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14만9194명 선거인단 가운데 5만5820표를 얻었고, 여론조사에서 58.76%를 기록해 최종 합산 9만3392표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나경원(6만1077표) 후보에 밀렸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나경원 후보가 7만9151표, 주호영 후보 2만9883표, 조경태 후보 5988표, 홍문표 후보 4721표를 각각 기록했다. 당원 선거인단 투표 7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가 합산된 결과다.
신임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여러분이’ 저를 당 대표로 만들어 주셨다. 저와 함께 이 역사에 발을 들여놓으셨고, 우리가 지금부터 만들어나가는 역사 속에 여러분의 지분이 있다”며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 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은 초선의 조수진(초선, 비례대표) 의원이 10만253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배현진(서울 송파을) 의원과 김재원 전 의원, 정미경 전 의원 순으로 당선됐다. 청년최고위원에는 김용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선출됐다. 선거인단 투표율은 당대표 45.36%, 최고위원 44.54%, 청년최고위원 43.52%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나래 오연서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이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까지 일본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잇달아 제동이 걸리면서 피해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피해자 85명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6년을 끈 끝에 이날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승소로 확정지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같은 법원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가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이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2차 소송으로, 1차 소송의 피해자들이 지난 1월 일본 정부에 승소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정반대 결론을 내린 것이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각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과 법률적 의미는 다르지만, 청구가 인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사실상 같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은 1965년 한일 양국 정부간 체결한 청구권협정이 개인의 배상청구권에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2차 소송은 일본에 '국가면제'(주권면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국가면제란 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을 뜻한다.
이유는 다르지만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나 기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결론은 동일하다.
게다가 위안부 1차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조차 실제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소송에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도 걸림돌이지만 당초 배상 판결을 내린 재판부까지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1차 소송에서 승소한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재산을 파악해 배상금을 추심하기 위해 올해 4월 재산 명시를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1차 소송에 패소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우리 정부가 소송비용을 추심할 수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려 논란을 낳고 있다.
소송비용은 일반적으로 패소한 측이 승소한 쪽에서 낼 금액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할머니들이 소송구조 제도를 이용해 소송이 끝날 때까지 비용 납부를 유예받은 상태여서, 절차대로라면 패소한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의 소송비용을 우리 정부에 대신 물어야 하는데 법원에서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추심 불가 결정을 내린 재판부는 다름 아닌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각하한 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다. 이 재판부는 앞서 지난 1월 위안부 1차 소송에서 배상 판결을 내린 뒤 재판장이 교체된 상태다.
이 재판부는 지난 4월 일본의 소송비용 추심을 면제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비엔나 협약 27조에 따라 위안부 합의 등 조약의 효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강제징용 배상 각하 판결에서 한일 청구권협정을 내세워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13년 걸린 강제징용 대법 판결, 2년8개월만에 뒤집혀
재판부, 2018년 당시 소수의견 추종…논란 확산할 듯
갑자기 선고일 사흘 앞당겨…"법정 평온 · 안정 위해"
"국제재판 패소하면 문명국 위신 추락" 표현도 논란
대법원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판결을 확정한 지 2년 8개월 만에 다시 이를 뒤집는 1심 판결이 나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7일 강제징용 피해자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이는 앞서 2018년 10월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면 배치된다.
법원 각하 결정에 '항소' 의견 밝히는 '강제징용' 피해자: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다.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장덕환 대표(오른쪽)가 공판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항소 의견을 밝히고 있다.
◇ 판례 세우는 데 13년 걸렸는데 2년 8개월 만에 뒤집어
재판부는 "이번 판결은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 2018년 10월 30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 의견과 결론적으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전원합의체 판결은 여운택·신천수·이춘식·김규식 할아버지가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의 재상고심 판결로, 대법원은 "원고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당시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봐야 하므로 (일본 기업이 아닌) 대한민국이 피해자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의 의견이 재판부가 이날 각하 판결과 동일한 취지라고 언급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 의견이다.
