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인사들에게 타격을 주려는 정치적 목적의 수사

 

 

 

 
2022년 6월15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세계 1% 과학자’다. 최근 10년간 논문 인용 횟수가 전 세계 상위 1%에 해당한다. 노벨상 예측 후보 발표로 유명한 글로벌 학술정보기업 클래리베이트가 해마다 집계하는 통계다. 신소재 분야의 권위자인 그는 해외 학회와 강연, 세미나에 자주 초청된다. 지난 6일에도 유럽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재료 학회’(MATSUS) 초청으로 일주일 동안 출장을 다녀왔다. 올해에만 8번째 해외 출장이다.

‘세계 1% 과학자’가 출국허가신청서 내야 하는 까닭

그의 해외 출장은 다른 학자에겐 필요 없는 절차를 요구한다. 법원과 검찰의 출국 허가를 받는 일이다. 그는 현재 재판받는 피고인 신분이라서 출국금지 돼 있다. 해외 출장 때마다 ‘출국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뒤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의 첫 출국 허가는 검찰이 출국일이 임박해서 내주는 바람에 출장 직전까지 애를 태워야 했다. 담당 검사는 별다른 이유 없이 차일피일 허가를 미뤘다.

백운규는 1심 재판만 4년째 받고 있다. 재판을 받는 데에는 시간과 돈과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기소되면 인생이 결딴난다”라는 말에 역설적으로 100% 공감하게 됐다. 윤 대통령의 경고(!)대로 피고인이 되면 일상이 파괴되고 인간관계가 단절될 위기를 맞는다. 그도 처음에는 인생이 결딴날 것만 같았다. 수사가 시작되자 그에 대해 온갖 악의적인 기사가 쏟아졌다. 보수언론은 그를 영혼 없는 ‘어용학자’로 몰아갔다. “그동안 쌓아온 학자로서의 명예가 송두리째 날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기소 후에는 기자들이 그가 몸담은 학교 쪽에 징계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왔다. 마치 해고가 당연하다는 뉘앙스였다. 다행히 학교 재단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그의 교수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백운규는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과 함께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로 2021년 6월30일 기소됐다. 재판이 한참 진행된 2023년 7월에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소됐다. 문재인 정권의 실세였던 김수현이 무려 2년 뒤에 기소된 건 이 수사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가급적 더 많은 전 정권 인사들에게 타격을 주려는 정치적 목적의 수사였다.

삼중수소 다량 배출 노후 원전을 ‘멀쩡한 원전’ 전제한 수사

검찰은 설계수명(30년)이 2012년에 끝나 가동이 중단됐다가 2015년 수명연장으로 재가동된 월성1호기를 ‘멀쩡한 원전’으로 전제하고 수사를 했다. 월성1호기의 경제성이 충분한데도 이를 불합리하게 저평가해 조기 폐쇄했다는 논리였다. 안전성은 제쳐두고 손실이 얼마인지만 따졌다. 하지만 안전성을 평가하면 월성1호기를 멀쩡한 원전으로 보는 건 어불성설이다.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 원전은 2000년대 들어 노후화로 인해 잦은 고장을 일으켰다. 설계수명을 연장한 뒤에도 고장은 계속됐다. 재가동 1년 만인 2016년 5월 압력조절밸브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고, 2017년 5월에도 원자로냉각재펌프 2대가 고장나 정지됐다.

더욱 심각한 건 방사성 물질 노출 위험이다. 월성 1~4호기는 중수로형 핵발전소다. 경수로형보다 삼중수소를 10배나 더 많이 배출한다. 삼중수소는 사람 몸속에 흡수되면 세포 돌연변이 발생률을 높여서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 몸속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경주시 월성원전 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가 2014년 2월부터 15개월 동안 이 원전 인근 주민 246명, 경주시 주민 125명, 울진핵발전소 인근 주민 124명을 대상으로 체내 삼중수소를 조사한 결과 원전 주변의 주민이 경주 시내 주민보다 검출 평균치가 2.6배 이상 높았다. 앞서 다른 조사에서는 이 수치가 무려 25배나 차이가 났다(2011년). 월성원전 주변 지역 빗물과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다른 원전 지역보다 5~10배 높다는 조사(2010년)도 있다.

