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과 민주당·복지부 3각 합의 “의대정원 논의 중단·원점 재논의
전공의들 “수용 못한다” 강경…떼쓰기에 공공의료 확충 좌초 비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의대정원 확대 등의 의료정책을 협의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하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위한 정책 추진을 코로나19 안정화 때까지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4일 합의했다. 국민의 생명·건강과 관련된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중차대한 정부 정책 추진이 의사단체들이 한달 가까이 벌인 집단행동으로 장기 표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의협 산하단체이면서도 이런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집단휴진으로 인한 진료 공백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각각 최대집 의협 회장과 의료 정책 현안에 대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민주당과의 합의문에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에 대해 “관련 논의를 코로나19 안정화 때까지 중단하고, 안정화 뒤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한다”는 내용이 주요하게 담겼다. 또 복지부와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향후 의-정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하며, 이 경우 국회 협의체 논의 결과를 존중한다”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진료현장에 복귀한다”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이날 합의로 인해, 현 정부 임기 안에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은 사실상 추진되기 어려워졌다. 애초 정부는 지역 간 의료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2022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릴 방침이었다. 합의문에 명시된 ‘코로나19 안정화’는 길게 잡으면 최소한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코로나 안정화 시점을 백신이 개발되고 국민들이 예방접종을 받은 뒤로 해석할 경우, 이번 정부 안에 추진은 못 하는 것”이라며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의사들의 이기적 집단행동에 정부가 끝내 뒷걸음질을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도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공공의료 정책 논의에서 시민을 배제하고 이익단체인 의사단체의 요구대로 공공의료 포기를 선언한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날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정책 추진을 무력화시켰으면서도, 전공의들은 합의문 수용조차 하지 않고 있다. 최종 합의문에 공공의대 설립 등 관련 법안 ‘철회’가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의협 회장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합의문에 의사들의 ‘의료현장 복귀’가 버젓이 명시돼 있지만, 집단휴진이 언제 종료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공의들이 이날 합의문 서명을 저지하기 위한 실력 행사에 나서면서, 복지부와 의협 간 합의문 서명 시간이 두차례나 미뤄지고 급기야 서명 장소가 바뀌기도 했다. 애초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만나려 했던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회장은 해당 장소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오후 2시45분께가 되어서야 정부서울청사로 장소를 옮겨 서명을 마칠 수 있었다. 전공의들은 앞서 지난달 25일 복지부와 의협이 만든 잠정 합의문도 걷어차고 집단휴진을 이어간 바 있다.
참여연대, 보건의료노조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공의료 포기 밀실 거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복지부-의협 간 합의문에는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 추진을 중단한다는 것 외에 지역수가, 전공의 수련환경의 실질적 개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등 주요 의료 현안을 의제로 ‘의-정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이해당사자가 다양한 주요 보건의료 정책을 ‘의료계와 정부’, 두 주체를 중심으로 밀실 논의를 하려는 것이냐는 노동·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터져 나왔다. 특히 건정심 구조 개선은 그동안 의사단체가 위원회 내 위원 몫을 늘리고 싶다는 속내를 강하게 드러내온 사안이다. 건정심은 의료공급자 8명, 가입자대표 8명, 정부와 학계 등 공익대표 8명 등 2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의협 몫은 2명이다. 의협이 ‘4대악’ 정책이라며 철회를 주장해온 한방첩약 급여화도 건정심 논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다. 이번 합의문에는 의협이 제기하는 ‘4대악’ 정책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체를 통해 논의한다고 돼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집단휴진의 직접적 계기가 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문제를 의사단체들과 논의하기로 한 것에 더해, 건정심 구조 개편 논의까지 하기로 한 것은 협상을 여러차례 거치면서 의사들에게 준 선물이 늘어난 셈”이라며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반발하는 의사들에게 의약분업과 상관없는 의대 정원 축소를 약속하고 이행해준 것과 닮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백기투항’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센 데 대해, 복지부 쪽은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며 수련환경을 개선해 의료 질을 향상한다는 방향에는 의료계와 정부가 공감하고 있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최하얀 김민제 기자 >
“정부, 공공의료 강화 포기선언…환자 인질극에 백기투항”
시민사회, 의·정 합의안 부글 “미흡한 정책조차 밀실서 무산”
“노사정 합의했던 의사 증원 좌초” 환자단체는 재발방지책 촉구
