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와 관련한 중대한 정치적 문제...대처 잘못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가족 연루 의혹이 제기된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한 대표가 팩트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이사장은 27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한 대표의 당원 게시판 논란 대처법의 문제점을 짚었다. 유 전 이사장은 “문제의 핵심은 어떤 당원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쓴 것이 문제냐 아니냐가 아니”라며 “당 대표 가족 명의로, 여러 사람이 소위 드루킹 공작 비슷하게 1~2분 간격으로 접속을 이어가면서 비슷한 성격의 글을 계속 올린 의혹이 사실이냐 아니냐 묻는 것이고, 이는 당 대표와 관련한 중대한 정치적 문제”라고 말했다. 당원 게시판 논란은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무더기로 올라온 사실이 지난 5일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후 한 대표는 가족이 실제 글을 작성했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대통령 비판 글을 썼는지 색출하라고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할 수 없는 발상”, “없는 분란을 불필요하게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익명 당원 게시판에 대통령 비판 글을 쓰는 것은 애당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가족 연루 의혹에 맞서고 있는 것인데, 유 전 이사장은 이를 본질을 비껴간 대처법이라고 본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특정 당원이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을 썼냐, 안 썼냐 그 문제가 아니다. 문제를 엉뚱한 것으로 바꿔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이사장은 한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한 내밀한 정보를 측근들하고만 공유하며 방어막을 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친한계는 한 대표 이름으로 당원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이용자가 8명이라며 한 대표 연루 의혹을 부인했는데, 유 전 이사장은 이를 두고 “개인정보보호법상 당원명부를 보면 안 된다면서 어디서 나온 팩트냐. 팩트가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방과 공감을 이루기 위해선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것이 논리의 규칙인데, 자기와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은 ‘8동훈’(당원 게시판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동훈’ 이름의 당원이 8명 있다고 친한계가 밝힌 뒤 생겨난 말)을 안다고 하고, 그걸 다른 사람(친윤계)하고 공유 안 한 조건에서 없는 분란을 만들어내고 있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라고 꼬집었다.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곡해해 전혀 다른 '허수아비'를 정해놓고 그것을 공격하는 오류다. 유 전 이사장은 “(한 대표는) 남과 대화할 기본이 안 돼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가면 얼마나 가겠느냐”고 덧붙였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한동훈, 도로교통법 위반 신고돼…“불법정차 뒤 국힘 점퍼 입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탄 차량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청년 당원 간담회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도로 법규를 위반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면, 작성자는 한 대표가 탄 차량 운전자와 한 대표가 도로교통법을 위반했으므로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에 접수된 이 신고 내용은 서울 마포경찰서로 이송됐다.

글 작성자는 한 대표가 타고 있던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불법 주정차를 했다고 주장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1시간1분40초부터)을 보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주변에서 초록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한 대표가 탄 검은 차량이 느리게 지나간다.

이어 행사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한 대표가 행사에 맞춰서 입을 흰색 후드티를 차량 창문을 통해 전달했고, 건물 주차장 쪽으로 우회전 하던 차량은 인도와 차도에 걸쳐 멈춰섰다. 횡단보도의 초록불이 빨간불로 바뀐 뒤에도 한 대표가 탄 차량은 18초 동안 차도를 막고 있었고, 편도 1차로 도로에서 그 뒤에 있던 차량들은 18초 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글 작성자는 “한 대표의 차량이 주행했던 도로의 방향이 일차선이었던 만큼, 횡단보도 신호가 다시 적색으로 바뀌었는데도 뒷차량은 앞으로 주행하기 어려웠다. 그로 인해 잠시간이나마 교통혼잡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대표가 탄 차량은 건물 쪽으로 근접하면서 차량 소통은 가능해졌지만 이번에는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인도를 막아서게 됐다. 주차장 출입구에서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기도 했다. 우산을 쓴 시민, 자전거를 탄 시민은 인도 한가운데 멈춰선 차량을 피해가야 했다. 한 대표가 차량의 뒷좌석에서 흰색 후드티를 걸쳐 입고 나오기까지 4분2초가 걸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검은색 차량에서 나오는 모습. 유튜브 화면 갈무리

