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관할법원 이전 신청 기각

 

         지난해 11월30일 전두환씨가 사자명예훼손재판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90)씨의 항소심도 광주 법정에서 열릴 전망이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승철)는 전씨 쪽이 신청한 항소심 관할법원 이전을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전씨 쪽은 지난 1월11일 사자명예훼손 사건 항소심을 서울중앙지법으로 이전해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전씨 쪽은 광주를 포함한 호남지방은 전씨에 대한 증오가 있고 호남지역에서 생활하는 법관들도 지역정서 영향을 받아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전씨가 고령이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전씨의 거주지(서울)로부터 멀리 떨어진 법원에서 재판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유였다.

형사소송법(15조 2호)은 범죄의 성질, 지방의 민심, 소송의 상황 등을 고려해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울 경우 관할 이전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8일 관할 이전 신청 사건을 판단할 법원은 광주고법이라고 결정했다.

광주고법은 전씨 쪽의 주장에 대해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되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광주에서 일어났고 피해자와 목격자 대부분 광주에 거주하는 점을 들어 광주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호남지역 정서가 재판의 진행과 결론에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통의 발달로 서울에서 광주까지의 이동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한편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했던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5·18 헬기사격이 있었고 조 신부가 이를 봤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씨 쪽과 검찰은 모두 항소했다. 김용희 기자

 

모해위증 지목 재소자 무혐의 관련…법무부-검찰 갈등 재발여부 주목

“대검 부장회의서 기소 가능성 심의, 한동수 · 임은정 의견 청취” 지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장관 취임 이후 첫 수사지휘권 행사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통해 다시 심의하라는 다소 온건한 방식을 택했지만, 공소시효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사건 처리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 관계가 또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17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 앞으로 보낸 수사지휘서에서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열어 (이 사건에 연루된 재소자) 김아무개씨의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심의 과정에서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으로부터 사안 설명과 의견을 듣고 충분히 토론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이런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김씨의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22일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이 사건 수사팀의 위법·부당한 수사 관행에 대한 합동감찰도 지시했다. 한 총리 사건에 대한 민원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건관계인에 대한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과 △수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정보원으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조사가 이뤄진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 박 장관의 설명이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유로 내세운 것은 ‘공정성’이다. 그는 수사지휘서에서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대검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고, 자의적 사건배당과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수사지휘권 발동은) 총장대행 권한을 배제하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은 시간이 걸려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대검이 스스로 합리적인 결정을 해달라는 것이다. 부장검사 7명 모두가 가치 중립적으로 판단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을 둘러싼 모해위증 교사 의혹은 지난해 4월 불거졌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한신건영 대표 고 한만호씨와 함께 수감됐던 재소자 최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가 당시 수사팀으로부터 ‘한씨가 뇌물을 준 게 맞다는 취지로 증언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진정을 법무부에 제출하면서다.

이 사건은 이후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대검 감찰부로 넘어갔다. 지난해 9월부터 대검 감찰부에서 이 사건을 조사한 임은정 연구관은 최근 인사발령으로 수사권을 부여받은 뒤, 대검 지휘부에 재소자 두명을 모해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기고, 한명숙 수사팀을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퇴 직전인 지난 2일 이 사건을 허정수 감찰3과장에게 배당했고, 임 연구관이 사실상 사건 수사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건 처분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대검은 배당 3일 만인 지난 5일 재소자 2명과 수사팀 검사들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대검은 이날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 장관의 지시에 따라 회의를 열 가능성이 크지만, 사건 처분 결정을 두고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옥기원 장예지 기자

 

당시 공수부대원 피해자 가족만나 용서빌고 포옹, 묘소 참배

 

5·18 진압에 참여한 공수부대원 ㄱ씨가 16일 국립 5·18민주묘역 민주의 문 접견실에서 고 박병현씨 두 형제 등에게 큰절을 올리며 용서를 구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 제공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었던 공수부대원이 유족을 직접 만나 사죄와 용서를 구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는 “16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에 총검을 휘두른 계엄군과 유가족 간의 화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자리는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이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고 유족에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조사위에 전달해와 마련됐다.

