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시민들에 대한 군부 쿠데타 정권의 탄압이 극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19일 경찰의 총격으로 첫 희생자가 발생한 이래 300여명에 이르는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급기야 집에서 아버지 품에 안겨 있던 7살 어린이가 총에 맞아 숨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 24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로욜라 동산에서 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미얀마 청년 세명과 서강대 재학생이 함께한 이 기도회에서 김상용 서강대 교목처장과 참석자들은 쿠데타에 항거하다 희생당한 미얀마 시민들을 추모하고, 군경의 폭력 중지와 불법 구금자 석방을 촉구했다.
‘80년 광주’와 닮은꼴인 미얀마 민주화 투쟁에 함께하려는 이들은 재한 미얀마인과 30여개 한국 시민단체가 만든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지와 후원에 동참할 수 있다. ‘해외주민운동연대’(KOCO)에 민주화 지지 영상을 전자우편으로 보내면 미얀마어로 번역해서 미얀마 시민에게 전달해준다.
지난 17일 이후 미얀마에서는 친군부 매체를 제외한 모든 매체가 폐간되었다. 그럼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와 보도를 이어가는 ‘미얀마 나우’에 직접 후원할 수도 있다. 영구집권을 위한 군부 쿠데타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 걸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오늘의 광주’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있다. 장철규 기자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성명에서 ‘동해’로 표기한 것을 ‘일본해’ 등으로 표기했어야 했다며 정정했다고 <교도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 25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후에 낸 성명에서 “우리는 동해상(the East Sea)으로 발사된 북한 미사일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해당 수역을 ‘동해’로 표기했다.이에 대해 사카이 마나부 일본 관방부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해(the Sea of Japan)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일본) 입장”이라며 미국 정부에 일본의 입장을 전달해 정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동해’ 표기와 관련해 일본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본해’ 또는 ‘한반도 동쪽 바다’로 표기했어야 했다”며 정정문을 발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소연 기자
광주시민들이 24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미얀마 민중에게 연대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임을 위한 행진곡>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미얀마 광주연대 제공
미얀마 군부의 학살 행위를 규탄하고 미얀마 민주항쟁을 지지하기 위해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활용한 영상 제작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지지 광주연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광주시민들이 미얀마 민중에게 연대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임을 위한 행진곡>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부터 천주교·기독교·불교·원불교 등 종교계 대표와 장애인·노동계·여성계·교육계 인사 99명은 지난 24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활용해 지지와 연대를 표시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미얀마인 1명과 광주시민들이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부른 이 노래는 영상으로 제작돼 민주화 투쟁에 나선 미얀마 민중들에게 전달된다.
24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미얀마 민중에게 연대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진행된 <임을 위한 행진곡> 영상 제작에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오른쪽)씨가 참여했다.
이번 영상은 미디어협동조합 ‘찰나’와 지역 영화감독·음악인 등이 협력해 제작한다. 1절은 한국어, 2절은 미얀마어로 부르며, 다음주께 제작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 지지 광주연대’는 영상을 미얀마 민주화운동 관계자 쪽에 전달할 예정이며,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송출해 미얀마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호소할 예정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원본. 5·18기념재단 제공
광주문화재단도 <세이브 미얀마, 리멤버 광주>를 주제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이어 부르는 영상을 만들어 다음 달 초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 지지 광주연대 27일 오전 11시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연다. 이날 집회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집회 참석자를 99명으로 제한한다. 광주연대는 미얀마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행진할 예정이다. 정대하 기자
미인대회 출전 미스 미얀마, 국제사회에 "우리 국민 도와주세요"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후 시민 320명 사망… "평화가 필요해"
미스 미얀마, 국제사회에 "우리국민 도와주세요" [인스타그램 @hann_may]
국제 미인대회에 출전한 미얀마 대표 여성이 국제사회에 반(反) 쿠데타 시위 중인 자국민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2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에 출전한 미얀마 대표 한 레이는 전날 인터뷰에서 "미얀마의 많은 사람이 군부의 총에 맞아 죽고 있다. 우리 국민을 도와달라. 제발 살려달라"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전날까지 시민 320명이 군경의 발포 또는 폭력으로 사망했다.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은 '평화와 비폭력'을 주제로 한 국제 미인대회로, 미스 유니버스, 미스월드 등과 함께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올해 대회에는 63개국 대표들이 참가했으며 미얀마에서는 양곤대 심리학과 학생인 한 레이가 출전했다.
