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지도부를 향하는 수사 의식한 ‘꼬리 자르기’ 시도라는 비판 나와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구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공동취재사진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건네려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윤아무개 전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본부장이 통일교로부터 출교 처분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 쪽은 ‘정론직필’ 명의로 이에 항의하며 “특검은 반드시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는 문구까지 적어, 윤 전 본부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김 여사 관련 의혹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윤 전 본부장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론직필’은 20일 보도자료를 내어  “통일교는 이날 오후 윤 전 본부장 부부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사법적 판단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교’ 처분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다만 통일교 쪽은 ‘처분 공문 발송 전까지는 최종 확정은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통일교는 앞서 윤 전 본부장과 재정국장을 지냈던 부인 이아무개씨에게 징계위 출석을 통보했다. 이들이 김 여사 청탁 의혹에 연루된 데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한 취지다. 통일교 세계선교본부는 검찰 수사 초기부터 윤 전 본부장의 청탁 의혹에 대해 ‘개인 일탈’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에 통일교 내부에선 윤 전 본부장을 향한 검찰 수사가 통일교 지도부를 향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꼬리 자르기’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정론직필’은 “윤 전 본부장은 곧 출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에 착수할 예정이며, 천무원 정 부원장 및 측근들의 비리·횡령·비신앙 행위에 대한 공익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진실은 결코 가릴 수 없다. 특검은 반드시 이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며 “이제 통일가(통일교) 내 신앙양심인들이 침묵하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윤 전 본부장 쪽이 ‘특검’까지 언급하며 통일교 지도부를 겨냥한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검찰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이날 징계위에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전하는 내용증명에서 “그동안 참부모님(한학자 총재)에 대한 소환조사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왜 그런지에 대해선 연합이 고민하시면 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에서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하며 한 총재 등 통일교 지도부를 비호했지만,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4~8월 통일교 현안에 대한 청탁과 함께 김 여사 선물 명목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부인 이씨는 윤 전 본부장이 김 여사에게 건네려던 샤넬백 2개 중 1개를 구매한 인물이다.  < 김가윤  박찬희 기자 >

 24~25일 열릴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참고인 출석 여부 불투명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대구 수성구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에서 열린 '인공지능 전환(AX) 연구거점 조성을 위한 경청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
 

여야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할 증인·참고인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오는 24~25일 열리는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증인·참고인 출석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대로라도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민주당 위원들은 20일 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2시 위원장실에서 (증인·참고인 관련) 간사 협의를 했는데 (협의가)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결렬 배경으로 “(국민의힘이) 지난 18일까지 논의된 증인·참고인 5명 중 1명을 빼고 새롭게 4명을 요구해와 부동의했다”며 “국민의힘 이종배 위원장은 오후 5시에 다시 만나 의논하기로 했으나 국민의힘이 논의에 응하지 않아 증인·참고인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주장과 강요로, 오늘 결국 증인 채택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어 “민주당에서 처음에 ‘윤석열’ ‘한덕수’ ‘김문수’가 포함된 리스트를 제시했을 때 놀랐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풀어나가려 했다”며 “차라리 양 당에서 제시한 모든 증인, 참고인을 모두 채택하자고까지 했지만 민주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증인 대상자 중 가족은 모두 빼고, (김 후보자의) 전처도 제외한 최소한의 필수 증인만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이마저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다수당이자 여당으로서 이토록 오만하게 청문회를 쥐고 흔들려고 하는 행태는 온당치 않다”며 “이런 상황을 포함해서 국민들께서는 김 후보자의 총리 후보자로서의 자격을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증인·참고인 없이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인사청문회법(제8조)은 출석요구일 5일 전까지는 증인·참고인 등에게 출석요구서를 송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실상 오늘 오후 2시가 시한이었으나 지나버려 증·참고인 채택이 무의미하다”며 “추가 협상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증인·참고인 없이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여야 합의가 안 되면 그대로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국정을 정상화하려면 (장관 임명제청권을 가진) 국무총리가 인준돼야 한다”고 했다.    < 고한솔 기자 > 

 

김민석 총리 후보자 ‘재산 의혹’ 고발 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배당

 
 

검찰이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재산 관련 의혹 고발 사건을 수사 부서에 배당했다.