글 작성자는 “결국 한 대표가 국민의힘 마크가 부착된 하얀색 잠바를 입고, 차량에서 나오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불법정차 및 보도역주행 하는 황당무계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집권 여당의 당 대표가 준법정신이 결여된 모습을 보인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공보실은 “차량이 횡단보도를 진입하는 시점에 보행자 신호는 빨간불이었다”며 “차량이 진입한 곳은 단순 인도가 아닌 해당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설명했다. 주차장 진입이 늦어진 것과 관련해선 “차량 높이 문제로 주차장 진입 가능 여부를 건물 주차 관리인에게 안내받고 있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탄 차량이 인도와 차도에 걸쳐 있는 모습. 유튜브 화면 갈무리

 

검찰, 미래한국연구소-PNR 채무이행 각서 확보

 

 
 
                                            김건희 씨(왼쪽)와 명태균씨.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 쪽이 여론조사업체인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 작성해 준 채무이행 각서에 김건희 여사가 언급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검찰은 이 각서에 김 여사의 이름이 담긴 경위 등을 확인하고 있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 26일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일했던 이 사건의 핵심 제보자 강혜경씨를 조사하면서 작성일자가 2022년 7월 날짜로 작성된 채무이행 각서를 제시했다. 이 각서에는 미래한국연구소가 피엔알 쪽에 진 부채 6000여만원을 ‘김 여사에게 돈을 받아 갚겠다고 약속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어 각서에는 ‘미래한국연구소 쪽이 김 여사에게 받을 돈이 있다는 내용이 거짓이면 사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2022년 12월까지 채무를 상환하지 않을 경우 사기죄로 고소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각서를 작성한 것은 피엔알 대표인 서아무개씨고 강씨는 채무이행 각서에 지장을 찍었다.

이와 관련해 강씨는 검찰 조사에서 ‘2022년 3월부터 피엔알 쪽이 여론조사 비용 등을 달라고 독촉했고 그때마다 명씨가 김 여사에게 받을 돈이 있으니 그 돈을 받으면 갚겠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속 채무상환이 이뤄지지 않자 서씨가 강씨에게 각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강씨는 명씨가 이런 사실을 나중에 알고 ‘왜 개인적으로 각서를 써줬냐’며 질책했다고도 진술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김 여사로부터 돈을 받겠다는 내용이 허위였냐’고도 강씨에게 물었다. 이에 강씨는 실제 돈을 받기 위해 청구서도 만들었고, 명씨도 돈을 받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피엔알은 지난 대선 시기 미래한국연구소가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해 실시한 81건의 여론조사 중 공표 조사 58건을 의뢰한 업체다. 채무 역시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미래한국연구소와 피엔알 각서에 김 여사가 등장한 만큼 명씨 등이 실제 당시 김 여사에게 받을 돈이 있었는지, 채무변제를 미루기 위해 둘러댄 단순한 거짓말에 불과했는지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를 압수수색하며 2022년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공천 심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 한겨레  정혜민  배지현  김완 기자  >

 

‘오 시장 지인’ 김한정씨 “명씨에 돈 주고 여론조사” 주장
김종인 “비서가 여론조사 책상 위에 올려 뒀다는데 못 봐”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소상공인 힘보탬 프로젝트’ 기자설명회를 마친 뒤 명태균·강혜경씨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오세훈 서울시장 지인’으로 알려진 김한정씨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 시장 후보자를 위한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의혹을 받는 가운데, 여론조사 내용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 전 위원장과 김씨, 명씨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27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태균씨가 비공표 여론조사를 자신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을 두고 “과거에 있었던 비서한테 물어봤더니 그런 여론조사를 출력해서 내 책상 위에 놔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비공표 여론조사가 전달된 건 맞으나, 자신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다는 취지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이 여론조사를 봤는지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서울시장 쪽 후원자였던 김한정씨는 최근 명씨에게 비공표 여론조사 비용으로 3300만원을 대납했고 이 조사 결과가 김 전 위원장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 여론조사는 아예 보지도 않았냐’는 질문에 김 전 위원장은 “솔직히 얘기해서 그 당시에 하도 바쁘고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걸 전혀 잃어버리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은 “(명씨가 전달한 비공표 여론조사) 자체는 오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시장으로 만드는 데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다”며 “그건 여러가지 여론조사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 자체가 명씨가 얘기하는 식으로 ‘자기가 오세훈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김한정씨가 명씨에게 3300만원을 주고 여론조사를 돌린 이유’를 두고는 “그거는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며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돈을 줬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소상공인 힘보탬 프로젝트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연합
 

