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쾰른 지나 본에 정착

 
독일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 앞에 설치됐던 평화의 소녀상. 이 소녀상은 지난 4일 독일 본 여성박물관으로 영구 이전됐다.

 

독일 쾰른에 임시 설치됐던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 ‘동마이’가 본 지역 여성박물관 앞에 영구 설치됐다. 4년 가까이 떠돌던 소녀상이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이다.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의 한정화 대표는 쾰른 나치기록박물관 앞에 세웠던 소녀상을 지난 4일 본 여성박물관 부지로 이전했다고 17일(현지시각) 말했다. 지난 3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년을 맞아 준비한 기획 전시 일환으로 쾰른에 세워졌던 소녀상은 지난 1일까지만 박물관 앞에 놓일 수 있었다. 그러나 쾰른과 30㎞ 이내 거리에 있는 본 지역의 여성박물관이 동상을 이어 받아 영구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여성박물관이 코리아협의회 제안을 수락하면서 ‘동마이’가 보금자리를 얻게 됐다.

 

1981년 세계 최초로 설립된 본 여성박물관은 작가로 활동하는 마리아네 피첸(77)이 만든 사립 박물관이다. 옛 백화점 건물을 개조해 지어진 박물관은 여성의 관점에서 본 현대예술과 문화에 초점을 맞춰 전시를 진행한다.

 

이곳에 소녀상을 설치하려던 건 처음이 아니다. 프랑크푸르트의 재독 동포단체 풍경세계문화협의회 제안으로 본 여성박물관은 2017년 박물관 앞에 소녀상을 전시하기로 했다. 당시 박물관은 시유지였던 자리에 소녀상 설치를 추진했지만 일본 총영사관과 담당 시청의 강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해당 부지를 박물관이 완전히 매입하면서 일본 정부나 지자체가 압력을 행사할 명분이 사라졌고, 이번엔 갈등 없이 소녀상을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소녀상은 지난 2021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으로 드레스덴 주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 기간 처음 설치된 뒤 창고에 방치됐다가, 쾰른 전시를 계기로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한편, 베를린 미테구 공공부지에 설치된 소녀상 ‘아리’는 베를린 행정법원 결정으로 9월28일까지 존치 결정을 받은 상태다. 미테구청은 소녀상의 가치와 예술의 자유를 우선한 법원 결정은 존중하면서도, 사유지 이전을 제안하고 있다. 코리아협의회는 구청과 협의에 나서되 소녀상의 상징성을 고려해 사유지로 옮기는 것엔 부정적인 입장이다.

 

독일에 설치된 소녀상과 함께하는 행사도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카셀 지역 교회인 ‘노이에 브뤼더키르헤’(새로운 형제들 교회)는 유엔(UN)이 정한 세계전시성폭력 추방의 날(6월19일)을 맞아, 교회 앞에 설치된 소녀상 ‘누진’과 19일 관련 행사를 열 계획이다.

 

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 시민모임은 예술가 그룹 ‘다섯번째 목소리(The Fifth Voice)’와 함께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소녀상이 있는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카셀, 본을 찾아 공연을 연다. 일본 정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철거된 소녀상을 다시 세우는 정의와 저항을 예술로 표현하고, 이를 독일 시민들에게 알리는 목적이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리박스쿨 사무실 문건 입수...  우파 사상 개발 여론 확산 계획 세세 열거

 
서울 종로구 인사동 리박스쿨 사무실이 2일 오전 닫혀있다. 김영원 기자 

 

“우파 전략과 논리를 개발”, “유튜브 활용”, “각 사회단체로 확장”, “작가·기자·연예인 발굴”.

