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시스템 공천과 플랫폼 정당 구축 큰 보람
남북교류 기반 소망…다시 교착상태 가장 아쉬워
28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며 당 공식 유튜브 채널로 비대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씀티비(TV) 영상 갈무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년 임기를 마치고 28일 퇴임했다. 그는 이날 32년 정치여정도 함께 마감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이 날, 이 대표는 당 공식 유튜브 채널로 비대면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늘은 당 대표로서도 마지막 날이지만 35살부터 정치를 시작해 공적 역할의 마지막 날이라 감회가 깊다. 그동안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안정시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점이 무엇이었냐’는 물음에는 “남북이 충분히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는데, 처음에는 잘 나가는 듯싶다가 다시 교착상태인 점이 제일 아쉽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으로서,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남북 교류에 힘쓰려 한다”고 답했다.
최대 성과로는 ‘시스템 공천’과 ‘플랫폼 정당 구축’을 꼽았다. 그는 “시스템 공천을 사전에 준비해서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룰을 1년 전에 만든 것이 가장 의미 있고, 전 당원의 의사를 즉각 물을 수 있는 현대화된 플랫폼 정당을 만든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했다. 여권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어느 정권이나 어려운 문제다.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서 국민 걱정이 큰 것을 알지만 현 상황을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해결하며 관리해야 한다. 특히 집 없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대책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과 관련해선 “그렇게 되면 준전시 상황이 된다”며 신중론을 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도 “(1차 때처럼)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난지원금 개념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영세사업자를 보호하는 긴급대책을 세워야 하므로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7선을 하며 당직뿐 아니라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 같은 행정부 요직도 두루 거쳤다. 2022년 출간을 목표로 회고록 집필에도 착수할 계획이라고 한다.
28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는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며 당 공식 유튜브 채널로 비대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왼쪽은 강훈식 민주당 수석 대변인.
아래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의 일문일답.
-당 대표 임기 2년 동안 꼭 해내고 싶었는데 못 한 일이 있나.
“꼭 하고 싶었던 건 남북이 충분히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는데 처음에는 잘 나가다가 요즘에 와서는 남북관계가 교착상태다. 그 점이 제일 아쉽다.”
-당 대표로서 스스로 가장 잘했다고 평가하는 지점은?
“제가 정치를 시작하면서 약속드린 정치적 목적이 ‘민주적 국민정당’을 만들겠다는 거였다. 이번에 당 대표 맡으면서 그걸 실현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 시스템 공천을 체계화해서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룰을 전 당원 투표를 통해서 1년 전에 만들었다. 사전에 준비해서 경선하도록 했던 것이 가장 의미 있었다. 또 하나는 현대화된 플랫폼 정당을 만든 것. 전 당원의 의사를 즉각 물을 수 있는 체계화된 시스템을 만든 것이 가장 보람 있었고, 정당을 혁신하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차기 당 대표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 있다면?
“내일이면 차기 지도부가 선출되는데 지금 시대에는 소통이 매우 중요한 시대다. 어떤 일을 하든지 국민과 소통하고 당원과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야 간 소통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소통하는 자세로 임해주셨으면 좋겠다. 이제는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도 2년간 500회가 넘는 회의를 했는데, 민주적으로 충분히 의견을 두루두루 듣고 토론을 해서 결론 내는 그런 당을 운영해주시는 것이 차기 재집권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민주당에 대해 ‘거대 여당이 독주한다’ ‘협치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쉬움은 없는지?
“어떤 사안에 대해 여야가 충분히 토론하고 대화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공적인 일은 공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어떤 사안들은 시한이 정해져 있다. 충분히 토론하되 매듭을 지어야 한다. 소수자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다수 의견을 채택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기 때문에 그런 점을 앞으로 새 지도부가 충분히 잘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당이 극렬 지지층의 의사만 대변하고 당내의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극렬 지지층만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민주당은 당원의 의사가 중요하지만 국민 전체의 뜻을 존중하고 받드는 것도 중요하다. 당내 건전한 비판은 수용하고 있다. 당내 소수자의 의견이 언론에도 많이 보도된다. 우리는 한 번도 소수 의견을 인위적으로 통제한 적 없다.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최고위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그걸 마지막으로 지도부가 정리하는 것”
-최근 의사들의 집단휴진으로 정부와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대 정원 확대나 공공병원 확충은 일상적으로 요구되던 것이다. 코로나로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사 선생님’이라고 할 정도로 일반 국민들은 의료계를 존중한다. 그런 정신을 살려서 위기를 극복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강대강 대립적 구도보다는 서로 충분히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생각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과 병행하면 정책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3단계는 준 전시상황으로 가는 거다. 정부는 마지막 단계로 안 가고 해결하기 위해 노심초사 노력하고 있다. 3단계로 가면 우리 경제가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국민 생활 하나하나가 통제된 사회로 가는 것이라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많을 거다.
