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5만원권)으로 갖다 놓겠다고 협의" "권성동이 말한 '사람'은 KH그룹 구속 명단"
"증인 있어…커피숍서 멀리서 찍은 사진 있어" "권성동, MBN 허위증언 인터뷰하라 그랬어" "배상윤 회장 인터뷰 안한다고 거절해 무산"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아무개 씨(전 KH그룹 부회장)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려는 로비 등의 명목으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건넨 현금 총액을 48억 원이라고 단정해 설명하는 녹취록이 나왔다. 현금이 전달될 때 목격자가 있었고, 목격자는 권성동 의원도 잘 아는 조 씨와의 동갑내기 지인이라는 설명도 녹취에 담겼다. 조 씨는 또 '권성동 의원의 부탁을 받고 검찰에 잘 보이려는 목적으로 배 회장에게 허위 증언 인터뷰도 기획했다가 배 회장의 거절로 무산됐다'는 취지의 설명도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을 나와 원내대표실로 향하던 중 몰려든 취재진의 카메라에 부딪힌 얼굴을 만지고 있다. 2025.6.5. 연합
"권성동이랑 신사임당(5만원권) 갖다놓겠다 협의"
8일 대북송금 사건 조작 의혹 취재팀(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시민언론 뉴탐사)이 확보한 녹취록 내용을 종합하면, 조 씨는 지인에게 "권성동에게 건네진 돈은 정확하게 따지면 48억"이라며 "당신이 이렇게 도와주면 이렇게 가겠다. 그리고 우리 (배)상윤이는 얼마 얼마에서 얼마로 끝내자. 이렇게 지금 마무리 됐던 거죠. 권성동이하고 저하고는"이라고 설명했다. 조 씨는 "신사임당(5만원권)으로 직접 내가 갖다 놓겠다 하고 협의가 끝난 거죠"라며 권 의원에게 현금 형태로 로비 자금이 건네졌음을 암시했다.
앞서 취재팀은 권 의원과 조 씨가 실제 모종의 검찰 수사 관련 대화를 나누는 듯한 통화 녹취를 공개한 바 있다. 권 의원은 지난해 7월께 조 씨에게 "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걸 내가 이름은 얘기 안하고 구체적으로 몇 명 얘기 안했어. 그런 걸 진술할 용의가 있다 그러더라고. 수사에 협조하면 저희들도 도와줘야지 그런 취지야"라고 말한 뒤 "조 회장 하고 나하고 한번 좀 보죠. 사람 이름, 액수는 얘기 안하더라도 조 회장은 다 알고 있으니까. 나도 뭐 이런 거 어디 가서 떠드는 사람 아니야. 하여튼 내가 전화 한번 줄게요. 빨리 마무리 짓자고"라고 말했다.
권 의원을 통한 검찰 로비가 실제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쌍방울 관련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급격히 이뤄지던 검찰의 수사가 KH그룹 앞에서 멈춰진 흔적이 있다. 검찰은 2023년 7월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관련 KH그룹 특혜 의혹으로 최문순 전 강원지사를 소환조사했지만 이후 최 전 지사에게 아무런 연락조차 없다가 지난 대선 며칠 전 느닷없이 최 전 지사를 기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2023년 6월 배상윤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KH총괄부회장 우아무개 씨 등 2명이 기소됐을 때 검찰 수사가 KH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검찰의 추가 수사 소식은 없었다.
조상윤 KH그룹 부회장의 측근이 지인과의 대화에서 권성동 의원에게 보낸 금액을 48억으로 특정하고 거래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2025.7.8. 시민언론 뉴탐사 방송화면 갈무리
조 씨의 녹취록 내용은 실제 쌍방울그룹 관련 검찰 수사의 과정과 결과 모두 일치한다.
조 씨는 "쌍방울 관련 인물 17명이 구속됐다. 성태까지 해서. (검찰이) KH를 타겟으로 갔었는데, 장철원(알펜시아 리조트 대표)까지 구속시킨다고 난리 났었는데, 돈이라면 우리가 해주는데, 다른 건 모른다 그런 협의가 된 상황은 있었다. 구속 안 시켜주면 우리가 돈 얼마 보내겠다. (중략) 정확하게 48억. '(권성동이) 우리 배(상윤) 회장 건 외에 나머지 모두 건 바이 건으로 해서 가자. 당신 이렇게 도와주면 이렇게 가겠다' 한 거다. (권성동 통화 녹취에 나오는) '사람 이름 말 안해도 알잖아'는 구속시킬 인원 수를 말하는 거다. 우리(KH그룹)는 그래서 3명밖에 구속 안됐다"며 "실질적인 내막은 우리 KH는 무조건 살려줄게. 앞으로 (윤석열 정부 임기) 3년 남은 동안 살려줄게. 이제 확답이 끝난 거 얘기가 다 끝난 거죠"라고 말했다.
조 씨는 "권 의원이 '김경수 검사장(현재 율촌 변호사) 라인'을 활용해 검찰에 로비를 한 것으로 안다"고 지인에게 설명했다.
