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병 동의 얻고, 러시아와 단교 각오부터 해야

안전성-효과성-은밀성 3대 조건 무책임하게 외면
전선은커녕 기껏 키이우나 브뤼셀 사령부 보낼 것

윤석열 정부가 벌이는 또 하나의 여론몰이 신파극
감행한다면 우리 안보에 더 큰 위협 자초하는 꼴
러시아 파병 북한군보다 윤 정부가 '최대의 위협'

 

세계 전사에 이름을 남긴 마지막 참전무관은 독일 육군의 막스 호프만 대령이다. 러일 전쟁(1904~1905) 중 일본군에 배속돼 전쟁을 관찰, 제정 러시아 육군의 약점을 간파했다. 10년 뒤 제1차 세계대전 첫 달, 독일 육군의 대승에 자양이 됐다.

 

김용현 국방장관이 30일 미국 버지니아 앨린턴의 펜타곤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2024.10.31. [국방부 제공] 연합
 

역사의 유물, 참전무관

1914년 8월 탄넨베르크 전투에서 독일 육군이 러시아 제2군을 궤멸시킨 역사적 승리로 이어진 것. 그러나 이후 대량 피해의 총력전으로 전쟁 양상이 달라지면서 무관(military attache) 또는 옵서버(observer)로 불린 참전무관 제도는 희미해졌다. 한국전쟁에서도 없었다.

지난달 18일 국가정보원을 필두로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팀이 팀플레이를 하는 북한군 러시아 '참전' 뉴스 속에서 참전무관 문제가 새삼 돌출했다. 이 역시 우연히 나온 게 아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각하는 홍보의 하나로 읽힌다. 북한군 파병을 제지할 어떠한 수단도 없는 처지에서 나온 궁여지책이기도 하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1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관단과 전황분석단 파견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병된 북한군이 드론 활용을 비롯한 현대전의 새로운 전법을 익힐 것이기에 우리도 현대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와 김용현 국방장관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전황분석팀이건, 모니터링팀이건 북한군의 활동과 전황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팀을 보낼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늘 그렇듯 김용현 국방장관은 한 발 더 나갔다.

 

이라크 파병 자이툰 부대 주둔지 선정을 위한 정부합동조사단의 송기석 단장(합참 작전부장)이 19일 국방부에서 현지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04.4.19. 연합
 

이라크전 참관했다고?

김 장관은 30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옵서버나 분석팀을 보내지 않는다면, 우리가 제대로 일하지 않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단정했다. "이라크전을 포함해 역사적으로 전쟁 중인 나라에 모니터링팀을 파견하거나 분석팀을 보내왔다"고도 강변했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 "김용현의 거짓말이 또 나왔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근거다. 대한민국 군전문가팀은 이라크전을 전장에서 관찰한 적이 없다. '전장 없는 전쟁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웠던 테러와의 전쟁의 현장이 위험천만했기 때문이다. 미군이 허용하지 않은 이유다. 그 대신 플로리다의 미국 중부군사령부(CENTCOM)를 방문해 간접 관찰했다. 당시 방문했던 영관급 장교의 한 명이 김병주 전한미연합사부사령관(더불어 민주당 의원)이다.

자이툰 부대의 쿠르드족 지역 파병이 결정된 뒤 '정부합동 현지 조사단'이 2003년 9~10월 두 차례 현지 방문한 적은 있다. 주둔지의 안전 점검이 주목적이었다. 전황 분석이나 전쟁 참관과는 무관했다. "이라크전 때도 참관단이 있었지만, 그때도 국회 동의가 없었다"는 김 장관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자이툰부대 파병 뒤 군 장교들이 갔지만, 이는 미군이 다국적사령부의 참모로 받아준 것이다. 이미 파병이 된 뒤였기 때문에 국회 동의는 필요 없었다. 김병주 의원이 정부의 참관단 파견 주장에 대해 "단 1명이 파병돼도 파병"이라면서 국회 비준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이유다.

