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기사 제목 ‘마지막 제안’

국제사회에 ‘제재 완화’ 강조

 

            문 대통령 인터뷰 기사가 실린 미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시간이 나에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은 평화가 유지되고 있지만,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평화”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 다방면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손짓하고 있지만, 1년도 남지 않은 임기가 끝나면 과거와 같은 전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타임>은 “문 대통령 스스로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아마 아무도 이를 할 수 없다는 암울한 사실을 알려준 게 문 대통령이 남기는 유산일 것”이라고 짚었다.

 

문 대통령의 <타임> 인터뷰는 2017년 5월에 이어 4년 만이다. 당시 표지기사 제목은 ‘협상가’였지만 24일 온라인으로 공개된 이번 표지기사 제목은 ‘마지막 제안’이었다. 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북-미 대화의 의제로 올리려면 “비핵화 및 제재 완화 순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재에 따른 악순환이 아니라 제재 완화로 협상을 발전시켜 나아가는 선순환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어야 하며 우리 아이들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진지하게 말했다고 거듭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방문해, 15만 북한 관중의 “눈빛과 태도”를 통해 그들 역시 “평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 했고 “북한이 매우 달라졌으며, 발전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김 위원장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타임>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주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의 노력에 대한 지지’를 공동성명에 담아낸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화해, 협력을 지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문 대통령이 인터뷰 중 트럼트 전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고자 애쓰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고 부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중국도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서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타임>은 문 대통령 인터뷰를 실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행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옹호를 “착각”으로 규정한 ‘다수의 북한 관측통’들의 시각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의 미국 스텔스기(F-35) 40대 구매에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히 배신당했다고 느꼈으며, 임기 막바지인 정부와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는 북한 고위관료 출신 탈북자의 발언도 인용했다. 협상을 위해 곧바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는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의 발언 등 미국 쪽의 강경한 입장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코로나19와 지구 온난화, 중국의 부상과 같이 북한 보다 더 시급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완 기자

 

    문 대통령이 <타임> 사진 촬영에 응했다. 청와대 제공

 

 

국힘 내부공방으로 전선 확대…"수류탄" vs "예방주사"

 

 

야권 내부 폭로로 불거진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논란이 일파만파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처음 파일의 존재를 거론할 때만 해도 윤 전 총장이 정치행보를 본격화하고 나선 데 대한 일종의 견제성 메시지나 여의도식 통과의례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각종 방송에 보수진영 패널로 출연하는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이 지난 19일 SNS를 통해 X파일을 직접 본 사실을 알리고 "방어가 어렵겠다"는 평을 내놓은뒤 '내부 총질'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SNS와 각종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장 소장이 육안으로 확인한 문건은 작성 시기와 주체가 다른 두 건이다.

 

장 소장은 윤 전 총장 본인과 처가를 둘러싼 의혹이 어림잡아 20건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22일 잇단 라디오 인터뷰에서 "4월자는 '기관'에서, 6월자는 '여권'에서 각각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X파일이 사실상 여권발 정치공작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최고위원들과 장 소장 사이에서 문건 공개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갈등의 불씨는 오히려 야권으로 옮겨붙는 분위기다.

 

장 소장은 전날 자신을 향해 '아군이라면 문건을 넘기라'고 요구한 정미경 최고위원에게 "드릴 테니 자신 있으면 공개하시라"고 맞받아쳤다. 김재원 최고위원과는 '진실 공방'을 벌였다.

 

장 소장은 본인이 문건 공유를 제안했지만 김 최고위원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본인이 문건 공유를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고 맞서고 있다.

 

장 소장은 김 최고위원을 향해 "참 황당하다"고 몰아붙였고, 이에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당시 통화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김 최고위원은 "좀 멋쩍어서 '그럼 주지 말아라. 혹시 누설되면 내가 뿌렸다고 할 거 아니냐'라고 답변한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X파일을 둘러싼 국민의힘 지도부 내 기류도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X파일에 대해 "제가 판단할 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최근 상황에 피로감이 쌓이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당 차원에서 문건을 받아 공개하는 문제에 대해 "(장 소장이) 자료를 주면 검토하면 되는 것이다. 받을 의향이 있다 없다(를 따지는 것은) 넌센스"라고 했다.

 

지도부 내부에선 장 소장이 논란을 촉발해놓고 당으로 검증의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 최고위 참석자는 전했다.

