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 플라스틱 빨대 규제 등
고충 상의하려 할 때 국힘은 응하지 않아
민주당은 간담회 수십 번 열어 들어줬다”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카페디저트페어 현장.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커피 한 잔 팔면 8천원에서 1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120원이라며 자영업자들의 땀과 정성은 외면한 채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몰아갔다. 원가 120원을 말하기 전에 커피 한 잔을 위해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는 사장님의 땀과 절박함을 이해하는 사람이 바로 김문수(국민의힘 후보)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현장 회의에서 한 말이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까지 국민의힘에선 엿새 전 이 후보가 전북 군산 유세 때 한 이른바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문제 삼아 연일 이 후보를 맹폭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오후, 전국카페가맹점주협의회·전국카페운영자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왜일까?

 

전국카페가맹점주협의회·전국카페운영자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

 

“커피 원가가 120원인지 450원인지 논한다고 카페 경제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일회용컵 보증금제 문제, 플라스틱 빨대 규제 문제로 카페 점주들이 얼마나 부담을 느끼는지 얘기하고자 전국카페운영자협의회 차원에서 국민의힘에 여러 차례 연락했는데, 그땐 전혀 응해주지 않더니…그런데 인제 와서 카페 사장 위하는 척 하는 건 너무하는 거죠.”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박헌석씨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충남 예산군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박씨가 언급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커피 전문점 등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일회용컵에 자원순환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다.

 

일회용컵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지만, 2022년 12월 세종시와 제주에서 시범 사업이 시작된 뒤 카페 점주들 사이에선 원성이 쏟아졌다. 보증금제 시행 뒤 매출이 30~40% 감소했고, 고객들이 보증금 납부를 꺼리거나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매장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문제 때문에 민주당에 연락을 하면 비서관·보좌관은 물론 의원들도 흔쾌히 우리들을 만나줬어요. 그런데 국민의힘 쪽에 ‘5분, 10분이라도 좋으니 의원님을 뵙고 의견을 듣고 싶다’고 연락을 하면 항상 ‘의원님한테 보고하겠다, 나중에 연락주겠다’고만 하고, 그 후엔 무응답이었죠.”

 

서울 중구에서 7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광부씨도 박씨의 얘기에 동의했다. “국민의힘 쪽에선 솔직히 카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 관련 의견을 제대로 청취한 적이 없어요. 우리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실질적인 간담회는 민주당 쪽에서 대부분 이뤄졌어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관해서 가맹사업법 개정, 소상공인 지원책 등을 수십차례 논의했어요.”

 

김씨는 이날 회견에 참여한 전국카페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가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는 기사 댓글을 보니, 마치 (우리가 이 후보 지지 선언을 위해) 급조된 신규 단체인 것처럼 얘기를 하던데, 우리 단체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때문에 2022년에 만들어진 것”이라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자영업자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펴면서 (이 후보의 발언을) 지적했으면 수긍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부분이 전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회견에 나선 이들은 “지금 중요한 건 커피 원가 같은 소모적인 말꼬리 잡기 논쟁이 아니라, 소상공인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 후보가 경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폈던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민주당이 추진해온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온라인플랫폼법 등을 예로 들며 “우리 소상공인에겐 그 어떤 거창한 구호보다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이 후보는 현실적이고 세심한 정책을 통해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 10대 공약에도 △코로나19 대출 채무 조정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주 협상력 강화 등을 포함시킨 바 있다.   < 한겨레  김채운 기자 >

 

국힘 '커피값' 소동 결과는?…카페 점주들 "이재명 지지"

'커피 원가 120원' 왜곡 선동, 도리어 부메랑으로
불법 영업 상인들 설득해 계곡 정비한 '적극 행정'

맥락 무시, 2019년 시점 감춘 채 '허수아비 공격'
원가 개념 혼동 지적할 순 있지만 침소봉대 일관
이재명 "당시 커피 원재료 값 얘기"…사실과 부합


