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본인 신고 원치 않아"만 반복…신고와 별개 보호 조치했어야

"가해자가 자꾸 업무 배제" 생전 토로…피해자 진술받고 돌연 사망

 

추행피해 신고 해군 중사 빈소 출입 통제= 해군 여성 중사가 남성 상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를 한 후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3일 중사의 빈소가 마련되는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국군대전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공군 이 모 중사 사건의 충격이 여전한 상황에서 해군에서도 여군 장교가 성추행 피해 신고를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반성 없는' 군의 성범죄 대응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성추행 피해 사실을 즉각 알렸지만,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가 전무했던 데다 2차 가해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앞뒤 정황만 다를 뿐 공군 중사 사건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부임 사흘 만에 성추행…75일간 분리 없이 같은 부대 근무

 

13일 해군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인 A 중사는 지난 5월 24일 인천의 한 도서 지역에 있는 부대에 부임했다.

 

A 중사는 같은 달 27일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B 상사가 식사하자고 해 전투휴무일임에도 영외 민간 식당에 나갔다. 이전에도 같이 근무한 적이 있던 B 상사는 이 자리에서 A 중사의 '손금을 봐주겠다'고 하는 등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 상사는 A 중사에게 술을 따르게 했고, 이를 거부하자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라며 악담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임 사흘 만에 성추행을 당한 것이다.

 

A 중사는 당일 주임 상사에게만 메신저로 피해 사실을 보고했지만, 8월 9일 본인 요청에 따라 사건이 정식 접수되고 전속되기 전까지 75일간 피해자와 가해자는 계속 같은 부대에서 정상 근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아무런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셈이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피해 초기 당시에 A 중사가 주임상사에게 '일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요청'했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성추행 사건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아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며, 가해자와 분리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특히 B 상사가 피해자의 직속상관인데다 부대 자체도 규모가 작은 섬 부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지 즉시 피해자와 가해자 간 물리적 분리가 이뤄졌어야 한다.

 

해군 관계자는 "안타까운 부분"이라면서도 "법령상으론 성추행 사고가 일어나면 (인지 즉시) 보고하게 돼 있고, 훈령 상에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보고하지 않게 돼 있다"고 매뉴얼 상 허점이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5월 말 극단적 선택을 한 성추행 피해 공군 중사 사건의 '늑장 보고'로 군이 한 차례 질타를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격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해당 부대에서는 최근에도 성희롱 비위가 확인된 한 위관 장교가 보직 해임돼 다른 육지 부대로 전출되기도 했다.

 

이 위관 장교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여성 부사관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여성 간부 숙소에 무단으로 들어가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 사안의 경우에는 성희롱 비위 사실이 확인된 즉시 가해자 분리와 수사가 이뤄졌다고 해군은 덧붙였다.

 

◇ "유족에게 생전 고충 토로"…전속 · 정식수사 착수 직후 사망

 

5월 성추행 직후엔 정식 신고를 원치 않았다던 A 중사가 약 두 달 뒤 정식 신고를 결심했다는 점에서 2차 가해 의혹도 강하게 일고 있다.

 

해군은 정식 신고 전까지인 5월 27일∼8월 7일 사이 2차 가해 여부에 대해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이라며 함구하고 있다. 부대장 면담 내용조차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이날 공개한 A 중사와 유가족의 문자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A 중사는 지난 3일 부모에게 "(가해자가) 일해야 하는데 자꾸 배제하고 그래서 우선 오늘 그냥 부대에 신고하려고 전화했다"라며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안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또 A 중사가 사건 이후에도 분리되지 않은 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과정에서 B 상사의 업무상 따돌림, 업무 배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하 의원은 전했다.

 

뒤늦게 신고를 결심했던 A 중사가 왜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돌연 사망했는 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A 중사는 8월 9일 사건을 정식 신고하기로 결심하고 같은 날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해군 모 부대로 전속됐다. 본인이 육상 부대로의 전출을 희망했다고 해군은 전했다.