 

X파일 논란이 향후 여권과의 네거티브 국면에서 '예방주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제기된다.

 

한 야권 중진은 통화에서 "일부에서는 윤 전 총장이 좋은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이야기도 한다"며 "앞으로도 무엇이든 공작으로 몰고 가면 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장성철 “X파일에 ‘윤석열 의혹’ 20개…합치면 더 큰 마이너스”

‘윤석열 X파일’ 무슨 내용이길래.....

4월본 · 6월본 두 가지로 작성…“정보 쪽 능통한 분” 통해 입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에 있는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전시물을 관람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이른바 ‘윤석열 엑스(X) 파일’의 존재를 알린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를 공개 철회한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이 21일 파일의 대략적인 내용과 형식, 입수 경위 등을 털어놨다. 장 소장은 “포장지가 화려하다고 물건을 살 수 없다. 정권교체가 중요하다고 해서 의혹 많은 사람이 분위기에 휩쓸려 대통령이 되는 건 옳지 않다”며 철저한 검증을 강조했다.

 

장 소장은 21일 저녁 <OBS> ‘뉴스 오늘’과 <문화방송>(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잇따라 출연해 “문건은 4월 말과 6월 초에 작성된 두 가지로, 각각 에이(A)4 10장 분량”이라고 전했다. 그의 설명을 종합하면, ‘4월 문건’에는 윤 전 총장의 좌우명, 태어난 곳, 근무지, 부인과 장모는 어떤 사람인지 등 기본 정보가 정리돼 있었다고 한다. 반면 ‘6월 문건’에는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 장모 최아무개씨 관련된 의혹이 인물별로 분류됐고 동시에 △공격 가능한 포인트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해야 할 점 △청문회 때 해명된 부분 등의 ‘정무적 판단’이 첨언 돼 있었다고 밝혔다.

 

장 소장은 문건에 적시된 의혹에 대해 “알고 있던 사항도, 몰랐던 사항도 있다. 한번쯤은 들어본 것도 같다”면서도 “합쳐지면 더 큰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날 것 같다”고 했다. 장 소장은 사모펀드, 표창장 위조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장관과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자신이 잘못했다고 지적한 기준에 견줘, 윤 전 총장을 지지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장 소장은 이날 “약 20개 정도의 의혹이 정리돼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판했는데 만일 윤 전 총장 의혹이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어떻게 지지하겠나. 제 양심상 할 순 없다”고 말했다.

 

문건의 출처로는 “여야 안 가리고 정보 쪽에 상당히 능통한 분”을 꼽았다. 장 소장은 “‘윤 총장이 대선을 잘 준비해서 잘 되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하니 (그분이) ‘윤 총장 관련 문건 갖고 있다, 전달해주겠다’고 해서 저번 주에 받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파일’을 언급했던 송영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과 내통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장 소장은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포인트를 잡는다.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검증 자료”라고 주장했다. “야권에서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여권에서 만들지 않았겠느냐”며 문건의 원작자로 더불어민주당 쪽을 지목했다.

 

그는 이 문건이 민주당 쪽에서 생산돼 자신에게까지 “흘러나온 것”으로 추측하며 <오비에스> 인터뷰에서는 “국가기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자금의 흐름, 액수 같은 것이 나온다”며 정부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문화방송> 인터뷰에서는 “국정원이나 경찰·검찰 등 국가기관이 동원돼 작성한 문건보다는, 대선을 앞두고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공격 포인트를 잡는 용도로 만들어진 검증 자료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장 소장은 지난 19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이 파일의 존재와 내용을 알리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20일에는 국민의힘 한 최고위원과 통화하면서 파일의 존재를 알렸지만, 이 최고위원은 “내가 (문건을) 받으면 골치 아프고 의심받는다”며 수령을 거부했다고 했다. 야권 후보의 위험요인을 관리하기 위해 국민의힘 지도부에 알렸지만 이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정치공작 아니냐’는 야권 내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제 의견을 말한 게 정치공작은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장 소장은 “나는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내부 폭로를 했다, 수류탄을 터뜨렸다’ 얘기하는 것 자체가 섭섭하다”고 했다. 장 소장은 “공작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저 사람 대통령감일까, 이런 걸 국민과 언론은 분명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 소장은 또 “문재인 정권과 대차게 붙었으니 저 사람 통해 정권 교체하자는 차원으로 대선후보를 고르는 건 잘못된 선택”이라며 “윤 전 총장도 제대로 검증받고 그 검증에서 이겨내면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잘 준비하시라고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검증 문제를 놓고 정치권을 포함한 논란과 공방이 이어졌지만 윤 전 총장은 이날도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쪽은 “엑스파일 문제는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공식입장”이라며 “기존 입장대로 6월 말 7월 초를 목표로 공식 정치 참여 선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배지현 기자