월성1호기가 고장으로 멈출 때마다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특히 2016년 9월12일 경주 일대에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5.8)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 주민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참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지진 발생 1시간 후 “원전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4시간 뒤 월성 1~4호기가 모두 멈춰 섰다. 한수원은 “정밀 안전 점검을 위해 정지시켰다”라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믿지 않았다. 지진 발생 이튿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해 지역을 방문한 뒤 주민들의 농성장을 찾았다. 주민들은 문재인에게 “대통령이 되거든 원전 문제를 꼭 해결해달라”고 했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가 문재인 정권의 공약이 된 배경이다.

법원 2017년 “월성1호기 수명연장 처분은 위법” 판결

 

2017년 2월7일 서울행정법원이 월성1호기 수명연장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후 소송에 참여한 시민들이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아이들이 장난을 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2017년 2월7일 서울행정법원은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월성1호기 수명연장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지역 주민 2000여명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상대로 낸 소송이었다. 재판부는 원안위의 수명연장 처분이 절차를 안 지켰을 뿐만 아니라 안전성 평가도 위법했다고 판결했다. 특히 안전성 평가의 위법성을 중요한 요인으로 봤다. 원자력안전법령에는 수명연장을 위한 안정성 평가 때 최신기술 기준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 월성 1~4호기를 한국에 수출한 캐나다는 원자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방사능이 유출되지 않도록 원자로 격납용기에 수문과 이중 밸브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규정(R-7)을 1991년 도입했다. 이 규정에 따라 1997년~1999년 건설된 월성 2, 3, 4호기에는 안전장치가 설치됐다. 그러나 이보다 10년 전에 건설된 월성1호기에는 이 장치를 설치할 수 없었다. 법령에 따르면 2015년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결정할 때 수문과 이중 밸브 등의 설치 여부를 따져야 했지만, 원안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원안위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20년 5월 각하 판결을 했다. 앞서 2019년 12월24일 월성1호기가 폐쇄됐기 때문에 더 이상 소송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월성1호기는 안전성 면에서 ‘불안한 원전’이었다.

‘탈원전’ 수사는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박근혜 정권 때인 2015년 영구 정지된 고리1호기도 당시 한수원은 경제성은 물론 안전성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들어 영구 정지를 결정했다. 고리1호기 폐쇄가 월성1호기와 다른 점은 보수정권이 원전 폐쇄를 주도했고, 여야 모두 반대하지 않았다는 사실뿐이다.

2017년 6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 “한수원은 손실, 국가는 이득” 이유로 배임 적용

검찰은 백운규와 함께 기소된 정재훈에게 한수원 사장으로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를 적용했다(백운규는 배임 교사 혐의가 나중에 추가됐다). 검찰은 공소장에 “백운규 등 산업부 관계자들의 지시에 따라…(중략) 월성1호기의 가동중단을 실행함으로써 회사에 1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고, 국가에 이 손해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했다”라고 썼다. 국가 사정기관이자 ‘공익의 대변자’를 자임하는 검찰이 한수원의 주주나 할 법한 주장을 한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백운규와 채희봉은 노후 원전을 계속 돌려 돈을 벌려는 공기업(한수원) 경영진에게 국가에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하도록 한 것이다. 검찰은 국민의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공기업의 탐욕을 막은 공직자를 처벌하려고 한다.

이처럼 모순투성이인 검찰 수사가 별다른 제약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나중에 무죄가 난 산업부 공무원들의 ‘감사 방해’ 프레임이 먹힌 탓이다. 월성1호기 폐쇄가 관련 자료를 폐기해야 할 만큼 불법이었다는 인식을 퍼뜨려 검찰 수사가 힘을 받을 수 있었다. 때마침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태까지 겹친 것도 윤석열 사단엔 호재였다. 윤 사단은 ‘현 정권이 범죄를 감추기 위해 검찰총장을 쫓아내려고 한다’고 여론전을 폈다. 여론도 호응했다. 징계 사태가 윤석열의 판정승으로 끝난 뒤 2021년 1월15일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38%)과 부정(53%)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윤석열은 여당의 정권 재창출을 막을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선 출마 선언 이튿날 ‘탈원전’ 기소