 

이튿날인 10일 부대 군사경찰에서 성고충 상담관 배석하에 첫 피해자 조사도 받았다. 이때 피해자 요청에 따라 민간 국선변호사 선임을 요청해 지정도 이뤄졌으며, 사망 전까지 8차례 성고충 상담관과 전화 상담을 했다고 해군은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 이튿날인 11일부터 19일까지 청원휴가를 냈던 A 중사는 돌연 12일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까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군사경찰은 고인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진행해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장관 , 해군 성추행 피해 76일만에 보고받아

사건 직후 '물리적 분리' 안 되고 2차 가해도 지속…'공군 판박이'

가해자, 내일 영장심사…문 대통령 격노·서욱 "유족·국민께 송구"

 

청해부대 장병 코로나19 집단감염 관련 답변하는 서욱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해군 여군이 사망한 사건 관련, 서욱 국방부 장관은 피해 발생 76일 만에 최초 보고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당사자가 '외부 유출'을 원치 않아 상부 보고가 늦게 이뤄졌다는 게 군의 설명이지만, 결과적으로 보고 매뉴얼에 구멍이 생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한 해 문재인 대통령은 격노했고, 정치권에서는 서 장관 경질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13일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욱 국방부 장관이 성추행 사건을 최초로 보고받은 건 11일로 파악됐다.

 

사건이 정식 신고된 9일을 기준으로는 이틀 만이지만, 성추행 발생일(5월 27일)을 기준으로 하면 76일 만이다.

 

피해자가 당초 신고를 원하지 않다가 두 달여만인 8월 7일 부대 지휘관과 면담 요청을 해 피해 사실을 보고했고, 9일 본인 결심에 따라 정식으로 상부 보고가 이뤄졌다.

 

11일 해군본부 군사경찰은 부석종 참모총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각각 보고를 했고, 조사본부가 당시 장관에게 서면보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튿날인 12일 A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되자 부 총장은 서 장관에게 사망사실을 지휘보고했다.

 

상부 보고가 뒤늦게 이뤄지면서 그사이 두 달간 피해자 보호가 사실상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군 관계자는 "법령상으론 성추행 사고가 일어나면 (인지 즉시) 보고하게 돼 있고, 훈령상에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보고하지 않도록 돼 있다"고 매뉴얼상 허점이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5월 27일 A 중사는 주임상사에만 피해 사실을 알렸는데, 이후 정식 신고를 결심하기 전까지 두 달여 간 가해자 B 상사와 분리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A 중사가 사건 이후에도 분리되지 않은 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과정에서 B 상사의 업무상 따돌림, 업무 배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합동수사에 착수한 국방부 조사본부와 해군 중앙수사대는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2차 가해 여부 등을 수사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B 상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14일 오전 중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이뤄질 예정이다.

 

인천의 한 도서 지역 부대에서 복무하던 해군 A 중사는 지난 5월 27일 민간 식당에서 B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사건이 정식 보고된 지난 9일 본인 요청에 따라 육상 부대로 파견됐지만, 사흘 만인 12일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까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군 당국은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 부검을 하려 했지만, 유족 측이 부검 없이 장례식을 치르기를 희망해 결국 15일 발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군대전병원에 마련된 A 중사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들과 30분간 면담하며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 측은 "딸을 명예롭게 보내달라"고 했고, 서 장관은 철저한 수사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실급식 논란과 공군 사건, 청해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등으로 도마 위에 오른 서욱 장관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해당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격노하며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고,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서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의 책임을 추궁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방부 장관은 총책임자로서 이른 시일 안에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그 내용에 따라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바뀔 기회를 줬는데도 바뀌기는커녕 똑같은 사고를 낸 무능한 국방부 장관은 즉각 경질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서 장관은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작년 9월 취임 이후 일곱 번째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북, 한미 연합훈련에 "엄청난 안보위기" 엄포

● COREA 2021. 8. 12. 02:0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가능성…SLBM 등 고강도 도발 직행은 쉽지 않아

북, '화해무드' 조성 뒤 예고된 연합훈련에 돌변…'대내 결집' 의도도 관측

 

                  왼쪽부터 김영철 부장과 김정은 위원장, 김여정 부부장.

 

북한이 11일 '엄청난 안보 위기'를 언급하며 남측을 향해 엄포를 놓으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잘못된 선택으로 해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날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미국과 남조선 측의 위험한 전쟁 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담화를 낸 것과 궤를 같이한다.

 

북한은 이미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 맞춰 전날 오후부터 2주 전 복원됐던 남북 연락채널에 무응답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연락채널을 복원하며 밝혔던 '화해 도모'가 더는 유효하지 않고 '대결 구도'로 나아갈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아직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안보 위협'과 '안보 위기'를 경고했다는 점에서 한미연합훈련의 대응 성격으로 대규모 화력 훈련 등 무력시위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북한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 확장을 위한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다.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와 무관하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만, '단거리'의 경우 미국 및 유엔에서도 추가 제재 등 직접적인 대응은 대체로 자제해왔다. 북한 입장에선 '부담이 덜한' 수단에 해당하는 셈이다.

