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제작·유포해 피해자들에게 회복 불가능 피해공범들 최대 징역 15

 

조주빈이 지난 3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단

 

미성년자를 비롯해 수십명의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고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주빈(25)에게 징역 40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재판장 이현우)26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10년간의 신상정보 고지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0,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제한 10년 등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45년 동안의 전자발찌 부착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조씨에게 적용된 피해자 성착취물 제작·유포, 피해자에 대한 협박·강요, 범죄집단 조직 혐의 등 14개 혐의 중 성범죄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피해자들이) 유사범행과 모방범행에 따른 추가 피해에 노출되게 했다범행의 중대성, 피해자 수,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해악 등을 고려할 때 엄히 처벌하고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던 박사방의 범죄집단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형법 제114조에서 정한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봤다. 형법상 범죄집단은 다수가 동일한 목적을 갖고 역할을 나눠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집단이다. 재판부는 박사방은 조씨와 공범들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배포하는 범행 목적을 위해 구성된 조직이라며 구성원이 성착취물 제작, 박사방 관리, 홍보, 유포 등의 행위를 수행했다. (텔레그램) 그룹방이 생성·폐쇄를 반복했지만 조씨가 만든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참여자가 조씨를 추종하며 지시를 따르는 건 변함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한편 조씨와 공모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태평양이아무개(16)에게는 소년범 최고형인 장기 10년에 단기 5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조씨에게 피해자 개인정보를 넘기고 옛 담임교사의 자녀를 살해해달라고 돈을 건넨 전 사회복무요원 강아무개(24)에게는 징역 13년이 선고됐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소지한 전직 공무원 천아무개(29)에게는 징역 15, 박사방 유료회원으로 조씨의 지시도 이행한 임아무개(33)와 장아무개(40)에게는 각각 징역 8년과 7년이 선고됐다. 신민정 기자

 

법원 조주빈 공범들, 조씨 지시대로 역할 수행범죄 인식 공유

온라인공간 범죄 집단 인정법조계 성착취물 범죄 양형 시금석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텔레그램 박사방운영자 조주빈과 공범 5명에게 중형이 선고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이 끝이 아니라, 성착취의 근간을 찾고 가해자들이 죗값을 받을 수 있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행위극을 하고 있다.

 

26일 법원은 텔레그램 박사방운영자 조주빈에게 적용된 혐의 14개 중 성범죄 관련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지난 4월 재판이 시작된 뒤 모두 131차례 반성문을 써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함께 기소된 공범 5명도 징역 7~15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에게 중형이 선고된 건 혐의의 중대성과 더불어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조직죄’(범단죄)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나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에 대해 범죄단체가 인정된 경우는 있었지만, 서로를 잘 모르는 온라인 공간에서 만들어진 조직을 범죄집단으로 인정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한다. 검찰은 조씨 등이 여성과 아동·청소년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박사방이라는 범죄집단을 조직했다고 보았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면 징역 4년 이상의 처벌을 받는 범죄를 실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나 조직원은 해당 범죄에서 정해진 법정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박사방 활동을 여기에 적용할 경우, 성착취물 제작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구성원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 등 범죄가 정한 법정형(징역 5년 이상~무기징역)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조씨가 웹툰 형식으로 만든 박사방 조직도 등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공범들은 조씨 혼자서도 범행을 할 수 있었고, 범죄 수익도 조씨가 모두 가져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씨도 조직도는 (이용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사방이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보고 범단죄를 인정했다. 범죄집단은 다수가 공동의 목적을 갖고 역할 분담을 하여 범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도록 갖춘 조직 체계를 뜻하는데, 이는 내부의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범죄단체보다는 느슨한 조직 형태다. 재판부는 “‘박사방 조직은 텔레그램상 닉네임으로 특정 가능한 다수 구성원으로 이뤄진 집단이다. 조씨와 공범들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배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범행만을 목적으로 조직을 구성했다. 이들이 참여한 박사방과 시민의회’, ‘노아의 방주방은 모두 조씨가 만든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조씨를 추종해 지시를 따른다며 범죄집단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으로 조씨 또한 조직적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불리한 양형사유로 인정돼 형량이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씨와 공모한 태평양이아무개(16)는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유포한 혐의로만 기소됐지만 범죄집단구성원임이 인정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죄의 법정형 기준으로 장기 10년 단기 5년형을 선고받았다. 또 조씨에게 가상화폐를 지급해 그 대가로 성착취물을 받은 뒤 또 다른 성착취물 제작에 가담한 유료회원 임아무개(33)씨와 장아무개(40)씨도 박사방 조직 구성원으로서 활동한 것으로 보고 각각 징역 8년과 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가상화폐의 제공·취득은 일련의 성착취 범행이 이어지고 반복된 직접적이고 주요한 동기라고 짚었다. 가상화폐라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 유료회원들도 박사방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이는 박사방 이용자들을 어느 수준까지 처벌할 수 있을지에 관한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박수진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온라인 범죄조직의 집단성이 인정된 것은 처음이라며 피고인들은 박사방이 조직이라는 인식이 없었다며 부인해왔는데 이 점이 유죄로 인정받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예지 기자

