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지역 군수 공천·경북도청 특보 취업 청탁 대가도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검찰이 명태균씨가 대통령실 취업, 경북 지역 군수 공천, 경북도청 특보 취업 청탁을 받고 2억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최근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경북 안동 지역 사업가 ㄱ씨에게서 2021년 7월 2억원을 송금받은 경위를 물었다. 이에 김 전 소장은 “(2021년 7월 이전에 ㄱ씨의 지인인) 정아무개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명씨에게 경북 안동 지역 사업가 조아무개씨의 아들 대통령실 취업과 자신의 경북도청 특보 취업, 다른 사람의 경북지역 군수 공천을 청탁했고 그 대가로 2억원을 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안동의 한 사회복지시설 관장인 정씨는 2021년 7월부터 미래한국연구소 사내이사를 맡는 등 평소 명씨와 김 전 소장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명씨와 김 전 소장 등이 함께 있었다고 한다.

명태균씨가 지난 14일 경남 창원시 창원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기 위해 창원교도소로 이동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미래한국연구소의 회계를 도맡았던 강혜경씨는 앞서 검찰에 출석해 “명씨가 (2억원 중) 1억원은 조씨 아들 (취업) 청탁 대가이니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고 취재진에겐 “ㄱ씨에게서 받은 돈은 사업 경비와 여론조사 등으로 쓰였다”고 말했다. 조씨 아들은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들어갔고 올해 대통령실 6급 에이아이(AI)·디지털비서관실 행정요원으로 발탁됐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나머지 1억원 중 3천만원은 안동에서 열린 정치 토크콘서트에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출연시킨 소개비 명목으로 공제했다. 명씨는 평소 오세훈 서울시장의 보궐선거 당선, 이준석 의원의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에 본인이 크게 기여했다고 주변에 얘기해왔는데, 명씨가 이 대표의 토크콘서트 출연을 성사시키면서 정씨와 조씨 등이 명씨를 신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7천만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ㄱ씨에게 돌려줬다. 김 전 대표는 검찰에서 “경북 지역 군수 공천과 경북도청 특보 채용이 실현되지 않아 돌려준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ㄱ씨는 지난달 미래한국연구소가 1억7천만원 중 1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며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 김 전 소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김 전 소장은 송금받은 2억원 중 1억5천만원은 조씨에게서 나온 것으로 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전체적인 자금의 출처는 불분명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ㄱ씨와 정씨, 조씨 및 그의 아들을 차례로 불러 돈의 출처와 청탁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ㄱ씨 등은 청탁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ㄱ씨는 지난달 23일 창원지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1년 중반에 제가 돈을 빌려줬는데 그때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도 하기 전이다. 대통령 후보도 결정이 안 난 시절에 무슨 취업 청탁을 하나”라고 말했다. 명씨 쪽 변호인은 “경북지역 군수 공천과 경북도청 특보 취업 청탁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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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가 지난달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여론조사 쏟아져 들어온다” 미래한국연구소, 서울에 가짜 사무소·언론사 차려

 

 
 
