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성접대'를 '불법 출금'으로 되치기한 검찰


간교한 프레임 전환과 보복수사, 법정서 안 통해
차규근‧이광철‧이규원‧이성윤, 항소심 전원 무죄
"긴급 출국금지는 절차상 위법" 1심 판단 뒤집혀
이규원 1심 일부 유죄 '허위 서류' 부분도 무죄로

"검찰개혁에 깡패처럼 보복한 윤석열, 입장 내야"
"이재명 사건과 공통점…법원이 바로잡을 수 있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왼쪽), 차규근 의원(가운데),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1.25 [공동취재] 연합
 

'별장 성접대 사건'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그를 끝없이 비호했던 부패 검사들을 단죄하기는커녕, 거꾸로 '김학의 출국금지'가 불법이라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던 윤석열 검찰이 항소심 법정에서 완패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표적 수사와 억지 기소를 남발한 정치검찰이 사법부에 의해 철퇴를 맞은 격이 됐다.

서울고법 형사11-3부(박영주 박재우 김영훈 부장판사)는 25일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과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는 "긴급 출국금지는 상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순 없다"고 판시했으나, 2심 재판부는 긴급 출국금지 자체가 위법하지 않다며 그 정당성을 분명하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함께 기소된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의 경우 1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단돼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를 받았지만 이번에 전부 무죄로 뒤집혔다. 동일한 사건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며 '수사 외압'을 가했다는 혐의로 별도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이미 지난 1월 2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엮여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했던 검찰개혁파 인사들이 지난 2021년 4~7월 기소된 이래 지난한 법정 투쟁 끝에 전원 결백을 인정받은 것이다. 검찰은 차 의원과 이 대변인에게 각각 징역 3년, 이 전 비서관과 이 의원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연구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4.1.25. 연합
 

서울고법 형사11-3부 재판부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던 차 의원이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출입국 알람 설정을 해놓게 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해외 도피 가능성이 제기돼 출입 금지가 논의되던 김 전 차관의 입출국을 적시에 파악하려면 알람 설정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무단 수집 혐의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처리자이지, 차 의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직원에게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를 불법 조회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도 "출입국본부장의 정당한 업무 행위"라고 했고, 가장 큰 쟁점이었던 긴급 출국금지 승인 혐의 역시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2019년 3월 22일 김학의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려 할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이던 이 대변인은 김 전 차관이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과거 사건번호로 작성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제출해 출국을 막고, 사후 승인요청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사 번호를 기재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및 공용서류 은닉 혐의로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지만,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대리인 자격을 도용해 승인요청서를 작성한다는 인식 및 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김학의 성접대·뇌물 수수' 혐의 재판과 '김학의 불법 출금' 혐의 수사 및 재판을 모두 맡았던 이정섭 검사. YTN 뉴스 영상 캡처.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가 28일 오후 처남 마약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등과 관련한 탄핵 심판 2회 변론기일 출석을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가고 있다. 2024.5.28. 연합
 

항소심 결과에 대해 이광철 전 비서관은 페이스북에서 "2019년 3월 22일 이후 5년여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며 "긴급 출금은 위법하나 직권남용은 아니라고 한 1심의 판단이 아쉬웠는데, 오늘 항소심은 긴급출금 자체가 적법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장준희 검사의 이른바 공익신고를 빙자하여 관할도 아닌 이정섭 검사가 있는 수원지검에 보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과거사 정리 작업에 보복한 윤석열은 오늘 판결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수사권을 갖고 깡패들처럼 자기 수하들에게 사건을 보내 보복하게 한 윤석열 패거리들의 행태에 당시 패거리 두목격인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답변 기다린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아울러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관련해 고초를 겪었던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이광철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 총괄간사, 이규원 대변인의 2심 무죄 판결도 환영한다"며 "두 사건 모두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주축인 일부 정치검사들의 먼지털이식 수사, 무리한 기소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힌 것이다. 중형 선고를 간절히 바라던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제 하늘을 보고 짖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이 있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씌워도,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사법부는 이를 물리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 오늘 증명됐다"며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했다. 역사는 더디지만 반드시 진보한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의혹 앞에서는 애완견이 되고, 그들의 정치적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사나운 사냥개가 되는 정치검찰의 시대도 조만간 막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민주당이 공개한 검찰 1‧2‧3차 김학의 수사팀

세번째 특검법, '윤거부권→재표결 부결→폐기' ?