조사위는 “계엄군들이 당시 진압작전을 증언한 경우는 많이 있었으나 가해자가 직접 발포해 가해한 사실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과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조사위에 따르면 가해자 ㄱ씨는 이날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접견실에서 희생자 고 박병현씨의 두 형제 등 유가족에게 큰 절을 올리며 “어떤 말로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문을 연 뒤 “저의 사과가 또 다른 아픔을 줄 것 같아 망설였다”고 오열했다. ㄱ씨는 또 “지난 40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유가족을 이제라도 만나 용서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울먹였다.

이에 대해 박병현씨의 형 박종수(73)씨는 “늦게라도 사과해 주어 고맙다”며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고 생각하겠다”고 받아들였다. 박씨는 “용기 있게 나서줘 참으로 다행이고 고맙다”며 “과거의 아픔을 다 잊어버리고 떳떳하게 마음 편히 살아달라”며 ㄱ씨를 안았다.

5·18 진압에 참여한 공수부대원 ㄱ씨(왼쪽)가 고 박병현씨의 형 종수씨를 안고 흐느끼고 있다.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이는 김영훈 5·18 민주화운동유족회장.

5·18 진압에 참여한 공수부대원 ㄱ씨가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광장에서 참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선태 조사위 위원장, ㄱ씨, 고 박병현씨 두 형제.

고 박병현(당시 25)씨는 1980년 5월 23일 농사일을 돕기 위해 고향인 보성으로 가는 길에 광주시 남구 노대동 소재 ‘노대남제’ 저수지 부근을 지나다가 순찰 중이던 7공수여단 33대대 8지역대 소속의 ㄱ씨에게 사살됐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당시 상황에 대해 ㄱ씨는 “1개 중대 병력이 광주시 외곽을 차단하기 위해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 중 소로길을 이용해 화순 방향으로 걸어가던 민간인 젊은 남자 2명이 저희(공수부대원)를 보고 도망해 ‘도망가면 쏜다’며 정지할 것을 명령했으나 겁에 질려 도주하던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사격했다”고 진술했다.

ㄱ씨가 5·18 당시 자신의 총격에 숨진 고 박병현씨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병현씨 형 종수씨, 송선태 위원장, ㄱ씨.

조사위는 “그동안 조사활동에서 ㄱ씨의 고백과 유사한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며 “향후 계엄군과 희생자 간 상호 의사가 있는 경우 이를 적극 주선해 사과와 용서를 통한 불행한 과거사 치유 및 국민통합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사과와 용서의 자리에는 가해자 ㄱ씨와 희생자 고 박병현씨의 두 형제, 5·18 민주화운동 유족회 김영훈 회장, 조사위 송선태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박병수 기자

 

2017년 한반도 평화 위협 받았을 때
남북미 대화 통한 국면전환 상기시켜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장관, 서욱 국방장관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만나 문대통령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을 처음으로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을 만나 “대통령에 취임한 2017년도의 한반도 상황은 전쟁의 먹구름이 가득 덮고 있었다고 할 정도로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양국이 잘 협력해서 지금까지 평화를 잘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전쟁의 먹구름’과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 등은 취임 첫해였던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에 갈등이 격화되며 한반도 평화가 위태로웠던 상황을 가리킨다. 문 대통령이 4년 전 상황을 언급한 것은 한-미 간 협력 속에 위기를 수습하고 싱가포르 선언 등을 이끌어낸 점을 상기시키려는 뜻으로 보인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미국 쪽은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열린 자세로 동맹국인 한국과 계속해서 긴밀히 소통해나가겠다고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4월 화상으로 개최될 예정인 기후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의 참여를 고대한다고 블링컨 장관은 전했다. 블링컨, 오스틴 두 장관은 이번 방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직접적인 결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미얀마 사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40년 전 광주 민주화운동 등 군부 독재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이룩한 경험이 있는 우리 국민들로서는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에 더욱 절실히 공감하고 있다”며 “미얀마 국민들의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폭력적 진압과 자유에 대한 억압을 강력히 규탄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 등 미국 쪽은 한국 정부의 관여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미국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총격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과 피해자 가족에 대한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고, 한국계 희생자에 대한 미국 쪽의 애도 메시지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완 기자

 

