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한동훈 100일 “말 뿐인 국민 눈높이” “변죽만 울려”
한국일보 “한, 직 걸고 대통령실 마이웨이 멈춰야”  조선일보 “설득해야”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사진=연합뉴스, 명태균 페이스북
 

명태균 녹취록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온다.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선물이라고 했다는 녹취록,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 관여했음을 의심케 하는 녹취록에 이어 이번엔 지방선거에서 컷오프됐던 김진태 강원지사도 김 여사 힘을 빌려 자신이 살렸다는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이런 내용 한 건 한 건이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이고, 명씨가 되레 큰소리를 치고 있는데도 대통령실과 검찰은 조용하다. 동아일보는 이에 “기이하다”고 평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했다. 신문들은 제3차 추천 채상병 특검법 약속에 진전이 없고, 김건희 여사 의혹 해법도 후퇴하고 있다며 지난 100일 동안 “말로만 국민 눈높이”, “변죽만 울렸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김 여사 의혹에 특별감찰관을 고집하는 한 대표를 두고 특검만이 답이라고 재차 촉구했다.

연일 터져나오는 명태균 녹취록

한겨레 1면 <“김진태 내가 살린거야” 명태균 또 ‘사모님’ 언급>에서 “‘김건희 여사 공천·국정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진태 전 의원이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을 받는 과정에 김건희 여사의 힘을 빌려 도움을 줬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한겨레21이 30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명씨와 통화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명씨는 2022년 4월18일 밤 9시57분께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진태 그거 내가 살린 거야. (오늘) 김진태가 김○○(명씨 지인으로 추정)이 갔는데 벌떡 일어나 손을 잡고 내 얘기하면서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잡고 막 흔들더래요”라고 말한다. 이어 “아니, 나 어제 잠도 못잤어. 김진태가 나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내가 막 사모님 그래 갖고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라고 말한다. 

▲한겨레 2024년 10월31일자 1면
 

한국일보도 4면 기사 <명태균 “김진태는 내가 살린 거야… 생명의 은인이라더라”>에서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녹취록에서 명씨는 “강원도 가서 밥을 굶는다는 건 없을 거 같아”라며 “고맙지. 도와줘서 당선되면 보통 사람들은 와서 고맙지. 도와준 보람이 있잖아”라고 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당시 ‘5·18 폄훼’ 등의 이유로 김 지사를 공천에서 배제한 뒤 2022년 4월14일 황상무 전 KBS 앵커를 강원지사 후보로 단수 추천했으나 나흘 뒤 김 지사의 사과를 조건으로 경선 기회를 부여했고, 김 지사가 경선에서 승리한 뒤 강원지사에 당선됐다. 한국일보는 “이 과정에서 명씨가 김 여사를 통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동아일보 “명태균 막 떠드는데, 조용한 용산과 검찰 기이해”

동아일보는 사설 <막 떠드는 명태균, 조용한 용산과 검찰… 기이한 풍경>에서 최근 잇달아 터져나오는 명태균 녹취록을 두고 “하나같이 법적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임에도 대통령실은 별말이 없고 오히려 명 씨가 ‘(검찰이 날 구속하면) 한 달이면 대통령 하야하고 탄핵이다’며 큰소리친다”며 “검찰은 명 씨를 소환 한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전과 있는 정치 브로커가 한 달 반 동안 온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하는데 대통령실도 검찰도 대응이 미온적이니 기이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끝 모를 ‘김건희 선거·국정 개입’ 단서들, 특검하고 단죄해야>에서 명씨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내가 (구치소에) 들어가면 한 달 만에 이 정권이 무너진다’고 한 점을 두고 “녹취 발언을 보면서 이 협박이 공연한 게 아닐 수 있겠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정권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이 의혹을 그냥 두고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그런데도 검찰 수사는 늦고 한가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이 특검을 자청해서라도 의혹을 털고 가야 마땅하다며 강조했다.

