 홍보 외에 사용했다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워치독>은 이 의원과 명 씨에게 당원 명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한 답변을 들으려고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성진·허재현·조하준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가 만든 권력 감시 공동 취재팀이다

 

2022년 7월 파업현장에 직접 가 사측 브리핑들어


명태균 방문 이틀 뒤 윤 대통령 ‘엄정대응’ 지시
윤석열 "불법행위 풀고 정상화 하는 게 국민 바람"

관계자 "대통령 특사로 온 것까진 아니었다"고?
하청 노동자들에게 남은 건 ‘불법’이라는 프레임

 

명태균 씨 모습.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명태균 씨가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조선하청지회 파업 당시 현장을 방문해 사측 브리핑을 듣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같은 시기 파업을 강경 대응했고, 파업은 51일 만인 2022년 7월 22일 마무리됐다. 현재 해당 조선하청지회 간부들은 '불법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31일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명 씨는 2022년 7월 중순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를 방문했다. 파업이 한창이던 시기다. 당시 명 씨와 동행했던 F 씨는 명 씨가 대관 업무를 담당하던 총무부 소속 간부들(부사장·상무·부장)과 함께 준비된 버스에 올라 파업 현장을 둘러보며 부사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명 씨는 사측이 준비한 설명자료를 건네받았고 이를 토대로 파업의 심각성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F 씨는 <뉴스토마토>에 "윤 대통령이 나서기 이틀 전에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한 걸로 기억한다"면서 "파업 현장을 둘러보고 사측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 보고서(설명자료)는 (현장 방문) 뒷날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당장 파업을 정돈 못 하면 대우조선이 날아갈지도 모르니까, 그 내용을 대통령한테 보고하고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정리가 됐다"면서 "명 씨가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 (보고를 듣고) 대통령이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바로 액션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업 당시 관계자들은 모두 명 씨를 봤다고 증언했다. 대우조선해양 대관 업무를 맡은 당사자들은 뉴스토마토에 "명 씨 일행이 파업 현장을 둘러보고 브리핑과 함께 사측의 자료를 전달한 건 맞지만, 명 씨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온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모 전 부사장은 "제가 개인적으로 만나진 않았다"며 "당시 하루에 10팀 이상도 와서 정확하게 기억을 다 더듬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내 기억에는 누군가 오신다고 해서 이야기를 차(버스) 안에서 5분 정도 했다. 야드(조선소 현장) 돌고, 명 씨가 '현황이 어떻냐'고 해서 회사가 어려운 상태라는 것 정도 전달했다"며 "(명 씨의) 덩치를 보고 저런 분이 기관에 계시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이들의 말을 정리하면 윤 대통령은 명 씨의 보고로 파업을 강행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공식 입장은 명 씨가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7월 16일 직후 나왔다. 윤 대통령은 명 씨 방문 이틀 뒤인 7월 1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산업 현장의 불법적인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명 씨가 대통령의 공식발표 전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에 방문해 사측 브리핑을 받은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의 주례회동 요구에 맞춰 정부도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윤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로 공식입장을 발표했던 2022년 7월 18일 오전 관계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대통령이 취임 이후 특정 현안에 대해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만큼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움직임도 기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19일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2024.10.31. 유튜브 채널 윤니크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우조선해양 일부 하청지회가 진행하고 있는 불법 점거 시위를 즉시 중단하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추 장관은 "정부는 일관되게 밝힌 바와 같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할 것"이라면서 "노사간 합리적 대화를 마련하지 못하고 지금같은 불법적 점거 농성을 지속한다면 정부와 법과 원칙에 따라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2022년 7월 19일)에서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불법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대통령의 발표 이후 경찰은 파업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등 간부들을 '현행범' 체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유최안 부지회장은 농성을 한 달 이상 지속하고 있었는데,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농성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대통령의 공식입장이 나온 뒤 단 나흘 만인 2022년 7월 22일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지회 파업은 마무리됐다. 노사가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한 모양새였지만 하청 노동자에게는 상처밖에 남지 않았다.

당시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은 2016년 조선업 불황기란 이유로 줄곧 임금이 깎였다. 2022년이 되면서 조선업 호황기를 맞아 임금을 원상복구해 달라고 요구한 것 뿐이었다. 수십 년간 숙련공으로 일한 임금은 고작 월 200만 원 중반이었다. 그렇다고 쉬운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이 맡은 업무는 조선소에서 가장 힘든 일이면서도 중요한 업무였다.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의 요구안은 삭감된 임금 30%를 회복하는 것이었지만, 임금은 4.5%만 인상됐다. 폐업 협력업체 소속 조합원 고용보장 등에 잠정 합의됐다. 결국 윤 대통령이 공권력을 투입해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를 꺾은 셈이다.

노사 간 협상에서 막판 최대 쟁점은 대우조선해양이 조선하청지회에 손해배상청구소송 470억 원을 산정한 것을 취소하는 것이었는데,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들은 목숨 건 투쟁을 했지만 남은 것은 '불법 행위'를 했다는 프레임과 손해배상청구소송 470억 원이었다.

 

2022년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51일째인 22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의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에서 31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7.22. 연합
 

윤 대통령은 파업이 종결되기 하루 전날까지도 하청 노동자들에게 "불법행위 풀고 정상화하는 게 국민 바람"이라고 했으며,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는 "불법과 폭력에 대한 준엄한 법의 심판이 바로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불법'이 아닌 파업이지만 불법이 된 것은 대통령의 말 때문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쟁의행위는 그 목적, 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이나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은 파업 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쳤기 때문에 불법 파업을 한 것이 아니지만, '불법 아닌 불법'이 됐다.

윤 대통령이 만든 '불법 파업' 프레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김진오 판사) 심리로 열린 이번 사건 결심 공판에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외 조선하청지회 소속 5명에게는 각각 징역 1~2년 및 벌금 400만 원을 구형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