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왜곡’ 법정싸움 끝나지 않았다

● COREA 2020. 11. 30. 13:39 Posted by SisaHan

전두환 회고록 손배소 항소심, “북한군 투입지만원 항소심도

 

 보수논객 지만원씨가 올해 5월 서울국립현충원에서 5·18민주화운동은 북한군 소행이라고 발언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부인한 전두환(89)씨가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현재 진행 중인 5·18 왜곡 관련 재판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15·18기념재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5·18 왜곡 관련 재판은 <전두환 회고록> 손해배상소송 항소심과 지만원(78)씨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사건 항소심 등 2건이다.

5·18기념재단 등 5·18단체는 전씨가 201745·18을 왜곡한 회고록을 펴내자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소하면서 같은 해 6월 회고록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20189월 민사재판부는 전씨에게 회고록 내용 69곳을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인쇄·발행·배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5·18단체 쪽에 총 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전씨 쪽은 즉시 항소했다. 회고록의 각 표현은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아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광주고법은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4차 변론기일을 진행한 후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1심 판결을 지켜본다며 선고를 미뤘다. 5·18기념재단 등은 전씨가 사자명예훼손사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도 유리할 것으로 보고 광주고법에 기일지정을 신청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다른 소송의 당사자인 극우 논객 지만원씨는 5·18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광주시민을 북한 특수군이라고 지칭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 징역 2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지씨가 고령이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지씨는 항소했고 지난달 11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지씨는 1심 판결 이후에도 올해 5월 집회와 출판물을 통해 “5·18은 북한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고백과증언센터 팀장은 전씨의 유죄판결이 나머지 5·18 왜곡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역사 왜곡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역사왜곡처벌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30일 광주지법은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전씨에게 헬기 사격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담은 회고록을 출간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용희 기자

 

5·18 시민단체들 전두환 동상 훼손 시민 석방하라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 기념재단 등 민주화 운동 관련 전국 단체 20곳이 꾸린 ‘5·18 학살 주범 전두환 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1일 청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한 황아무개씨 석방과 청남대 안 전두환 노태우 동상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청남대 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철거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해 구속된 황아무개(50)씨의 석방을 촉구했다.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 기념재단 등 민주화 운동 관련 전국 단체 20곳이 꾸린 ‘5·18 학살 주범 전두환 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1일 청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황씨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충북도가 학살 반란자 전·노씨를 미화하는 동상을 청남대 안에 그대로 두려고 결정한 데 분노해 전두환 동상을 훼손한 황씨의 행위는 정의로운 것이라며 황씨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황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청남대 안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목 부위를 쇠톱으로 절반 이상 훼손한 혐의로 구속됐다.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은 학살·독재·부정축재·사자명예훼손 등 전두환의 죄를 먼저 묻고, 옥에 가둬야 한다정의로운 황씨를 처벌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 정의에 반하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은 청남대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철거도 요구했다. 이들은 ·노씨 동상을 더는 청남대에 두지 말라. 충북도는 민주화를 거역하고, 민주주의에 반역하는 행동을 멈추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전북 정읍 전두환 순방기념비 주민 결정으로 철거

 

1985년에 정읍에 세워진(왼쪽 사진) 전두환 순방 기념비가 지난 10월 철거됐다(오른쪽 사진).

 

35년 전 전북 정읍시에 세워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순방 기념비를 주민들이 최근 철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민족문제연구소 정읍지회는 정읍시 송산동 송령마을 주민들은 지난 10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순방 기념비를 자발적으로 철거했다고 1일 밝혔다.

정읍시 송산1111에 있었던 철거 기념비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198312일 송령마을을 방문한 기념으로 19851월에 세워졌다. 기념비에는 새마을훈장을 받은 마을 주민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금일봉으로 1030만원을 하사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

그동안 지역 시민단체와 5·18 관련 단체들은 독재자 방문 기념비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해왔으나, 마을 자체적으로 만든 기념비여서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주민들은 지난 8월 자발적으로 총회를 열고 잘못되고 아픈 역사를 지우자고 의견을 모았다. 당시 주민 20명이 총회에 참석해 이 가운데 19명이 철거에 찬성했다고 한다.

권대선 민족문제연구소 정읍지회장은 지난 30일 재판에서도 전두환씨가 반성이나 사죄를 전혀 하지 않는 행태에 분노한 마을 주민들의 응답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5·18민주화운동 40돌을 맞아 독재자의 흔적을 없앤 주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군인이 국민 살상”... 신군부 ’자위권 논리’ 깨뜨렸다

  재판부 5·18 헬기사격 인정40년 논쟁 종결

 

1980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상공을 비행하는 계엄군의 UH-1H 헬기.

