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죄송, 너무 늦게 찾아와, 광주시민에 사과 이제 첫걸음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었다. “부끄럽고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전례 없는 보수 정당 대표의 무릎 사과는 호남 및 중도층 민심을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보는 시민들의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가 차용된한시적 비대위 대표라는 사실과 미통당 내에 망언의원들이 여전 건재한 때문이다.

비대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5·18 민주묘지를 찾은 김 위원장은 광주시민 앞에 용서를 구한다. 일백번 사과하고 반성해야 마땅한데 이제 그 첫걸음을 뗀다잠들어 있는 원혼의 명복을 빌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는 유족들께 깊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9806,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대통령 자문·보좌기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재무분과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상심에 빠진 광주시민과 군사정권에 반대한 국민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준비한 1300여자짜리 사과문을 읽으며 여러 차례 울먹이기도 했다. 이후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15초간 묵념했다.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인 20161월에도 5·18 민주묘지를 찾아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었고, “사연이야 어쨌든 그와 같은 정치(국보위)에 참여했던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또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 발언에 우리 당이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김진태·김순례 등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2월 국회 토론회에서 5·18 유가족을 폄훼하고 사실을 왜곡하고도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임기를 마쳤다. 이날 현장을 찾은 광주시민 수십명은 이런 발언에 박수를 치며 감사하다고 했지만, 한켠에 서서 망언 의원조차 제명하지 않은 상태로 광주에 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김 위원장과 면담한 광주시민들은 진정 호남하고 같이 가려면 그들(5·18 망언 의원)을 제명하든지, 신뢰가 가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총선 때 호남 지역구에서 거의 후보를 내지 못했던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출범 이후 새 정강·정책에 5·18 민주화 정신을 담고, 5·18 유공자의 예우를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할 계획이다.

당내에선 당을 대표하는 분이 공식 사과하고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장제원 의원), “그동안 실천이 부족했다. 이번에 신호탄의 개념으로 국민통합, 호남 포용의 목소리를 낼 것”(조해진 의원)이라는 긍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반면 허윤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광주 방문이 화제 전환용으로 비치는 것이 오해인가라며 화합을 위한 진정성이 담긴 방문이라면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논평을 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5·18역사왜곡처벌특별법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하라는 여당의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의원들이 같이 토의를 해봐야 안다. 내가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같은 김 위원장 행보에 호남 지역민심은 여전히 긴가 민가하며 진정성을 가늠하는 모습니다. < 김미나 이주빈 기자 >


통성 기도·예배 뒤 식사에 코로나 일파만파 큰 위기감

목사 개인 역량에 교회 성패 좌우되는 상황 독려 열성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톨릭 성당도 다수가 모여 주일 미사를 드리고, 불교 사찰도 법회를 연다. 그런데 유독 개신교 교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집합시설을 운영한다는데는 종교 간 별 차이가 없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종교를 설명할 때 성당은 공무원 조직, 절은 공기업, 교회는 자영업으로 비유하곤 한다. ‘교황청-교구-성당으로 중앙집권식 조직의 안전판 아래 있는 사제는 공무원과 비슷하게 개인의 성과에 목매지 않는다. 성당에 반드시 나오도록 신자들을 닦달하거나 애써 헌금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조계종이 다수인 불교의 경우 총무원-교구-사찰·암자로 형식상으론 중앙집권시스템이지만 가톨릭처럼 엄격하지는 않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스님들의 특성상 매여있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신자를 관리하는 것도 비교적 느슨하다. 반면 개신교회는 수 백개의 교단이 난립한데다 각각의 교회적 특성이 강하다. 각 교회의 성패가 목사의 역량에 달렸기에 신자 관리와 선교, 헌금에 기울이는 열정이 다른 종교보다 훨씬 강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종교시설 모임을 제한할 때마다, 가톨릭과 불교는 큰 이의제기 없이 따르지만 개신교 목사들은 왜 식당·술집·카페는 두고 교회 소모임만 막느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이전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 예배 모습.

특히 한국 교회는 다른 나라 크리스천들이 놀랄 정도로 열성적이다. 새벽마다 교회에 모여 새벽기도를 올리고 예배 후 식사도 함께한다. 다른 나라 교회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새벽기도는 아침마다 장독대 위나 부엌에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하던 한국 전통문화와 유사하다. 식사는 본래 사찰에서 하던 것이지만 교회에도 하나둘씩 구내식당이 만들어지면서 예배 뒤 식사하는 교회가 늘었다. 사랑방에 모여 정을 나누던 전통적인 모습이 이어진 것이다. 한국 교회에서 흔한 통성 기도 역시 미국 남침례교회나 아프리카 등에서 일부 볼 수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권에선 드물다. 더구나 교회는 건물 면적당 신자 수가 사찰·성당에 견줘 많아 소모임에서 마스크를 벗고 찬송·통성 기도를 하거나 식사를 함께할 경우 비말이 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형교회는 10가구 안팎의 구역과 100가구가량의 교구를 엮은 점(세포)조직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매주 몇 차례씩 모임을 갖기 때문에 교인 간 접촉 빈도는 다른 종교와 비교할 수 없다.

