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정부 출범 뒤 첫 북미접촉 시도 공식 확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현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 둘째)한테 미국과 협상 경과를 보고하고 지침을 받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가운데)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미국은 2월 중순부터 뉴욕을 포함한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와의 접촉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미국의 시간벌이 놀음에 응부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제1부상은 또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으로 공표된 담화에서 밝혔다.

이번 담화는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는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15일(현지시각) 발표 내용을 확인하는 것으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한 17일에 작성된 형식을 띄고 있다.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발표됐고, 북쪽 인민들이 접할 수 있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이로써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50여일 만에 북-미의 첫 접촉 시도가 공식 확인된 셈이다. 북-미 모두 ‘침묵’을 뒤로 하고 초반 기세 잡기와 접점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탐색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제1부상은 미국 쪽의 접촉 시도 방법과 관련해 “여러 경로를 통해 전자우편과 전화통보문을 보내” 오고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기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우리가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어떤 수준이든 북-미 당국자의 직접 접촉은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최 제1부상은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 이후 울려나온 소리는 광기어린 ‘북조선위협’설과 무턱대고 줴치는 ‘완전한 비핵화’ 타령뿐”이라며 “미 군부는 은근히 군사적 위협을 계속 가하고 우리를 겨냥한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을 버젓이 벌려놓았다”고 밝혔다. 요컨대 미국이 “강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서 접촉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최 제1부상은 “조미 접촉을 시간벌이용, 여론몰이용으로 써먹는 눅거리수(물건을 싸게 팔거나 사는 수법)는 스스로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와 한번이라도 마주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일본을 행각(방문)한 미 국무장관이 여러 압박수단 혹은 완고한 수단 등이 모두 재검토 중이라고 떠들며 우리를 심히 자극했는데 이제 남조선에 와서는 또 무슨 세상이 놀랄만한 몰상식한 궤변을 늘어놓겠는지 궁금해진다”고 덧붙였다. 짐짓 어투는 강경하지만, 블링컨 장관의 한국에서의 대북 발언 내용을 주시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 제1부상은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며 “미국은 자기들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제1부상의 대미 담화는 “조미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 나가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지난해 7월4일 담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이제훈 기자

 

북, 블링컨 방한 전날 한-미 훈련 맹비난…남 때려 미에 경고

김여정, 한미훈련 비난 담화 “3년 전 봄날 다시 오기 힘들 것”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오른쪽)과 친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8일 시작된 한-미 군사연습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며 “‘붉은선’(Red Line·한계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고 16일 비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담화에서 “전쟁연습과 대화, 적대와 협력은 양립할 수 없다”며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교류협력)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조선 당국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2018년 9월19일) 북남군사분야합의서 파기 대책도 예견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를 대화와 교류협력이 없던 대결시대로,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군사적 갈등·충돌의 시기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엄포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 하루 전이자 일본 방문 당일 아침에 맞춰 나왔다.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남조선 당국”을 주된 비난의 표적으로 삼고 있지만,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한 ‘말걸기’이기도 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편안한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8차 당대회 연설(1월5~7일)의 ‘대미 정책 기조’를 배경으로, 대상을 “미국의 새 행정부”로 특정한 북쪽의 첫 공개 발언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남북관계를 흔들어 미국을 움직이겠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대남·대미 정책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동맹 중시”와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공언해온 바이든 정부가 남북관계 악화에도 북한과 적극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정은 총비서의 속내가 어떻든, ‘남북관계를 희생양 삼은 대미 접근’ 시도는 오히려 북-미 관계의 추가 악화로 이어져 한반도 정세에 먹구름을 드리울 위험이 있다. 미국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를 확인하고, “외교가 최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이례적으로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내부에도 대대적으로 전파됐다. 대남·대미 ‘경고’와 함께 내부 정치적 수요도 고려했음을 방증한다. 인민들한테 공표된 터라 ‘말’을 ‘행동’으로 이어가는 후속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5일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대답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는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사태’ 때의 북쪽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북쪽은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김여정 담화’(6월4일)→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6월12일)→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4대 군사조처 발표(6월17일)→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군사 행동 계획 보류”(6월24일)로 남북관계를 뒤흔들었다. 아울러 평양시당위원장 등 각계각층의 노동신문 연쇄 기고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등의 “항의군중집회”로 대남 적개심을 부추겼다.

