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월 도착 목표항우연, 내년 비행모델 최종 조립 계획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달 궤도 전이 방식'(BLT/WSB)으로 쏘아 올릴 달 탐사 궤도선의 발사 예정일을 202281일로 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상률 항우연 달 탐사 사업단장은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로 25일 온라인으로 열린 항공우주 아카데미에서 'BLT 궤도로 가는 시험용 달 궤도선(KPLO)'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달 궤도선은 달 주위를 돌며 지형관측, 착륙선 착륙 지점 정보 수집, 우주 인터넷 기술 검증 실험 등을 하는 탐사선이다.

애초 항우연은 '단계적 루프 트랜스퍼 방식'(PLT) 으로 달 궤도선을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궤도선 중량이 계획했던 550에서 678으로 늘어 연료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항우연은 탐사선이 달 궤도에 도착한 뒤 달 상공 100의 원궤도를 1년간 돌며 탐사활동을 하는 원래 계획 대신 3개월은 100원궤도를 돌고 9개월은 100×300타원궤도를 돌며 탐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렇게 달 탐사 궤도를 변경할 경우 NASA가 달 궤도선에 탑재하는 '섀도 캠'(ShadowCam)이 달 표면 이미지를 계획한대로 찍지 못하는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NASA는 항우연에 1년간 100원궤도를 유지하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탐사선이 달-지구 거리(38)45배나 먼 심우주까지 나가는 경로를 따라가지만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는 BLT 방식으로 궤적을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항우연은 이를 수용해 전이궤적 설계 전담팀(BTAK)을 꾸려 BLT 궤적을 설계했고, NASA측에 검토를 받은 결과 이 궤적으로 달 궤도선을 쏘아 올린다면 임무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단장은 "BLT 궤적 변경으로 보정 연료를 13.2%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계산에 오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예측이 맞는다면 적어도 8개월 이상 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항우연 달 탐사 사업단은 달 탐사선의 중량이나 궤도, 발사 일정 등이 수차례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달 탐사 사업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연구 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올해 4월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업 통합 일정과 일정 관리 담당자가 없고, 조직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이 불명확해 사업 성공 의지가 낮다고 판단한 이 단장은 직무를 재조정하고 일정 관리 담당자를 조직에 포함하는 등 조직을 가다듬었다.

그 결과 항우연은 20189월부터 진척이 없었던 상세설계(CDR)를 올해 3월 마쳤고, 202210월 말로 늦춰졌던 발사 예정일을 다시 8월 초로 회복하는 등 발사예정일을 단축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 단장은 "작년 11월 말에 사업 성공 여부에 대해 자체 설문조사를 했을 때 85%가 실패를 점쳤다. 설계를 마무리한 뒤 4월에 다시 설문조사를 했을 때는 83%가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항우연은 202281일께 미국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에 달 궤도선을 싣고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시험용 달 궤도선에는 고해상도 카메라, 광시야 편광 카메라, 자기장 측정기, 감마선 분광기, 우주 인터넷 탑재체, 섀도 캠 등 총 6개의 탑재체가 실린다. 이중 고해상도 카메라와 자기장 측정기는 개발을 끝냈다.

그러나 아직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항우연은 현재 달 궤도선에 장착할 부품과 탑재체의 기능 시험을 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부터 구조체 비행모델(FM)을 납품받아 조립할 계획이다.

내년 9월께 달 궤도선 기계조립을 마치고 패널과 태양전지판 등을 장착해 최종 조립을 마친다.

이어 내년 10월부터 20225월까지 동적 시험, 열진공시험, 전자파 환경 시험 등 우주를 모사한 환경에서 시험한다.