블링컨 ‘싱가포르 정상회담’ 언급 않아 … 한-미, 대북 · 대중 시각차

정의용 “북미협상 재개 희망”에도 블링컨 “북 핵위협 감축” 더 강조
‘중국 역할론’ 꺼내 다자접근 선호...한미 연합훈련 축소 반대 분명히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정은보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을 진행한 가운데 함께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바이든 신행정부의 대북 접촉 노력을 지지한다. 북-미 간에 비핵화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길 희망한다.”(정의용 외교부 장관)

“미국과 동맹에 대한 북의 미사일·핵 위협을 감축시키고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처음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는 향후 미국 정부의 대북·대중 정책 방향을 확인해볼 수 있는 중요 시험대였다. 미국의 외교·국방 정책을 좌우하는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어떤 대북·대중 메시지를 쏟아내는지에 따라 내년 5월 임기를 마치는 문재인 정부는 물론 차기 정권의 대외정책이 큰 제약을 받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7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18일 2+2 회의 뒤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나온 미국 쪽 발언을 모아보면 한국 정부의 지향과 ‘적잖은 괴리’가 확인된다.

2+2 회의 뒤 회견에 나선 두 나라 장관들은 다 같이 ‘철통같은 한-미 동맹’의 의미를 강조했지만 적잖은 부분에서 이견이 드러났다. 블링컨 장관은 한-미 동맹에 대해 “동북아, 인도·태평양 및 세계의 평화 안보 및 번영의 핵심축”이라는 입장을 다시 강조하며 “우린 동맹을 재확인할 뿐 아니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두 핵심 관료가 첫 순방지로 한국을 택할 만큼 미국이 한-미 동맹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일깨우며, ‘중국 견제’로 요약되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다만, 정 장관은 미국 등 4개국 안보 협력체인 쿼드에 대해선 “직접적 논의가 없었다”고 확인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2018년 6월12일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기초해 조속히 북-미 대화를 시작하면 좋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미국의 두 장관은 “북핵 문제는 시급한 사안이며 양국 간 긴밀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해선 방한 기간 내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싱가포르 공동선언에 포함된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란 용어를 고수했다.

이에 반해 정 장관은 17·18일 이틀 연속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꼬박꼬박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했다. 결국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한반도 비핵화라 하면 주한 미군기지와 한국에 들여오는 전략 자산도 확인해야 하니 (미국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연합훈련·연습을 통해 모든 공동 위협에 맞서는 연합준비태세를 유지”한다고 선언하며, 트럼프 행정부 때 북-미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연기 또는 축소했던 연합훈련을 원래대로 시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 대신 강조한 것은 북한의 ‘인권 문제’와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한 ‘다자적 접근’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17일은 물론 18일에도 “북 주민들이 압제적인 정권 아래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인권을 문제 삼으며 고강도 압박을 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북핵 문제 해결에 한·일 등 동맹국뿐 아니라 “중국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미 간 양자 협상이 추진되며 모습을 감췄던 ‘중국 역할론’을 재차 끄집어낸 것이다.

또 다른 갈등 지점은 중국 문제였다. 블링컨 장관은 17일 “우리는 세계에서 민주주의의 위험한 침식을 목격하고 있다”며 중국이 홍콩·대만·신장·티베트·남중국해 등에서 벌이고 있는 ‘강압적 태도’를 강도 높은 어조로 언급했고, 18일에도 “우리는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논의했다. 세계적인 민주주의 후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반민주주의에 대항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18일 오후 <연합뉴스티브이(TV)>에 출연해 “미-중 간 하나를 택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접근법은 불가능하다. 미·중이 우리한테 그런 요구를 해 온 적 없다”고 말했다. 길윤형 김지은 기자


중 관영매체 “한국,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에서 약한 고리”

  “중국위협론 한국에 안먹힐 것” 경제 · 정치적으로 긴밀히 연계
   경기회복·남북관계 등 중국 도움 필요 “중 봉쇄 거리두기 가능”

 

