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남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이 지난 1일 대구 달성군 10월 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에서 열린 ‘10월 항쟁 78주기·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4주기 합동위령제’에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의 추도사를 대독하고 있다. 독자 제공
해방 직후 최초의 대규모 민중항쟁으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10월 항쟁’ 위령제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0월 항쟁을 ‘10월 사건’으로 낮춰 부르고 추도사의 핵심 부분을 빼고 읽어 논란이 인다. 국가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역사적 의미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린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지난 1일 이옥남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대구 달성군에서 열린 ‘10월 항쟁 78주기·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4주기 합동위령제’에 참석해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의 추도사를 대독했다. 문제는 이미 배포된 추도사에 적힌 ‘10월 항쟁’이 모두 ‘10월 사건’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추도사엔 “오랫동안 이 사건은 ‘폭동’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사건의 명칭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대구시의회에서 지난 2016년 8월 ‘10월 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현재에 이른다”고 짚었는데 이 내용은 아예 통째로 생략됐다.
10월 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밝힌 내용도 바뀌었다. 추도사엔 10월 항쟁을 “경찰의 민간인 총격에서 촉발된 민중항쟁”으로 규정하고 “전국으로 확대돼 200만명이 참여하기에 이르렀다”고 적혀 있었지만, 이 위원은 “군경에 의해 민간인이 적법 절차 없이 희생되거나 연행된 뒤 행방불명”됐다고만 설명해 항쟁의 시발점에 국가 폭력이 있었단 사실을 가렸다.
지난 1일 열린 ‘10월 항쟁 78주기·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4주기 합동위령제’ 소책자에 실린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의 추도사 초안. 빨간색 상자(별도 표시)는 최종 추도사에서 빠지거나 바뀐 부분. 독자 제공 사진 갈무리
위령제에 참석한 유족과 시민들은 곧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유족 ㄱ씨는 “(추도사 원문이 있는) 책자를 다 보고 있는데도 그 부분을 빼고 읽어 유족들이 객석에서 술렁술렁했다”며 “‘폭동’에서 ‘사건’으로, ‘사건’에서 ‘항쟁’으로 오기까지 우리는 무척 고생했는데, (진실화해위가) 그런 식으로 할 것 같으면 안 오는 게 낫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말했다. 김일수 ‘10월 항쟁을 기억하는 시민 모임 4610’ 대표(경운대 교양학부 교수)도 “10월 ‘항쟁’과 10월 ‘사건’은 질적인 차이가 있다”이라며 “위령제에 와서 ‘10월 사건’이라는 표현을 굳이 쓴 건 유족회를 모욕하고 아픔을 배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항쟁은 해방 직후 미군정이 친일 경찰을 고용하고 강압적으로 식량을 공출하자 일어난 대규모 민중항쟁이다. 1946년 10월1일 대구에서 시작한 항쟁은 그해 12월까지 남한 전역 73개 시군으로 번져 3·1운동에 버금가는 규모로 커졌고, 항쟁 가담자뿐 아니라 관련 없는 민간인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됐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추도사 초고를 직원들이 썼는데,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검토를 거치며 수정됐다”며 “유족회 쪽에 초안이 전달됐는데 수정본이 책자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허상수 진실화해위 위원은 “반역사적·반공지향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김 위원장이 냉전 시대의 시각으로 항쟁을 ‘사건’으로 깎아내렸다”며 “뉴라이트 역사 지우기 움직임의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채운 기자 고경태 기자 >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7~8일 제14기 11차 회의를 열어 “사회주의 헌법의 일부 내용을 수정보충(개정)”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안한 기존 헌법의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 삭제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고인민회의는 남쪽의 정기국회에 해당한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최룡해 대의원이 “사회주의 헌법 일부 내용 수정보충”과 관련해 보고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7~8일 제14기 11차 회의를 열어 “사회주의 헌법의 일부 내용을 수정보충(개정)”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안한 기존 헌법의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 삭제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고인민회의는 남쪽의 정기국회에 해당한다.
