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공천 개입, 검찰이 축소‧은폐할 우려
해당 수사 지휘하는 정유미 창원지검장 '찐윤' 이력

임은정, 과거 '소윤' 윤대진의 인사거래 제안 공개
동석했던 정유미, 적반하장격으로 임은정 맹비난
"소윤 대신 '덕담' 운운하더니 이제 '대윤' 사건 수사"
"또 덕담이라며 명태균 사기 사건으로 마무리 짓나"

'계속 가보겠습니다'라는 내부 고발자 "외로움 숙명"
"직접 겪은 일 말해도 매도돼…잠든 동료들 깨울 것"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와 관련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2024.8.14. 연합
 

외롭지만 꿋꿋한 내부 고발자인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다시 검찰을 향해 '호루라기'를 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을 규명해야 할 수사가 대통령실 눈치를 보는 검찰에 의해 '명태균이라는 사기꾼의 일개 사기 사건'으로 축소‧은폐되지 않을까 깊이 우려한 것이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 내에서도 특히 해당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정유미 창원지검장을 지목했다.

임 부장검사는 1일 페이스북에 <소윤 윤대진의 인사거래 제안 또는 덕담 & 대윤 윤석열의 공천개입 또는 덕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공천 개입 관련 통화 내용에 대해 대통령실이 "당시 통화 내용이 그렇게 중요한 내용도 아니었고, 어떻게 보면 좀 덕담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한 사실을 들어 "대윤의 덕담을 듣고 보니 소윤 윤대진의 덕담이 절로 떠오르더라"면서 옛 일화를 소개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대진 전 검사장(2022년 12월 변호사 개업)은 2006년 대검 중수부에서 함께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등을 수사하며 호흡을 맞췄던 '특수통'으로 검찰 내에서 각각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이라 불리는 막역한 사이였다. 윤 대통령 스스로 "대진이하고 나하고 친형제나 다름없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7월 윤 전 검사장은 바늘과 실처럼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에 발탁됐고, 이어 2018년 7월엔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기수를 몇 단계 뛰어넘어 파격 기용됐다. 윤 대통령은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됐으니 문재인 정권이 두 사람을 얼마나 '한 세트'처럼 각별히 챙겼는지 알 수 있다.

 

2019년 1월 2일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왼쪽)이 정부과천청사 1동 대강당에서 열린 법무부 시무식에 참석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인사하고 있다. 2019.1.2. 연합
 

임은정 부장검사에 따르면 2018년 2월 당시 문재인 정부의 최고 검찰 실세였던 소윤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정유미 서울중앙지검 부장을 통해 저녁 식사를 하자는 연락을 해왔다. 임 부장검사는 "함께 근무한 적이 없어 초면인 저에게 불쑥 연락하기가 계면쩍던지 저와 친했던 동기 정 부장을 통해 약속을 잡고 정 부장을 대동하고 왔다"면서 "(윤대진 1차장이) '이제 검찰개혁은 다른 검사들에게 맡기고 개인의 행복을 찾으라'며 해외연수를 권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연수를 핑계로 여름 인사에 또 물먹이려고 그러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제게 소윤은 '이번 여름 인사 때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장으로 보내주겠으니 걱정 말고 어학 공부에 매진해 연말 해외로 나가 앞으로 즐기라'고 어찌나 간곡하게 설득하던지"라면서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팍팍하겠구나 싶어 답답해졌지만, 팍팍하게 계속 살자고 마음 굳게 먹고 어학 시험을 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2018년 7월 검찰국장이 된 소윤은 인사 발표날 아침 전화를 걸어 충주지청 부장으로 발령 날 거라고 귀띔하며, 제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해외연수를 가지 않아 자기도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으로 발령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변명했다"면서 "그 전화를 받고 해외연수가 부산지검 부장 발령의 반대조건인 줄 비로소 알았다. 충성 맹세를 하고, 특정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겠다고 다짐을 두고 누가 어느 자리로 갔다는 흉흉한 소문이 근거가 없지 않겠다 싶더라"고 개탄했다.