▲동아일보 2024년 10월31일자 사설
 

국민일보도 사설 <이제 그만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하고 국정에 진력해야>에서 “명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는 대통령 배우자로서 권한 없는 일을 한 것”이라며 “김 여사는 통제받지 않는 권력자처럼 국민들에게 비치는 실수를 거듭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특별감찰관 임명으로 김 여사 문제가 해소되는 건 아니지만 그것마저 거부한다면 정말 민심을 알기나 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를 속히 매듭짓고 국정에 진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동훈 100일 기자회견 말로만 쇄신 의지? 정치력 한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김건희 여사 문제를 11월에 매듭지어야 한다면서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 해법으로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을 제시하면서 “당이 그것조차 머뭇거린다면 국민은 ‘민심을 알긴 아는 거야’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4면기사 <‘채 상병·김 여사’ 못 풀고 갈등만 양산…한, 말한 대로 된 게 없다>에서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정치를 내세웠지만 이 과정에서 윤·한 갈등, 친윤석열(친윤)계·친한동훈(친한)계 갈등만 도드라지면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제3자 채상병 특검법 추진과 수평적 당정관계 등 당대표 출마부터 공언했던 사안이 여전히 미완인 점을 들었다.

세계일보도 4면기사 <여권 내 통합 목소리 의식했나… “쇄신” 목청만 높인 한동훈>에서 “한 대표의 기자회견을 두고 예상보다 쇄신 의지가 선명하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며 “제3자 추천 방식 채 상병 특검은 한 대표가 지난 6월 전당대회 출마 일성으로 내세운 대표 공약이나 한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 추진 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한동훈 생각이 다른 사람 설득하고 마음얻어야” 한국일보 “직을 걸어야”

한 대표에게 조언하는 방향은 신문마다 달랐다. 조선일보는 사설 <김 여사 문제 해결 필요하나 지금 한 대표 식으로 되겠나>에서 “철옹성과 같은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판적인 사람들을 포함해 이에 공감하는 세력을 더 늘려야 한다”며 “한 대표는 줄여오지 않았나. 먼저 말하기보다는 많이 듣고, 몰아세우기 보다 설득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국정 동력 상실의 위기에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선일보 2024년 10월31일자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한동훈, 직 걸고 대통령실 ‘마이웨이’ 멈춰 세워야>에서 100일 기자회견을 두고 “취임 이후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는 말만 앞섰지 구체적 성과로 보여주지 못한 반성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비판한 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들어 “한 대표 주장이 미덥지 않다”고 했다. 김 여사 특검법안을 발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한다”며 동문서답을 한 점을 들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이렇게 변죽만 울리니 대통령실이 ‘국면 전환용 인사는 하지 않겠다’며 인적 쇄신 요구를 보란 듯 거부하는 게 아닌가”라며 “국민의힘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 여긴다면, 한 대표가 자신의 직을 거는 결기를 보여서라도 민심에 역행 중인 윤 대통령을 돌려 세워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변화·쇄신 하겠다’더니, 변죽만 울린 한동훈의 100일>에서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김건희 특검법’이란 말 자체를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고 특별감찰관 타령만 했다”며 “100일 동안 쌍특검법도, 당정관계도 변죽만 울려놓고 또다시 ‘변화와 쇄신’을 되뇌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한 대표는 그럴싸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리더십을 입증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을 민심의 눈높이에서 견인하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정권과 당의 미래뿐 아니라 한 대표의 정치적 미래도 어두워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일보 2024년 10월31일자 사설
 

한겨레도 사설 <‘취임 100일’ 한 대표 말로만 “민심”, 특감이 ‘민심’인가>에서 김 여사 특검 대신 특별감찰관을 고집하는 한 대표를 향해 “민심을 모르는가, 알면서 이러는가”라고 반문한 뒤 “국민들 요구는 김 여사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남들과 똑같이 법적 심판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지, 고작 ‘지금부터 김 여사를 잘 감시하라’는 게 아니다. 그 정도 눈속임이면 국민들에게 통할 것으로 보는 건가”고 반문했다. 한겨레는 한 대표에게 “특감이 무슨 대단한 용기이고 해법인 양 말하지 말라”며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건 특감이 아닌, 특검”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임기반환점에도 인적쇄신 없다?