 

윤석열 배포문 "괴문서에 여권 개입했다면 불법사찰…정치공작 말라"

장모 의혹엔 "검찰발로 미확인 내용 보도, 정치공작 연장선 의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2일 자신과 가족 등의 의혹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X파일' 논란과 관련해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이상록 대변인을 통해 언론에 배포한 메시지에서 "저는 국민 앞에 나서는데 거리낄 것이 없고, 그랬다면 지난 8년간 공격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출처 불명 괴문서로 정치공작을 하지 말라. 진실이라면 내용, 근거, 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면서 "그래서 진실을 가리고 허위사실 유포 및 불법사찰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누구나 동등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며 "가족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재직 시에도 가족 관련 사건에 일절 관여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다만 최근 출처 불명의 괴문서에 연이어 검찰발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된 것은 정치공작의 연장선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 <중통> 발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흥미로운 신호’ 발언 대응 성격

성김 미 대북 특별대표 방한 기간 ‘대미 메시지’ 주목

미에 좀더 구체적이고 진전된 제안 내놓으라는 압박인 듯

 

조선노동당 중앙위 8기3차 전원회의 당시의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모습(붉은 원 안). 회의 사흘째인 17일 김여정 부부장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서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을 18일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미국을 향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22일 <조선중앙통신>(중통)이 보도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낮 12시 <중통>으로 공개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를 통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 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부부장은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며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제이크 셜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일)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주 그(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발언을 우리는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우리에게 어떤 종류의 더 직접적인 소통을 후속으로 취하는지를 기다리며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북쪽의 첫 공개 반응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미국에 보내려 한 신호는 ‘우리가 움직이기를 기다리지 말고, 당신들이 먼저 더 움직여라’로 읽힌다.

 

“기다리며 지켜볼 것”이라는 셜리번 보좌관 발언에 이어,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서울에서 21일과 22일 이틀 연속으로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없이 만나자’는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며 ‘이제는 북한 차례’라고 하자, 공을 다시 미국 쪽으로 보낸 셈이다. 거칠게 풀이하자면, 현 상황에서 북쪽이 대화·협상장에 나오리라 기대하지 말고, 미국 쪽이 좀더 진전되고 구체적인 대북 제안을 내놓으라는 속내가 담겨 있는 듯하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본문 기준 140자, 네 문장으로 아주 짧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당중앙위 8기3차 전원회의(15~18일)에서 밝힌 ‘국제정세 대응 방향’처럼 대미 비난도 전혀 없다. 북한 특유의 선전선동 차원의 비판·비난은 빼고 꼭 하고 싶은 말만 담은 셈이다. 그만큼 진지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여러 사정에 비춰 김 부장의 담화는 겉으로 드러난 냉담함과 별개로, 북·미 대화의 시기·방식·내용 따위를 두고 본격적인 밀당이 시작됐음을 가리키는 신호로 볼 수도 있다.

 

앞서 김정은 총비서는 전원회의 셋째날인 지난 17일 “대화에도 대결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조선반도 정세 안정적 관리 주력”과 “유리한 외부적 환경 주동적 마련”을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

비대면 '전언정치' 한계 노출

보수진영 일각, 회의론 ‘솔솔’

 

2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캠프로 알려진 광화문 한 사무실 모습. 윤 전 총장은 오는 27일쯤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연합뉴스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링 위에 오르기도 전에 악재가 쏟아지며 흔들리고 있다. 메시지 혼선을 빚은 대변인이 사퇴하며 ‘비대면 전언정치’의 한계를 노출한 데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 검증 논란까지 불거진 것이다.

 

열흘 만에 대변인 사퇴…"필터링 원치 않았던" 윤석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첫 영입인사인 이동훈 대변인은 20일 오전 기자들에게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에서 지난 10일 ‘윤석열 대변인’으로 내정된 뒤 열흘 만의 사퇴다. 이 대변인이 물러나면서 소통 창구는 온라인 홍보를 맡던 이상록 대변인으로 일원화됐다.