 

20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은 김 총리 후보자의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조세포탈 등 혐의 고발 사건을 이날 형사1부(부장 김승호)에 배당했다. 앞서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서울중앙지검에 김 후보자를 고발한 건이다. 이 시의원은 “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신분으로 직무상 청탁·입법·정책 결정 등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면 뇌물수수죄가 성립할 수 있고, 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5년간 추징금, 헌금, 아들 유학비 등으로 13억원가량을 지출했는데 같은 기간 공식적인 수입은 5억원 안팎이라며, 자산 형성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부의금 또는 강연료 등 수입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24~25일에 열린다.    < 정혜민 기자 >

2002년 정치자금 사건의 시작은 SK그룹 수사 

SK분식회계 사건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


안대희·이인규·윤석열·한동훈 등 정치 자금 수사
대검 중수부, 수사 중 SK 회장 회유·압박 정황
"김민석이 건 얘기하지 않으면 놔주지 않겠다"

"가학적인 수사"했던 특수부…결국 김민석 기소
2003년 대선자금 수사팀 2009년 노무현 수사
정치 검찰들, 박연차 구속한 날 김민석 구속기소

2003년 대선자금 수사부터 본격적으로 정치화
김민석 정치자금 수사는 우검회 일당 '첫 작품'
대를 잇는 특수부 …민주당 계열 정치인 사냥

총리 청문회, 신상털기 아닌 표적 수사 밝혀야

2008년 우검회 단체 사진. 출처 중앙일보 보도 갈무리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과거 정치자금법 사건은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팀 소속 검사들이 중심이 된 '우검회(우직한 검사들의 모임)' 일당들의 '정치 표적 수사'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안대희 대검찰청 중수부장, 이인규 전 서울지검 형사9부장 등을 중심으로 한 대선자금 수사팀은 대한민국을 흔든 100억 원 대선자금 사건의 발단이 된 에스케이(SK)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 SK그룹을 압수수색하고 그룹 임원들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김 후보자의 정치 후원 관련 진술을 확보해 재판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시 이 사건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정치권 100억 원대 유입' 진술을 확보한 수사 검사(평검사) 중 한 명이 한동훈 검사(전 국민의힘 대표)였으며, 같은 수사팀 팀원으로 광주지검에서 파견된 윤석열 검사(전직 대통령) 등도 한솥밥을 먹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아울러 이들 특수부 소속 검사들은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그치지 않고, 2008~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김 후보자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해 피선거권까지 박탈했다.

 

대선자금 수사팀을 중심으로 모인 이들 특수통 검사들은 김 후보자를 표적수사했을 뿐 아니라, 계보를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뒤에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했다.

 

2013년 SK그룹 횡령사건에 연루된 총수 형제 동반 구속 당시 SK그룹 본사의 모습. 2013.9.27. 연합뉴자료사진

 

2002년 정치자금 사건의 시작, SK그룹 수사

 

20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김 후보자의 2002년 정치자금법 사건의 흐름을 추적한 결과, 김 후보자의 정치 자금 사건은 22년 전인 지난 2003년 벌어진 SK그룹-JP모건간 'SK증권주식 이면거래' 의혹이 발단이 됐다.

 

당시 참여연대는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SK그룹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증권 분야를 다루는 특수부 역할을 했던 서울지검 형사9부가 이 사건을 맡게 됐다.

 

형사9부를 이끌었던 이인규 부장검사는 수석검사였던 이석환 검사, 초임과 다름없었던 한동훈 검사 등을 이끌고 2003년 2월 17일부터 SK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SK그룹의 비밀 장부를 확보했다. 이른바 '검찰 캐비닛'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수사는 곧바로 정치 자금 관련 사건으로 확대되지 않고 한동안 SK 분식회계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수사가 진행된다. 형사9부는 SK 분식회계 혐의를 포착한 뒤, 그해 3월 5일 손길승 SK그룹 회장을 소환해 자정까지 조사를 벌이는 등 주요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2003년 3월 11일 ​SK 1차 수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당시 한동훈​. 출처 중앙일보 보도 갈무리​​

 

SK 분식회계 수사가 SK 비자금 수사로

 

검찰의 수사기조 변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2003년 3월 9일 노무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였다.

