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독일법·미국FCC 모두 3인 이상 출석해야 정족수 충족규정”
김효재 직무대행 3인 체제 때 野 위원 불출석 의결 안건도 위법 여지
140건 넘는 안건 처리, 언론계 “2인 체제서 의결된 모든 결정 위법”

 
▲ (왼쪽부터)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홍일 전 방통위윈장, 이진숙 현 방통위원장. ⓒ연합
 

지난 17일 법원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MBC ‘PD수첩’에 부과된 과징금 1500만 원 처분을 취소하며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최소 3인 이상 구성원의 존재와 그 출석 기회가 부여된 바탕 위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관·김홍일·이진숙 위원장의 2인 체제는 물론, 한상혁 위원장 면직 후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의 3인 체제 시절 김현 위원(야당 추천)이 위원회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불출석한 채 김효재 대행과 이상인 부위원장만 출석해 의결한 안건들에도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8월1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모습. ⓒ연합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지난 17일 MBC가 과징금 부과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MBC 승소 판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해 11월13일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MBC ‘PD수첩’ <대선 D-1, 결정하셨습니까?>가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며 1500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이후 지난 2월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으로만 구성된 방통위는 과징금 처분을 의결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동관·김홍일·이진숙 위원장까지 방통위는 총 140건 넘는 안건을 의결했다. 2023년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체제에서 의결한 주요 안건들로는 김성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강규형 EBS 이사 임명(8월28일), 이동욱 KBS 이사 추천(10월11일), 신동호 EBS 이사 임명(10월18일), 김병철 방문진 이사 임명(11월29일), YTN·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자 변경 심사 기본계획(11월16일),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취지의 보류(11월29일), 방송3법 개정안 재의요구(11월30일), ㈜매일방송 재승인에 관한 건(11월30일) 등이다.

▲(왼쪽부터) 이상인 전 부위원장과 이동관 전 위원장이 방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결하는 모습. ⓒ연합
▲(왼쪽부터)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부위원장이 국회 과방위에 출석해 이야기 나누는 모습. ⓒ연합
 

지난해 12월29일 취임한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이 함께 의결한 주요 안건들로는 YTN 최다액출자자 유진기업으로 변경승인(2월7일), MBC 등 지상파방송사 재허가 세부계획(6월12일), KBS·방문진·EBS 이사 선임 계획(6월28일) 등이다. 

지난 7월31일 임명된 당일 바로 출근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KBS 이사 및 방문진 이사 후보자 선정, KBS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이사 임명 등을 강행해 졸속 심의 논란이 일었다. 이진숙 위원장은 출근 이틀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다.

▲(왼쪽부터) 김태규 부위원장과 이진숙 위원장이 지난 7월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 나란히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
 