미래한국연구소가 서울시에 제출한 인터넷신문 ‘브이오케이’(VOK) 등록신청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여의도연구원·서울시와 서울 지역 정치인들의 여론조사를 많이 수주하게 됐다”며 2020년 4월 서울에 미래한국연구소 사무소와 인터넷신문사를 가짜로 설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관련 공익신고자인 강혜경씨는 2일 “미래한국연구소 실소유주인 명태균씨는 서울 정치인들의 여론조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며 2020년 4월 미래한국연구소 서울사무소를 가짜로 만들고, 서울사무소가 운영하는 인터넷신문사까지 가짜로 만들었다”며 “서울사무소와 인터넷신문사 모두 서류에만 존재할 뿐 실제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래한국연구소 명의상 소장이었던 김태열씨도 “당시 명태균씨는 ‘앞으로 여의도연구원과 서울시 여론조사를 엄청나게 따올 것이기 때문에 서울에 사무소와 언론사가 필요하다’며 서울사무소와 언론사를 서류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창원지검은 지난 10월24일 관련 서류를 확보해 이 부분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는 2019년 6월21일 일간신문 ‘투데이경남’을 등록했다. 선거 여론조사를 하려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해야 하지만, 언론사 의뢰를 받아서 조사하면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미래한국연구소는 투데이경남 의뢰를 받아서 조사하는 것처럼 꾸며 신고 의무를 피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2019년 9월5일 투데이경남 이름을 ‘브이오케이’(VOK)로 바꾸면서, 경남에서 벗어나 서울 등 전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브이오케이는 ‘보이스 오브 코리아’(Voice of KOREA)를 줄인 말이다. 그러나 미래한국연구소가 경남에 있었기 때문에 서울 등 전국을 무대로 여론조사업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2020년 4월20일 서울 중구 ㅎ빌딩에 미래한국연구소 서울사무소를 설치했다. 또 같은 해 4월21일 서울시에 인터넷신문 ‘브이오케이’도 등록했다. 브이오케이 주사무소와 발행소는 미래한국연구소 서울사무소에 뒀다. 미래한국연구소 명의상 소장이었던 김태열씨가 서울사무소와 브이오케이 대표까지 맡았다. 하지만 브이오케이는 단 한번도 언론 활동을 하지 않았고, 일간신문 ‘브이오케이’ 역시 신문을 발행한 적이 없다.

브이오케이 의뢰를 받으면 선거 여론조사 신고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미래한국연구소가 이렇게 실시한 선거 여론조사가 몇건이나 되는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도 파악하지 못한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내부 분란을 겪다가 지난해 4월30일 폐업했고, 일간신문 브이오케이는 지난 7월1일, 인터넷신문 브이오케이는 7월4일 폐간했다.

김태열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명태균씨는 사업이 크게 번창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당선 이후 명씨와 거리를 뒀고, 명씨 사업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나와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름을 빌려준 책임 때문에 내가 미래한국연구소 폐업과 브이오케이 폐간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 최상원 기자 > 

 

명태균, ‘민간인 통제’ 구역에…태풍 때 창원시 재난상황실서 ‘포착’

 

 

 
명태균(빨간색 동그라미 안)씨가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가 몰아쳤을 때 김영선 의원을 수행해서 창원시 재난종합상황실에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창원시 보도자료 사진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김영선 국회의원실 총괄본부장’이라는 명함을 들고 다니며 경남 창원시 시정 전반에 개입했던 정황이 창원시 보도자료에서도 나왔다.

창원시는 지난 2022년 9월6일 창원시청 누리집(changwon.go.kr)에 ‘홍남표 창원특례시장, 6일 새벽 김영선 국회의원과 태풍 피해상황 점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올렸다. 이날 태풍 힌남노가 남해안에 상륙해서, 창원이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시점이었다.

창원시는 보도자료와 함께 이날 새벽 5시50분께 찍은 창원시 재난종합상황실의 비상근무하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김영선 의원과 홍남표 창원시장이 재난종합상황실 앞쪽에 나란히 서서 태풍 진행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명태균씨 모습도 나왔다. 창원시 의창구가 지역구인 김영선 의원을 수행해서 왔던 것으로 보인다.

명태균(빨간색 동그라미 안)씨가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가 몰아쳤을 때 김영선 의원을 수행해서 창원시 재난종합상황실에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창원시 보도자료 사진 갈무리
 

하지만 명씨는 김영선 의원의 보좌관이나 비서관이 아니다. 그런데도 명씨는 ‘김영선 국회의원실 총괄본부장’이라는 명함을 들고 다녔고, 창원시 공무원들을 국회의원 사무실로 불러서 보고받고 지시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원시 재난종합상황실은 평소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며, 창원시 공무원도 지문 인식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민간인인 명씨가 김영선 의원의 공식 보좌관인 것처럼 행세하며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창원시 관계자는 “명씨는 국회의원실 총괄본부장 명함을 들고 다녔기 때문에 창원시 공무원들은 그를 정식 보좌관인 것으로 알았다. 게다가 김영선 국회의원과 함께 왔는데, 어떻게 출입을 막을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했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