동맹국을 앞세워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봉쇄 전략에서 한국이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중국 쪽에서 나왔다. 한-미 외교 국방장관(2+2) 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 내용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18일 “미국이 부풀리고 있는 ‘중국 위협론’이 일본과 달리 한국에겐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정치적으로 중국과 긴밀히 연계된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봉쇄를 위한 아시아 동맹과 거리 두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한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반중국 봉쇄 전략에 적극 가담할 뜻을 드러낸 일본과 대조된다”며 “한국은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에서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즈용 푸단대 조선한국연구센터 주임은 신문에 “한국 입장에서 볼 때,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은 여전히 ‘미국 우선주의’를 중심에 두고 있다”며 “동북아에서 미국의 이익만 추구할 뿐, 한국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여러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으며, 침체된 경기 회복과 남북관계 복원 등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쪽 전문가들이 한-미 2+2 회담에서 중국 관련 문제가 아닌 한-미 군사동맹 강화와 북핵 등 한반도 문제가 핵심의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 이날 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을 보면, “역내 안보환경에 대한 점증하는 도전”,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 등의 언급만 있을 뿐 중국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글로벌 타임스>에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부각시킨 것이 한국을 수세적 위치로 내몰았다”며 “이로 인해 한국은 일본과 달리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에서 더욱 거리를 두면서, 한반도 문제 대응과 관련해 중국 쪽으로 좀 더 기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에 적극 가담할 뜻을 밝힌 일본을 맹비난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의 굴기부흥을 억제하겠다는 이기적 사익을 얻기위해, 일본은 미국의 전략적 속국을 자처했다”며 “주저없이 신의를 저버렸고, 중-일관계를 파탄시켰으며, 지역 전체의 이익을 팔아넘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일은 냉전적 사고에 사로잡혀 의도적으로 집단대결을 부추기고 있다”며 “반중국 ‘포위권’을 구축하려는 것은 시대의 조류에 역행하는 처사이며, 지역 내 혼란과 충돌만 불러올 뿐”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북핵 시급한 중대 문제"…"한미동맹 세계평화 · 안정 · 번영 핵심축"

     바이든 시대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 …미 블링컨, 중국도 작심 비판

     정의용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동력마련 기대"…정상회담 조속 개최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

 

한국과 미국은 17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열린 첫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시급한 중대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또 굳건한 한미동맹이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의 핵심축(linchpin)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중국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해 한국 외교가 적지 않은 숙제를 안게 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하고 한미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한미 외교장관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11월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워싱턴에서 만난 이후 4개월 만이다.

양 장관은 회담에서 북한·북핵 문제가 시급히 다뤄야 할 중대한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에 진전을 가져오기 위한 협력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대북정책과 관련, 양국 간 완전히 조율된 전략 마련과 시행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미국 대북정책 검토 과정 등에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정의용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회담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확고히 정착해서 실질적 진전을 향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도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공통의 도전과제로 꼽으며 "우리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 파트너들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자국민에 대해 계속해서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주민과 함께 서서 이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상대로 기본권과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 문제는 북한이 극히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여서 반응이 주목된다.

양 장관은 또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연계해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계속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굳건한 한미동맹이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의 핵심축(linchpin)임을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관련,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위한 우리의 공유된 비전을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중국은 강압과 호전적인 행동으로 홍콩의 자치권을 체계적으로 침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있으며 티베트의 인권을 침해하고 남중국해에 영유권을 주장한다"면서 "이 모든 것은 인권법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양 장관은 최근 미얀마 상황에도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군경의 폭력 사용 즉각 중단, 정치 지도자의 즉각 석방, 민주주의의 조속한 회복 필요성도 강조했다.

또 기후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협력 강화와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

양 장관은 또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양 장관은 회담 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추가 협의를 위해 정의용 장관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25분간 단독 회담을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동맹 강조하다 느닷없는 ‘말 폭탄’…미 블링컨 서울와서 강성발언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 첫날인 17일 열린 한·미의 첫 대면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발언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위였다. 중국을 향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앞으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신뢰를 쌓아야 할 북한을 ‘권위주의 정권’으로 규정하면서 “국민들에 대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작심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지난 1월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대외 정책의 기조를 ‘동맹과 힘을 합쳐 중국에 대항한다’로 잡은 만큼 미국이 한·미·일 3각 동맹을 강화해 중국 견제에 나설 것이란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상견례를 겸한 첫 외교장관 회담이자, 기자들에게 내용이 그대로 공개되는 머리발언에서 날 선 발언을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 국제 정세를 권위주의와 민주주의가 충돌하는 ‘세계사적 변곡점’(inflection point)이라는 견해를 밝혀온 만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요 동맹국인 한국을 채근해 한·미·일 협력 태세를 조기에 정비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런 기조는 전날 공개된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의 공동 발표문에서도 확인됐다. 미·일은 이 문서의 ‘3분의 1’가량을 강력한 대중 견제 메시지로 채웠다. 이들은 중국이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핵심적 이익’에 해당하는 홍콩·대만·신장 문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한국은 블링컨 장관이 방한 일정에선 절제된 ‘대중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봤지만, 회담이 시작되는 순간 이런 기대가 무색해졌다.