 

2018년 8월24일, ‘언론 자유 없이 자유민주주의 없다’는 제목으로 작성된 문건은, 우파 사상 개발과 여론 확산 계획을 세세하게 열거했다. 한해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우파 세력을 두고, “(우파) 리더들은 과격한 시위를 자제토록 한다”, “국민저항권 행사 못함” 등 온건성을 문제로 지적한 뒤, 문건이 제시한 전략의 핵심은 여론전을 통한 영향력 확대다. 이 문건은 2025년, 21대 대선에서 댓글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한겨레는 17일 서울 인사동 리박스쿨 사무실에 있던 공식 문서, 비공식 회의·보고 자료, 행사·강좌 전단, 기자회견문, 사업 계획서 문건 수십건을 확보해 그 내용을 살펴봤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리박스쿨과, 사무실을 함께 사용한 여러 단체(육사총구국동지회(육총), 전군구국동지연합회(전군연), 대한민국역사지킴이 등)이 작성하거나 관리하던 것들이다.

 

문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형성된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 단체들의 연합, 이들이 공유한 황당한 뉴라이트 역사관, 그를 전파하기 위한 온라인·교육 전략, 제도권에 대한 접근 흔적을 담고 있다. 일부에선 폭력과 위법을 넘나드는 과격한 모습도 관측된다. 댓글 조작과 제도권 침투 의혹 등 최근 문제된 리박스쿨 활동이, 한 단체의 일탈이 아닌 ‘극단적 보수 세력들’ 사이에서 최소 9년 가까이 논의해온 체계적 전략의 단면이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언론 자유 없이 자유민주주의 없다’(2018년 8월24일) 문건. 독자 제공.

 

우파 결집: “청와대 공격” 계획과 리박스쿨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인 2017년 리박스쿨 사무실 문건들에선, ‘보수우파 대통합’과 ‘결집’을 강조하는 주장이 이어졌다. 전군연이 2017년 10월31일 만든 ‘구국포럼(강령, 정관)’ 문건에는 “보수 우파의 대통합을 목표로 세력을 결집하는 애국시민운동”이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로 적혔다. 최근 드러난 리박스쿨 활동이 기독자유통일당, 자유연대, 위헌정당해산국민운동본부, 자유교원조합 등 숱한 우파 단체와 결합돼 나타나는 건, ‘결집’을 강조한 이들 활동 방식이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구국포럼(강령, 정관)’(2017년 10월31일) 문건. 독자 제공.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연계도 눈에 띈다. 리박스쿨 사무실을 함께 쓴 육총 명의로 2020년 8월4일 작성된 ‘8·15행사 계획 보고/토의’ 문건은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광복절 집회 계획 논의를 담고 있다.

집회 계획에는 “청와대 행진 [공격]”이라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군대를 편성하듯 결집 단체들(17곳)을 1~3제대로 나누고 “공격(행진) 개시 시간”까지 적은 계획에서, 리박스쿨은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공격 방향을 향하는 2제대에 포함됐다. 당시 경찰 대응으로 실제 청와대 ‘공격’은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경찰 버스를 파손하는 등 결집된 이들의 시위는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8·15행사 계획 보고/토의’ 문건(2020년 8월4일). 독자 제공.

 

뉴라이트: “감옥 갈 각오” 하면 성인 추앙

 

리박스쿨과 관련해 특히 논란이 된 ‘뉴라이트 역사 인식’ 또한 많은 문건에서 과격한 형태로 논의되고 적혔다.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운영한 대한민국역사지킴이, 프리덤칼리지장학회 등 18개 단체가 이름을 올린 제주4·3특별법폐지시민연대의 2020년 8월10일 ‘제주4·3 특별법 개정안과 여순사건 특별법안 강력하게 반대한다!’ 기자회견문에는, 4·3 사건이 ‘폭동’으로 규정됐다. 이들은 “제주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가짜”라며 “가짜보고서에 의해 고등학교 교과서도 왜곡 서술되어 있다. 좌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은 “제주 평화공원(폭도공원) 안의 사료관 전시물도 가짜”라고 적었다.

