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9년6월서 감형됐지만…1심 판단 유지해


검찰 연어회 파티 등 증거조작 전혀 인정 안 돼
검찰 주장 800만 불 중 200만 불 여전히 유죄

이화영 재판 증거관계 이재명 재판도 영향줄 듯
이재명이 보고 받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지만
오염된 증거들…'연어 술파티' 재점화할 수도

이재명 재판부, 이화영에 1심 유죄내린 재판부
이재명 쪽, 유죄심증 우려…재판부 기피 신청해
내란 혐의 국힘은 이떄가 기회다 "재판받아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10월 2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에 출석, 선서하고 있다. 2024.10.2. 연합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 대북 송금에 공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지만, 재판부는 대북 송금과 관련해 1심에서의 판단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창작 소설급 증거 조작이 드러났음에도 재판부는 눈을 감은 모습이다.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서 다투는 사실 관계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도 이어지는 만큼 추후 또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고법 형사1부(문주형 김민상 강영재 고법판사)는 19일 이 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사건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 8월에 벌금 2억 5000만 원 및 추징금 3억 2595만 원을 선고했다. 1심보다 징역 1년 10개월 감형한 것이다.

앞서 1심은 지난 6월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월(정치자금법 위반 징역 1년 6월·특가법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징역 8년) 및 벌금 2억 5000만 원, 추징 3억 2595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해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죄는 공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라며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자금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한 것으로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800만 달러 대북송금 및 5개 비상장회사 자금 500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7.12. 연합
 

다만 "특가법상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과 관련해선 정치인으로서 부정한 행위까지 나아가진 않았다"며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대납을 강요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지사가 증거인멸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다"며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 주도로 (이 사건 범행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1심과 같은 결론을 유지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대납하게 했다는 대북 송금액 800만 달러 가운데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용 500만 달러를 무죄로 보고, 나머지 3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과 관련한 사례금으로 보기 충분하다"면서 일부만 유죄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1심)의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한다"고 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200만 달러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800만 달러 중 무죄로 판단한 500만 달러를 제외하고 남은 300만 달러(이재명 방북 비용)에 대해 김 전 회장은 그동안 북측 협상 창구가 리호남이었다고 주장해왔다. 북한 정찰총국 대남 공작원 출신인 리호남은 윤종빈 감독의 영화 <공작>에서 안기부 블랙요원 흑금성(황정민 역)의 북측 사업 파트너로 나온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처장 이명운(이성민 역)의 실존 모델이다.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 명단. 여기에 리호남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 제공.
 

김 전 회장은 그동안 1심 법정에서 "제2회 국제대회 당시 필리핀에서 원래 100만 달러를 주기로 했는데 경비로 여기저기 쓰는 바람에 70만 달러를 먼저 주고, 2020년 1월 15일경 마지막 30만 달러를 중국 심양에서 리호남을 만나서 전달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작 70만 달러를 줬다고 하는 2019년 7월 필리핀 국제대회 북측 대표단 참가자 명단에 리호남 이름은 없었다는 사실이 2심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는 대북 사업가들의 증언과도 일치했다.

남북경협연구소장 김한신 소장은 "리호남이 나더러 '북한 단천지구 자원 개발은 언제 할 거냐'며 '쌍방울에서는 큰돈도 가져온다' '나노스 주가를 띄워서 그 돈을 빼 중국으로 좀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다"며 당시 이재명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증언했고, ㄱ아무개 대표는 송명철로부터 "리호남은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 국제대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위해 사업비를 가져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민간 통일교류 사업가인 하동혁 민족통일촉진회 대표도 지난 10월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해) 필리핀에서 70만 불을 줬다?"라고 의문을 표하며 "(북한) 리호남이 얼마나 능글맞은 사람인데 수교국도 아닌 필리핀까지 가서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가느냐"며, 김 전 회장 쪽의 주장을 일축했다.