 

법원이 40년 만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실제로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로써 지난 40년 동안 신군부가 광주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워온 자위권 논리도 깨지게 됐다.

30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판사는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9) 전 대통령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1980521일과 27일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 적시가 증명돼야 성립한다. 이 재판의 쟁점인 5·18 헬기사격을 살펴보면 조 신부가 봤다는 521일은 500MD 무장헬기가 출동했고 다수의 목격자가 존재한다. 전씨 쪽은 일부 시민만 목격한 사실을 근거로 조 신부의 증언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당시 광주 시가지에 있던 모든 사람의 증언이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도 증언이 반복되는 증인은 신청하지 않았다고 해 이 사건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호남지역 계엄사령부 구실을 한 전투병과교육사령부가 1980년 작성한 광주소요사태분석(교훈집)에 기재된 유류 및 탄약의 높은 소모율을 두고서는 항공교범을 참고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 상황에 대한 분석을 기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교훈집은 헬기사격의 유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또 김 판사는 조 신부가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527일 상무충정작전 때 전일빌딩을 향한 헬기사격 부분을 살펴보면 빌딩 10층 바닥에 분포한 탄흔을 봤을 때 헬기사격이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전일빌딩 내부에서는 교전이 없었다는 계엄군 진술이 있었고 전일빌딩이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상황을 고려하며 지상군에 의한 외부 사격은 배제할 수 있다고 근거를 들었다.

김 판사는 전씨가 회고록에서 헬기사격을 봤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것은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군은 5·18 당시 사격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자위권 발동을 주장했지만 헬기사격은 자위권을 무색하게 하고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이 오히려 국민을 살상하려고 했다는 증거라며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라고 인식하면서 이 사건 회고록 중 쟁점 부분을 집필했다고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전씨는 대통령 퇴임 30주년을 맞은 2017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반란이자 폭동’, ‘5·18 당시 헬기사격 목격담은 허구’, ‘5·18 진압은 최규하 대통령 지시등등 자신은 5·18과 무관하고 계엄군의 광주 진압은 정당했다고 적었다. 전씨는 또 자신을 씻김굿의 제물이라고 희생자인 양 표현해 광주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특히 헬기사격을 증언했던 조 신부나 아널드 피터슨 목사를 두고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5·18 단체와 조 신부의 유족은 회고록 출간 직후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같은 해 6월 회고록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2018년 광주지법 민사재판부는 5·18 단체 손을 들어주며 총 7천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또 문제가 되는 회고록 내용 69곳을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인쇄·발행·배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해당 내용을 담은 회고록 1권은 현재 판매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전씨가 헬기사격을 알고 있었음에도 조 신부를 고의로 비난했다며 고소장 접수 1년여 만인 20185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하지만 전씨는 이듬해 17일까지 다섯차례 공판에 불출석했고, 재판부가 강제소환을 위해 구인장을 발부하자 지난해 3월 재판장을 찾았다. 올해 427일 재판부가 바뀌며 공판 절차가 갱신돼 다시 광주지법에 출석하기도 했다.

재판부의 이번 판단으로 신군부가 광주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난 40년간 주장했던 이른바 자위권 논리는 깨지게 됐다. 5·18 민주화항쟁을 담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저자 이재의씨는 이번 재판은 전씨가 학살 현장 광주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역사적 상징성이 있다. 헬기사격은 사전에 탄을 장착하는 등 준비가 필요하고, 시민을 향한 일방적 학살행위이기 때문에 자위권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1997년 대법원은 시민 18명이 사망한 527일 전남도청 진압작전만 내란목적살인죄로 봤는데 이번 판결로 5·18 기간 전체 사망자가 살인죄 희생자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법원, ‘헬기 사격인정전두환 징역 8·집유 2년 선고

 

30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9)씨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30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전씨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한다고 선고했다.

김정훈 부장판사는 목격자 진술, 군 관련 문서를 종합해 분석하면 1980521500엠디(MD)에 의한 기관총 사격이 있었고 조 신부가 이를 봤다고 인정된다. 전씨는 미필적으로나마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라고 인식하면서 고의로 조 신부를 회고록에서 비난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용희 기자

 