이와 관련해 오 시장과 명씨, 김씨와의 관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김씨가 명씨 쪽에 3300만원을 보낸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명씨가 2021년 김영선 전 의원 소개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캠프에 찾아왔는데 싸움이 일어나 (명씨와) ‘다시 볼 수 없는, 만날 수 없는 상태로 헤어졌다’고 보고받은 뒤 잊어버렸다”며 “김(한정) 사장이란 분이 추후 3300만원을 줬다, 혹은 그 이상의 액수가 갔다는 것을 저로선 관심도 없고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측근 ㄱ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씨는 예전에 철강 대리점을 했던 분으로 재력이 좀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오셔서 가끔 밥도 같이 먹었다. 그러나 캠프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갖고 있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씨 고향이 창원이라 명씨와 속된 표현으로 의기투합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씨가 이사장을 맡았던 사단법인 ‘공정과 상생학교’(공생학교)는 이사진 대다수가 오 시장 당선 직후부터 서울시 유관기관의 임원으로 취업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공생학교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생학교에 오세훈 사람들이 많았다. 공부하는 프로그램 비슷하게 (운영)해서 1기수 정도 하고 문을 닫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한겨레 허윤희 장수경 손현수 기자 >

민주 맹 비난 " 압수수색 시간을 미리 알고 취재진에 안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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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국민의힘 당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연합
 

검찰이 27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사실상 사전에 고지하고 짜고 치는 ‘부실 압수수색’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검찰독재대책위원회(위원장 전현희)는 이날 오후 내놓은 논평에서 “국민의힘 관계자가 ‘검찰이 (오후) 1시에 온다고 했다’고 압수수색 시간을 미리 알고 취재진에게 안내까지 했다. ‘시간 예고제’ 압수수색이냐’는 비아냥이 나온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들은 “압수수색 대상이 국민의힘 당사와 국회 의원회관 내 국민의힘 사무실이므로 당연히 동시 압수수색 했어야 하는데, 오전에 국민의힘 당사, 오후에 국회 의원회관 내 국민의힘 사무실로 시간차 압수수색을 했고, 오후에 할 압수수색 대상을 노출했다”며 “공천 관련 생생한 증거를 다 빼돌릴 시간을 준 셈”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런 검찰의 강제수사가 2022년 민주당에 대한 수사와는 차이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장동 사건 수사 때 민주당 당사와 국회 본청 내 민주당 대표 비서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던 것과 분명히 다른 조치”라며 왜 국민의힘은 민주당처럼 세게 압수수색 하지 않고 봐주기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냐”고 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압수수색이 검찰의 주특기인 ‘꼬리자르기’ 꼼수를 위한 ‘보여주기 쇼’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부부가 휴대전화를 바꾼 것을 두고도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것”이라며 “윤건희에게 불리한 증거는 다 없애버리는 증거인멸을 위한 압수수색이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의 방향을 정해놓고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국민 눈가리기용으로 한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에서 국가형벌권(검찰권)은 정적을 치는 몽둥이로 전락했고, 살아있는 권력은 치외법권처럼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법 집행을 무기화해서 정적만 처벌하고 자기편을 보호하는 행태는 독재정권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 

 

