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통화 녹취로 본 의혹 줄줄이...
서울시장 외에도 선거 전반 챙긴 정황

 
김건희 씨(왼쪽)와 명태균 씨.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통화 녹음 파일이 하나씩 공개되면서, 김건희 씨가 2022년 6월 보궐선거 공천 개입을 뛰어넘어 정권 출범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일반적인 국정 운영에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29일 공개된 김건희 발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여당 당무 개입, 창원국가산업단지 보고서 작성 등은 명씨가 ‘비선’으로 활동하며 김 씨를 보좌했다는 유력한 방증이어서, 철저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퍼즐 거의 맞춰진 ‘여론조사-공천 거래’

명씨와 관련된 김 씨의 정치 개입 의혹은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받도록 했다는 의혹에서 시작한다. 명씨는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총 81차례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했다. 연구소 직원이자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서 여론조사 비용(약 3억7천만원)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명씨가 공천 전날(2022년 5월9일) 강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모(김 여사)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갖고, 대통령이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데. 그래서 (김 전 의원 공천에 반대하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끝났어”라고 말한 사실이 지난달 공개됐는데, 공천 발표 8일 전(2022년 5월2일)에도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마라고, 내보고 고맙다고”라며 “자기 선물이래”라고 말한 통화 내용이 28일 추가로 공개됐다. 이런 발언과 정황은 명씨와 김건희 씨 사이 ‘여론조사-공천 거래’가 사실이라는 데 무게를 더한다.

지방선거, 여당 당무에도 개입 의혹

29일 추가로 공개된 “서울시장 선거, 서울에 한번 1천개 (여론조사를) 돌려보세요. 1천개 바로 해서 바로 오늘 달라고 하네. 사모님(김 여사)이 이야기해서 궁금하대요”(2022년 5월30일)라는 명씨 통화 녹음은, 김건희 씨의 ‘관심’이 보궐선거에 그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그해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최근 언론에 “김 여사의 공천 개입을 의심할 건들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대표가 지방선거 공관위원장에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합리적 얘기를 하는데 공관위원장이 듣지 않는다면 외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인데, 당시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정진석 현 대통령비서실장이다.

이런 상황들은 명씨가 지난 15일 공개한 김 씨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에도 부합한다. 김 씨가 여기서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이라며 “전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한다”고 했다. 명씨가 여론조사 등으로 김건희 씨 환심을 산 뒤, 김 씨와 명씨가 정치적 동반자에 가까운 관계가 됐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신뢰 관계는 지난 4월 총선 직전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명씨와 강씨의 지난해 11월13일 통화 녹음에서 명씨는 김영선 전 의원을 두고 “당무 감사 꼴등 했다며?”라며 “위에 윤한홍이 (김영선 등을) 다 제거하라고 하니까 그렇겠지. 내가 여사한테 연락했어. 김영선한테도 여사한테 연락하라고 해놨으니까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말한다. 이어 “내가 마지막 도와주는 거야. 여사한테 구구절절 텍스트 문자로 보냈어. 여사가 도와줄 건데, 마지막으로 도와주는 거야”라고 했다. 4월 총선 공천 정지작업 성격의 당무 감사였는데, 다만 김 전 의원은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창원산단 보고서’ 행정에도 개입?

명씨가 ‘김 여사 보고용’이라며 창원산단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대목은, 김건희 씨의 영향력이 정치 영역뿐 아니라 행정에까지 미칠 수 있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창원산단은 지난해 3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공식 추진이 확정돼, 이 과정에 김건희 씨가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규명이 필요하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공천에 이어 1조4천억원이 들어가는 창원국가산단 선정에 명씨가 관여한 건 김건희 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가장 공정해야 할 선거와 국책 사업을 전리품인 양 쥐락펴락한 책임은 특검을 통해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김완  곽진산 기자 >

김건희 ‘강원지사 공천 개입’ 의혹
김진태 지사 쪽  “사실 무근” 반박

 

김건희 여사(왼쪽)와 명태균씨. 한겨레 자료사진

 

‘김건희 여사 공천·국정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진태 전 의원이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을 받는 과정에 김건희 여사의 힘을 빌려 도움을 줬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나왔다. 김 여사가 명씨를 고리로 김영선 전 의원의 보궐선거 공천은 물론 지방선거 공천까지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겨레21이 30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명씨와 통화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명씨는 2022년 4월18일 밤 9시57분께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진태 그거 내가 살린 거야. (오늘) 김진태가 김○○(명씨 지인으로 추정)이 갔는데 벌떡 일어나 손을 잡고 내 얘기하면서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잡고 막 흔들더래요”라고 말한다. 또 “아니, 나 어제 잠도 못 잤어. 김진태가 나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내가 막 사모님 그래 갖고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라고 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5·18 망언’의 책임을 물어 김진태 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2022년 4월14일 황상무 전 한국방송(KBS) 앵커를 강원도지사 후보로 단수 공천했다. 하지만 나흘 뒤인 4월18일 갑자기 이를 번복해 ‘망언 사과’를 조건으로 김 전 의원에게 경선 기회를 줬고, 김 전 의원은 당내 경선을 거쳐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석연치 않은 과정 때문에 ‘용산’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는데, 이번 통화녹음 파일은 김 지사 공천 배경에 김 여사가 있음을 시사하는 유력한 정황 증거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진태 지사 쪽은 한겨레에 문자를 보내 “일관되게 밝혔듯,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명씨는 또한 2022년 7월1일 강씨와 한 통화에선 김영선 전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 의창 지역의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자신이 기여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투기과열지구가 해지됐다고 좋아하지?”라는 물음에 강씨가 “네, 다들 막 고맙다고 어저께 사람들 막 찾아와서 인사하고”라고 답하자 “그렇지, 왜 그러냐면 거기 전매하고 지금 재개발하고 그런 싹 다 딱지하고 다 거래되고 다 팔고 다 될 수 있어요. 어제 막 수천억을 (내가) 한 거야. 말이 수천억이야. 진짜 지금 건물 짓는 데 지금 전매가 안 되잖아”라고 말한다.