전국카페가맹점주, 운영자협의회 국회 기자회견
"커피값 말꼬리 잡기…편협한 정치공세 열 올려"
"소상공인 살릴 실질적 정책 대안, 이재명 지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전국카페가맹주협의회·전국카페운영자협의회관계자들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표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2025.5.22.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소위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이 집중적인 네거티브전을 벌였으나 전국의 카페 점주들은 도리어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으로선 침소봉대식 선동을 일삼다 거꾸로 부메랑을 맞은 격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에서 유세를 하던 중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에서 불법 영업을 하던 상인들을 설득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5만 원 주고 땀 뻘뻘 흘리며 닭죽 한 시간 고아서 팔아봤자 3만 원밖에 안 남지 않냐.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 원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내가 알아보니까 120원이더라"라고 말했다. 실제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에 당선되고 다음 해인 2019년 "깨끗한 하천을 도민에게 돌려드리겠다"면서 전임자들 누구도 엄두를 못 냈던 계곡 정비에 착수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완강하게 저항하던 상인들을 상대로 "평상 놓고 닭죽 팔면서 자릿값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대신 경기도에서 각종 지원을 해줄 테니 계곡 주변에 깔끔한 카페를 차려 커피를 팔라"는 요지로 설득했다. 공권력으로 강제 철거를 밀어붙이지 않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서 물리적 충돌 없이 수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대선 유세장에서 성공적인 '적극 행정' 사례로 소개한 것인데, 국민의힘과 상당수 언론은 발언의 앞뒤 맥락을 왜곡하고 심지어 '2019년'이란 시점도 감춘 채 2025년 현재의 커피값을 기준으로 일종의 '허수아비 공격'을 집요하게 되풀이했다.

 

지난 18일 1차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이 문제를 다시 꺼내자 이 후보는 "말에는 맥락이라는 게 있다"며 "제가 말씀드린 것은 커피의 원재료 값이고, 2019년 봄경에는 120원 정도 한 게 맞다. 거기엔 인건비나 시설비 같은 게 감안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가 원재료 값과 원가 개념을 엄밀하게 구분해 발언하지 않은 점을 지적할 순 있지만 국민의힘은 "사이비 경제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등 맹목적인 비약으로 일관했다.

 

이 후보 말대로 ▲2019년 당시 커피 한 잔 분량인 원두 10g의 수입 원가가 실제 120원 안팎이었다는 사실 ▲경기도 유명 계곡 주변 카페의 커피값이 시중보다 더 비쌌다는 여러 증언 ▲원두 가격이 2019년 이후 지난 몇 년 사이에 기후변화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환율 상승 등 요인으로 인해 급등했다는 점(2021년 '커피 대란' 등)은 철저히 무시했다. 카페 점주를 빙자하거나 사칭한 댓글 공작도 기승을 부렸다.

 

커피 한 잔 원가 관련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경제 전문가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팩트체크한 2019년 당시 커피 원두 10g(한 잔 분량)의 원가는 135원이었다. 이는 마트에서 파는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고 도매로 구입하면 훨씬 더 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갈무리

 

이처럼 말꼬투리를 잡은 정략적이고 소모적인 시비가 계속되자 오히려 카페 점주들이 전면에 등장해 "편협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하며 실질적 대안 제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카페가맹점주협의회, 전국카페운영자협의회 임원진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 지지를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중앙선대위 민생살리기본부 윤후덕 본부장과 민병덕 수석부본부장도 함께했다.

