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과 똑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상황 계속, 진행 의미없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25일 또다시 성과 없이 회의를 마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26일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약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이날 4시간여 회의를 끝낸 뒤 보도자료를 내고 최종적인 의견조율에 이르지 못했다. 다음 회의 일자를 정하지 않은 채 종료했다고 밝혔다. 추천위원인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지난번과 똑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한 상황이) 계속됐다. 야당 추천위원 두 분이 최종 동의를 못 하겠다고 해서 더는 회의를 진행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중단했다고 밝혔다.

야당 추천위원들은 반박했다. 국민의힘 쪽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여당 쪽은 검사 출신은 안 된다고 했고, 야당 쪽은 수사기관이므로 검사 출신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후보 추천을 받아 회의를 해야 한다고 야당 추천위원 2명이 정식 안건을 냈는데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활동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면서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 참여 없이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를 열어 민주당 백혜련·김남국·박범계 안, 국민의힘 유상범 안, 기본소득당 용혜인안 등을 병합 심사했다. 백혜련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은 산회 뒤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법 개정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해 의결하지 않았다. 26일 소위를 다시 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6일 소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122~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면 공수처 연내 출범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원철 김미나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인터뷰

12월말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이미 10만명분 생산중

전세계적으로 백신 생산량은 충분하지만 치료제는 부족할 것

국가안보에 큰 자산남북한미관계 푸는데 중요한 역할 기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셀트리온 스킨큐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과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내년 봄에는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민이 마스크 없이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셀트리온스킨큐어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으로 백신 생산량은 충분한 반면 치료제는 부족하지만, 우리 국민은 셀트리온의 치료제 공급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코로나 청정국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코로나 3차 유행으로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진 가운데, 바이오 제약 업체인 셀트리온은 국내 업체 중에서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임상 2상시험이 다음주(1123일 시작되는 주)에 끝나면, 최종 시험 데이터가 나오는 데 한달 남짓 걸린다결과가 나오는 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221일 시작되는 12월 넷째 주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루마니아에서 진행 중인 임상 2상시험에서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식약처의 승인이 나오면 바로 시판할 수 있는데, 내년 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식약처의 승인을 전제로 이미 10만명분의 치료제 생산을 시작했다.

또 서 회장은 미국은 자국민을 위한 치료제가 부족해,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코로나 시대에는 치료제가 국가안보에 큰 자산이 되고, 향후 남북관계와 한-미 관계를 푸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 항체치료제(CT-P59)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정부도 빠른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는 게 언제쯤 가능한가?

요즘 내가 공무원이 다 됐다. 정부와 매일같이 협의하느라고 정신이 없다.(웃음) 임상 2상시험이 이번주에 끝나고, 최종 시험 데이터가 나오려면 한달 남짓 걸린다.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1221일 시작하는 주에) 식약처에 신청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은?

루마니아에서 임상 2상시험 중인데, 환자가 치료제를 주사한 지 4~5일 만에 바이러스가 모두 소멸하여 수일 내 퇴원할 정도로 효능이 좋다. 중증 환자나 장기 손상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안전성 문제도 없다. 현지 의사들이 자신들에게 주사를 놓아도 되겠다고 말할 정도다.”

식약처 승인을 받아 치료제가 실제 시판되는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미국 식품의약국(FAD)은 치료제 승인에 한달 정도가 걸렸다고 하는데.

내년 초에는 치료제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치료제 생산을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식약처 승인을 받으면 바로 나올 수 있다. 치료제가 나오면 국민이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봄에는 한국이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필요한 치료제가 10만명분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했다. 현재 치료 중인 환자가 3천명이고,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명에 이르는데 괜찮을까?

환자 발생 상황만 놓고 보면 1만명분 정도로도 문제없지만, 여유 있게 잡은 것이다. 셀트리온이 연말까지 10만명분을 목표로 생산에 돌입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 치료제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가격을 적정하게 책정하겠다고 말했는데?