당시는 부동산 규제 강화책을 펼친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어느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될 것이냐를 놓고 전국적 관심이 높았던 때였다. 국토교통부는 명씨와 강씨의 통화 하루 전인 2022년 6월30일 전국 투기과열지구 49곳 가운데 6곳을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해제된 투기과열지구에는 지난해 3월 신규 창원국가산단 예정부지로 발표된 창원 의창 북면, 동읍 지역이 포함됐다. 명씨는 창원산단 선정 과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성수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투기과열지구는 주택거래를 규제하는 정책이라 토지거래가 오가는 창원국가산단과는 큰 관련이 없다. 절차에 따라 문제없이 진행했다”고 밝혔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과 강원지사 선거에 김 여사가 노골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다분하다”며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신규 창원국가산단 선정이 모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김완  곽진산 기자 >

 

명태균 “김진태가 ‘생명의 은인’이라더라···사모 그래갖고 내가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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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18일 강원 속초시 엑스포 잔디광장에서 열린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착공 기념식에서 침목에 서명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물 명태균씨가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어렵게 강원도지사 공천을 받은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두고 “김진태(지사가) 나 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막 이래가 막 사모님 그래가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라고 말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김 지사 공천에 자신이 김건희 여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의 공천에 대해 ‘여사가 싫어하는데 어떻게 연결해주느냐’는 취지로 반박했던 것과 배치된다. 김 지사 측은 “공천 개입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2022년 4월18일 오후 9시57분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씨와의 통화 녹취를 보면 명씨는 “아이고, 김진태는 그거 내가 살린 거야”라며 “어제 김진태(한테) OOO씨 아는 분이 갔는데 내 얘기하니까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벌떡 일어나 손잡고 막 흔들더래요”라고 말했다. 명씨는 그러면서 “참내 아니 어제 잠도 못 잤다”며 “김진태(지사가) 나 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주무시면 안 돼요’ 막 이래가, 막 사모님 그래가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라고 말했다.

명씨는 또 “강원도 가서 이제 밥을 굶는다는 건 없을 것 같다”며 “(김 지사는 나한테) 고맙지 도와줬는데. 당선되면 보통 사람들은 가서 고맙지. 도와준 보람이 있잖아”라고 말했다.

명씨가 대화를 나눈 4월18일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강원지사 후보로 황상무 전 KBS 앵커를 결정했던 것을 번복한 날이다. 당시 김행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황 전 앵커와 김 지사의 경선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황 전 앵커 공천에 반발하며 국회에서 단식 투쟁을 실시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인용해 “김 지사가 명씨 도움으로 김 여사를 찾아가 ‘충성맹세’를 했고, 이를 계기로 경선 기회를 얻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명씨의 녹취는 지난 25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주장과 배치된다. 당시 명씨는 기자와 만나 “김 지사와 내가 친한 사람도 아니고 김영선 의원 때문에 커피 한 잔 먹고, 이준석 (대표) 전당대회 할 때 ‘이준석이 좀 도와주세요’ 그 한마디 한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청문회 때 (김 지사가) ‘와이프(김 여사) 성적인가 졸업증인가 갖고 막 (종이를) 찢었지 않나”라며 “그러면 여사, 대통령은 더 싫어하겠지. 근데 여사한테 가서 저거(연결) 해달라고?”라고 반문했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일관되게 밝혔듯이 공천 개입 의혹은 일체 사실무근”이라며 “최근 명씨도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명백히 부인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명씨가 대선 직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영남지역 예비후보들에게 공천을 약속하며 돈을 받아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녹취에서 드러났다. 명씨는 “이OO이나 좀 당선 좀 시켜야 되는데”라고 말했다. 이모씨는 대선 열흘 전인 2022년 2월28일 명씨가 강씨에게 선거일까지 매일 대선 여론조사를 하라고 지시하며 “돈은 모자라면 A이고, B이고, C한테 받아오면 된다. 돈 달라 해야지”라고 한 세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이씨는 그해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국민의힘 경북·경남 예비후보 등록자였다.

