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 대정부 요구안 관철을 위한 투쟁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소속 의대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를 하고 있다. 연합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 대정부 요구안 관철을 위한 투쟁을 내년에도 이어가기로 했다.

조주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의장은 15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에서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 후 언론 브리핑을 열어 “정부의 비과학적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의 독단적 추진을 의료 개악으로 규정한다”며 “이를 저지하고자 의대협의 8대 대정부 요구안 관철을 위한 투쟁을 2025학년도에 진행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총회에서 해당 안건은 찬성 267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포함한 기존의 대정부 요구안을 관철할 때까지 집단 행동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또 향후 투쟁 종결 여부도 총 회원 의사가 반영되는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조 의장은 “2020년 의정갈등 당시 대한의사협회가 전공의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의정 합의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발표했다.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선례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기존의 휴학과 같은 투쟁 방식을 유지할지는 오는 16일 의대협 대의원들이 모이는 전체학생대표자총회 정기총회에서 결정한다. 조 의장은 내년도 입학하는 신입생의 투쟁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선택은 자율에 맡긴다”며 “다만 의학 교육 현장 붕괴로 교육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이를 고려해 선택하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 수차례 의대협 요구안은 논의 불가능하다고 하는 등 이미 결론을 정해놨기 때문에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다”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올바른 거버넌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대학들이 의대생들의 휴학을 자율적으로 승인하도록 하며 내년 3월 복학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날 의대협의 결정으로 의대생들의 내년 3월 복학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게 됐다.           <  한겨레 이우연 기자  >

총 129개 부대 배치 중  88%에 이르는 113개 부대가 완진복

 

 
 
지난 9일 민주노총 등이 참여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진행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총궐기)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합류하려고 하자 경찰이 막는 모습.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총궐기’(총궐기)에 배치된 경찰의 88%가 ‘완전진압복’을 착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집회 대응에 나선 경찰 부대의 완전진압복 착용 비율은 7% 수준이어서, 경찰이 총궐기 진압을 위해 과잉대응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양부남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9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총궐기에 경찰은 총 129개 부대를 배치했는데, 이 가운데 88%에 이르는 113개 부대가 신체보호복을 착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보호복은 경찰이 시위를 진압할 때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장착하는 헬멧과 상·하의 방검복 등을 일컫는데, ‘완전진압복’(완진)이라고도 불린다. 이날 총궐기에 배치된 완전진압 경찰은 올해 들어 최대 규모였다.

집회 대응에 나서는 경찰이 완전진압복을 착용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올해 집회 대응을 위해 동원된 경력인 1만3603개 부대 가운데 완전진압복을 착용했던 부대는 914개로 6.7%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난 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장외 투쟁 집회에서도 총 46개 부대가 배치됐지만, 완전진압복을 착용한 부대는 없었다. 민주노총과 같은 날 한국노총이 서울 여의대로에서 연 대규모 집회에도 완전진압복을 입은 경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9일 총궐기에서는 경찰과 집회 참가자 사이의 충돌이 빚어지며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지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불법집회로 변질돼 공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양부남 의원은 “민주노총 등의 퇴진 집회에는 113개 부대가 사전에 무장하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올해 가장 많은 부대가 완전 무장한 채 투입된 이날 집회는 과잉진압을 하기 위해 사전부터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장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법 판례 역행한 채…경찰, 윤 퇴진 집회 ‘과잉진압’

신고 범위 넘으면 무조건 ‘불법’이라는 경찰 논리
대법, 20년 전 “직접적 위험 있어야만 제한 조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속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앞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1차 총궐기)를 열어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총궐기’(총궐기)에서 경찰이 과잉 진압에 나섰다는 지적이 거세지만 경찰은 ‘불법집회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경찰이 진압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논리도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용이어서, 경찰이 탈법적으로 시위 진압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은 12일 총궐기 당시 경찰과 충돌해 공무집행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청구된 민주노총 조합원 4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신고 범위 벗어났으니 무조건 ‘불법 집회’?