치료제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은 좋지 않다. 국내는 원가(개발비 포함) 수준에서 싸게 공급하고, 해외에는 경쟁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계획이다.(미국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 업체인 일라이릴리는 개당 450~500만원에 공급하기로 미국 정부와 계약했다.)”

화이자·모더나 등 외국 업체의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이르면 12월 중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것은 치료제다. 코로나 종식을 위해 치료제와 백신의 역할은 어떤 차이가 있나?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면 먼저 진단을 해서 환자를 가려내야 한다. 다음은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전국민의 예방을 위한 백신이 필요하다. 코로나 퇴치를 위해서는 먼저 치료제가 필요하고, 백신이 뒤따라와야 한다. ‘선 치료제, 후 백신인 셈이다.”

전세계 치료제와 백신 개발 현황과 전망은?

치료제는 한국의 셀트리온 외에 미국의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 유럽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아스트라제네카 등 모두 5곳에서 개발 중이다.(미국 업체들은 식품의약국의 긴급사용승인을 이미 받았다.) 백신은 세계 100곳이 개발 중인데, 최종적으로 내년 중반까지는 미국·유럽·중국을 포함해 최소 10곳 정도는 성공할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은 셀트리온이 치료제를 생산한다고 해도, 백신은 아직 확보가 안 돼 걱정하는 국민이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치료제인데, 셀트리온이 충분한 양을 공급할 것이다. 백신은 외국에서 도입해야 하지만, 치료제와 달리 전세계 생산량이 충분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대표적인 해외 백신 개발 업체 10곳의 예상 연간 생산량은 40억명분에 이른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 셀트리온도 마음만 먹으면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이미 외국 업체와 협의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평한 보급을 강조했다. 치료제는 전세계적으로는 충분한가?

부족할 것이다. 셀트리온의 치료제 생산량이 연간 150~200만명분이다. 미국 업체 2곳은 합해서 연간 400~500만명분이다. 미국의 최근 신규 환자가 20만명에 육박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미국은 자체 물량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 제약업체라도 새로 항체치료제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 6년 정도 걸린다. 앞으로 각국이 자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치료제를 보유했는지가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미국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병행하는데, 한국은 왜 치료제 개발만 하고 백신은 하지 않나?

국내에서는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어렵다. 그래서 에스케이(SK), 삼성 같은 국내 업체는 해외에서 개발한 백신의 위탁생산만 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을 지원할 뜻을 밝혔는데?

기업이 국가 정책에 협조하는 것이 도리다. 한국이 코로나 청정국이 된 이후에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에 대한 무상지원에 협조할 것이다. 북한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면 방북 용의도 있다.”

한반도 평화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셀트리온의 코로나 치료제가 돌파구 역할을 한다면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도 1998년 소떼 1천마리를 끌고 방북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고 남북 화해의 초석을 놓았다.

소떼 방북과 같은 역사적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시대에는 치료제가 공공재이고, 국가안보에 큰 자산이 된다. 치료제가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 관계를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장 미국은 자국민을 위한 치료제가 부족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치료제를 추가로 확보하는 데 한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셀트리온의 3분기 매출(5488억원)과 영업이익(245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0%, 138% 급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 영향 때문인가?

코로나 영향은 없다. 기존 바이오 제품의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향후 실적은 더욱 좋을 것이다. 전세계 제약회사 30만곳 가운데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이 현재 35위인데, 내년에는 20위로 올라설 것이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 행사에서 인천 송도 연구센터와 3공장 건립에 5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17400억원을 투자해 4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국 바이오 제약 산업의 전망은?

셀트리온과 삼바의 투자를 통해 인천 송도에 바이오밸리가 구축된다. 전세계 제약 산업 규모가 1800조원이다. 바이오가 반도체·자동차처럼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65살이 되는 올해 말 정년퇴임을 선언했다. 한국 기업 역사상 그룹 총수의 정년은 초유의 일이다. 지금도 생각에 변함이 없는가?

