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이 윤 초대…'극우세력 모으는 것' 비판

김문수, 눈치 없이 옹호 "선거 공정해야 한다"
국힘 의원들 "선거에 부정적 영향 미칠텐데"

이재명 "당사자가 이긴 선거 아닌가"
민주당 "윤석열 후안무치한 대선 개입하는 것"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고 있다. 2025.05.21. 연합

 

윤석열 씨가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와 부정선거론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해 '극우 세력을 모으려는 행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헌법재판소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결한 부정선거론을 재탕한 내용이다. 윤 씨의 이런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조차 "제발 자중해 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내란 우두머리가 있을 곳은 영화관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했다. '긍정적'인 반응을 한 것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뿐이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는 21일 오전 서울시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다. 파면 이후 내란 재판을 제외하면 47일 만의 첫 공개 일정이다. 윤 씨는 이 영화를 기획, 제작한 이영돈 PD와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 등과 함께 나타났다. 꾸준히 부정선거론을 주장했던 무소속 황교안 대선 후보도 함께했다. 전 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가 어제(20일) 영화 관람을 하자고 윤 씨에게 요청했다"며 "(윤 전 대통령이) 공명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어두운색 정장 차림에 경호원을 대동하고 영화관에 나타났다. 전 씨는 트렌치 코트를 입고 흰색 상·하의를 입고 윤 씨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윤 씨는 바로 영화관 쪽으로 올라갔고 전 씨는 그의 뒤를 따랐다. 기자들이 윤 씨를 향해 '어떤 경위로 오게 됐나' 등 질문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윤 씨는 영화관에서 전 씨와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 관람 중 부정선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뒤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좋았어요"라고 답했다. 

 

윤 씨가 6.3 대선기간 중 이 영화를 관람한 것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겨 극우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그가 12·3 비상계엄에 대해 전혀 사과할 마음이 없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사과하지 않으려는 그의 태도'는 지난 19일 내란 관련 재판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재판이 진행되는 6시간 동안 피고인석에서 눈을 감고 10분 이상 조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고 영화관을 나서고 있다. 2025.5.21. 연합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윤 씨의 영화 관람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윤 씨의 부정선거 주장을 두둔하는 입장이었다. 김 후보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완전하게 일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러 간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어떤 영화인지는 모르겠다"며 "대한민국 선거가 공정하게 돼야 한다.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는 해명 노력을 계속해야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씨와 김 후보의 '부정선거론'으로 발칵 뒤집혔다. 윤 씨가 이미 국민의힘에 탈당했기에 당과 무관하다고 의견을 냈지만,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해 당과 관계없는 분"이라며 "개인적 입장에서 봤을 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에 대한 반성·자중을 할 때 아닌가"라고 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윤 전 대통령은 저희 당을 탈당한 자연인"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코멘트해 드릴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는 윤 씨의 부정선거 영화 공개 관람에 대해 우려가 쏟아졌다. <S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영남권 중진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 오늘 오전 부정선거 영화를 공개 관람하실 것이라는 언론사 정보 보고가 있다"며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한다. 가능하신 의원님들께서 간곡하게 만류해 주십시오"라고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일부 의원들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캠프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또다른 영남권 의원 역시 "좀 자중하시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씨가 영화관에서 박수 치며 웃는 사진을 올리고 "…"라는 '말줄임표' 메시지를 남겼다. 이 후보는 또한 인천 남동구 유세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 선거 시스템으로 본인이 선거에서 이긴 것 아닌가"라며 "이를 부정선거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씨의 이날 행보에 대해 '후안무치한 대선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한민수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면된 내란 수괴 윤석열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모자라 부정선거 망상을 유포하는 다큐멘터리를 공개 관람하며 대선에 직접 개입하려 나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윤 어게인' 캠프를 꾸린 데 이어 윤석열까지 전면에 나서 극우 세력을 결집하려는 것"이라며 "반성은커녕 극우 망상을 퍼뜨리고 대선을 망치려는 내란 수괴의 후안무치한 대선 개입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대변인은 "지금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가 있어야 할 곳은 영화관이나 거리가 아닌 감옥"이라고 강조했다.  민들레 김민주 기자 >

 