이날 노동신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가 10월7일부터 8일까지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 일부 내용 수정 보충 △경공업법·대외경제법 심의채택(제정) △품질감독법 집행검열감독 정형(경과) 결정서 채택 △조직문제(인사) 등 다섯가지 의안이 처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16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최고인민회의 소집에 대한 공시’로 예고된 의안·시기와 내용이 같다.
그런데 정작 외부 세계의 최대 관심사인 기존 헌법의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동족’ 문구 삭제, ‘남쪽 국경선’ 헌법 명기 여부 등이 이날 노동신문 보도문만으론 확인되지 않는다. “사회주의 헌법 일부 내용 수정보충”과 관련해 노동신문이 공개한 내용은 ‘노동·선거 나이 수정’이 전부다. 신문은 “사회주의 헌법 일부 내용 수정보충” 의안 보고자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제를 실시함에 대한 최고인민회의 법령이 채택된 후 고급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나이가 올해부터 달라지는데 맞게 공화국 공민의 노동하는 나이와 선거 나이를 수정하는 내용이 해당 의안에 반영”됐다고 밝혔다고만 전했다. 기존 헌법은 16살 미만 소년 노동 금지(31조)와 “17살 이상 모든 공민의 선거할 권리와 선거받을 권리”(66조)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에 따른 졸업 나이에 맞춰 더 높였다는 뜻이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15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공화국의 민족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돼야 한다”며 “다음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돼야 한다”고 개헌을 제안했다. 이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지난 9월15일 14기 32차 전원회의를 열어 이번 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 수정보충’ 문제가 의안으로 다뤄진다고 예고한 터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첫날인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창립 60돌 행사에 참석해 한 축하 연설에서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남녘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대한민국)를 의식하지도 않는다”며, 남북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재정립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그러나 정작 개헌을 제안한 김 위원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첫날인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창립 60돌 행사에 참석해 축하 연설을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 연설에서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남녘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대한민국)를 의식하지도 않는다”며, 남북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재정립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번에 개정된 새 헌법에 ‘적대적 두 국가 관계’가 반영됐는지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두 갈래 경우의 수를 상정할 수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을 포함해 조용원·리일환·김여정 등 노동당과 군 수뇌부 다수가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사실에 비춰 ‘적대적 두 국가 관계’ 헌법화가 예고와 달리 이번에 실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 헌법화를 실행하고도 공식 발표를 미뤄두고 있을 가능성이다.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보다 정치적 상징성과 비중이 훨씬 높은 조선노동당의 창건 79돌 기념일인 1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경축 행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언급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회의에선 2018년 ‘9·19 군사분야 합의서’ 북쪽 서명 당사자인 노광철이 국방상에 다시 임명됐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이 8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들에서 생산되고 있는 240㎜ 조종방사포탄의 검수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방사포’는 다연장로켓포의 북한식 표현인데, 240㎜ 방사포는 남쪽의 수도권을 겨냥한 무기체계다. < 이제훈 기자 >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이 임기 말 밀어붙이고 있는 조직개편안에 반발하며 한국방송 기술본부·제작기술센터 팀장 53명이 보직에서 사퇴했다. 앞서 시사교양국 피디(PD)들이 집단으로 보직 사퇴를 선언한 지 일주일 간격으로 조직적인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방송 양대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와 한국방송노조는 각각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과반 찬성으로 가결했다.
9일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의 공지를 보면, 기술본부 팀장들이 8일 자로 보직 사퇴 소식을 알리는 53명 기명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기존 팀장 보직 사퇴 성명 및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전적인 조직개편을 위한 제대로 된 논의의 장과 명확한 직무분석 없는 단순 통합방식”이라며 “방송기술 경쟁력을 도태시키는 조직개편이 강행되어 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방송 이사회는 지난달 25일 여권 성향 다수 이사 7명의 찬성으로 경영진이 제출한 ‘직제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에는 기술 조직을 대폭 통폐합하고 시사교양국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제작1본부 팀장을 맡은 시사·교양 피디 16명은 지난 2일 성명을 내어 “제작진과 함께 한국방송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공적 기능을 지키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보직 사퇴했다.