전두환씨 징역 8·집행유예 2민주·정의당 지나치게 낮은 형량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지나치게 낮은 형량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국민의당은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원론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0일 논평을 내어 “5.18 피해자와 유가족, 광주 시민이 그간 받은 고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국민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 형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전두환씨는 사과 한마디 없이 법정에 나와 선고 당시에도 꾸벅이며 졸기 바빴다분통 터지는 피해자들 앞에서 참으로 뻔뻔한 얼굴을 들고 반성의 기미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진실규명도 강조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헬기 사격 여부를 인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법원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진실을 규명하는데 속도를 내야 한다“‘헬기 사격을 비롯하여 최초 발포 명령자, 암매장, 성폭행 등에 대한 진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18 역사왜곡처벌법과 5·18 진상규명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국민의힘도 그간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한 것이 진심이라면 5·18 관련 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도 가벼운 형량이라 유감이라며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오늘 판결로 민간인을 겨냥한 헬기 무차별 사격이 인정됐다. 광주 시민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헬기 사격과 목격자들의 증언과 증명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전두환의 뻔뻔함은 겨룰 자가 없다. 법정에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단 한 마디의 사죄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판결로 더디지만,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정의당이 앞장서서 5·18 역사왜곡처벌특별법을 제정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두환) 전 대통령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18차례 공판 동안 단 두 차례만 출석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것도 모자라 사죄 요구에 되려 윽박지르며 피해자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은 바 있다오늘 내려진 법원의 유죄 판결로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의 공분이 조금이나마 씻기고, 그날의 광주에 대한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원철 노현웅 기자

        

통장잔고 ‘0원과 29만원’…전두환은 조비오를 욕할 자격이 없다

이영희 소화자매원 원장이 기억하는 조비오 신부

 

조비오 신부가 평생 돌봐온 광주 남구 사회복지시설 소화자매원 가족들과 찍은 사진. 소화자매원 제공

 

통장잔고 0원과 29만원

30일 전두환(89) 전 대통령 판결을 앞두고, 전씨를 다시 법정으로 불러낸 고 조비오(1936~2016·본명 조철현) 신부가 누군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신부가 선종할 당시 그의 통장잔고는 0원이었다. 평생 청빈한 삶을 살았던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본인이 가진 돈, , 심지어는 장기까지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내놨다.

전씨도 통장잔고가 “29만원뿐이라며 가진 게 없다고 항변한 바 있다. 하지만 1000억원에 가까운 추징금을 미납한 그는 정부와 지루한 돈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헌신적인 사제이자 든든한 아버지, 튼튼한 울타리였어요.”

지난 27일 광주광역시 남구 여성장애인복지기관 소화자매원에서 만난 이영희(67) 엠마누엘 원장수녀가 떠올린 고 조비오 신부의 모습이다.

1978년 조 신부가 소화자매원과 인연을 맺은 뒤 40여년 간 곁에서 지켜봤던 이 원장은 조비오 몬시뇰(교황청 명예사제)은 프란치스코 성인과 소화 테레사 성녀처럼 항상 가난하고 겸손했다. 우리에게도 항상 작은 꽃이 되라. 더 커지려고 하지 말고 작은 그대로 행복하게 살아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회상했다.

젊은 시절 권투를 배우는 등 혈기왕성한 청년이었던 조 신부는 늦은 나이인 26(1962) 때 광주가톨릭신학교에 1기로 입학해 33살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던 그는 나주성당 주임신부 시절(19731976) 가톨릭농민회를 지도했고 5·18민주화운동 때는 수습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죽음의 행진에 참여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892월 광주청문회 때는 군인들이 개처럼 사람들을 끌고 가는 모습을 보고 내가 성직자이지만 엠(M)-16 소총이 있다면 (군인들을) 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미사를 집전하는 조비오 신부.

조 신부는 사회적으로는 강직한 모습이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수행자에 가까운 근검절약 정신을 보였다. 2006년 퇴임 이후 봉선동에 머물며 동네에서 가장 싼 5천원짜리 이발소만 갔다. 한여름에도 선풍기로 더위를 버티다가 건강을 염려한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중고 에어컨을 설치할 정도였다. 조 신부의 식복사(사제를 돕는 사람)가 헤지고 너무 오래 입어 누렇게 변한 그의 내의를 몰래 버린 일도 있었다. 70대에 들어선 조 신부는 다리에 힘이 없어 자주 넘어지며 바지에 구멍이 나곤 했지만 새것을 사지 않고 항상 꿰매 입었다. 세상을 떠나던 해인 20161월 소화자매원 가족 200여명과 식사를 함께 한 팔순잔치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인을 위한 일이었다.