 

지난 2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하동혁 민족통일촉진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4.10.4. 국회방송 갈무리
 

검찰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증언만 취사선택한 정황도 확인됐다.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접촉한 통일운동가 김아무개 씨는 "수원지검에 출석해 리호남은 마닐라 국제 대회에 오지 않았다고 증언했지만 검찰이 조서에 담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일운동가 김 씨는 9차례 정도 검찰에 출석해 일관되게 리호남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의 진술조서 어디에도 리호남 관련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이 주장한 대북 송금 800만 달러 중 그나마 유죄로 판단한 200만 달러는 북한 송명철 아태위 부실장이 2019년 12월 1일 확인서로 인해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송명철이 쓴 확인서에는 '86만 5800유로와 101만 6321달러를 정확히 인계 받았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 가운데 일부를 김성태 전 회장 측이 대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이화영 전 부지사의 공소장 등에서 검찰은 2019년 5월 방북비용 대납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북한 송명철이 200만 달러 영수증을 써준 날짜는 그해 12월이다. 5월에 약속하고 7개월 만에 돈을 준 것인데, 거래 방식 자체도 상식적이지 않을뿐더러 이재명 대표는 그해 9월 법원에서 경기도지사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정치 생명이 끝날 위기에서 방북을 추진했다는 논리 자체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재판에서 이러한 사정은 고려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4.12.17. 연합
 

이날 항소심의 판단은 이 사건과 증거 관계가 상당 부분 동일한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제3자 뇌물 사건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만큼 재판부의 판단 내용이 중요하지만, 여전히 200만 달러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고 있다는 점은 이 대표의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쌍방울그룹 자체의 대북사업 진행을 위한 의도도 포함돼 있으나, 피고인(이화영) 또한 그 지급 명목인 스마트팜 비용 및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을 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재판에선 유죄로 인정받은 200만 원 등을 중심으로 이 전 부지사로부터 보고받았는지, 이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옥중편지를 통해 자신은 쌍방울 측에 대북사업 비용을 요청한 적도, 이재명 당시 도지사의 방북비용을 대신 내달라고 한 적도 없다면서 이를 도지사에게 사전 보고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김 전 회장도 2019년 1월, 7월 두 차례 이 대표와 통화했다고 주장했지만, 술자리 중 이 전 부지사가 통화를 바꿔주는 형태였고 "대북송금"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 본인도 "인사나 하라고 해서 통화했다" "만취 상태로 통화해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지난 5월 29일 쌍방울 전주 임필순 씨와 뉴탐사 강진구 기자의 통화 녹취. 2024.10.29. 시민언론 뉴탐사 화면 갈무리.
 

아울러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이자, 김 전 회장이 '어머니' '스님' 등으로 부르며 각별히 따르는 것으로 알려진 임필순 씨는 최근 <뉴탐사>와 인터뷰에서 "(검찰이) 그물망을 던져가지고 이재명하고 연결이 된 것이 돼버렸지, (김성태가) 사실은 얼굴도 한 번 본 일도 없고 사실은 통화도 안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김성태가) 협조하고 있지 정부에다가 지금, 검찰에"라면서 "그 얘기 지금 하면 안 된다, 쟤(김성태)가 좀 불리하게 되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과 김 전 회장이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재판에서 검찰 쪽은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서 확정된 증거 관계를 가지고 이 대표의 유죄를 추궁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애초 대북송금 사건에서 '연어 술파티' '진술 세미나' 등이 문제가 된 만큼, 검찰의 증거조작 의혹이 다시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원고법에 제출된 쌍방울 법인카드 내역. 2024.11.5.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재판부는 이날 김 전 회장이 자신에 대한 수사 축소 등을 이유로 허위 진술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연어 술파티' '진술 세미나' 등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 내 '김성태 술파티'가 열렸다고 지목한 날, 수원지금 고깃집에서 쌍방울 법인카드가 41만 원 결제되고, 김 전 회장의 출정일에 해산물 전문점에서 약 40만 원이 결제됐고, 관련된 법인카드 영수증도 제출됐지만 재판부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추후 이 대표의 재판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있을 경우, '연어 술파티' '진술 세미나' 등 검찰의 증거 조작이 또다시 문제로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신진우 부장판사가 이 대표의 1심을 맡은 점은 문제다. 이에 이 대표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의 유죄 심증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 기피 신청을 제기했다. 기피 신청 심리가 대법원까지 갈 경우 2~3개월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내란'에 동조한 혐의로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은 이 전 부지사의 판결에서 또다시 유죄가 나오자, 이같은 사정은 배제한 채 "이 대표는 더 이상 사법 방해를 하지 말고, 신속하게 재판받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란 사건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 대표의 이른바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회의에서는 이와 관련한 논의가 없었다"고 짧게 말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출범 100일인데 '예산'도 없는 이태원참사 특조위