조 씨는 '권 의원에게 돈이 전달 될 때 목격자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조 씨는 지인과의 녹취록에서 "증인이 있다. 권성동을 멀리서 찍은 사진 하나 있다. (최근 공개된 서울 잠실 롯데 호텔 앞에서 찍힌 사진 외에) 권성동이 저하고 이렇게 앉아서 얘기 할 때 커피숍에서 멀리서 누군가 하나 찍은 게 있다. 그걸 저한테 보낸 게 있다. 그 친구가 모든 걸 다 안다. 비즈니스로 만난 55년 된 친구관계이고 권성동도 잘 안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은 조 씨의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조 씨가 권성동 의원과 나눈 통화 내용,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그의 측근들과 나눈 문자 기록 등을 추가로 입수해 다각적으로 검토했다. 조 씨가 지인에게 설명한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다수 확인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과 KH그룹 부회장 조아무개 씨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만난 모습. 2025.6.30. 시민언론 뉴탐사 보도 갈무리
"권성동이 MBN 인터뷰 시키려다가 배상윤이 거절"
한편 '권성동 의원이 검찰과 조 씨 등과 협의해 지난해 배상윤 회장의 허위증언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조 씨는 "(권성동이) MBN 하고 먼저 (배상윤 더러) 인터뷰를 하라 그랬어요. 그래서 MBN의 사회부장, 대표이사까지 다 만났다. 카메라까지 다 MBN에서 했는데 (배상윤)에게 급하게 전화온 게 뭐냐면은 내가 도망다니면서 이거 (인터뷰) 하면 큰 일 난다. (검찰이 원하는 데로) 이렇게 들어갔다가는 거꾸로 말릴 수가 있다. 그래서 유보시켜 놓았던 거다"라고 주장했다.
조 씨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7일 <MBN> 사회부장은 7일 강진구 <뉴탐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여름쯤 KH 배상윤 회장을 인터뷰 하려고 했던 적 있다. 우리한테 뭔가 좋은 소스를 주는 척 하면서 접근을 했는데 우리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 같고 인터뷰는 불발됐다. 메신저 역할은 KH 조OO 부회장이 했다. 권성동 의원이 연결시켜준 건 아니고 다른 정치인이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러한 의혹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KH그룹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조아무개 씨는 저에게 접촉을 시도하며, 자신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8명, 이른바 '민주당 1+8 정치자금 수수 사건' 내역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신의 주장이 사실이고 실제 물증이 있다면 법에 따른 공익제보자로서 보호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달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진의 추가 취재된 내용에 대한 질의에는 일체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SBS와 인터뷰하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모습. 2025.6.27. SBS 보도 갈무리
민주당은 7일 검찰 조작기소 대응 태스크포스(한준호 단장)를 발족했다. 배상윤 회장은 최근 <SBS>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송금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경기도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과연 검찰 공소사실은 어디서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날조된 것인지 반드시 밝혀야겠다"고 말했다. < 허재현·김성진 워치독 기자, 강진구 뉴탐사 기자 >
2023년 11월부터 2024년 가을까지, 우리 군의 대북 활동들을 차례로 되짚어보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2023년 11월 합참 수뇌부 책상 위에 조용히 놓였던 ‘적 4군단 합동타격계획’ 문건. 2024년 1월부터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서북해역 공해상을 향한 수백 발의 포 사격. 실탄 장착 상태로 북한 GP 인근까지 접근 비행한 아파치 헬기, 그리고 10월 평양 상공에 출현한 우리 군의 드론. 모두 각각의 독립된 군사 활동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하나의 궤적 위에 올려놓는 순간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군은 무엇을 보고 있었고, 누구를 향해 무기를 준비했으며, 결국 무엇을 막으려 했던 것인가.
27일 북한 국방성은 평양에서 추락한 무인기 비행조종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한국 무인기의 침범이 맞다면서 공개한 비행궤적. 백령도 서부(두무진)에서 이·착륙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2024.10.28. [조선중앙통신] 연합
드론 평양 침투, 볼륨 높인 대북 확성기, 연평도 일대 포사격…
2024년 10월 3일부터 10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백령도에서 이륙한 드론이 평양 상공을 비행하며 전단을 살포했다. 외무성 청사, 지하철 승리역, 국방성 청사까지 평양의 심장부를 훑는 노선이었다. 무인기에는 김정은을 풍자한 캐리커처, 북한 지도부의 사치생활을 폭로한 사진, K-POP이 담긴 USB가 실려 있었다. 군 내부에서는 성공률이 20%밖에 안 되는 고위험 작전이라 했고, 실제로도 북한은 즉각 ‘도발 원점 타격’을 경고하며 전시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이후 평양 시내에서 추락한 드론의 잔해를 공개하며 “남측 군용 드론과 동일 기종”이라고 주장했다. 무인기가 다녀간 직후, 드론작전사령부에는 대통령실 차원의 ‘격려금’이 전달됐다. 드론작전사 관계자의 제보에 의하면 북한의 성명에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손뼉치며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 합참 법무실에는 국군 심리전단 간부가 법률 자문을 요청해 왔다. “달러나 USB를 풍선에 넣어 보내도 되느냐”는 자문 요청에 합참 법무관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심리전단 요원은 “군에서 안 보내는 척하고 보내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고 한다. 전략인가, 농담인가. 어쨌든 이 작전은 북한을 향했다기보다 국내 여론을 향해 날아간 ‘심리전 시연’처럼 보인다. 어느 순간부터 심리전단은 북한에 보낼 전단을 대규모로 준비했고, 또 어느 순간에 군이 제작한 것으로 보여지는 전단이 드론으로 평양 시내에 뿌려졌다. 같은 시기에 전방의 대북 확성기는 한껏 볼륨을 높이고 있었다.