 

SK그룹 수사가 한창이던 당시, 해당 사건을 맡았던 이석환 검사는 '검사와의 대화'에서 참석해 노 대통령에게 "외부인으로부터 외압이 있다"고 주장했고, 노 대통령은 젊은 평검사였던 이 검사에게 "소신껏 판단하면 될 것"이라며 "원칙대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

 

2003년 3월 9일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악수하는 이석환 검사의 모습. 국가기록사진

 

이 검사가 언급한 외압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대화 맥락에서 파악할 순 없지만, 노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 이틀 뒤인 3월 11일 SK 수사팀은 최태원 회장과 김창근 구조조정추진본부장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손길승 회장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SK그룹 임원 등 사건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기고도 수사는 계속됐다.

검찰은 그해 4월 10일 서울지검 형사9부를 '특수부'에 편입하고 극비리에 정치권 수사를 진행했다. SK그룹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비밀 장부를 토대로 정치권 비자금 수사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 절차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겨레 21>은 SK그룹 수사와 관련, "검찰은 최(태원) 회장을 구속기소하는 것과는 별도로 4월에도 SK 핵심 관계자들을 계속 불러 조사했다. 극비리에 수사가 계속되자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정치권 수사자료를 축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03.11.4. 대선자금 수사팀 보도. YTN 보도 화면 갈무리

 

대검 중수부, SK 비자금 수사 본격화

안대희·이인규·윤석열·한동훈 등 참여

 

그 뒤 SK그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것은 2003년 7~8월이었다. 검찰은 그해 7월 SK 관계자들의 출국을 금지하고, 8월 본격적으로 SK 비자금 정치권 유입 수사를 했다.

 

2003년 초만 해도 'SK증권주식 이면거래 의혹 사건'이었던 SK그룹 사건은 'SK 분식회계 사건'로 바뀌었다가, 그해 여름 'SK 비자금 수사'로 확대됐고, 사건 담당도 관할인 서울지검 특수부가 아닌 검찰 특수부를 아우르는 대검 중수부로 바뀌었다.

 

초기 SK 비자금 수사팀은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검사장급)과 문효남 중수부 수사기획관(차장검사급), 남기춘 중수1과장, 유재한 중수2과장(이상 부장검사급) 등이 지휘부를 구성했고, 그 아래 윤석열·조재연·정준길·박찬호·이명순·김헌범·양부남·박진만·이병석 검사 등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검사들이 파견돼 수사 실무를 맡았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팀 MBC 보도 화면 갈무리

 

이후 SK 비자금 수사팀은 최태원 회장을 구속하는데 일등공신이었던 '특수통' 이인규 전 서울지검 형사9부장과 그의 수족이었던 한동훈 검사, 서울지검 금융조사부 유일준·김옥민 검사 등을 추가로 파견 받으면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으로 대폭 확대했다.

 

대선자금 수사팀은 단일 사건 수사팀 규모로는 당시 전두환 신군부를 수사한 12·12 특수본 이후 역대 최대였다. 전국에서 파견받은 검사와 수사관만 100명에 이르렀다.

 

정치권 100억대 제공 진술과 한동훈

 

2003년 8월부터 본격화한 SK 비자금 사건이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확대된 결정적 계기는 대선자금 수사팀이 확보한 'SK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100억 원 전달' 진술이었다.

 

대검 중수부는 그해 10월 손길승 SK그룹 회장과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 등 그룹 관계자들을 소환해 밤샘조사까지 벌였다. 그 결과,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100억 원을 SK로부터 현금 수수하고,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양도성예금(CD) 11억원을 건네 받았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

 

100억 원대의 비자금이 유입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은 수사팀으로서는 여야 정치인들의 목덜미를 움켜쥘 수 있는 큰 성과였다.

다만 검찰이 이같은 진술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상당한 회유와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인규 전 서울지검 형사9부장은 지난 2023년 낸 회고록인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에서 자신이 어떻게 수사했는지를 상세하게 공개하며, SK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던 2003년 3월 최태원 회장에게 "거절하지 못할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수사팀은 구속돼있던 최 회장을 불러 "계속 수사하면 경영권을 잃을 수 있지 않느냐"며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테니 정치권에 제공한 정치 자금 내역을 밝힐 수 있겠냐"고 했고, 이에 최 회장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수사팀은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을 통해 '결정적 진술'을 받게 된다.