이동관·김홍일·이진숙 위원장의 2인 체제는 물론 김효재 직무대행의 3인 체제 시절 김현 위원(야당 추천)이 위원회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불출석한 채 김효재 대행과 이상인 부위원장만 출석해 의결한 안건들도 살펴볼 여지가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독일 행정절차법은 위원회는 모든 구성원이 소집되고 과반이 참석해야 의결할 수 있으며 적어도 의결권한이 있는 3인 이상의 위원이 회의에 출석해야만 정족수가 충족된다고 규정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경우 5인의 위원 중 3인 이상이 출석해야만 회의가 개의된다. 재판부는 “회의체 등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2인을 초과하는 3인 이상 구성원의 출석을 의결 성립을 위한 필수 전제요건으로 보는 것은 비교법적으로도 일반적”이라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의 김성순 변호사는 22일 미디어오늘에 “이번 판결 취지에 있는 의사정족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김효재 직무대행 시절 3인만 재직 중인 상황에서 2인이 출석해 의결했던 안건들도 위헌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인 의결 안건 중에서도 방송사들은 의결 안건 중 침익적 손해에 대해 주로 위법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처럼 방송사에 큰 문제가 발생하는 사건이 아닌, 절차적 하자가 제기되고 있는 YTN 유진기업 매각이나 공영방송 이사 해임 및 선임 안건과 같은 방송사들의 이익에 문제가 있는 안건들에 대해 취소 소송이 제기될 거라는 것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2인 주요 의결 현황. 그래픽=안혜나 기자, 사진=ⓒ연합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22일 미디어오늘에 “해임됐던 이사 개인들이나 YTN 우리사주조합이 원고가 돼 소송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한 뒤 “수많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인용 결정을 받은 원고들이 본안에서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지겠다는 기대감을 높였을 것이고, 소를 아직 제기하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동일 사유면 승소 가능성이 높아지겠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위원 2인 체제와 관련해 국회의 위원 추천이 없으면 2인 체제가 강요되는데, 2인 체제를 부정하는 경우 중앙행정기관인 방통위의 기능이 마비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방심위의 심의 제재 결정도 효력 자체가 발생될 수 없다”면서 “최근 헌법재판소가 7인의 심판정족수를 강요하는 헌법재판소법 규정이 기관의 마비를 초래하므로 이를 우려해 가처분을 통해 효력을 정지시킨 바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방통위 마비 방지를 위해 2인 체제가 불가피했다는 것.

같은 날 언론단체들은 여야가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방송법 범국민협의체’를 수용해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은 “출구는 하나뿐이다.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 두 번이나 제안한 국민협의체를 집권 여당이 수용하는 것뿐이다.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라. 각 공영방송사의 특성에 맞춘 이사회 구성 방안과 특별다수제 등 과거 정부여당 의원들이 제안했던 내용까지 총망라하여 머리를 맞대라”라고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번 판결은 현행 방통위에 대한 사망선고다. 야당이 협력하지 않는 방통위는 아무 결정도 내릴 수 없고, 주요 기능의 마비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불법적인 운영을 포기하고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려 방통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29일 YTN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경. 사진=미디어오늘
 

이동관·김홍일 위원장 체제에서 최대주주가 변경된 YTN 구성원들도 목소리를 냈다. 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고한석)는 “위법 2인 방통위에서 내린 가장 위법한 결정은 YTN 매각”이라며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현재 위법적인 YTN 매각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방통위는 2인 체제 의결이라도 문제없다고 또 우길 테지만, 이미 행정법원이 명쾌한 결론을 내렸으니 소송의 결과는 뻔하다”고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호찬)도 “그동안 방통위가 ‘2인 체제’라는 기형적 구조를 ‘합법’이라 억지 주장하며 제멋대로 내렸던 의사결정에 대해 ‘명백한 위법’이라고 명시한 첫 번째 본안 판결이자, 방통위의 위법적 방송장악 행태에 또다시 제동을 건 역사적 판결”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2인 방통위를 통해 의결했던 모든 방송장악 행위도 무효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상현)도 “이진숙 김태규 불법적 2인 체제 방통위가 임명 하루 만에 공영방송 KBS의 이사 추천을 날치기로 결정한 것 또한 위법적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충분하다”고 했다. EBS지부(지부장 박유준)도 “방통위 2인 체제에서 결정한 모든 결정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라”고 했다. 

언론노조 TBS지부(송지연 지부장)는 “이번 법리를 TBS에도 적용한다면, 동일한 방통위가 TBS에 ‘관계자 징계’ 등 법정 제재를 부과한 의결 역시 위법하다”고 했다. 방심위지부(지부장 김준희)도 “우리 지부는 이번 판결을 권력비판 언론에 대한 입틀막 심의에 혈안이 된 류희림 체제 방심위의 폭주에 제동을 건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로 평가한다”고 했다. <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

“지지율 1% 돼도 태도 안 바꿀 것, 윤 대통령과 정부 한마디로 그냥 기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지율 1%가 돼도 윤석열 대통령은 태도를 안 바꿀 것”이라며 외부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윤 대통령의 독선적 태도를 비판했다.