이 단장은 "그동안 시험용 달 궤도선 개발에 기술적 어려움, 일정 지연 등 문제가 많았지만 새로운 달 전이궤적 등을 자체 기술로 설계하고 개발 일정을 단축해 남은 연구개발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완 항우연 달탐사총조립시험담당은 "시험용 달 궤도선은 달 탐사선 개발 기술, 달 임무 궤도 진입 기술, 우주 인터넷 등 심우주 항법 등의 기술확보를 계기로 국내 우주 기술 수준을 한단계 높이고 우주탐사 분야에서의 국제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 긴급 안보회의 주재 남북 군사통신선 복구·재가동을

서남해상에서 수색밝히며 남쪽은 영해 침범 말라경고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이틀이 지난 27일 이른 아침 북측 등산곶이 보이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상 정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북쪽에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발표했다. 북쪽은 이날 이른 아침에 북쪽 수역에서 주검을 찾으면 남쪽에 인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주석 사무처장은 대통령 주재 회의 결정 사항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북쪽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남과 북이 각각 파악한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다공동조사 요청제안을 공식화했다.

청와대는 남과 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밝혀내기 바란다이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신과 유류품 수습은 사실 규명을 위해서나 유족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배려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라며 남과 북은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에 전력을 다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협력해나가길 바란다고 서 처장은 밝혔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공동조사를 공식 요청하기로 결정하되, 남과 북 각각 해역서 수색→②군 통신선 복원·재가동(남북 협의를 거친) 공동조사의 수순을 북쪽에 공식 제안한 셈이다.

이에 앞서 북쪽은 이날 이른 아침 조선중앙통신사 보도형식을 빌려 우리는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북쪽은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북과 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훼손되는 일이 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대책들을 보강했다고도 했다.

다만 북쪽은 남조선 당국에 경고한다는 제목의 이 보도에서 우리 해군 서해함대의 통보에 의하면 남측에서는 25일부터 숱한 함정, 기타 선박들을 수색작전으로 추정되는 행동에 동원시키며 우리측 수역을 침범시키고 있다남측의 행동은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고케 한다고 짚었다. 이어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으며 이에 엄중히 경고한다남측이 새로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무단 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상 수색 활동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우리가 일부러 우발적 상황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엔엘엘(NLL·북방한계선) 부근에서 중국 어선 등 수십척이 조업 활동 중이라며 그걸 통제하는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주석 처장은 중국 당국과 중국 어선들에 시신과 유류품의 수습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이 그어진 육지와 달리, 바다에선 정전협정과 국제법에 따라 인정되고 남북이 공식 합의한 해상 경계선이 확정되지 않아 남북 사이의 갈등과 충돌이 되풀이돼 왔다.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의 아킬레스건인 서해 해상경계선 갈등·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남북 당국 모두 상황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이제훈 김지은 서영지 기자 >

 

문 대통령 전면에 나서진상규명 공조통해 돌파구 찾기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7일 오후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관련 브리핑을 위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청와대는 27일 어업지도원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한 공동조사를 북한에 공식 요청하면서, 이런 결정이 내려진 회의의 주재자가 문재인 대통령임을 분명히 밝혔다. 야당이 사건 직후 청와대의 상황 판단과 의사 결정 과정을 집요하게 문제삼으면서 대통령 실종까지 언급하자, 더 이상 무대 뒤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북쪽이 대통령까지 나선 공동조사 요구를 쉽게 거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430분까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실종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총격을 당해 사망한 지 4일 만이다. 이날 문 대통령 주재 회의 뒤 나온 메시지는 지난 25일 북한 통일전선부를 통해 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한 답변의 성격이 강하다.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 발언이 담긴 통일전선부 통지문에 대한 청와대의 첫번째 공식 반응인 셈이다.

메시지의 핵심 요구 사항은 공동조사. 청와대·정부에 대한 불신과 악화된 대북감정을 고려한 결정이다. 그러면서도 공동조사단을 꾸리자는 식으로 조사 자체를 급박하게 채근하지는 않았다. 각자의 수역에서 주검 수색에 나서되 수색 상황과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군 통신선을 복구해 정보를 교환하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야당과 보수진영에서 대통령의 행적을 문제삼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23일 새벽 1시에 실종 공무원과 관련해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면서도 문 대통령에겐 다음날 오전 830분에야 대면보고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야권과 보수진영에선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빗대 문 대통령을 공격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는 이날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모양새가 됐다. 최고 통치자를 앞세워 북한에 공동조사와 이를 위한 군사통신선 복구를 요청했는데, 북한이 이를 거부한다면 정치적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사전 교감은 아니더라도, 자체 검토 결과 북한이 이를 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미안하다고 공식 사과를 했는데,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 요청을 못 받을 이유가 뭐가 있을까 싶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공동조사가 이뤄지더라도 각자가 조사한 내용을 서면이나 통신으로 교환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앞서 김 위원장이 청와대 앞으로 보낸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 과정에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의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 서영지 기자 >