지난 2월 대구 신천지교회발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성교회 대부분이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예배당 내 참여자를 줄여 거리두기를 하고 온라인 예배를 병행했다. 신자 수 56만명으로 단일 세계최대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주일 7부 예배 중 오전 9·11시 예배엔 평균 12천명이 참석했으나 지난 2월 이후 그 숫자가 10분의 1로 줄었다. 주일 6부 예배를 하는 경기도 용인새에덴교회도 예배 당 4~6천명이던 참석자 수가 500~1천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신자들이 이탈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교회와 목사들 사이에 팽배하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지난 531일을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로 정하고 모든 신자가 다시 예전처럼 교회에 출석해 예배를 보자는 캠페인을 펼친 것도 이런 다급함이 반영된 것이다.

한교총 소속의 한 목사는 출석 신도와 헌금이 줄면서 교회 운영이 어려워지는데도 대다수 교회가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소모임과 식사를 자제하고 있지만, 일부 교회가 열광적으로 찬양과 기도를 하며 숙식을 함께하는 부흥회나 수련회를 열어 다수 교회에까지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가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로 떠올랐지만,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열망하는 곳도 교회다. < 조현 기자 >


서울시 직원 확진본관 폐쇄, CBS 뉴스쇼 출연기자 감염

국회 정보위 취소·청문회 축소, 각 정당들 행사 취소·연기

 

19일 오후 서울시청 본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으로 인해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등 국회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서울시청 본관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본관이 폐쇄되는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다. 방송사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사상 최초로 방송 중단 사태가 초래됐다.

지난 17<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기자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같은 날 방송에 출연한 이낙연·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형두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이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받았다. 이 의원은 19일 오전 1010분께 음성으로 확인됐고, 김 의원과 최 대변인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 의원은 의료진 권유에 따라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이날 오전 10시 국회 정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경찰·국군정보사령부 등의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전파 우려 때문에 회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장 인사청문회는 참석 인원을 50명 미만으로 제한해 진행했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발효되면서 50인 이상 참여하는 실내 행사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기독교방송>(CBS) 간판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출연 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기독교방송>이 정규 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사진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기독교방송>(CBS)의 모습.

정당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의 자가격리로 19일 대전문화방송(MBC) 주최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도 취소됐다. 통합당 역시 26~2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 예정이었던 연찬회를 연기했다.

국회에서 열기로 했던 토론회 등도 취소·연기가 잇따르고 있다. 전날 박병석 국회의장은 의원들 300명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향후 2주일 동안 의원회관 등에서 계획한 세미나나 간담회를 연기할 것을 권유했다.

이날 서울시청 본관 청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본관이 폐쇄되는 일도 일어났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 본관 2층 근무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 소속인 이 직원은 전날 본관에 출근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했다.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시는 본청 전 층을 폐쇄하고 전 직원 퇴실 조처를 한 뒤 긴급 방역에 나서기로 했다. 서소문 1·2청사 등 별관 근무자도 이날 본관에 들른 적이 있다면 퇴실하도록 했다. 서울시청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7일 서울시청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그는 시청으로 매일 출근하지 않는 외부 자문위원이었다.

방송사도 코로나 비상이 걸렸다. 앞서 확진자가 나온 시비에스는 이날부터 방송 중단에 나섰다. 국내 언론사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시비에스는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817일 오전 출연했던 당사 기자가 18일 저녁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준비해온 코로나 방역 매뉴얼에 의해 819일 아침 6시부터 24시간 동안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비상 음악 송출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튜디오와 건물 전체에 대한 방역을 실시한 시비에스는 직원들도 모두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 정환봉 서혜미 문현숙 기자 >