압수수색 국힘, 공천 개입 의혹 자료 상당수 폐기…강제수사 실효성 의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를 수사 중인 검찰 수사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국민의힘 기획조정국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명태균씨를 구속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국민의힘 서울 여의도 당사 등을 압수수색했으나, 핵심 자료들 상당수가 폐기된 탓에 강제수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쪽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증거인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공천 관련 문서의 상당수는 별도의 보존 규정이 없어 이미 폐기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민의힘 당사 내 조직국과 의원회관 내 기획조정국에서 이뤄진 창원지검 전담수사팀의 압수수색은 자료 제출 문제로 검찰과 국민의힘 사이에 사전 소통이 이뤄진 탓인지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후 기획조정국 압수수색을 참관한 김상욱 원내부대표는 절차가 마무리된 뒤 기자들과 만나 “2022년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검찰이 요청한 자료 중 공개된 자료들 위주로 임의제출을 했다”며 “공천 관련 자료는 계속 보관을 하지 않다 보니 없는 자료들이 많이 있다. 없는 자료는 저희가 협조해서 제출하고 싶어도 제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대표는 “당이 협조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 최대한 협조했다. 당의 기본 방침은 수사권에 있어서는 여야 없이 다 공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합법적이고 공정한 수사 요구에 응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공천 관련 서류는 ‘선거 후 폐기’가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한 당직자는 “공천 자료에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다수 담겨 있다. 따라서 선거가 끝나면 폐기하는 게 맞다”고 했다.

검찰은 2022년 재보선과 지방선거를 전후한 시기에 공천과 관련해서 오간 메신저 소통 내용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도부와 유관 부서의 컴퓨터와 전산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그 사이 당에서 사용하던 컴퓨터의 다수가 이미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 관계자는 “(압수수색에 대비해) 일부러 바꾼 건 아니고, 당사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는 너무 낡아서 일괄적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기획조정국 등 국회 공간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는 국회 사무처가 사용 연한이 지난 것들부터 순차적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4시50분께 기조국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은 국민의힘 당사로 다시 이동해 당 전산 자료를 들여다봤다. 김 원내부대표는 “압수수색 대상에 예전 당대표 등이 내부 메신저로 주고받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손현수 기자 >

 

당 압수수색에도 느긋한 친한동훈계…공천 개입 의혹 크게 손해 볼 거 없다?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국민의힘 당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국민의힘 당 사무실의 모습. 연합

 

“검찰에서 면밀하고 공정하게 하려고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검찰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와 국회 내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작한 직후 김상욱 원내부대표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당원 명부와 선거 관련 자료 등 핵심 내부 문서를 취급하는 사무 공간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상황임에도 그의 말에선 어떤 긴박감이나 위기의식도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 이날 국민의힘에선 당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어나기 마련인 지도부와 당직자들의 격렬한 반발이 아예 없었다.

한동훈 대표는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오전 10시30분 국회에서 진행된 격차해소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난 한 대표는 당사 압수수색과 관련해 “법원에서 발부된 영장이다. 정치활동의 본질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에 따라 응하겠다는 관련 부서 보고를 받았다”고만 했다. 당 사무를 총괄하는 서범수 사무총장 등이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당사를 찾기는 했지만 아무런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과거 사례에 견줘 매우 낯설다. 2021년 9월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막아서 11시간 대치 끝에 압수수색을 중단시켰다. 같은 해 10월 공수처가 정점식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도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급히 현장을 찾았다.

국민의힘의 느슨한 분위기엔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미 예고됐던데다 상당 부분 ‘임의제출’ 방식으로 이뤄진 탓이 커 보인다. 검찰은 앞서 국민의힘에 재보선 공천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대외비 문서를 그냥 내줄 수 없으니 영장을 가져오라’는 답을 들었다. 다만 친한동훈계 지도부의 느긋한 태도는 ‘명태균씨가 주로 친윤석열계와 접촉해온 만큼 검찰 수사로 크게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 때문일 수 있다. 검찰이 집중적으로 살피는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과정에도 친한계는 거의 연루되지 않았다.    < 한겨레  김남일 손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