 

9·19 군사합의로 중단된 해안포 사격 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당장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무력 도발로 직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안 그래도 내치에 치중하는 상황에서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는 군사행동 시 추가 대북제재 등 북한 스스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탄도 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숙고를 할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 파기 역시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다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수위를 고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역 중단과 그에 따른 식량난 심화를 겪는 데다 최근 함경남도 지역의 수해 피해도 상당히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연합훈련을 구실로 긴장 수위를 높이는 데는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대내 결속 효과를 노리려는 측면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연락채널 복원 사실은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반면, 남측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대내용 매체를 통해 보도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에선 북한이 애초 2주 전 남북 연락채널 복원에 나선 게 '도발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반드시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한미연합훈련이 예고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려고 했는데 한미가 연합훈련을 감행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맞대응했다는 논리를 만들려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시적 화해무드 조성 뒤 다시 긴장을 끌어올려 '도발'의 충격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숨어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락채널을 복원한) 7월 27일이면 시점상 이미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수가 없는 시기였다"며 "군사훈련 중단을 안했다는 이유로 긴장 조성하는 것은 그동안 여러 번 반복된 벼랑 끝 전술"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 김영철 연합훈련 비난에 "北에 적대의도 없다" 반복

상황 악화 차단 관측…미 국방부는 "한-미 결정" 기존 입장 반복

 

미국 국무부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한미연합훈련 비난 담화에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11일 미국의 입장이 있는지 묻는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한미연합훈련은 순전히 방어적 성격이고 오랫동안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우리는 철통같은 한미동맹에 따라 우리의 연합 방위태세와 한국의 안보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면서 "말했던 것처럼 미국은 남북대화와 관여를 지지하며 이를 향해 한국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전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관련해 내놓은 대답과 같은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적대 의도가 없음을 강조해 상황 악화를 막고 외교적 접근을 열어두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과 제재 등을 대북적대시 정책이라고 비난해왔다.

 

미 국방부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비난에 대해 "우리는 북한의 담화에 논평하지 않는다"면서 "연합훈련은 한미 양국의 결정이고 어떤 결정도 상호 합의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11일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잘못된 선택으로 해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루 전인 10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 비판 담화를 냈다.

대법원 배상 판결 확정했는데도 뒤집는 하급심 판결 잇따라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018년 10월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또다시 패소했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판결을 확정했는데도, 이를 뒤집는 하급심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법리적으로 기존 대법원 전합 판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보긴 힘들지만, 결과적으로 또다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11일 강제노역 피해자 ㄱ씨 등 5명이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옛 미쓰비시광업)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피해자들은 일제 강점기, 일본에 강제연행된 뒤 강제노역을 당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입었다며 미쓰비시를 상대로 2017년 2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날 재판에서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기산점을 언제부터 봐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의 손해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된다. 이에 ㄱ씨 등 피해자들은 2018년 대법원 전합 확정판결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본 기업 쪽은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기준 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맞섰다. 즉, ㄱ씨 등은 2017년에 소송을 냈기 때문에 2012년 대법원 판결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소멸시효가 완성되고, 2018년을 기준으로 할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 것이다.

 

2012년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당시 대법관)는 일본제철 강제노역 피해자 이춘식씨 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며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한국 법원이 처음으로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것이다.

 

이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2013년 7월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일본 기업은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대법원은 5년 넘게 재상고심 심리와 선고를 미뤘고, 그 사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이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늦추거나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방안을 박근혜 정부와 논의하는 등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법원은 뒤늦게 2018년 7월에서야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그해 10월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사건 쟁점이었던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는지’를 두고 전합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7대6의 의견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일본 기업 쪽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인정한 2012년 대법원 첫 판결이 나오고 5년이 지나서야 ㄱ씨 등이 소송을 냈다는 이유에서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또다시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2012년 판결을 통해 강제노역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이는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2018년 10월 확정됐다”며 “ㄱ씨 등의 손해배상청구권은 2018년 대법원 전합 판결이 아닌, 2012년 대법원 판결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ㄱ씨 등은 민법상 소멸시효 기간인 3년을 넘긴 2017년에 소송을 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법원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지난 6월7일 강제노역 피해자 송아무개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주식회사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한 개인청구권은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멸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며 대법원 전합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손현수 기자

이재용, 13일 가석방... 이후 보호관찰 받는다

● COREA 2021. 8. 12. 02:0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가석방된 뒤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

 

법무부는 “가석방 예정자인 이재용 부회장은 원칙에 따라 보호관찰을 받게 됐다”고 11일 밝혔다. 수원보호관찰심사위원회는 이날 이 부회장 등 8·15 가석방 예정자의 보호관찰을 결정했다.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석방자는 원칙적으로 보호관찰을 받는다. 다만 보호관찰심사위원회가 보호관찰이 필요없다고 결정하는 가석방자의 경우, 예외적으로 보호관찰을 받지 않게 된다. 통상 보호관찰을 받지 않는 자는 중환자나 고령자, 추방예정인 외국인 등이다.