'민생법안은 뒷전' 우려도…AI기본법·단통법 폐지안은 처리 전망

 

야당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 단독 처리 =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4.11.14 
 

 연말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의 샅바 싸움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본회의에선 지난 14일 본회의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이 예상되고, 상설특검과 검사 탄핵 등을 놓고 여야의 첨예한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거부권→재표결→폐기' 되풀이 전망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국회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의 재표결을 28일 본회의에서 추진할 방침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특검법도 동일한 패턴으로 지난달 4일 재표결에서 부결·폐기된 바 있다.

이번 특검법도 기존의 전철을 다시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야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재표결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여권의 이탈표 8표 이상이 필요하다.

당초 야권에선 당정 갈등과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여권의 이탈표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反) 이재명' 기조 아래 여권이 결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오히려 192석의 범야권에서 특검법에 반대하는 이탈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일각에서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 건의와 재의결 저지를 당론으로 정하며 사실상 '단일대오'를 구축했고, 이탈표 없이 특검법이 부결될 것으로 자신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고리로 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태세다.

민주당은 이번에 특검법이 또 폐기되면 곧바로 네 번째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수사 대상을 대폭 축소한 수정안을 지난 14일 통과시킨 것인데, 이마저 폐기되면 윤 대통령과 여당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회담 마치고 대화하는 한동훈-이재명 대표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4.9.1 
 

◇ 野 '檢 탄핵·상설특검' 압박…與 "방탄 멈춰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과 별개로 검사 탄핵과 상설 특검, 국정조사 카드로도 여권을 거세게 압박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김건희 씨를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 처분한 것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 2부장에 대한 탄핵안을 28일 본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의결해야 하는 만큼 29일 본회의도 열자는 입장이지만, 추가 본회의가 불발돼도 검사 탄핵안을 또 내겠다며 여당을 압박 중이다.

민주당은 상설특검 후보 추천 때 여당을 배제하는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 '채상병 순직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 계획서도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본회의 개의권을 쥔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위해 안건 상정 시점을 다음 달로 넘길 가능성도 있다.

우 의장은 여야에 채상병 국정조사 특위 위원 명단을 오는 27일까지 내달라면서도, 국정조사 계획서 처리 시점을 '이번 정기국회 내'로 언급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그간 국정조사가 여야 합의로 이뤄져 왔다는 점을 고려해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다음 달 10일 전까지 최대한 여당의 참여를 끌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이 같은 야당의 공세에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차단막을 펴고 있다.

우선 검사 탄핵에 대해선 이 대표 유죄 선고에 대한 보복성 '방탄 탄핵'으로 규정했다.

상설특검 규칙 개정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행정부를 옥죄는 '악법'이라고 비판하는 동시에 채상병 국정조사 역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아직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수용 불가'로 맞서고 있다.

채해병 국조특위 요청하는 우원식 의장 = 우원식 국회의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채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을 양당에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1.22 

 

 

◇ 끝없는 대치 정국…민생법안 처리 난망 우려도

여야의 대치 정국에 민생법안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야 모두 이번 본회의에서 최대한 많은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입을 모으지만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가 가능한 법안으로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여야 합의 처리된 'AI(인공지능) 기본법 제정안'과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안' 정도가 꼽힌다.

여당은 당론 발의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 특별법' 처리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야당이 '52시간제 특례조항'과 '보조금 직접지원' 등에 난색을 보여 이번 본회의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온라인플랫폼 거래 공정화법 제정도 추진 중이지만, 여당이 반대하는 만큼 일단 자영업자·소상공인 보호 방안을 담은 전자상거래법과 유통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또 양곡관리법(양곡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등 '농업4법' 처리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양곡법은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은 양곡법 등 농업4법을 지난 21일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한 바 있어 여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 연합 설승은 최평천 기자 >

윤석열 검찰독재의 또 다른 '부역자들', 사법부

● COREA 2024. 11. 24. 07:1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칼로 죽이는 데 실패하자 법으로 죽이려는 시도