지난번에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난지원금을 전원 지급했지만, 3단계로 가면 경제 활성화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영세사업자를 보호하는 단계로 가서 긴급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주말까지 보자는 이유는 3단계로 가면 개념이 달라져서 지원금을 논의할 것이 아니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좀 더 신중하게 보자는 거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과 부동산 정책 등으로 2030 세대가 민주당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향후 대응 방안이 있다면?
“부동산은 어느 정권이나 다 어려운 문제다. 실제로 시중 유동자금이 많게는 2000조, 적게는 1500조가 풀려있다고 하는데 그 많은 유동자금이 생산적인 곳으로 가지 않고 늘 대기 상태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 어려움이 있다.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서 국민들 걱정이 많은 것도 알지만, 현재 상황을 그렇게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해결하며 관리해야 한다. 부동산은 주거정책으로 봐야지 투자정책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집 없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대책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임대차 3법 처리 과정에서 법안의 선입선출 원칙 등이 무시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임시국회에서 처리한 법들은 사실 너무 늦게 처리됐다. 20대 국회에 마무리하지 못한 임대차 3법이 이번에 늦게 처리 된 거다. 절차상으로도 무리하게 처리되지 않았다. 오히려 20대 국회에서 잘 처리됐다면 지금쯤은 부동산 정책이 훨씬 안정될 수 있었는데 너무 늦은 바람에 시장에 동요가 왔던 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계속해서 수면 위로 나타나고 있다. 바람직하다고 보시나?
“검찰이 그동안 주로 특수부, 중수부를 통해 편향된 운영이 굉장히 많아서 앞으로 형사부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이건 갈등구조가 아니라 정상화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제가 국무총리 할 때도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해 대화도 많이 해봤지만, 우리처럼 검찰이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하는 나라가 없다.”
-윤리심판원이 아직 금태섭 전 의원의 징계 재심을 매듭짓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정치적 부담 탓에 차기 지도부로 결정을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리심판원은 자율적 기구라서 당 대표나 최고위원들이 영향 미칠 수가 없다. 윤리심판원이 결정하는 내용을 보고 판단하게 될 거다. 어차피 저는 임기가 내일이면 종료된다. 차기 지도부로 넘기는 게 아니고 차기 지도부로 불가피하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접어들며 최근 지지율이 다소 쳐졌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
“정당 지지율이라는 건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다. 당이 대응을 성실히 잘하느냐에 따라 국민들께서 마음을 표현하는 거라, 늘 좋게만 나오진 않는다. 대개 우리 당 지지율은 35∼40%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데, 그것에 너무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야당에) 뒤진 적이 한 번인가 있는데 우리가 왜 뒤지는가 분석하고 대응을 잘하면 된다. 실제로 어느 한 요인 가지고 크게 빠지거나 올라가지는 않는다. 우리가 국민을 위해서 얼마나 진실하고 정성스럽게 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 민주당 후보만 보이는 지금의 대선 구도는 계속 이어질까?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상황 따라서 새로운 변수가 생긴다. 현재 여러 명이 거론되지만 항상 그렇게 가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 후보가 새로 나오기도 하고, 지금 잘 나가는 분이 어려움을 겪기도 할 것. 다가오는 파도를 탄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아직은 대선이 1년 반쯤 남아서 여러 차례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거라 지금 판단할 수는 없다. 야당 후보도 야당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지지에 힘입어 새로운 인물이 나오는 것을 필연지사다.”
-자타가 공인하는 친노 좌장으로서 향후 정권 재창출을 위해 본인의 역할은 뭐라고 보시나. 당내에서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면 킹메이커 역할을 맡을 의사가 있는지.
