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때문에 중도사퇴한 ‘1호 감사원장 최재형’

문 대통령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만들어 아쉽고 유감”

“감사원법의 정치적 중립성 취지 안맞아” 비판 쏟아져

 

정치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진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를 6개월 남긴 최 원장이 향후 대선 가도에 뛰어들 경우 그는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치로 직행하는 첫 감사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시간 만에 최 원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 아쉬움과 유감을 표명했다”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이 전했다.

 

최 원장은 28일 오전 감사원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취임한 최 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최 원장은 또한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최 원장은 대선 출마나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말을 삼갔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등판은 시점의 문제인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문 대통령 “최재형,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만들어”

 

정치권에 입문하려 중도사퇴한 ‘1호 감사원장 최재형’은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문 대통령이 최 원장의 사의 표명 당일 의원면직안을 재가하면서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것으로, 최 원장이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한 것은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감사원장이 정치권에 입문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회창·김황식 전 원장 등은 모두 국무총리를 거치며 유예기간을 뒀다. 감사원이 지닌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살핀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재형 원장이 스스로 중도사퇴한 것은 전대미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최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임기 보장을 스스로 깼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23대 황찬현 감사원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때 임명되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임기를 보장했었다”고도 덧붙였다.

 

최 원장이 월성 원전 경제성 감사, 김오수 감사위원 선임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겪은 불화가 정치 입문의 명분으로 거론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더욱 더 정치권과 거리를 둬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는 감사원법 2조를 앞세우며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결과적으로 보수 야권 내 지지 기반을 마련한 행보가 됐기 때문이다.

 

감사원 내부서도 “실망”…송영길 “내로남불의 결정판”

 

최 원장 사퇴설에 ‘설마’하며 반신반의하던 감사원 내부에서는 최 원장이 결국 자리를 던지고 나가자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소신 있고 양심에 거리끼는 일은 절대 안 했던 분이어서 (이번 결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선 출마 선언까지 한다면 실망할 것 같다”며 “감사원장에게 주어진 권한은 업무를 공정하게 하라는 것이지 그것으로 국민한테 인기를 얻어 정치적 발판을 만들라고 한 것이 아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은 ‘내로남불의 결정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경북 구미에서 열린 ‘경북도 예산정책협의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현직 감사원장이 임기 중 사표를 내고 대통령 선거에, 그것도 야당 후보로 나가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감사원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최 원장이 과거 청와대가 추천한 ‘김오수 감사위원’을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거절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그렇게 거절한 본인이 감사원장 그만두고 야권 대선후보로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 말이 맞지 않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권에선 초읽기에 들어간 최 원장의 정치권 입문을 반기고 있다. 최근 ‘윤석열 엑스(X)파일’ 등 검증 논란이 확대되면서 ‘윤석열 대체재’로서 그의 몸값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 원장에 대해서 항상 좋은 평가를 하고 있었고, 저희와 공존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환영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최 원장은) 아주 맑고 고운 분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으로서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며 추어올렸다.

 

그러나 최 원장이 당장 국민의힘으로 입당할 것인지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직행’ 부담감 때문에 당분간 당 밖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치적 기반이 부족하고 인지도·지지율 면에서 윤 전 총장을 따라잡아야 하는 위치여서 비교적 신속히 입당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최대한 늦추면서 중도층을 겨냥하려 한다면, 최 원장은 먼저 입당해서 당내 1위 주자 자리를 확보하려는 계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김지은 기자

 

 

청와대 ‘최재형 사퇴’에 윤석열보다 더 분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감사원장의 임기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한 최 원장의 의원면직안을 9시간 만에 재가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유감”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은 지난 3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물러났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윤 전 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하며 총장직을 던지자, 청와대는 1시간 만에 사의를 수용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사퇴 당시 청와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짤막한 ‘15자 입장문’을 냈던 것과 견주면,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더욱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감사원장의 임기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데도, 최 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야심 때문에 원장직을 내던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그 이전에 징계 등 숱한 갈등을 거쳤지만, 최 전 원장은 그런 일도 없이 중도사퇴했기 때문에 매우 부정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최재형 원장이) 스스로 이렇게 중도 사퇴를 임기 중에 한 것은 문민정부 이후에 전대미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하며, 최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임기보장을 스스로 깼음을 강조했다.