 

러시아군 병사가 24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의 쿠르스크 지방의 참호에서 소총을 겨누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배포] AP 연합
 

남북 관계, 한러 관계 '평지풍파'

국회 동의라는 법적 요건뿐 아니라 안전성, 은밀성, 효과성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군참관단이 직, 간접적으로 관찰한 전쟁은 예외없이 동맹국 미국이 주도한 전쟁이었다. 전쟁 주도국 또는 교전국이 허락하지 않으면 일단 안전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교전국인 러시아, 우크라와 모두 수교국이지만, 어느 나라와도 동맹이 아니다. 10명 안팎으로 예상되는 참관단의 안전을 우크라가 담보할 수 있을까? 파견된 군장교가 러시아군이나 북한군에 의해 사망한다면, 남북 관계와 한러 관계에 그야말로 평지풍파가 예상된다. 베트남전에서조차 남북은 서로 살상한 적이 없다.

참관단을 우크라군에 배속시킨다면 필연적으로 러시아와 적대관계를 천명하는 꼴이다. 단교를 전제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2월 말 개전 뒤 러시아와 별다른 외교적 교섭에 나선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내놓고 단교 의지를 내보이는 과감성은 보이지 않았다. 한러 단교가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충분한 대비가 된 뒤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살상무기 직접 지원 가능성'을 몇 차례 슬쩍슬쩍 흘렸을 뿐이다. 정부가 전쟁 정보 획득 효과를 위해 이 정도 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됐을까? 아니라고 본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식은 키이우의 우크라군 총사령부나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령부, 독일의 우크라 지원본부, 폴란드에 대표단을 보내는 것이다. 멀리 플로리다에서 이라크전을 관찰한 것과 마찬가지. 그러나 키이우 참관단이 발각된다면 러시아의 반발이 불 보듯 하기에 은밀성이 확보돼야 한다. 국가안보실장과 국방장관이 여론을 휘젓고 있는 참관단 논란의 '웃픈 진실'은 무엇보다 은밀해야 할 문제를 만방에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함께 김일성 주석의 1949년 첫 러시아(소련) 공식방문지인 모스크바 야로슬라브스키 기차역에서 열린 기념현판 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뒤 벽면에 현판이 보인다. 2024.11.1. [러시아 외교부 배포] EPA 연합
 

안전성, 효과성, 은밀성을 열쇠말로 정부의 참관단 파견 의지를 분석해 보면, 이처럼 실현되지 않을, 그야말로 '홍보를 위한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할까? 이런 홍보라도 하지 않으면, 국정원이 시작해 대통령까지 나서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북 파병' 홍보극의 의미가 퇴색하기 때문이다.

"북 파병 저지 불가능" 오스틴의 시인

이번 SCM에서 정리한 '북 파병'에 대한 한미 국방장관의 요구는 '즉시 철군' 요구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를 관철할 수단이 전혀 없다. 이를 솔직하게 인정한 이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다. 그는 한미 국방장관 공동회견에서 "다른 나라와 이것(북 파병)을 좌절시키려는 노력은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중단시킬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시인했다. 다만 "모든 행동에 결과가 있듯이 그들(러북)의 행동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일반론적 결론에 그쳤다.

결국 우크라전 참관단 파견은 국민을 상대로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것처럼 비치긴 해야겠는데 딱히 방법이 궁한 정부가 울력으로 벌이는 '한바탕 소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역으로 그럼에도 참관단 파견을 추진한다면, 우선 국회 동의를 둘러싼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동시에 여러 변수들로 인해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게 된다. '북 파병'이 아니라, 그로 인한 윤석열 정부의 무리수가 더 큰 안보 위협의 부메랑이 되는 것이다. 감행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국내 여론을 묶어두는 효과는 있다. 어쩌면 그게 본래 목적일 수 있다. 끝이 허망한 또는, 불온한 여론몰이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51년 전 학원 침탈에 항의한 교수

고문치사 뒤 간첩죄 덮어씌웠던 중정

그 후예가 진실화해위 조사국장이라니

마스크 쓰고 국회 출석해 "매국노 잡았다"

 

고상만 인권운동가(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 사무국장)

 

2024년 국회 국정감사 중 인기 유튜브 방송의 실시간 동접수는 ‘속된 말로’ 죽을 쒔다고 한다. 법사위나 과방위 등 국민 관심사가 집중된 상임위 중계가 재미있어서 관심이 온통 그쪽으로 쏠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국감에서는 앞으로 여의도 정치권에 전설처럼 남을 이야기가 많이 생산되었다.