당시 사건 피해자들은 2005년 국내 법원에서 소송을 내 1·2심에서 패소했다가 2012년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고, 파기환송심을 거쳐 2018년 10월에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 확정 판결은 국내 법원에서만 13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지는 등 극심한 진통을 낳았다. 연합뉴스
징용손배 1심 “한강의 기적·문명국 위신” 이유로…대법 판례 역주행 법조계 “대법 전합 소수의견을 그대로 따와… 판사가 법리아닌 외교적 마찰 언급 부적절” 피해자쪽 “언제까지 이렇게 울어야 하는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유족 임철호(왼쪽)씨와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장덕환 대표가 공판이 끝난 뒤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임씨의 아버지인 임정규 씨는 일제 치하 당시 일본 나가사키로 강제 노역을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연합뉴스
법원이 7일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피해자들에게는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배상 판결을 확정한 지 2년8개월 만에 이를 뒤집는 하급심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한강의 기적’을 언급하고, 피해자가 승소하게 되면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표현을 기재한 점을 두고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뒤집은 하급심…“전합 판결은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는 이날 강제노역 피해자 송아무개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해당한다”며 각하 이유를 밝혔다.
1965년 박정희 정부가 체결한 한·일 청구권협정에는 “두 나라와 그 국민 간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부 판단은 강제노역 피해자 개인이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개인청구권 또한 이 협약에서 말하는 ’청구권‘에 포함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일본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런 판단이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의 다수의견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일본제철 강제노역 피해자 이춘식씨 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전합은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국가 간 협정으로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 쟁점이었던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는지’를 두고 전합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며 피해자 쪽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관 7대6의 의견이었다. 다만, 소수의견(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 재판부도 전합 판결의 소수의견과 결론적으로 동일한 판단을 한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심 재판부가 전합과 다른 판결을 내리면서 내놓은 논리가 빈약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강제동원 사건에서 피해자 쪽을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는 “하급심이 전합 판결과 다른 판결을 내놓을 수 있지만, 전합 판결을 반박할 수 있는 충분한 논리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 전합 소수의견과 동일한 것으로 법리가 앙상하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전합 판결을 두고 도리어 “국내 최고재판소의 판결이지만,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잡은 징용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러한 판결은 단지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징용의 불법성은 유감스럽게도 모두 국내법적 해석”이라며 “일본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자신들의 식민지배 불법성을 인정했다는 자료가 없고, 국제법적으로도 그 불법성이 인정한 자료가 없다. (중략)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이사건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일괄 보상하기로 합의한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제노역 판결문에 등장한 “한강의 기적”,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
재판부가 판결문에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외화 덕에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재판 과정에서 강제노역 피해자들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타결된 3억 달러는 과소하므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가 “당시 낙후한 후진국 지위에 있던 대한민국과 이미 경제대국에 진입한 일본국 사이에 이뤄진 과거의 청구권협정을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는 오류”라며 “당시 대한민국이 청구권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되는 세계 경제사에 기록되는 눈부신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며 원고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한·일 관계가 꼬인 매듭을 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식민지배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한 한·일 청구권협정이 꼽히는 상황에서, 재판부는 이 협정으로 한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일 외교갈등을 우려하는 듯한 표현을 담은 것도 불필요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판결이 선고돼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역효과”가 있다며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책임을 거부하는 일본기업들에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의 국내 자산을 압류하는 등 강제집행 절차로 나갈 수 있는데, 이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에 해가 된다며 외교적 갈등상황을 우려하는 듯한 문구를 써넣은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전합 판결이 국제사법재판소로 간다면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 손상”, “문명국으로서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분단국이 현실과 세계 4강의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대한민국으로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동맹으로 우리 안보와 직결된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대목도 담았다.
민변 “일본 보복 걱정에 법관 양심 저버려”…선고기일 당일 바꾼 것도 논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15개 시민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 사건 판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법원에서 최근 정립된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법리적 논거 없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서, 오히려 비본질적·비법률적 근거를 들어 판결을 선고했다는 점”이라며 “일본의 보복과 이로 인한 나라 걱정에 법관으로서의 독립과 양심을 저버린 판단을 했다.