한국방송 사내 노조 구성원들이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앞두고 한국방송 본관에서 ‘조직개편안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제공
이번 조직개편은 한국방송 구성원 사이에 누적되어온 ‘박민 체제’에 대한 반감을 증폭하는 방아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소속인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보수 성향의 한국방송노조, ‘비정치’를 표방한 한국방송같이노조가 박민 사장을 향해 ‘졸속 조직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이사회를 앞두고 함께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7일에는 양대노조가 각각 진행한 쟁의행위 투표가 조합원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가 지난달 23일부터 7일까지 진행한 투표에서는 93%(투표율 84%)가, 같은 기간 한국방송노조 투표에서도 89%(투표율 74%)가 찬성했다. 현재 한국방송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노사 협상 결렬,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단에 이어, 쟁의행위 투표 가결로 파업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25대 김의철 사장 해임 뒤 잔여 임기 기간 사장으로 선임된 26대 박민 사장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정권 낙하산’이란 비판이 거셌는데, 오는 12월 임기가 끝난다. 이에 신임 27대 사장 공모에 뛰어들며 연임 도전에 나선 것이다. 지난 4일 한국방송 이사회가 공개한 사장 후보에는 박 사장과 함께, ‘박민 체제’에서 보도 책임자로 발탁된 김성진 방송뉴스주간, 박장범 ‘뉴스9’ 앵커 등 4명이 지원했다. 이는 이례적으로 적은 숫자다. 2012년 20대 사장 공모 이후 한국방송 사장 자리에는 통상 11∼30명의 후보가 지원해왔다.
한국방송 사내 노조 구성원들이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앞두고 한국방송 본관에서 ‘조직개편안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방송노조 제공
박민 사장의 연임 경쟁자로 이름을 올린 김성진 주간은 지난 1월 케이비에스 기자들에게 “전두환 호칭을 ‘씨’가 아닌 ‘전 대통령’으로 통일하라”는 지침을 내려 논란을 샀던 인물이다. 또 언론·시민단체 안에서 “여러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한 뉴스는 지우고 전쟁준비 뉴스로 도배한 케이비에스 보도의 책임자”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장범 앵커 역시 윤석열 대통령 새해 대담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거론하며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표현해 사안을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90여개 언론·시민사회단체 연합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지난 7일 성명을 내어 “낙하산끼리 누가 한국방송을 더 잘 망칠 것이냐를 놓고 경쟁하는 꼴이 됐다”며 “이사회는 이번 공모를 ‘적격자 없음’ 처리하고 재공모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박강수 기자 >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는 윤석열 정권 비리들 가장 충격적이고 폭발력 큰 명태균 게이트의 본질
3억 6000만 원 여론조사의 대가가 김영선 공천? '내가 정권 만들었고 무너뜨릴 수 있다'는 명태균 선거브로커-여론조사업체-보수 정치인들 카르텔
대선 때 윤석열 1위 여론조사는 조작된 것이었나? 족벌언론들, 당시 PNR 조사 결과 신나게 퍼날라 탄핵 사유 넘어 당선 무효까지 가능…진상 밝혀야
요즘 하루가 멀다고 윤석열 정권의 권력형 비리와 불법적 범죄 행위들이 밝혀지고 있다.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공범이라는 것은 갈수록 분명해진다. 주가조작을 실행한 '주포'가 검찰에서 "BP 패밀리가 있다", "거기에는 권오수, 이종호, 김 모 씨, 김건희, 이 모 씨 이런 사람들이 있다", "김건희 여사도 있는 자리에서, 권오수 전 회장이 주식 수익의 30~40%를 자신에게 주겠다고 했다"라는 등의 진술을 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진술과 증거들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검찰 내부에서도 총부리를 거꾸로 돌리며 윤석열 정권과 다른 길을 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8년 전에 검찰의 핵심부가 박근혜를 공격해서라도 검찰의 생존을 지키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족벌언론들에서도 윤석열 부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적 사설과 칼럼들을 쏟아내는 것과도 연결돼 있다.