경찰은 총궐기 주최 쪽이 애초 허가받은 집회장소를 넘어 세종대로 전차로를 ‘점거’하면서 “불법집회로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조대원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은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애초 세종대로 7개 차로를 쓰겠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5개만 쓰도록 제한 통고를 했다”며 “당일에 인원이 넘쳐 위험하다고 경찰에 협조도 요청하고 (차로를 더 쓰겠다고) 추가 신고도 했지만, 경찰이 행진 자체를 막아 병목현상이 생기는 바람에 신고범위 일탈이 벌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최초 집회 신고범위를 일방적으로 제한한 경찰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며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건 경찰의 의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는 “대규모 집회에서는 주최자가 아무리 준비를 해도 신고범위 일탈은 있을 수밖에 없고, 질서 유지를 제대로 못한 건 경찰”이라며 “애초 7개 차로가 필요하다고 했던 주최자에게 일탈의 고의가 보이지도 않고, 여러 사람이 모인 집회에서 (경찰관과의 충돌 등) 일부 참가자의 행위로 전체를 불법이라 볼 수도 없다”고 했다.

판례로 봐도, 사전 신고 범위를 벗어난 순간 ‘불법집회’가 된다는 경찰의 단순 논리는 대법원에서 깨진 지 20년이 넘었다. 법원은 집회가 신고범위를 일탈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해산명령을 내릴 수 없고, 집회로 인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만 해산명령이 가능하다고 본다. 앞서 경찰은 1996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죄수복과 포승 차림으로 행진을 하자 ‘신고내용에 없는 행위’라며 저지했다. 민가협이 이에 반발하며 경찰을 상대로 낸 국가배상소송에서 대법원은 2021년 “신고사항 미비나 신고범위 일탈만으로 곧바로 집회 자체를 해산·저지해선 안 된다”며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만 제한조치를 최소한도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법리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절차만 지키면 해산명령 가능?

경찰은 법이 정한 해산명령 절차를 모두 지켰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지난 1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은 (총궐기 진압 과정에서) 집회시위법의 절차를 다 준수했다. 주최측에 시정조치 요구, 종결선언 요청, 해산명령 3회를 했으나 참가자들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계적 요건을 갖췄으니 적법한 진압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절차와 방식은 물론이고 ‘정당한 해산이유’까지도 엄격히 따져 해산명령의 정당성을 해석하고 있다. 해산명령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공권력 행사”라는 이유다.

나아가 법원은 ‘정당한 해산명령’이 아니면 응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2010년 평화적인 옥외집회를 연 노동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경찰이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해산명령을 내린 사건에서 대법원은 경찰 해산명령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미신고라는 사유만으로 집회·시위를 해산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사실상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라며 반올림 쪽의 해산명령 불응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집회·시위의 자유와 교통소통의 공익

지난 11일 조 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회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께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집회로 인한 시민 불편을 민주국가가 부담해야 할 ‘당연한 비용’이라고 보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시각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2009년 대법원은 건설노조의 삼보일배 행진을 정당행위로 판단하면서 “집회는 다수인이 공동 목적으로 모여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등을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며 “어느 정도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득이해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통소통의 공익이 집회의 자유보다 언제나 더 크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행정법원 판례도 있다. 경찰은 2016년 11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대규모 도심 집회를 ‘교통소통’ 이유로 금지했는데, 이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에서 서울행정법원은 “다소간 불편이 발생할 수 있으나 수인 범위 내의 불편”이라며 “주최측 및 언론의 충분한 집회예고 등으로 도로 이용 인원 많을 것 같지도 않으며 우회로가 전혀 없지도 않다”고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판례들을 종합해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는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을 내놓았고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이 나서서 이를 모두 수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경찰은 판례를 무시하면서까지 과잉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조 청장은 지난 11일 ‘경찰의 진압이 집회의 자유 판례를 거스르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영미법 판례와 달리 우리나라 판례는 개별 사안에 대한 판결”일 뿐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륙법이나 영미법이나 판례는 똑같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판례 데이터베이스가 점차 쌓이고 판례의 중요성도 더 부각되고 있어서 사실상 ‘판례법 국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조 청장의 주장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2022년 지방선거 때부터 김태우 공천에 개입