 

5·18민주화운동을 두고 “김대중 등의 내란음모에 의한 폭동으로 결론 났다”는 황당한 주장을 담은 문건도 있다. 2019년 ‘5·18 폭동’ 발언으로 이종명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에서 제명될 위기에 놓이자, 이를 규탄하기 위해 육총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종명 의원 제명 조치에 대한 규탄 성명서’에서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제주 4·3특별법 개정안과 여순사건 특별법안 강력하게 반대한다!’ 기자회견문(위)과 ‘이종명 의원 제명 조치에 대한 규탄 성명서’(아래).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여러 부 발견된 ‘4·15 총선 부정의혹 요약’ 문건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전산 프로그램 개표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최근까지 이어지는 부정선거론 내용을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문건에 첨부된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측면에서 본 국민들의 분류’라는 제목의 글은 “양심을 속이는 언론인, 법조인”을 “짐승보다 못한 급”으로 분류했다. 반면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해서 감옥 갈 각오를 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성인급”으로 추켜세운다. 부정선거론에 대한 태도를 가지고 사람의 수준을 나누는 식이었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측면에서 본 국민들의 분류’ 문건. 독자 제공.

 

여론 침투: “자손군 전성시대” 꿈꿨나

 

손효숙 대표를 비롯해 리박스쿨 관계자들이 강사로 참여한 ‘폰 잘 쓰는 교실 5월 교육’ 회원 모집을 홍보하는 2021년 전단지에는 “자손군 전성시대를 위한 열정과 노력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의 줄임말인 ‘자손군’은 최소 4년 전에도 이들 사이에 널리 쓰인 표현이었고, 노인들을 상대로 한 스마트폰 교육이 사실상 노골적인 댓글 공작이었던 셈이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폰 잘 쓰는 교실 5월 교육’ 전단지.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발견된 문건 곳곳에는 유튜브·댓글·블로그를 활용해 온라인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 흔적이 담겨 있다. 한 회원이 전군연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서신에는 “다단계식 (SNS) 전달망” “매크로 프로그램 개발” 등의 내용이 적혔고, 작성 주체와 시점이 불분명한 또다른 문건은 기사 제목과 댓글, 공감 클릭 수를 엑셀로 정리해 출력했다. ‘폰 잘 쓰는 교실 5월 교육’ 전단지에 적힌 교육 주제 또한 “맘카페 커뮤니티”, “국회가입 청원”, “베스트 댓글” 등이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문건. 독자 제공.

 

온라인을 통해 저변 확대를 꾀하고, 여러 단체가 결합해 과격한 주장을 이어가던 이들 단체의 영향력은 아스팔트를 넘어 제도권까지 진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5일 ‘이승만바로알기국민연합 출범식’ 초대장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축사를 하는 것으로 적혔다.

실제 정 전 총리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행사에 참석했다. 국민연합에는 대한민국지킴이 리박스쿨, 전군구국동지연합회, 트루스포럼 등 2017년 이후 결집한 우파 단체들의 이름이 ‘함께하는 단체’ 명단으로 포진했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이승만바로알기국민연합 출범식 초대장. 독자 제공.

 

공론장 파괴: 윤석열 우군 자처하며 세력 키워

 

21대 대선 댓글 조작 핵심 단체인 리박스쿨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아스팔트 우파’ 단체들의 주장과 행동 방식을 두고 전문가들은 “민주주의의 바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모습”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리박스쿨 사무실 문건’에서 나타난 이들 단체의 모습이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온 상식을 부정하는데다, 표출 방식에서도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공격적인 양상을 보이는 탓이다. 특히 이들이 긴 시간 공교육(늘봄학교)과 온라인(댓글 조작), 정치권 등을 통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진다.