이 무렵 서해에서는 대규모 실사격 훈련이 반복됐다. 1월, 2월, 6월, 9월. 정례화된 포 사격은 매번 수백 발 단위로 이뤄졌다. 훈련에 동원된 장비는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스파이크 미사일. 한국이 수출을 노리는 대표적 방산 제품이다. 그런데 이 포들은 단 한 번도 북한을 향해 쏘지 않았다. 모두 남서쪽 공해상, 가상의 표적을 향해 사격됐다. 2월 훈련에는 국제 참관단도 참석했다. 군사 대응이자 동시에 방산 시연회였던 셈이다.
정치-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수역인 백령도와 연평도 일대에서 2024년에 갑자기 사격 훈련이 쏟아진 데는 2018년 남북이 체결한 군사합의서가 무력화되는 배경에서 이루어졌다. 1월에는 북한이 해안포 사격을 하여 이에 대응한 사격이라 하더라도 6월과 9월의 사격은 거추장스러운 군사합의서가 사라진 공백에서 한껏 행동의 자유를 누리며 무력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실려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북한은 이 사격에 대해 별다른 대응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서해 해상 사격훈련은 북한의 요충지 전면 타격훈련 아니었나?
작년 9월에서 10월로 이어지는 인위적인 긴장 조성 시점에 한국 군부는 계엄의 여건 조성을 넘어 결정적 작전도 준비한 것으로 보여진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올해 국회 국정조사특위 증인 출석에서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난해 10월 초에서 중순 전후로 기억한다”며 “김용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북한 오물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합참 지통실(지휘통제실)에서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해안포 사격훈련에서 드론 투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작전은 이미 그 1년 전부터 준비되었다는 정황도 있다.
2023년 11월 15일, 합참은 대통령실의 지시로 ‘서북도서 도발 시 적 4군단 합동타격계획’ 문건을 작성했다. 민간 피해가 발생할 경우 북한 4군단 전체 지휘소와 통신시설, 병영지역을 동시에 타격하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2024년 1월 4일, 타격 대상은 적 2, 5, 1군단까지 확장됐다. 내부에서는 “이 문건이 실제로 발동되면 전면전”이라며 실행 불가 방침을 전제로 만들었다고 증언한다. 법무실은 이 작전의 발동 조건을 제한하기 위해 ‘결심조건표’를 작성했고, 합참은 결국 2024년 4월부터 해당 계획에 기반한 실전 훈련을 시작했다. 이 문건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2024년의 해상 사격훈련을 이어서 보면 단순히 북한의 도발 대응이라기보다, 북한의 군사적 요충지에 대한 전면 타격 훈련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든다. 이미 북한 전역에 대한 공격 시나리오는 책상 위에 올라 있었고, 지휘 체계는 “미국이 눈치채기 전 잽싸게 시행한다”는 기조로 움직이고 있었다. 군이 아니라 권력이 먼저 뛰기 시작한 것이다.
한미 양국군이 2024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을 시작한 4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2024.3.4. 연합
이 가운데 가장 위험했던 장면은 아파치 헬기의 실탄 무장 비행이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군사분계선과 북방한계선(NLL)에 근접한 비행을 한 조종사는 “북한 어선이 보일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헬기는 평시와 다른 항로를 실탄을 장착한 채 임무를 수행했다. 군 당국은 이를 ‘정상적 훈련’이라고 해명했지만, 조종사들은 “도발을 유도하려는 위협비행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 비행을 ‘전면 도발’로 간주했고, 서해함대의 방공 태세를 격상시켰다.
이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만약 북한이 대응 사격을 했다면? 군은 이미 준비된 타격계획에 따라 전면전을 개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2024년 초에도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던 신원식 국방장관은 “김정은은 절대 전면전을 하지 못한다”고 호언장담하며, 전쟁 걱정 없이 북한을 마음껏 자극하도록 국군을 고취시켰다. 즉·강·끝이라는 구호로 북한에 결정적 작전을 수행할 태세를 갖추면, 북한이 대응하면 끝까지 응징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북한이 혼란에 빠져 정권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나름 전략적 계산도 있었다.
전면전 문턱까지 몰아간 윤 정권의 시나리오
2023년 11월부터 작성된 북한 전방군단 전면 타격계획 문건은 이미 훈련으로 전환되었고, 2024년 11월에는 김용현 전 장관이 직접 합참 전투통제실을 찾아와 ‘오물풍선 원점 타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김명수 합참의장이 머뭇거렸나 보다. 이에 격분한 김용현은 함참의장에게 “개념없는 놈”이라고 질타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김용현의 결전 의지는 계엄 선포로 직결되었다. 12월 초에 김용현은 다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비화폰으로 “오물풍선을 원점타격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작전 대기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한다.