 

이인규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조갑제닷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당시 수사팀 막내로,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 등으로부터 진술을 받아내는데 일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의 과거 수사 과정을 다룬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SK의 한나라당 100억 제공' 진술은 이인규 전 형사9부장과 한동훈 검사가 합작해서 받아냈으며, 당시 막내였던 한 검사는 김창근 본부장의 진술을 용산 전자상가에서 구매한 디지털 녹음기로 녹음해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정치 검찰들의 압박과 2억 원 후원금

 

아울러 대검 중수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은 손길승 SK그룹 회장과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을 회유하고 압박하는 과정에서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정치자금 후원과 관련한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워치독>이 입수한 김 후보자의 2002년 정치자금법 사건 1심 판결문을 분석해보면, 사건의 핵심은 모두 손길승 회장과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의 진술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2억 원의 정치 자금을 건넨 사람이 손길승 회장의 지시를 받은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이었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2002년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 판결문. H그룹 = SK그룹, I회장 = 손길승 회장, 구조조정본부장 J=김창근. 2025.6.20.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 후보자도 자신의 저서 <3승>에서 담당 검사로부터 들은 손 회장의 진술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김 후보자의 저서에 따르면 당시 수사팀은 손길승 회장을 불러 "김민석이 건을 얘기하지 않으면 놔주지 않겠다"고 했고, 손 회장은 한참 고민하더니 "이건 아닌데…(김민석)본인이 (돈을) 달라 한 것도 아니고 중앙당에서 요청한 건데…젊은 사람 앞길을 막는 거 아닌가"하며 주저하다가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대선자금을 수사하던 검찰이 김 후보자를 정치자금 사건으로 엮기 위해 적극적으로 압박한 정황으로 보인다.

 

이는 회고록과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이인규 전 서울지검 형사9부장과 한동훈 당시 검사가 진술을 받은 과정 등과도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SK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과정에서 검찰은 모종의 이유로 김 후보자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검사들의 압박 수위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검사는 나중에 주변인들에게 특수부였던 서울지검 형사9부 당시를 이야기할 때, 반농담조로 "상당히 가학적 수사를 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2025년 2월 18일자, 중앙일보 보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안대희(가운데) 중수부장과 문효남(오른쪽) 수사기획관, 이인규 원주지청장. 2004.3.9.

 

영수증 처리하지 않은 이유로 집행유예

 

당시 정치 자금에 대한 관행을 보더라도, 검찰이 김 후보자의 정치 자금 사건에 대해 이미 방향을 정해놓고 수사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김 후보자가 서울시장에 출마한 2002년은 '삼김(三金, 김대중·김영삼·김종필)' 정치가 막을 내리던 무렵이자, 아직 정치자금법을 개정하기 전으로, 지금과는 달리 중앙당 차원에서 공공연하게 기업으로부터 정치 자금을 요청하고 관리했다.

 

김 후보자의 경우도 당시 본인이 아닌 민주당 중앙당 간부들이 SK에 서울시장 선거를 목적으로 지원 요청했다. 김창근 SK 구조조정본부장이 "위에서 얘기해서 왔다"며 김 후보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사실에서도 이같은 정황은 확인된다.

 

김 후보자도 당시 불법이라는 인식이 없었던 만큼 SK로부터 받은 2억 원의 수입과 사용을 선관위에 보고했다.