 

보호관찰을 받게 된 이재용 부회장은 국외출장 등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보호관찰 준수사항에 따라 보호관찰 대상자는 주거를 이전하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할 때는 미리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보호관찰 대상자는 주거지에 상주하고, 생업에 종사해야 하며 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나쁜 습관을 버리고, 선행을 하며 범죄를 저지를 염려가 있는 사람들과 교제하거나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 부회장 가석방을 둘러싼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장관으로서 상당히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다. 박 장관은 “가석방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진보적인 교정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특혜냐 아니냐 여부는 지난 7월부터 올해 연말, 내년 초까지 복역률 60% 이상 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가석방 심사기회를 지속적으로 부여하느냐, 그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석방률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13일 오전 10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 될 예정이다. 전광준 기자

 

이재용 같은 가석방 1%도 안 돼…이래도 특혜가 아닐까?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승인한 법무부 결정을 두고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10년 동안 이 부회장처럼 형기의 70%를 채우지 못하고 가석방된 이들은 전체 가석방 허가자의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처럼 다른 사건으로 재판받는 수감자 가운데 가석방된 인원도 전체의 1%가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가석방 결정이 ‘이 부회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해명에도 특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무부의 ‘2021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최근 10년 동안 이 부회장처럼 형기의 70%를 채우지 못하고 가석방된 이들은 275명으로 전체 가석방 인원(7만553명)의 0.4%에 불과했다. 형기의 60%를 채우지 못한 이들은 54명으로 0.08%였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형기의 60%를 채웠다. 지난해로 범위를 축소해도 70%를 채우지 못하고 가석방된 이들은 전체의 0.6%뿐이었다.

 

특히, 이 부회장처럼 다른 사건으로 별도의 재판을 받는 이들 가운데 가석방된 인원도 극히 드물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불법승계 의혹’ 및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수감 중인 사건 외에 다른 사건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던 중 가석방된 인원은 67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가석방 인원(7876명)의 0.85%다. 이 부회장처럼 형기의 70%를 채우지 못하고, 동시에 다른 사건으로 별도의 재판을 받는 이들 가운데 가석방된 인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 비율은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가석방이 이 부회장 ‘맞춤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석방 자문 경험이 많은 김정범 변호사는 “이번 8·15 가석방 때 형기 79%를 산 초범도 가석방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통상 수감된 사건 외에 추가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사건이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이 예상되는 경우에나 가석방이 가능한 편인데, 이 부회장처럼 ‘불법승계’ 의혹 등 남은 재판에서 중형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가석방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범계 장관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이어갔다. 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가석방은) 이재용씨만을 위한 가석방이 아니다”라며 “가석방 요건에 맞춰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교정 시설의 수용률은 110%로 세계적으로 이렇게 수용률이 높은 나라가 거의 없다”며 “단계적으로 100%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재용씨 복역률이 60%인 점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니, 적어도 복역률 60% 이상의 수용자에 대해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가석방 심사 기회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13일 오전 10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된다. 하지만 곧바로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 법무부는 이 부회장에게 취업제한을 통보한 바 있다. 경영 복귀를 위해선 법무부에 취업승인 신청을 해야 하지만 박범계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취업승인 제한 해제는)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 가석방된 이 부회장이 취업승인을 요청하고, 법무부가 이를 허용하면 사실상 법무부가 이 부회장 범죄 혐의에 완전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전광준 기자

 

경제 내세워 재벌총수 특혜…복역률 기준 완화 ‘이재용 맞춤’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 부담

재계 가석방 요구 응답한 타협책

임기말 국정 동력 회복 포석도

 