마스크로 변장한 국정원 출신 진실화해위 조사 책임자

나도 그 중에 하나를 꼽자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1국장 황인수 사례다. 그는 28년 간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 업무를 했으며 마지막 직위는 대공수사처장(3급)이었다. 윤석열 정권은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진실을 밝히는 진실화해위 조사 책임자로 ‘그런 사람’을 임명한 것이다.

그러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가 조사국장으로 온 후 내부의 혼란은 극심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기행은 국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회 행안위에서 진실화해위 위원장 등을 불렀는데 기관 증인으로 함께 출석하면서 얼굴을 마스크로 변장한 채 나타난 것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국힘당 소속 여당의원까지 마스크를 벗으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끝까지 버티며 퇴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6월에도 국회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석했다. 의도적 도발이다. 논쟁이 되자 그는 “28년간 매국노를 찾아내 처벌하는 대공업무에 매진해 왔기 때문에 얼굴 공개 시 타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마스크를 고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의원들이 납득할 리 없었다.

방송을 통해 그 장면을 본 나 역시 어처구니 없었다. ‘매국노’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그의 정신세계가 너무나 특이했다. 국어사전에서 ‘매국노’는 ‘사리사욕을 위하여 남의 나라 앞잡이가 되어 자기 나라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정말 그런 매국노만 찾아 엄격히 처벌해 온 곳인가?

 

'얼굴 비공개'로 논란을 빚어온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황인수 조사 1국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얼굴 공개 요구를 거부하며 주민등록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왼쪽 사진).이에 신정훈 위원장이 인터넷 등에 공개된 황 국장의 사진을 들어 보이며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 2024.10.10. 연합
 

매국노 찾아낸 것 아니라 고문으로 간첩 조작했던 중정

그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국정원의 원조는 ‘중앙정보부’다. 박정희가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중앙정보부를 만든 것이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독재에 반대하는 세력을 고문으로 조작하여 간첩을 만들었고, 감옥으로 보냈으며 때로는 죽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희생자가 1974년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8인이었다. 결국 재심을 통해 이 모든 것이 중정의 고문으로 철저히 조작된 사건임이 밝혀졌다. 또한 박정희, 전두환 치하에서 숱하게 발표된 1970, 80년대 대부분의 간첩사건이 중정과 안기부의 고문으로 조작되었음이 과거사위 조사와 재심으로 드러났다.

그중에 정말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만 51년 전, 중앙정보부에서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다. 그는 1973년 10월 16일 스스로 걸어서 당시 서울 남산에 위치한 중앙정보부에 출두했다. 중정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고 간단한 조사후 금방 나올 줄 알고 간 길이 마지막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가 출두하고 사흘 후인 19일 새벽, 중정은 조사 중 자신이 간첩임을 자백한 최 교수가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7층 화장실 창문 밖으로 뛰어 내려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사망 당시 마흔 세 살. 스위스 취리히대학 유학파 출신에 독일 쾰른대학에서 채 서른이 되기 전 법학박사를 취득한 촉망받던 서울 법대 정교수였다. 그런 최 교수가 무엇이 부족해서 간첩 행위를 하였을까.

학생 탄압 항의한 서울대 법대 교수를 간첩 만들려던 중정

최 교수가 중정으로 연행된 진실은 따로 있었다. 모범적인 학자이자 자상한 가장이었던 최 교수의 비극이 시작된 날은 1973년 10월 2일이었다. 이날 서울대 학생들은 박정희 유신독재 선포 이후 처음으로 유신 반대 시위를 격렬하게 벌였다. 이 시위로 학생과 교직원 등이 대거 경찰에 연행되어 고문과 구타를 당한다.