한편,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인적쇄신 요구를 거부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한겨레는 3면 <임기반환점 앞 꿈쩍 않는 용산…김여사 라인 정리·개각 손놨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1월10일 임기 반환점을 계기로 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나 개각 등에 크게 무게를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30일 “임기 반환점을 맞아서 보여주기식 국면 전환용 인사는 하지 않는다는 게 (윤 대통령의) 원칙이다. 인사는 인사 요인이 발생했을 때 적임자를 찾아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통령실 내 ‘김건희 라인’ 정리 요구는 물론 최근 친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개각 등을 통한 국면 전환 요구를 일단은 거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 

 

국민힘 비상모드...특별감찰관 논의도 힘 빠지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육성 음성파일이 공개된 31일 국민의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추가 육성 공개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취임 전이라 문제가 없다는 친윤석열(친윤)계 방어가 뒤섞여 나왔다. 한동훈 대표는 대응책을 고심하며 침묵을 지켰지만 그가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법으로 내놓은 특별감찰관 추진은 동력을 잃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이날 “공관위(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내가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고 명태균씨에게 말하는 윤 대통령의 육성을 공개한 후 국민의힘은 비상 모드에 돌입했다. 추경호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내달 1일 대통령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민주당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 지 방어 논리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당내엔 여론에 미칠 파장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당직자는 이날 “대통령 음성 녹음이 있지 않나”라며 “민주당이 계속 틀텐데 어떻게 감당하냐”고 한숨을 쉬었다. 영남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선인이면 대통령에 준하는 상황으로 취임만 남은 건데”라며 후폭풍을 걱정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다수의 의원은 큰 문제가 안된다며 방어선을 쳤다. 권성동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취임 전 당선인 신분에서 대화라 탄핵 사유도 되지 않는다”며 “대통령 당선인이 1호 당원으로서 정치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선거 개입 주장하는 건 너무 나간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사적 대화의 일환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 될 부분이 없다”며 “명씨 수사가 진행중이니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생활 영역의 대화를 녹취해 공개하는 파렴치한 행태”라며 녹음한 제보자와 공개한 민주당에 비판을 돌리기도 했다.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스타일을 구긴 정도지, 사안이 심각한 건 아니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친한동훈(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용산에서 당에 허심탄회하게 얘기했으면 좋았을텐데, 앞으로 뭐가 또 나올지 몰라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설명이 거듭 거짓으로 판명되는데 섣불리 방어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옹호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대놓고 비판하면 배신자로 찍힐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친한계 당직자는 “자칫하면 배신자 프레임을 쓸 수도 있다”며 “한 대표가 먼저 얘기를 꺼내지 말고, 선조가 도망갔을 때 묵묵히 분조를 만들어 나라를 지켰던 광해군처럼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내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6선 조경태 의원은 기자들에게 개인 의견을 전제로 “(윤 대통령이) 위법이냐를 떠나 적절한 행동은 아니었다”면서 “당무감사를 착수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추진하던 특별감찰관 추천은 힘이 빠지는 모양새가 됐다. 특별감찰관은 김 여사 등 대통령 측근들의 비위를 예방하는 제도인데, 대통령 본인의 공천개입 정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내 논의도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이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당 중진들과 간담회를 한 후 중진들이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로 당이 더 분열해선 안된다며 의원총회에서 표결로 결정하는 건 지양하자는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대통령 공천개입 건에 대응해야지, 의총 열어서 특별감찰관 논의할 때인가”라며 “특별감찰관 얘기는 쏙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경향 조미덥  유설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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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은 물론,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국무위원 임명 등에도 관여 의혹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이 31일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 사이 통화녹음은, 그간 김건희 여사를 고리로 했던 공천·국정 개입 의혹 한가운데에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도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폭발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 정치권에선 특검 수사 필요성이 거론되고, 박근혜 탄핵·기소 사유와 비교하는 얘기가 쏟아진다.