 

‘9·19 군사합의’ 파기 땐 남북·북미관계 연쇄 파장 ‘먹구름’

이번에도 노동신문 연쇄 기고와 항의군중집회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외환경의 악화와 ‘3중 악재’(제재·코로나19·자연재해)로 더욱 나빠진 경제 상황, “자력갱생식 정면돌파전”의 장기화 등에 따른 인민의 불만을 대남 적개심 고취로 돌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남정책의 내부정치화’인데, 남북관계에 치유하기 쉽지 않은 상처를 남길 위험이 있다.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예고한 대남 조처 가운데 한반도 정세에 전략적 함의를 지니는 내용은, 대남 대화·교류협력 기구 폐지 엄포보다는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 구실을 해온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경고다. 9·19 군사합의 파기 조처가 실행된다면, 문재인-김정은 시기 남북관계의 지형을 뿌리부터 흔들며 한반도 정세에 연쇄 파장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북쪽은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사태’ 때도 “있으나마나한 북남군사합의 파기”(6월4일 김여정 담화) 운운하곤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지피) 재건과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등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로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했으나 김정은 중앙군사위원장의 ‘보류 지시’로 멈췄다. 이번에도 김여정 부부장은 조평통·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는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며 실행이 임박했음을 내비치면서도 ‘군사합의서 파기’는 “남조선 당국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일단 뒤로 미뤄두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북쪽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 재개 등 다양한 9·19 군사합의 위반 행위로 실질적 파기 수순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 탓에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전략적 군사행동을 김정은 위원장이 선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을 움직일 카드로 9·19 합의 파기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짚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북쪽은 대남 공세가 북-미 관계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며, 한·미 정부는 조속히 포괄적 대북 협상 방안을 마련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통일부 “한-미 훈련 군사긴장 조성 계기 돼선 안돼”

서욱 국방장관 “방어적 · 연례적인 연습 비난 유감”

 

서욱 국방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통일부는 16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내놓은 한-미 연합훈련 비난 담화와 관련해 “한-미 연합훈련이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김 부부장 담화 관련 기자들 질문에 “남북관계가 조기에 개선되고 비핵화 대화가 빠른 시일 안에 재개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 이번 훈련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방향에서 시행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며 이렇게 답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 적대관계 해소는 대화에서 시작해 협상에서 마무리되고 협력을 통해 확대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협력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은 김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비난과 관련해 “방어적이고 연례적인 연습에 대해 비난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측면에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군사합의가) 준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측은 북측의 우려 제기에 9·19 군사합의에 포함된 내용을 충분히 상기시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며 “북한도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대화 호응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부 대변인은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선 “특별히 설명할 만한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병수 이제훈 기자

 

<노동신문> <중통> “3년 전 봄날 돌아오기 어렵다”
한미연합훈련 비난…“‘붉은 선’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
조평통 ·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기구 폐지 검토 언급
미국엔  “잠 설칠 일거리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경고

 

지난 1월5~12일 열린 조선노동당 8차 대회 때 주석단에 앉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뒤편에 김여정 부부장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8일 시작된 한미군사연습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 규정하고 “‘붉은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고 16일 비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담화에서 “우리 당중앙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3년 전의 봄날과 같은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것이 북남관계의 마지막 기회로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경고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우리에 대한 비정상적인 적대감과 불신으로부터 출발한 피해망상”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16일은 미국의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 하루 전이자 일본 방문 당일 아침에 맞춰 나왔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인민 필독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으로도 공개됐다. 한국과 미국을 향한 ‘경고 발언’의 성격뿐만 아니라 내부 정치적 수요도 그에 못지 않게 고려한 담화라는 방증이다. 인민들한테 공표된 담화라, 앞으로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든 추가 조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부부장은 “이런 상대와 마주앉아 그 무엇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가 다시금 확증하게 된 결론”이라며 염두에 두고 있는 구체적인 대남 조처를 열거했다. 우선 “현정세에서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이러한 중대조치들은 이미 우리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 합의서도 씨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의 핵심 안전판이자 군사적 충돌 방지 장치인 ‘군사분야 합의서’ 파기를 거론하되 일단은 후순위로 밀어둔 셈이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청와대를 방문했을 당시 방명록을 작성하는 모습이다.