선관위, 윤석열 관람 ‘부정선거’ 조목조목 반박…“음모론 유감”

 

 
 
윤석열 전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서울 동대문구 한 영화관에서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한길 강사, 왼쪽은 이영돈 전 피디. 이승욱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관람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겨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22일 ‘부정선거 의혹 영화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의혹 대부분은 이미 설명했거나 법원 판결로 해소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투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정보시스템과 기계장치 등은 이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모든 선거 과정에는 정당 후보자의 참관인 또는 정당추천 선관위원이 참여하며 공정성과 보안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적용되고 있다. 부정이 개입될 소지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가짜 투표용지’ ‘사전투표·결과 조작’ 3가지 억지주장

 

영화에 등장하는 주장도 하나하나 반박했다. ‘해커가 선관위 도장을 위조하고 사전투표용지를 무단 생성해 가짜 투표용지를 찍어낼 수 있다’는 주장에는 “전국 모든 선관위 사전투표관의 도장 이미지를 사전에 확보해야 하고, 24시간 모니터링되는 사전투표함 보관장소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시스템을 중지시켜야 하는 등 사전투표 과정에서 적용되는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모두 배제된 상황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사전투표용지 부정 인쇄를 이용한 선거결과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전투표와 선거일 투표 간 득표율 차이가 사전투표 조작 증거’라는 주장에는 “사전투표와 선거일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 집단은 무작위 추출 방법으로 선정되지 않아 모집단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며 “사전투표와 선거일투표 간 정당별 후보자별 특표율이 반드시 유사하거나 같아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법원 또한 2022년 관련 판결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이례적이거나 비정상적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투표지 분류기로 개표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선관위는 “투표지 분류기는 랜카드가 장착되지 않아 외부와 통신이 단절돼 해킹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며 “분류기를 통과한 투표지는 전량 수작업과 육안으로 다시 확인하며 위원검열, 위원장 공표 단계를 거치게 된다. 또한 개표과정에는 수많은 공무원, 일반 선거인 등으로 구성된 개표사무원과 참관인이 참여해 해킹을 통한 분류조작은 불가하다”고 했다.

 

선관위는 “영화와 유튜브를 통해 선거에 대한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주장·정보를 접할 경우, 선관위가 배포하는 설명자료를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선관위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한겨레 전광준 기자 >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수십번, 수천번 되풀이한 증언의 무게는 역사 속에 남을 것”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터 앞에서 열린 제170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마친 뒤고 이옥선 할머니 사진 앞에 헌화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언니야 잘 갔제? 다들 이렇게 우리 응원하고 있는데 잘 될 거야. 젊은 사람들이 꼭 사과 받아낼 거라고 했어. 그러니까 우리 항상 봐주고 도와줘야 해. 알았제?”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 장소 한편에 마련된 이옥선 할머니의 추모 장소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인권활동가로 활동했던 이옥선 할머니가 3일 전 세상을 떠나고 맞이한 수요시위는 이날로 1700회에 이르렀다. 1992년 1월8일 미야자와 기이치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된 주간집회는 32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추모 장소가 된 이곳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할머니의 영면을 기원하는 꽃들이 쌓였다.

 

이날 집회는 이옥선 할머니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지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일본정부의 사과는 단지 배상이 아니라 폭력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선언임을 이옥선 할머니를 통해 배웠다”며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수십번, 수천번 되풀이한 증언의 무게는 역사 속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다음 대통령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할머니들은 점점 늙어 가고 있다. 다음에 대통령이 되는 분은 위안부 문제를 제일 먼저 해결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500여명의 시민들은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하라!”, “국회는 조속히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 보호법을 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위안부 문제의 조속 해결을 촉구했다.

 

14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터 앞에서 열린 제170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고 이옥선 할머니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대통령 후보 중 유일하게 참석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법이 있지 않나.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를 모욕하는 자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겠다”며 “일본의 사죄도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일본의 사과와 그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받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해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해낼 것”이라 말했다.

 

한편 시위장소 건너편 인도에선 이날도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수요시위 반대단체가 집회를 열고 시위 내내 고성과 함께 할머니들을 향한 원색적 비난을 이어갔다. 발언 중에도 고성이 이어지자 권 후보는 “전쟁범죄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당신들은 양심을 가진 인간이 맞나”라고 외치기도 했다.