자신에게는 인색했지만 이웃에게는 관대했다. 1984년 전남 진도성당 주임신부 시절 성탄미사를 하고 싶다는 소화자매원 가족들의 소망을 듣고 밤길을 달려 소화자매원을 찾았다. 1985년 소화자매원이 시설 신축을 할 땐 저금과 후원금을 모아 2000만원을 전달하는 등 절약으로 모은 돈은 이웃을 위해 썼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 광주 광산구 삼거동 수녀원과 사제관 신축에 자금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1억원을 전달하며 나 이제 돈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종 이후에는 국제구호단체의 후원금고지서가 조 신부 앞으로 날아오며 남몰래 외국 어린이를 위해 후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반면, 조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에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전두환은 오월의 학살자. 대법원은 1997417일 반란(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의 죄목으로 전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2·12는 명백한 군사반란이고, 5·175·18은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행위였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199512월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전씨는 199712월 사면돼 풀려났다.

오월의 학살자 전두환 전 대통령.

하지만 전씨는 5·18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그는 오히려 20174월 낸 회고록을 통해 학살을 합리화하고 오월 진실을 왜곡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사태의 발단에서부터 종결까지의 과정에서 내가 직접 관여할 일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5·18재판은 공정하지도, 온당하지도 않고 괴상하다고나 해야 할 기이한 재판이었다고 사법부를 조롱했다.

뇌물수수죄로도 처벌을 받은 전씨는 추징금 2205억원도 선고받았지만 현재 991억원의 추징금을 미납한 상태다. 전씨는 2003년 법원에 291천원의 예금과 채권 등을 재산목록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전씨는 검찰이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려고 연희동 자택에 대한 압류 처분을 하자, 전씨 쪽은 201812월 소송을 제기해 검찰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씨는 20185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도 평온한 일상을 즐겼다. 알츠하이머 병력을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던 전씨는 201911월에는 지인들과 골프를 즐기고 201912월에는 서울 강남 한 중식당에서 지인들과 1인당 20만원짜리 점심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 자리엔 197912·12 군사쿠데타를 함께 일으킨 전직 장성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19791212일 군사 쿠테타를 통해 군을 장악한 뒤,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쿠데타 참여 군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 줄 원안이 전두환씨.

경남 합천 출신인 전씨는 5·16 쿠데타 직후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쿠데타 지지 시가행진을 성사시킨 뒤, ‘정치군인의 길을 걸었다. 19793월 소장 때 국군보안사령관으로 전격 등용됐고, 10·26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으로 비상계임이 선포되자 합동수사본부장으로 부임했다. 전씨는 19791212일 군부 내 비밀 사조직 하나회중심의 반란군 세력을 통해 군을 장악한 뒤, 5·17 쿠데타를 통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정권을 탈취했다. 80년 광주의 5·18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하고 별 넷을 달고 전역한 전씨는 8091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김용희 정대하 기자

 

광주로 출발하는 전두환시위대에  말 조심해라며 욕설

부인 이순자씨 동행경찰, 자택 주변 폴리스라인 치고 대비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사자명예훼손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나오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연합뉴스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30일 피고인 신분으로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로 출발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42분께 부인 이순자(82)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올라타 광주로 출발했다.

전씨는 이날 검정 양복과 중절모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함께 나왔다. 전씨는 승용차에 타기 전 자택 앞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며 손 인사를 했다.

이때 자택 앞에 있던 시위대가 '전두환을 법정구속하라', '전두환은 대국민 사과하라'고 외치자 전씨는 시위대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다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차에 올라탔다. 전씨는 시위대에게 "말 조심해 이놈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의 자택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경찰과 취재진 등 100여명이 모였다. 시위와촬영을 겸한 유튜버 몇 명을 제외하고는 시민단체 회원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경찰은 자택 주변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양측 간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전씨는 2017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의 1심 선고는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전두환 광주 도착5·18 책임 인정하느냔 질문에 '묵묵부답'

 

마스크 쓰고 광주법원 들어서는 전두환 = 30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날 1심 선고를 받는다.

     

5·18 당사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30일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지난해 311일과 올해 427일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출석한 이후 세번째다.

전씨는 이날 오전 842분 부인 이순자(81) 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낮 1227분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했다.

전씨는 검정 양복과 중절모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자택에서 나왔다.

차에서 내릴 때는 잠시 머뭇거리며 벗었던 모자를 찾아 쓰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특별한 도움 없이 혼자서 걷다가 이내 경호원 한 명의 부축을 받고 느린 걸음으로 법정에 입장했다.

부인 이씨도 전씨의 뒤를 보좌하며 조용히 법정으로 향했다.

경호원들은 질문을 하려는 취재진 2명을 거세게 밀쳤다.

취재진은 "5·18 책임을 인정하지 않느냐",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느냐. 왜 사죄하지 않느냐.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등 질문 세례를 했으나 전씨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이동했다.