“허허. 저는 친노, 친문, 이런 용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앞으로 민주당은 ‘누가 무슨 좌장이다’ 이런 개념으로 가는 게 아니고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 시스템 공천으로 당내 잡음도 적은 편이었고 앞으로도 당을 시스템으로 운영해나가는 집단적인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현역에서 은퇴해 한명의 당원으로 돌아가는 거라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이제 많지 않다.”
-앞으로 자서전을 집필할 계획이라고 알려져 있다. 어떤 내용이 담기나?
“자서전은 아니고 회고록을 쓰려고 한다. 32년간 여러 공직을 맡아왔기 때문에 활동 과정, 배경, 의미와 지금의 평가 등을 중요한 것 위주로 정리하려고 한다. 쟁점이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다”
-남북관계를 위해 역할을 한다면 무엇을 생각하고 계시는지?
“우리나라는 분단으로 인해서 여러 어려움을 겪어왔고 지금도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남북관계 대화를 풀어나가야 한다. 당분간 교착상태가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설득과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 저도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을 맡았는데 정부가 하는 일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남북관계 관련 교류 등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정치인생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셨는데, 가장 잘했다고 하는 순간과 가장 후회되는 순간은?
“평가는 제가 하는 게 아니고 국민들이 하는 것인데(웃음). 잘한 일도 있고 후회스러운 일도 있다. 제일 아쉬웠던 것은 참여정부가 재집권에 실패해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쪽으로 넘어가면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실시한 정책들이 왜곡됐던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민주주의도 경제도 남북관계도 무너졌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때 생각한 것이 정책이 뿌리를 내리려면 재집권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정책이 입안돼서 뿌리내려서 국민들이 효과를 보기까지 아주 짧은 것도 4∼5년씩 걸리고 완전히 뿌리내려 흔들리지 않으려면 적어도 20년 가까이 걸린다. 남북 관계도 20년 전부터 추진되었는데 중간에 단절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 거다. 안정적 정권이 재창출되어서 정책을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9일 전당대회에는 참석하시나?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서 갈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직접 참석할지는 고민해보겠다. 비대면 방식으로 참여하는 방식도 있으니 여러 가지로 검토해보겠다”
-마지막 한 말씀
“참 감회가 깊다. 제가 35살 때부터 정치를 시작해서 6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30여년 정치하면서 오늘이 당 대표로서 마지막이면서 공적 역할로서도 마지막 날이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들, 언론인 여러분에게도 감사 말씀드린다. 국민으로서, 당원으로서, 항상 나라 생각하고 걱정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겠다. 고맙다.” < 이지혜 기자 >
"개혁·승리의 선봉장"…떠나는 이해찬에 칭송 릴레이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주자들은 28일 자리에서 물러나는 이해찬 대표를 향해 176석 거대 여당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김부겸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굴곡 많은 정치사에서 흔들림 없이 개혁 비전을 제시해왔다. 또한 위기에선 승리의 선봉장이었다"며 "국민의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참여정부에서 총리를 역임하며 훌륭한 정책가이자 행정의 달인으로 많은 개혁을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늘 강조해온 '20년 집권', '선당후사' 가슴에 새기겠다"며 "그간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건강에 더욱 유의해 앞으로도 당의 멘토로 남아달라"고 했다.
최고위원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주민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때로는 당이 앞장서서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 추진에 교두보가 됐고, 때로는 정부가 앞장서서 나아갈 때 보이지 않는 동력이 됐다"며 "문재인 정부 2, 3년 차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어느 정권과 국회에서도 해내지 못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찰개혁, 꼭 마무리하겠다"며 "이 대표 시절 싹을 틔웠던 권력기관 개혁과 새로운 시대로의 혁신도 꼭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대변인을 지낸 이재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과거 이 대표와 함께 찍힌 사진을 공유하며 "대표님과 함께 숨 쉬고, 달렸던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고 했다.
또 "총선에서 176석이라는 큰 의석을 가진 정당으로 발돋움 하는데 누구보다 역할이 컸음을 잘 알고 있다. 차기 지도부도 이 대표의 성과를 이어받아 당당한 민주당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