윤석열은 2021년 6월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검찰총장을 중도 사퇴한지 석 달여만이다. 그는 출마 연설에서 밑도 끝도 없이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한 탈원전으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주민을 공포에 떨게 한 노후 원전 폐쇄가 ‘세계 일류 기술’을 고사시킨다는 주장은 지나친 침소봉대였다. 검찰은 이튿날 백운규 등을 전격 기소했다. 윤석열의 출마 선언에 힘을 실어준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의 부패와 무능을 심판하겠다”는 출사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돈 지난 11일 그의 지지율은 17~20%대를 기록했다. 그가 심판하겠다던 문재인은 물론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에 견줘 가장 낮다. 검찰을 동원해 정권을 잡은 ‘검찰 정권’의 예고된 몰락인가.    <  한겨레 이춘재 기자 >

 

친한동훈계와 친윤계 당직자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설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연합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친윤석열계가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과 관련해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면충돌했다. 친윤계인 김민전 최고위원은 한 대표 면전에서 “8동훈”을 언급하며 ‘가족 연루설’에 대한 입장 표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한 대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말하라”고 반박하는 등 날 선 반응을 보였다. 15분가량 진행된 비공개회의에서도 당원게시판 의혹을 두고 친한동훈계와 친윤계 당직자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설전이 벌어졌고, 한 대표는 회의 직후 당원게시판 논란 자체를 조직적인 ‘당대표 흔들기’로 규정하며 강경하게 맞섰다. ‘8동훈’은 당원게시판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동훈’ 이름의 당원이 8명 있다고 친한계가 밝힌 뒤에 생겨난 말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한 대표와 가족들이 당원게시판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최고위원 등 당직자가 (게시판에 한동훈이란 이름으로 글을 쓰는) ‘8동훈’이 있다는 얘길 언론에서 하는데, 어떻게 8동훈이 있(다고 확인했)는지 궁금하다”며 “(게시판에 글을 쓴 당원) 자료를 일부 최고위원은 보는데 왜 저희는 못 보는지, 그걸 어떻게 확인했는지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당법상 익명 게시판에 글을 쓴 당원 신상은 확인할 수 없다고 버텨온 친한계가 ‘한동훈’이라는 이름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가 8명이란 사실은 어떻게 확인했는지 ‘논리적 빈틈’을 파고든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당에서 ‘한 대표 사퇴(요구)’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을 고발한다는 기사가 났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고발한다면, 저한테 무수하게 많이 사퇴하라는 문자가 와 있는데 같이 고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이 언급한 기사는 “한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거나 추가 의혹 폭로하겠다는 식의 글을 올린 사람을 고발하는 방안을 친한계가 검토하고 있다”고 전한 24일치 채널에이 보도다.

 한 대표는 발끈했다. 김 최고위원 말이 끝나자마자 마이크를 켜고선 “사실관계 좀 확인하고 말했으면 좋겠다. 그런 고발 준비하는 사람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이 “기사가 있다”고 하자, 한 대표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며 “참…”이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내 게시판 의혹을 두고 친한계와 친윤계 당직자들이 험한 말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벌였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후 기자들에게 “최고위원이 아닌 사람들끼리 언쟁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친한계 당직자가 비속어에 가까운 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 앞에서 긴 시간을 할애해 게시판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언급 자체를 피해온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는 “대통령을 비판한 글(을) 누가 썼는지 색출하라는 건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할 수 없는 발상이고, 그 자체로 황당한 소리다. 그 정도 글도 못 쓰나. (지금이) 왕조시대인가”라고 반문했다. 익명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이라는 게 권력을 쥔 사람에 대한 비판과 쓴소리가 넘치는 법이니, 도를 지나친 비방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누가 썼는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란 논리다.

 게시판 논란을 주도적으로 제기하는 당내 인사들의 정치적 배경도 거론했다. 한 대표는 “최근 (당원게시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보면 대개 ‘명태균 리스트’에 관련돼 있거나 김대남(전 대통령실 행정관) 건에 나왔던 사람이거나, (논란을 키워) 자기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또 “어떻게든 당대표인 저를 흔들어보겠다는 의도 아닌가. 그런 뻔한 의도에 말려들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원게시판 논란 자체가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조직적인 ‘한동훈 흔들기’라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나경원 의원, 김은혜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 등 최근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침묵을 비판한 이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김 최고위원이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당이 한동훈 대표 비판 글 작성자를 고발하려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저에게 ‘여성 속옷을 입었다’는 원색적 성희롱성 발언도 했다. 해당 행위이고 공개 모욕인데, 제가 법적 조치를 했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친윤계는 ‘의혹에 제대로 해명은 하지 않고 남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그동안 본인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면 직까지 걸면서 강하게 얘기하지 않았나. 남들에게 한 것처럼 자기한테도 (엄정하게 기준을 적용) 해보라”고 했다. 또 다른 영남권 재선 의원도 “그래서 (가족이) 글을 썼다는 거냐, 안 썼다는 거냐. 본인이 의혹을 더 크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서영지 신민정 기자 >