 

카페 점주들은 지지 선언문에서 "우리는 자영업자로서,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으로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길에 함께 하고자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며 "이재명 후보는 누구보다 서민과 소상공인의 삶을 이해하고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정치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발 빠르게 지역화폐와 긴급 재난지원금을 추진해 소상공인들에게 단비 같은 도움을 주었다. 카페 역시 이러한 지원으로 지역사회의 따뜻한 소비 덕분에 가게 문을 닫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면서 "또한 가맹사업법과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방지 및 공정화법을 지속해서 추진하며 우리 골목 경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재명 후보는 말이 아닌 행정으로 증명한 정치인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지역화폐, 공공배달앱, 청년기본소득 등 현실적이고 세심한 정책들을 통해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구체적 실적을 열거한 뒤 "우리 소상공인들에겐 그 어떤 거창한 구호보다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정책이 절실하다. 지금 소상공인들은 고물가, 고금리와 계엄으로 인한 소비 침체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거리의 작은 상점들이 먼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커피 원두 원가 같은 소모적인 말꼬리 잡기 논쟁이 아니라 소상공인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대안"이라며 "우리는 이재명 후보가 지금의 위기를 가장 신속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리더라고 확신한다. 이 자리에 모인 카페 사장 대표자들은 더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삶이 회복되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전국카페가맹주협의회·전국카페운영자협의회관계자들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표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2025.5.22. 연합

 

개별 발언에서 하승재 전국카페가맹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서울에서 커피 전문점을 15년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사탕발림으로 각종 지원책을 말하면서 실천하지 않는 리더는 필요 없다"며 "이번 대선에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돼 모든 소상공인과 커피 업계 종사자들이 행복감과 자랑스러움을 함께 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남 예산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박현석 전국카페운영자협의회 회장은 "작년 12월 2일 윤석열 정부는 자영업자를 살린다며 충남 공주에서 민생 토론회를 개최했다. 본인도 그 행사에 참여했지만 느닷없는 계엄령으로 전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고 그렇지 않아도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경기를 회복 불능의 아비규환으로 몰아넣었다"면서 "지금의 정부와 국민의힘으로는 어떠한 희망도, 돌파구도 없음을 여실히 깨달았다. 민생과 경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릴 수 있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커피 원가 120원' 논란을 두고 "그 기준이 뭐냐에 따라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며 "120원이냐, 350원이냐, 450원이냐, 이걸 논한다고 카페 경제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제가 볼 때 (그 논란은) 편협하게 정치공세에 열 올리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힘이 일부 카페 점주들과 함께 이 후보를 고발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는 "지금까지 카페업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만나자고, 윤석열 전 대통령 정권이 있었을 때도 요청했는데 단 한 번도 안 만나줬다"며 "이제야 그거(커피 원가 120원) 한마디 했다고 카페 사장을 위하는 척(하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정치공세를 할 만한 꼬투리를 찾다가 '잘 걸렸다' 하고 물어뜯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카페업과 관련해) 현안이 많이 산재해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나 종이 빨대 사용(제도) 등에 대해서 무기한 유예만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바뀌면 그런 것에 대한 로드맵을 확실하고 빠르게 정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무책임으로 가중된 카페 업주들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처럼 당장의 표만 노리고 피상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정책과 제도에 관한 생산적인 논의 및 뚜렷한 방향 제시가 절실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윤석열 선거법 위반 사건’ 공범 판단
‘시효 작년 10월 만료’ 일부 해석 배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게 윤 전 대통령의 ‘공무원 지위 이용 공천개입 범죄’에 공모한 혐의를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렇게 되면 공소시효가 10년이므로 김 여사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해진다.

 

22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은 김 여사가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선거법 86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김 여사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김상민 전 검사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범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앞서 김 여사는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뒤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뇌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정치자금법·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 가운데 선거법의 공소시효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반적인 선거법 조항의 시효는 선거일 이후 6개월이기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여사의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해 10월 만료됐다는 해석이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여사의 공천개입을 남편의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범죄로 규정하면서 충분한 공소시효(10년)를 확보하게 됐다. 김 여사를 공범으로 기소하려면 윤 전 대통령은 주범으로 기소해야 한다.