 

대통령실·관저 이전 부실·봐주기 감사 등 독립성·공정성 훼손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국회의 입법·감시 기능 방해 등 이유

 

김건희  ‘출장 조사’ 등 특혜, 수사 미진하게 해 불기소 등 사유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오른쪽)와 이성윤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탄핵소추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해야 하는데, 야당은 오는 4일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킬 계획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관련 부실·봐주기 감사 등 감사원의 독립성·공정성 훼손과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국회의 입법·감시 기능 방해 등을 최재해 원장의 탄핵소추 사유로 들었다.

이창수 지검장은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를 ‘출장 조사’하는 등 특혜를 주고, 수사를 미진하게 해 불기소했다는 등이 탄핵소추 사유다. 서울중앙지검의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도 같은 이유로 탄핵소추 대상에 올랐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탄핵의 주요 근거 될 증거 은폐 논란을 감사원 스스로 증폭시킨 셈

 

 

 
최재해 감사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감사원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지어진 70㎡ 미등기 유령 건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감사를 하지 않았다고 돌연 인정하면서 그 의도를 두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감사원장 탄핵의 주요 근거가 될 수 있는 증거 은폐 논란을 감사원 스스로 증폭시킨 셈이기 때문이다. 공사비 대납 등 대통령 관련 뇌물 의혹이 가시지 않자, 감사원이 대신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감사원은 2일 오전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에서 탄핵 주요 근거인 관저 이전 부실·봐주기 감사 의혹을 적극 방어했다. 앞서 한겨레는 대통령 경호처가 스크린 골프장 용도로 검토했다는 관저 내 70㎡ 유령 건물이 올해 9월 감사결과 보고서에 통째로 빠진 이유, 공사비 대납 의혹, 감사원과 경호처의 책임 떠넘기기 등을 집중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경호처 자체 예산 1억3천만원을 들여 현대건설과 공사 계약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관저 이전 의혹 감사를 지휘한 최재혁 행정안전감사국장은 “경호처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지만 대형 건설사와의 계약이고, 액수도 1억3천만으로 미미해 감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 국장 해명은 감사원이 작성한 감사보고서 내용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감사보고서에는 경호처 감사 대상 기준이 “계약금액 1억원 이상 공사”이며, 이에 따라 경호처가 체결한 1억원 이상 공사 계약 22건(87억여원) 등의 자료가 감사원에 제출돼 감사를 진행했다고 명시돼 있다.

대형 건설사여서 감사를 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감사 업무의 기본과 배치된다. 감사는 계약 과정과 내용의 적정성 등을 살피는 것이지, 매출액 등 업체 규모를 기준으로 감사 여부를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 국장은 관저 공사를 따낸 21그램이 중점 감사 대상이어서 현대건설 계약건은 확인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정작 감사원은 ‘기억 나지 않는다’는 주장만 듣고는 김건희 여사 관련 업체인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최 국장은 “고문해서 밝힐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뇌물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법조인은 “현대건설과의 계약을 사후에 조작했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특별히 문제없는 계약이라면 감사보고서에 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실제 감사원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최 국장은 현대건설 계약건이 “감사원이 가지고 있는 감사증거서류에도 등장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했다. 경호처로부터 계약 목록 등을 제출받았다는 본인 해명과 모순된다.