 

집회를 주최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극우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국회는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을 즉각 개정해 할머니들이 2차 가해로 고통받지 않게 해야 한다”며 “할머니들의 뜻을 이어받아 전쟁 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 정봉비  박찬희 기자 >

이태원 유가족 "더이상 거리 헤매지 않게 해달라"

● COREA 2025. 5. 21. 01:2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안전한 나라 위한 '21대 대선요구안' 발표

특조위 예산·인력, 재발방지책 마련 등 촉구

"국가 부재와 2차 가해는 또다른 죽음·형벌"
"국민의 아픈 마음 존중하는 후보 당선돼야"

 

"새 정부에 피눈물로 호소한다. 이제 (진상 규명에) 더 이상의 지체는 없어야 한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우리의 상처 입은 마음에 정의라는 이름의 치유를 베풀어 달라. 이태원 참사 발생 2년 반이 지났건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기는 커녕, 참사는 반복되고 불안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대한민국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이태원 유가족은 (새 정부에) 간절히 요구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재현 군의 어머니 송해진 씨)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1대 대선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5.20. 연합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는 20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시민사회 21대 대선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유가협은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정보 공개와 특조위에 빠짐없는 정보 제공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인력과 예산의 충분한 확보 ▲온전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개정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7개월만에 발생했다. 이태원 참사로 159명의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300명이 넘게 다쳤다. 바로 국회 국정조사와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있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관련 책임자들이 국회 국정조사특위 출석을 거부하거나 증언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기에 더해 특별법 제정과 시행이 늦어져서 10·29 이태원 참사 특조위는 참사 발생 2년이 되어서야 출범했다. 그러나 특조위는 정부의 준비 미흡과 주요 간부 늑장 임명 등으로 아직까지 조사 개시 결정도 하지 못했다.

 

유가협은 차기 정부가 취임 직후 해야 할 과제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 회복'을 들었다. 사회를 맡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안지중 공동운영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대형 참사에도 유가협에 사과하지 않았다"며 "주요 정부 책임자들 중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1대 대선에서는 유가족과 국민의 아픈 마음을 존중하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말하며 기자회견의 문을 열었다.

 

유가협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지금까지 진상 규명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행한 비인도적인 폭력과 외면을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기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던 대한민국의 청년들이었다"며 "(윤석열 정부는) 그 아이들의 삶을 빼앗고도 모자라 아이들을 마약사범으로 몰고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프레임 씌우기로 덮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희생을 오히려 죄인으로 만들어버린 이 야만적인 정치에 우리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맞서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1대 대선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5.20. 연합

 

이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없는 죄도 만들어내려는 권력의 탐욕 앞에서 끝없이 매도당했다"며 "그럼에도 피해자들에게 덧씌우려 했던 마약에 대한 증거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을 외면한 권력은 국민에 의해 심판받았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대의 문 앞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국가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절망을 안기지 않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제 막 출범한 특조위가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부처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길 바란다"며 "국가가 나서서 유가족이 길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한 "새 정부는 반드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 적극 협력해 달라"며 "참사가 날 때마다 피해자들이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야 하는 악순환을 이번에는 끊어내야 한다"고 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시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은 국가와 지자체가 어떤 의무를 해야 하며, 시민에게는 어떤 권리가 있는지 등을 규정한다. 또한 정부의 안전 정책과 행정에서 생명 존중의 가치를 우선하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보장하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이지현 공동운영위원장(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권 몰락의 전조가 이태원 참사'라고 정의했다. 시민들이 불의한 정권을 끌어내리게 됐기 때문이다. 이지현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로도 재난 참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자가 대통령의 자리에 앉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이어서 "그런 점에서 이재명, 권영국 후보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공약한 것을 매우 반갑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위원장은 "대선 후보들에게 촉구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을 국정 운영의 원칙과 방향으로 삼고, 사회적 참사가 재발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초석을 다지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달라"고 전했다. 그는 "그 출발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시간이 흘렀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을 잃은 아픔과 동시에 생존자에게는 2차 가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재현 군의 어머니 송해진 씨는 "참사가 발생한지 이년 반이 지났지만 내 심장은 여전히 산산조각 나 있다"며 "하늘의 제 아이, 친구들, 청년들에게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송 씨는 "열여섯 살 제 아들은 '엄마, 늦지 않게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핼로윈 축제를 보러 갔다가 생기를 잃은 모습으로 돌아왔다"며 "함께 갔던 친구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고, 아이는 '왜 나만 살았을까'라는 자책과 온라인상의 2차 가해로 고통받다 43일 후 '친구들이 보고싶어. 엄마 아빠 사랑해'란 메시지를 남기고 제 곁을 떠났다"고 밝혔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1대 대선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5.20. 연합

