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민주동문회 등의 제보로 2022년부터 조사에 착수…조사 3년 만에 결론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 후 7일만인 지난 4월11월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숙명여대가 김건희 여사의 석사학위 취소 결정을 내렸다. 표절 조사를 시작한 지 3년 만이다.

 

숙명여대는 24일 “어제 교육대학원위원회를 개최하고 김건희(논문 수여 당시 김명신)의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파울 클레의 회화적 특성에 관한 연구’)에 대한 학위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지난주 교육대학원위원회에 김 여사 학위취소를 요청하기로 결론 내렸고 교육대학원위원회는 최종 취소를 결정했다.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학칙에서는 부정한 방법으로 학위를 받은 경우 교육대학원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학위수여 취소를 규정해놓았다. 숙명여대는 “이번 결정은 연구윤리 확립과 학문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내려진 판단”이라고 밝혔다.

 

앞서 숙명여대는 김 여사의 미술교육학 석사 논문(‘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을 놓고 표절 논란이 일자, 숙명민주동문회 등의 제보를 받아 2022년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 정봉비 기자 >

 

숙명여대 구성원 “김건희 논문표절 판정 73일…학위 취소하라”

 
유영주 숙명민주동문회장, 신동순 숙명여대 교수, 황다경 숙명여대 재학생 모임 ‘설화’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의 논문 학위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숙명여자대학교 석사학위 논문이 표절로 최종 판정된 지 73일이 지났는데도 학교 쪽이 징계 계획을 내놓지 않자, 숙명여대 구성원들이 학위 취소를 촉구했다.

 

김 여사 논문표절을 제보했던 숙명민주동문회, 신동순 중어중문학부 교수와 숙명여대 재학생 모임 ‘설화’는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숙명여대와 문시연 총장은 당장 책임을 다하고 즉각적으로 김 여사의 석사 논문을 철회하며 학위를 취소하라”고 밝혔다.

 

앞서 숙명여대는 김 여사의 미술교육학 석사 논문(‘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을 놓고 표절 논란이 일자, 숙명민주동문회 등의 제보를 받아 2022년부터 조사에 착수해 지난 2월 표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표절 조사를 진행한 숙명여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구윤리위)가 제보자 쪽에 보낸 조사결과를 보면, “인용표기가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출처를 표시하지 않거나, 참고 문헌에서조차 원문 표기를 누락한 것은 90년대 말인 당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사회적 통념과 학계의 보편적, 통상적 기준에 근거해 ‘표절’로 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여사의 논문이 표절로 확정됐지만 숙명여대는 이날까지도 징계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영주 숙명민주동문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표절 확정 이후 73일이 지났지만 학교는 무엇 때문인지 징계 계획을 전혀 발표하지 않고 있어 숙명여대 구성원들의 명예가 더럽혀지고 있다”면서 “숙명여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다는 오해를 심어주는 건 불필요하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로 당선된 문시연 총장은 반드시 약속을 지키라”고 말했다.

 

논문 표절 제보 당시 표절률을 검증했던 신동순 숙명여대 중어중문학부 교수는 “우리는 김건희씨 논문에 대해 2022년 8월 나흘간 검증했고 표절률 48.1%∼54.9% 결괏값을 내놨다”며 “표절률 50%가 넘는 김건희씨 논문 표절에는 학위취소가 원칙이다. 그것이 공정이고 상식“이라고 했다. 황다경 숙명여대 재학생 모임 ‘설화’ 대표도 “공정과 신뢰의 가치가 무너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 더 이상 학생에게 부끄럽지 않은 학교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숙명여대 쪽은 표절 조사를 진행한 연구윤리위가 아직 징계 수위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연구윤리위가 김 여사의 논문 철회나 학위 취소 등 표절에 따른 제재 조처를 논의해 학교 쪽에 요청해야 숙명여대는 교육대학원 위원회를 열어 징계 사항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연구윤리위는 숙명여대 교수진, 외부 위원 등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한겨레에 “징계에 대한 여러 규정들을 연구윤리위가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해 총장님도 보고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고나린  최현수 기자 >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탄핵, 헌법재판관 8명 하나하나 토론하고 확정”
재판관 구성엔 “연구관·교수·지역법관 넣어야”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어른 김장하의 씨앗’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문이 작성될 때 처음 확정된 문장은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수행 덕분이다”인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2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당 문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문장은 처음 확정됐다”고 밝혔다.