한편 GOP 전방부대에서는 K-30 비호에 예광탄을 장전하고 오물풍선이 날아오면 하늘을 향한 경고사격 준비까지 마쳤다. 말이 경고사격이지, 이 또한 북한의 반응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도발을 기다렸고, 신호탄 하나만 터지면 모든 것이 의도대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군 내부에서도 “절대 실행돼선 안 되는 계획이었다”는 인식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문건은 작성되었고, 훈련은 실행됐으며, 타이밍은 정치일정과 정확히 맞물렸다. 2024년 가을, 우리는 북한과의 전면전 문턱까지 갔다. 그러나 그 전쟁은 김정은이 아니라 김용현이 기획했고, 무기는 국방부가 아니라 대통령실이 꺼냈다. 평양에 날아간 드론은 정보 수집이 아니라 대북 심리전이었고, 백령도에서 쏜 포탄은 방위가 아니라 방산 쇼케이스였다. 아파치의 위협비행은 작전이 아니라 연출이었고, 합참의 책상 위 문건은 전쟁이 아니라 정권의 시나리오였다.
북한 외무성이 11일 평양 무인기 침범과 관련한 중대성명을 발표하면서 배포한 사진. 평양 중구역 상공에서 무인기가 살포한 삐라 더미를 보여주고 있다. 2024.10.11. 조선중앙통신 연합
이런 일련의 작전에서 드론작전사령부의 허접한 드론이 평양에 추락되도록 하여 비행제원과 비행기록이 통째로 북한에 넘어간 것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으로 보여진다. 이런 이적행위의 진짜 목적을 따져보면, 백령도 인근에서 비행해 평양으로 날아간 드론으로 인해 서해 방어망이 붕괴된 것을 알게 된 북한이 서해에서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추면 언제든 남북 간에 충돌의 위험이 높아지고, 이를 국내 언론을 통해 북한의 도발 징후로 증폭시켜 계엄을 선포할 여건 조성에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보는 무너진 적이 없다. 다만 조작된 적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 조작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
평화연대 "내란·외환 진상 철저 규명, 엄벌해야"
군 통수권 이용 전쟁 유도 발본색원 촉구 대북 전단 규제와 확성기 방송 중지 환영 9.19 합의 복원,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
"내란, 외환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엄벌하라."
자주통일평화연대(상임대표 의장 이홍정)는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25주년에 즈음해 12일 용산대통령실 앞에서 발표한 선언문에서 "비상계엄 해제 6개월 만에 비로소 내란 및 외환 특검법이 제정, 공포됐다. 그러나 내란 세력의 저항과 증거 인멸, 사태 무마를 위한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면서 새로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 정부에 이렇게 촉구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상임대표 의장 이홍정)는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25주년에 즈음해 12일 용산대통령실 앞에서 '주권과 평화를 위해 새 정부에 요구한다'란 선언문을 발표했다. 2025. 06. 12 [평화연대 제공]
"내란·외환 진상 철저 규명, 엄벌해야"
평화연대는 '주권과 평화를 위해 새 정부에 요구한다'란 선언문에서 내란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남북 군사 충돌을 유도했다는 윤석열 정권의 '외환 혐의'의 사례로 △ 평양 무인기 침투 △ 오물 풍선 원점 타격 △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 공격 유도 등을 거론한 뒤 "그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벌해 다시는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이용해 일부 세력의 권력을 위해 전쟁을 유도하고 내란을 획책하는 일이 재발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이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작년 6월 15일 조직 명칭을 바꾼 시민사회종교 연합체로서 한반도의 자주·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북 전단에 대한 규제와 확성기 방송 중지 등 긴장 완화 조치가 시행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군사분계선(MDL) 인근의 군사 완충 지대 설치 등 9.19 군사합의 복원을 촉구했다. 그리고 남북 접경지역의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과 함께 접경지역 심리전과 군사훈련 등 적대행동 금지를 담은 남북관계발전법의 개정도 주장했다. 우선 광복 80년인 올해 8월에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2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5주년 기념식에서 이재명 대통령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2025.6.12 연합
9.19 합의 복원,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
평화연대는 "'빛의 혁명' 속에서 새로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 앞에는 단절된 남북관계와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심화된 군사적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며 수십 년간 유지해 온 북방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한미동맹 일변도의 진영대결,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에 앞장섰던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으로 인한 갈등과 문제들도 해결해야 하며, 트럼프 2기의 공격적인 경제·안보 관련 압박에도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연대는 △ 주권과 민생 중심 대미 협상 △ 주한미군의 대만 문제 개입 등 한미동맹 성격 전환 거부 △ 미일 패권과 진영대결을 위한 한미일 군사훈련 중단 △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폐기 △ 북한점령, 흡수통일 배제, 평화 협력 선언 △ 국가보안법 폐기 △ 전쟁, 대결 중심 안보 교육에서 평화통일 교육으로의 전환 등을 제시했다.