약속대로 연말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날 것이다. 명예회장은 급여와 사무실이 없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는다. 대신 나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다. 20년 전 처음 창업할 때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기존 기업을 수성하는 것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내가 정말 잘하는 기업을 축성(창업)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회사에 남아 잔소리하는 꼰대가 되느니, 그게 좋지 않겠나.(웃음)”

신규 사업으로 바이오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한 유(U)헬스케어를 제시했다. 어떤 내용인가?

전세계 70억 인구가 이용할 수 있는 원격진료병원을 만드는 게 꿈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자가 피 검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지금도 가정에서 체온, 맥박, 소변 등의 검사는 가능한데 피 검사는 안 된다. 아주 적은 양의 피로도 원하는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약을 보내려면 이커머스(전자상거래)도 필요하다. 10조원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셀트리온 돈은 한푼도 안 쓰고, 미국 맨해튼 같은 외부 투자를 받을 것이다.”

유헬스케어는 원격진료를 포함하는데,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

자가 피 검사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빅데이터,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사회적 대타협과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사업이 본격화하려면 5~10년은 걸릴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융합이다. 바이오는 물론 인공지능·나노·가상현실·이커머스 등 여러 분야를 하나로 묶는 복합기술이 요구된다. 여러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을 한명의 지휘자가 일사불란하게 조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정진 회장이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은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길은 계속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진보, 발전하는 것이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해서 회사, 직원, 주주,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하려고 한다. 비즈니스는 수치(실적)보다 명분이 중요하다. 명분을 좇다 보면 이익이 자연히 따라오지만, 수치를 좇다 보면 고객과 사업파트너를 잃는다.” 곽정수 논설위원

 

서정진 회장은연말 회장 퇴임 뒤 유헬스케어스타트업 도전

 

서정진 회장은 이른바 흙수저출신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장사를 돕느라고 고등학교 진학이 늦었다. 삼성전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대우차에 다니다가 외환위기를 맞았다. 대우차가 무너진 직후인 2000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단돈 5천만원을 쥐고 창업에 뛰어들어, 불과 20년 만에 재계 40위권의 대기업을 일구었다.

셀트리온은 한국 바이오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2012년 개발한 항체치료제 램시마는 전세계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끝난 바이오의약품을 모방하여 만든 복제약) 1호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3대 미래 성장산업의 하나로 바이오를 선정했다.

서 회장은 1세대 창업자인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과 2세대 창업자인 김우중 대우 회장을 잇는 3세대 창업자다.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이병철 회장과 김우중 회장을 곁에서 지켜본 특이한 경험의 소유자로, 한국 재벌의 장단점을 직접 체험했다.

서 회장은 수년 전부터 회장은 기업의 왕이 아니다라며, 65살이 되는 2020년 말 정년퇴임을 선언했다. 또 소유-경영의 분리, 편법·불법 상속과의 단절도 약속했다. 서 회장은 나는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약속이 실제 이뤄진다면 한국 재벌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서 회장은 퇴임 이후 바이오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한 유(U)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에 새롭게 도전한다. 그는 “20년 전 처음 창업할 때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룩한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끝없는 도전이 서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보여준다.


G20 회의 뒤 평가G7서 빠진 한국과 중국의 역할론 부각될 듯

 