국힘 지도부에 “경쟁력 있어 구청장 될 것” 전화
김태우, ‘특감반 사태’로 1심 유죄 받았던 상황

그럼에도 공천 강행…유죄 확정으로 직위 상실
보궐선거 목전 대통령 사면, 사실상 공천 압박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운데)와 김기현 당 대표(왼쪽), 윤재옥 원내대표가 선거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 앞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2023.10.10. 연합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본인의 귀책사유로 지난해 10월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재출마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설이 파다했다. 그런데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최초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했을 때부터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를 뒤흔들었던 2018년말 ‘특감반 사태’의 장본인이자 조국 전 장관의 소위 ‘감찰무마’ 혐의의 시발점이 된 인물이다.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 투신한 후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공천을 받고 당선된 바 있다. 당시 이 김태우 공천에 윤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태우 공천’ 개입

이번 ‘김태우 공천 개입’ 건이 터져나오게 된 것은 당초 명태균의 변호인인 김소연 변호사가 본연의 임무와 직접 관련도 없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집중 공격하면서부터다. 이준석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정국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공천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을 수밖에 없는 당사자다.

이 의원이 국힘 대표였던 시절 욕설을 했다가 징계를 받는 등 이 의원과 극히 불편한 관계였던 김 변호사는 명 씨의 변호인을 맡은 후로 ‘이준석이 악의 축’이라거나 이준석 때문에 윤 대통령이 문제의 육성 통화를 하게 됐다는 등으로 이 의원을 집중 공격했다.

 

이 의원은 명태균-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 매우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거리를 두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 의혹에서 이 의원 본인이 개입된 책임이 있는지의 여부를 떠나서도 야당 의원으로서 현 정권과 여당의 비리에 주요 인물로 회자되는 것이 결코 반가울 리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지속적으로 공격해오자 이 의원은 14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조심스럽게 윤 대통령의 다른 공천개입 의혹들 중 일부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이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윤석열 당선인이 자신에게 의사를 전달한 사례들로 “특정 시장 공천”과 “서울의 어떤 구청장 공천”을 거론했다.

14일 JTBC와 노컷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이 윤 당선인의 공천 개입 사례로 언급한 “서울의 어떤 구청장 공천”은 강서구청장 예비후보 김태우였다.

‘당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A씨는 전국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있던 2022년 4월 말 윤 당선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직접 지도부에 연락해 “김태우 후보를 뛸 수 있게 하면 경쟁력이 있어서 구청장이 될 것” “이미 박성중 의원한테 김태우를 살펴보라고 말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박성중 전 의원은 당시 국힘 서울시당 위원장으로서 후보를 정하는 공관위원을 임명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A씨는 이런 윤 당선인의 발언을 “김태우를 경선 대신 단수공천으로 해주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분명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의혹과 마찬가지로 공천 개입임에 분명한데도, 이준석 의원은 공항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게 죄가 될 만한 것인지, 문제가 될 만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당대표랑 대선 후보 또는 당선인이랑 공천 상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범죄 의혹 논란에서 본인의 발은 빼는 모습을 보였다. 진흙탕 싸움에 발을 담그지 않으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혹시라도 검찰에서 확인할 부분이 있어서 조사를 하겠다면 당연히 가서 이미 나와있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것들을 얘기해 줄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당 대표 이준석의 입이 열리기 시작한 만큼 이 공천개입 사태가 어디까지 커질지는 일단 검찰에 달린 셈인데, 물론 명태균의 휴대폰 은닉에 놀아나고 명태균 압수수색에서 김건희의 ‘금일봉’도 모른 체 했던 검찰에게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특검 수사 혹은 적어도 공수처 수사가 이루어져야 전체 범죄 의혹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우, ‘특감반 사태’로 유죄 판결

한편, 당초 문재인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일개 반원에 불과했던 김태우는, 본 직위는 검찰 수사관으로서 특감반에 파견되어 있었다. 2018년 11월 개인 비리들이 적발돼 검찰로 복귀처분 후 감찰을 받게 되자 그는 감찰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특감반이 다루던 여러 사안들을 최종 확인 여부와 무관하게 무차별로 폭로하면서 본인에 대한 감찰을 무마하려 시도했다.