사법부가 완성시켜 준 검찰·언론 마녀사냥 3년
기득권 카르텔의 주요 구성원이자 대변자 역할
윤석열 사단과 검찰-언론-사법부 '삼인성호' 체제

'판결은 신성·공정하니 존중해야 한다'는 헛소리
현재 사법 질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수자, 약자

윤 탄핵 넘어 검찰·언론뿐 아니라 사법 개혁 중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에 진실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족벌언론과 법조기자들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비유했다가, 주류언론들의 강력한 반발과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법조기자나 족벌언론들만이 아니라 사법부도 정치검찰과 기득권 세력의 '애완견'이 됐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다.

정치검찰과 족벌언론들은 지난 3년이 넘도록 이재명 대표를 '파렴치한 범죄자'로 낙인찍어서 악마화해 왔다. 올해 초에 모두를 놀라게 한 이재명 대표를 향한 살인미수 정치테러는 그런 악마화가 낳은 개인적 일탈이었다. 하지만, 칼로 동맥을 자르는 게 아니라 법으로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버리는 것은 기득권 세력의 중요한 조직적 목표였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가족,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30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핵심 측근들을 구속하고, 민주당 당사까지 압수수색하고, 이재명 대표를 3번이나 공개 소환해서 포토라인에 세우고, 6번이나 기소했다. 이재명 대표는 12개의 혐의로 동시에 5건의 재판을 받으면서 일주일에 3~4일을 꼬박 수원까지 오가야 하는 처지가 돼 있다.  

이재명 구속이나 처벌이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하나라도 나올 때까지 끝없이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하면서, 특수통 검사들은 칼을 찌를 뿐만 아니라 비틀면서 내장까지 다 긁어내는 수사방식을 사용했다. 임은정 검사는 이것을 "수사가 아니라 사냥"이고 "검찰 인력이 사냥꾼들이고 몰이꾼이고 사냥개가 되는 거라서 사냥감을 잡을 때까지는 끝나지 않죠"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의 이재명 살인미수 정치테러 / 당시 유튜브 보도 화면 갈무리 
 

특수부 검사들의 이런 사냥에는 족벌언론, 법조기자들과 손잡고 진행하는 언론플레이와 여론재판이 뒤따랐다. 악랄한 사냥과 같은 수사와 여론몰이가 벌써 3년째이고, 그렇게 이재명의 주변에서 수사받고 검찰과 언론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벌써 5명이나 죽었다. 그러면 또 정치검찰과 족벌언론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그 죽음의 책임도 이재명의 탓으로 돌렸다.

이를 통해서 이재명 대표는 파렴치한 범죄자이고 유죄 판결이 내려지는 것이 이미 정해진 결과이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조선일보는 "재판 4개 중 하나에 1심 선고가 내려질 올가을 … 무더위를 참고 버티면 청량한 가을이 오는 계절의 순리처럼, 우리 정치에 상식이 회복되는 첫 단추가 채워질까"라며 판결을 기대했다.

거의 고문과도 같은 이런 사냥의 표적이었던 이재명 대표는 최근 부인 김혜경 씨의 재판을 앞두고 올린 글에서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내는 희생제물이 되었다. … 숨이 막히고 쪼그라들며 답답해진 가슴을 양손으로 찢어 헤치면 시원해질 것 같다"라며 그 답답하고 억울해서 터질 것 같은 심정을 드러냈다.  

결국 지난주에 사법부는 정치검찰과 족벌언론의 기대마저 뛰어넘는 무지막지한 판결을 통해서 이 사냥을 완성해 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 판결에 충격을 받으며 어떻게 이처럼 보통 사람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불공정하고 편향적인 판결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사법 질서와 구조를 살펴보면 그 배경과 이유를 알 수 있다.

먼저 사법부의 구성원들 자신이 소수의 부자와 권력자들로 이루어진 특권 엘리트 집단의 일원이라는 점을 봐야 한다. 사법연수원에서도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 사람들이 판사가 되고, 그들은 대부분 명문대 로스쿨 출신들이고, 명문대 로스쿨은 대부분 강남 8학군에서 배출되고 있는 구조다. 물론 개별 판사 중에서는 그런 특권적 가족 배경이 없는 사람도 있다.