민사소송 원고의 권리를 인정하면 ‘대한민국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가 위태로워진다는 금시초문의 법리를 설시하면서 개인보다 국가가 우선이라는 논리를 별다른 부끄러움 없이 판결문에 명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이번 판결은 항소심에서 파기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정부가 만들어낸 현실에 굴복한 1심 재판부의 비상식적, 비법리적 판단은 중대한 비판을 받아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쪽은 울분을 터트렸다. 장덕환 일제 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회장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 결과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며 “정말 가슴을 치고 통탄할 일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울어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쪽을 대리한 강길 변호사는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애초 이 사건 선고기일은 오는 10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날 재판부가 갑자기 선고기일을 변경하면서 혼란이 일었다. 갑작스러운 기일 변경으로 지방에 사는 피해자들 다수는 법원에 나오지 못했다. 재판부는 “법정의 평온과 안정을 고려해 판결선고기일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고령의 원고들이 다수 모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해명했다. 신민정 기자
강제징용 소송 각하 판결, 한-일 관계 변수 안될 듯
1심 판결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 전면 부정 전문가들, 법원이 ‘외교’ 고려한 “이례적 판결”
정부가 7일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 제동을 건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일본 정부와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정부로서는 앞으로도 사법판결과 피해자 권리를 존중하고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양국 정부와 모든 당사자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으로 일측과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민사부(재판장 김양호)는 강제징용 피해자 송아무개씨와 유족 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스미세키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모두 각하했다.
재판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2조)이 “개인청구권의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비엔나협약(27조)를 들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면서 청구권협정에 배치되는 발언이나 행위는 “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禁反言·이미 표명한 자신의 언행에 대해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비록 1심이지만 이는 2018년 10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자료 청구권’이어서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3다61381)과 배치되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당시 대법원은 일본기업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서울고법의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이번 판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재판부가 ‘외교적 고려’를 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청구가 인용돼 강제집행까지 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역효과 등까지 고려해 보면,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뒤 일본 정부의 반발로 한-일 관계가 곤두박질쳤으며 지금껏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모양새다. 재판부는 설명자료에서 “(법원이) 헌법기관으로서 헌법과 국가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위와 같이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여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했다.
이와 관련해 한-일 전후보상 소송에 오랫동안 참여해 온 이상희 변호사는“대통령과 외교부가 고민해야 할 일을 재판부가 한 것”이라며 “아주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판결 결과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그대로 따라 했다”며 “금반언이라는 일반 법리를 가지고 소를 각하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도 “20년 전 일본 최고재판소가 판결했던 논의와 같다”면서도 “1심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항소하면 (사안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에서는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오는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또는 한미일 정상회의 추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그럴 개연성은 적다”는 게 정부 관계자 설명이다.
정부에서는 이번 판결 자체가 한-일 관계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에서 다소 안도하는 모양새지만, 어차피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딱히 호재로 작용할 일도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지은 기자
국기에 경례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을 거행했다.
이날 추념식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정부·국회·군·18개 보훈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식 참석은 취임 후 이번이 다섯 번째로, 임기 중 매년 참석했다.
올해 추념식은 서울현충원-대전현충원-유엔기념공원(부산)이 3원으로 연결됐다.
이번 추념식 식전행사에서는 '현충문 근무 교대식'이 처음으로 펼쳐졌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최고의 예우 차원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것이라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
추념사 하는 문 대통령
이후 개식 선언 및 조기 게양, 사이렌 묵념, 국민의례, 헌화·분향 및 묵념, 편지 낭독, 국가유공자 증서 수여, 문 대통령의 추념사, '현충의 노래' 제창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서울현충원에서는 국방부 의장대가, 유엔기념공원에서는 국방부 및 유엔사령부 의장대가 각각 태극기를 조기 게양했고, 오전 10시 정각에 추념식 시작을 알리는 조포 21발이 발사됐다.
동시에 전국에 사이렌이 울리면서 1분간 묵념이 이뤄졌다.
이어 국가유공자이자 전 국가대표 패럴림픽 탁구 선수 안종대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사업총괄본부장이 국기에 대한 경례문을 낭독했고, 6·25 참전유공자 후손이 묵념곡을 트럼펫으로 연주했다.