 

정부 남북 통신선 재가동해 수색 정보교환타협책 제안

 

26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경찰이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의 시신과 소지품을 찾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이 북한군에 피격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남북 당국은,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주검 조기 수습 등 실체 규명의 접점을 찾으려 부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남쪽의 격앙된 여론과 북쪽의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거론 등은 남북관계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를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결정한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 요청에 대한 북쪽 반응이 사태 추이와 남북관계의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남과 북 어느 쪽이든 어업지도원의 주검을 조기에 찾는다면 남북 당국의 선택지가 넓어지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이날 아침 북쪽은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북쪽 서해안 모든 지역 수색주검 수습 때 남쪽 인도방침을 밝혔다. 이는 사건 발생 이후 북쪽의 첫 공식 설명인 25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전화통지문에서 한 발짝 더 진전된 구체적인 반응이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전날인 26추가 조사 실시를 언론을 통해 공개 요구한 데 대한 ‘1차 반응의 성격도 지닌다.

주검 수습과 관련한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는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요구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상황 전개에 따라선 남쪽의 추가 조사 실시요구에 북쪽이 어떤 형식으로든 응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앞서 북쪽이 통일전선부 전통문에서 현재까지 우리 지도부에 보고된 사건 전말 조사 결과라거나 일부 군인들의 진술이라는 표현으로 최종 조사 결과가 아님을 내비친 사실로 미뤄, 북쪽이 추가 조사 결과를 남쪽에 알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건 실체를 둘러싼 남북의 이견은 상당하다. 굵직한 것만 추려도 주검 훼손 여부(기름을 부어 40분간 불태워”-사살(추정) (주검)유실, 부유물만 소각”) 사살 명령 주체(해군 계통(해군사령관) 지시”-“(단속)정장의 결심”) 월북 의사 표명 여부(월북 진술”-단속 명령 불응, 도주할 듯한 상황”)를 두고 양쪽 설명이 엇갈린다.

정부가 이날 양쪽의 기존 조사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아울러 정부는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에 전력을 다하자소통·협의·정보교환을 위한 군사통신선 복구·재가동을 북쪽에 공개 요청했다.

이날 대통령 주재 회의의 결정 사항은 남과 북 각각 해역에서 수색 군 통신선 복원·재가동 (남북 협의를 거친) 공동조사를 포함한다. 주목할 대목은 정부의 표현이 공동 현장 조사가 아닌 공동조사라는 사실이다. 군 통신선 재가동으로 소통·협의·정보교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남북이 각각의 해역을 수색해도 공동조사라는 판단이 메시지에 담긴 듯하다. 국회·여론의 눈높이에 맞추며 북쪽의 수용성을 높이려는 고심의 흔적이다.

정부는 애초 사건 발표 첫날인 24일 북쪽에 해명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조처 등 4가지를 공식 요구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대단히 미안하다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담긴 통전부 전통문으로도 이견이 해소되지 않자, “추가 조사 실시 요구를 거쳐 공동조사 요청으로 단계적으로 나아갔다.