 

조선일보 등의 족벌언론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이재명 유죄 판결을 주문해 왔다/ 기사 화면 갈무리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그들은 자산가, 기업주, 고위 정치인과 공무원, 언론사주, 병원장, 교수, 의사와 같은 특권층이나 특권 전문직들과 인맥, 혼맥, 학맥으로 연결돼 있다. 같은 골프클럽이나 헬스클럽 회원이기도 쉽다.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들 속에서 형성되는 여론, 눈높이와 이해관계에 따라서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기 쉽다.

판사 퇴임 이후에 대기업의 법률 자문이나 김앤장 같은 대형 로펌들에 가기 위해서도 이것은 자연스러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직자 재산 공개를 보면 법원장, 부장판사 등이 엄청난 재산으로 상위를 차지하는 것도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한국 사회의 사법 질서는 기본적으로 강자와 권력자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이해가 안 가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비록 보수우파 정치세력이 한국 사회에서 더 강자와 권력자에 있는 것은 맞지만, 민주당이 약자라거나 권력에서 배제됐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두 번이나 집권한 적이 있고 지금도 제1야당으로서 의회 권력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보수우파 정치세력에 더 우호적이고 유리한 판결을 내려왔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 엘리트들 속에서는 보수우파가 여전히 더 주류이고 다수이기 때문이다. 군부와 일당 독재 시절부터 형성돼 온 기득권 카르텔에서 민주당은 여전히 비주류이고 소수파의 지위에 있다.

둘째, 보수우파가 주도하는 이 기득권 카르텔의 핵심에 검찰이 있고, 검찰과 사법부는 긴밀하게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검사와 판사는 하나로 묶여서 ‘판검사’라 불릴 정도로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그들 중 다수가 학연이나 혈연으로 이어져 있고, 사법연수원 동문일 뿐 아니라 퇴직 후의 동종 업자이기도 합니다."(전우용 역사학자)

 

조국, 정경심 재판에서 검찰은 노골적으로 사법부를 압박해 원하는 판결을 얻었다. 
 

셋째, 검찰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법부의 판결에 입김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어떤 내용으로 영장을 신청하느냐, 누구를 불기소하고 누구를 기소하느냐, 재판에 어떤 증거를 제출하거나 제외하느냐, 어떻게 그림을 그려서 어떤 죄목을 넣거나 빼느냐, 어느 정도의 구형으로 형량을 요구하느냐에 따라서 재판 결과는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넷째, 그런데 '윤석열 사단'의 사법부에 대한 압박과 개입은 그 수준을 뛰어넘었다. 윤석열 사단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수사하면서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손에 넣었고, 그 후에도 판사들의 신상과 평판에 대한 정보 수집과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 그래서 윤석열 사단은 마음에 안 드는 판사를 수사와 기소하겠다고 압박하며 교체하는 힘을 보여줘 왔다.

다섯째, 대통령 당선으로 윤석열 사단은 날개를 달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판사 인사에 대한 검증 권한을 틀어쥐었고,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을 전부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들은 윤석열의 서울대 법대와 사법고시 동기와 선후배들인 보수적인 법관들을 주요한 자리마다 임명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더 철저한 장악을 추진해 왔다. 

여섯째, 족벌언론과 법조기자들은 윤석열 사단의 사법부 압박과 통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뒷받침했다. 윤석열 사단에게 고분고분하지 않거나 불리한 판결을 하는 판사들은 족벌언론들의 표적이 돼서 낙인이 찍히고 두고두고 조리돌림을 당했다. 예컨대 족벌언론들은 '윤핵관'인 정진석 의원에게 실형을 판결한 판사의 고3 때 쓴 글까지 찾아내 "노사모"로 낙인찍었다. 

조국 재판에서 검찰에 비협조적이던 김미리 판사는 4년이 지난 아직도 족벌언론에 이름이 나온다. 윤석열 사단이 정보를 흘리면 족벌언론과 법조기자들이 그것을 받아서 개별 판사들에 대해 품평하거나 압박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개별 판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서명 운동이나 규탄 집회가 아니라, 이처럼 기득권 카르텔 내부에서 나오는 평판, 압박, 주류언론의 논평 등이라고 봐야 한다. 