한 레이는 "양곤대 학생들 또한 군부에 의해 구금됐다"며 "민주주의에서는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중요하다. 우리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 미얀마에서는 자유가 없다. 그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얀마 국민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며 "나는 미얀마 대표로서 전쟁과 폭력을 멈춰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미인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평화의 여신을 표현한 의상…미얀마에 가장 필요한 것은 평화" [인스타그램 @hann_may]
한 레이는 24일 진행된 각국 전통 의상 심사에서는 황금 의상을 입고 '평화의 여신'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세계 모든 사람이 평화를 원한다"며 "이 의상은 현재 미얀마 사태에서 가장 필요한 '평화'를 보여주기 위해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 레이는 지난달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페이스북 등 SNS에 시민불복종 운동 상황에 관한 게시물을 올렸다.
이달 11일 올린 게시물에서도 "'봄 혁명'의 모든 영웅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군부는 평화롭게 시위하는 시민들을 죽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행동이 필요하다. 제발 민주주의를 위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미스 미얀마 한 레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 [인스타그램 @hann_may]
이재명 면담한 국내 미얀마 활동가, 군부가 ‘명예훼손 혐의’로 수배
소모뚜 공동대표 등 2명 2번째 수배 “영광이다. 조국 위해 싸울 것”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2차 총궐기가 있었던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북동부 샨주 타웅지에서 경찰이 반쿠데타 시위 참가자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타웅지/AFP 연합뉴스
미얀마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군부가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얀나잉툰과 소모뚜를 군 명예훼손 혐의로 지명 수배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만나서 미얀마 상황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다.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는 25일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사쿠데타 반란세력이 이틀 전 국영신문을 통해 미얀마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군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소모뚜 등 공동대표 2명을 지명 수배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미얀마 국내를 통해 받은 현지 신문에는 소모뚜 주한 미얀마 노동복지센터 운영위원장과 얀나잉툰 민족민주연맹(NLD) 한국지부장의 한국 내 직함과 함께 이들의 나이, 주소, 가족 관계와 함께 혐의 내용 등 수배 사실을 알리는 내용이 실렸다. 미얀마 군부는 현지 신문에서‘소모뚜 등이 경기도지사인 이재명을 만나서 미얀마 상황을 국제사회가 오해할 수 있도록 왜곡해서 이야기했고 군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들은 지난 2일 정범래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공동대표 등과 함께 경기도청을 방문해 이재명 경기지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국내 미얀마 출신 등록 외국인의 절반가량이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큼 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경기도에는 전국 미얀마 출신 등록 외국인 2만4985명 중 약 45%가량에 달하는 1만1305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96%가량이 제조업 등 사업체가 많은 지역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미얀마는 40여년 전 5월의 광주다. 국민 스스로 만든 정부를 무력에 의해 전복하고 군사정권 지배체제로 만드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인류 문명에 대한 도전”이라며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탄압과 은폐가 있었으나 민중들의 투쟁으로 제대로 된 민주 시스템을 갖췄는데, 미얀마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민중들의 의지에 따라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모뚜 공동대표는 이에 “앞으로 미얀마 국민이 군부정권을 끝내고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도록 경기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 지사는 참석자들과 함께 미얀마 민중의 저항을 상징하는 ‘손가락 3개 경례(Three-finger salute)’를 함께 하기도 했다.