유 전 이사장은 2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정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냥 기괴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이나 논리의 규칙을 적용해 설명하거나 이해하거나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라며 “제 생애 이런 대통령을 만나리라고는 별로 상상 못 해봤는데, 백약이 무효다. 우리가 민주주의 정치에서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규칙, 관행, 문화 이것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통제를 못 하는 게 아니라, 통제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빈손으로 끝난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을 ‘침팬지 사회’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만나는 게 무슨 뉴스냐.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탈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머리 맞대고 상의하는 것이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다. 그게 상식”이라며 “면담 들어가기 전에 (여당 대표가) 면담인지, 독대인지 무슨 얘기 할 거라는 거를 흘리고, 대통령실에서는 푸대접하고 사진 이상한 거 내보내고, 이게 침팬지 사회에서 우두머리 수컷과 2인자 사이의 갈등 양상하고 똑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 전 이사장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갈등에도 여권이 분열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다음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은 데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여당 의원 대부분이 국민의힘 ‘텃밭’에 해당하는 영남권이어서 대통령과 각을 세울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여기서 배신자 소리를 들으면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런 경우를 봤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안 움직이는 것”이라며 “제가 보기에는 한동훈 대표가 (국민의힘 의원) 5명도 못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 심우삼 기자 >

자신은 옳지만 시련을 겪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차담 장소인 파인그라스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 ‘81분 면담’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결하자며 한 대표가 제시한 ‘3대 요구안’을 모두 거부한 뒤 나온 첫 공개 발언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의혹으로 들끓는 민심과 여당의 쇄신 요구에 귀를 막은 채, ‘김건희 방탄’을 위한 독선과 불통의 길을 계속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한 대표는 이날 밤 친한동훈계 의원 약 20명과 예정에 없던 만찬을 하며 후속 조처 등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 금정구의 범어사를 찾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자신은 옳지만 시련을 겪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절이 있는 금정구는 지난 16일 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접전이 점쳐지면서 한 대표가 6차례 방문하며 공을 들였고, 국민의힘이 이긴 곳이다. 친한계는 ‘김건희 리스크’로 질 뻔했던 선거를, 한 대표의 쇄신 요구 등 노력으로 이겼다고 주장한다. 반면, 친윤석열계는 ‘이길 곳에서 당연히 이긴 것’으로 본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윤 대통령이 전날 한 대표와 면담에서 한 말을 자세히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특검과 검찰 수사는 객관적 혐의와 단서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정치적 의혹만으로 믿고 싶다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당이 위헌 그리고 헌정을 유린하는 법에 브레이크를 걸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된 것을 거론한 것이다.

지난 4일 재표결에선 국민의힘 이탈표가 최소 4표 나왔는데, 정치권에선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다음 재표결 땐 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대표는 면담에서 ‘이대로는 이탈표를 막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이 헌정을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서도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위헌 법안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이 과연 있겠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요구한 김 여사 문제 해결책 세가지도 모두 거부했다. ‘김건희 라인’ 등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윤 대통령은 “누가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를 해줘야 조치를 할 수 있지 않냐”며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보겠다”고 했다. 김 여사 활동 중단 요구엔 “(김 여사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다.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 관련 의혹 규명 협조를 두고는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도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전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직후 박정하 비서실장을 통해 브리핑을 했던 한 대표와 달리, 대통령실은 아무런 설명이나 반응을 내지 않았다. 그러다 하루 지나 한 대표의 요구를 조목조목 ‘반박’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한 것은, 사실상 한 대표와 ‘제 갈 길을 가자’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한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저녁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의 만찬에선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조경태 의원이 전했다. 당 지도부 의원은 한겨레에 “윤 대통령의 태도는 대통령실과 당이 다 같이 죽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한계는 ‘김건희 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는 윤 대통령의 얘기도 “한 대표가 면담에서 10명 가까운 이들의 이름과 문제를 설명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부산 지역 한 의원은 “윤 대통령이 일정을 마친 뒤 지역 의원 등과 만찬을 할 예정이었는데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애초부터 그런 계획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 이승준  서영지 기자 >