노동조합이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부당한 외부적 압력'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탄원 서명을 받고 집회와 시위를 하면서 공정한 판결을 요구해도, 기본적으로 재벌과 대기업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구조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증거의 가치를 법관의 판단에 맡기는 '자유심증주의'는 법의 잣대와 저울이 한쪽으로 휘도록 하는 결과를 낳는다. 

 

정치검찰과 족벌언론은 마음에 안드는 판결을 내리면 실질적 압박을 가할 능력이 있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법관의 이성과 양심'이 아니라 그 법관이 속한 기득권 그룹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서 유무죄에 대한 가치 판단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족벌언론, 정치검찰, 사법부의 ‘삼인성호’라는 이 치명적 구조는 단지 이재명에만 해당하는 문제도 아니고 윤석열만 퇴진시킨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삼인성호' 마녀사냥이 전개되는 동안 침묵하거나 방조, 동조하면서 '나는 조국, 윤미향, 이재명 등과 정치적 노선과 입장이 다르고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니까'라면서 그것의 성공을 응원하는 사람과 세력이 상당히 많았다는 데 있다. 그것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 준 경우는 바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구주류였다.

금태섭, 박용진 등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스스로의 주장과 실천을 통해 민주당 당원과 대중의 지지를 얻는 게 아니라, 기득권 카르텔이 경쟁자인 이재명을 사법적으로 제거하고 나면, 자신들이 그 공백을 차지하면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일부 '진보 좌파' 지식인과 단체들도 비슷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런 사람들은 이번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서도 전혀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제 자신들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기껏해야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라는 말이나 하고 있다. 예컨대 경향신문 사설은 "여야 정치권은 전체로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마땅하다. 법원은 우리 사회 신뢰를 지탱하는 보루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신성한 사법부의 공정한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라는 것은 언제나 가장 흔하지만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다. '별장 성접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결국 무죄로 풀려난 판결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석방한 판결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중단시키며 자리를 지켜준 판결이 공정하고 정의로웠나?

곽상도 아들에게 간 50억 원이 뇌물이 아니라는 판결이,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를 뒷받침하며 수많은 건설 노동자들을 구속한 판결들이, 이태원 참사에서 하급 말단 공무원 말고는 누구도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민주노총 간부에게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워서 징역 15년으로 법정 구속한 판결이 '사회의 신뢰를 지탱'하기에 우리가 '존중'해야 할 판결들인가? 

 

윤석열 사단은 판사 사찰을 통해서 사법부를 통제해 왔다는 의혹이 크다/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지금처럼 있는 죄도 없애고, 없는 죄도 만들어내는 주류언론-검찰-사법부의 공모와 카르텔 구조에서 가장 취약하고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바로 가장 돈 없고 힘없는 노동자, 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점을 볼 때 '신성한 사법부의 공정한 판결을 존중하자'라는 이런 태도가 누구의 편에서 무엇을 돕는 것인지는 명백하다.

더구나 지금 '삼인성호' 카르텔은 이재명 대표(와 대법원 판결을 앞둔 조국 대표 등)의 정치적 생명을 사법적 방식으로 끊음으로써, 여소야대를 만들어낸 지난 총선 결과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2년 반 후의 대선도 자신들의 뜻대로 주무르고 싶어 한다. 대통령을 시민들이 선출하는 게 아니라 검찰, 족벌언론, 사법부가 입맛에 맞게 골라내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어느 당을 지지하냐 마냐, 어떤 정치인을 좋아하냐 싫어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민주주의 원칙의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판결을 절대 존중할 수 없고, 강력하게 규탄하고 비판할 뿐 아니라, 이런 기막힌 판결을 계속 만들어내는 지금의 사법 질서와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탄핵과 하야를 넘어서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뿐 아니라 사법개혁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회적 의제들을 결정짓는 소수의 법관들을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고,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을 통제하는 일제 때부터 이어진 낡은 구조를 바꾸고, 법관의 민주적 선출과 탄핵을 위한 제도 마련, 재판의 투명한 공개와 배심원제 확대 등 시민적 통제가 필요하다.   < 민들레 전지윤 기자 >