기득권 카르텔의 일부마저 등을 돌리면서 윤석열 부부를 꼬리처럼 잘라내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인데, 윤석열 정권이 이미 조기 레임덕을 넘어서 심리적 탄핵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서울의 소리> 기자와 대화한 녹취도 흘러나왔다. 여기에는 윤석열 부부의 공천 개입, 김건희 씨의 국정 개입 등이 담겨 있었다.
비판 언론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고발 사주까지 담겨 있었다. 검찰-언론 카르텔에 기반한 뉴라이트 정권으로서 특징이다. 족벌언론들이 이슈로 만들면, 뉴라이트 단체들이 나서서 고발하고, 검찰이 압수수색과 수사로 이어가는 패턴이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극우단체들에 정권을 두둔하는 시위를 하도록 사주한 경우나,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MBC에 대한 민원을 사주한 경우는 그런 패턴의 변형과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윤석열과 함께 고발사주하던 한동훈은 자신이 공격 사주에 당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한동훈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하는 부분이다. 윤석열-한동훈이 자신들의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할 때 사용하던 수법을 자신들 간의 권력 투쟁에도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보다 충격적이고 앞으로도 정치적 폭발 가능성이 큰 문제는 '명태균 게이트'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밝혀지는 내용은 대략 이렇다.
'선거 브로커 명태균은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의 선거운동을 도왔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부부의 신임을 얻었다. 그 힘으로 명태균은 대선 직후 재보선에서 김영선의 공천과 당선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는 김영선이 컷오프됐고, 그에 대한 서운함 속에 개혁신당에 이런 정보를 넘기며 거래하려다가 서로 조건이 안 맞아 중단했다.'
먼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윤석열 후보가 명태균한테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이다. 명태균 씨가 주도한 '미래한국연구소'는 대선 기간에 수십 차례의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윤석열 후보에 보고하면서 3억 6000여만 원을 썼는데, 그 비용을 윤석열 캠프나 국민의힘에서 지급한 흔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심지어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하는 대신 김영선을 창원 의창 재보선에 공천해 줬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면 공짜 여론조사라는 뇌물을 받고 의원직 공천의 대가를 돌려준 셈이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더구나 문제는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과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명태균의 인터뷰 내용들은 이런 의구심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출처 - 주기자 라이브 방송 화면 갈무리
"내가 이 정권 다 만들었으니 내가 무너뜨릴 수 있는 거다", "내가 여사하고 대통령한테 다 까발리겠다 그랬거든", "(검찰이 나를 구속하면) 한 달이면 (윤석열 대통령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
단순히 여론조사를 무료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제공해준 것만으로 이런 협박성 발언을 하기는 어렵다. 그것을 넘어서, 여론조사 과정에서 뭔가가 벌어졌고 그것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도움을 줬다는 취지로 들린다.
명태균과 미래한국연구소의 의뢰를 받아서 여론조사를 실행한 여론조사업체인 PNR 서명원 대표의 인터뷰 내용은 이런 의구심을 확신으로 굳어지게 하고 있다. 그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보다 많게는 20%까지 높게 1등으로 나온 당시 PNR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굉장히 극렬화"한 하우스 이펙트의 결과라고 고백한다.