 

그러나 대선자금 수사팀은 2004년 5월 김 후보자가 SK로부터 2억 원을 받았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는 김 후보자 본인이 정치 자금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그러나 해당 자금을 영수증 처리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고, 법원은 "SK그룹이 피고인을 돕기 위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궁극적으로 귀속시킬 목적으로 교부한 것이 인정된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수사팀은 2004년 5월 김 후보자 등을 기소하면서 약 9개월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수사팀은 SK그룹뿐 아니라 삼성, LG, 롯데 등 주요 재벌 기업과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수사했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여야 정치인들을 구속하거나 재판에 넘겼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이었던 안희정 씨와 후원자였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도 대선자금 수사 당시 구속됐으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도 재판에 넘겨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떠나는 모습. 연합

 

2008년 김민석 사건과 박연차 게이트

 

김 후보자의 2008년 정치자금 사건 역시 2002년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표적 수사'한 정황이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이 시기에 벌어진 사건을 대검 중수부를 중심으로 다시 바라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김민석 수사가 함께 진행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와 김 후보자에 대한 수사가 함께 진행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김 후보자에 대한 정치자금법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기는 이명박(MB) 정권이던 2008년 9~12월이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검사는 윤석열 변호인단에 속한 윤갑근 변호사였으며, 윤갑근 부장검사가 이끈 특수2부는 2008년 9월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김 후보자를 출국금지하고, 같은 해 10월 26일 소환하며 본격적으로 수사했다.

 

김 후보자는 이후 검찰의 표적 수사에 반발해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 내에서 농성을 하며 검찰의 구속 시도에 저항했지만 법원은 11월 24일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그해 12월 12일 김 후보자는 2007년 대선과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지인 3명에게서 7억 2000만 원의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08년 11월 12일 검찰의 정치자금 구속 시도에 저항하며 민주당사 내에서 농성하는 김민석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의 모습. 연합 자료사진
 

다만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이어진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와 겹친다.

 

국세청은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 사건 수사가 이뤄졌던 그해 7월 30일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을 세무조사하고, 같은 해 9월 대검 중수부는 박연차 게이트의 초기 사건인 세종증권 매각비리와 관련해 내사에 착수했다.

 

윤갑근 부장검사의 특수2부는 이에 맞춰 11월 박연차 회장이 세종증권 매각비리에서 얻은 양도차익으로 농협 자회사(휴켐스)를 헐값에 인수했다는 의혹을 수사했고, 사건 자료들을 대검 중수부에 넘겼다.

 

이후 검찰은 12월 4일 세종증권 인수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구속한 데 이어, 김민석 후보자가 정치자금법으로 구속기소됐던 날인 12월 12일 박연차 회장을 세금 포탈 및 농협 자회사 휴켐스 인수 입찰 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단인 윤갑근 변호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3.13. 연합
 

당시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 사건과 박연차 회장의 세금 포탈 사건 등을 수사했던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은 대검 중수부(부장 박용석)의 컨트롤을 받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같은 날에 김민석 구속기소와 박연차 구속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판단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김 후보자는 이듬해인 3월 1심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7억2000만원을 선고 받았고(나중에 2010년 대법원에서 벌금 600만원, 추징금 7억2000여 만원으로 확정, 피선거권 5년간 박탈), 김 후보자가 선고를 받았던 3월을 기점으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가족들을 수사하며 '죽음의 굿판'을 벌였다.

그 결과는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2003년 SK 수사팀 → 2009년 노무현 수사팀으로

 

2009년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수사를 한 수사팀 역시, 김 후보자를 수사했던 2003년 SK그룹 및 대선자금 수사팀의 핵심 인물들이 주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박용석 대검 중수부장은 박연차 게이트 초기 수사를 한 뒤, 2009년 1월 대선자금 수사팀의 핵심 인물이자 SK그룹 수사 당시 최태원 회장을 구속한 장본인인 이인규 중수부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노무현 수사팀을 이끌게 된 이인규 중수부장의 오른팔·왼팔 역할을 할 중수1과장에는 훗날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우병우 검사가 임명됐으며, 중수2과장에는 이인규와 함께 2003년 SK그룹을 압수수색하며 동고동락했던 이석환 검사가 임명됐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또 2003년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재연 검사는 부부장검사로 노무현 수사팀에 합류해 실무 관리를 했으며, 그 밖에도 부산지검 이선봉, 수원지금 주형, 대구지검 김형욱 검사 등이 검찰 내 '젊은 피'로 대거 투입됐다.

이인규 중수부장에게 자리를 넘겨준 박용석 부장은 부산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겨 부산에서 2009년 4월 권양숙 여사를 소환하는 등 노 전 대통령 가족 수사를 지휘했다.