청와대서 왕이 중 외교부장 접견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1년 만에 한국을 찾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2년 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30주년을 기대하는 장기적 협력방안을 마련하자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왕 부장을 접견하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한한 것을 환영했다. 문 대통령은 왕 부장에게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양국 간에 다양한 고위급 교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여러 계기에 한중 관계의 중시를 보여주신 시진핑 주석께 따뜻한 안부 인사 전해 주시기 바란다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왕 부장을 접견할 때는 시진핑 주석을 곧 만나 뵐 수 있게 되길 고대한다고 했지만, 이날 머리발언에선 만남에 대한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도 우리 양국이 경제 협력과 함께 인적 문화적 교류 협력을 더 강화해 나감으로써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 특히 2년 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그런 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특별히 그동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건설적인 역할과 협력에 감사를 표한다우리 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 외교부장(왼쪽 두 번째)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왕 부장은 문 대통령 발언 뒤 먼저 시진핑 주석님과 리커창 총리님이 대통령에 대한 가장 친절한 인사를 전하겠다고 답했다. 왕 부장은 지금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서 제 맞은편에 앉아 계시는 강경화 장관님과 회담을 진행했다이런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서 우리가 대 한국관계에 대한 중시, 그리고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완전히 이길 수 있는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강 장관과) 회담을 통해서 우리는 열 가지 공감대를 이뤘다. 이 공감대 중에서는 양측의 협력, 그리고 지역 이슈에 관한 그런 공감대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시진핑 주석께서는 대통령님과의 우정, 그리고 상호 신뢰에 대해서 매우 중요시하시며 특별히 저더러 대통령님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하셨다고 말을 맺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왕 부장 접견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 등이 참석했다. 왕 부장은 지난 25일 일본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예방하고 한국으로 이동했다. 이완 기자

 

왕이 부장 미국, 트럼프 때문에 후퇴”“중국도 기후문명 위해 노력

 

이해찬 등 여권 인사들과의 만찬서 발언

 

한국을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저녁 비공식 일정으로 여권 인사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날 만남엔 왕이 부장과 인연이 깊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같은 당 김한정, 김성환, 박정, 김영호, 이재정 의원이 함께했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공식 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 자리에 온 왕이 부장은 중국 전통술인 마오타이주 여러병을 준비해 왔다. 중국식 간장 조림 생선과 한국식으로 양념한 갈비, 아욱 된장국와 삼선 자장면 등 한식·중식 혼합으로 차려진 이날 저녁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앉은 와중에도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날 화제는 단연 트럼프 이후였다. 최근 미국에 다녀온 김한정 의원이 바이든 시대에 달라질 미 외교가 분위기를 언급하며 미국이 중국과도 대화할 마음이 있는 것 같더라고 전하자 왕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중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트럼프보다는 훨씬 더 낫다고 평가하고 있었다왕 부장은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 제일주의나 중국에 대한 압박 같은 게 굉장히 강해졌고, 미국 제일주의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도 문제가 있었는데 결국 선거를 통해서 트럼프가 선택을 못 받은 것이 아니냐. 미국도 트럼프 때문에 후퇴했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서도 압박했지만 결국 중국은 (이를) 이겨내고 국민들은 결속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현재 교착 국면인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 이런 저런 평가가 있겠지만 전쟁의 파국을 막았다. 지금은 (남북, -미 관계가) 소강 국면이지만 소강 국면도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이를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하며 북핵 문제는 단계적, 동시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싱가포르 합의는 중요한 진전이기 때문에 계속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관계 개선에도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며, 여기에 중국도 협력할 것이라는 다짐도 보였다. 김한정 의원은 왕 부장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실현 과정에 남북이 주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쪽 모두 건설적 노력을 계속하길 바란다는 말도 했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올해 중국이 목표로 삼았던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필요성도 강조했다고 한다.