12일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대남 방송 스피커 옆 초소에서 북한군이 경계 근무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2025.6.12 연합
"하나 된 민족공동체 얼굴 그려야"
이홍정 의장은 발언을 통해 "남북의 평화주권자인 민(民)의 만남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간극을 넘어 이질성의 조화를 찾아가는 평화의 여정인 남북 민간교류를 복원하고, 그 어떤 지정학적 변화에도 중단하지 말라"면서 '하나 된 민족공동체의 얼굴'을 그려 나갈 것을 강조했다.
이날 선언문은 김경민 한국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방용승 전북평화연대(준) 상임대표,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함재규 전국노동조합총연맹 통일위원장이 낭독했다. 선언문에는 각계인사 1133명이 서명했고, 347개 단체가 참여했다. < 이유 기자 >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2024년 12월 10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평양 무인기'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전직 대통령 윤석열 등의 지시를 받고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는 의혹을 받는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지난 7일부터 오는 9일까지 휴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무인기 관련 외환 혐의를 수사 중이고, 부대가 의혹에 휘말렸는데 사령관이 하필 이 시기에 휴가를 낸 것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총 3일간 휴가를 냈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8일 <오마이뉴스>에 "드론사가 외환 혐의의 핵심 수사대상으로 떠올랐는데 정작 사령관이 하필 이 시기에 휴가를 냈는지 의문"이라며 "외환 혐의를 받는 주요 인물들의 증거인멸 우려도 나오는 만큼 김 사령관에 대한 특검의 조속한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승찬 "김 사령관, 지난해 6월 부대원들에 '무인기 침투' 지시" 12·3 내란 직후 '무인기 침투' 질의에 김 사령관 "확인해 줄 수 없다"
윤석열 등 외환 혐의를 수사 중인 특검팀은 지난해 10~11월 '평양 무인기 침투는 윤석열의 지시라고 들었다'는 현역 장교의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고자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군사도발을 유도했다는 게 외환 혐의의 핵심이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V(윤석열) 지시다", "국방부·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 "VIP(윤석열)랑 장관(김용현)이 북한 발표(를 보고)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드론작전)사령관이 또 하라고 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김 사령관이 2024년 6월 (드론사) 부대원들에게 평양 무인기 침투 준비를 지시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북한은 2024년 10월 11일 외무성 발표를 통해 "한국 무인기가 이달 3일, 9일, 10일에 평양에 상공에 침투해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이후 북한 국방성은 북한 국방성은 2024년 10월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무인기가 지난 10월 8일 23시 25분 30초 백령도에서 이륙해 북한 영공을 침범"했고, 이후 "황해남도 장연군과 초도주변의 해상을 지나 남조압도 주변 해상까지 비행하다가 변침(항로 변경)해 남포시 천리마 구역 상공을 거쳐 평양 상공에 침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해당 무인기가 지난 10월 9일 1시 32분 8초 평양의 외무성 청사와 지하철도 승리역 사이 상공에서, 1시 35분 11초 국방성 청사 상공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무인기 침투 날짜로 특정한 2024년 10월 8일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김 사령관에게 "군사대비태세 유공" 명목으로 300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당초 무인기 침투에 드론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은 12.3 내란 직후부터 불거진 상황이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 사령관에게 "누구한테 평양 무인기 침투를 지시받았는지, 어디서 무인기를 띄웠는지"고 물었지만, 김 사령관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내란 직후인 12월 8일, 경기 포천 드론사 내 컨테이너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증거인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 김화빈 기자 >
유병호, 관저 의혹 출석조사 요구한 감사관 질책 조은석 ‘부당감사’ 문건 작성…이메일 등 물증 있어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사무총장 시절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업체인 21그램을 직접 조사하려던 감사관들을 질책하고, 대신 서면 조사를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21그램 직접 조사가 빠진 감사종료보고를 받고도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런 감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조은석 감사위원 작성 문건, 사무총장 지시가 담긴 실무진 이메일 등이 남아있다고 한다. ‘김건희 특검법’에 따라 관저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등도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 대상이다.
“유병호 지시 따라 21그램에 ‘출석조사 없음’ 메일”
참여연대의 국민감사청구로 2022년 12월 시작한 관저 감사의 핵심은 김건희씨 후원업체였던 21그램이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데도 어떻게 증축 공사를 따냈는지였다. 감사 초기 실지감사를 맡은 감사관들은 감사원법 제50조를 근거로 민간업체인 21그램에 ‘출석 조사’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 등을 추가로 묻거나 추궁하기 위해 대상자를 출석시켜 조사하는 것이 감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왼쪽),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오른쪽 물 마시는 사람). 연합
그러나 이를 보고받은 유병호 사무총장이 실무자를 질책하며 출석 조사가 아닌 질문서만 보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질문서 방식은 통상 감사 대상 기관장에게 의견을 물을 때나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당시 감사 과정을 아는 전직 감사관은 6일 한겨레에 “유병호 사무총장 지시에 따라 실무진이 ‘출석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이메일을 21그램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관저 실지감사를 총괄하던 과장이 2023년 2월 갑자기 사표를 내자 ‘사무총장과의 갈등’이 이유라는 말이 나왔다. 이후 감사원 내 ‘유병호 라인’이 맡아 1년 가까이 진행한 관저 감사는, 지난해 3월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감사종료보고’를 한 뒤 최종 의결을 받기 위해 그해 5월 감사위원회의에 부의됐지만 부결됐다. ‘21그램 등을 직접 조사하지 않은 감사가 말이 되느냐’는 조은석 감사위원(현 내란 특별검사)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심인 김영신 감사위원은 ‘문제없다’고 했지만, 조 감사위원이 추가 조사 필요성 등을 담은 장문의 문건을 작성해 감사위원들에게 배포하며 부결을 끌어냈다고 한다.