감사 업무 전문가는 “감사원이 대통령실 대신 뒤집어쓰며 총대를 멨을 수 있다. 관저 이전 감사를 직권 재심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감사원법은 ‘감사원의 판정이 위법 또는 부당함을 발견했을 때 감사원 직권으로 재심의할 수 있다’는 직권 재심의 조항을 두고 있다.                 < 한겨레  김남일  신형철 기자 >

감사원장 탄핵 추진을 반대하는 너절한 궤변들

● COREA 2024. 12. 3. 02:1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헌법 질서 훼손"? 독립성 망가뜨리고 적반하장

최재해 "대통령 국정 지원하는 기관" 충성 맹세
"기능 마비"? 최재형 중도 사퇴 때도 마비 안 돼
"문재인이 임명"? 공석 메운 것…기대 철저 배신

조은석은 '친민주'라 원장 대행 맡으면 안 된다?
검사 27년…심지어 노무현 서거 때 대검 대변인
최재형이 임명 제청…당시 청와대는 김오수 요구

탄핵 오히려 늦은 감…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29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 들어가며 탄핵 관련 입장을 말하고 있다. 2024.11.29. 연합
 

제1야당이 이제야 감사원장에 대해 탄핵소추라는 칼을 빼든 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독립적‧중립적 헌법기관이어야 할 감사원이 복구가 가능할지 의문일 정도로 망가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하자 감사원 측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 극렬 반발하고 있다.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과 감사원법에 따라 직무에 관한 독립된 지위를 가졌음에도 특정 정권과 유착해 '정치 감사' '하명 감사'에 매달려온 감사원이 바로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는 적반하장일 따름이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의 합의제 감사기관이지만, 헌법 해석상 직무와 기능면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 감사원 본연의 기능이 행정부 감시·견제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위를 망각한 채 감사원이 특정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면 이는 '살아있는 권력'의 부패와 권한 남용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감사원법 제2조(지위)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
② 감사원 소속 공무원의 임용, 조직 및 예산의 편성에 있어서는 감사원의 독립성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최재해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밝혀 감사원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종속적 인식을 충성 맹세라도 하듯 과시했다. 아울러 최 원장의 묵인‧방조 아래 실세인 유병호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역시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가 들통나는 등 감사원 수뇌부와 대통령실과의 밀착 관계는 정권 초부터 일찌감치 드러난 바 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9.19. 연합
 

감사원이 정치검찰과 마찬가지로 현 정권엔 애완견, 전 정권엔 사냥개 노릇을 하다 보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감사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점검 특정감사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감사 ▲KBS 위법·부당행위 국민감사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방만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관련 국민감사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직무감찰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감사▲문재인 정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고의 지연 의혹 감사 등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표적‧청부 조사에는 전력을 기울인 반면, ▲대통령실·관저 이전 국민감사는 감사 기간을 일곱 차례나 연장하며 질질 끌다가 '스크린 골프장' 건물을 누락하고 감사위원회 회의록 공개도 거부하는 등 축소‧은폐로 일관했다.

전 정권과 야당을 향한 감사의 경우 유병호 사무총장과 그의 친위대인 '타이거 사단'은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마저 '패싱'한 채 사무처 마음대로 독단적 감사 착수 및 중간 발표에 나서는 위헌‧위법적 행태를 상습적으로 반복해왔다. 자의적이고 편파적인 감사권 남용은 수사 요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최근엔 사드 배치 지연을 이유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고위직 인사 4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해당 감사는 극우보수 단체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의 청구를 빌미로 시작된 것이었다.

 

2021년 6월 28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6.28. 연합
 

최재해 원장이 탄핵 되면 감사원 기능이 마비되고 국민 피해가 클 것이라고 대통령실과 감사원 측은 호들갑을 떨지만, 이런 감사원은 차라리 일을 안 하는 게 낫고 감사원 바로 세우기를 위해서도 원장 직무 정지가 불가피하다는 게 다수 국민의 뜻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최재형 감사원장이 임기를 6개월이나 남겨 둔 상태에서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했던 전례도 있다. 이로 인해 감사원은 4개월 동안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지만 감사원 기능이 마비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공석이 된 자리를 메우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에 후임 감사원장으로 지명한 인물이 바로 최재해 원장이다. 최 원장이 '문재인 사람'도 아닌 데다, "엄정하고 공정한 감사 운영을 통해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직사회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던 당시 청와대의 지명 사유도 철저히 배신한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원장을 탄핵하느냐"는 여권의 반발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심지어 수구보수 언론들은 "최 원장이 탄핵소추를 당하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조은석 감사위원이 원장 대행을 맡게 되기 때문에 문제"라는 희한한 논리까지 개발해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감사원법에 따라 최선임 감사위원이 권한대행을 맡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법적 절차임에도 문재인 정부 때 서울고검장을 지낸 조은석 감사위원은 '문재인 사람'이고, 그러니 '친민주당 성향'이라서 부적합하다는 얘기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탄핵소추 되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조은석 감사위원이 원장 대행을 맡게 되기 때문에 문제라는 취지의 언론 기사들. 포털 다음 화면 갈무리
 