환경·기후 이슈도 논의됐다. 김성환 의원이 한국과 중국은 한 공기를 먹고 산다면서 미세먼지 공동 저감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하자 왕 부장은 중국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왕 부장은 중국은 (탄소 제로를 위한 기간을) 206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다만 중국이 산업화가 진행 중이라 시간이 걸린다. 중국도 새로운 기후문명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참석자들은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석탄 사용에 있어서 피크(정점)를 찍은 상태인지’ ‘앞으로 석탄을 더 쓸 것인지등 구체적인 사안을 물으며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노지원 서영지 기자


지난번과 똑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상황 계속, 진행 의미없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25일 또다시 성과 없이 회의를 마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26일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약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이날 4시간여 회의를 끝낸 뒤 보도자료를 내고 최종적인 의견조율에 이르지 못했다. 다음 회의 일자를 정하지 않은 채 종료했다고 밝혔다. 추천위원인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지난번과 똑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한 상황이) 계속됐다. 야당 추천위원 두 분이 최종 동의를 못 하겠다고 해서 더는 회의를 진행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중단했다고 밝혔다.

야당 추천위원들은 반박했다. 국민의힘 쪽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여당 쪽은 검사 출신은 안 된다고 했고, 야당 쪽은 수사기관이므로 검사 출신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후보 추천을 받아 회의를 해야 한다고 야당 추천위원 2명이 정식 안건을 냈는데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활동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면서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 참여 없이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를 열어 민주당 백혜련·김남국·박범계 안, 국민의힘 유상범 안, 기본소득당 용혜인안 등을 병합 심사했다. 백혜련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은 산회 뒤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법 개정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해 의결하지 않았다. 26일 소위를 다시 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6일 소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122~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면 공수처 연내 출범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원철 김미나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인터뷰

12월말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이미 10만명분 생산중

전세계적으로 백신 생산량은 충분하지만 치료제는 부족할 것

국가안보에 큰 자산남북한미관계 푸는데 중요한 역할 기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셀트리온 스킨큐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과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내년 봄에는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민이 마스크 없이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셀트리온스킨큐어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으로 백신 생산량은 충분한 반면 치료제는 부족하지만, 우리 국민은 셀트리온의 치료제 공급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코로나 청정국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코로나 3차 유행으로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진 가운데, 바이오 제약 업체인 셀트리온은 국내 업체 중에서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임상 2상시험이 다음주(1123일 시작되는 주)에 끝나면, 최종 시험 데이터가 나오는 데 한달 남짓 걸린다결과가 나오는 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221일 시작되는 12월 넷째 주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루마니아에서 진행 중인 임상 2상시험에서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식약처의 승인이 나오면 바로 시판할 수 있는데, 내년 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식약처의 승인을 전제로 이미 10만명분의 치료제 생산을 시작했다.

또 서 회장은 미국은 자국민을 위한 치료제가 부족해,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코로나 시대에는 치료제가 국가안보에 큰 자산이 되고, 향후 남북관계와 한-미 관계를 푸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 항체치료제(CT-P59)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정부도 빠른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는 게 언제쯤 가능한가?

요즘 내가 공무원이 다 됐다. 정부와 매일같이 협의하느라고 정신이 없다.(웃음) 임상 2상시험이 이번주에 끝나고, 최종 시험 데이터가 나오려면 한달 남짓 걸린다.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1221일 시작하는 주에) 식약처에 신청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은?