사랑제일교회’ ‘깜깜이 감염화약고이번 주말이 고비

하루 신규 확진자 300명 육박, 집회 참가자도 계속 늘어

19일 오전 서울 중랑구 금란교회 새벽기도실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교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중랑구와 금란교회 등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방문자로 확진 판정을 받은 금란교회 교인 씨가 지난 12일 저녁과 13~14일 새벽에 금란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규모가 300명에 육박하는 등 가파르게 늘고 있다. 최근 2주간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가 200명에 이르고 불특정 다수가 참여한 15일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도 속속 나오고 있어 앞으로도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집계를 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97명이다. 최근 엿새 동안에만 확진자가 1200명 이상 늘었다. 확산세를 주도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이날 낮 12시 기준 623(누적)으로 불어났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수도권의 경우 언제 어디서든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지금이 대규모 유행이 전국으로 번질 것인가,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할 중대한 고비가 되는 한 주라고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도 확진자 증가 곡선이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사랑제일교회발 (n)차 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방대본의 이날 낮 12시 기준 집계를 보면, 사랑제일교회 확진자가 종사하거나 이동, 거주한 시설이 114곳에 이른다. 콜센터(4), 직장(44), 사회복지시설(10), 의료기관(9), 종교시설(5)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 가운데 서울 노원구 안디옥교회(18), 롯데홈쇼핑 신한생명보험 콜센터(10) 11곳에서 50명의 2차 전파 사례도 나왔다. 교회 간 2차 전파만 22명으로,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비수도권 지역의 모든 교회에서도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는 등 수도권 교회에 준하는 조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아직 방역당국 검사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거나 소재·신원 파악이 어려운 약 1000명의 검사대상자가 남아 있어 추가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당국은 이번주 후반 들어 사랑제일교회 관련 엔차 감염 사례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5~7일 뒤부터 환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말로 갈수록 숫자가 늘어나 주말이 1차 기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뒤 확진된 이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수도권은 물론 경북, 부산, 충남 등 전국에서 최소 10(19일 낮 12시 기준)의 관련 확진자가 나온 상태다. 방역당국은 이들은 사랑제일교회와 관련성이 없는 확진자로, 집회에서의 접촉으로 인한 추가 감염 우려가 현실화됐다“(확진된) 10명은 자발적으로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은 경우라 앞으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사랑제일교회와 관련이 없는 확진자는 600명을 넘어선다.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가 누적되고 있는 점도 확진자 수를 키울 요인이다. 지난 2주간(6~19) 누적된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는 220(전체 확진자 1602명 가운데 13.7%)에 이른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교수(감염내과)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검사에 잘 협조했다면 이미 일일 신규 확진자가 400명을 넘었을 텐데 지금은 확진자가 매우 천천히 나오고 있다이미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다른 지역사회 전파를 통해 동시다발 확진도 나오고 있어 상당 기간 (수백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승관(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도 경로 불분명 환자 발생 양상을 봤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효과가 나타날 2주 뒤까지는 현재와 같은 유행이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최하얀 박다해 김양진 기자 >

광화문집회 몰려온 버스 최소 79전국 방역 초비상

  박주민 의원, 버스목록 제보받아 더 많았다는 증언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에게 자진 검사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광화문 집회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전세버스 리스트 파일을 제보받아 질병관리본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이날 집회 참가자 상당수가 전국 각지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이동한 정황이 드러났다. 2만여명이 모인 걸로 추산되는 이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수천명이 비좁은 전세버스를 타고 이동한 게 사실이라면 전국적인 연쇄감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5일 광복절 집회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전세버스 목록을 제보받았다. 이를 질병관리본부에 전달해 참석자 파악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집회 참가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계좌번호와 출발 지역, 탑승 장소와 시각,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등 정보가 적혀 있어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다.

박 의원은 “(이 자료에) 경남 22, 대구 19, 경북 12, 전남 6, 충남 5, 전북 4, 경기 4, 강원·광주·대전·부산·세종·울산·충북 각각 1대씩 79대가 적시돼 있다고 밝혔다. 제주를 뺀 모든 지역에서 조직적으로 상경한 것이다. 박 의원은 전세버스에 보통 40명씩 탑승한다고 가정하면 3천명 이상 탑승했을 것으로 보인다. 리스트에 명시된 담당자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것과 집회 참석이 맞다면 위 자료에 있는 계좌번호의 계좌조사 등을 통해 참석자 전원을 파악하여 검사해주길 당부드렸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가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참석자 명단을 주는 분들도 계시고, 더 많은 차량이 출발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이 제기되면서 수사기관과 각 지방자치단체엔 비상이 걸렸다. 서울 2, 경기 2, 인천 1, 경북 2, 부산 2, 충남 1명 등 전국에서 집회발 신규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누구인지조차 파악할 방법이 없어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선 18일까지 집회 참가자 1천여명 가운데 94명밖에 검사하지 못한 상태다.