2023년 10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조은석 감사위원(현 내란 특별검사)이 답변하고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가운데)과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오른쪽·현 감사위원). 연합
당시 감사원은 21그램의 하청을 받은 설계·감리업체 등은 모두 출석 조사를 했다고 한다. 감사 내용을 잘 아는 다른 인사는 “지게차 업체까지 직접 조사를 했다”고 전했다. 불법 하도급을 준 21그램만 출석 조사가 아닌 서면 조사로 충분하다는 납득할 수 없는 감사 지휘를 한 것이다. 결국 불법 증축 핵심 업체인 21그램과 원담종합건설 출석 조사는 감사위원회의 부결 뒤에야 이뤄졌다. 이후에도 감사원은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진술 등을 근거로김건희씨 서면 조사도 하지 않았다.
21그램 직접 조사가 빠진 감사 진행과 감사 결과 부의에는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 김영신 감사위원, 최달영 사무총장, 최재혁 행정안전감사국장, 손동신 당시 행정안전1과장등이 관여했다. 한겨레는 유병호 감사위원에게 여러 차례 통화 시도와 함께 문자메시지를 통해 21그램 서면 조사를 지시한 이유 등을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 김남일 신형철 기자 >
민주 “감사원, 고문에 가까운 감사로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날조”
‘부동산원 협박성 감사’ 정황에 감사원 개혁 밝혀
감사원 전경. 김혜윤 기자
대전지법에서 진행된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 사건’ 재판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이 전 정권 청와대를 겨냥한 압박조사를 한 정황이 드러난 것과 관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철저한 조사와 감사원 개혁을 하겠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감사원의 정치감사, 조작감사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감사원이 윤석열 정권의 정치 사냥개였음이 재판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통계조작이라는 각본을 짜고 감사원은 그 시나리오에 충실히 움직였다”며 “국회와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감사원의 위법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를 낱낱이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을 새벽까지 붙잡아두고 협조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등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며 “부동산원 직원간 대화에선 감사 목적이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감사가 아닌 명백한 정치공작”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를 통계법 위반 혐의로 몰아세웠지만, 정작 통계를 실제로 다룬 부동산원 실무자는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 조작된 것은 통계가 아니라 정권의 프레임이었다. 이는 감사원이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감시자가 아니라 권력의 하수인이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도 관련 첫 보도가 나온 지난달 30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이 ‘끼워 맞추기’ 감사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정치보복 돌격대’ 감사원이 벌인 정치보복의 진상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감사원은 부동산원 직원들을 고문에 가까운 고강도 감사로 괴롭혀서 있지도 않은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을 지어낸 것”이라며 “정권 차원에서 기획된 표적·조작 감사이고 기소임을 뚜렷이 보여준다”고 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전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30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동안 감사원이 얼마나 정권의 사병처럼 움직였는지, 감사원 개혁이 왜 필요한지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라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망각한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한다. 최달영 사무총장의 즉시 교체 및 수사, 임기가 보장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위원에 대한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 감사원 개혁 또한, 무너진 법치와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감사원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 최예린 기자 >
‘부동산원 겁박’ 감사원, 넉달간 대구 직원 서울 ‘수시 호출’
대구 부동산원·세종 국토부 직원 상대 감사기간 종료 뒤에도 ‘출석조사 남용’
감사원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친 뒤 감사원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혜윤 기자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 감사 당시 공식 발표한 감사기간이 끝나고도 4개월 넘게 주요 감사 대상자 여러명을 상대로 집요하게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 통보를 전제한 ‘감사실시’가 종료된 뒤에도 기관 직원들을 수시로 불러 출석조사를 한 건데, 감사 대상의 인권 보호와 업무부담 최소화를 위해 ‘과도한 출석문답‘와 ‘권한 남용’을 금지한 감사원법에 어긋나는 ‘위법 감사’란 지적이 나온다. ‘통계조작 의혹 사건’에서 감사원의 ‘압박조사 정황’과 함께 해당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6일 한겨레 확인 결과, 감사원은 해당 사건의 감사실시 기간(2022년 9월26일∼2023년 3월31일) 이후인 2023년 8월8일까지 다수의 감사 대상자를 서울의 감사원 사무실로 출석시켜 조사했다. 주요 감사 대상 기관인 부동산원 본사는 대구에, 국토교통부는 세종에 있다. 감사원은 한 달여 뒤인 2023년 9월13일 검찰에 수사요청서를 보내면서 감사실시 기간을 넘겨 장기간 추가 조사한 내용은 뺀 채 ‘2022년 9월26일∼2023년 3월31일 감사를 실시한 결과 범죄혐의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 뒤늦게 지난 4월 발표한 감사보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지난달 25일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주요 감사 대상자이던 ㄱ씨(한국부동산원 전 주택통계부장)가 감사실시가 끝난 뒤에도 2023년 4월12일부터 43일 동안 2∼3일에 한 번꼴로 서울 감사원에 불려가 조사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총 20차례의 ㄱ씨의 감사원 출석조사 중 감사실시 기간 안에 한 건 4차례뿐(1번은 감사준비 기간 진행)이고, 그 이후인 4∼5월 집중적으로 15차례 출석문답이 이뤄졌다. “국토부·청와대 압박으로 통계조작 했다”는 ㄱ씨 핵심 진술도 감사실시 종료 뒤 나온 것이다.