"누군가가 작업하지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붐업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걸 계속 퍼다 나르고 늘리고 하고 하다 보니까, 점점 하우스 이펙트가 커진” 것은 “보수 언론사들의 공작”이 낳은 효과라고 말했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것을 “일종의 국민을 속이는 여론조사"라고 지적했고, 이런 진실이 다 밝혀지면 "어마어마한 핵폭탄급의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고백과 지적들은 지난 대선 때 실제로 벌어진 일과 겹친다. PNR은 지방의 작은 여론조사 업체에 불과했지만 윤석열 후보가 크게 앞서는 그 여론조사 결과를 족벌언론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퍼 날랐고, 그것이 결국 여론에 영향을 끼쳤다. 그러한 상승작용 속에서 윤석열 대세론은 갈수록 커지고 강해졌다. 그러나 막상 대선 결과를 보면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단지 0.73% 차이로 앞섰을 뿐이었다.
윤석열의 대선 승리는 여론조작의 결과였는가? - 관련 기사들 화면 갈무리
결국 현재 밝혀진 단편적 사실과 실제 벌어진 일을 종합해 가설을 세우면 ‘지난 대선 때 여론조사를 핑계로 여론조작이 벌어졌고, 족벌언론들이 이것을 도왔고, 그 덕분에 대통령이 된 윤석열 부부는 김영선 공천을 통해 명태균에게 보답했고, 명태균은 김영선의 세비 절반을 받을 수 있었다'라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선거 브로커와 유력 정치인이 공모한 여론조작과 부패한 거래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명태균과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여론조작과 다름없어졌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특정 시간대에 전화를 돌려서 특정 성향과 연령대의 응답 샘플을 늘린다거나, 유도성 질문을 던져서 특정한 방향의 응답을 유도하거나, 특정한 지지층을 타겟팅해서 여론조사를 하는 방식 등이 의심되며 증거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명태균과 미래한국연구소가 '거주지 등이 확인되지 않은 전화번호 대량 이용'과 '자체 보유한 전화번호 사용' 등의 불법적 여론조사로 선관위에 고발당하고 이미 법원의 처벌을 받았다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 선관위는 "출처가 불분명한 자체 보유 휴대전화 DB(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았고, 법원은 "여론 형성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판결했다.
게다가, 명태균은 노회한 정치책사 김종인을 "내게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설명하고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등과도 긴밀한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오세훈이 서울시장이 되는 과정, 윤석열이 국민의힘으로 입당하는 과정,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는 과정, 윤석열-안철수가 단일화하는 과정에도 자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자랑한다. 그 과정에도 '여론조사(조작)'가 있었던 것일까?
명태균에게 최소 4명의 경남권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정치컨설팅과 여론조사의 명목으로 수천만 원의 정치자금을 지출한 것도 드러나고 있다. 경남에서는 국민의힘의 공천이 곧 당선이니 명태균의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이 모든 것은 명태균-윤석열이 보여 주는 선거 브로커-여론조사 업체-보수 정치인의 수상한 공모가 단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권력과 이권을 공유하는 보수우파 정치 카르텔의 일반적 관행일 수 있다는 추정을 낳고 있다.
뉴스토마토 기사. 명태균의 입만 보고 있으며 검찰이 덮는 것을 방치하지 말고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지난 대선뿐 아니라 주요 선거 때마다 국민의힘과 보수우파 후보에게 유독 유리하게 나오던 미래한국연구소와 PNR의 여론조사 결과를 그토록 신나게 퍼 나르던 조선일보 등 족벌언론들이 이러한 대선 당시 여론조작 의혹들에 대해서 철저한 외면과 무시로 일관하며 어떤 취재와 보도도 없는 지금 상황도 매우 의심스럽다. 기득권 카르텔은 이처럼 국민을 속이고 여론을 조작하면서 권력을 만들어 온 것인가?
그러면서 정치인에게 돈을 받는 게 아니라 후원자들의 구독료로 운영되면서 몇 번이나 실제 선거 결과와 가장 가까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온 '여론조사꽃'에 대해서만 비난하고 불신을 조장하며 그 조사 결과를 절대 보도하지 않으면서 영향을 차단하려 한 것인가? 탄핵 사유를 넘어 당선 무효까지 나올 수밖에 없는 이 모든 의혹은 특검 등을 통해서 철저히 진실이 밝혀져야 마땅하다. < 민들레 전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