이에 최 교수는 중정2국 소속의 김 아무개 서울대 담당관에게 “학원에 기관원이 출입하고 학생 교수들을 연행해서 고문하고 핍박하는 것은 나치 히틀러의 게슈타포나 하는 짓”이라고 항의했다. 이어 교수회의에서는 “총장이 부당한 공권력의 최고 수장인 박정희 대통령을 찾아가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했다.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유신독재가 서슬퍼런 그 시절에 서울대 학생과장이었던 최 교수가 박정희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한 것이 중정에게는 용납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유럽 거점 대규모 간첩단 사건’에 최 교수를 간첩으로 엮고자 고문을 하다가 그만 죽음에 이르도록 한 것이다. 그러자 중정은 이런 잘못을 덮고자 ‘죽기 전 스스로 자백했다’며 최 교수를 간첩단 일원에 포함시켜 발표한다.

결국 촉망받던 법학자이며 정의로운 스승이었던 최 교수가 중정에 의해 간첩이라는 ‘매국노’로 전락했으니, 남은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이 땅에서의 잔인한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진 것은 지난 2002년이었다.

2002년 뒤늦게 밝혀진 진실, 끝까지 부인한 가해 요원들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최 교수의 유족이 낸 진정을 받아 조사한 결과, ‘최 교수는 중정의 고문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간첩 자백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최 교수가 간첩의 일원이었다고 중정이 발표한 ‘유럽 거점 간첩단 사건’ 역시 별도로 조사한 결과, 완전 조작된 사건이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중정의 가해자들은 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제 생명을 걸고 천지신명께 맹세코, 잠 안 재운 것 빼고는 최 교수를 고문도 죽이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어머니가 ‘남의 눈에 눈물 나오게 하면 너는 피눈물 흘리게 되니 악행하지 말라’ 했다며 “빰 한 대 때린 적 없다”고 어머니까지 팔았다고 한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그들은 양심도, 천지신명도, 심지어 자기 어머니도 필요하면 팔아먹는 자들인 것이다.

가해자를 제외한 다른 중정 직원의 진술은 명확했다. 최 교수가 무자비한 구타 고문으로 온 몸에 멍이 들어 제대로 걷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가해자들이 야전 침대용 각목으로 최 교수의 엉덩이를 때리는 걸 직접 봤다는 목격 증언도 있었다. 그런 몸으로 가해자들이 밀착 감시하는 짧은 상황에 7층 창문에서 뛰어 내렸다는 진술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았다.

2006년 2월 16일, 마침내 법원도 ‘법의 이름으로’ 최 교수의 사인 조작을 인정하고 유족에 대한 거액의 국가 배상을 선고한다. 서울고법 민사5부(조용호 부장판사)는 이날 “최종길은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했거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이를 피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사망했거나, 또는 의식불명 상태의 그를 사망한 것으로 오인한 수사관들이 건물 밖으로 던짐으로써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고 중앙정보부가 이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 발표했다”고 판결했다.

 

대규모 간첩단 적발했다는 중정의 발표를 기사화한 1973년 10월 25일치 신문. 최종길 교수 사진에 '사망'이라고 표기돼 있다. 
 

매국노가 ‘가짜 애국자’를 자처하는 불행한 시대

지난 10월 19일은 최종길 교수의 기일이었다. 그날 경기도 마석모란공원 최 교수 묘역에서는 70여 명의 각계 인사가 그의 51주기를 추모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함세웅 신부가 미사를 집전했고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고인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담아 회고했다. 엄혹했던 당시 시대상을 느낄 수 있는 고백이었다.

“(…) 지금으로부터 51년 전인 1973년 10월 19일, 지금은 ‘대학로’로 불리는 동숭동에 자리했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최종길 교수께서, 당시에 국민이 이름만 들어도 공포에 전율하던 중앙정보부의 모진 고문을 받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부기관은 최 교수가 ‘간첩’ 혐의로 수사 받다 죄상이 드러나자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거짓에 대들지 못했습니다. 당시 대학원생이던 저는 그 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학교는 온통 어두운 침묵 속에 무력했습니다. 스승을 잃은 학생들은 황망한 분노를 행동으로 결집할 수 없었고, 동료를 잃은 교수들은 굳은 표정과 비탄의 침묵으로 추도의식을 치렀습니다.