 

조국 대법원 선고를 앞둔 불길한 전망

● COREA 2024. 11. 24. 07:0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주심 엄상필 대법관, 정경심 항소심서 '유죄'

"변호인측 포렌식 증거들은 판단하지 않는다"

어처구니없는 억지로 일관했던 명백한 오심

조국 "책 읽고 스쿼트, 플랭크 하고 돌아올 것"

작지만 끈질긴 진실의 외침에 함께해주시길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일이 12월 12일로 정해졌다. 앞서 조국 전 장관은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민정수석 재직 당시의 유재수 감찰을 막은 혐의, 부인 정경심 교수와 함께 딸과 아들의 입시 관련 여러 혐의, 그리고 딸의 부산대 장학금과 관련한 청탁금지법위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 당선되어 국회에 입성한 조국 대표는 이번 대법원 선고에서 유죄 판단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고 항소심에서 선고된 2년의 형량 기간 동안 수감되게 된다.

이에 대해 조국혁신당은 "그동안 조 대표는 국법 질서를 존중하지 않을 도리가 없으며 재판에 담담하게 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대법원이 있는 그대로 사실에 근거해 파기환송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조국 대표는 이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4월 총선 당시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관련 입장을 미리 밝힌 바 있다. 그는 만약 투옥된다면 “못 읽었던 책 읽고 푸쉬업 하고 스쿼트 하고 플랭크 하면서 건강 관리 열심히 하겠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불행히도, 법원에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앞서 정경심 교수의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장을 맡았던 엄상필 판사가 이번 조국 상고심 재판의 주심이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 엄상필 재판부는 정 교수에게 1심과 동일하게 징역 4년의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엄상필 대법관이 포함된 대법원 재판부에 기대를 걸기 어려운 것은 단지 정 교수에게 유죄를 내려서가 아니다. 항소심 판결문에서 엄 대법관과 동료 법관들이 보여준 여러 어처구니없는 억지들 때문이다.

당시 엄상필 재판부는 필자가 제출했던 변호인 측의 수많은 포렌식 증거들을 단 한 문장으로 짓밟았던 바 있다. '변호인측 포렌식 증거들은 판단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일방적으로 여러 증거들을 무시한 간단명료한 이유였다. 먼저 살펴본 검사 측 증거들이 말이 되니까 변호인측 증거는 따져보지도 않겠다는 거였다. 근대 이후 재판 제도의 근간을 뒤엎어버린 경악할 논리였다.

필자가 강사휴게실PC 등에서 찾아낸 변호인 측 증거들은 검사 측 포렌식 증거들이 턱없이 엉터리였음을 증명하고, 나아가 정 교수의 무죄 알리바이까지 증명했음에도 엉터리로 짜여진 검사 측 증거가 합리적이니 변호인 측 증거들은 살펴볼 필요도 없다며 덮어버리고 유죄를 내렸다.

일방의 증거들만을 살펴보지도 않고 대놓고 무더기로 무시함으로써 중대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위반’ 및 ‘채증법칙 위반’이 명백한 오심이었음에도,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 정경심 교수에게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오히려, 대법원의 응답은 정반대편으로 나왔다. 대법원은 이런 엉터리 항소심 판결을 내렸던 엄상필 판사를 대법관으로 승진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조국 대표의 대법원 재판부 주심까지 맡겼다. 중대한 오심 주인공인 판사를 대법관으로 앉힌 것, 그리고 다시 그 판사를 배우자 재판 담당까지 맡긴 것은, 대법원이 증거와 법리는 외면하고 이 부부 모두에게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리려고 작심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선의로 해석되지 않는 것이다

엄상필 고법 재판부가 과실을 넘어 고의가 의심 되는 잘못된 판단을 내린 부분은 여럿 더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1심에서 검사 측 포렌식 증거들과 함께 주요한 유죄 근거였던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증언들에 위증 정황들이 줄줄이 쏟아져 인용하기 어렵게 되자 가타부타 아무런 설명도 없이 판결에서 최성해의 존재만 삭제하기도 했다. 최성해 증언을 무겁게 인용했던 1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최소한의 언급조차 없이 그저 ‘최성해’ 이름만 지워버리고 유죄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항소심 선고 당시 조국 대표의 모습. 연합
 

재판 참여자로서의 개인적 회한

개인 입장에서, 필자는 정경심 교수와 조국 대표의 재판에서 변호인 측 포렌식 전문가로서 재판에 참여해왔다. 상고심에서는 현실적으로 필자의 역할이 없지만,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피고인 측 재판 관계자라고 할 수 있고, 2020년 6월에 맺은 관계가 4년 반 만에 이번 선고로 마무리될 수도 있는 셈이다.