검찰의 감찰 결과 김태우에게서 특감반원의 지위를 악용한 여러 개인 비리들이 확인됐는데, 그럼에도 검찰은 개인 비리들은 대부분 덮고 그중 특감반 폭로 행위 자체인 ‘비밀엄수의무 위반’만을 문제 삼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했다. 김태우는 2019년 2월에 기소됐다.

 

 

이후 재판 진행 중에 검찰을 떠난 김태우는 2020년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사임한 후 대선 출마 선언을 하자 윤석열캠프에 투신했으며, 윤 후보가 당선되자 대통령직 인수위에도 참여했다.

김태우가 윤석열캠프와 인수위에 연달아 참여하고 당내 인맥이나 기반이 없음에도 두 차례나 거듭 강서구청장 공천을 받았던 데에는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이 바탕이었다는 관측이 파다했다. 김태우와 윤 대통령의 인연은 사실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옛 대검 중수부에 함께 근무했을 뿐만 아니라, 김태우가 “상의할 일이 있을 때 윤 지검장을 찾아가곤 했다”고 한다.

특감반 사태로 김태우가 감찰과 수사를 받던 당시에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는데, 김태우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되자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나서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수원지검으로 이첩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윤 지검장과의 친분 때문에 제대로 수사 및 기소가 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검찰 내 하급직 출신인 김태우를 윤석열 후보가 캠프와 인수위에 받아들인 것은, 그것도 이미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던 자를 받아들인 것 역시 이런 오랜 친분의 영향이 가장 컸을 거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물론 ‘특감반 사태’를 홀로 일으키고 ‘조국 사태’에서 기소할 꺼리를 만들어냄으로써 윤 대통령이 유력 야권 주자로 부상할 기회를 연거푸 만들어줬다는 공을 세운 데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었을 것이라 볼 수도 있다.

‘1심 유죄’에도 공천 강행, 유죄 확정으로 직위 상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로 공천된 시점에, 김태우는 이미 1년 전인 2021년 1월에 1심 유죄 판결(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 벌금형도 아닌 징역형 유죄를 받았고 그 유죄 판결의 혐의도 공직자로서는 죄질이 매우 불량한 ‘공무상비밀누설’이라는 범죄였음에도 국민의힘은 구청장 공천을 해준 것이다.

 

이로 인해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반발이 컸다. 1심 무죄라면 몰라도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이상, 공천 후 설령 강서구청장에 당선되더라도 최종 당선무효가 될 가능성이 더 컸기 때문이다. 당시 이 지역에는 김태우 외에도 3명의 예비후보들이 난립하고 있었는데, 낙하산 단수공천설이 파다하게 퍼지자 이들은 단식농성과 삭발투쟁 등을 벌이며 격렬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김태우는 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청년후보 김승현을 상대로 2.61%라는 박빙의 차이로 강서구청장에 당선됐지만, 불과 두 달만인 2022년 8월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는 유죄 판결이 다시 내려졌고, 이어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이 형이 그대로 확정됨으로써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당초 김태우 낙하산 공천에 반발했던 당내 우려가 그대로 현실화 된 것이다.

김태우는 재판 과정과 이후로도 자신이 ‘공익신고자’라면서 줄곧 혐의를 부인했지만, 공익신고자 지위 부여는 당초 권익위의 하자 판단이었던 것으로, 그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 달린 것이다. 공익신고로 인정될 경우 혐의가 부인될 수 있는데, 법원은 1심 판결부터 김태우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부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규정된 공익신고자 인정의 예외 규정 때문으로, 해당 법률 제2조에서는 “거짓임을 알고도 신고한 경우”와 “부정한 목적으로 신고한 경우”에 대해서는 공익신고자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부터 “폭로 동기나 목적에 대한 의문”이라 적시하면서 김태우가 특감반 사태를 벌인 동기가 사실상 ‘부정한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1심에서부터 김태우는 공익신고자가 아니라고 판단된 것이다.