자신의 2번째 수배소식을 전해 들은 소모뚜 공동대표는 “미얀마 군사쿠데타 반란세력에 의해 다시 수배된 것이 영광이다. 수배한다는 것은 그만큼 군사쿠데타 반란세력에 우리가 위협되는 것 아니냐.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소모뚜 등은 지난달 초 군부 쿠데타 사건 발생 직후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를 결성해 군부 규탄 시위 및 성명 발표하고 지난달 공무원 등 현지 시위대 지원을 위해 2억5천만원의 성금을 모금해 미얀마 국내로 송금했다가 군부에 의해 수배를 당한 바 있다. 홍용덕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권 단일후보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야권 단일후보로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맞붙게 됐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보수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이로써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 후보 간 여야 맞대결이 완성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 승리해 정권교체로 가는 길을 열겠다고 다짐했고, 민주당은 오 후보의 서울시장 성과를 문제 삼으며 ‘낡고 실패한 시장’과의 한판 승부를 별렀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23일 두 후보의 경쟁력과 적합도를 묻는 단일화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오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누르고 단일후보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오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나경원 전 의원 등을 누른 뒤 보수 지지층이 제1야당 후보에 결집한 흐름이 이번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안 후보는 이번엔 단일화 문턱에 걸려 본선 출마를 접게 됐다.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두 후보의 구체적인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 후보는 이날 최종 야권 단일후보 발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저는 단일화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의 길을 활짝 열라는 시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다”고 밝혔다. 또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일을 떠올리며 “지난 10년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았다. 가슴 한켠에 자리한 무거운 돌덩이를 이제 조금은 걷어내고 다시 뛰는 서울시로 보답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성원해달라”고 했다.
안철수 후보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야권의 승리를 위해 힘껏 힘을 보태겠다. 국민께서 바라시는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함께 놓아가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앞으로 오 후보 쪽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오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누가 이기든 승리한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후보 간 정책을 공유하는 등 공조를 이어가며 궁극적으로는 서울시 공동운영에 합의한 바 있다.
민주당은 ‘서울의 미래 박영선’과 ‘낡고 실패한 전직 시장’ 구도를 짰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오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된 데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 크게 의미 두진 않는다”며 “엠비(MB·이명박 전 대통령)와 똑 닮은 후보가 되어서 두손을 불끈 쥐게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상대 후보는 조건부 출마부터 시작해 계속해서 말을 바꾸고 있고, 콩밭에서 다른 일을 하려다가 그 일이 안 되니까 서울로 돌아온 재탕, 삼탕 후보”라며 “시대는 새로운 서울시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 선거운동은 25일부터 시작되며 사전투표는 다음달 2~3일 실시된다. 서영지 장나래 기자
민주, 오세훈에 날선 성명 8개…“미래와 과거의 대결” 공세
"서울시 나눠먹기" 인물 구도 부각 · 지지층 결집 공들이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서울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박영선 캠프 2030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된 23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쪽은 오 후보를 비난하는 논평 8개를 무더기로 쏟아냈다. 야권 단일화 과정 자체를 공격하는 “‘서울시 나눠먹기 단일화’의 커튼콜, 관객은 외면할 뿐이다”,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경력을 지적하는 “낡은 행정의 달인 오 후보는 보육공약을 낼 자격이 없다”, 내곡동 땅 보상과 관련한 “‘도돌이표 거짓말’을 멈춰라” 등 ‘네거티브 패키지’였다. 박 후보는 남편 명의로 도쿄에 아파트를 구매한 것을 놓고 ‘진정한 토착왜구’, ‘야스쿠니 뷰’ 등의 표현으로 비난했던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모욕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이런 날 선 반응엔 위기감이 배어 있다. 정권심판론 확산으로 한층 불리해진 여론 지형 속에서 제1야당 소속인 오 후보와 일대일로 겨뤄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선 오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보다 더 ‘벅찬 상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국민의힘은 소속 정당의 오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짐으로써 거부감 없이 조직력을 총동원할 조건이 갖춰졌다. 102석을 갖춘 제1야당 국민의힘은 원내 3석인 국민의당보다 인적 네트워크와 물리적 기반이 단연 월등하다. 더욱이 오 후보는 출마 선언 이후 내내 여론조사에서 고전하다 이달 초 당내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를 꺾으며 이변을 일으켰고, 이번에도 대선 주자급인 안 후보를 물리침으로써 상승 흐름을 굳혔다.