문재인 대통령이 전세계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주요 7개국(G7) 체제 보다 주요 20개국(G20)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이 포함된 지20은 참여 나라가 대륙별로 안배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 화상으로 진행된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마친 뒤 오늘날의 지7(G7·주요 7개국) 체제가 전세계의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다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오히려 지20(주요 20개국)이 다양한 글로벌 현안을 다루는 데 의미와 효과가 있고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이번 지20 정상회의와 (지난 20일 진행된) 아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주요 7개국 체제가 한계가 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통화에서도 7 체제는 전 세계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7은 낡은 체제로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지11(G11)이나 지12(G12)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중인데 문 대통령 생각은 어떠시냐고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미국에서 열 예정이었던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한국 등을 초청할 의사를 밝혔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정상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됐다. 주요 7개국 정상회의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일부 국가에 치우쳐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대륙별로 두루 참여하는 특징이 있다. 결정적으로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한 중국이 주요 20개국에 들어가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7을 확대해 대중국 라인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지20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역할을 했던 것처럼, 20이 지7보다 코로나19 방역이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세계 협력을 이끌어 내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지20 역할이 커지는 것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청와대 "화상 정상회의장 화제노하우 전수 요청도"

 

문재인 대통령이 2주에 걸쳐 화상으로 참석한 다자 정상회의에서 청와대 본관에 마련된 회의장 모습이 참가국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고 청와대가 24일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후 주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어메이징'(놀라웠다)이라며 화상 정상회의장 준비 상황을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아세안 정상회의, 13일 한·메콩 정상회의, 14일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122G20 정상회의 등 7차례의 다자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는 정상회의마다 독자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회의장 배경색을 달리했다고 한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때는 행사의 심볼·로고 등을 고려해 색상을 선택했고, EAS 정상회의 때는 바다를 의미하는 푸른색을, RCEP 정상회의 때는 협정당사자인 한국 대통령을 뜻하는 군청색을, G20 정상회의 때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상징하는 초록색을 각각 배경으로 삼았다.

강 대변인은 "회의 때마다 다른 배경 판을 준비한 게 아니라, 조명을 이용해 색상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 대통령과 배석자들 책상 모양 및 배치도 눈길을 끌었다. 사다리꼴 모양의 책상을 이어붙이면 삼각형이 그려지는 것으로, 이는 '원팀'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아울러 다른 나라 정상의 발언 때에는 해당 발언이 통역사 부스를 거쳐 회의장에는 한국어로 나올 수 있도록 해 문 대통령은 별도의 헤드셋을 쓰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 등은 화상 회의장 준비 관련 노하우를 요청했다고 한다.

한편 G20 정상회의 당시 일부 정상과 문 대통령은 새벽 1시까지 계속 자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허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많지 않은데

 

미래를 위한 금요일깃발을 펼쳐놓고 모여 앉은 청년 기후 활동가들. 코로나19로 내년으로 미뤄진 26차 유엔기후총회(COP26)를 대신해 30살 이하 전세계 청년 800여명이 지난 19일부터 모의 유엔기후총회를 온라인으로 열고 있다. 모의 유엔기후총회 누리집 갈무리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이달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선 26차 유엔기후총회(COP26)가 열렸을 것이다. 내년 본격 발효를 앞둔 파리기후협약의 이행에 필요한 세부규칙을 최종 합의하는 자리였다. 애석하게도 26차 총회는 내년 11월로 연기됐고, 30살 이하 젊은 세계 기후 활동가들은 공백을 메우겠다며 지난 19일부터 모의 유엔기후총회를 온라인으로 열고 있다. 참가한 전세계 800여명의 청년들은 내년 총회에 참석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보란 듯 그들 대표단 명의의 최종 성명서를 표결에 부치는 것으로 다음주(121) 회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18살의 한 영국 청년은 총회 전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당신들이 식탁에 자리를 주지 않아서 우리가 직접 식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다음 세대의 절박함은 기성세대가 느끼는 위기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은 연기된 1년에 조마조마해하며 마음을 졸인다.