정부가 공동조사를 처음부터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데에는, 이런 식의 돌발 사건과 관련한 남북 공동조사의 선례가 없다는 부담이 작용한 듯하다. 예컨대 2008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 땐 남쪽의 남북 당국 현장 공동조사를 북쪽이 거부했고, 20103월 천안함 사건 땐 북쪽의 국방위원회 검열단 파견과 공동조사제안을 이명박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사정 탓에 북쪽이 공동조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다만 정부의 공동조사제안이 현장 조사를 적시하지 않고 소통·협의·정보교환에 방점을 찍은데다,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는 등 북쪽의 전례 없는 태도에 비춰 새로운 선례의 창출이 전혀 불가능하진 않으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 이제훈 기자 >

       

, NLL 이남으로 경계 설정..  남쪽 수색작업에 무단침입

, 1999서해 분계선일방선포다시 의제화해석도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어업지도원 주검을 찾기 위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에서 작업 중인 우리 쪽 선박을 향해 북한이 수역 침범을 이유로 즉각 중단을 요구해 해묵은 서해 해상경계선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27우리는 남측이 새로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무단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날 언급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은 북한이 19999월 선포한 조선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계선은 1차 연평해전 발생 3개월 뒤 조선인민군총참모부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해상경계선으로, 북한 황해도와 우리 쪽 덕적군도의 등거리선을 한강 하구 남북 경계선과 연결한 선이다. 북한은 이 선을 기준으로 남쪽이 자기 수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군은 그동안 실효적 지배를 해온 서해 북방한계선 남쪽 수역에서 수색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북방한계선은 정전협정 당시 합의하지 못한 해상경계선을 이후 유엔군사령관이 설정한 것으로, 북한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및 불가침부속합의서 합의에 따라 북한도 사실상 서해 북방한계선을 존중하기로 했으나, 북한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서해 해상경계선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20199·19 군사합의에서도 서해 평화수역 설정과 관련해 북방한계선이라는 문구만 들어가고 명확한 정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이 이날 보도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추가적인 충돌을 방지하는 한편 북한이 군사분계선 문제를 다시 의제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시신을 찾으면 보내겠다고 한 걸 보면 나름의 의지가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군사적 접근은 안 된다는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서해 경계선 문제를 들고나온 것은 추가적 (충돌) 상황을 피하려는 방어적인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 김지은 기자 >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수 없는 검사와 기술 조합이 성공 비결"

 


미국 유력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25일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집중 조명했다.

WSJ은 이날 '한국은 어떻게 성공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다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의 암호를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그 해법은 간단하고 유연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따라하기 쉽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이 대유행 초기 전세계 부국 가운데 바이러스 전염을 가장 잘 막아냈다며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영국보다 2배 더 효율적으로 감염자의 타인 전파를 차단했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가 경기침체를 겪는 가운데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훌륭하다는 점도 지목했다.

WSJ"한국의 성공 열쇠는 다른 어떠한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진단검사와 기술의 조합, 중앙집중식 통제와 커뮤니케이션, 실패에 대한 끊임없는 두려움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발병 초기 국산 진단검사 키트에 대한 '패스트트랙 승인',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재정과 사회적 '초연결성'을 활용한 감염자 추적 및 알림 시스템, 정부 주도의 마스크 공급 등이 세부 비결로 적시됐다.

데일 피셔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발병 대응 네트워크 의장은 WSJ"어떠한 나라도 한국처럼 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고 억제하는 데 적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대규모 봉쇄 조치 없이 소상공인과 기업들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 타격이 비교적 적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신문은 한국이 지난 2월 불거진 코로나19 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세부 과정, 지난달 고개를 들었던 재유행 조짐을 빠르게 억누른 비결 등을 자세히 전하면서 이를 '메르스 사태'로부터 배운 뼈아픈 교훈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와 소송에도 휘말렸다고 WSJ은 전했다.