미군 공수부대원으로서 6·25 전쟁에 참전해 오른팔과 오른다리를 잃은 윌리엄 빌 웨버(96) 대령의 영상 메시지와 6·25 참전유공자 김재세(94) 선생의 편지 낭독도 이어졌다.
또 6·25 참전유공자로 헌신한 이진상, 안선 씨와 강원 인제 서화지구에서 전사한 고(故) 조창식 씨의 조카에게 국가유공자 증서가 수여됐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추념식을 위해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전방 철책 제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철조망과 화살머리고지 전투 지역에서 발굴한 나침반을 활용해 기념패를 제작했다.
기념패에는 '이 땅에 다시 전쟁의 비극은 없습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친필 문구가 각인됐다.
이 기념패는 서울현충원 호국전시관 2층에 전시된다.
정부는 "기념패는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고, 참전의 고귀한 희생과 노고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추념식을 계기로 앞으로 국회 정상의 현충원 참배 시 기념 물품을 기증받는 절차를 정례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국가유공자 가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6.25 참전 고 조창식 순직군경 조카 조철주 씨에게 국가유공자증서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편,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포함한 천안함 생존 예비역 장병들 일부는 이날 추념식이 열린 서울현충원 앞에 흩어져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최 전 함장은 생존 장병 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데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정부 심사 기준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같은 사고가 있었다 하더라도, PTSD 등 질환의 발현이 해당 사고로 발현됐는지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어 심사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보훈심사는 한번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고, 나중에 해당 사고로 인한 PTSD 등 질환이 진단되는 경우, 언제든지 다시 신청해 심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66회 현충일에 헌정된 기념패
문대통령, 부사관 추모소 찾아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
부사관 부모 "딸의 한 풀어달라"…문대통령 "철저하게 조사"
국방장관에 "병영문화 달라지도록 하라" 지시
문 대통령,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추모소 조문: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이모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의 추모소 방문은 제66회 현충일 추념식 참석 직후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은 물론 향후 엄정한 수사·조치에 나설 것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 부사관의 부모를 만나 "얼마나 애통하시냐"며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부사관의 부모는 "딸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또 추모소 방문에 동행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철저한 조사뿐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충원 추념사를 통해 "아직도 일부 남아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피해 부사관의 극단적 선택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엄정한 수사를 주문한 데 이어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또 문 대통령은 그다음 날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이를 즉각 수용했다.
문대통령, 유해 신원확인센터 방문…"유전자 채취 참여를"
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센터 방문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센터를 방문, 유해감식실에서 허욱구 유해발굴단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 참석 직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센터를 방문했다.
서울현충원 내에 있는 신원확인센터는 지난 3월 24일 문을 열었으며, 유해 감식·유전자 분석·보관 등 신원 확인을 위한 전문 시설이다.
방문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유해발굴감식단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한 보고를 청취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 참전용사 유해 30여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달 말까지 화살머리고지 유해 발굴을 마무리하고, 오는 9월부터 2023년까지 백마고지로 유해 발굴을 확대할 계획이다.