청년들의 조바심과 달리, 우리 사회 기후위기 대응 논의는 진전이 더디다.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고 직속위원회를 설치하겠다지만, 그 선언이 갖는 뜻과 무게가 곧이 전달되지 않는다. 여전히 친원전파와 일부 보수언론은 기후위기 대응이 아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기에 바쁘다. 2050년에도 원전이 일부 남게 된다는 국가기후환경회의 부위원장의 말(23일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브리핑)정부 위원회가 탈원전을 비판했다며 침소봉대한다. 1%의 사례를 들어 태양광 때문에 산사태가 났다 하고, 미세먼지도 탈원전 때문이라 한다. 본격적인 원전 가동 중단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최근엔 미국 대통령 당선자 바이든이 원전에 올인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해당 기사의 차세대 원전은 연구개발 과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에너지전환포럼에서 지적했듯, 그나마도 경제성이나 안정성 확보가 어려워 상용화가 쉽지 않다. 그리드 저장기술, 그린수소, 차세대 건축소재 같은 꿈의 기술이 이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 바이든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임기 4년 동안 2300조원을 투입해 태양광 지붕 800만개와 패널 5억개, 풍력터빈 6만개를 설치하고 건물 400만채, 주택 200만채를 에너지 고효율 형태로 개조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올인이 어디를 향했는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미국은 현재 계획 중인 원전보다 폐쇄 예정인 원전이 더 많다.

마크 제이컵슨 미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을 비롯한 일련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전세계 에너지 수요를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수력, 태양광으로 100% 공급하는 목표는 빠르면 2050년 달성할 수 있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도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유럽연합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67%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2050년엔 96%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 굳이 새 원전을 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시설 인근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원전의 위험은 재생에너지를 압도한다. 풍력발전기나 태양광발전시설이 고장 나거나 파괴되는 상황과 원전이 그렇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지난해 여름엔 유럽 원자로 6개가 전력 생산을 줄이고 2개가 가동을 중단한 일이 있었다. 폭염 때문에 수온이 오르고 원전이 냉각수로 쓰는 하천 수량이 줄어든 탓이다. 원전은 열이 극심하면 운영이 어렵다. 우린 주로 바닷가에 짓는데 이러다 보니 폭염뿐 아니라 태풍이나 홍수 같은 기후재난에도 취약하다. 올해 태풍 땐 바닷물의 소금기로 원전 6기가 멈춰 서버리는 일이 있었다. 대형 전원인 원전의 갑작스러운 가동 중단은 전체 전력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재난에 대비해 소규모 분산형 전원을 늘려가는 흐름에도 원전은 맞지 않는다. 원전의 발전단가가 재생에너지보다 싼 것도 위험 부담 비용이 빠진 탓이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복구비용은 최소 80조원에서 최대 800조원으로 예상되지만, 한국 원전 사업자가 사고에 대비하는 비용은 고작 5000억원까지다. 초과 비용은 모두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원전처럼 위험하고 전체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은 에너지원보단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 정책 목표를 집중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의 긴박함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미 세계적으로 화석에너지를 몰아내는 재생에너지의 기세는 맹렬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공개한 재생에너지 2020’ 보고서를 보면, 발전용 재생에너지는 여러 발전원 중 나 홀로’ 7%가량 증가세다. 나머지 에너지 수요는 코로나로 5% 감소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설비용량은 2023년 천연가스를, 2024년 석탄을 추월하게 된다. 비슷한 경제 규모 나라 중 유독 우리만, 탈원전 논란을 벌이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한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허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많지 않다. 박기용 기후변화팀장

       

보수언론, 그들은 왜 ‘탈원전’을 싫어할까?

부정적 보도 일관, ‘입맛에 맞는 표현만 골라 쓰기도

한수원 광고비와 연관?결국 경제적 이해관계비판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김숙 전략기획위원장이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는 지난 23일 정부에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정책을 제안했다. 석탄 발전과 휘발유·경유차량 퇴출 시점 등 미세먼지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주요 정책이 포함됐다. <한겨레><경향신문> 등 여러 언론은 ‘2035년부터 내연차 국내 판매 중단 제안등을 제목으로 정책 발표 소식을 전했다.