지난 재판에서 피고인 쪽은 “이는 감사의 필요성 때문이 아닌 수사요청을 전제로 감사원이 검찰에게 제공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감사실시가 종료 뒤 작성된 감사 문답서는 감사원 규정상 위법한 증거로, 이를 토대로 한 감사원의 수사요청과 검찰의 수사·기소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
실제 감사원 규정은 감사대상의 인권보호와 부담 최소화하기 위해 ‘출석조사 남용’을 제한한다.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17조)’은 “출석답변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감사목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앞서 ‘감사기본 원칙’에는 △관계자 등의 인권 존중과 적법절차 준수 △ 감사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감사 △ 권한 남용 금지 △ 감사실시와 자료제출 요구로 인한 감사 대상자의 부담 최소화 등이 적시돼 있다 .
그럼에도 감사원은 전혀 다른 개념인 ‘감사실시’와 ‘실지감사’를 맞바꿔 쓰며, 공식 감사실시 기간 뒤에도 멋대로 ‘실질적인 감사’와 다름없는 집중 조사를 벌였다. 감사원 규정상 ‘감사실시’는 감사계획에 따라 감사준비 뒤 대상기관에 조사기간 미리 통지하고 진행하는 ‘실질적인 감사행위’ 자체를 뜻한다. 반면 ‘실지감사’는 ‘감사관을 현지에 파견해 하는 조사’로 서면감사에 반대되는 감사행위 방식에 불과하다. 그러나 감사원은 검찰 수사요청 때엔 ‘감사실시 기간’이라고 밝힌 것을, 1년6개월 뒤 보고서에는 ‘실지감사 기간’으로 바꿔 발표하며 혼동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통상적인 관행”이라며 ‘문제 없다’는 태도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추가 출석조사는) 실지감사 뒤 의견청취 과정에서 한 후속조처다. 후속조처이기 때문에 수사요청서와 감사보고서에 따로 기재하지 않았고, 그동안 통상적으로 그렇게 해왔다. 이 건에 대한 추가 조사가 특별히 길어진 건, 조사 대상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출석조사는 ‘필요 최초한도’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최예린 기자 >
▲김경호 MBC 주말앵커가 5일 뉴스데스크 스튜디오 출연 기자 대담에서 새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검찰특활비가 부활된 건 의외긴 의외다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이재명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에 자신들이 야당 때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과 검찰의 특수활동비를 부활한 것을 두고 MBC 앵커가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새 정부에서 검찰 특활비가 복원된 건 의아하다고 쓴소리했다. 채널A는 대통령 특수활동비 부활을 위한 명분 쌓기용이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을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를 열어 “오늘 국무회의에서 31.8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라며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은 경제위기 가뭄 해소를 위한 마중물”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전날 밤 11시에 여당 단독으로 추경안을 처리했다. 그 이유는 105억 원 규모의 대통령실, 감사원, 검찰 등의 특활비 예산의 부활 탓이다. 야당은 7~8개월 전 쌈짓돈이라 비판하며 전액 삭감했던 여당이 이번에 부활시킨 것은 내로남불이자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특활비 부활에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결국 추경안 수정안에 “법무부는 검찰청의 특수활동비를 검찰 개혁 입법 완료 후 집행한다”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통과시켰다.
김경호 MBC 주말앵커는 5일 ‘뉴스데스크’ 스튜디오에 출연한 정상빈 기자와 대담에서 “새 정부가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 특활비가 복원된 게 의아하긴 하네요”라고 반문했다. 정상빈 기자는 “상당수 민주당 의원이 ‘검찰 특활비 복원엔 명분이 없다’라고 하면서, 의원총회가 길어졌고, 본회의도 늦어졌다”라며 “표결 결과 재석의원 182명 중 기권 11명, 반대 3명이었는데, 기권 11명 중 6명이 민주당 소속, 대부분 검찰 개혁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었다”라고 답했다.