블링컨 장관이 ‘말폭탄’을 쏟아내면서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의 외교적 고민에 빠지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 견제 색채가 농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울 때마다 “개방·포용·투명성이라는 원칙에 따라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동맹을 경시했던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설명을 일정 부분 수용했지만, 블링컨 장관은 “단순히 동맹 유지가 아니라 강화해서 다가올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한국에 던졌다.

또 다른 고민은 북한 문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전날 미국에 대해 내놓은 비난 담화에, 블링컨 장관이 북한 인권을 거론하며 바로 받아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서 2018년 6월12일 북·미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출발점 삼아 조속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한다는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외교부 쪽은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블링컨 장관의 ‘작심 발언’은 18일 예정된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으로 전해졌다. 하루 앞선 외교장관 회담의 ‘머리발언’이 언론에 그대로 공개되는 점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길윤형 기자


블링컨 미 국무, 중국·북한에 강경발언…한국에 동참 요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17일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우리의 공통된 비전과 인권,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에 대한 존중”을 내세우며 “(한-미가)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첫 고위급 협의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전선에 ‘동맹’인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또 북한을 두고는 ‘자국민을 학대’하는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언급하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 향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개할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에 대한 우려도 커지게 됐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저녁 6시 반께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두 장관의 상견례이자 ‘동맹 복원’, ‘동맹 강화’를 과시하는 자리가 되리라던 전망은 회담 시작 직후 깨졌다. 블링컨 장관은 “한-미 동맹은 양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보와 번영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민주주의가 위험할 정도로 퇴행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지금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미얀마 군부가 선거 결과를 뒤집고 평화적 시위를 억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회견장을 얼어붙게한 ‘말 폭탄’은 그 직후 나왔다. 미국이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경쟁국이라고 밝힌 중국을 매우 높은 수위의 발언으로 비난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강압과 공격적 행동으로 홍콩의 경제를 체계적으로 침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있으며 신장과 티베트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남중국해에서는 (영유권) 주장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모두) 인권법을 위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을 향해선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지속적으로 자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본권과 자유를 옹호하고 이를 억압하는 이들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를 인권을 앞세운 ‘적대 발언’으로 간주할 수 있어 향후 북-미 대화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미국과 동맹국들이 직면해 있는 “또다른 공통의 도전”으로 “북핵 핵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을 짚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이 이날 ‘작심 발언’을 한 데는 18일 예정된 외교·국방(2+2) 장관회의의 결과를 발표할 공동성명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으로 전해졌다. 회담에 앞서 하는 ‘모두발언’은 언론에 모두 공개되는 것이어서 이 계기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외교부 쪽에서도 이날 블링컨 장관의 공개 발언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지은 기자


방한한 미 국방장관 “한-일 관계 개선해달라”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7일 “한반도 주변과 동북아 지역,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동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방한한 오스틴 장관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만나 회담 막바지에 지역 협력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부상하는 중국의 견제를 염두에 두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관계를 개선해 미국과의 안보협력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서 한-일 안보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국은 2018년 12월 우리 해군의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의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는지를 놓고 갈등을 빚었으며, 격년제로 홀수 해에 열리던 한-일 수색·구조훈련(SAREX)도 2019년 일본 쪽 거부로 중단됐다. 반면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별문제 없이 작동됐다. 군 당국자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일 3국 미사일경보훈련이 지난해에도 네차례 열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스틴 장관은 중국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과 협력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스틴 장관은 회담 머리발언에서도 “중국과 북한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한-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중국의 위협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욱 장관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큰 틀에서 우리 정부의 신남방전략 기조와 다르지 않다”며 “한-일 안보협력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회담에선 서 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서 장관이 꽤 길게 얘기했고, 오스틴 장관도 경청했으며 앞으로 잘 협의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회담 뒤 공식 자료를 내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이라는 한·미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추진과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의 중요성 등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