 

문민정부 이후 감사원장 현황을 보면 15대 이회창 원장과 21대 김황식 원장이 국무총리 지명으로 중도사퇴를 한 적이 있고, 그 외에는 20대 전윤철 원장과 22대 양건 원장 등이 정권 교체와 함께 중도사퇴를 했다. 이 관계자는 “23대 황찬현 감사원장의 경우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되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임기를 보장해 2017년 12월까지 재직했다”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 사의 표명…‘정치 입문’ 질문에 답 미뤄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거론돼온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감사원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출근 전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사의를 전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반응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또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취임한 최 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최 원장은 이어 “저는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심사인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언제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오늘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답했다. 곧바로 정치 행보에 나서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구체적 행보를 구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 원장의 사퇴는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제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밝히겠다)”고 말하며 예견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즉각 최 원장의 정치 참여가 임박했다고 기정사실화하는 반응이 이어졌고, 여론조사에서도 윤석렬 전 검찰총장과 함께 잠재적 야권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최 원장의 거취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데 대해 감사원 내부에서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를 둘러싸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치른 데다,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이 생명인 감사원의 수장이 특정 정치세력의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상황이 감사원의 신뢰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 원장은 이날 사의 표명을 할 때까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특별한 입장을 전하지 않고 일상 업무를 수행해와, 직원들 사이에서는 답답하고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최 원장 자신도 평소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을 강조했던 만큼 대선 출마 여부와 무관하게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 원장은 ‘사퇴의 직접적 계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에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이런 문제와 관련해 제가 감사원직 계속 수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재차 밝혔다. 김지은 기자

 

[사설] 궤변으로 가득한 최재형 감사원장 ‘사임의 변’

 

대선 도전 땐 ‘임기 중 정치 직행’ 첫 사례

“정치 중립” 말하며 ‘정치 참여’ 이율배반

윤석열 이어 ‘사정기관 독립성’에 큰 상처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감사원장을 그만둔 뒤의 거취와 관련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그의 최근 발언과 주변 인사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내년 3월 치르는 대통령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일단 중도 사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을 번 뒤 대선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가 대선에 도전한다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치권에 직행하는 첫번째 감사원장이 된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헌법이 명시한 4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한 감사원장은 최 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중간에 그만둔 감사원장이 곧바로 정치권에 직행하거나 대선에 도전한 전례는 없다. 세 차례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전 원장, 서울시장에 도전한 김황식 전 원장은 국무총리를 거쳐 정치권에 들어간 경우다.

 

최 원장 스스로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랬으니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답변을 흐렸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 참여 발표를 좀 늦춘다고 해서 그 부적절성이 희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임기 종료를 불과 6개월 앞둔 최 원장이 밝힌 ‘사임의 변’은 궤변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중도 사퇴를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 탓으로 돌린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논란을 빚어낸 당사자가 할 소리는 더욱 아니다. 현직 감사원장을 대선 후보로 집요하게 거론하는 야당에 대해 그가 한번이라도 명확하게 선을 긋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는가. 그랬다면 그를 둘러싼 ‘거취 논란’은 신속하게 정리됐을 것이고, 일련의 감사들에 대한 중립성 시비도 잦아들었을 것이다.

 

최 원장은 또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서도 원장직 수행이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 직전 원장의 대선 참여야말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큰 상처를 입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그가 자신의 말처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중시한다면 자중자애하는 게 마땅하다.

 

최 원장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직무상 독립된 헌법기관인 감사원장 자리마저 거침없이 내던지는 이가 국가 미래를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해야 했던 가장 중요한 일은 남은 임기 동안 맡은 바 직분을 충실히 다하는 것이었다.

 

임기제인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하고 정치의 길로 들어선 데 이어, 감사원장마저 임기 도중 사퇴하는 걸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그가 공직자로서 일말의 책임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대선 출마의 뜻을 접는 게 도리일 것이다.

 

‘좌천’ 후배검사들에 전화 걸어 “다음 기회 보자”고 벼른 윤석열

”사실상 정치인이 인사 관련해 검사들에 전화걸어 부추겨 부적절” 비판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주말 자신과 가까운 후배 검사들에게 전화해 ‘인사에 흔들리지 말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발표된 검찰 중간급 인사에서 좌천한 일부 간부들에게 연락해 안부를 묻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는 것인데, 대선 출정식을 앞둔 상황에서 현직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 관련해 반발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윤 전 총장은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후배 검사들에게 지난 26~27일 전화해 ‘흔들리지 말고 원칙대로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지난 25일 차장·부장 등 검찰 중간간부 652명에 대해 인사발령을 냈는데, 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팀 간부들이 대거 교체됐다.