일 대표 이력논란·'강제성 누락' 추도사 등에 대응 자제 모습

한일관계 관리 위한 고육책인듯…전문가 "타협적 자세보단 단호한 입장 필요"

 

사도광산 내부로 들어가는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 =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열린 추도식을 마친 뒤 광산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2024.11.25

 

 

일본이 사도광산 추도식을 진정성 없게 치른 것을 넘어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불참했음에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지만 우리 외교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추도식 당일이던 24일 주한일본대사관, 25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의 입을 통해 사도광산 추도식에 한국이 불참한 데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의 불참이 '아쉽다'는 의미인지, '불만이다'는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후자에 가깝다는 것이 곧 확인된다.

하야시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한국 측이 자체 추도식을 연 것과 관련해 "한국 측이 (일본) 현지 관계자가 정중하게 준비해 개최한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열기로 한 경위에 비춰볼 때 행사 대응이나 그 내용에 대해 신중한 검토와 대응을 요구하는 취지로 한국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이 지난 7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에 약속한 노동자 추도식이 취지대로 치러지지 않아 한국이 불참했는데도 이처럼 적반하장으로 나올 뿐 반성하는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추도식장에 놓인 빈 좌석을 치워달라는 한국의 요청에도 불참을 부각하려는 듯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은 대외적으로 대응을 극히 자제하는 모습이다.

대일 저자세로도 읽힐 수 있는 외교부의 이런 신중한 대응은 사도광산 추도식을 둘러싼 한일 간 이견 전반에서 나타났다.

일측 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의 극우 성향 등이 불거졌을 때도, 일본 추도사에 강제성이 결여됐을 때도 외교부는 한 번도 직접적으로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추도식 불참을 결정했을 때도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추도식 관련 제반 사정을 고려했다"고만 밝혔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당초 추도식 참석자로 발표된 직후 참의원 취임 후인 2022년 8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보도했던 교도통신은 이날 오보라며 정정보도를 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추도식 불참 결정은 제반 사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를 떠나 강제징용과 위안부 등 한일이 대립하는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한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인물이고, 한국 입장이 관철되지 않은 추도사 등 전반적인 협의 과정에서 일본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판단에서 기인했다는 취지다.

외교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에 대해 추도식 관련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는 추도식 논란이 한일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쪽' 사도광산 추도식 개최= 24일 오후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모식'에서 한국 정부 대표자와 관계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2024.11.24 

 

정부는 전날 사도광산 추도식을 별도로 여는 데 대해 "과거사에 대해 일측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면서도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냈다.

역사문제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일본의 잘못에 대한 지적은 없었고 한일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만 재확인한 것이다.

작년 3월 강제징용 해법을 제시하며 어렵게 물꼬를 튼 한일관계가 북핵 위협과 내년 미 행정부 교체를 앞두고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고육책이겠지만, 건강한 한일관계를 위해선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역사인식과 관련해 일본에 타협적 자세보단 단호한 입장 표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앞으로 역사문제 관련해서 한국이 양보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라는 걸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고베 총영사를 지낸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도 "대일외교는 과거사나 영토 쟁점 등을 무시할 수 없다"며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합 김지연 기자 >

 

사도광산 추도식 2주 전 부랴부랴 피해자에 연락한 윤정부

‘우선순위’ 피해자에 정보 알릴 의지 의문
등기우편 일방적 발송…확인 못 한 유족도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열린 추도식을 마친 뒤 광산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정부가 사도광산 추도식이 개최되기 2주 전에야 행사 참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피해자와 접촉한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추도식 날짜 등 일본 쪽 요구는 대폭 수용하는 협상을 하면서, 정작 피해자는 들러리 세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4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도광산 관련 공문들을 보면,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행정안전부에 사도광산 피해자와 유족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 행안부는 내부 검토를 거쳐 지난 7일 피해자 정보를 외교부에 제공해도 되는지 묻기 위한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3자 제공 동의서’를 152명의 사도광산 피해자 및 유족에게 발송했다. 결과적으로 사도광산 피해자 및 유족들 전체 명단을 파악하는 작업이 추도식(11월24일)을 17일 앞둔 시점에 이뤄진 것이다.