● COREA 2024. 12. 20. 13:28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출범 뻔한데…"증액 예산 삭감으로 못 받아"

관계자 "내년 예비비 배정받아 운영할 것"
"정치적 갈등으로 특조위 진행 늦어지기도"

송기춘 "대통령까지 조사 범위에 들어가"
"국가적 참사 대응 방안까지 만들어갈 것"

 

송기춘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특조위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19. 연합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된 지 벌써 100일이 됐지만 아직 예산 편성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송기춘 이태원참사 특조위 위원장이 예비비 편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만, 출범 100일 된 위원회에 직원을 이제 뽑는다는 것은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 입장에서 답답한 상황이다.

1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에 위치한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이태원참사 특조위)에서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출범 100일, 송기춘 이태원참사 특조위 위원장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태원참사 특조위는 지난 5월 2일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9월 13일 이태원참사 특조위 위원이 임명되면서 이태원참사 특조위 공식 임무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100일이 지난 것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송기춘 위원장은 이태원참사 특조위의 어려움에 대해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것'을 꼽았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위원회 예산은 아직 불안정한 상태"라며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우리 예산이 없었다. 예산안을 작성한 이태원참사 특조위가 없어서 그렇지만, 기획재정부에서 대강의 틀이라도 반영해 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고 했다. 이태원참사 특조위가 지난 9월에 시작됐는데, 정부 예산은 8월 중순에 결정되기 때문에 예산에서 빠졌다는 의미다.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연 기자회견에 참가한 유가족들이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3.6.12. 연합
 

송 위원장은 "국회 행안위와 예결위에 참석해서 내년 예산안 146억 원을 요청"했지만 "지난달 28일 국회가 정부안에서 감액한 예산만 반영해 이태원참사 특조위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도 예산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예비비를 배정받아 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태원참사 특조위뿐 아니라 새로 추가된 예산안은 모두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태원참사 특조위가 새롭게 활동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태원참사 특조위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예비비 예산은 기재부가 심사 중"이라며 "다행히 지금까지 예산이 거의 다 수용되는 분위기다. 확정은 아니지만 이미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태원참사 특조위는 조사관 등의 직원을 뽑지 못한 상황으로, 직원이 없는 사무실은 휑한 느낌마저 줬다.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은 민간에서 추천받은 단기 계약직으로 사무처 구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이태원참사에 관한 조사가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태원참사 특조위 관계자는 예산 편성 등의 진행 상황이 느리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과거 특조위를 보면 위원회 위원을 임명하는 데만 1~2년 걸린다"며 "위원장만 혼자 6개월 넘게 있는 경우도 있고, 설립 준비단만 1년 넘게 운영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각종 위원회가 위원들을 여야 공동으로 추천한다"며 "결국 이런 과정에서 정치적 긴장이 너무 높아 지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태원참사 특조위가 나아갈 방향도 밝혔다. 송 위원장은 "법원과 경찰에 관련 기록을 요청했고, 국가기록원에 10·29이태원 참사 관련 기록물의 폐기금지 요청을 해 조치가 고시됐다"며 "참사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 등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요청한 자료 중에는 국정조사 결과보고서가 있다. 