루마니아에서 임상 2상시험 중인데, 환자가 치료제를 주사한 지 4~5일 만에 바이러스가 모두 소멸하여 수일 내 퇴원할 정도로 효능이 좋다. 중증 환자나 장기 손상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안전성 문제도 없다. 현지 의사들이 자신들에게 주사를 놓아도 되겠다고 말할 정도다.”

식약처 승인을 받아 치료제가 실제 시판되는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미국 식품의약국(FAD)은 치료제 승인에 한달 정도가 걸렸다고 하는데.

내년 초에는 치료제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치료제 생산을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식약처 승인을 받으면 바로 나올 수 있다. 치료제가 나오면 국민이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봄에는 한국이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필요한 치료제가 10만명분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했다. 현재 치료 중인 환자가 3천명이고,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명에 이르는데 괜찮을까?

환자 발생 상황만 놓고 보면 1만명분 정도로도 문제없지만, 여유 있게 잡은 것이다. 셀트리온이 연말까지 10만명분을 목표로 생산에 돌입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 치료제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가격을 적정하게 책정하겠다고 말했는데?

치료제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은 좋지 않다. 국내는 원가(개발비 포함) 수준에서 싸게 공급하고, 해외에는 경쟁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계획이다.(미국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 업체인 일라이릴리는 개당 450~500만원에 공급하기로 미국 정부와 계약했다.)”

화이자·모더나 등 외국 업체의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이르면 12월 중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것은 치료제다. 코로나 종식을 위해 치료제와 백신의 역할은 어떤 차이가 있나?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면 먼저 진단을 해서 환자를 가려내야 한다. 다음은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전국민의 예방을 위한 백신이 필요하다. 코로나 퇴치를 위해서는 먼저 치료제가 필요하고, 백신이 뒤따라와야 한다. ‘선 치료제, 후 백신인 셈이다.”

전세계 치료제와 백신 개발 현황과 전망은?

치료제는 한국의 셀트리온 외에 미국의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 유럽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아스트라제네카 등 모두 5곳에서 개발 중이다.(미국 업체들은 식품의약국의 긴급사용승인을 이미 받았다.) 백신은 세계 100곳이 개발 중인데, 최종적으로 내년 중반까지는 미국·유럽·중국을 포함해 최소 10곳 정도는 성공할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은 셀트리온이 치료제를 생산한다고 해도, 백신은 아직 확보가 안 돼 걱정하는 국민이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치료제인데, 셀트리온이 충분한 양을 공급할 것이다. 백신은 외국에서 도입해야 하지만, 치료제와 달리 전세계 생산량이 충분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대표적인 해외 백신 개발 업체 10곳의 예상 연간 생산량은 40억명분에 이른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 셀트리온도 마음만 먹으면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이미 외국 업체와 협의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평한 보급을 강조했다. 치료제는 전세계적으로는 충분한가?

부족할 것이다. 셀트리온의 치료제 생산량이 연간 150~200만명분이다. 미국 업체 2곳은 합해서 연간 400~500만명분이다. 미국의 최근 신규 환자가 20만명에 육박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미국은 자체 물량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 제약업체라도 새로 항체치료제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 6년 정도 걸린다. 앞으로 각국이 자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치료제를 보유했는지가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미국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병행하는데, 한국은 왜 치료제 개발만 하고 백신은 하지 않나?

국내에서는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어렵다. 그래서 에스케이(SK), 삼성 같은 국내 업체는 해외에서 개발한 백신의 위탁생산만 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을 지원할 뜻을 밝혔는데?

기업이 국가 정책에 협조하는 것이 도리다. 한국이 코로나 청정국이 된 이후에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에 대한 무상지원에 협조할 것이다. 북한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면 방북 용의도 있다.”

한반도 평화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셀트리온의 코로나 치료제가 돌파구 역할을 한다면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도 1998년 소떼 1천마리를 끌고 방북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고 남북 화해의 초석을 놓았다.