보궐선거 목전 대통령 사면, 사실상 공천 압박

그런데, 이 확정판결과 직위 상실 이후 불과 3개월만인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특사에 김태우를 포함시켰다. 확정판결 후 3개월만이라는 짧은 기간도 이례적이지만, 그 실질적 내용이 더욱 논란거리였다. 김태우가 받은 형은 징역 1년이지만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실제 형을 살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사면을 강행한 것은, 사면보다 ‘복권’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복권은 법원 판결로 상실된 법률적 권한을 회복시켜주는 것인데, 그 핵심이 바로 피선거권이다. 즉 윤석열 대통령이 김태우를 사면한 사실상 유일한 이유는 선거에 다시 출마할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 당시 다가오는 선거는 2023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였는데, 이 보궐선거의 유일한 선거구가 바로 김태우 자신의 유죄확정으로 궐위된 강서구청장이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뻔하게 김태우 유죄 확정으로 상실한 강서구청장 선거에 김태우가 다시 출마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런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의도는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국민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 그대로 믿기는 어려울 지경이었는데, 김태우 본인은 사면복권이 발표된 당일 즉시 “강서구로 다시 돌아가겠다”라며 10월 보궐선거에 출마할 의지를 내비쳤고, 며칠 후 실제 예비후보로 등록을 감행했다.

국힘은 ‘전략공천 시 무소속 출마’를 공언한 예비후보들의 극렬 반발 때문에 경선을 실시하긴 했지만, 이미 현직 대통령 윤석열의 의중이 실린 것이 너무도 뻔했다. 거기에 판사 출신인 당 대표 김기현까지 가세해 김태우의 유죄 판결을 부인하고 사실상 김태우의 캐치프레이즈인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를 내세우는 등 대대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윤 대통령이 밀어주는 김태우가 공천 확정되는 것은 이미 8월 사면 시점부터 기정사실이었던 것이다.

‘1심 유죄’ 김태우를 한번 뽑아줬던 강서구민들은 ‘유죄 확정으로 직 상실 후 재출마’라는 사상 초유의 뻔뻔스러운 출마 행태를 보고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는 않았다. 1년 전 김태우가 박빙 승리했던 이곳에서 이번에는 17%라는 큰 격차로 김태우를 낙선시킨 것이다.

이번에 제기된 2022년 지방선거 공천 개입 의혹과 별개로, 이어진 2023년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재공천은 앞서 8월 사면에서부터 윤 대통령이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명백해 보인다. 법적인 판단 여부는 애매할지 몰라도 정치적 의미로는 현직 대통령의 여당 공천 개입이 확실했던 것이다.       < 민들레 박지훈 기자 >

 

이준석 “대통령 당선인이 역정, 이례적”…강서 · 포항 공천개입 정황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1 지방선거 서울 강서구청장과 경북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한 의혹을 제기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특정 시장·구청장 후보 공천을 달라고 했다”고 한 데 이어 더 구체적인 폭로에 나선 것이다. 명태균씨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최근 이 의원을 향하는 기류가 보이자 ‘경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들 지역의 후보 공천이 결정되기 전 윤 대통령이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강서와 포항을 언급했다”며 “원칙이나 철학이 아니라 사람별로 구체적으로 개입하더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시 강서구 당협위원장 세명이 모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공천에 반대하고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그 사람들이 맨날 안 되고 하는 사람들이다. 저거 지면 민주당 돕는 일 아니냐’며 ‘그 사람들 이상하니 민주당 좋은 일 하면 안 된다’고 김태우를 (공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2022년 3월29일 공무상 비밀누설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공천을 받아 당선이 되더라도 중간에 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 반대가 많았지만, 윤 대통령은 2021년 8월 자신의 대선 캠프에 합류한 김 전 구청장의 공천을 요구했다는 게 이 대표 얘기다. 김 전 구청장은 결국 공천을 받아 당선됐지만, 1년 뒤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석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김 전 구청장을 사면·복권했고,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그를 또다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웠다가 참패했다. 이는 김기현 당시 대표의 사퇴 등 여권의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이 의원은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은 ‘당협위원장들 말을 듣지 말라’고 한 윤 대통령이, 포항시장 공천에선 “원래 공천은 당협위원장 의견을 들어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도당위원장이 하라는 대로 해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북도당위원장이었던 김정재 의원이 현역인 이강덕 포항시장 공천에 반대하며 윤 대통령에게 호소했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자신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대통령 당선인이 (대표인) 저한테 역정 내면서 얘기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라며 “의견과 개입은 임계점의 차이인데,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는 (대화) 구조에서 (압박이) 세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나 친윤석열계의 주장처럼 ‘통상적인 의견 개진’이 아니라 명백한 공천 개입이라는 반박이다. 서울시당에서 공천을 진행한 강서구청장과 달리, 중앙당에서 관할한 포항시장 후보 공천은 결국 이강덕 시장이 받았다.