통일부에 조응하는 북한의 내각 기구인 조평통의 ‘폐지’를 거론한 것은 남북 당국 간 대화 창구를 없애겠다는 엄포에 다름 아니다. 다만 조평통은 2019년 12월 위원장이던 리선권이 외무상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후임 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았고 공개 움직임도 없었다. 교류협력 “관련 기구들”의 폐지도 검토한다는데, 그간 남북 교류협력에 깊이 관여해온 여러 기구들이 아닌 이미 여러 차례 자체 개발 방침을 강조해온 금강산관광사업과 관련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적시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김 부부장은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는 법”이라며 “임기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명백히 천명된 바와 같이 대가는 노력한 것만큼, 지불한 것만큼 받게 돼있다”고 재확인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붉은 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 운운 등 짐짓 발언 수위가 매우 높고 강경하지만 한미훈련에 대한 대응 행동으로 ‘군사 행동’을 언급하지 않았고,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는 단서가 달린 점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이번 한미군사연습을 국방부 등이 “연례적, 방어적”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지휘소훈련”이라 설명한 것과 관련해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자 “미친개를 순한 양으로 보아달라는 것과 다름 없는 궤변”이라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그리고 그 형식이 이렇게저럭헤 변이되든 동족을 견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제훈 기자


국방부, 김여정 한-미훈련 비난에 “북한도 유연해져야”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청사.

 

국방부는 16일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위협에 대해 “군사합의가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특단의 대책을 예견하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을 묻자 “군사합의가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 대변인은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측면에서도 남북 간의 합의에 따라서 준수되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 대변인은 또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한-미연합훈련,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은 누차 말씀드렸듯이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 측은 북측의 우려 제기에 9·19 군사합의에 포함된 내용을 충분히 상기시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며 “북한도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대화 호응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게 국방의 입장”이라고 발했다.

부 대변인은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선 “특별히 설명해 드릴 만한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날 개인 담화를 내어 한-미연합훈련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고 강력 비난하고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위협했다. 박병수 기자

로이터 보도…미 정부 고위관리 "뉴욕 등 여러 채널 통해 시도"

내주 미 국무·국방장관 한일 순방 북미간 진전 계기 될지 주목

 

블링컨 미 국무장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월 중순 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과 막후 접촉을 시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3일(현지시간)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관리는 "2월 중순 이후 뉴욕(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을 포함한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 정부에 접촉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리는 "현재까지 평양으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아무런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접근법과 관련, 포괄적인 정책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를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문제의식 속에 기존 정책을 다시 들여다보며 검토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로이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례 없는 관계를 맺었지만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바이든 정부 관리는 트럼프 말기를 포함해 미국이 여러 차례 관여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에 1년 넘게 활발한 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북한의 침묵이 앞으로 몇 주 안으로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고 로이터는 부연했다.

앞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수주 내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미 대선이 끝나고 새 정권이 들어설 때 북한이 도발을 감행해온 전력이 있는 가운데 새로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대북 물밑 접촉 시도는 정책 검토 중에 북한의 도발로 인한 긴장 고조 가능성을 차단하고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당선된 뒤 이듬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했으며 그가 재선했을 때는 한 달 뒤 로켓을 쏘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첫해인 2017년에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긴장이 고조됐었다.

미국의 대북 접촉 시도 속에 다음 주 이뤄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일본 방문이 동맹과의 조율 속에 향후 북미 관계 진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김 차관보 대행은 전날 블링컨 장관의 순방을 언급하면서 "이는 동맹들이 우리의 과정에 고위급 조언을 제공하는 또 다른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검토 내내 한국과 일본에 있는 동료들과 매우 긴밀한 접촉을 유지했다"며 "대북정책의 모든 중요한 측면을 검토하면서 그들의 조언을 확실히 포함시키고 싶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맹과 보조를 맞춰 대북 정책을 펼치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뒤 "(이번 순방은) 우리가 현재 진행 중인 대북 정책 검토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외교부 "미 북한 접촉시도 사전에 공유받아"

"한-미, 미국 대북정책 과정 긴밀 소통·공조"

 

외교부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중순 이후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 "미국 측으로부터 관련 사항을 사전에 공유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한미는 미국의 대북정책 과정 전반에서 긴밀히 소통·공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과 접촉·대화하려는 시도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때도 있었던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한미 간에는 충분한 수준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2월 중순 이후 뉴욕(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을 포함한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 정부에 접촉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고 13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 관리는 "현재까지 평양으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접근법과 관련, 포괄적인 정책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를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문제의식 속에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일본 방문이 동맹과의 조율 속에 향후 북미 관계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공급대책 입법 기초까진 마무리"

'일파만파' LH 의혹 조기수습 의지…4·7 재보선 전후 후임 인선 예상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변 장관이 오늘 오후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사의를 표했고, 유영민 비서실장이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변 장관의 사의 표명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며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 투기에 대한 조사 및 수사가 진행 중이나 공급대책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기초 작업을 끝내고 퇴임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28일 임명된 변 장관은 '시한부 장관'으로 활동하게 됐다.