 

조직적인 댓글 달기 등 이들의 ‘여론전’은 민주주의 기반인 ‘공론장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책 ‘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를 쓴 윤비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17일 한겨레에 “개인 차원의 댓글 가운데 비합리적인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몰고 가려 했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론장 자체를 망치는 행위”라며 “특히 정부나 관련 기관, 조직이 이들과 연결돼 있다면 ‘의견을 표출한 것뿐’이라는 해명으로 덮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리박스쿨 등 우파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일부 사례에 한정된 의혹에 그치지만, 최소한 이들 단체가 윤석열 정부의 우군을 자처하며 영향력을 키운 흔적은 여러 문건들에서 발견된다.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는 2022년 11월15일 80여개 우파 시민단체가 모여 결성한 ‘자유와연대’ 창립총회에 참석해 ‘홍보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담당하며 여론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유와연대는 ‘우파 단체들이 모여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격에 맞서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뉴라이트 역사관을 공유하는 단체들이 교육을 통해 사회적 합의로 쌓아온 상식에 반하는 국가관·역사관을 전파하려 한 시도 또한 위험 신호다. 리박스쿨 사무실 문건에서 우파 단체들은 제주 4·3과 관련된 공식 기록이 모두 ‘가짜’라고 주장하거나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며, 늘봄교육 같은 방과후 교육활동을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인식을 전파하려고 시도했다.

 

뉴라이트와 한·일 극우 세력을 연구해온 강성현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사회학) 교수는 “뉴라이트 역사관은 일정 기준에 미달해, 이미 교과서 검인정 체제에서도 채택되지 않은 관점”이라며 “공식 교육 과정에도 없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교육하는 것은 일종의 선전·선동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박스쿨이 사실상 ‘정치 동원형 교육 플랫폼’으로 기능했다”고 덧붙였다.

 

“짐승보다 못한” 식의 과격한 표현으로 편을 가르고, “청와대 공격”을 계획하며 상대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공격성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나타난 지지자들의 폭력적인 모습과 연결된다. 한상원 충북대 교수(철학)는 “동료 시민을 갈등과 경합을 하면서도 함께 공화국을 만들어가는 존재가 아닌, 제거해야 할 존재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폭력은 다른 정치 세력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겠다는 뜻을 상징하며, 이는 우경화에서 극우화로 변질돼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 김가윤  박찬희 기자 >

내부망에 글 올린 뒤 보직해임... 감사원 직원들 "표적감찰" 비판

 
 
                         감사원 모습. 김혜윤 기자 
 

감사원 간부가 지난 3월 내부 게시판에 지휘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가 감찰 대상이 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지난 3월 정광명 당시 지방행정감사1국장이 내부 게시판에 최재해 원장을 비롯한 현 지휘부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올렸고, 그 직후 보직해임과 감찰조사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 국장은 당시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이제 스스로 자성하고 돌이키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개혁할 의지가 없는 간부들은 조용히 몇 달 먼저 자리를 비켜주셔도 좋지 않을까 감히 건의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을 올리기에 앞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최달영 사무총장 등 지휘부에 감사원 개혁을 위해 자진사퇴할 것을 개인적으로 건의했다가 뜻이 수용되지 않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 문제 공론화에 나섰다.

 

정 국장은 이 글에서 “(감사원은 현재 감사원 기능의) 국회 이관 등 새로운 조직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으로 공직사회, 학계, 국민들에게 신뢰를 많이 잃고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에 대한 의심을 받고 그 존립의 위기를 갖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며 “내부 출신 원장이 탄핵되고 예산이 삭감되는 참혹한 현실 속에도 내부 구성원들은 일사분란한 단결심을 요구받는 등 조직의 위기에 대한 체감도가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직원들은 사석에서는 감사원이 정말 위기라고 입을 모아서 얘기한다”며 “최근에도 (입직) 몇 달도 안 된 수습직원이 사표를 쓰고, 인사팀 출신 중견 직원이 타부처로 전출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원의 미래가 어둡다는 생각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이 글을 올린 직후 지난 3월18일 지방행정1국장에서 보직해임 됐고, 지난 4월엔 감찰조사 출석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병가중이라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함에 따라 감찰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날 한겨레에 “감사원을 정상화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모두의 반대에도 공직을 마무리할 각오로 2월 하순부터 3월 초까지 원장과 사무총장, 직원들에게 합법적 틀 안에서 자진 사의 또는 자발적 개혁을 촉구하는 릴레이 상소를 혼자 진행했다”며 “상소 후에도 자성은 없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을 자초하는 통계감사 등을 공개하거나, 비판적 간부들에 대한 무리한 감찰을 지금도 시도하는 걸 보면서 감사원을 얼마나 바닥으로 떨어뜨리려고 하나 환멸스러웠다”고 말했다.