윤 대통령의 통화 육성이 공개된 김영선 전 의원, 전날 이 의원이 거론한 안철수 의원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 제기된 건 최소 4명이다. 그런데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규모를) 숫자로 쓸 이유는 없을 것 같다”며 이런 사례가 더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오빠’가 사고 친 게 한두개냐”고도 했다. 검찰이 명태균씨와 가까운 사이인 이 의원을 본격적으로 겨냥해 수사할 경우 추가 폭로에도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에선 비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이대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섭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막을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털고 가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  한겨레 서영지  신민정 기자  >

 

 

명태균 게이트는 공천 개입 '김건희 수사'가 핵심


검찰 믿을 수 있나…'꼬리 자르기' 땐 특검이 답
명태균·김영선 혐의 부인…"정치자금법 위반 아냐"

구속 전 명태균 "위에서 입 틀어막고 들어가라고"
민주당 "게이트 몸통인 윤석열 부부를 수사해야"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1.14. 연합
 

명태균-김영선 전격 구속

윤석열 부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이 전격 구속된 가운데, 이들의 구속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정치자금 문제로 꼬리 자르려는 의도라는 해석과 함께, 용산으로 향하는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수순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핵심 인물들은 구속했지만 정작 사건의 몸통인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특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창원지법 정지은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명 씨와 김 전 의원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15일 오전 1시 15분쯤에 '증거 인멸의 우려'를 이유로 명 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22년 6·1 지방선거 공천을 기대하고 명 씨에게 돈을 건넨 경북 고령군수 배 모 씨와 대구시의 원 예비후보 이 모 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정 판사는 배 씨와 이 씨에 대해서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이 있고, 피의자들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 전 의원을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를 통해 7600여만 원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내부신고자이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지난달 21일부터 명 씨가 사흘가량 차명 선불폰을 사용했다며 증거 인멸 우려를 제기했다. 아울러 명씨가 처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버리도록 해 구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또 배 씨와 이 씨가가 명씨에게 공천을 부탁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점도 지적했다.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오른쪽) 씨가 지난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1.14. 연합
 

명 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민망한데 무슨"이라고 말만 남긴 채 황급히 청사 안으로 들어갔고 이후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명 씨 변호인은 의견서에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창원 의창) 당시 김 전 의원이 사후 정산 목적으로 선거 비용을 차입하려 했고 회계책임자만이 수입과 지출을 할 수 있어 담당자인 강혜경 씨가 명 씨로부터 6000만 원을 빌렸다"며 "명 씨는 이 돈을 지난 1월 강 씨로부터 변제받았을 뿐 검찰의 범죄 사실과 같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 세비 절반을 명 씨가 받은 경위에 대해서는 "김 전 의원은 선거보전비용이 입금되면 빌린 돈을 정산하려 했고, 세비 반이라도 떼어서 우선 급한 대로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명 씨에게는 피 같은 돈이었기에 자신부터 우선 달라는 취지로 강 씨에게 말을 전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영장실질심사 당일 취재진과 만나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살인자가 내 칼을 썼다고 그게 제가 찌른 것이 되냐"며 "이 사건은 수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언론인이 검찰을 뒤흔드니 정치적인 구속영장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세비가 명 씨에게 들어갔지만 자신이 직접 준 돈이 아니며 구속이 된 것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일단 구속은 했지만…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도 공천 개입 의혹, 창원국가산단 선정 개입 의혹, 미공표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이 수사 대상으로 오르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친윤계의 대표적 인사인 정유미 검사가 창원지검 지검장인 만큼 검찰의 수사 방향을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향하지 못하도록 직접 컨트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 지검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수사 지연과 관련, "입이 단내나도록 수사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수사 인력 등을 고려했을 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서울중앙지검은 15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지난달 23일과 31일 윤 대통령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지난 13일 모두 창원지검으로 보냈다. 명 씨 등에 대한 수사가 창원지검에서 이뤄지는 만큼 한 곳으로 사건을 모은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수사도 벅찬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지난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 검찰 차에 앉아 있다. 2024.11.14. 연합
 