 

박연차 게이트 단초 제공한 한동훈

 

우검회로 귀결되는 대선자금 수사팀 멤버들은 수사팀 안팎에서, 또는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전후로, 노 전 대통령으로 향하는 수사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다.

 

노무현 정권 말이었던 2007년 부산지검 검사였던 한 전 대표는 당시 뇌물수수 혐의를 받던 전군표 국세청장을 구속했다. 이 사건으로 전군표 국세청장이 물러남에 따라 후임으로 한상률 국세청장이 임명돼 MB정권까지 연임했으며, 한 청장은 박연차 게이트의 시작점이 되는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을 주도했다.

 

한상율 전 국세청장이 그림로비, 연임로비,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과정의 직권남용 등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1.2.28. 연합
 

이후 그림 로비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었던 한 청장은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노무현 수사팀을 꾸렸던 2009년 1월 사의를 표하고, 그해 3월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의 출국으로 수사는 표류했고, 2011년 귀국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지만, 2014년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건은 종결됐다.

 

대를 잇는 특수통…이재명 대통령 수사까지

 

2003~2004년 SK비자금 및 대선자금 수사팀이었던 특수통 검사들은 한국 정치사와 검찰 역사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 이전까지 '권력의 시녀'쯤으로 여겨졌던 검찰은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를 기점으로 사실상 정치화한다. 이른바 '검찰당'이 태동하던 시기다. 

 

그 시작점에서 표적 수사를 당한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그들의 '첫 작품'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멈추지 않았다. 정권 교체된 뒤인 2008~2009년에도 정치판 전면에 등장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수사를 진행했다. 이 시기 김 후보자 역시 또다시 특수통 검사들에게 철저하게 수사를 받고 피선거권까지 박탈 당했다.

 

이뿐 아니라 이들은 특수통 계보를 이어가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부터 이재명 대통령까지 주요 정치인들을 타깃으로 수사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2010년 3월 31일 오전 '5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 재판의 피고인 신문에 참석하기 위해 강금실 전 장관, 유시민 전 장관 등 참여정부 인사들과 함께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0.3.31 연합
 

2008년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 사건과 박연차 회장 세금포탈 사건 등을 수사했던 윤갑근 검사는 2011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근무하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수사했다. 그 밑에서 일을 배운 엄희준 검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또 일찍부터 특수통으로 키워진 엄희준 검사는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대장동·백현동 의혹 사건에도 투입된다. 그리고 그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2003년 당시 대선자금 수사팀 막내였던 한동훈 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돼 제1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구속 시도를 주도했다. 그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대통령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팀 파견검사였던 윤석열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또다른 '정치 보복 수사'인 쌍방울 대북송금에는 대선자금 수사팀 파견검사였던 조재연 변호사가 등장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회유·압박한 전관 변호사로 지목받고 있는 조 변호사는 지난해 6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옥상 가든 파티'에 참석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상용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수원지검장 출신인 조재연 변호사(가운데)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왼쪽)이 옥상 가든파티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공개했다. 2024.10.2. 시민언론 뉴탐사

 

노무현 수사팀에 파견됐던 이주형 검사는 2020년 라임 사태에 김봉연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회유·압박한 전관 변호사로 등장한다.

 

김 전 회장 증언에 따르면 이주형 변호사는 김 전 회장과 면회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끝났다"며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 후 조사가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20여 년 전 구속 기로에 놓여있던 손길승 SK회장에게 "김민석이 건을 얘기하지 않으면 놔주지 않겠다"며 회유하고 압박했던 그들의 '정치인 사냥' 수법이 계속해서 대물림되는 모습이다.

 

신상털기 아닌 정치 검찰의 표적 수사 밝혀야

 

그러나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은 검찰의 표적 수사라는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그가 이재명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떠오르자 야당과 언론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2002년과 2008년에 벌어진 사건을 마치 어제의 일처럼 재현하고 있다.