컨벤션 효과를 고스란히 거둘 수 있는 상황이다. 박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오 후보의 확장성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오 후보는 그동안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다른 후보보다 중도층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 안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그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선 경력이 있는 오 후보를 경쟁자로 맞이한 민주당은 ‘과거와 미래의 대결’을 내세우며 ‘인물 구도’를 부각시켰다. 박 후보는 이날 오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진 데 대해 입장을 묻자 “구도 자체가 서울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박영선 시장이냐, 낡고 실패한 시장이냐의 싸움”이라며 “특히 오 후보는 무상급식으로 아이들 차별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낡은 사고를 계속한다”고 말했다. 또 “광화문광장, 세빛둥둥섬 이런 것은 서울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해서 한 것이 아니고 전시행정을 한 것”이라며 “서울시민들이 원하는 혁신과 개혁을 이룰 후보가 누구겠냐”고 했다.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는 보수 야권 단일화 이슈가 박 후보를 덮고 있었는데, 이게 정리되면서 인물 구도가 설정됐다. 오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뒤 10년간 정치권 외곽에서 떠돌았고, 박 후보는 최근까지 국회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을 하면서 달려왔다. 박 후보의 성공과 오 후보의 실패를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지지층 결집에도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캠프는 이해찬 전 대표 및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인사들을 더 많이 포진시킬 계획이다. 박 후보 선대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박 후보가 오늘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를 방문했던 이유도 범여권 응집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우리 진영이 총동원되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안철수 ‘제3세력 한계’ 절감…야권 재편과정 재기 노릴듯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2017년 대선 패배 뒤 줄곧 내리막이다. 체급을 낮춰 재도전한 서울시장의 꿈마저 신기루처럼 날아가버렸다. 2~3주 전만 해도 당선이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기에 단일화 레이스 막판에 허용한 역전극은 더 쓰라리다. 이제 동지는 얼마 없고, 그의 곁엔 해지고 빛바랜 ‘새정치’의 깃발만 나부낀다. 정치인 안철수에게, 4·7 재보선 이후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동지는 얼마 없고, ‘새정치’ 낡은 깃발만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된 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분이 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 정치가 바뀔 수 있단 희망 보셨을 거라 확신한다. 서울시장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만, 저의 꿈과 각오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성의 낡은 정치를 이겨내고, 새로운 정치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저 안철수의 전진은 외롭고 힘들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20일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안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당선권에 근접했다. 지난 1일 금태섭 전 의원과의 ‘제3지대’ 단일화에서 승리한 뒤 서울시장이란 최종 목적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갔지만, 제1야당 국민의힘과의 ‘두 번째 단일화’에선 패배했다. ‘윤석열 파동’과 ‘엘에이치 투기 스캔들’을 거치며 격화된 정권심판론이 그에겐 도리어 악재가 됐다.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선 힘있는 제1야당 후보를 서울시장에 당선시켜야 한다는 심리가 야권 지지층에 확산된 결과였다.
국민의당과 안 후보로선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오 후보가 상승세를 타는 동안, 단일화 협상에 시간을 허비하며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를 허용한 게 뼈아픈 패착이었다. 티브이(TV) 토론과 정책 발표 등에서도 제1야당의 조직력을 넘어설 개인기를 보이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도 있다.
오세훈 당선 땐 제3지대 입지 급격히 축소
안 후보의 서울시장 도전은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두번째다. 앞서 그는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하고 출마하지 않았다. 2018년에는 바른미래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와 완주했지만, 박원순 시장과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 밀려 3위에 그쳤다. 그 사이 그는 유력 대선주자이자 한국 정치를 혁신할 ‘새정치의 아이콘’에서 중도와 보수에 양다리를 걸친 ‘이만저만한’ 차기 주자로 위상이 하락했다.
안 후보는 일단 단일후보가 된 오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돕는 데 주력한 뒤 야권 재편과 2022년 대선 준비 과정에서 존재감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제3지대의 한계를 절감한 안 후보가 결국엔 약속했던 합당을 통해 제1야당에 편입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단일 후보가 되는지와 상관없이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를 피한다면 더 옹색해질 것”이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과 제3지대를 도모하는 경로도 있겠지만 결국 자의적인 결정보단 환경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물론 단일화 과정에서 오 후보와 박빙 승부를 벌였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적지 않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의 대선주자로서의 가치가 죽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결과 발표 전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제가 정말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 것이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다. 그래서 저는 어떤 역할을 하든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 모든 역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시장이 안 된 만큼, 그가 생각하는 ‘역할’에서 ‘대선 후보’는 상수라고 보는 게 상식이다.
그의 구상에서 ‘대선후보’는 여전히 상수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탄핵정당’의 꼬리표를 떼어내면, 가뜩이나 좁았던 제3지대의 입지는 더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 안으로 들어가 대선을 준비하며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