전국 18개 지방경찰청, 255개 경찰서 경찰관 8559명으로 신속대응팀을 꾸려 사랑제일교회 교인 등의 소재를 파악 중인 경찰은 대상을 광화문 집회 참가자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당시 집회에 투입됐던 7600여명(의경 포함)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조사도 벌이고 있다. 집회 당일 경찰 역시 전국 지방청에서 인력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검사 대상 7613명 중 3793(49.8%)이 검사받고 1807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박 의원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서도 질병관리본부에서 명단을 전달받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랑제일교회 교인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이 당일 행적을 숨길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방역당국은 통신사에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사거리부터 경복궁에 이르는 집회 지역에 머문 이들의 기지국 접속 정보를 요청한 상태다.

한편 8·15 집회에 참석했던 차명진 전 의원도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차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18일 오전 9시 자발적으로 청평면 보건소 임시진료소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양성이다라고 밝힌 뒤 자신의 동선을 공개했다. 원외 인사이긴 하지만 차 전 의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국회도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국회는 이날부터 연이틀 진행하려고 했던 정보위원회 유관기관 업무보고를 2425일로 연기했다. < 이재호 노지원 노현웅 김일우 기자 >

국립현충원 추도식박의장·정총리, 여야 4당 대표 참석

 

여야 정치권은 18일 국립 현충원에서 거행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 서거 11주기 추도식에 총집결해 대한민국 정치사의 거인이었던 고인의 발자취를 기렸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조짐으로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추도식 행사장 참석 인원을 제한하고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한 채 진행됐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이 18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왼쪽부터),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이 고인을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이날 추도식에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세균 국무총리,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재성 정무수석,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기호순) 등 민주당 당 대표 후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대중 대통령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삼남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 () 노무현 전 대통령 장남 건호씨 등도 자리를 지켰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박 의장은 추도사에서 "김 전 대통령은 길고도 질겼던 분단의 철조망을 넘어 남북이 오가는 평화의 새길을 열었다""서두르지도 멈추지도 않고 뚜벅뚜벅 큰 정치인인 DJ의 험난하지만 빛났던 길을 함께 가겠다"고 다짐했다.

정 총리는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와 싸우고 있다""이럴 때일수록 외환위기를 극복한 김 전 대통령의 인동초 정신을 구해본다"고 기렸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

추도 예식을 진행한 함세웅 신부의 요청으로 예정에 없이 단상에 선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현재는 통합과 화합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으로, 지나치게 힘이 세다고 힘만 행사할 게 아니라 겸허한 자세로 권력을 절제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이낙연 후보는 김 위원장의 절제와 통합 요청에 "옳은 말씀"이라면서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함께 생각하자는 것이 왜 통합에 배치가 되느냐"며 통합당의 사과는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날 추도회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예년보다 축소된 채 진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전체 참석자가 추도장에 자리하지는 못하고, 일부는 묘소 언덕 아래에서 추도식을 지켜봤다.

정총리 "'위기극복' DJ 유지 받들어 코로나19 반드시 이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11주기인 18"유지를 받들어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고 지금의 위기를 반드시 이겨내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 추도사를 통해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위기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장마와 태풍까지 더해져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때에 IMF(국제통화기금) 국가 위기를 극복한 김 전 대통령의 생애와 신념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역경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인동초 정신'을 그려본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와 박병석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정 총리는 "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믿고, 화합을 믿고, 평화를 믿었던 김 전 대통령의 신념과 생애를 되돌아보며 각오를 다진다""고난을 딛고 시련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고 역설했다.

김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했던 정 총리는 "정치인으로 삶의 출발점은 바로 대통령님이었다"고 인연을 언급하며 "대통령에게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이 되겠으니 지켜봐달라"면서 추도사를 마쳤다.

정치권 DJ 11주기 헌사"말씀 되새겨 위기 이겨내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당대표 후보들이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김대중 대통령(DJ) 서거 11주기 사진전에 나란히 참석해 고인의 뜻을 기렸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 개막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기자 시절 김 전 대통령을 담당했던 이낙연 후보는 "그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태어나길 잘 했다""그분의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는 점은 축복이자 책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부겸 후보는 "정치는 운동과 달리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으로 풀어가야 하기에 신중한 자세로 노력하라는 말씀을 늘 하셨다"고 기억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후 정치권에 입문한 박주민 후보는 "원칙을 지키기 어렵고 유연하기도 어렵다고 느꼈는데 긴 정치적 족적에서 이를 지키셨다는 점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헌사를 이어갔다.

이해찬 대표는 "그가 민주당을 만들어 온 정신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이 나라를 '독재 국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국가를 제대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수해에 이어 코로나 재확산으로 이중의 위기에 직면했다""그의 말씀을 되새겨 위기 극복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그의 말씀을 생각했을 때 김 전 대통령 재임 때가 가장 통일부다운 시점이었던 것 같다""평화를 위해 행동하는 통일부로 나아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