검찰 내부에선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일부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체로 이른바 ‘정치검사’들을 정리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이들에게 연락해 ‘자리를 지켜라. 다음 기회를 보자’며 사실상 반감을 부추긴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직접 위로 전화를 한 것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역 검찰청에서 일하는 한 평검사는 “곧 공식 출마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정치인인데 검찰 간부에게 전화해 인사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은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검찰 재직 시절 ‘보스 리더십’을 발휘해온 윤 전 총장이 검찰 밖에서도 자신의 계보를 챙기는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평검사 또한 “윤 전 총장이 검찰에 있을 때 ‘윤석열 계보’에 들어가지 못해 소외감을 느낀 간부들이 있었다. 적절한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일부 검찰 간부에게 위로 전화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전 총장이 공식 출마 선언 자리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검찰정책을 전면 비판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낼지 주목된다. 윤 전 총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정치 참여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6월11일 전수조사 요청 이후 17일만에.. 가족 동의서 뒤늦게 제출

 

국민권익위원회 김태응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장(상임위원)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및 가족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착수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8일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1명과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모두 427명의 최근 7년간 부동산 거래 내역이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의 경우 법령상 미공개 대상이어서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최근 국민의힘에 복당한 홍준표 의원은 지난 21일 시작된 국회 비교섭단체 5개 정당 소속 의원 전수조사에 포함됐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조사가 끝난 뒤 그 결과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권익위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요청했으나, 권익위는 가족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가 일부 미제출됐다며 보완을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동의서를 추가 제출했다.

 

조사단장은 김태응 권익위 상임위원이 맡기로 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과 안성욱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 관련 직무를 회피했다.

 

조사 기간은 오는 29일부터 한 달간이며 필요하면 연장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 법령 위반 의혹이 있는 사항은 더불어민주당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비공개 통보하고 소속 정당에도 알릴 예정이다.

 

김태응 단장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여야 동일한 잣대로 공정하고 엄격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 정세균도 “수용한다”

7월11일 ‘컷오프’ 6명 본선행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경선 연기로 문제로 진통을 겪던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현행 당헌대로 ‘대선일 180일 전’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일정 확정을 저지하기 위해 당무위원회 소집까지 검토하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도 ‘당 최고위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17일 민주당 ‘비이재명계’ 의원 66명의 의원총회 소집 요구로 불거진 경선 연기 논란이 약 1주일 만에 정리되면서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 준비에 들어갔다.

 

당 지도부, 상임고문단·원외위원장 의견도 수렴…“원칙 준수” 우세

 

송영길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도부는 현행 당헌 규정 원칙에 따라 제20대 대선 경선 일정을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여러 이견이 있었지만, 하나로 가야 한다는 합의 아래 이견 있는 최고위원들도 양해해줘서 힘을 하나로 모아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가 적지않은 현역 의원들의 경선 연기 주장에도 ‘180일 규정’을 고수한 건 대선주자 간 합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물론 박용진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경선 연기에 반대해왔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후보간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선일정을 변경하는 건 또 다른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 등이 일정 연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일정을 변경할 경우 내홍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당 지도부는 당 내부 의견을 취합하며 의견이 갈릴 땐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도 쌓았다. 송 대표는 상임고문단 6명(문희상·김원기·임채정·이해찬·이용득·오충일)의 의견을 청취했고 윤관석 사무총장은 각 대선주자들과 접촉했다. 민병덕 조직부총장은 원외위원장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원칙론이 우세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180일 전 선출’ 규정을 확인했던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줄 알고 1년 전에 미리 특별당규를 만들었다. 그 당시에는 이재명 후보 존재감이 별로 없었고 이낙연 후보 대세론이 있었던 상황에서 각 후보 캠프를 거쳐서 만든 안이다. 따라서 원칙대로 가는 게 맞다”는 것이다.

최고위 90분 격론…경선일정안 보고받고 ‘고성’

 

하지만 이 결정이 도출되기까지 최고위에서는 90분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김용민·백혜련·이동학 최고위원이 원칙론을, 강병원·김영배·전혜숙 위원이 경선 연기론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강훈식 대선경선기획단 공동단장이 ‘대선일 180일 전 선출’을 전제로 한 경선일정을 보고하자 경선 연기론을 주장하는 최고위원들은 “선거인단 모집을 휴가기간에 하면 흥행이 되겠냐” ”180일에 꿰맞추기 식으로 하지 말고 하나하나 토론하자”고 반발했다.