암환자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의 권리가 무시된 의사집단휴진을 규탄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공공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가 ‘공공의료 강화 포기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의료 정책 수립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참여연대 등 177개 시민사회단체는 4일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미흡한 공공의료 정책을 내놓고도, 그조차도 의사단체와 밀실에서 협의해 무산시켰다”며 “정부가 의사들의 ‘환자 인질극’에 백기투항하고 공공의료 개혁을 포기한 것으로, 시민 생명을 위해 책무를 다해야 할 정부와 여당의 무책임한 행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코로나19로 인해 공공의료 필요성이 높아졌는데도 정부가 개혁을 진전시키기는커녕 되레 후퇴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들은 자신의 생명을 책임져주는 국공립병상 등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됐지만, 정부는 밀실 합의로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도 “정부가 집단휴진에 굴복한다면 이후 과잉진료·의료공백 등의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동계는 노사정 합의사항이었던 ‘의사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이 여당과 의협의 대화만으로 좌초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노사정 합의를 저버린 정부, 집단 이기주의 의협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방역체계 및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를 위해 인력을 최대한 확충하고, 국공립 보건의료 인프라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좌초된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의협에서 문제 제기하는 정책에 대해서 정부가 의료계와 새로운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합의문 내용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환자를 볼모로 삼아 집단휴진을 진행한 의협을 어느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규탄했다.
환자단체 등 의료소비자들은 의사들의 집단휴진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안도하면서도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자들을 볼모로 하여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이번 사태에 대한 반성이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의료계가 두번 다시 환자를 볼모로 의료를 거부·중단하는 등 환자에게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의료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는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그동안 민간 중심 의료시스템을 묵인·방조해온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도 명분 없는 파업을 강행하는 의사들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제라도 정부는 공공의료 방치를 반성하고 의료 정책에 시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윤경 김양진 기자 >
“의사들 집단 이기주의에 밀렸다” 여당 안에서도 쓴소리
“공공의료 강화 기회 놓쳐” “왜 이런 합의 해줬나” 불만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서명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이 4일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치’를 원점 재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집단 이기주의에 밀려 공공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불만과 아쉬움이 나온다.
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합의안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지역의사제 도입을 의사들의 진료 복귀와 맞바꾼 것일 뿐”이라며 “국제적인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인구비율당 의사 수, 병원 하나 제대로 없어 몇 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지방의 열악한 의료현실, 돈 되는 의료 과목은 넘쳐나고, 필수 의료 과목 의사는 찾기 어려운 현실이 우리가 서 있어야 할 ‘원점’”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간호사 출신으로 연세의료원 노조위원장과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한국노총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원의들의 불만은 예상했지만 전공의들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할 것은 미처 예상치 못해 대응이 허술했던 게 사실”이라며 아쉬워했다.
합의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이 계속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복지위 소속인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이성적으로 판단을 해야 대화가 되는데 전공의들이 막무가내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 ‘왜 이런 합의를 해줬냐’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의사들을 다치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합의를 한 것인데 (너무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전공의들이 협상의 기본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자기주장을 100% 들어주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 정도 합의안을 거부하고 더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라며 “정부도 당도 많은 양보를 했다. 국민들의 생명을 볼모로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의료 공백 문제는 해소해야 하지만, 앞으로 의료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수진 의원은 “국회는 ‘의-정 협의체’가 아니라 국민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보장해야 한다. 환자, 전체 의료인, 시민단체, 전문가 모두가 참여해 소수 권력집단의 이익이 아닌 전체 국민을 위한 의료 공공성 강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의대 정원은 정부 제시 규모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 지역 의무근무도 최소 10년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 김원철 서영지 노지원 기자 >
정부, 합의 직후 고발 취하…강력 반발 전공의 진료복귀 불투명
대전협 “합의 과정 전공의 배제” ‘정책 철회 문구 넣어라’ 강경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정부와 의협의 협약식에 참석하려다 전공의와 전임의들의 항의를 받으며 장소를 빠져 나가고 있다.