윤-한 빈손 회동 이후  “대통령실 인식 안이”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동훈의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

친한동훈계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22일 ‘빈손 회동’으로 끝난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을 이 한마디로 평가했다. 이날 친한계 인사들은 전날 윤 대통령이 ‘김건희 리스크’ 해소를 위해 한 대표가 제안한 ‘3대 요구안’을 전혀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통령실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전날 회동 이후 “(한 대표가) 굉장히 씁쓸해했다”고 전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로부터 전해들은 전날 회동 얘기를 전하며 “한 대표는 저희가 드려야 될 말씀을 다 드렸는데, 그것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며 “별로 성공적인 결과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가 어떤 점을 씁쓸해했냐’는 진행자 질문에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이 이 정권 출범 이후부터 2년 반씩이나 블랙홀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지 않냐”며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고 여야 의-정 갈등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면 앞으로 우리가 선거에서 어렵고 힘들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해서 매듭을 짓기 위해 대통령을 만나 뵀는데, 현재 상황에 대한 당의 인식과 대통령실의 인식 차이가 너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를 대하는 대통령실의 의전에 대해서도 “충격을 받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25분 정도 늦게 왔는데 대표를 그냥 밖에 세워놨다”며 “(공개한 사진도) 교장 선생님이 학생을 놓고 훈시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 라인이라고 책임을 져야 된다고 얘기한 비서관도 같이 대동해서왔다”며 “용산에서 했던 의전은 너무 심하다”고 비판했다.

박정훈 의원도 문화방송(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인식의 차이가 컸다”며 “기대했던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은 지금 의혹이 나온 부분을 야당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이라며 “(한 대표가 대통령실 인적쇄신과 관련해 김 여사 라인으로 지목된 인사로) 10명 가까이 이름을 구체적으로 말씀하시고 그분들이 현재 왜 문제인지도 설명한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건데’ 라는 인식이 용산 내부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한동훈의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요구한 ‘인적 쇄신’을 윤 대통령이 거절한 것에 관해 신 부총장은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지만) 누구도 거기에 대한 의견 개진조차 하면 안 되는 고유 권한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여론을 항상 실시간으로 접하는 당대표 입장에서는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부총장은 ‘대통령과 독대를 다시 요청할 거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런 건 어제 한번으로 끝나야한다”며 “회동의 모습이 참 국민들께 너무 송구하다. 이런 모습을 재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전광준 기자 >

 

약속 있다며 한동훈 면담 끝낸 윤, 곧바로 ‘친윤’ 추경호와 회동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81분 면담’ 직후 추경호 원내대표와 만난 사실이 22일 알려졌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당 국정감사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과 여의도에서 (만찬을) 한 뒤에 (대통령실에서) 연락이 있어서 (윤 대통령과) 함께 있던 자리에 갔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건) 통상 있는 일”이라며 “저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필요할 때 의원들에게 불시에 연락을 해 가벼운 자리를 갖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날 오후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한 대표와 81분 동안 만났다. 이 자리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애초 4시30분으로 잡혔던 면담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부 장관 면담 등 윤 대통령의 외교 일정으로 20여분 늦어졌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 ‘김건희 라인’ 인적 쇄신 등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면담은 6시15분께 끝났는데, 이는 윤 대통령의 저녁 약속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친윤석열계인 추 원내대표를 대통령실로 따로 부른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에 앞서 당내 중진 의원들을 비공개로 만나 ‘당정 화합’을 강조했다.

이날 추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건 말씀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며 답하지 않았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특검법이 다시 발의되면, 당 분위기가 어려워질 거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질문에는 “늘 말씀드리지만, 더불어민주당의 특검법은 반헌법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국민의힘) 대부분 의원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특검법이 추진된다면 의원들과 힘을 모아서 반헌법적 특검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 서영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