시한폭탄 같은 명태균

사건 초기부터 구속 요구가 있었음에도 전혀 구속하지 않았던 명 씨가 전격 구속되면서 향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지난 14일 <KBS>에 따르면 명 씨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다음 날인 지난 12일 김건희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명 씨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명 씨는 최근까지도 김건희 씨에게 답답함을 토로하며 메세지를 보냈지만, 김건희 씨는 메시지를 읽기만하고 답하지 않았다. 이에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토사구팽'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법의 영장 발부가 최근 까다로워 지면서 상대적으로 발부가 수월한 창원지법에서 영장을 쳤다"는 말까지 들려온다. 상대적으로 구속 영장 발부가 수월한 창원지법을 통해 구속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계획적으로 이뤄진 구속이란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선은 명 씨의 입에 머문다.

명 씨는 최근 '한 달이면 탄핵·하야도 가능하다' '윤 대통령과 나눈 중요한 녹취가 2개 있다'고 용산을 향해 협박하다가, 갑자기 '대통령 녹취록은 없다' '핸드폰을 다 버리겠다'고 태도를 바꾸기도 했다. 일련의 구속 과정을 봤을 때, 명 씨의 갈피를 잡기 힘든 시한폭탄 같은 언행이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는 구속되기 전 '용산'을 지목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명 씨는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방송 나와서 저리 뻔뻔하게 얘기하는데 뭐라고 해"라며 "안 믿어주는데 그러니까 저 위에서는 지금 입 좀 틀어막고 들어가라는 얘기야. 그냥 확 다 불어버릴까 진짜"라고 말했다. 

실제 명 씨는 "변호사가 나를 살려주겠냐, 누가 살려주겠냐"며 "내 변호사는 휴대폰"이라고 하기도 했다. 명 씨는 자신의 상황이 불리해져 구속되면 가지고 있는 녹취와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한 적도 있어서 수사 과정에서 폭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명 씨의 휴대폰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과 모종의 거래를 할 가능성도 있다.

사건의 핵심은 '김건희'

다만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구속되면서 수사가 마치 새로운 국면을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명 씨와 김 전 의원 구속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로 향하는 시선을 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건의 핵심은 결국 윤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공천 개입이다. 핵심 열쇠인 김건희 씨 수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현직인 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자연인인 김건희 씨는 얼마든지 수사가 가능하다. 이에 강압 수사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검찰이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특검'으로 사건 정황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거세지는 상황이다.

 

주가조작 연루 사실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판결문에 기록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2024.11.15. 민들레 DB
 

아울러 명 씨의 녹취록에서 공천개입 의혹이 제기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모두 수사 대상이다. 특히 명 씨가 구속된 가운데, '제2의 명태균'으로 지목되며 이준석 의원의 입에 관심이 쏠린다. 이 의원은 이날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포항시장 후보 공천과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 등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부부가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당선인이 저에게 역정을 내면서 (공천을) 얘기하는 건 이례적이었다"며 "추가적으로 들어보니, 특정 인사가 김 여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포항 바닥에서 본인이 공천을 받을 거라고 하고 다닌다는 정보가 들어왔다"고 했다.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에게) '당협위원장 세명이 다 (김태우 전 구청장 공천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며 "그러자 윤 대통령이 '이러면 더불어민주당 돕는 일 아닙니까'라며 그 사람들 안 된단 식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부부 수사 없으면 속 빈 강정