전씨는 법정동 2층 내부 증인지원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대기하다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전씨의 1심 선고는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검찰 권력의 맨얼굴 폭로

검찰 부패·비리, 구조적 문제 들춰낸 생생한 사례연구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2006년 한 검사장이 검찰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사직인사를 올린다. “소신에 반하거나 비굴한 짓을 하지 않고도 27년씩이나 근무할 수 있도록 해준 검찰 조직과 검찰 가족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대과 없는 명예로운 퇴임이라고도 적었다. 이 글에는 인자하시고 곧으신” “바르게 사는 검사의 표본” “올곧게 항상 최선을 다한따위의 찬사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 검사장은? 고영주다. 1980년대 초 대표적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 사건수사 검사이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발언으로 지난 8월 유죄 판결을 받은, 또한 1998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수사로 무고한 식품회사를 망하게 만든, 그 검사다. 댓글을 단 이들은? 권재진, 임무영, 변창훈, 신자용, 신경식, 정점식, 김훈, 김회재 등이었다.

2002년 인천지검 특수부는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이 회삿돈 22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한다. 검찰은 대상 임직원 3명을 기소했지만 임 회장은 2004년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2005년 전수안 부장판사는 공소외 임창욱이 공모했음을 판결문에 적시하고 결국 임 회장도 유죄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접은 검사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당시 인천지검장이었던 이종백 전 검사장은 2007년 국가청렴위원장을 지낸다.

그랜저 검사 봐준 어둠의 조력자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에는 이런 생생하고 끔찍하고 괴이한 사례가 가득하다. 지은이 이연주 변호사는 고영주 퇴임의 변에 댓글 퍼레이드를 벌인 검사들의 면면을 보고 무슨 불량 검사들이 모여 반상회라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재벌을 봐준 일이 재판 과정에서 들통났으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용공조작 사건을 담당하고 엉터리 수사로 기업을 망하게 한 선배검사를 찬양하는 검사들이 줄을 잇는다. 비틀어진 검찰과 검찰문화는 이 책에서 발가벗겨진다. 그 유명한 그랜저 검사 사건. 이연주 변호사는 그 뒤에 있는 그랜저 검사 정인균에게 애초 무혐의 처분하신 분을 짚는다. 현직 부장검사가 사건 무마 청탁과 함께 건설업자 친구한테 그랜저 자동차와 돈을 받았는데, ‘어둠의 조력자는 정 검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돈을 빌린 것으로 둔갑시키고 청탁은 없었다고 결론냈다. 그랬다가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되니 특임검사가 재수사하고 정 검사는 처벌받는다. 애초 무혐의 처분한 검사님은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법무부로 옮겼고 공정하게 수사했다며 억울해 했다고 한다. 계좌 압수수색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억울해 한 그를, 이 변호사는 나를 위해 나를 속인 인물로 규정한다.

성매매에 흠뻑 빠져 지낸, 성매매 사건 전담 형사부 부장검사도 등장한다. 성매수자 처벌 수준이 낮다는 여성단체 항의문을 대검이 받아 각 검찰청에 내려보내자, 그 부장검사는 부하 검사에게 여성단체와 간담회를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한편으론 잡혀온 성매매 매수자를 벌금 30만원으로 약식기소(구약식)하라고 지시한다. 대검의 양형기준은 벌금 70만원인데도. 그러고 나서 부장검사는 신나게 성매매를 하러 갔다고 이 책은 기록했다. 이 부장검사는 사법제도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기관의 위원으로 파견 근무까지 했단다.

과학적 심리수사 기법은 가학적이었다

지난해 조은석 전 검사장이 펴낸 <수사감각>이라는 책, 법조계와 언론계에서 27년 특수통 검사가 적어내려간 수사의 정석이라고 칭찬이 자자했다. 어디까지나 검찰주의에 젖은 이들의 시선일 뿐. 이 변호사는 부끄러운 이야기라는 감각조차 없어진 것이라고 짚는다. 이를테면 그 책에는 상부는 결국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인사권자는 자신을 거스른 사람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인사권자는 반드시 보복을 한다. 인사로 보복을 한다. 인사권자는 사정이 허락하면 즉시,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반드시 보복을 한다고 적혀 있다. 이 변호사의 일갈은 이렇다. “검찰이 무슨 피의 복수를 하는 조폭 집단이라도 되는 걸까.”