 

문 전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윤석열)은 애당초 비상계엄을 오래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파면은 안 된다 이렇게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들이 볼 때는 시민들이 저항하지 않았더라면 군경이 적극적으로 임무수행을 했더라면 비상계엄 해제가 쉽지 않았을 거다고 봤다. 그런 뜻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표현에 대해서는 재판관 사이에 어떠한 이견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할 당시 문 전 권한대행은 22분 동안 선고 요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 가운데 “한편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는 대목이 특히 시민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앞으로 달려가 맨몸으로 군용차 등을 막은 시민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파면 결정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를 “가장 마음에 든 문장”이라고 꼽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임재성 변호사 역시 이 문장을 가장 인상 깊은 문장으로 꼽았다.

 

문 전 권한대행은 ‘그 문장을 어느 재판관이 썼냐’는 질문에 “아마 주심(정형식 재판관)이 썼던 거 아닌가 (싶다)”며 “왜냐면 처음에 확정된다는 건 주심이 썼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처음에 확정된 문구들이 몇 개 있다. 그중의 하나가 이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입장해 있다. 연합
 

문 전 권한대행은 탄핵 결정문이 전체적으로 쉽게 쓰여있다는 평가에 대해서 “탄핵 결정문엔 재판관 8명의 영혼과 땀이 서려 있다”며 “당연히 주심 재판관이 제일 많이 썼고, 논거에 대해서도 충분히 다 토론했지만 문구 하나하나에 대해서 (8명이) 토론하고 확정 지었다”고 말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이후 시민들이 헌법을 필사하는 등 헌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대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동본 불혼을 금지, 폐지한 게 헌법재판소다. 헌법은 이미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탄핵 결정으로 헌법재판소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전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구성과 관련해 “(지금처럼) 판사 출신으로 헌법재판소를 다 채우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질 수 있고 다양한 검토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연구관이나 헌법 전공 교수들을 넣어도 된다”며 “판사를 넣더라도 ‘지역 법관’도 좀 넣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권한을 폐지해야 된다”며 “그런 입법례가 (다른 나라에) 제가 알기로는 없다”고도 했다.    <  송경화 기자 >

올해 아세안(ASEAN) 의장국 말레이시아와 협력 강화

가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은 한국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첫 통화를 갖고 올해 타결 예정인 ‘한-말레이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상호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오늘 오전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가졌다”며 “이 대통령과 안와르 총리는 서로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와의 수교 65주년을 축하하면서 “반세기 이상 구축해 온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안와르 총리와 협력해 양국의 우호 협력 관계를 더욱 굳건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두 정상은 올해 한-말레이시아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포함해 무역, 투자, 인프라, 디지털 전환, 녹색 성장,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확대되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에프티에이 협상을 진행해왔다.

 

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올해 아세안(ASEAN)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인 한국이 한-아세안 관계 발전은 물론 역내 및 글로벌 도전 과제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의 공조 강화에도 함께 기여해 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 엄지원 기자 >

 

이 대통령 지지율 59.3%…민주 48.4%, 국힘 31.4% [리얼미터]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둘째주 국정수행 긍정 평가가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20일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한 국정 수행 전망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결과, 이 대통령의 취임 둘째주 국정수행 지지도에 대해 응답자 59.3%가 ‘잘함’이라고 응답했고, 33.5%가 ‘잘못함’이라고 답했다.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0.7%포인트 상승했고, 부정 평가는 0.7%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5년간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전망 조사에서는 ‘잘할 것’이란 응답이 60.4%였고, ‘잘 하지 못할 것’이란 응답은 34.3%였다. 긍정 전망은 지난주에 견줘 1%포인트 오른 반면, 부정 전망은 0.6%포인트 내렸다.