임은정 부장검사가 2020년 1월 경향신문에 기고했던 칼럼
 

임 부장검사는 윤대진 1차장과의 이 같은 은밀한 만남을 2020년 1월 <아이 캔 스피크 2>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검찰 내 '인사 거래' 풍문을 오래전부터 듣긴 했지만 자신이 직접 겪곤 너무 황당해 언론 기고를 계기로 폭로했던 것이다. 하지만 윤대진 차장의 실명을 밝히진 않고 '검찰 간부'라고만 서술했으며, '보안을 신신당부'했던 정유미 부장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해당 칼럼이 나간 뒤 윤대진 검사장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은 반면, 정유미 부장이 발끈해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조직을 욕보이려고 의도적으로 당시 상황을 왜곡한 것이라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고 맹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많은 검사가 임 부장검사를 성토하는 릴레이 댓글을 달았다.

임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 당선 뒤 출간했던 자신의 저서 <계속 가보겠습니다>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많은 검사가 '언행에 신중하라'는 댓글 릴레이 소동을 벌였고, 대다수 언론은 이 문제를 '임은정 vs 정유미 등 다수의 검사'라는 갈등 구도로만 생중계했다.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들을 늘 보아온 처지라 정유미 부장의 글과 댓글들이 고통스럽기는 해도 놀랍지는 않았으나, 언론 보도의 방향과 깊이는 너무도 아쉬웠다'고 했었다. 임 부장검사는 이번 페이스북 글에서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가슴에 묻어둔 그 인사 거래 제안을 2020년 1월 신문 칼럼으로 공개하자 침묵을 지키는 소윤 대신 그 자리에 있던 정유미 부장이 나서서 내부망에 해명 글을 올렸다. '그 자리는 오로지 밥 한 끼 하면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위로하려고 만든 자리였고, 부산지검 부장 자리가 언급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언급되었다고 하더라도, 나라면 덕담 또는 허풍 섞인 농담으로 들었을 것 같다'고 공개 충고했다. 100명이 넘는 검사들이 숫자를 달아 저에게 언행에 신중하라는 댓글을 다는데 어찌나 황당하고 억울하던지. 기억이 없다고 하면서도 소윤을 대신해 덕담 운운했던 그 정유미 부장이 이제 창원지검장이 되어 대윤의 공천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정유미 창원지검장이 17일 대구지검 신관 7층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구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4.10.17. 연합
 

정유미 부장검사는 임은정 부장검사 외에도 문재인 정부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심재철 검찰국장, 박은정 감찰담당관,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검사 등 검찰 개혁 편에 선 인사들을 격렬하게 공격하는 글을 이프로스와 페이스북에 잇따라 올린 바 있다.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 엄호에는 열성적으로 앞장서 골수 검찰주의자이자 '찐윤' 검사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유미 검사를 '윤석열을 위한 저격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정유미 검사가 지난 5월 윤석열 정부에 의해 창원지검장으로 임명돼 명태균 씨 관련 수사를 사실상 뭉개왔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대윤의 대통령실에서 덕담이라고 천명하기까지 했으니 정유미 검사장의 창원지검에서 덕담으로 잘 정리해드리고, 사기꾼 명태균의 사기 사건으로 마무리 짓지 않을까… 싶어 한숨이 절로 나온다"면서 "명태균도 검찰을 못 믿겠다며 특검을 요구하는데, 누가 검찰을 믿겠는가. 검찰의, 검사들의 자업자득"이라고 탄식했다. 정유미 창원지검장 같은 인물들을 오랜 세월 지켜보며 검찰 내에서 외롭게 목소리를 내온 임 부장검사는 언제쯤 한숨을 멈출 수 있을까. 그는 <계속 가보겠습니다>에서 정유미 사례 등과 관련해 이렇게 토로했었다.

"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입장과 처지에 따라 기억과 말이 다른 게 세상이다. 잃을 게 많은 사람은 두려움도 많다.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정직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여 동료들의 뒷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내부 고발자에게 외로움은 숙명이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을 말하는 것인데도 거짓말이나 착각인양 일방적으로 매도되곤 한다. (…) 내부 고발자의 역할은 세례요한처럼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어 잠든 동료들을 깨우고, 세상에 널리 알려 잠든 척하는 사람들마저 억지로 눈을 뜨게 만드는 것이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8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당시 박 의원은 임 부장검사에게 "최초의 검사 탄핵 청문회에 용기 있게 출석해줘서 고맙다. 증인도, 저도 검찰에서 감찰을 담당했었다"고 말하며 울컥하기도 했다. 2024.8.14.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김건희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30만명 모여
이언주 · 김병주 의원 등 ‘윤 대통령 퇴진’ 요구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날에서 이재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우리의 손으로 확실하게 심판합시다”