 

수사팀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는 건 공무원 개인이 아니라 지위와 결부돼 선거운동의 기획행위에 참여하는 걸 의미한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포함해 법리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경제부시장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에 자신들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었음에도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의 공범으로 공소시효가 적용된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1·2심 모두 공범의 시효도 연장된다는 검찰 논리를 수용한 전례가 있다.

 

검찰이 법리 검토까지 마치고 김 여사 소환조사만 남은 상황이지만 김 여사의 첫 검찰청 출석은 대선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두차례 검찰 출석을 요청했지만 김 여사 쪽은 대선 이후에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고, 검찰도 대선 이후에 조사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한겨레 배지현  강재구 기자 >

일반 퇴직금도 수사가 진행 중일 때는 수령할 수 없어

 

헌법재판소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한 지난 3월13일 이 지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 20일 돌연 사의를 밝힌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검장은 이 수사 때문에 2억원이 넘는 ‘명예퇴직수당’도 받지 못하게 됐다. 일반 퇴직금도 수사가 진행 중일 때는 수령할 수 없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해 7월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지검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면서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김 여사를 비공개 출장조사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였다. 사세행은 같은 해 10월 김 여사가 연루된 ‘명품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이 지검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에서 이 지검장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 지검장을 고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한 이 지검장과 박영진 전주지검장 등 검찰 관계자를 공수처에 직권남용 및 피의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건은 아직 수사배당이 되지 않았다.

 

국가공무원법상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에 따르면 검사가 재직기간이 20년 이상이고 정년 퇴직일로부터 최소한 1년 전에 스스로 퇴직하면 명예퇴직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 지검장 같은 검사장급의 명예퇴직금 규모는 2억5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비위조사 중 또는 수사 중인 사람은 명예퇴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추후에 무혐의 판정을 받더라도소급되지 않는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24일 ‘수사를 받는 중 퇴직했어도 이후 무혐의 등으로 해소가 되면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부 개정령을 입법 예고했다.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다음 달 2일자로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한 이 지검장의 퇴직일 역시 2주 뒤인 다음 달 2일이라 개정된 규정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개정안은 ‘명예퇴직수당 지급 대상자를 결정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

 

이 지검장은 일반 퇴직금도 제때 받기 어렵다. 공무원연금법은 ‘수사가 진행 중일 때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급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이 지검장은 원래 받아야 하는 퇴직금의 절반만 우선 받게 될 예정이다. 수사가 무혐의 등으로 종료되야 나머지를 받는다.

 

이 지검장과 함께 사의를 밝힌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도 검사로 20년 넘게 근무해 명예퇴직금 지급 대상자이다. 조 차장 역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려 직무유기 혐의로 함께 고발됐다. < 경향 유선희 기자 >

 

‘라임’ 김봉현 술접대 받은 나의엽 검사 사의···대선 앞 ‘검사 줄사퇴’ 계속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깃발이 날리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유흥주점에서 고액의 술접대를 받은 나의엽 수원고검 검사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

 

나 검사는 23일 오전 6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사로서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이미 사직을 결심했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이제야 사직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적었다.

 

그는 “검사로 근무하는 동안 보람된 여러 일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후회되는 일이 더 많다”며 “그래도 대부분은 힘들더라도 보람되고 즐거우며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같은 청, 같은 부, 같은 팀, 같은 방에서 함께 근무했던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 9일 나 검사에게 정직 1개월과 그가 접대받은 금액의 3배에 해당하는 349만원의 징계부가금을 부과했다. 법무부는 나 검사 등 검사 3명이 2019년 7월 김 전 회장으로부터 총 536만원의 향응을 제공받아 검사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나 검사가 당일 오후 9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머무른 점을 고려해 향응액을 116만3763원으로 계산했다. 접대액이 100만원을 넘으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검찰은 2020년 12월 접대 자리에 동석한 다른 검사 2명이 접대받은 금액은 1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나 검사 등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때문에 ‘검찰의 봐주기 수사’ ‘제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일었다.