민주당은 두 사람 통화가 2022년 5월9일 이뤄졌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취임식 전날이다. 취임식 준비로 바빴을 윤 대통령과 명씨의 대화 핵심은 취임 축하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등록일(5월12∼13일)이 임박한 상황이었지만 당시 국민의힘 공천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명씨는 대선 1년 전부터 윤 대통령 관련 여론조사를 81차례 무상으로 해주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아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날 통화는 공천 확답을 받지 못해 답답해진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연쇄적으로 접촉한 결과로 보인다.

명씨는 이전에도 김 여사와 공천 관련 대화를 했던 정황이 민주당 공익제보자 보호위원회의 ‘보호 대상자 1호’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서 드러난 바 있다. 명씨는 2022년 5월2일 강혜경씨와 통화하면서 “오늘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마라고…자기 선물이래…하여튼 입조심해야 된다”며 “알면은 난리, 뒤집어진다”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자’와 통화한 이튿날이자 윤 대통령 임기 첫날인 5월10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경남 창원의창(김영선)을 비롯해 경기 성남분당갑(안철수), 충남 보령서천(장동혁), 대구 수성을(이인선), 인천 계양을(윤형선) 공천을 확정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공관위원장이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대통령에게 (공천 관련) 자료를 가져간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다” “당내에서 말이 많다”는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전후 사정 설명은 ‘공천을 주라고 했다’는 말이 의례적이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슷한 시기 윤 당선자 쪽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에게 분당갑 출마를 권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천권을 가진 당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영선 전 의원이 연고가 없는 창원의창에 공천되자 경쟁 후보들은 물론, 당내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의 이전 지역구는 경기 고양일산서구였고, 2012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여의도에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데다 고향도 경남 거창군인 탓이다. 그는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김 여사와는 같은 선산 김씨라는 인연이 있다.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다”는 윤 대통령 말처럼, 김 전 의원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캠프에서 민생안정특별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이 공개한 또 다른 통화 녹음은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을 통해 김 전 의원 공천은 물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국무위원 임명 등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담고 있다.

명씨는 2022년 6월15일 지인과의 통화에서 5월9일 윤 대통령과의 통화 시점으로 추정되는 김 여사 발언을 전했다. “(김 여사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아침에 이렇게 놀라서 전화 오게끔 만들고,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거’는 김 전 의원 공천을 지칭한 것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이) ‘나는 분명히 했다’고 마누라(김 여사)보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 앉혀, 뭐 앉혀,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거 앉혀라, 저거 앉혀라…. 안 한 거야. 마누라 옆에서 했다고 변명하는 거야”라고 지인에게 전했다. 장관 임명 등에 의견을 낸 김 여사가 불만을 나타내자 윤 대통령이 변명했다는 취지로 들린다.               < 한겨레 김남일 기자 >

 

민주당 “윤 탄핵 여부는 국민이 판단…녹취 더 있다”

윤석열-명태균 녹취 공개 일문일답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이 공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를 공개하며 “헌정질서를 흔드는 위중한 사안임을 입증하는 물증”이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사안이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이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다음은 박 원내대표 및 의원들과 기자들 사이의 일문일답.

-음성 파일의 진위는 어떻게 확인했나?

“당에서 책임지고 확인했다.”(박찬대 원내대표)

“진위 검증 실무팀에서 철저히 했다.”(노종면 의원)

-제보자 신원 밝힐 수 있나?