군은 전사자 기록 등을 토대로 화살머리고지보다 백마고지에서의 희생자가 5배가량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 북쪽 지역, 즉 북측이 발굴하기로 돼있던 구역에서의 성과는 어떤지 아는 바가 있느냐"고 물었고, 허욱구 유해발굴감식단장은 "유엔군 유해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현재 MDL(군사분계선) 북쪽 지역은 북한이 참여하지 않아 발굴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묵념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센터에서 헌화를 마친 뒤 묵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센터 내 유해감식실로 이동해 헌화와 묵념을 한 뒤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한 국군과 유엔(UN)군 유해를 확인했고, 유해보관소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의 봉안 방법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군 유해로 추정된다'는 설명에 스미스 영국대사는 한국말로 "70년 전 아주 유명한 영국 참전용사의 행동…"이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제공 유족들의 범위 등을 물은 데 이어 "코로나로 쉽지 않을 텐데, (신원 확인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유해 발굴 못지않게 신원 확인이 매우 중요하다"며 "유해가 발굴되더라도 비교할 유전자가 없으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소재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일본 정부는 이 비행장을 대체할 군사 시설을 건설하겠다며 오키나와 헤노코(邊野古) 연안을 매립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희생된 조선인 유골이 섞인 토사가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미군 기지 공사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해 수습 운동을 벌여 온 일본 시민단체는 한국·미국 유족과 힘을 모아 공사 중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오키나와 본섬 남부에 있는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을 같은 섬 중부 헤노코(邊野古) 연안으로 옮기는 사업이 진행 중인데 일본 정부가 공사 계획을 일부 변경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오키나와의 미군 해병대 기지인 '캠프 슈와브' 인근 바다에서 매립 공사 등이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는 후텐마 비행장을 대신할 새로운 기지를 이곳에 건설 중이다 [교도=연합뉴스]
전쟁 희생자 유해가 다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채취한 토사 등을 매립재로 사용할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일본 방위성은 오키나와의 미군 해병대 기지인 '캠프 슈와브' 앞바다를 매립해 후텐마 기지를 대체할 새 비행장을 만들고 있는데 연약한 지반을 개량하기 위해 매립재 종류 등을 바꾸겠다며 작년 4월 21일 오키나와현에 공사 계획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7일 연합뉴스가 계획서의 세부 내용을 확인해보니 2차 대전 말기에 벌어진 오키나와 전투 현장인 오키나와 본섬 남부 이토만(絲滿)시와 야에세초(八重瀨町)가 매립용 토사 등을 채취할 장소로 기재돼 있었다.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공사 매립재 채취 장소
오키나와에서는 1945년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격렬한 지상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주민, 일본군, 미군 등 약 2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오키나와현 집계)된다. 희생자 중에는 한반도에서 동원된 조선인도 포함된다.
희생자 유해 수습이 미흡해 이토만을 비롯한 격전지에서 발굴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다. 변경된 공사 계획이 승인되면 유골이 섞인 토사가 매립용으로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유해를 수습해 유족에게 돌려주는 운동을 하는 현지 시민단체 '가마후야'(ガマフヤ-) 등은 일본 정부의 공사 계획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토사 등을 어디서 조달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획서가 "적정한 조사를 거쳐 채취 장소 등을 결정한다"며 여지를 남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계획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이토만과 야에세가 변경된 계획서에 파쇄된 암석을 채취할 후보지로 명시된 것을 보면 결국 이 지역에서 채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9년 2월 15일 일본 오키나와(沖繩) 기노자손(宜野座村)의 미군의 옛 민간인 포로수용소 주변 유골 발굴 현장에서 오키나와의 시민단체 '가마후야'의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 대표가 유골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획서는 이토만과 야에세에서 파쇄된 암석 3천160만㎥를 채취하는 방안이 기재돼 있다. 이는 오키나와현 내부에서 조달할 파쇄석(4천476만㎥)의 약 70% 해당한다.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67) 가마후야 대표가 올해 3월 단식 투쟁까지 하며 반대에 나서자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개발 전에 유골이 없는지 육안으로 사전 조사를 하고 유골이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호(壕·구덩이)가 있는 장소는 개발하지 않는 등 유골을 배려하며 사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맨눈으로 유골 유무를 파악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랜 기간 방치된 뼈는 전문가가 아니면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채취할 토사 등의 양에 비춰보면 유해가 포함됐는지 철저히 확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마후야는 한국 단체인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02-2139-0462)를 통해 오키나와 유골 발굴 및 DNA 감정에 참여할 한국인 유족을 모집하고 이들과 힘을 합해 일본 정부에 매립 계획 취소를 요구할 계획이다.
한국인 희생자 이름: 키나와(沖繩)현 이토만(絲滿)시 소재 '평화기념(祈念:이뤄지기를 비는 것)공원'에 한국인 전쟁 희생자 이름을 새긴 비석인 각명비(刻銘碑)가 설치돼 있다.(위) 각명비에는 히코산마루 피격 사건으로 희생된 명장모(왼쪽 하단) 씨와 김만두(오른쪽 하단) 씨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이들은 미국 유족 참가자도 모집한다.