 

실상은 표적 수사였던 정치자금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채 오로지 '신상털기'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다. 그가 두 차례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유죄를 받았음에도 국민의 선택을 받아 지난해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는 사실은 외면받고 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 사건 본질을 짚어보기 위해서는 2003~2004년 당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손길승 SK그룹 회장 등을 오는 24~25일에 열리는 청문회에 증인으로 반드시 소환할 필요가 있다. <워치독> 취재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손 회장의 증인 채택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야는 이날 증인·참고인 채택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은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서를 청문회 5일 전까지 발송해야 한다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여야가 협상을 마감할 마지막 날이었다. 여야가 증인·참고인 채택에 이르지 못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밝힐 이들의 출석 여부 역시 불투명해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김 후보자를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앞서 국민의힘 인사청문회특별위원들은 "김 후보자의 공식 수입은 5년간 세비 5억 1000만 원이 전부"라며 "지출은 확인된 것만 최소 13억 원으로 5년간 공식적으로 번 돈보다 8억 원을 더 쓴 점을 국민 앞에 성실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부의금 또는 강연료 등 수입이 있었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 허재현 · 김성진 · 김시몬 · 조하준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

 

수사 · 기소 분리 올바른 방향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은 권한을 무한 확장하고 폭주하면서 검찰 개혁의 명분을 스스로 제공했다. 정치적 편향 수사의 표적이 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 개혁을 공언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가장 큰 병폐로 ‘직접수사권의 남용’을 꼽는다. 검찰이 직접수사, 특히 특수부 수사를 통해 조직 논리에 맞는 수사를 하고 그 과정에서 권력을 비호하거나 정치·사회에 지나치게 개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의 폭주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남겨두는 방식으로 수사권을 조정했다가, 이후 직접수사 대상을 2대 범죄(부패·경제)로 줄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시행령으로 부패·경제 사건의 범위를 재확장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은 대폭 늘었다. 범인·범죄사실·증거가 공통되는 관련 사건에 대한 직접수사도 가능하게 해 사실상 별건수사도 허용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윤석열 전 대통령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 수사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을 주도했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김씨와의 대화 내용을 뉴스타파에 전달해 보도되도록 한 신학림씨 사이의 돈거래를 배임 수재·증재 혐의로 수사하면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 검증 보도를 한 경향신문 등 다른 언론사의 명예훼손 혐의까지 손을 댔다.

 

명예훼손은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범죄가 아니지만 ‘김만배·신학림 사건과 범인·범죄사실·증거가 공통되는 관련 수사’라며 강제수사를 진행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반부패수사1부를 중심으로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부장 강백신)을 띄우며 2023년 10월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나 6·3 대선을 1주일 앞둔 지난 5월27일 슬그머니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직접수사권을 무한 확장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심기 경호 수사까지 서슴지 않았던 대표적 사례였다.

 

‘윤석열 검찰’의 이런 폭주는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가 아닌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각각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이관하는 내용의 개혁안 초안을 마련했다.

 

지난 11일에는 민주당 의원 14명이 ‘검찰 개혁 4법’을 발의했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설치하고, 국무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가 중수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업무를 조정·관리·감독하도록 했다. 중대범죄수사청은 8대 중대범죄(내란 및 외환,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마약)를 수사하며,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주요 범죄를 맡고, 국가수사본부는 모든 수사가 가능하다.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영장청구권을 갖는다.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이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당·정 협의 등을 통해 최종적인 검찰 개혁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 큰 그림을

 

전문가들은 검찰의 ‘직접수사권 남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가장 큰 문제는 첫째, 정치적 편향성이고 둘째, 검찰이 정치·사회 전반의 문제를 통제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기관의 수사 적법성을 통제하거나 절차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조언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수사권을 선택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은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뿐만 아니라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인사 수사에 집중한 반면, 김건희 여사 수사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중립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여당에서 유력하게 논의 중인 검찰 개혁 구상은 검찰의 강력한 직접수사 권한을 중수청과 경찰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어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을 지낸 오선희 변호사는 “중수청에 검사·경찰 모아놓고 그 조직을 누군가 악용하면 검찰보다 무서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새 정부의 검찰 개혁은) 그런 부분에 대한 대안 없이 일단 검찰만 아니면 된다는 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정책자문위원이었던 양홍석 변호사도 “검찰 힘 빼기가 필요하다면 수사권을 뺏는 방법 외에 검사 수를 줄이거나 예산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폐해를 없앨 목적이라면서 대신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대범죄수사청에 직접수사를 맡기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없애되 과거의 수사지휘권을 회복해 경찰과 중수청 수사를 감시·통제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통해서 경찰에 수사권을 독립시켜주는 것이 필요한데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도 논의해야 한다”며 “(과거 검찰이 갖고 있었던) 수사지휘권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경찰 수사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 지연 문제점은 어떻게?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에 집중한 개혁안이 검찰의 편향적 수사 행태를 바로잡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형사절차를 통한 국민들의 피해 구제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이 노출됐는데 이를 면밀하게 진단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됐다. 경찰의 사건 처리 기간이 크게 늘었는데 일반적인 형사사건 수사가 검찰의 통제를 벗어난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6개월이 초과된 경찰 사건의 비율은 2019년 5.3%→2020년 6.5%→2021년 9.7%→2022년 14%→2023년 11.9%로,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부터 특히 증가하는 추세다.