4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여당과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현안에 대해 합의했지만, 전공의들이 합의문을 수용하지 않으면 집단휴진 여파는 계속될 수 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6명에 대한 고발 조처를 취하하고 의사 국가고시 시험 접수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정책(법안) 철회’를 수용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업무복귀를 위한 유화책을 최대한 꺼내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전공의·전임의 등은 이날 의협과 정부·여당 간 합의가 ‘졸속’으로 이루어졌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의협이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와 각각 합의문에 서명한 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최대집 회장의 독단적 협상 진행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제기한다”며 “4일 새벽 복지부와 협상이 극적 타결되었다는 속보를 언론을 통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오는 7일 회의를 열어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의협 산하 단체지만 단체행동 중단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최대집 의협 회장은 합의문 서명 뒤 기자들과 만나 “(의사단체들이 모인)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에서 최종안을 만들고 거기서 승인한 뒤 협상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협상장에 가서 상대 쪽과 수정이 있으면 제가 재량에 따라 협상 타결 또는 결렬을 정하는 것이지 이걸 누구한테 보이고 추인받는 절차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분이 쉽게 가라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전협은 80%를 웃도는 높은 참여율로 의사들의 집단휴진을 주도한 핵심 조직이다. 대형병원 등을 중심으로 진료 공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집단휴진 영향이다. 일부에선 최 회장에 대한 ‘탄핵’(불신임)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나온다.
이처럼 상황이 계속 긴박하게 돌아가자, 복지부는 이날 저녁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6명에 대한 고발 조처를 취하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마감할 예정이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재접수 기한을 6일 밤 12시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대전협 비대위는 단 한명이더라도 전공의·의대생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단체행동을 멈출 수 없다”고 한 대전협 쪽 주장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지난달 26일 의협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한 것도 거둬들이기로 했다.
다만 정부·여당은 합의문을 작성한 이상 ‘정책 철회’를 언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무리 전공의들이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와서 다시 ‘정책 철회’를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어떻게든 의협 내부에서 정리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발 취하 등으로 전공의들의 반발 기류가 다소 누그러질 여지도 없지 않다. 대전협 입장문에서 전공의·의대생 보호와 향후 단체행동을 연계하는 대목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분하지만 현재 합의문이 어떻게 이행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겠다”고 한 대목도 기류 변화로 읽힐 수 있다. < 김민제 최하얀 서영지 기자 >
젊은 의사들 ‘합의 반발’에 최대집 “전공의 생각대로 해라”
최대집 의협 회장과 박지현 전공의 비대위원장 날선 ‘통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 체결식을 마치고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정부·여당과 합의한 내용에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전공의) 생각대로 하라”며 전공의 대표 쪽과 충돌했다.
4일 <한겨레>가 단독으로 입수한 최 회장과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의 통화 음성파일에는 의협과 대전협 지도부의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박 위원장이 최 회장에게 날선 목소리로 “(합의를) 강행하셨더라고요”라며 따지듯 묻자 최 회장은 “(전날) 범투위 회의때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 않느냐”며 “비대위는 원래 갖고 있는 생각이나 계획, 그대로 가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최 회장의 이 발언 뒤에 한 전공의 비대위 관계자는 “계속 가길 원하는 거야, 거봐”라고 말했다. 전공의가 의협과 정부 간 합의를 따르지 않겠다면 집단휴진을 계속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과 박 위원장의 통화는 이날 오전 의협이 정부·여당과 합의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뒤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의협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8시반께 최 회장과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만나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등과 관련해 5개 조항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협과 정부가 오전 9시 30분께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으로 곧바로 의료계 파업을 중단하고 진료현장에 복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사회에서 열린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오전 8시 9분께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자고 일어났는데 나는 모르는 보도자료가. 아직 카톡방도 다 못읽었는데. 회장이 패싱당한건지 거짓 보도자료를 뿌린건지. 나 없이 합의문을 진행한다는 건지”라는 글을 올려 의협과 정부·여당 합의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 회장과의 통화에서 박 위원장은 “김대하(의협 홍보이사), 송명제(의협 대외협력이사)랑 밤에 늦게까지 조원준 이사(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으로 추정)를 만나면서 합의안을 다 주고 받았던 기록이 있는걸로 알고 있다. 둘이서 짜고 이판을 벌인건가”라며 추궁하자 최 회장은 선배인 의협집행부의 이름을 존칭 없이 부르는 것에 대해 “지킬 건 지키라”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