정권 호위부대로 전락한 감사원의 중립성‧공정성 와해가 최 원장 탄핵 추진의 본질이지만, 이들 언론 보도에는 그런 문제의식은 일절 보이지 않는다. 오직 정권과 동일한 시각에서 "문재인 정부 사람이 감사원을 이끌면 안 된다"는 우격다짐만 내세울 뿐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에서부터 허점투성이거나 말이 안 되는 궤변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이미 지난해 6월 감사원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결과 발표를 억지로 밀어붙일 때도 <친야 감사위원들, 막판까지 '전현희 구하기' 시도>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통해 조은석 감사위원을 '친야(親野)' '친민주당 성향'으로 지목한 바 있다.

조선일보스러운 아전인수이자 속임수다. 검찰 출신인 조 위원은 2021년 1월 최재형 감사원장이 신임 감사위원으로 임명을 제청해 감사원에 들어온 인물이다. 당시 최재형 원장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에 임명 제청해달라는 청와대 측의 강력한 요청을 '정치적 중립성' 등을 이유로 거부하며 9개월간 갈등을 빚다 조 위원을 영입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그래도 코드가 맞는 김오수 전 차관을 감사원에 입성시키려고 했으나, 감사위원 제청권을 가진 최재형 원장이 김 전 차관의 친정권 성향을 문제 삼아 끝까지 반대하면서 계획이 좌절되고 마지못해 조 위원을 수용했던 것이다.

즉, 조 위원을 형식적으로 임명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지만 내용상으로 조 위원은 '문재인 사람'이 아니라 '최재형 사람'이었다. 27년 간 검사로 일했던 조 위원은 자신이 검찰에 재직하면서 1998년 당시 집권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를 구속기소하고, 2003년엔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이광재·여택수와 후원자인 썬앤문 문병욱 회장, 노무현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신계륜 의원, 김대중 대통령 아들인 김홍일 의원 등 수많은 민주당 측 인사를 수사해 기소했으며, 2012년 순천지청장 재직 때는 진보 진영 장만채 전남교육감을 기소한 사실 등을 스스로 소개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인사 불이익을 당해 좌천됐다고 한다.

 

2017년 8월 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조은석 서울고검장 취임식에서 조은석 서울고검장(오른쪽)과 윤석열 중앙지검장(왼쪽)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
 

조 위원은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이었다. 그러니 '친민주당 성향'이라는 분류에 어이가 없었던 조 위원은 해당 조선일보 보도가 나왔을 때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특정 시점의 인사 내용을 가지고 평가한다면 모든 고위직 공직자는 전 집권당 성향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한 감사위원 전원은 전 정부에서 임용됐다. 조선일보에 제보한 사람의 기준대로라면 모두 전 정부 집권당 성향이라고 평가돼야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이자,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에 대해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라며 "정치, 경제, 외교, 국방 등 거의 모든 국정 분야에 걸쳐 총체적 난국"이라고 비난했던 이미현 감사위원도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조 위원이 전현희 권익위원장 감사 등에서 최재해‧유병호 체제에 맞섰던 것은 자신이 친민주당 성향이어서가 아니라 "헌법기관에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을 막무가내로 자행하는 데 대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감사원 최달영 사무총장은 2일 언론을 상대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최 원장 탄핵 추진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검찰을 흉내 낸 집단행동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예정대로 이날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최 원장 탄핵안을 보고하고 4일 표결 처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 2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도 동시 추진된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