경찰과 법원에 수사 기록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송 위원장은 "경찰이 자료를 제공하는데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행정안전부 수장이 참사와 관련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이태원 특조위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면 자료 제공을 해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원참사 특조위는 조사 대상과 범위를 한정 짓지 않았다. 송 위원장은 "용산 경찰서, 용산 구청, 소방청, 서울경찰청은 기본"이라며 "대책을 마련하는 데 참여한 행정안전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의 회의 내용과 대통령까지 전부 조사 대상"이라고 했다.  

 

21일 오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집중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2024.10.21. 연합
 

10·29이태원참사 목격자와 현장 증언 자료 요청을 했다. 송 위원장은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를 가진 분들의 자발적 도움이 절실"하다며 "제보도 기다리고, 20일과 21일에는 이태원에서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보에 관해서는 "이태원참사 특조위가 어떤 국가기관이며, 희생 유가족, 현장에 있었던 사람, 경제적·신체적 피해를 망라해서 위원회에 구제를 위해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릴 예정"이라며 "아무래도 이태원에 있는 분들이 참사와 관련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그분들에게 홍보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송 위원장은 "큰 정치적 사건 겪어 이태원참사 특조위에 영향이 없을 순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태원참사 특조위는 여야의 합의를 통해 탄생했다. 조사 활동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외면됐던 사실을 파악해 참사가 어떻게 발생했고 형사법적·도덕적·정치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이태원 참사가 진짜 '참사가' 된 이유는 대응·수습 과정에서 정치인과 책임자의 무책임한 발언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고, 만약 발생해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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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 전체 8위 차지... 전국 59개 상영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재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퍼스트레이디'가 개봉한 지난 12일 서울의 한 영화관의 모습. 연합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씨와의 ‘국정농단’ 의혹 등을 다룬 영화 ‘퍼스트레이디’가 박스오피스(동원 관객 수) 8위를 기록했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누리집을 보면, 지난 12일 개봉한 ‘퍼스트레이디’는 개봉일 하루 동안 4822명의 관객을 모은 데 이어 전날엔 5934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전체 8위를 차지했다. 개봉 전 관객 수(2226명)를 포함해 전날까지 누적 관객 수는 1만2982명으로 집계됐다.

이 영화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비롯해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논란, 민간인 국정 개입 의혹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윤 대통령 당선 이전에 이미 불거진 문제였던 학력과 경력 위조, 논문 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천공을 비롯한 무속인들과의 연루설도 다루고 있다.

그간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등을 보도한 ‘서울의소리’가 이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이 영화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일으킨 ‘12·3 내란 사태’ 이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날 기준으로 전국 59개 상영관(상영 스크린 수)에서 볼 수 있다.                < 한겨레 오세진 기자 >

경북대 교수·연구자 179명 시국선언 이어

 

 
 
경북대 재학생 182명이 3일 낮 12시 경북대 북문 앞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김규현 기자
 

경북대학생 182명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경북대 학생모임은 3일 정오께 경북대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 열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대구·경북 지역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생들이 시국선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윤석열 2년 반, 우리는 너무 많은 죽음을 애도해야 했다. 우리의 생명이 위협받을 때 정부는 우리 곁에 없었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은 밀집 군중에 대한 질서 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채 상병 사망 사건 당시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던 청년을 공보 사업 치적을 위해 거센 물살로 밀어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우리의 미래를 흔들고 있다. 인구 절벽과 경제 위기, 불평등 심화에 골몰하는 우리에게 정부가 내준 건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고 국민연금 노후대책이 사라지고 임금보다 물가가 더 오르는 세상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폭염과 폭설, 폭우 등을 염려하는 우리에게 정부가 준 건 환경 정책의 후퇴이다. 이제는 전쟁의 위협까지 우리에게 넘겨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대로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격변의 시기, 부정한 데다가 어리석기까지 한 정부로는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뿐이다. 우리의 미래를 윤석열 정부로부터 지켜야 한다. 선을 넘은 윤석열 정부의 부정과 무능, 멈출 방법은 퇴진뿐이다. 우리의 미래를 윤석열 따위에 맡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국선언을 제안한 윤리교육과 김상천(22)씨는 “시국선언을 제안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지지와 응원도 있었지만 모욕과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바뀌는 것은 없다. 윤석열 퇴진을 계기 삼아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달 19일 경북대 교수·연구자 179명도 시국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 한겨레 김규현 기자 >

아래는 시국선언 전문.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경북대학교 대학생 시국선언

부정하고 무능한 대통령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지난 2024년 11월19일 화요일, 본교 교수·연구자 선생님 179분께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셨습니다. 교수·연구자 선생님들의 시국선언에 용기를 얻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학생들도 뜻을 모아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려 합니다.

