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 '법조 경력 15년 이상'…추천 절차 '비공개'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장에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법무부는 공석인 검찰총장 제청을 위해 9명의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고 11일 밝혔다.
위원회는 당연직 위원 5명, 비당연직 위원 4명 등 총 9명으로 꾸려졌으며 위원장은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이 맡게 됐다.
사진은 위원장을 맡게 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2021.3.11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을 뽑기 위한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1일 차기 총장 후보자 추천을 위해 외부위원 8명과 내부위원 1명 등 9명을 총장후보추천위원으로 임명했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후보를 대통령에게 제청할 때 총장후보추천위의 추천을 받도록 하고 있다. 2011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에서 검찰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법무부는 15일부터 22일까지 국민이 직접 추천하는 '국민 천거제'도 시행하기로 했다. 개인이나 법인, 단체 누구나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서면으로 추천할 수 있다. 물론 후보추천위원들도 후보자를 천거할 수 있다.

대상자는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가진 사람이면 된다. 추천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추천인이 의도적으로 피추천인을 공개하는 등 절차를 위반해 심사에 영향을 끼치려 하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무부 장관은 국민이 천거한 후보자들을 포함해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후보추천위에 심사 대상자로 제시한다.

후보추천위는 이들 중 적격 여부를 판단해 3명 이상의 후보자를 장관에게 추천하고, 장관은 후보추천위의 추천을 존중해 후보자를 제청하게 된다.

이번 후보추천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인 박상기 전 장관이 맡는다. 당연직 위원 5명은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비당연직 위원으로는 박 전 장관 외에 길태기 전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원제 한겨레 논설위원 등 4명이 선임됐다. 이 중 안 교수는 법무부 검사징계회 외부위원으로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논의에 참여 했다.

후보자 추천 절차와 추천 후보들에 대한 검증 작업을 마쳐야 해 후보추천위 첫 회의는 일러야 이달 말이나 4월 초에 열릴 전망이다. 대통령의 후보자 지명과 인사청문회 일정을 고려하면 새 총장은 4월 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총장 공백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년보다 서둘러 후보추천위 구성을 마쳤다는 설명이다.

2013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했을 땐 사의 표명 후 후보추천위 구성까지 24일, 2017년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했을 땐 후보추천위 구성까지 50일이 걸렸다. 김 전 총장 사퇴 땐 후보추천위 구성이 마무리되기 전부터 각계에서 총장 후보를 천거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판결 사실상 뒤집어 유죄 취지로 고법에 파기환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대법원이 정치 관여 등의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돌려보냈다. 일부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본 항소심의 판단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 등의 상고심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 전 원장은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하고 야권 정치인과 유명인 등에게 사찰을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풍문성 비위 정보를 수집하고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당시 야권 정치인들에 대한 정치 공작 문건을 작성한 혐의도 받는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건넨 혐의도 있다.

1심은 심리전단 사이버팀과 연계된 외곽팀에 국정원 예산 지원과 위증 혐의, 이 전 대통령에게 10만달러를 제공한 혐의,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사업 등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재철 전 <문화방송>(MBC) 사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 밖에도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정치 공작 활동에 가담한 전직 국정원 간부 등도 집행유예~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심은 일부 혐의에 관한 판단을 바꿔 원 전 원장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1심과 달리 2심은 원 전 원장이 국내 유명 호텔 방을 빌리는 데 총 28억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혐의를 유죄 판단했다. 다만 권양숙 여사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미행하고 감시한 혐의는 무죄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죄 성립 여부는 직권남용죄 일반에 적용되는 법리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처벌 조항의 입법 경위와 취지, 국정원의 법적 지위와 영향력, 국정원이 담당하는 직무와 그 직무수행 방식의 특수성, 국정원 내부의 엄격한 상명하복의 지휘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처음 설시했다.