무대에 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외치자 서울역 4번 출구부터 시청역 주변까지 5차선 도로를 메운 30만여명(주최 쪽 추산, 경찰 추산 1만7천명)의 당원과 시민이 함성을 내질렀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을 열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소속 의원 대부분이 참여해 여당과 대통령실에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무대에 선 일부 의원들은 윤 대통령 퇴진 요구를 보다 분명하게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설 시작에 앞서 “지금은 제1야당의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부탁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비치면서도, 윤석열 정부 비판에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아닌 책임 없는 자들이 국정을 지배하고, 주권자의 합리적 이성이 아닌 비상식과 몰지성, 주술이 국정을 흔든다”며 “이 정권은 한마디로 상습적으로 법을 어기는 범법정권이다. 절망을 벗어나 사라진 꿈을 되찾고, 과거로 퇴행을 멈추고 미래로 가는 길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역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 행동의 날’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어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불통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변화의 출발점은 대통령의 진지한 성찰과 대국민 사과”라고 말했다. 이어 △김건희·채해병 특검법 수용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긴급 조처 △전쟁 유발 책동의 중단 등을 윤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이날 무대에 올라 “(김건희 여사의) 온갖 불법을 옹호하느라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정의가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은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고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며 특검법 관철을 다짐했다. 민주당은 오는 5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하고 14일 본회의에 특검법안을 올려 통과시킬 계획이다. 지난달 17일 검찰의 도이치 모터스 사건 불기소 처분 직후 세 번째로 발의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 기존 8개 의혹에 더해 명태균씨를 통한 지방선거·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 5개 의혹을 특검 수사 대상으로 새로 포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역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무대에 오른 민주당 최고위원들 사이에선 이날 집회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보다 분명하게 강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내려와야 한다. 이제 그만 내려오라”고 외쳤고, 김병주 최고위원도 “(윤석열 정권을) 내려야 한다. 오늘이 그 행동의 날”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이날 집회를 “출정식”이라고 표현하며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김건희 특별검사법 관철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한편,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본부’를 구성하는 등 국회를 넘어 김건희 여사 특검 수용을 요구하는 범국민행동을 벌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 한겨레 박고은  방준호 기자 >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대회


"박정희보다 잔인하고 전두환보다 뻔뻔한 부부"
"대한민국 미래 위해 윤석열 대통령 내려와야"

'임을 위한 행진곡' 함께 부르며 민주 수호 다짐
안치환 "김건희 노래 발표했다 3년간 방송 금지"

이재명 "비상식, 몰지성, 주술이 국정 뒤흔들어"
"윤석열 대국민 사과, 채 해병 특검법도 수용해야"

'국정농단 특검 통과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 돌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 연합
 

"김건희를 특검하라. 국민이 심판한다!" "국민의힘도 공범이다. 특검을 수용하라!" "국정농단 진상규명!"

파란색 옷을 입고 ‘김건희를 특검하라’고 쓰인 손팻말을 든 더불어민주당 당원과 시민 약 30만 명(주최 측 추산)이 2일 서울역 4번 출구에서 시청까지 가득 채워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 김건희 씨의 각종 국정 농단 의혹 등을 이유로 거리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파란색으로 꾸민 무대에 서서 시민들에게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전국에서 모인 민주당 당원과 시민들이 참석해 "끝까지 힘내서 함께 나라를 바로 세우자"고 함께 외쳤다. 사회를 맡은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목표가 무엇이냐. 오직 김건희 지키기, 민주당 죽이기"라며 "오늘 대회에서 그동안 쌓인 분노를 함성으로 표출하자"고 외쳤다.

봉건우 전국대학생위원장와 배우 이원종 씨가 사전 행사의 문을 열었다. 봉건우 위원장은 "어렸을 때 나는 대한민국이 정의와 자유가 넘친다고 생각했다"며 "윤석열 정권 3년 차에 대한민국의 정의는 사라졌다. 국민들은 이런 나라에 충성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원종 씨는 "나를 위해서, 내 딸과 아들을 위해서, 우리의 부모를 위해서 민주당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했다.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김건희를 특검하라!' 손팻말을 들어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 연합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2024.11.2. 사진 이호 작가
 

사전 행사 발언 후 레인보우임팩트의 치어 행사와 오프닝 영상이 이어졌다. 오프닝 영상에서는 윤 대통령의 취임식 장면이 상영됐다. 윤 대통령이 영상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라고 말하자 대회에 모인 사람들이 야유했다.