행안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의 개인정보를 종합해 관리하는 정부부처다. 외교부가 사도광산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추도식 참석 관련 정보를 제공할 의지가 있었다면 행안부와 적극적으로 접촉해야 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피해자 및 유족 정보를 달라고 행안부에 요청한 뒤 “(명단과 연락처 등의 정보를 주려면) 피해자와 유족들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가 필요하다”는 행안부 답변을 8월6일에 듣고도 지난달 28일 재차 공문을 보내기 전까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일본과 협상에서 사도광산 추도식 날짜가 11월24일로 정해졌다. 외교부가 공문을 보낸 시기(10월28일)는 교도통신에서 추도식 날짜가 11월24일로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기(10월29일) 불과 하루 전이다. 추도식 일정이 확정되자 외교부가 급히 행안부에 피해자 및 유족 정보를 요청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유족들의 추도식 참여 의사를 타진하는 작업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했지만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정부가 유족들을 접촉하는 방식도 형식적이었다. 행안부는 피해자들에게 개인정보를 외교부에 제공해도 좋을지 묻는 동의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우편물을 받아 본 일부 피해자 및 유족들은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피해자 및 유족 152명 중 22명만 정보제공에 동의했고, 이 중 11명이 사도광산 추도식에 참석하겠다고 답변했다. 정부의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일 처리 때문에 피해자들 일부는 사실상 추도식에 참석할 기회도 받지 못한 것이다.

조정식 의원은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은 윤석열 정권의 굴종 외교가 초래한 외교 대참사”라며 “윤석열 정권은 대일 굴종 외교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신형철 기자 > 

오세훈 이어 조은희까지…명태균 게이트 끝은?

● COREA 2024. 11. 26. 04:3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오세훈, 조은희도 공천 개입 의혹…명태균 모두 부인 
"오세훈, 13회 여론조사에 비용 3300만원 대납시켜"
명태균 "조은희가 나한테 영남의 황태자라고 했어"

강혜경 "정치인들 명태균 모른 척해 꼬리 자르지 마"
사세행 "명태균, 윤석열 대통령 통해서 부정 청탁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경남 사천시 은성중공업에서 열린 '서울 한강버스 진수식'에서 인사말 중 직원 노고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11.25. 연합
 

'명태균 게이트'로 여당 정치인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있다. 이번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법 위반 의혹과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의 공천개입 의혹이다. 시민단체까지 나서 고발하고 있지만, 관련자들은 여전히 모르쇠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 종합실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명태균 등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검찰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세행 김한매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명태균 씨의 부정 청탁과 사적 채용으로 공천 개입과 국정농단이 밝혀져 온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며 "윤석열의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검찰이란 것이 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통해 증명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미 명 씨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위해 여론조사를 13차례 했다"며 "오 시장은 이에 대한 비용 3300만 원을 오랜 후원자인 사업가 김모 회장에게 대납시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 시장은 3300만 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정치자금법에 정한 방법이 아닌 불법적인 방법으로 기부받았다"며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김한매 대표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 종합실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명태균 등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검찰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4.11.25. 김민주 기자
 

<뉴스타파>에 따르면 오 시장의 최측근이자 스폰서로 알려진 김모 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전후로 총 3300만 원을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 씨 개인 계좌로 입금했다.

김 회장은 3300만 원을 총 5차례에 걸쳐 계좌로 송금했는데 4차례는 단일화 성공 전에, 나머지 1차례는 단일화 성공 후에 전달했다. 5차례에 걸쳐 입금된 돈은 오 시장 여론조사 대가였다는 게 명 씨와 강 씨의 일치된 증언이다.