윤석열 2년 반, 우리는 너무 많은 죽음을 애도해야 했습니다. 일상은 위험으로 얼룩졌고, 국방의 의무는 부정으로 더럽혀졌습니다. 우리의 생명이 위협받을 때, 정부는 우리 곁에 없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은 밀집 군중에 대한 질서 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시민의 안전을 외면하고, 인근의 대통령실만 지켰습니다. 우리는 159명의 동료 시민을 잃었습니다. 채 상병 사망 사건 당시,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던 청년을, 군은 공보 사업 치적을 위해 거센 물살로 밀어 넣었습니다. 대통령은 청년의 삶을 지키기는커녕 채 상병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성들을 지켰습니다. 우리는 국가를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친 청년 한 명을 잃었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사망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한 과제들이 방해받았고, 그 사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아리셀 화재 참사 등 가슴 아픈 희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결정이 의료 공백 사태를 낳았고, 수많은 생명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안전하게 놀 수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도, 안전하게 일할 수도, 안전하게 군 생활을 보내기도 어렵습니다. 다쳤을 때,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윤석열 2년 반, 민주주의가 다시 첫 번째 과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의 선배들이 피땀으로 만든 자유민주주의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적 인물들에 의해 국정이 좌우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대통령 당선을 위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 대통령의 지위를 악용해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습니다. 물증도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더 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국정 기조를 전환하라”는 인사말 한마디에 국회의원조차 사지가 들린 채 쫓겨났습니다. 대화를 요구하는 의사도,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학생도 처참히 끌려 나왔습니다. 공론의 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전할 방법은 더 이상 없는 꼴이 되었습니다. 언론의 매서운 펜자루조차 꺾여 버렸습니다. 언론 규제가 남발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인사 파행을 겪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은 자율성을 침해받았고, 공영 보도채널은 민영화되었습니다. 심지어 이제는 학문과 민주주의의 장 ‘대학교’에서까지 윤석열 대통령 비판의 목소리가 탄압받고 있습니다. “학내 정치활동 금지”라는 반헌법적 명목 아래, 수백 명의 경찰이 교정으로 진입해, 윤석열 퇴진에 관한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하던 부경대 학생들을 진압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의 미래를 흔들고 있습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고 있습니다. 재정 건전성을 말해놓고 56조가 넘는 세수결손을 남기고 있습니다. 서민의 꿈 ‘주택도시기금’과 외환위기 방지를 위한 ‘외국환평형기금’까지 털어 모자란 세수를 보충하고 있습니다. 인구 절벽과 경제 위기, 불평등 심화에 골몰하는 우리에게 정부가 내준 건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고 국민연금 노후대책이 사라지고 임금보다 물가가 더 오르는 세상입니다. 지방에서 기업도 청년도 사라져 이곳에서 평생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인 우리에게 정부가 준 건 ‘지방재정 삭감’과 ‘수도권 규제 완화’입니다. 기후위기에 따른 폭염과 폭설, 폭우 등을 염려하는 우리에게 정부가 준 건 환경 정책의 후퇴입니다. 이제는 전쟁의 위협까지 우리에게 넘겨주려 합니다.

이대로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격변의 시기, 부정한 데다가 어리석기까지 한 정부로는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뿐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미래를 윤석열 정부로부터 지켜야 합니다. 선을 넘은 윤석열 정부의 부정과 무능, 멈출 방법은 퇴진뿐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윤석열 따위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즉각 퇴진하라!

 

2024년 12월 3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경북대학교 대학생 182명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