오키모토 후키코(沖本富貴子) 오키나와대 지역연구소 특별연구원이 현대사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竹內康人) 씨가 발간한 명부 자료와 자체 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오키나와 전투에 조선인 3천461명이 군인이나 군속(군무원에 해당)으로 동원됐고 이 가운데 70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노무 동원된 이들이나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이들을 제외한 숫자다.
기록으로 파악되지 않은 이들을 포함하면 실제로 동원되거나 사망한 조선인은 이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피가 스며든 흙으로 군기지 만드는 건 인도적으로 용납 불가"
'유골반환 운동' 헌신한 구시켄 "한미 유족, 반대 목소리 내달라"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 가마후야 대표 [연합뉴스]
"유골이 섞인 토사를 군사기지 건설을 위해 매립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일본 시민단체 '가마후야'(ガマフヤ-)의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67) 대표는 조선인 등의 유골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토사를 미군 기지 건설 공사에 투입하려는 일본 정부 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오키나와(沖繩) 전투 희생자의 유골을 수습해 유족에게 돌려주는 운동 앞장서고 있는 구시켄 대표는 이런 공사 계획이 "잘못된 것"이라고 전화와 서면으로 연합뉴스에 의견을 밝혔다.
2020년 2월 9일 일본 오키나와현 모토부초의 한 주차장 부지에서 일제 강점기에 동원돼 2차 대전 말기에 희생된 조선인의 유해를 찾기 위한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는 유족에게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유해가 토사와 섞여 바다에 매립돼 버리면 찾을 길이 영영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구시켄 대표는 방위성이 토사 등을 채취할 후보지로 지목한 오키나와현 이토만(絲滿)시와 야에세초(八重瀨町)에는 수많은 사람의 "피와 살과 뼈가 스며들어 있다"며 평화를 염원하고 전쟁 희생자의 명복을 빌어야 할 곳에서 파낸 흙과 돌을 사용해 군사용 기지를 짓는 것은 "인도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사는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을 옮긴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설을 놓고 일본에서 논쟁이 치열하지만 이토만 등의 토사를 사용하는 계획에 반대하는 것은 기지 자체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구시켄 대표의 판단이다.
오키나와 전투로 숨진 이들은 약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희생자 대부분이 일본군이나 오키나와 주민이지만 징집된 조선인이나 일본군과 싸운 미군도 목숨을 잃었다.
1945년 5월 28일 자 미국 잡지 '라이프(Life)'에 실린 오키나와의 무덤 묘표 사진. 오른쪽에서 각각 2번째와 4번째 묘표에 '金山萬斗'(김산만두)와 '明村長模'(명촌장모)라는 적힌 것은 군속으로 동원된 한반도 출신 김만두 씨와 명장모 씨인 것으로 파악됐다. [동아시아 시민네트워크 제공]
일본 당국은 최근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약 700명분의 유골을 대상으로 DNA 감정을 하고 있는데 조선인이나 미군 희생자 유해가 여기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구시켄은 한국과 미국의 유족을 모집해 DNA 감정에서 유골을 찾을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과 힘을 합해 일본 정부의 매립 공사 계획에도 반대하려고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나 미국 사람도 (유골 찾기에) 참가할 권리가 있다"며 "매립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족이 '유골을 돌려달라'는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 우리는 일본 국민으로서 이야기하고 있으나 당사자인 유족의 목소리는 더 무게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 40년간 유골 발굴 운동에 헌신해 온 구시켄이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그는 유골이 섞인 토사가 매립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3월 엿새 동안 단식투쟁을 했으며 오키나와 전투 희생자 위령의 날(6월 23일)을 앞두고 이달 중순 다시 단식에 나선다.
구시켄은 많은 유족이 이미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유해 찾기는 한시가 급한 일이라며 "우리가 응원할 것이니 한국 사람들도 부디 참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참가를 원하는 한국 유족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02-2139-0462)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