명씨는 이씨를 제외한 세 인물 중 한 사람을 언급하며 “배OO이는 자기가 뭐 하고 있다. 자기가 자신 있게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너무 위에서 누르니까 반발이 생겨 갖고”라며 “하여튼 뭐 정리하겠지”라고 말했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덕에 당선됐으므로 국회부의장 출마도 윤 대통령 부부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확인됐다. 그는 2022년 7월1일 강씨에게 “내가 하는 말 김영선 잘 전해”라며 “사람들이 국회 부의장 나가느냐 물어보면 그거는 고민하고 있다고 하라. 언제 나가야 돼? 그러면 김영선은 대통령하고 사모 오더가 있어야 나가”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 사람은 대통령이 만든 거잖아”라며 “절대 나가거나 행동하는 거는 대통령이나 사모님 오더가 없으면 나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 경향 문광호  손우성 기자 >

굳이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훈장 거부” 

 

                                      국립 인천대학교 김철홍 교수가 대통령 훈장을 거부하며 쓴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

 

정년 퇴임을 앞둔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훈장을 거부한 데 이어 내년 2월 퇴임하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 한 교사도 대통령 훈장을 거부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교육청은 내년 2월 28일 퇴임하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 A교사(61)가 대통령 훈장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A교사는 교직에 33년 근무하고 내년에 정년 퇴임한다. A교사는 최근 인천시교육청의 훈·포장 수요조사에서 훈장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A교사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도 않고, 계속해서 실정만 펼치고 있어 굳이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훈장을 거부했다”며 “이는 개인적인 신념”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달 초 퇴임을 앞둔 교사들을 상대로 훈·포장 수요조사를 했다. 앞서 지난 9월1일까지 퇴직한 교사 125명 중 중등교사 1명도 정부 포상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앞서 훈장을 거부한 중등교사는 왜 포상을 거부했는지 알 수 없다”며 “A교사처럼 대통령 훈장을 거부한 사례는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33년 이상 경력을 인정받아 근정훈장 수여 대상자인 국립 인천대학교 김 교수도 교육부에 제출할 공적 조서를 제출하지 않아 퇴임식에서 수여하는 대통령 훈장을 거부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지난 28일 경향신문에 보낸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면서 “무릇 훈장이나 포상을 함에는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 경향 박준철 기자 >

30일까지 모든 기수 기자 릴레이 성명…박장범 묵묵부답

 

 
 
한국방송(KBS) 사옥. 연합
 

박장범 앵커가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로 선임되자 한국방송 선후배 기자들의 반대 성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디올백을 받은 일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마한 백’ 등으로 돌려 말하던 박 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되면, 한국방송은 더욱 노골적인 ‘땡윤방송’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게 기자들의 우려다.

30일 한국방송 기자협회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방송사 소속 기자 496명은 박 앵커가 사장 후보로 낙점된 다음날인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릴레이 기수 성명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현재까지 성명에 참여한 기수는 가장 고참급에 속하는 18기부터 지난해 입사한 막내 기수인 50기까지로, 존재하지 않는 기수(49기)와 중도 퇴사 등으로 기자가 없는 기수(44기) 등을 제외하면 모든 현직 취재·촬영기자 기수가 박 후보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낸 것이다.

가장 마지막에 성명을 낸 29~30기 기자들은 “박장범 사장 후보자에 대해 다른 곳보다 보도본부의 구성원들이 먼저 반대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최근 1년 가까이 리포트 제작자와 뉴스 진행자로서 메인뉴스를 함께 만들어 오면서 그가 어떻게 케이비에스 뉴스를 훼손해 왔는지 겪어왔기 때문”이라며 “요약하자면, 케이비에스 뉴스 진행자로서도 충분히 결격인 그가 케이비에스를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1994년 한국방송 공채 20기로 입사해 경제부와 정치부 등을 거쳤으며,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 첫날 ‘뉴스9’ 앵커로 발탁된 바 있다.

지난 2월 한국방송(KBS) 1티브이(TV) 채널을 통해 방영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방송에서 진행자인 박장범 앵커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질의하며 ‘파우치 논란’이라고 표현한 장면. 한국방송 유튜브 갈무리
 

성명에 이름을 올린 한국방송의 한 중견급 기자는 “496명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기자로 입사해 현재까지 취재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대다수가 박 후보의 사장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노동조합이나 기자협회 등 사내 기구가 나서서 조직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케이비에스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노태영 한국방송 기자협회장은 이번 릴레이 성명 사태와 관련해 “1차적으로는 박장범 후보가 케이비에스 뉴스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뉴스9 앵커를 맡은 지난 1년간 뉴스를 얼마나 공정하게 다뤘느냐에 관한 준엄한 평가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박민 사장 체제에서의 한국방송 뉴스에 대한 총체적 성적표의 의미도 있는 것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지난 9월 소속 기자 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바일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당시 조사에선 응답자 10명 중 9명 이상(91%)이 자사 보도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KBS)본부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7년만에 조합원 총회 및 공영방송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국방송본부 제공
 

한편 한겨레는 한국방송 기자들의 릴레이 반대 성명과 관련해 당사자인 박장범 후보에 대한 입장을 들으려고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취했으나 30일 오후까지 답을 듣지 못했다.           < 한겨레 최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