김윤수 채널A 앵커는 ‘뉴스A’ <“검찰 특활비, 대통령실 특활비 부활용”> 앵커멘트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대통령실 특활비를 복원하기 위해서 검찰 특활비를 끌어들였다고 지적했다”라고 소개했다. 채널A는 리포트에서 ‘대통령실 특활비를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검찰 특활비까지 끌어들였다’라는 분석을 두고 “특히 야권 일각에선 검찰 특활비의 경우 ‘검찰 개혁 입법 완료 이후 집행한다’라는 단서가 달린 만큼 사실상 대통령실 특활비만 복원시킨 것과 다름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윤수 채널A 주말앵커가 5일 뉴스A 앵커멘트에서 국민의힘이 검찰특활비를 대통령실 특활비 부활용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
홍지은 채널A 기자도 스튜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추석 전 검찰 개혁 얼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법안 통과를 고려하면, 현장에서 (검찰 특활비를) 쓸 수 있는 시기는 석 달 뿐이란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국민의힘은 검찰 특활비 부활은 대통령실 특활비 부활을 위한 생색내기용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가희 MBN 기자는 이날 ‘뉴스센터’ 스튜디오에 출연해 “특활비는 기밀을 요하는 국정 활동에 쓰이는 비용이어서 꼬리표가 없는 돈인데,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때 쌈짓돈이라며 전액 삭감한 대통령실 특활비를 이번에 절반인 41억 원가량을 복원하자 국민의힘이 반발했다”라며 “검찰 특수활동비도 40억 원이 추가됐는데, 이번엔 여당인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반발했다”라고 전했다. 장 기자는 “기존 검찰청을 해체하고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추진 중인 여당이 검찰 특활비를 복구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는 논리”라고 전했다.
JTBC도 이날 ‘뉴스룸’ <검찰 특활비 복원에 여당도 ‘이견’>에서 “복원된 특활비 중 검찰 몫을 두고선 민주당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라며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검찰 개혁을 주도해 온 의원들이 ‘검찰 특활비를 이번 추경에 편성하는 게 온당하지 않다’라며 반발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김명우 TV조선 주말앵커는 ‘뉴스7’ <특활비 넣고 기초연금 깎고…야 반발> 앵커멘트에서 “이번 추경에는 소비 쿠폰 외에도 지난 정부 때 전액 삭감됐던 대통령실과 검찰의 특수활동비 일부도 포함됐다”라며 “국민의힘은 '내로남불 예산 폭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라고 전했다. 이현영 SBS 주말앵커도 ‘8뉴스’ <”위선 극치”…”책임 있게 쓰고 소명”>에서 특활비 부활을 두고 ‘위선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판한 국민의힘과 ‘책임 있게 쓰고 제대로 소명하겠다’라는 대통령실 입장을 소개했다. < 조현호 기자 >
검찰 개혁 한다면서 ‘특활비’ 되살린 민주…“정면 역행” 당 안팎 논란
지난 4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추가경정예산안에 민주당이 지난해 말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비서실과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포함되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특활비 사용처를 투명하게 증빙하도록 했고, 사용 시점도 ‘검찰개혁 입법 이후’로 못박아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도 ‘명분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을 살펴보면, 대통령실 41억2500만원, 법무부 40억400만원, 감사원 7억5900만원, 경찰청 15억8400만원 등 4개 기관 특활비 약 105억원이 포함돼 있다.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11월 민주당은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특활비 82억5100만원, 검찰 특활비 80억900만원 등을 전액 삭감한 바 있는데, 이번에 통과시킨 추경안에 삭감 예산의 6개월분을 되살린 것이다. 특활비는 정부·공공기관에서 정보 수집, 사건 수사 등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업무에 쓰이는 경비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특활비 증액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에 첫번째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자그마한 돌부리라도 걸리면 넘어지게 된다”고 했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명지대 객원교수)은 “고강도 개혁을 할 것처럼 집권했는데 (친윤 논란이 있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특활비 부활까지 더해졌다. 제도를 바꾸겠다면서도 행정은 그대로 유지하면 개혁 대상인 검찰도, 받아들이는 국민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추경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인 4일 저녁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법제사법위원회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데다 전액 복원은 문제”라는 등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은 ‘특활비 편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정부에서 특활비를 불투명하게 꼼수로 집행한 게 문제였지, 특활비 자체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날 “지난해 특활비를 전액 삭감할 당시의 취지는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존중해 사용처를 제대로 증빙하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문제는 애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에는 특활비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활비는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적극적으로 (사용처를) 소명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면서 전향적으로 검토를 다시 해야 된다”는 민주당 쪽 의견이 나오면서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부가 알아서 특활비를 추경안에 편성하기 힘들고 국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대통령실만 복구하면 비판이 거셀 것이기 때문에 (검찰까지) 함께 복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이 지난 4일 본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에 ‘법무부는 검찰 특활비를 검찰 개혁입법 완료 뒤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달면서 논란은 표면적으로 가라앉는 분위기지만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의 기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주의를 물어뜯은 검찰에 힘이 되는 예산을 주는 건 다시 먹이를 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불투명한 사용 문제로 전액 삭감했던 예산을 아무런 제도 개선이나 지출 근거 제출 없이 다시 편성했다”며 “야 4당이 함께 추진한 검찰개혁의 방향에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고한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