 

감사원 직원들 사이에선 지휘부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표적감찰’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사원의 한 직원은 “자유로운 토론의 장에서 한 발언에 대해 문제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정 국장에 이어 지난 11일엔 김남진 감사원 국민제안3과장이 최 원장 등 지휘부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추가로 올리기도 했다.

 

감사원은 표적 감찰 논란과 관련해 “감사원은 법령과 규정 위반 사항에 대해 엄정한 감찰 업무를 수행 중”이라면서도 “감찰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만 말했다. 또 정 국장 보직해임에 대해서도 “정 국장의 병가 신청으로 국장직이 공석이 됐기에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신형철 기자 > 

"가족 모두가 수년 동안 모진 고통 이겨왔기에, 매우 각별하며 애틋함 묻어나는 자리"

 

 
 
이재명 대통령과 과거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14일 이 대통령의 장남 이동호씨 결혼식에 초대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의 장남 이동호씨가 14일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치렀다. 이 대통령은 결혼식에 과거 자신이 일했던 ‘오리엔트 시계공장’ 동료들을 초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결혼식에는 이 대통령 가족과 친지뿐만 아니라 결혼식 초대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소년공이 다녔던 오리엔트 시계 공장 친구들. 이재명 대통령 아들 결혼식에 초청받아 온 분들을 결혼식장 밖에서 만났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어디선가 ‘정청래 의원님, 우리 친구들 대통령 잘 보살펴 주세요’ 하길래 ‘대통령님 어디 친구들이세요?’ 물었더니 ‘오리엔트 시계 공장 친구들입니다’라고 해서 반갑게 인사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15살 때인 1979년부터 경기 성남시 오리엔트 시계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2년 동안 일했다.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의 아들 동호 군 결혼식에 다녀왔다”며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과 그 곁의 예비 며느리까지 가족 모두가 수년 동안 모진 고통을 이겨내왔기에, 매우 각별하면서 애틋함이 묻어나는 자리였다”고 썼다. 이어 “오늘만큼은 행복한 표정 가득하던 이 대통령께서는 신랑과 신부에게 덕담을 건네시려다가 목이 메여 바로 말을 잇지도 못했다”며 “예식을 마치며 신랑과 신부가 두 내외에게 인사를 드릴 때도, 네 식구 서로가 그동안의 큰 마음고생을 토닥토닥 위로하고 앞날을 축복하면서 눈물 닦기에 바빴다”고 결혼식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결혼식을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동호씨 결혼식으로 추정되는 모바일 청접장이 퍼지며 테러 예고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 11일 테러 예고 글을 올린 50대 남성 ㄱ씨를 검거했다. ㄱ씨는 글을 작성한 건 맞지만 실제 실행할 의사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날 결혼식장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 경찰차와 기동대 버스 등이 10여대가 배치됐고, 경찰과 경호인력들이 수시로 인근을 순찰했다. 주변을 지나던 이들은 주변 통제가 이뤄지자 “무슨 일이냐”거나 “누구 결혼식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날 결혼식엔 사전에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도록 조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소도 비공개였던 탓에 지지자들이 몰려드는 일도 없었다.   < 신형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