그런 중에서도 ‘간첩’과 ‘자살’ 이라는 치명적인 낙인을 거부하며 진짜 사인을 규명하자며 용감하게 나섰던 몇몇 젊은 교수들이 그 일로 인해 차례차례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당했습니다. 유족의 접촉도, 죽음을 애도하는 사적 모임조차도 당국의 엄중한 감시 대상이 되었습니다.

도서관 앞에 ‘정의의 종’을 내걸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탐구 연마하던 대학이 독재정부가 휘두른 무도한 폭력 앞에 교수를 희생양으로 바쳤다는 양심의 가책을 안은 채 모두가 침묵의 공모자로 살도록 강요 당했습니다. (…)”

이런 중정에서, 그리고 그 뒤를 이은 국정원에서 종사하던 자를 ‘다른 곳도 아닌’ 진실화해위 조사국장으로 채용한 것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진짜 매국노는 죄 없는 이를 간첩으로 만들어 죽임으로서, 국민이 국가를 불신하게 만든 자들이다. 그래서 나는 독재 권력의 손과 발 역할을 하던 정보기관의 수구들을 ‘매국노’라 부르겠다. 그런 매국노가 ‘가짜 애국자를 자처하는’ 불행한 윤석열 시대다.     < 민들레 고상만 인권운동가 >

 

"TK가 싼 똥, TK가 치우자" 대구 도심 촛불집회

● COREA 2024. 11. 3. 01:38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대구촛불행동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열어

 
 

 

2일 오후 대구 중구 2.28민주공원 옆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탄핵 집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가 'TK가 싸지른 똥, TK가 치우자'라고 쓴 종이 박스를 두르고 있다. 
 


대구에서도 윤석열 정권에 대한 촛불이 피어오르고 있다.

대구촛불행동은 진보당 대구시당과 함께 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2.28기념중앙공원 옆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김건희 여사 구속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외쳤다.

국채보상로 1개 차로에서 진행된 집회에는 차규근 조국혁신당 대구시당위원장을 비롯해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 등 시민 100여 명이 참석해 '추악한 비리왕국, 윤건희 일당 타도하자' 등이 새겨진 피켓을 들었다. 한 참석자는 "TK가 싸지른 똥, TK가 치우자"라고 쓴 대형 몸팻말을 몸에 둘렀다.

                                   ▲2일 오후 대구시 중구 2.28민주공원 옆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대구집회. 


이들은 '윤석열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국민 명령서'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추악한 범죄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선들이 국정을 운영하는 천인공노할 행각도 발각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은 김건희 방탄과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공권력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심지어 자신의 통치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전쟁을 추구하고 계엄을 선포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 국민들은 총선 압승을 통해 탄핵국회를 건설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고 143만의 윤석열 탄핵 청원으로 탄핵을 대세로 만들었다"면서 "이제 국회가 나설 차례이다. 국회는 민심을 받들어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을 향해 "대구지역 유권자들은 대한민국 주권자로서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를 명한다"며 "민심을 외면한다면 국회의원들도 심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대구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설마설마 했는데 김건희가 대통령 노릇을 할 줄은 몰랐다"며 "시간이 지나면 2024년을 우리 교과서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김건희·윤석열이 교도소에 갔다는 것이 실리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대구시당위원장은 먼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검찰에 대해 "정치검찰 해체하라"는 구호로 말문을 열었다. 차 위원장은 대통령실 불법 증축 의혹,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공천 개입 의혹, 대통령선거와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을 들며 "도대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윤석열이냐 아니면 김건희냐"고 따졌다.

지난 1일 발표한 갤럽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서울의 국정 지지율이 22%로 조사되었고 전국 평균이 19%인데, 대구경북의 지지율은 그보다 낮은 18%"라며 "대구시민과 경북 도민들이 윤석열 정권의 퇴행에 대해 더 강력한 경고를 주기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탄핵한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게 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함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이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라고 주장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대구시당위원장(비례대표)이 2일 오후 대구 중구 2.28민주공원 옆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은 "벌써부터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임기단축 개헌 카드 이야기가 들린다"며 "국정농단을 덮어주고 면죄부를 부여하는 시도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당은 이미 지난 8월 당론으로 탄핵을 정했다"라며 "광장에서는 퇴진 여론을 모아내고 원내에서는 탄핵에 동참하는 의원들을 모아 실질적인 탄핵이 가능하도록 온 힘을 모으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1시부터는 중구 현대백화점 앞에서 조국혁신당이 '탄핵다방 1호점'을 열고 대구시민이 먼저 나서 윤석열 정권을 탄핵하자고 강조했다.