법무부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9일 가석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상황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전통적 지지층의 반발에도 이 부회장의 사면 및 가석방을 요구해온 재계의 요구에 응답함으로써, 투자와 고용을 끌어내 임기 말 국정동력을 회복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결정 사항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날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하며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 악화’로 요약된다. 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며 “사회의 감정과 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혜 시비를 의식한 듯 “복역률 60% 이상의 수용자들에 대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석방 심사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진보 진영의 반발에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한 것을 두고 ‘결코 불리할 게 없다는 정치·경제적 셈법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기 말 경제 활성화가 중요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협조가 절실한데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의 국가경쟁력 등을 정부가 고려하지 않을 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이 부회장 가석방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전략적 판단의 요소가 됐을 것”이라며 “지금보다 경제가 더 나빠지면 여권은 대선에서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사면에 견줘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는 점도 가석방 이유로 거론된다.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어서 대통령이 책임을 피할 수 없지만,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 소관인 만큼 정치적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는 대통령 입장에서 부담이 있지만, 가석방은 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을 앞두고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아온 것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이날 가석방심사위원회와 법무부 장관의 결정으로 이 부회장이 오는 13일 가석방되지만, 그가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를 하기 위해선 법무부 특정경제사범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박 장관은 이날 취업 승인과 관련해 “생각해 본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가석방은 형을 면제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주지 제한 등 일정한 준수 사항이 따르고 통상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 가석방 상황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가석방 효력은 정지되고 다시 형이 집행될 수 있어, 이 부회장의 남은 재판 결과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손현수 전광준 기자

 

“이재용 가석방은 재벌 특혜”… 시민사회 반발

참여연대·민변 등 비판 논평 “사법제도 공정성 해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결정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하기로 한 법무부의 결정에 시민사회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불법승계 의혹’ 등 다른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가석방된 것은 ‘이례적인 특혜’라고 비판했다.

 

9일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이 발표된 직후 논평을 내고 “이 부회장 가석방은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 결정이며 사법정의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국정농단의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가석방이 된다면 향후 앞으로 어떤 재벌총수가 법을 지킬 것이며, 어떤 중범죄자에게 가석방을 불허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번 가석방은 우리 사회에 퍼진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인식을 다시 공고히 하는 결과”라고 우려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기업인 사면에 대한 정치권의 ‘말바꾸기’를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 뒤집기라는 비판여론이 일어나자 ‘국민 공감대’를 운운하며 공을 법무부 장관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며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특혜성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부회장이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는 가운데 가석방이 결정된 것에 대해 ‘이례적인 특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 의혹에 대한 형사재판 1심이 진행 중이다. 사실상 하나의 사건 중 일부에 해당하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석방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바, 명백한 특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재용은 일반 범죄자라면 결코 받을 수 없는 엄청난 사법적 특혜를 이미 받은 바 있었다. 배임·횡령·뇌물공여 등으로 중대경제범죄를 저질렀음에도, 2년 6월의 징역형 특혜를 받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 재벌총수만을 위한 가석방 특혜’를 이번에 또 받은 셈이다”고 비판했다.

 

이번 가석방으로 가석방 제도의 원래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중대 범죄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석방이 이루어진 선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검찰의 부동의 의견과 선례를 무시하면서까지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한 것은 재벌에 대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석방은 수형자가 참회하면서 성실히 형벌을 수행하는 경우 사회에 조기에 복귀시켜 올바른 시민으로서 살도록 하는 제도”라며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재벌이라는 이유로 쉽게 가석방이 된다면, 이는 우리 사법제도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은 “국정농단의 몸통이자 주범에 대한 단죄를 거부한 것이며 이 나라가 재벌공화국, 삼성공화국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정부가) 입 아프게 외치며 강조하던 정의·공정·공평은 자본의 정의·공정·공평이었다”라며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촛불 정신의 후퇴이자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천호성 기자

 

재계,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환영’…“사면 아니라 아쉬워”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아쉬움과 함께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우태희 상근부회장 명의로 낸 성명에서 “기업의 변화와 결정 속도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이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으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용해준 점을 환영한다”면서도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 방식으로 기업 경영에 복귀하게 된 점은 아쉽다. 향후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 및 글로벌 생산현장 방문 등 경영 활동 관련 규제를 관계 부처가 유연하게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취업제한 통보를 받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정부가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상의 쪽은 최태원 회장이 아닌 부회장 명의로 입장을 낸 이유에 대해선 “특별한 배경은 없다”고만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세계는 반도체 패권전쟁 중이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질서 구축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의 결정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새로운 경제 질서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재계 내에선 이러한 분위기를 비판적으로 보는 의견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주요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아버지(고 이건희 회장) 때 제대로 된 처벌이 집행됐다면, 이 부회장에 대한 정부의 가석방 결정은 좀더 수월했을 것”이라며 “삼성 입장에선 (정치적 특혜 논란이 있는) 이번 가석방으로 더 궁지에 몰리게 됐다. 바로 경영에 복귀하기보다는 원래의 형 기간을 마칠 때까지 조용히 자숙하며 지내는 게 적절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고 이건희 회장은 비자금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았으나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원포인트 특별사면을 받고 수감조차 되지 않았다. 선담은 김경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