그러면서 항소심에서 무죄 판단한 권 여사와 고 박 전 시장과 관련된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원 전 원장이 실무 담당자들에게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또 나머지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원 전 원장은 건설사 대표에게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6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2개월을 확정받았다. 또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 직원들을 동원해 각종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8년 4월 징역 4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조윤영 기자

17~18일 블링컨 · 오스틴 1박2일 방한
중국 견제용 메시지 낼 가능성은 낮아

 

정의용 외교부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일정이 17~18일로 확정되면서, 문재인 정부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첫 고위급 협의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하에서 삐걱거렸던 현안들을 정리하고 이른바 ‘동맹 복원’을 확인하는 한편, 향후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11일 정부 쪽 설명을 종합하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17일 오후 블링컨 장관과 첫 회담을 한다. 두 장관은 18일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 오스틴 장관과 5년 만에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양국은 미 국무·국방부 장관의 문재인 대통령 예방 및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면담 일정도 조율 중이다. 이번 계기에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가서명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동맹 관계가 주요 의제로 꼽힌다. 한국 쪽에서는 ‘한-미 동맹 관련 양국 간 입장 일치’의 메시지를, 미국 쪽에서는 ‘미국의 복귀, 동맹의 복원’ 메시지를 발신하게 되리라는 게 외교부 쪽 설명이다. 실무 차원에서는 마무리 단계로 알려진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에 대한 입장 교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쪽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조속한 대북 관여의 필요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한·미·일 협력 강화 및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양국의 협력에 대한 논의도 테이블에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쪽과 첫 고위급 협의를 앞둔 만큼 당장 대중국 견제 메시지를 강도 높게 제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쪽 관측이다. 이밖에도 기후변화 대응, 미얀마 쿠데타, 이란 핵합의와 연동된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한국 선박과 선장의 억류 문제 등도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미 국방장관.

한-미 국방부 장관 간에는 전작권 전환 문제와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의 복원, 주한미군의 훈련 여건 개선 문제 등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애초 지난해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영능력(FOC) 검증평가를 마치기로 했으나, 코로나19의 확산과 미국의 미온적 태도 등으로 올해도 실시가 어렵게 되는 등 전작권 전환 일정이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 전작권 조기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 쪽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쪽에서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차관보 대행은 10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한-일 긴장이 3자 국방 협력에 큰 피해를 입히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런 분열은 적성국을 이롭게 할 뿐이며 미·한·일 삼각 공조의 유지가 미국의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의 훈련 여건 개선은 최근 미군이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는 문제다. 김지은 박병수 기자

 원장 ‘특수감금 무죄’ 비상상고 요구에  “사유 해당하지 않아”
“대법관이, 국가가 우리를 또 버렸다” 눈물…진상조사 필요성

 

부랑자 수용을 명분으로 감금과 강제노동, 암매장 등을 자행한 고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의 무죄가 잘못됐다며 검찰총장이 제기한 비상상고가 대법원에서 기각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가족이 눈물을 흘리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3천여명의 시민을 불법감금하고 강제노역과 학대 등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 부산 형제복지원 원장의 무죄판결을 취소해달라며 검찰이 제기한 비상상고가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다만 대법원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며 비통해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원장 고 박인근씨의 특수감금 혐의 무죄 판단을 다시 해달라고 낸 비상상고를 11일 기각했다. 비상상고 제도는 확정판결을 대상으로 하며, 심리나 재판에 법령 위반이 있을 경우 허용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이 “비상상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인근씨는 수용자를 감금하고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1987년 기소됐다. 당시 대법원은 박씨의 감금행위가 형법 20조에 따른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특수감금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횡령 혐의 등만 유죄로 인정해 박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2018년 검찰은 무죄 선고의 근거 가운데 하나였던 내무부 훈령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 위헌·무효라며 그에 따른 무죄 선고는 부당하다고 보고 비상상고를 했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이 비상상고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박씨가 무죄판결을 받은 근거는 내무부 훈령이 아니라, ‘법령에 의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20조였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선고 직후 한 피해자는 “오늘만을 기다려왔는데 결과는 기각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피해자는 대법원 앞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한종선씨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라도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법원은 법리적 판단과 별개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은 신체 자유 침해가 아닌 헌법의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됐다는 점”이라며 “진실 규명 작업으로 피해자의 아픔이 치유돼 사회 통합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쪽을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도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 차원에서 이런 판단을 한 것이지만,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결할 절차도 고민해야 한다”며 “진상 조사는 물론 신속한 피해자 배·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2기가 출범했지만, 여야 합의 등의 문제로 정식 조사는 늦어지고 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대법원이 형제복지원의 중대한 인권침해를 확인해준 이상 위원회 조사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피해자 아픔에 응답하기 위해 하루빨리 조사 역량을 갖춰 진상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