<수사감각>에 소개된 과학적 심리수사 기법가학적의 오타가 아닌 것은 이 변호사 말마따나 놀라운 일이다.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건설사 회장에게, 정치인에게 청탁하고 뇌물 준 것을 자백하라고 하면서, 회계장부를 왜 내연녀 집에 숨겼냐, 증거은닉죄다, 그 여자 잡으러 갔다고, 검사와 작전을 짠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은 공갈을 친다. 실제론 그 여성의 집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검사들의 법과 원칙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법과 원칙과 다른 것일까. 게다가 이 건설사 회장은 뇌물 공여를 자백한 4천만원 중 3천만원은 무죄로 확정되고, 재판 중 1년여 동안 검찰청에 239회나 불려간다.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지도 못하게 한 것이다. 이런 가학적방법은 검찰 특수통들에게 과학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이런 과학은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된다.

모두 옮기기엔, 아니 중요 사례 몇가지를 더 가져오기에도 지면이 부족하다. 검사 출신이기에 누구보다 검찰을 잘 아는 이 변호사는 작심했다. “남을 치기 위해 열심히 칼을 갈아 그 칼로 남에게 깊은 자상을 내면서도 칼날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지 않는그들. “처단하려는 사람보다 더 흉한 모습이 비치는 데도.” 이런 검찰을 고발하기로 작정한, “숫기 없고 소심한이 변호사는 “2017년 페이스북에 검찰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핍박·멸시에도 홀로 분투하는 이를 위해

그가 용기 내게 한 힘은 무엇일까? 지난 25일 이 변호사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검사 임용 직후 이야기를 꺼냈다. “숨쉴 수가 없었어요. 다음날 눈이 안 떠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임용 첫날부터 강력부장이 점심식사를 사는 자리에서 수사실적을 올리려면 오입질을 다녀야 한다고 했단다. 성추행도 성희롱도, 폭력도 폭행도 만연했고 그 피해자가 자신이었고, 여성 검사들이었고, 힘 없는 흙수저검사들이었다. 검사들마저 피해자인 터에, 검사 아닌 피해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검사직을 1년여 만에 던져 버린 그는, 그 시절을 잊고 지내고 싶었고 그렇게 노력했다.

그러나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김홍영 검사, 외로이 분투하고 있는 임은정 검사, 서지현 검사. 검사 시절 잠 들지 못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김홍영 검사의 불면의 밤을 어느덧 상상하고 있었다. “자책과 자기 방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가 무한 도돌이표로 변주되는 황량하고 거친 밤을.” 사법연수원 동기인 임은정 검사와 오랜만에 만난 201212월 이후로, 이 변호사의 마음 한 켠 응어리는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전화통화는 마침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배제를 당한 직후 이뤄졌다. 이 변호사는 속이 시원하다고 먼저 털어놨다. 일각에서 박근혜 정부의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와 이번 사안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그는 잘라 말했다. “채 전 총장의 사생활 관련 사항과 윤 총장의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 관한 것을 같이 놓고 봐선 안 되죠. 검찰청법 등에 따라 검찰총장도 검사로서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두렵진 않았을까? 겁박은 없었을까? “친척 중에 사업하는 사람 없냐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출판사가 압수수색을 당할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요? 검찰이 하려고만 하면 못 할 게 없죠.” 목소리는 담담했다. 이 책은 폭발하는 활화산처럼 시작하지만 끝은 섬세하고 비감 어린 공감과 연대의 결의로 끝난다. “핍박과 멸시와 고통을 견디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 외롭게 분투하는 그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김진철 기자


 