 

지난 19∼20일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48.4%, 국민의힘이 31.4%였다. 민주당은 지난주보다 1.5%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1%포인트 상승해 양당 격차는 17%포인트였다. 뒤이어 개혁신당 4.9%, 조국혁신당 2.9%, 진보당 1.6% 등 차례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 장나래 기자 >

대선 전 국립문화공간재단 대표에 우상일 임명
조윤선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보고’ 징계받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국민께 드리는 당부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통령 선거 직전에 ‘블랙리스트 사태’로 징계를 받은 전직 문체부 관료를 문체부 산하 법인 대표로 임명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5월9일 국립문화예술시설을 운영·관리할 국립문화공간재단 초대 대표에 우상일(65) 전 문체부 예술국장을 임명했다. 우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까지 받은 인물이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과 관계자는 23일 “지난해 12월 문체부 소관 재단법인으로 만든 국립문화공간재단은 문체부 장관이 대표를 임명하도록 정관에 명시돼 있다”며 “정관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문화공간재단은 서울 마포구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내년 중순 개관하는 당인리문화창작발전소 등 앞으로 신설될 국립문화예술시설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다. 문체부 예술국장과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국립현대미술관,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등 5명이 이사진으로 참여하는 문체부 직속 기관이다. 문화예술계에선 유 장관이 대선이 불과 1개월도 남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산하 법인 대표를 임명한 것 자체가 ‘알박기 인사’란 지적이 나온다.

국정농단 땐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 국회 모독

우상일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2014년 국회에서 국정농단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 도중에 김종 제2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고 적은 메모를 전달했다가 들통나 입길에 올랐다. 연합
 

특히 우 대표는 2017년 예술국장 시절 당시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보고한 당사자다. 조 전 장관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지원을 배제할 문화·예술인 명단을 적은) 표를 직원이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고, 우상일 예술국장으로부터 (리스트가 있다는) 확정적 보고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우 대표는 앞서 2014년 체육국장 시절에도 국정농단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국회 공방 와중에 김종 문체부 제2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메모를 전달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얼마 전에야 사무실을 구하고 직원 채용을 진행 중인 상태라 국립문화공간재단 출범을 책임질 상임대표 임명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며 “우 대표가 문체부 공간문화과장과 예술국장으로 재직하는 등 전문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내년 중순 개관하는 당인리문화창작발전소 조감도. 국립문화공간재단 누리집 갈무리

 

우 대표는 문체부 퇴직 이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한국관광공사가 대주주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경영본부장에 내정됐다가 야당의 비판과 노조의 반발 등으로 사퇴했다.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정농단 핵심 인사이자 국회 모독의 당사자를 중요 직책에 임명한다면 이는 현 정부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활동을 정당화하는 것이고 국회 모독을 묵인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 대표는 2023년 보수 성향 문화예술단체 ‘문화자유행동’ 창립 당시 사무총장도 맡았다. 이 단체는 창립 직후 다른 보수 성향 단체들과 함께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 임석규 기자 > 

 

법무장관의 ‘TK·공안 알박기’…“정권 바뀌면 ‘한동수 감찰부장’ 되라는 것”

박성재 장관의 대검 감찰부장·법무부 감찰관 임명 강행 이유

 
 
박성재 법무부 장관(왼쪽)과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19일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모든 정부 부처에 인사 동결을 지시하라고 요구했다. 2주 뒤면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서 의도가 의심되는 ‘알박기’ 인사가 연이어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강행한 감찰 담당 검사장급 임명에 이주호 권한대행이 도장을 찍어준 것을 최악의 알박기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권 검찰의 잘못을 감찰해야 할 핵심 보직에 티케이(TK) 출신 공안통 현직 검사들을 승진 임명했기 때문이다. 임기 2년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실 파견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 혜택 제보가 있다며 “12·3 내란 비밀을 아는 공무원들에 대한 명백한 보은성 인사, 알박기 인사, 입틀막 인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안부, 문체부, 산자부 등 전 부처 인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섣부른 인사는 차기 정부와 국민에게 짐만 될 뿐이다. 이주호 권한대행에게 인사 동결 지시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서는 특히 지난 16일 단행된 법무부 감찰관·대검찰청 감찰부장 임명을 문제 삼는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법무부 감찰관에게는 12·3 비상계엄 당시 법무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감찰하는 역할이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검 감찰부장에게는 윤석열 정부 때 김건희씨 봐주기 의혹 등 수사 전반에 대한 감찰 임무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 감찰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박성재 장관이 주재한 계엄 회의에 반발해 류혁 감찰관이 사직한 뒤 공석이었다. 대검 감찰부장은 지난해 11월 이성희 감찰부장 임기 만료 뒤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두 자리는 감찰 독립성 강화를 위해 그간 외부인사를 적극 기용해 왔다. 그러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던 박성재 장관은 지난달 10일 복귀한 직후 “중요한 자리여서 오래 비워둘 수 없다”며 감찰관·감찰부장 공개모집 공고를 냈다. 정권 교체기라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이 커졌다. 결국 ‘외부 지원자가 없다’는 이유로 현직 검사를 검사장급 자리에 승진 인사 형식으로 임명했다. 6·3 대선을 불과 18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법무부 감찰관에는 김도완(53·사법연수원 31기) 수원지검 안산지청장, 대검 감찰부장에는 김성동(54·31기)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이 임명됐다. 