조국 대표는 "보수의 가치는 애국과 품위"라며 "일본 정부의 이익을 위해 우리 돈 써가면서 옹호하고, 품위도 품격도 없는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은 조기 종식되어야 한다"며 "전국의 국민들이 두 사람을 보고 부끄러워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도 나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고 국정농단과 헌정파괴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전날인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추악한 민낯, 공천거래 선거법 위반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라며 "거짓 해명과 물타기로 국민을 속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법치를 강조하더니 윤석열 대통령과 가족 앞에서 법치는 멈춰 있다"며 "지금 당장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를 정지하고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라"고 주장했다.                 < 오마이 조정훈 기자 >


대구촛불행동과 진보당 대구시당은 2일 오후 대구 중구 2.28민주공원 옆 국채보상로에서 윤석열정권 탄핵 집회를 열었다

 

촛불행동 쪽, 2만여명 참여 추산


“비리 계속 드러나는데 가만히 있는 검찰 불만”
“이권에 김건희 연결…권력이 감싸는 게 부당”

 

 
 
2일 저녁 촛불행동이 서울 도심에서 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3차 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촛불행동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명태균씨와의 통화 녹취가 공개된 뒤 첫 주말인 2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3차 촛불대행진’이 열렸다. 숭례문 방향 4차선 도로 300m가량을 메운 시민들은 김건희 여사 수사와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갑갑함을 토로했다. 집회를 주최한 촛불행동 쪽은 이날 집회에 연인원 2만여명이 참여한 걸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30만명(주최 쪽 추산)이 참여한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에 이어, 저녁까지 서울 도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시민 행동이 이어진 셈이다.

이날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거리에 나온 이유로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녹취록을 주로 언급했다. 대전에서 온 김무성(46)씨는 “녹취록까지 공개되고 김 여사의 국정 개입이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고 있는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행태를 보고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강주영(47)씨도 “이전에는 김 여사가 국정 개입을 하는 것에 대해 긴가민가 했는데 최근 녹취록을 듣고 확신하고 집회에 나왔다”며 “김 여사에 대해서는 주가조작 의혹 등 비리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않는 검찰에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고 했다.

2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3차 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촛불행동 제공.
 

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전황분석팀 파견 검토와 관련해서도, 사실상 파병 수순이라는 불안감이 컸다. 남편과 강릉에서 왔다는 안아무개(52)씨는 “아들이 곧 입대할 나이인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북한과의 관계도 악화되고, 최근 우크라이나 파견까지 언급하는 걸 보고 불안해서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젊은 층 참여도 눈에 띄었다. 서울 서초구에서 온 홍가영(30)씨는 “국민이 뽑은 건 윤 대통령인데 부인이 모든 이권에 연결돼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모든 권력기관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감싸는 것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약속이 있어 나왔다가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는 박아무개(24)씨도 “대통령이 법을 자신과 부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평소 불만스러웠는데 마침 집회가 열려 친구와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촛불집회 무대 발언에 나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명태균-윤석열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완전히 집어삼키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스스로 내려오든지, 국민에 의해 끌려 내려오든지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바로 8년전 윤석열 검사는 국정농단을 수사하겠다며 청와대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공정과 상식을 말하고, 정의로운 검사로 떠올랐다”며 “그런데 지금 각종 비리에 휩싸인 부인과 처가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행동은 이날 시청역을 시작으로 청계광장, 을지로 일대를 거쳐 다시 본 행사장으로 돌아오는 도심 행진을 펼쳤다. 이들은 “우크라참전 한반도전쟁 윤석열을 타도하자”, “공천개입 국정농단 김건희를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 한겨레 박고은 기자 >

촛불행동이 2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3차 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시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