문 대통령이 LH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변창흠표 부동산 공급대책'의 차질없는 추진을 거듭 강조했다는 점에서 변 장관을 유임토록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LH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면서 교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조사·수사와 동시에 LH 사장을 지낸 변 장관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에서 LH 직원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가 적발됐고, 이들 가운데 11명의 투기 의심 사례는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임 중일 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변창흠 경질론'이 증폭된 점도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변 장관의 후임은 4·7 재보선 전후에 정해질 전망이다. 당장 3월 임시국회에서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도입을 위한 공공주택특별법과 공공기관 직접시행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도시·주거환경 정비법이 처리를 앞두고 있다.

또 주택 공급 확대와 관련해 4월 초까지 우수 후보지 선정, 신규택지 관련 일정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변 장관의 사의를 시한부로 수용한 것"이라며 "여러 공급 일정을 감안하면 4월 재보선 쯤 후임 인사가 날 것 같다"라고 전했다.

36국 6개 지표 평가 “코로나19 고통지수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아”

 

질병관리청이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바이알(병)당 접종인원을 현장에서 1∼2명 늘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진은 전북 군산시 풍림파마텍에서 지난 18일 업체 직원들이 최소잔여형(LDS) 주사기를 생산하는 모습. 연합뉴스

 

독일 유력언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해 6개 지표를 토대로 평가한 결과, 한국이 4개 지표에서 가장 대응을 잘한 것으로 꼽혔다.

코로나19 고통지수를 집계해봐도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주간 디차이트는 11일(현지시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신규확진자, 백신접종자, 실업자, 지난해 국가채무증가율과 경제성장률에 타격 정도 등 6개 지표를 기준으로 36개 OECD 회원국의 코로나19 대응을 평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디차이트는 집계 결과, 모든 지표에서 좋은 성적을 낸 국가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백신접종자 지표에서는 1위지만, 코로나19 사망자수가 가장 많고, 국가채무증가율도 가장 높았다. 호주는 신규확진자수는 가장 적지만, 실업자수는 크게 늘었다. 스웨덴의 경제성장률은 덜 타격 받았지만, 신규확진자수는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한국은 6개 지표 중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와 실업자, 지난해 국가채무증가율과 경제성장률에 타격 정도 등 4개 지표에서 코로나19 대응이 OECD 회원국 중1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OECD회원국 중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수가 3명으로 가장 적었고, 신규확진자수는 인구 10만명당 5명으로 호주(0명)에 이어 가장 적었다.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백신접종자수는 인구 10만명당 737명으로 중하위권이었다.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0%로 전체 OECD 회원국 중 타격 정도가 가장 적었다. 스페인(-11.0%), 영국(-9.9%), 이탈리아(-8.8%), 프랑스(-8.3%), 독일(-4.9%)등은 타격이 컸다. 한국의 지난해 국가채무증가율은 3%포인트(p)로 역시 전체 OECD 회원국 중 가장낮았다. 지난해 국가채무증가율은 영국이 28%p로 가장 높았고, 이탈리아는 23%p, 스페인은 22%p, 미국 20%p, 프랑스 18%p, 독일은 14%p 등이었다.

한국의 지난해 4분기 전년동기 대비 신규 실업자수는 인구 10만명당 30명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적었다. 미국은 1천561명, 스페인은 1천496명, 호주는 1천458명 등이었다.

독일은 대부분의 지표에서 중간 지대에 머문다고 디차이트는 평가했다.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는 13위, 신규확진자는 14위, 백신접종자는 19위, 실업자는 12위, 지난해 국가채무증가율과 경제성장률에 타격 정도는 각각 18위와 12위로 집계됐다.

한편 디차이트는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수와 신규확진자수, 실업자수를단순합계해 코로나19 고통지수를 구하면 독일은 가장 낮은 순서를 기준으로 했을 때8위라고 밝혔다. 1위는 한국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