같은 정책을 두고 일부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다른 내용을 주요하게 전했다. <조선일보>(‘대통령 직속 기후회의 탈원전 고정불변이면 탄소 중립 어렵다”), <한국경제>(대통령 자문기구 원전정책 고정불변으론 2050년 탄소중립 어렵다”), <서울경제>(대통령 직속위 탈탄소, 원전도 대안”)가 대표적이다. 정부 내부의 탈원전 어깃장을 비중있게 다룬 것이다.

정부 추진 정책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감시하는 것은 언론의 주요 기능이다. 같은 정책을 두고도 언론마다 시각이 다를 수 있다. <조선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는 정부와 환경단체의 탈원전 기조에 시종일관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데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들 언론의 보도가 나온 24일 오전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자료를 냈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4일 발표한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 보도자료.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정책 제안 발표 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석탄 발전 퇴출 부분에 원자력이 언급돼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인 석탄 발전(2019년 전체 발전량의 40.4%)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0으로 감축하되,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2040년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최적의 국가전원믹스를 구성한다.

정책 제안 발표 뒤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되,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한다는 제안을 두고 “(모든 원전 수명이 끝나는) 2079년 이후에도 원전이 필요하다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이 나왔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이 답변을 시작했다.

“(석탄 발전의 빈 자리를) 천연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 중에서 대체할 수밖에 없는데 시기별로 각 에너지원의 발전단가, 사회적 수용성 등 여러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한겨레>가 당시 발언 내용 전체를 확인한 결과, 안 운영위원장은 이 발언에 이어 <조선일보> 등이 제목으로 뽑은 발언을 했다.

원전 문제를, 지금 정부 정책이 있습니다만, 고정불변의 것으로 놓고 2050년 탄소 중립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발언을 두고 <조선일보>대통령 직속 기구가 정부의 기존 탈원전 정책과는 다른 시각을 보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원전 활용 필요성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기사에 썼다. <한국경제>는 아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가 사실상 원전 정책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기사를 썼다.

이들은 안 운영위원장이 정책이 고정불변이면 탄소 중립은 어렵다는 말 바로 뒤에 한 다음의 발언은 기사에 줄여서 담거나 쓰지 않았다.

원전이 이때도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원전도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인데, 다만 우리가 석탄 발전을 대체하는 것은 곧 원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린수소, 재생에너지, 석탄발전소에 장착할 수 있는 탄소·포집 저장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

<조선일보> 등은 통으로 이뤄진 전체 발언 중에서 입맛에 맞는 앞부분만 잘라서 크게 쓰고 나머지 발언은 축소하거나 아예 쓰지 않는 고전적 방식을 사용한 셈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정책제안 요약본보도자료 10쪽 원자력 부분 갈무리

안 운영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유지될 경우에도 2038년에는 14기의 원전이 가동중이다. 이를 전제로 원전도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원전 정책이 고정불변의 것이라면 2050년 탄소 중립은 어렵다고 말하긴 했지만 전체 맥락에서는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다른 언론사가 보도한 당시 질의응답에는 이런 맥락이 잘 드러나 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석탄 40%, 원자력 25%, 액화천연가스 25%, 재생에너지 6.5% 정도다. 석탄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릴 때 찬반 갈등이 첨예한 원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늘 질문하게 된다.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은 원자력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진보언론은 원전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보수언론과 경제신문 등이 원자력 발전의 긍정적 면을 주로 보도하는 데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나왔다. 2017년 공개된 한국수력원자력 광고비 집행 내역(1~7)을 보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및 그 계열사에 가장 많은 광고비가 집행됐다.

다만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원전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사회뿐 아니라 산업계 목소리도 함께 수렴해 대안을 고민해 왔다는 점에서, 안 운영위원장 발언이 탈원전 정책에 부정적인 언론에 빌미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대표는 원전 수명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지만 원전이 미래 전력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최우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