영상이 끝나자 바로 강선우 의원은 "우리 함성이 용산 대통령실까지 닿게 하자"며 "투쟁하자. 민주당이 지긋지긋한 김건희 나라를 끝장낼 것"이라고 시민들을 독려했다. 이어 국민의례와 함께 본 행사가 시작됐다. 

당 지도부의 1분 릴레이 발언이 이어졌다. 박찬대, 김민석, 전현희, 한준호, 김병주, 송순호, 주철현 의원은 무대에 서서 한마음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외쳤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내려와야 한다"며 부패한 정권의 정치검찰 행태와 우크라이나 파병, 공천 개입, 이태원 참사 등을 윤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는 이유로 들었다.

1분 릴레이 발언이 끝나고 민주당 김건희심판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최고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최고위원은 "박정희보다 잔인하고 전두환보다 더 뻔뻔한 부부 날강도(윤석열·김건희)는 더 무서운 철퇴를 맞을 것"이라며 "전국에서 행진하고 서명할 것이다.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고 보수와 진보가 이성으로 존재하는 품격 있는 민주 공화국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가수 안치환 씨가 공연하고 있다. 2024.11.2. 사진 이호 작가
 

문화 공연도 있었다. 밴드 허클베리핀은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비처럼 내리길 바란다"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시민 모두 밴드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공연이 끝난 뒤 '파란 물결 파도타기 퍼포먼스'가 있었다. "김건희 특검" 구호를 세 번 외친 뒤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주의, 민생 경제, 남북 관계, 헌법 정신이 위기"라며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다. 윤석열 정권의 온갖 특이한 일을 따라가면 결국 김건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건희는 어떤 잘못과 불법에도 처벌받지 않으며 대통령의 권한까지 마음대로 누리고 있다"면서 "김건희 특검은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거짓말과 불법으로 점철된 불의한 권력을 심판하는 데 국민 여러분이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정권의 '블랙리스트' 가수인 안치환 씨 공연이 있었다. 안치환 씨는 "김건희가 우리나라 영부인이 되는 걸 참을 수 없어서 관련된 노래를 만들어 발표한 적 있다"며 "나는 이후 3년 동안 공영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 나야 블랙리스트에 익숙하지만, 주위에서 아직도 활동하냐고 물을 때는 씁쓸하다"고 말한 뒤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불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2024.11.2.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날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2 [공동취재]. 연합
 

마지막 발언을 장식한 이재명 대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아닌 책임 없는 자들이 국정을 지배하고 있다"며 "주권자의 합리적 이성이 아닌 비상식과 몰지성, 주술이 국정을 뒤흔들고 있다"고 윤석열 정권을 직격했다.

이 대표는 "2016년 가을을 떠올려 보자"면서 "그때 우린 낡고 후진 장벽을 부수기 위해 차가운 거리에 섰다. 우리는 매서운 추위를 뚫고 끝이 없을 것 같던 행진을 이어가 마침내 주인의 자리를 되찾았다. 그런데 어처구니없이 다시 최악의 정권을 맞이했다"고 했다.

또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159명의 꽃다운 젊은이가 영문도 모른 채 죽었고, 젊은 해병은 이유도 모른 채 불귀지객(한번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아니하는 사람이란 뜻)이 됐다"며 "경기 침체는 최악이다. 정부는 국민의 삶에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 정부는 비전도 대책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남북은 적대적 국가로 치달아 한반도의 안전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 정권은 이역만리 타국의 전쟁까지 한반도로 끌어오지 못해서 안달복달이다. 국민 생명을 이처럼 경시하는 정권을 겪어 본 적이 없다. 이 정권을 규정하면 상습적으로 법을 어기는 범법 정권"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제시한 대한민국의 비전은 '평화'였다. 그는 "싸워서 이기는 것은 하수 중 하수이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상수"라며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안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의 정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진지하게 성찰하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며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을 수용하라. 민생 경제를 살리는 긴급한 조치를 해야 하며 전쟁 유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끝으로 이렇게 역설했다.