김도완 감찰관은 대구 오성고·서울대 정치학과, 김성동 감찰부장은 경북 경산고·고려대 법대를 나왔다. 두 사람 모두 검찰 내에서 공안검사로 분류된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부장검사는 “정권 교체가 임박한 상황에서 박성재 장관이 티케이 출신에 공안들을 임명한 이유가 무엇이겠냐. 조직 내부에서는 비상계엄과 내란에 대한 이념적 시각을 공유하는 사람을 물색 하다가 티케이·공안 출신을 찍었다는 말이 나온다. 특수 쪽은 한동훈계가 많다. 장관 입장에선 믿을 사람이 그만큼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 장관은 대구고·고려대 법대를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검찰 수사의 불법·위법성을 들춰내 검찰개혁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이 때문에 수사와 사건 처리의 적정성 등에 대한 사무감사를 맡는 대검 감찰부장 자리가 특히 중요하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선 이후에도 심우정 검찰총장이 물러나지 않고 내년 9월까지 임기를 채우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여기에 대검 감찰부장까지 ‘윤석열 검찰’을 겨냥한 감찰 등에 절차적 문제 등을 거론하고 나서면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심 총장이 임기 전 사퇴하고 새 검찰총장이 임명될 경우에도 ‘알박기 견제’가 가능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은 “박성재 장관이 무리하게 티케이·공안 출신을 대검 감찰부장에 임명한 것은 앞으로 ‘한동수 감찰부장’ 역할을 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동수 전 감찰부장은 판사 출신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조국 당신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검 감찰부장에 임명됐다. 검언유착 의혹(한동훈), 판사사찰·고발사주 의혹(윤석열) 감찰을 하며 검찰 수뇌부와 충돌했다.

 

감찰이 집중될 서울중앙지검의 이창수 검사장이 사법연수원 30기라는 점에서, 그보다 후배인 현직 검사를 대검 감찰부장에 임명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검찰 관계자는 “끼리끼리 감찰하고 봐준다는 비판 때문에 기수가 높은 외부인사를 감찰직에 임명해 온 것”이라고 했다.

 

사법연수원 기수마다 보통 10여명 안팎이 검사장을 단다. 사법연수원 31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기소한 박영진 전주지검장 등 이미 11명이 검사장을 달았다. 여기에 김성동·김도완 두 사람이 추가로 검사장에 임명된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두 사람이 ‘승진 막차’를 탄 것은 아니더라도, 대선 이후에는 검사장 승진을 기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접견하기 위해 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주호 권한대행이 차관급인 감찰관·감찰부장 승진 인사를 한 것도 ‘권한대행이 해서는 안 될 인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란 사태에 따른 정권 교체를 앞두고 주요 부처 고위직 인사가 묶여 있는 상황에서 법무·검찰만 정치적 논란이 큰 차관급 승진 인사를 허용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최근 이 권한대행은 채널에이(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한 이정현 법무연수원 연수위원(검사장)의 정직 1개월 징계를 법무부 의결 보름여 만에 재가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은 “다른 검사장 보직과 달리 임기 2년이 정해진 차관급 승진 인사라는 점에서 차기 대통령이 해야할 인사였다. 박성재 장관의 의도를 이주호 권한대행이 받아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 김남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