“지금은 공개하지 않을 거다. 신원보호 절차 밟고 있다. (오늘 회견은) 이 통화 내용을 갖고 확인했고, 오래 준비했다. 많은 국민들이 명씨와 관련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관련 내용에 대해 물증이 있네 없네 하는 것을 일거에 다 해소할 수 있는 명확한 물증이라 생각한다. 민주당은 공익제보센터를 통해 이런 물증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고), 결과를 내게 됐다.”(박찬대)

-공개한 녹음파일은 제3자가 녹취한 것으로 보이는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제보자 보호조치는 어떻게 되고 있나? 유출 경로에 대한 대통령실과 여당의 문제제기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법률 검토를 받은 걸로 알고 있고, 이 부분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저희가 파악하고 있다.”(박찬대)

-혹시 대통령 탄핵 사유도 된다고 보나?

“이건 아마도 국민이 판단하실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박찬대)

-(녹음파일을) 오래전에 입수했다고 했는데, 정확한 시점은 언제이고, 추후 수사의뢰 절차는?

“절차는 지금 검토하고 있다.”(박찬대)

“이 부분은 (우리가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검경이) 수사하지 않으면 당연히 특검을 하겠다.”(김용민 의원)

-(수사 의뢰) 시점은?

“지금 말씀을 안 드리는 게 맞는 거 같다.”(김용민)

-(통화가 이뤄진 지) 2년 이상 지났는데, 공소시효에는 문제가 없나?

“당연히 (대통령 임기 동안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되고, (통화 내용대로라면) 정당법 위반 가능성과 다른 범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소시효 (확보는)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녹취 내용 가운데 장관 관련 내용도 있던데.

“녹취록이 이거 말고 더 있다. 추후에 공개할 텐데, 그것(장관)에 대한 내용도 있을 거다. (장관 임명 관련) 의혹에 대해서 (회견을) 준비 중이다.”(박성준 의원)                               < 한겨레 기민도  고경주 기자 >

 

민주 “당 제보센터로 접수…비밀 유지하며 진위 철저 검증”

녹취파일 입수·검증 어떻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31일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은 당 공익제보센터를 통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센터에서 박찬대 원내대표 쪽으로 전달된 뒤 박 원내대표의 참모들조차 공개 하루 전인 30일에야 관련 내용을 인지할 정도로 제보 사실 자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고 한다.

민주당은 대통령비서실 등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11월1일)를 하루 앞두고, 윤 대통령이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고 언급하는 17초짜리 육성 통화 녹음을 전격 공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보자에 대한 신변보호 절차를 밟고 있다”며 제보자의 신원은 물론 제보가 입수된 시점과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대통령의 공천 개입’이라는 폭발성 높은 사안인 만큼 통화 녹음 공개에 앞서 “제보의 진위와 신뢰도를 실무팀에서 철저히 검증했다”(노종면 원내대변인)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사전에 탐지 기술 등을 통해 조작 여부를 확인하진 않은 걸로 전해졌다. 대신 ‘메신저’인 제보자 검증을 통해 제보 내용을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딥페이크 기술 등을 활용한 조작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민주당의 회견 직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민주당 쪽은 윤 대통령의 목소리 등이 담긴 추가 녹음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윤 대통령 육성 녹음의 파급력을 넘어설 내용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날 회견에서 “민주당이 입수한 녹음에서 명씨는 분명히 윤 대통령을 ‘장님 무사’라고 했다. 김영선 전 의원 외에 김진태 강원도지사,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김 여사의 선물이라 하고 3월 서초 보궐 조은희 의원 당선도 자신 덕분이라고 말한다”며 추가 녹음 내용 일부를 언급하기도 했다.                    < 한겨레 엄지원  고경주 기자 >

 

명태균, 김진태 조은희도 거론... 김영선에게 고함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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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윤석열(대통령)은 장님무사”라며 “김건희(여사)가 ‘우리 명 선생님 선물은 김영선, 박완수’”라고 말한 육성이 추가로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이 31일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2022년 6월15일쯤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윤석열이를 내가 처음 만났으면 윤석열이 나를 못 알아봤고, 김건희를, 내를 만났기 때문에, 김건희 때문에 윤석열이가 그리 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명씨는 “김건희가 사람 볼 줄 아는 눈이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어제 딱 한마디 했다. 김건희 여사(가) ‘우리 명 선생님 선물은 김영선, 박완수’”라고 말했다.