"촛불로 몰아낸 어둠이 한층 크고 캄캄한 암흑이 되어 복귀했지만,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다시 한번 더 증명해 내자.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우리의 손으로 확실하게 심판하자. 권력이 국민을 두려워할 때까지, 권력자가 국민 앞에 무릎 꿇을 때까지 쉬지 말고 외치자. 우리가 바로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이 대표의 발언 뒤 바로 '천만인 서명운동'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무대 스크린에는 큐알코드가 떴고, 이 대표는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의혹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법 통과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에 첫 번째로 사인했다. 그 뒤로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나와서 사인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날 집회에서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과 함께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통과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판에 서명하고 있다. 2024.11.2. 연합

천만인서명운동 QR코드.

국회 파병 동의 얻고, 러시아와 단교 각오부터 해야

안전성-효과성-은밀성 3대 조건 무책임하게 외면
전선은커녕 기껏 키이우나 브뤼셀 사령부 보낼 것

윤석열 정부가 벌이는 또 하나의 여론몰이 신파극
감행한다면 우리 안보에 더 큰 위협 자초하는 꼴
러시아 파병 북한군보다 윤 정부가 '최대의 위협'

 

세계 전사에 이름을 남긴 마지막 참전무관은 독일 육군의 막스 호프만 대령이다. 러일 전쟁(1904~1905) 중 일본군에 배속돼 전쟁을 관찰, 제정 러시아 육군의 약점을 간파했다. 10년 뒤 제1차 세계대전 첫 달, 독일 육군의 대승에 자양이 됐다.

 

김용현 국방장관이 30일 미국 버지니아 앨린턴의 펜타곤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2024.10.31. [국방부 제공] 연합
 

역사의 유물, 참전무관

1914년 8월 탄넨베르크 전투에서 독일 육군이 러시아 제2군을 궤멸시킨 역사적 승리로 이어진 것. 그러나 이후 대량 피해의 총력전으로 전쟁 양상이 달라지면서 무관(military attache) 또는 옵서버(observer)로 불린 참전무관 제도는 희미해졌다. 한국전쟁에서도 없었다.

지난달 18일 국가정보원을 필두로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팀이 팀플레이를 하는 북한군 러시아 '참전' 뉴스 속에서 참전무관 문제가 새삼 돌출했다. 이 역시 우연히 나온 게 아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각하는 홍보의 하나로 읽힌다. 북한군 파병을 제지할 어떠한 수단도 없는 처지에서 나온 궁여지책이기도 하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1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관단과 전황분석단 파견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병된 북한군이 드론 활용을 비롯한 현대전의 새로운 전법을 익힐 것이기에 우리도 현대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와 김용현 국방장관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전황분석팀이건, 모니터링팀이건 북한군의 활동과 전황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팀을 보낼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늘 그렇듯 김용현 국방장관은 한 발 더 나갔다.

 

이라크 파병 자이툰 부대 주둔지 선정을 위한 정부합동조사단의 송기석 단장(합참 작전부장)이 19일 국방부에서 현지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04.4.19. 연합
 

이라크전 참관했다고?

김 장관은 30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옵서버나 분석팀을 보내지 않는다면, 우리가 제대로 일하지 않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단정했다. "이라크전을 포함해 역사적으로 전쟁 중인 나라에 모니터링팀을 파견하거나 분석팀을 보내왔다"고도 강변했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 "김용현의 거짓말이 또 나왔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근거다. 대한민국 군전문가팀은 이라크전을 전장에서 관찰한 적이 없다. '전장 없는 전쟁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웠던 테러와의 전쟁의 현장이 위험천만했기 때문이다. 미군이 허용하지 않은 이유다. 그 대신 플로리다의 미국 중부군사령부(CENTCOM)를 방문해 간접 관찰했다. 당시 방문했던 영관급 장교의 한 명이 김병주 전한미연합사부사령관(더불어 민주당 의원)이다.