윤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및 국정개입 정황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면서 야권에서는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1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 부부 수사 없는 명태균 게이트 수사는 속 빈 강정"이라며 "이준석 의원의 증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특정 시장 공천을 주문하고, 구청장 공천을 바꾸라는 요구까지 했다. 노골적인 공천 개입"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명 씨가 아무런 뒷배 없이 공천에 개입하며 떵떵거릴 수 없다"며 "명 씨에게 금일봉을 주고 집까지 불러들인 윤 대통령 부부가 있어서 가능하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공천 개입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4.11.15. 연합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정황은 드러났다. 조 수석대변인은 "검찰은 명 씨와 김 전 의원 사이에 오간 돈을 공천 대가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공천에 대한 명 씨의 영향력을 인정한 것이다. 민간인 명 씨의 영향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규명돼야 한다. 명태균 게이트의 몸통인 윤 대통령 부부를 수사하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도 김건희 씨가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이 가결 처리됐다"며 "191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검찰이 '명태균 게이트'의 몸통인 김건희 씨를 수사하지 않으니, 특검을 임명해 제대로 수사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오늘 통과한 수정안은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해 김건희 씨 혐의를 명태균 게이트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줄였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먼저 제안한 방식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집단 퇴장한 것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해 25번째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하다"며 "혁신당과 민주당 등 범야권은 수정안이 통과되도록 똘똘 몽칠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김건희 공동 정권과 함께 탄핵당하지 않고 합리적 보수의 불씨라도 살려놓으려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명태균, 구속 12시간 만에 또 조사…검찰 “돈 관계 혐의 부인해”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명태균씨가 15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버스를 타고 창원지검에 도착했다. 창원지검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차고 문을 완전히 내린 뒤 명씨를 버스에서 내리게 했다. 최상원 기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5일 새벽 구속된 명태균씨가 이날 오후 검찰에 불려와 조사를 받았다.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명태균씨는 조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후 1시40분께 호송버스를 타고 창원지검에 출석했다. 이날 새벽 1시20분께 구속된 뒤 12시간여 만에 또 조사를 받는 것이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명씨가 돈 관계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혐의를 부인하기 때문에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명씨를 부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명씨 변호인은 “명씨는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기재돼 있는 돈을 한 푼도 받은 바가 없다. 특히 김영선 전 의원 관련해서는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기간에 대납했던 돈을 돌려받은 것이다.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2명에게서 받았다는 2억4천만원 부분은 1원 한푼 받은 바 없다”며 “검찰이 준비한 혐의 내용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여론조사 조작 관련해서는 명씨 입장을 별도로 정리해서 언론에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공직선거법 위반 및 수뢰후 부정처사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씨, 김 전 의원, 이준석·윤상현 의원 등 6명을 고발한 사건을 지난 14일 창원지검에서 조사하도록 보냈다. 앞서 사세행은 지난달 23일 명씨가 지난 대통령선거 기간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고, 윤 대통령 부부가 이를 묵인·방조했다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또 지난달 31일 여론조사를 제공한 대가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 공천을 따낸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이에 대해 창원지검 관계자는 “현재 창원지검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 내용들이기에 이송한 것 같다. 기존에 살펴보던 의혹들과 내용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으로 한정해서 수사하던 창원지검의 수사 범위는 대통령선거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 관련 정치인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 부부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명씨와 김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5일 새벽 구속돼 창원교도소에 수감됐다. 명씨는 지난 2022년 8월23일부터 2023년 11월24일까지 16차례에 걸쳐서 김 전 의원으로부터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 7620만원을 기부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22년 6월1일 실시된 지방선거의 후보자로 추천하는 것과 관련해 2021년 9월부터 2022년 2월 사이에 배씨와 이씨에게서 각 1억2천만원씩 모두 2억4천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