 

이상록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은 지난 18일 저녁 두 대변인을 만나 ‘앞으로 국민 앞에 더 겸허하게 잘하자’고 격려했다”며 “하지만 이 대변인은 19일 건강 등의 사유로 더 이상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대변인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 정치 일정을 둘러싼 메시지 혼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지난 18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러셔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2시간 뒤 이 대변인은 “입당 문제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하겠다”는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전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윤 전 총장은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지금 국민의힘 입당을 거론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예의가 아니다”라며 직접 수습에 나섰다.

 

이런 메시지 혼선은 예견된 것이었다. 윤 전 총장은 당초 자신의 대변인 자격으로 “자신의 말을 필터링하지 않고 전달할 사람”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 대변인은 <한국일보><조선일보> 정치부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기자 출신이었다.

 

윤 전 총장 쪽 관계자는 20일  “이 전 대변인의 발언들이 윤 전 총장의 평소 생각과 너무 달랐다. 이 대변인이 윤 전 총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발언에 손대지 말고 그대로 전달하라는 윤 전 총장의 요구와 정무참모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겠다는 이 전 대변인의 판단이 충돌하며 캠프가 공식 출범하기도 전에 대변인 사퇴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정치를 하겠다면서도 대중과 직접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인 메시지만 전달하는 ‘윤석열식 비대면 전언정치’가 한계에 봉착한 셈이다. 영남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윤 전 총장은 전언을 통하는 ‘간보기 정치’에서 탈피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최재형 감사원장 등 다른 대안까지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입’으로 존재를 증명해내지 못하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 평론가 “윤석열 X파일, 방어 힘들어”…시작된 자체 검증

 

 

대변인이 사퇴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보수 진영 내부에선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검증 논란까지 불거졌다. 보수 성향의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이 윤 전 총장과 처가 관련 의혹이 정리된 파일을 입수했다며 “방어가 어렵겠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장 소장은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삭제했지만 보수진영 내부에서 나온 평가인 만큼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장 소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얼마 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처, 장모의 의혹이 정리된 일부의 문서화된 파일을 입수했다”며 “윤 전 총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구나’라고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윤 전 총장이 높은 지지율에 취해 있는 현재의 준비와 대응 수준을 보면, ‘방어는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그가 입수했다는 이른바 윤석열 엑스파일은 각종 의혹들이 정리된 문건이며, 논란이 예상보다 커져 글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이날  “정권 교체를 반드시 해야 되는데 지금 전력으로 윤 전 총장이 네거티브 방어가 되겠냐는 걱정에 올린 것”이라며 “내용은 윤 전 총장 본인 외에는 절대 밝히지 않을 계획이다. 연락이 오면 윤 전 총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윤석열 엑스파일’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처음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적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엑스파일의 내용을 봤더니 윤 전 총장이 대응하기 어렵겠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장 소장은 김무성 의원실 보좌관 출신으로 최근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전전략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거리를 유지하며 훈수를 두는 단순한 정치 평론가가 아닌 셈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아군 진영에서 수류탄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엑스파일을) 단순히 ‘봤다’가 아니라 ‘방어하기 힘들겠다’, ‘윤석열은 끝났다’라는 의미로 ‘윤석열로는 어렵다’는 주장이 장 소장의 의도”라며 “윤석열 엑스파일을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음습한 정치공작의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야권의 일부 인사들이 민주당과 내통해 그들의 세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장 소장을 비난했다.

 

이날 서울 강남역에서 열린 청년들과의 자유토론 행사를 마친 이준석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가 윤 전 총장을 탄압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을 많이 했는데, 만약 엑스파일 문서가 돌아다닐 만한 잘못이 있었다면 작년에 (문재인 정부가) 윤 전 총장을 압박했을 것”이라며 “진실이 아닌 내용이나 큰 의미 없는 내용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쪽 이상록 대변인도 이날 밤  “엑스파일의 실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 건에는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부에서 타이머가 점화된 ‘검증의 시간’에 윤 전 총장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3선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하겠다면 당연히 받아야 할 검증이 드디어 시작됐다”며 “측근의 입에만 의존하는 정치는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본인이 직접 나서서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도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는 방어가 어렵다는 점이 어느정도 드러난 것”이라며 “타격을 최소화하려면 하루빨리 당에 들어와 당 차원의 조직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나래 배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