필자 나름대로는, 이 부부의 재판에서 있는 그대로의 무죄 사실을 밝히려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는 있다. 특히 정경심 항소심 당시에는 강사휴게실PC들에서 결정적 반대 증거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주일씩 잠을 전혀 자지 못하고 데이터를 붙잡고 분석했던 일들이 부지기수였다. 잇달아 치명타를 맞은 검찰이 매번 기술적으로 말도 안되는 엉터리 말장난 투성이의 검사 의견서 따위로 빠져나가려 할 때 다시 맞서는 의견서로 기만적 논리를 분쇄하는 것도 필자의 역할이었다. 엄상필 재판부의 추상 같은 나몰라라 판결문으로 이 모든 노력과 성과들은 아무런 의미 없는 휴지조각이 됐다.

하지만 이번 선고를 앞둔 필자의 입장에서는, 재판부들에 대한 원망보다는 조국 부부의 두 갈래 재판 과정에서 필자의 역할이 미흡했던 부분들만이 먼저 떠오른다. 좀 더 빨리 1심 재판에 합류했더라면, 검사 측 엉터리 포렌식 분석에 맞서는 데에 치중하느라 너무 늦게 시작했던 PC들의 복사본 분석 작업을 좀 더 빨리 들여다봤더라면, 또 첫 1심 당시 소극적이었던 증인 출석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임했더라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검찰이 혼신의 힘을 다해 짜놓은 판 안에서 필자에게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았다고 해도, 재판 초기 변호인단이 검찰의 기만적 포렌식 증거 운운에 혼란을 겪고 있었을 당시 필자가 한두 달이라도 변호인단 지원을 앞당겼더라면, 조금만 더 서두르고 더 깊이 뒤져봤더라면, 내가 직접 증인석에 설 필요는 없다는 안이하고 비겁한 생각에 젖지 않았더라면, 뭔가 조금쯤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조직의 운명을 걸고 엉터리 증거와 기만 투성이 법리를 총동원한 검찰과 무책임한 여러 판사들의 압도적 권력에 비하면, 필자의 힘은 쉴 새 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중의 하나 정도의 미력한 존재여서 필자가 무엇을 어떻게 더 열심히 하든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름의 큰 노력을 들이고도 연거푸 패배라는 결과들만 받아들게 된 지금, 못다한 5%의 노력이 필자의 양심을 괴롭히는 것을 도저히 피할 수가 없다. 그 5%의 미진함으로 인해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필자가 더할 수 있었던 '플러스 알파'의 여지가 있었고, 그만큼을 다 쏟아붓지 못한 것은 냉정한 사실이니, 필자가 회피할 수 없는 필자 몫의 죄책이 맞다고 받아들일 뿐이다.

현 시점에 필자에게 남은 것은, 조국 대표와 정 교수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 그리고 긴 시간 서로 응원하며 함께 했던 수많은 시민 동지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뿐이다. 저보다 억만 배 더 큰 책임이 있는 검사들과 판사들이 아무런 책임 없이 뻔뻔스럽게 살아가고 있다고 해서, 그에 비하면 제 책임은 티끌에 불과하다며 회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빚을 천만분의 일이라도 갚고 잘못된 공적 판단들을 조금이라도 더 바로잡을 수 있도록, 너무 무거운 책임에  등을 돌리지 않고 줄기차게 노력할 것이다. 더 오래, 더 끈질기게 버티는 자가 결국 이긴다는 마음으로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부디 더 많은 독자분들이 ‘조국 사태의 재구성’ 연재에 함께해주시고 진실을 호소하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 민들레 박지훈 기자, IT 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