바이든 당선에 신중반응, 해외 공관에 미 자극 말라 지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27일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기의 친분이 무용지물이 되고 제로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데 대한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대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반면 트럼프 때와 달리 시스템적 접근이 예상돼서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면담을 언급한 것에 대해 정상회담 성사를 기대하기도 한다고 보고했다고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김 의원은 시스템적 접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식의 일방적인 톱다운' 방식이 아니고 관료들에 의한 검토와 정책연구를 통해 바텀업' 방식으로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도 밝혔다. 김 의원은 보통 10일 이내에 (미국 대선) 결과를 보도했는데 이번에는 노동신문 및 관영매체 등 모두 관련 보도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북한이 해외 공관에도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하지 말라며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대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단속한다고 한다극도로 발언에 신중하라는 지시가 내려가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국정원은 북한이 내년 정초에 개최하겠다고 예고한 8차 당 대회는 방역문제 등으로 지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열병식을 다시 개최할 예정인데, 이는 미국의 신 행정부에 대해 군사적 과시를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최근 물가 상승과 산업가동률 저하 등 경제난 속에서 거물 환전상을 처형하는 등 비합리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도 보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말 환율 급락을 이유로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고, 지난 8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을 위한 물자반입금지령을 어긴 핵심 간부를 처형하기도 했다고 한다. 북한은 바닷물이 코로나로 오염되는 것을 우려해 어로와 소금생산까지 중단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북한이 이달 초 혜산과 나산, 남포 등 외화물품 반입이 확인된 해상을 봉쇄했고, 최근엔 평양과 자강도 봉쇄했다통제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 교역규모는 지난 11053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중국에서의 물자 반입 중단으로 설탕과 조미료 등 식료품값이 4배로 치솟았다고 한다. 특히 16500원 선이었던 조미료는 75900원으로, 연초 16000원대였던 설탕은 27800원으로 뛰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원자재 설비 도입 중단의 여파로 산업가동률이 김 위원장 집권 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면서 제재, 코로나, 수해라는 삼중고 가중으로 위기감을 강조하는 표현과 용어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김 위원장에 대해 외부물자 안 받고 스트레스가 높고 하니까 감정 과잉이나 분노 표출도 종종 있고 그러다 보니 비합리적 지시도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코로나 때문에 외부물자를 안 받는 편집증이 심하다중국이 주기로 한 쌀 11만톤이 대련 항에 있는데, 북한으로 반입을 안 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한이 국내 제약회사 백신 정보에 대한 해킹 시도도 있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를 잘 막아냈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또 평양의대의 총살 처형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면서 평양의대 간부가 입시비리, 기숙사 신청 주민 강제모금, 매관매직 등 이유로 직위 해제되고 지금도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박한식 교수  남북 이질성 속에서 더 높은 동질성 찾는 조화 추구해야

 

한신대가 개교 80돌을 맞아 24~27대북제재는 평화를 만드는가를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 첫날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석좌교수와 이해영 교수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한신대 제공
 

바이든 새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의 대외정책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달리 다양성을 인정하고 추구하는 정책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나서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이 전통적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라 자기식의 사회주의국가라는 점 등 북한을 제대로 알고 나아가도록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

북미 관계 전문가인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정치학)의 말이다. 박 교수는 지난 24일 한신대가 개교 80돌을 맞아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는 평화를 만드는가라는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에서 이 학교 이해영 교수(국제관계학부)와의 영상 대담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북한의 경제성장을 지원하고 체제의 정통성을 지켜주겠다는 트럼프의 말은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이라며 트럼프의 경제·군사적 국익 추구와 달리 바이든은 (정치의식 문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차원에서 미국 국익을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81중공 지도자덩샤오핑의 주선으로 처음 방북한 이래 50차례 넘게 북한을 다녀왔으며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3대 정권을 안팎에서 탐구해온 박 교수는 서로 이질적으로 다른 남북한은 높은 차원의 동질성을 추구하면서 조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아래는 이 교수와의 주요 질의 응답.

바이든 시대가 새로 열리는데 미국 민주당의 아시아 정책, 특히 대북정책과 관련해 바이든 시대에 새로운 가능성 열릴 수 있다고 보는가

저는 좀 더 낙관적으로 본다. 바이든, 이 사람을 알려면 두가지를 알아야 한다. (그는) 철저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신봉자다. 둘째로 굉장히 인간적으로 합리적인 사람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한다. 트럼프가 아메리카 우선이지만 이번 선거를 보면서 이 사람은 다양성, ‘지구는 다양성이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미국도 다양성을 가진 국가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드러냈다.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했는데 그의 어머니는 인도인이고, 아버지는 자메이카인이고, 남편은 유대계로 상당히 세계적이다. 부통령 뽑을 때 (바이든의 외교) 정책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컸다.

우리는 북한에 어떤 탈을 씌어서 북한을 이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미국에 가르쳐줘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모른다. 북한은 전통적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라 북한은 자기식의 사회주의국가라는 점 등 북한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하는데, 조 바이든 주위 있는 사람 중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일부 있다. 앞으로 그런 식으로 나아가도록 대한민국 정부 인사, 학자들이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 외교정책을 인종주의자인 폼페이오한테 다 맡겼다. 조 바이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바이든 가능성을 예측하고 우리가 바람직하게 가능성이 실현되도록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 역할이다. 국익을 위해서 독도나 교과서 등 남북의 동반자로서 같이 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의 아시아 담당 외교팀 구성에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두가지를 알아야 한다. (미국 국무부) 차관보나 극동문제 관리는 아무 역할도 못한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한다. (실질적 역할을 하는) 대통령과 부통령, 안보보좌관, 몇몇 정보관계자, 이들이 이념적·철학적으로 어떻게 할지 더 연구해야 한다. 이름이 좀 나왔다. 이들은 창의적이고, 뭐랄까 독창적으로 해보겠다고 의욕이 강한 사람들이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를 통해 평화에 가까워졌나?