 

송치 단계부터 사건을 접하게 되는 검찰의 사건 처리 속도도 늦어지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검찰이 6개월 넘도록 처리하지 못한 장기미제 사건 수(전체 사건 건수 대비 비율)는 2021년 2503건(0.21%)→2022년 3932건(0.33%)→2023년 6594건(0.52%)→2024년 9123건(0.7%)으로 크게 늘었다. 류 전 감찰관은 “수사권 조정이 검찰의 권한 축소에 도움이 됐을 수는 있겠지만, 피해자 구제의 신속성 측면에서는 아주 잘못된 제도가 됐다. 그런 단점을 보완해나가면서 개선을 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오선희 변호사는 “검찰 개혁이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민주당 방식이면 일반 국민의 민생사건은 다 버려지게 된다”며 “검찰의 인지수사(직접수사)를 전면 중단하고 일반 국민의 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경찰이 한 수사를 검찰이 한번 더 걸러서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창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검경개혁소위 위원장은 “검경 개혁과 수사 지연을 연관 짓는 것은 검찰의 언론 플레이”라며 “현 제도 안에서도 사건 처리의 책임자를 분명히 하는 등의 규정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수사 지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 정혜민  곽진산 기자 >

 

영장 사전심문·국민참여재판 확대…형사소송 절차 변화 예고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김혜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개혁 공약으로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과 국민참여재판 확대를 내놓으면서 형사소송 절차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두 사안은 모두 조희대 대법원장도 취임하며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새 정부 들어 제도 도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는 판사가 영장 발부를 결정할 때 수사 관계자 등을 직접 심문해 그 필요성을 소명받는 절차다.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율(일부 발부 포함)은 최근 10년 동안 99%에 이르러 그 과정에서 사법적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늘면서 범죄와 관련 없는 사생활 정보까지 수사기관이 포괄적으로 압수수색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부터 추진됐고 조희대 대법원장도 힘을 싣고 더불어민주당도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논의가 무르익었다. 그러나 사전심문 일정 등이 노출되면 증거가 인멸될 가능성이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수사기관 쪽의 강한 반발로 도입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법무부는 지난해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법안에 수사 지연과 밀행성 훼손, 법관 재량에 따른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도 비슷한 이유로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과정에서 일어나는 기본권 침해를 막을 방법이 사후적으로 ‘위법수집증거’임을 주장하는 것 말고는 없다”며 “수사 기밀성 훼손이 이 제도를 도입 못 할 근본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수사기관만 심문에 참여시키는 등 보완장치를 두텁게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도 대표적인 사법적 통제 장치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제도는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를 바로 구속하는 게 아니라 판사가 거주 제한이나 전자장치 부착 등 일정한 조건을 달아 석방하고 이를 어길 때만 피의자를 구속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그동안 문제가 됐던 수사절차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필요한 상황인데, 수사절차 통제를 공약으로 내건 새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 역시 주목할 만한 이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현재 형사합의부 사건 중 미수·교사·방조죄 등과 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만 가능한 국민참여재판의 범위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서 형사재판 판결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부터 시행됐지만, 매년 열리는 건수는 100건이 되지 않는다.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신청으로 이뤄지는데, 재판장이 불허할 수도 있다.

 

조 대법원장도 취임하며 국민참여재판 확대를 약속한 바 있다. 법원행정처는 한겨레에 “피고인 신청주의로 인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을 현행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오연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