소떼 방북과 같은 역사적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시대에는 치료제가 공공재이고, 국가안보에 큰 자산이 된다. 치료제가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 관계를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장 미국은 자국민을 위한 치료제가 부족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치료제를 추가로 확보하는 데 한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셀트리온의 3분기 매출(5488억원)과 영업이익(245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0%, 138% 급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 영향 때문인가?

코로나 영향은 없다. 기존 바이오 제품의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향후 실적은 더욱 좋을 것이다. 전세계 제약회사 30만곳 가운데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이 현재 35위인데, 내년에는 20위로 올라설 것이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 행사에서 인천 송도 연구센터와 3공장 건립에 5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17400억원을 투자해 4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국 바이오 제약 산업의 전망은?

셀트리온과 삼바의 투자를 통해 인천 송도에 바이오밸리가 구축된다. 전세계 제약 산업 규모가 1800조원이다. 바이오가 반도체·자동차처럼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65살이 되는 올해 말 정년퇴임을 선언했다. 한국 기업 역사상 그룹 총수의 정년은 초유의 일이다. 지금도 생각에 변함이 없는가?

약속대로 연말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날 것이다. 명예회장은 급여와 사무실이 없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는다. 대신 나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다. 20년 전 처음 창업할 때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기존 기업을 수성하는 것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내가 정말 잘하는 기업을 축성(창업)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회사에 남아 잔소리하는 꼰대가 되느니, 그게 좋지 않겠나.(웃음)”

신규 사업으로 바이오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한 유(U)헬스케어를 제시했다. 어떤 내용인가?

전세계 70억 인구가 이용할 수 있는 원격진료병원을 만드는 게 꿈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자가 피 검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지금도 가정에서 체온, 맥박, 소변 등의 검사는 가능한데 피 검사는 안 된다. 아주 적은 양의 피로도 원하는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약을 보내려면 이커머스(전자상거래)도 필요하다. 10조원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셀트리온 돈은 한푼도 안 쓰고, 미국 맨해튼 같은 외부 투자를 받을 것이다.”

유헬스케어는 원격진료를 포함하는데,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

자가 피 검사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빅데이터,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사회적 대타협과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사업이 본격화하려면 5~10년은 걸릴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융합이다. 바이오는 물론 인공지능·나노·가상현실·이커머스 등 여러 분야를 하나로 묶는 복합기술이 요구된다. 여러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을 한명의 지휘자가 일사불란하게 조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정진 회장이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은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길은 계속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진보, 발전하는 것이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해서 회사, 직원, 주주,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하려고 한다. 비즈니스는 수치(실적)보다 명분이 중요하다. 명분을 좇다 보면 이익이 자연히 따라오지만, 수치를 좇다 보면 고객과 사업파트너를 잃는다.” 곽정수 논설위원

 

서정진 회장은연말 회장 퇴임 뒤 유헬스케어스타트업 도전

 

서정진 회장은 이른바 흙수저출신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장사를 돕느라고 고등학교 진학이 늦었다. 삼성전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대우차에 다니다가 외환위기를 맞았다. 대우차가 무너진 직후인 2000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단돈 5천만원을 쥐고 창업에 뛰어들어, 불과 20년 만에 재계 40위권의 대기업을 일구었다.

셀트리온은 한국 바이오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2012년 개발한 항체치료제 램시마는 전세계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끝난 바이오의약품을 모방하여 만든 복제약) 1호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3대 미래 성장산업의 하나로 바이오를 선정했다.

서 회장은 1세대 창업자인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과 2세대 창업자인 김우중 대우 회장을 잇는 3세대 창업자다.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이병철 회장과 김우중 회장을 곁에서 지켜본 특이한 경험의 소유자로, 한국 재벌의 장단점을 직접 체험했다.

서 회장은 수년 전부터 회장은 기업의 왕이 아니다라며, 65살이 되는 2020년 말 정년퇴임을 선언했다. 또 소유-경영의 분리, 편법·불법 상속과의 단절도 약속했다. 서 회장은 나는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약속이 실제 이뤄진다면 한국 재벌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서 회장은 퇴임 이후 바이오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한 유(U)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에 새롭게 도전한다. 그는 “20년 전 처음 창업할 때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룩한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끝없는 도전이 서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