과거 철강회사를 운영한 김 회장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오 시장에게 개인최고 한도액인 500만 원을 후원하는 등 오 시장의 고액 후원자로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오 시장이 공식 정치자금으로 지급했어야 할 비용을 김모 회장이 '대납'했다는 의미"라며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를 우려해 미래한국연구소 계좌가 아닌 강 씨의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혜경 씨가 오세훈 시장의 최측근이자 스폰서로 알려진 김 모 회장로부터 송금 받은 3,300만원의 입금 내역. 2024.11.22. 뉴스타파
 

강 씨는 인터뷰에서 "오세훈 여론조사 비용이 100% 들어온 것은 아니고 일부만 받았다"면서 "김 회장이 보낸 3300만 원은 명태균 가족의 생활비나 미래한국연구소 운영자금으로 쓰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이 입금한 내역과 이후 자금 사용처 증빙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 비용 '대납'은 불법 정치자금이 될 수 있는 만큼, 검찰은 조만간 김 회장을 소환한 뒤 이어서 오 시장에 대한 조사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타파는 "강 씨의 증언에 따르면 명 씨는 이후로도 수시로 김 회장에게 연락해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면서 "강 씨는 '어쩌면 김 회장님도 명태균으로 인한 피해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 실행 날짜와 오세훈 시장 최측근 스폰서로 알려진 김 모 회장이 강혜경 씨 개인계좌로 돈을 보낸 날짜. 2024.11.22. 뉴스타파
 

오 시장의 '명태균 게이트' 관련 혐의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총 25건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명 씨는 오세훈 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했는데, 조사 때마다 로데이터(원본 데이터) 파일이 별도로 작성된 사실도 확인된다. 그간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등을 통해 밝혀진 대로 로데이터로 여론조작을 해 실제 선거에 활용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명태균 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들어가고 있다. 2024.10.23. 연합
 

강 씨는 이날 오전 11시 15분쯤 10번째 소환조사를 위해 창원지검에 출석하며 '오 시장이 (명태균을) 모른다고 꼬리자르기 한다'고 말했다.

<뉴스1>에 따르면 강 씨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언론 쪽에서 거론되는 정치인들이 명태균 씨를 자꾸 모른다고 하시는 데 (명 씨의) 도움 많이 받으셨다"며 "사실대로 좀 인정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강 씨는 "오세훈 측에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히 갔다고 생각한다"며 "이게 한두 번이면 그냥 우리가 보고 참고용으로 할 건데 13번의 자체 조사가 있었고 공표 조사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데 우리끼리 보려고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명태균이 조은희도 만들고 김영선도 만들었다"

오 시장 사건뿐 아니라 명 씨가 2022년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의 서울 서초구갑 보궐선거 경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터져나오면서 주말 사이에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24일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명 씨는 강 씨에게 "만약에 결선투표 가면 조은희하고 이혜훈, 그렇게 했을 때 누구를 지지하느냐 그 문항을 하나 더 집어넣고요"(2022년 2월 8일 통화 녹음)라고 했다. 서울 서초갑 경선에 대한 여론조사 문항을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해당 녹취에서 강 씨는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선관위가 당원 명부 안심번호 입수 경위를 물을 거'라고 하자, 명 씨는 걱정말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 명 씨는 지인과의 통화에서 "아까 조은희 전화 왔더라고. '저 조은희도 만들어 주셨고 김영선도 만들었으니까 이제 우리 명 대표님은 이제 영남의 황태자십니다'…'대통령 내외분께서 대주신 겁니다. 제가 한 게 아니고'"(2022년 6월 통화 녹음)라고 했다.

민주당은 명 씨의 서초갑 보궐선거 경선 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를 공개하며 "명 씨가 조 의원에게 당원 명부를 받아서 불법 여론조사를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21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광역시청에서 열린 울산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4.10.21. 연합
 

한편 사세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명 씨가 윤 대통령과의 인맥을 악용해서 경북 지역 사업가 조모 씨의 아들을 부정 청탁한 대가로 채무 1억 원을 면제받았다며 명 씨와 사업가 조 씨를 고발했다. 명 씨에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도 적용했다.

김 대표는 "조 씨의 아들은 대통령 인수위 실무위원에 재직했다"며 "현재는 대통령실 6급 행정직으로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들의 부정한 청탁이 반복되면 기관장에 신고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청탁금지법 위반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