 

그는 "이태원 참사는 살아남은 이들의 영혼과 가족들의 삶도 모두 파괴했다"며 "제 아이처럼 견디지 못해 생을 마감한 피해자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생존자 등 모두가 이 참사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아이가 괴로워한 것은 국가의 부재와 그에 편승해 참사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차가운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며 "'놀러갔다 죽은 것 아니냐' '자업자득이다' 등 참사 직후 쏟아진 2차 가해성 반응에 제 아이의 여린 마음은 더욱 깊이 찢어졌다"고 전했다. 송 씨는 이어 "진실이 외면당하는 매 순간이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죽음이자 형벌"이라며 "이제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즉각 규명하고, 모든 피해자를 온전히 품어 안는 사회, 생명과 안전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유가협은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특조위에 빠짐없이 제공하라"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보장하기 위해 특조위 인력 및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라" "온전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이 이뤄지도록 특별법을 개정하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포함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유가협은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는 자가 행정부의 수장이 되면 안 된다"며 "21대 대선 후보들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바라는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염원대로 그날의 진실을 밝혀서 다시는 참사가 재발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초석을 닦아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다시만들세계 2030위원회'와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가족들의 요구안을 받기 위해 유가협 기자회견 장소에 직접 찾아왔다. 이들은 요구안을 직접 받고 이정민 위원장과 악수를 했다. 요구안은 각 당의 정책위원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고발장 작성에 관여했기 때문에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가 된다"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김형두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탄핵소추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탄핵 재판 변론이 종결돼 선고만 앞두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0일 오후 3시 손 검사장의 탄핵사건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손 검사장은 지난 2020년 총선 때 수사정보를 수집해 최강욱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인사 고발을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사주’했다는 의혹으로 지난 2023년 12월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다. 이후 관련 형사사건 재판이 진행되면서 탄핵심판 절차가 중지됐다. 손 검사장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를 판결을 받았다. 이어 지난달 24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서 변론이 재개됐다. 손 검사장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청구인인 국회 쪽은 손 검사장의 고발사주 사건이 무죄로 확정됐더라도 손 검사장이 고발장 작성에 관여했기 때문에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쪽 대리인은 최종 의견진술에서 “‘같은 사건으로 무죄 판결을 받아도 징계 사유 인정에 영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 취지 따라서 탄핵소추사유는 형사 재판 무죄 판결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며 “1·2심 법원이 공통적으로 증거들을 종합해 판단한 사실관계는 피청구인이 1·2차 고발장, 그 내용의 바탕이 된 1·2차 메시지의 대상정보 수집 작성에 관여했다는 점이다. 그런 행위 자체는 피청구인은 공직자로서 국민 전체 봉사자의 지위에서 벗어나 검찰 또는 윤석열, 그의 가족, 한동훈 등 일부 또는 특정 공무원에 대한 공격을 방어한 것으로 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반면 손 검사장 쪽은 “법원의 확정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탄핵소추 사유는 법원의 확정판결에 반하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청구를 기각함으로써 국회가 정치적 목적으로 탄핵소추를 남발하는 데 대해 경종을 울려주시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기로 했다. 손 검사장 탄핵 사건은 헌법재판소법상 심판 기간(180일)을 훌쩍 넘겼기 때문에 헌재는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인용 정족수는 재판관 6명 이상이다. 헌재는 현재 2명의 재판관이 공석인 7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5대2 등으로 의견이 엇갈리면, 공석이 채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최종 결론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 오연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