, 통지문 보내 불미스러운 일최고통치자가 하루만에 직접 사과

민간인 사살 인정, 최악상황 피해 주검 훼손엔 부유물만 태워설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북한군에 의한 어업지도원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해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에 책임있는 답변과 조처를 요구하자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다. 외교적 고립과 남북관계의 파국을 피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청와대는 이날 남북 정상이 지난달 태풍과 수해를 계기로 주고받은 친서도 공개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가 오전에 보내온 통지문 전문을 공개했다. 통지문은 국가정보원 쪽을 통해 전달됐다. 경어체로 쓴 통지문에서 북쪽은 김 위원장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비루스(코로나19)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고생)하고 있는 남녘 동포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 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 과정에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해상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남북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전체주의 국가의 최고 통치자인 김 위원장이 직접 대단히 미안하다는 높은 수위의 표현을 써 사과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군의 비무장 민간인 총격 살해를 불미스러운 일로 인정하면서, 이 일로 남북관계가 악화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북한군이 주검을 훼손했다는 우리 정부 발표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북쪽은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되어” 40~50m 거리에서 사격한 뒤 “10m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다. 귀측(남한)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만행’, ‘응분의 대가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짙은 표현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남한 내 여론이 가장 격하게 반응한 주검 훼손 부분을 강한 어조로 부인한 것이다.

북쪽이 책임을 인정하고, 비교적 이른 시간 안에 공식 사과를 한 데는 이번 사건에 침묵을 이어갈 경우 정권의 야만성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켜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남북관계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 당국이 총격 사망 사실을 상세하게 공개한 터라, 자신들의 침묵이 사실 인정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됐을 공산이 크다.

청와대는 이날 최근 남북 정상 사이에 오간 친서도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전문을 전격 공개했다. 야당이 정부 무대응대통령의 침묵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상황에서 프레임 전환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98일 문 대통령이 먼저 보내고 12일 김 위원장이 답신한 편지에서 두 정상은 태풍과 수해, 코로나 극복을 서로 응원하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교환했다. 남북 정상이 친서를 교환한 것은 지난 6월 북쪽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뒤 처음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직접 사과한 데는 두 정상의 친서 교환이라는 신뢰 관계가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 언급을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민간인 총격 사망의 충격이 여전한데다, 남북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는 주검 훼손 문제가 남은 탓이다. 주검이 발견되지 않고 희생자의 사망 과정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반북 정서가 강화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급격하게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성연철 길윤형 기자 >

   

청와대, 남북관계 개선 뜻 담긴 친서 공개의도치않은 참변부각

 

청와대가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외교적인 금기에 가까운 정상 간 친서 공개까지 하고 나선 것은 어업지도원 피살 사건으로 격앙된 여론을 달래고 상황 악화를 막고자 하는 바람이 깔려 있다. 야당이 정부 무대응을 공세 포인트로 삼고 대통령의 침묵을 정치쟁점화하는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친서는 북한 통일전선부가 국가정보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를 전후해 남북 간 핫라인을 모두 끊었다고 밝힌 상황에서도 통전부-국정원라인은 살려둔 셈이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주고받은 친서 내용도 있는 그대로 모두 국민들에게 알려드리도록 지시했다며 지난 8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 전문과 12일 받은 답신을 공개했다. 서 실장은 오후 2시 북한의 통지문 기자회견을 한 뒤 두시간 만에 다시 기자실을 찾아 전문을 모두 읽었다. 청와대는 애초 친서 내용을 27일께 공개하려 했으나, 시기를 앞당겨 이날 전문을 공개했다. 이번 사건이 남북 정상이 관계 모색을 하는 큰 흐름 속에 의도하지 않게 벌어진 일이란 점을 부각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남북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은 3월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두 정상은 친서에서 코로나19와 수해 극복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로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러운 악전고투 상황에서 집중호우, 수차례 태풍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에게 큰 시련의 시기라며 김 위원장의 재난 현장 방문에 공감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 넘치는 진심 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악성 비루스(코로나19) 확산과 연이어 태풍을 접하고 누구도 대신 감당해줄 수 없는 힘겨운 대전들을 이겨내는 대통령의 노고를 생각해보게 됐다고 화답했다.

남북관계 개선 의지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8천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친서와 관련해 비록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긴 했지만 서로의 소통, 신뢰가 물밑에서 있었던 것이라며 두 정상이 경색된 남북 대화와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서 교환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남북관계 회복을 점치는 것은 무리라는 진단도 만만찮다. 주검 공동수색이나 월경에서 총격 사망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신뢰할 만한 구체적 조사 결과를 내놓는 등 추가적인 성의를 보이지 않고선 정상 간 소통 노력이 한국 사회 내부의 공감대는 물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 김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