명씨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박완수 경남도지사의 공천에 자신이 기여했다고 주장하며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해당 녹음 파일에서 “김진태는 사모가 반밖에 몰라. 왜냐하면 대통령이 세 번 지시하고 권성동이 막 싸우는데, 사모한테 부탁해서 되는 일이 아니거든”이라며 “그래서 내가 거기에 트릭을 좀 썼다”고 말했다.

박 지사 측은 앞서 “도지사 공천은 경선을 통했다”며 “8만 당원(50%)과 330만 도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50%)를 누가 관여하고 개입할 수 있겠나”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 지사측도 “공천 개입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명씨는 또 “아까 조은희(국민의힘 의원) 전화 왔더라고”라며 “‘대표님, 광역단체장 둘 앉히시고. 김진태, 박완수, 진짜 생각하신 대로. 저 조은희도 만들어 주셨고 김영선도 만들었으니까 이제 우리 명 대표님은 영남의 황태자십니다’ 이러대”라고 말했다. 이에 명씨는 “대통령 내외분께서 해주신 겁니다. 제가 한 게 아니고”라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이 녹음 파일에서 지인들에게 “내가 무슨 서울대를 나왔어. 촌에서 26살까지 소 젖 짜다가 나온 놈인데”라며 “근데 그 사람들은 왜 나를 그렇게 대할까? 사람을 알아보는 거야, 김건희가”라고 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3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고함을 치는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민주당이 확보한 녹취에 따르면 명씨는 2022년 6월 중순 김 전 의원, 지인들과의 대화 도중 김 전 의원에게 “하지 마라니깐요. 대통령이 알아서 하겠다고 하는데 왜 그래요?”라며 “본인이 대통령입니까? 내가 지시받았댔잖아. 오더 내려왔다 했잖아”라고 소리쳤다.

명씨는 “본인이 그러면 김건희한테 얘기하소, 고마(그냥)!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라며 “두 번이나 전화 왔어요! 두 번이나! 정리해달라고”라고 고함쳤다. 그는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본인이 다음에 6선할 것 아닙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 어디 붙어야 먹고 산다고 내가 얘기해도, 씨”라고 말했다.

명씨는 “본인이 왜 판단합니까? 오야(우두머리)가 위에서 쏘라 카면 쏴야지”라며 “본인이 오야입니까? 본인 그 김건희한테 가서 김건희한테 뭘 말이라도 똑바로 해요?”라고 물었다. 그는 이어 “김건희가 권력을 쥐고 있잖아요. 권력 쥔 사람이 오더를 내리는데 본인이 왜 잡소리 합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본인 거 다 윤석열이랑 오늘 전화해서 윤석열이 뭐라 카는지 압니까, 내한테?”라며 “시키면 왜 시키는대로 안 합니까? 자꾸! 본인 생각이 왜 필요해요?”라고 했다. 또 “청와대에서 계속 가니까 청와대에서 지역 조사하는 거 ARS 돌리는 거 그거 받아야지예”라며 “나도 하기 싫어요, 지금. 그래 해야 대표님(김 전 의원)도 공천받고 다른 사람도 하고”라고 했다.

명씨는 “오로지 대통령하고 사모님을 위해 모든 걸 희생했어야, 그래야 거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을 수 있는 거예요. 내가 장사 다 하라고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김건희한테, 윤석열한테 돈 받은 것 있습니까?”라며 “그러니까 내가 가서 김영선이 공천 달라 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지”라고 주장했다.   < 경향 박하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