대북제재의 목적은 비핵화가 아니다. 대북제재의 목적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대북제재가 한 일은 경제난, 식량난으로 북한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었다. 제가 이 세상에 아주 비참한 모습들을 많이 봤지만 (평양에 갔을 때) 괴로웠던 것은 배가 고파서 아이들이 굶어 죽는 일이었다. 북한 사람들은 미국과 서구의 제재 때문에 생명권과 생존권을 유린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인권 이야기를 하면서 언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이야기 하는데, 북한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인권은 생존권이다. 그 생존권을 누가 박탈했나. 자기 체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못하도록 미국과 해외, 남쪽에서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오히려 더 민족주의에 의해 더 뭉친다. 가난하지만 고난의 행군이라고 해서 똘똘 뭉친다. (대북제재가 한 게) 그 한가지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

그 다음에 제재하면서, 제재를 정당화시킬 때 북한을 악마화시킨다. 철저하게 악마화시키지 않으면 제재에 차질이 생긴다. 북한만큼 악마화된 나라가 없다. 악마화 중 가장 강하게 악마화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제가 보기에 악마화를 받아야 하는 행동이나 생각들이 많이 없다. 세월이 달라졌는데 미래지향적으로 인류를 포섭하는 쪽으로 달라져야지 언제까지 빨갱이라고 하는가. 우리가 통일의 길에 들어서기 전에, 들어서기 위해 남쪽에서 의식개조 문화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바이든 시대에 앞으로 미국 제재가 바뀔 가능성은 없나

제재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지금 트럼프에 와서는 북한에 못간다는 것이다. 북한도 못 가고 북한 사람도 못 들어온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필요 이상으로 하고 있다. 이것을 안하도록 우리가 외교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레버리지를 사용해야 한다. 미국의 독자적 제재 가운데 인도적인 것에 영향을 미치는 제재가 많다. 그것을 풀어주어야 한다. 중국은 제재 중 인도적 제재는 가하지 않는다.”

타미플루 대북 지원이나 (한국의) 장관이 철책선 시찰을 나갔을 때도 유엔사가 못하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있고 어이없는 일 생기고 있다.

어이없는 일 중 제일 어이없는 것이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이 군사통수권(전시작전권)이 없다는 것이다. 어이없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바로 잡도록 압력 넣고 외교를 해야 한다.”

바이든 당선부터 내년 하반기가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기회의 창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의 방향과 한국 시민사회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다. 북한은 조선식 사회주의다. 그러니까 우리는 철저하게 우수한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지 정통성 있는 나라가 된다. 너희(북한)는 모범적 사회주의 사회가 돼라. 그래서 (서로의) 장점을 조화시키는 통일체제를 구성해보자는 식의 통일에 대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 통일은 남북의 좋은 점을 따서 조화시키는 것이다. 통일하기 위한 바람직한 의식구조와 문화, 신념체계 이것을 통일교육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바이든 시대의 외교정책 방향은 무엇으로 보나

미국의 외교정책은 뭐니뭐니해도 미국의 국익 추구다. 그런데 미국의 국익이 간단하게 경제적, 군사적인 것은 아니다. 트럼프 같은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바이든 때는 다양한 차원에서 미국 국익을 생각할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도 옛날 소련처럼 군사대결이 아니라 다양한 정치의식, 문화 이런 것까지 (포함한) 소위 중국식 사회주의를 이야기한다. 이제는 군사, 경제 같은 물질력에서 경쟁하는 안보체계, 세계질서에서 벗어나서 평화체제로 넘어올 수밖에 없고, 그래야 인류가 살 수 있다. 그래서 전쟁을 안하면 평화로 보지 말고, 평화는 이질과 이질이 서로 높은 차원의 동질성을 추구하면서 하나가 되는 그런 조화라는 개념에서 동질성을 찾아야 한다.”

이날 대담에서 박 교수는 2년 전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를 두고서 트럼프가 경제성장을 도와준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체제 정통성을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한 것이 핵심이라며 하지만 형식적이었을 뿐 내용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고 미국은 협의 당시 준비가 안 되어 있었고, 북한이 현 상태로 있는 것, 즉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이 미국 실제 국익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중재자나 니코시에이터(협상가) 역할을 해서는 안되고, 미국의 동맹이 되어서도 안된다제일 중요한 지금의 역할은 북한을 동반자로 봐야 한다. 동반자로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북한과 동반자가 되면 둘 다 남북이 막강한 나라가 되고, 국제적 신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