자이툰 부대의 쿠르드족 지역 파병이 결정된 뒤 '정부합동 현지 조사단'이 2003년 9~10월 두 차례 현지 방문한 적은 있다. 주둔지의 안전 점검이 주목적이었다. 전황 분석이나 전쟁 참관과는 무관했다. "이라크전 때도 참관단이 있었지만, 그때도 국회 동의가 없었다"는 김 장관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자이툰부대 파병 뒤 군 장교들이 갔지만, 이는 미군이 다국적사령부의 참모로 받아준 것이다. 이미 파병이 된 뒤였기 때문에 국회 동의는 필요 없었다. 김병주 의원이 정부의 참관단 파견 주장에 대해 "단 1명이 파병돼도 파병"이라면서 국회 비준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이유다.

 

러시아군 병사가 24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의 쿠르스크 지방의 참호에서 소총을 겨누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배포] AP 연합
 

남북 관계, 한러 관계 '평지풍파'

국회 동의라는 법적 요건뿐 아니라 안전성, 은밀성, 효과성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군참관단이 직, 간접적으로 관찰한 전쟁은 예외없이 동맹국 미국이 주도한 전쟁이었다. 전쟁 주도국 또는 교전국이 허락하지 않으면 일단 안전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교전국인 러시아, 우크라와 모두 수교국이지만, 어느 나라와도 동맹이 아니다. 10명 안팎으로 예상되는 참관단의 안전을 우크라가 담보할 수 있을까? 파견된 군장교가 러시아군이나 북한군에 의해 사망한다면, 남북 관계와 한러 관계에 그야말로 평지풍파가 예상된다. 베트남전에서조차 남북은 서로 살상한 적이 없다.

참관단을 우크라군에 배속시킨다면 필연적으로 러시아와 적대관계를 천명하는 꼴이다. 단교를 전제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2월 말 개전 뒤 러시아와 별다른 외교적 교섭에 나선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내놓고 단교 의지를 내보이는 과감성은 보이지 않았다. 한러 단교가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충분한 대비가 된 뒤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살상무기 직접 지원 가능성'을 몇 차례 슬쩍슬쩍 흘렸을 뿐이다. 정부가 전쟁 정보 획득 효과를 위해 이 정도 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됐을까? 아니라고 본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식은 키이우의 우크라군 총사령부나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령부, 독일의 우크라 지원본부, 폴란드에 대표단을 보내는 것이다. 멀리 플로리다에서 이라크전을 관찰한 것과 마찬가지. 그러나 키이우 참관단이 발각된다면 러시아의 반발이 불 보듯 하기에 은밀성이 확보돼야 한다. 국가안보실장과 국방장관이 여론을 휘젓고 있는 참관단 논란의 '웃픈 진실'은 무엇보다 은밀해야 할 문제를 만방에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함께 김일성 주석의 1949년 첫 러시아(소련) 공식방문지인 모스크바 야로슬라브스키 기차역에서 열린 기념현판 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뒤 벽면에 현판이 보인다. 2024.11.1. [러시아 외교부 배포] EPA 연합
 

안전성, 효과성, 은밀성을 열쇠말로 정부의 참관단 파견 의지를 분석해 보면, 이처럼 실현되지 않을, 그야말로 '홍보를 위한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할까? 이런 홍보라도 하지 않으면, 국정원이 시작해 대통령까지 나서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북 파병' 홍보극의 의미가 퇴색하기 때문이다.

"북 파병 저지 불가능" 오스틴의 시인

이번 SCM에서 정리한 '북 파병'에 대한 한미 국방장관의 요구는 '즉시 철군' 요구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를 관철할 수단이 전혀 없다. 이를 솔직하게 인정한 이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다. 그는 한미 국방장관 공동회견에서 "다른 나라와 이것(북 파병)을 좌절시키려는 노력은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중단시킬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시인했다. 다만 "모든 행동에 결과가 있듯이 그들(러북)의 행동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일반론적 결론에 그쳤다.

결국 우크라전 참관단 파견은 국민을 상대로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것처럼 비치긴 해야겠는데 딱히 방법이 궁한 정부가 울력으로 벌이는 '한바탕 소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역으로 그럼에도 참관단 파견을 추진한다면, 우선 국회 동의를 둘러싼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동시에 여러 변수들로 인해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게 된다. '북 파병'이 아니라, 그로 인한 윤석열 정부의 무리수가 더 큰 안보 위협의 부메랑이 되는 것이다. 감행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국내 여론을 묶어두는 효과는 있다. 어쩌면 그게 본래 목적일 수 있다. 끝이 허망한 또는, 불온한 여론몰이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