 

원칙론을 주장하는 쪽에선 “구체적인 부분은 휴가 기간을 피해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일정을 빨리 결정해야 흥행할 수 있는 요소를 넣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경선 일정안을 놓고 토론을 생략하기로 하자 “그럴 거면 왜 보고를 받자고 한 거냐”는 고성이 회의실 밖으로 새어나오기도 했다.

 

논쟁이 격해지자 송 대표는 결국 “이 문제 결정을 대표한테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다수 최고위원이 이에 동의함에 따라 송 대표는 표결 없이 현행 당헌대로 대선후보를 선출하기로 의결했다.

 

가장 강경하게 경선 연기론을 주장했던 전 최고위원은 “경선을 연기해야 송 대표가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며 설득했지만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자 눈물을 보였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실력행사 나섰던 정세균·이낙연 등 “수용” 뜻

 

이날 최고위 결정이 발표되자 경선연기론을 주장했던 대선주자들은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집단면역 이후 역동적 국민 참여가 보장된 경선실시가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한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캠프는 오영훈 대변인이 “당 지도부의 일방적 태도에 심히 유감” “흥행 없는 경선 결정한 지도부는 향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약 3시간 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한때 경선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상당한 사유’의 해석 권한이 당무위원회에 있다며 다시 한 번 세를 모아 당무위 소집까지 검토하던 강경 입장에서 물러난 것이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며 실력행사를 이어갈 경우 당 내분을 조장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 지사를 돕고 있는 박홍근 의원은 최고위의 결정을 환영하며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란은 자제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를 열어 예비경선 세부일정을 확정했다. 이달 30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마감하고 다음달 11일 예비경선을 통해 본경선 후보 6명을 추리게 된다. 지금까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민주당 주자는 김두관·이광재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까지 모두 9명이다.

 

일반국민(50%), 당원(50%)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컷오프’가 시행된다. 6명 후보들이 벌이는 본경선일은 9월5일이며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로 이어진다. ‘180일 규정’에 따라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하는 시한은 올해 9월10일이다. 서영지 노지원 기자

표지기사 제목 ‘마지막 제안’

국제사회에 ‘제재 완화’ 강조

 

            문 대통령 인터뷰 기사가 실린 미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시간이 나에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은 평화가 유지되고 있지만,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평화”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 다방면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손짓하고 있지만, 1년도 남지 않은 임기가 끝나면 과거와 같은 전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타임>은 “문 대통령 스스로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아마 아무도 이를 할 수 없다는 암울한 사실을 알려준 게 문 대통령이 남기는 유산일 것”이라고 짚었다.

 

문 대통령의 <타임> 인터뷰는 2017년 5월에 이어 4년 만이다. 당시 표지기사 제목은 ‘협상가’였지만 24일 온라인으로 공개된 이번 표지기사 제목은 ‘마지막 제안’이었다. 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북-미 대화의 의제로 올리려면 “비핵화 및 제재 완화 순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재에 따른 악순환이 아니라 제재 완화로 협상을 발전시켜 나아가는 선순환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어야 하며 우리 아이들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진지하게 말했다고 거듭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방문해, 15만 북한 관중의 “눈빛과 태도”를 통해 그들 역시 “평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 했고 “북한이 매우 달라졌으며, 발전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김 위원장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타임>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주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의 노력에 대한 지지’를 공동성명에 담아낸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화해, 협력을 지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문 대통령이 인터뷰 중 트럼트 전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고자 애쓰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고 부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중국도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서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타임>은 문 대통령 인터뷰를 실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행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옹호를 “착각”으로 규정한 ‘다수의 북한 관측통’들의 시각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의 미국 스텔스기(F-35) 40대 구매에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히 배신당했다고 느꼈으며, 임기 막바지인 정부와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는 북한 고위관료 출신 탈북자의 발언도 인용했다. 협상을 위해 곧바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는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의 발언 등 미국 쪽의 강경한 입장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코로나19와 지구 온난화, 중국의 부상과 같이 북한 보다 더 시급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완 기자

 

    문 대통령이 <타임> 사진 촬영에 응했다. 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