 

1·2심은 나 검사가 받은 향응액이 100만원에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원심이 향응액을 잘못 산정했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김순열)가 심리 중인 파기환송심은 다음 달 19일 선고한다.

 

오는 6·3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확률이 높아지자 검찰 내부에선 줄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은 지난 20일 동반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한 공소권 남용 의혹으로 검사 신분으론 처음으로 탄핵 소추됐다가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안동완 검사도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 경향 이홍근 기자 >

 
지난 21일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 건조한 5천t급 구축함 진수식을 열었으나 함정을 제대로 물에 띄우지 못하고 크게 파손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촬영된 청진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치고 진수 준비 중인 구축함의 위성사진. 2025.5.22 ⓒ 통일부 제공


북한이 지난 21일 발생한 청진조선소 구축함 진수식 사고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책임자를 소환했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검찰 기관과 전문가로 구성된 구축함 진수사고 조사그룹이 청진조선소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함에 대한 구체적인 수중 및 내부검사를 진행한 결과 초기 발표와 달리 선저파공은 없으며 선체 우현이 긁히우고 선미 부분의 구조 통로로 일정한 량의 해수가 침수된 것으로 확인되였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가들이 "침수격실의 해수를 양수하고 함수 부분을 리탈(이탈)시켜 함의 균형성을 회복하는데 2~3일, 현측 복구에 10여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을 보고 받은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함의 파손 정도가 심각하지 않으며 사고직후 침수 과정에 대한 결과는 실무적인 복구조치를 취하는 데 필요한 정보이지 사고의 원인과 그 책임을 확인하는 것과는 무관한 자료"라면서 "사고발생 원인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이번 사고를 중대사건화하는 것은 함의 파손유무나 경제적 손실 때문이 아니라 그 어느 부문이나 할 것 없이 만연되고 있는 무경각, 무책임성과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적 태도에 강한 타격을 주고 경종을 울리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법 기관은 "책임이 명백한 대상들을 먼저 구속하고 조사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으며, 홍길호 청진조선소 지배인이 22일 소환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북한은 청진조선소에서 지난 21일 새로 건조한 5000t급 구축함을 측면으로 진수하는 과정에서 함수와 함미의 이동 중 균형이 맞지 않아 함미 부분만 바다로 미끄러져 주저앉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22일 공개한 바 있다.

 

 

 

신형구축함 진수식서 연설하는 김정은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열린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


북한이 자체 건조한 5000t급 구축함 진수식에서 함정이 제대로 진수되지 못 하고 크게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전날(21일) 5000t급 구축함 '최현'급 두 번째 함정 건조를 완료하고 청진조선소에서 진수식을 진행하던 중 정상적으로 배가 바다에 띄워지지 못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진수 과정에서 미숙한 지휘와 조작부주의로 인해 대차 이동이 평행하고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함미 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됐고, 일부 구간의 선저 파공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되며 함수 부분이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도를 종합하면, 건조된 함정을 대차에 올려 미끄려뜨려 수면 위로 올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선수와 선미에 설치된 대차가 동시에 기동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과정에서 구축함이 상당 부분 파손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진수식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김정은 위원장은 "이것은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인해 산생된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며 범죄적 행위로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당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국가과학원 역학연구소, 김책공업종합대학, 중앙선박설계연구소를 비롯한 연관 단위들과 청진조선소의 해당 일군들의 무책임한 과오는 오는 6월에 소집되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취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오는 6월당 중앙위 전원회의 전까지 구축함을 복원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구축함을 시급히 원상 복원하는 것은 단순한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권위와 직결된 정치적 문제이므로 당중앙위원회 6월 전원회의 전으로 무조건 완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진수식을 진행한 함정은 북한이 지난 4월 25일 진수한 최현호와 동급인 것으로 보인다. < 오마이 김도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