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에 신중반응, 해외 공관에 미 자극 말라 지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27일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기의 친분이 무용지물이 되고 제로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데 대한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대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반면 트럼프 때와 달리 시스템적 접근이 예상돼서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면담을 언급한 것에 대해 정상회담 성사를 기대하기도 한다고 보고했다고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김 의원은 시스템적 접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식의 일방적인 톱다운' 방식이 아니고 관료들에 의한 검토와 정책연구를 통해 바텀업' 방식으로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도 밝혔다. 김 의원은 보통 10일 이내에 (미국 대선) 결과를 보도했는데 이번에는 노동신문 및 관영매체 등 모두 관련 보도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북한이 해외 공관에도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하지 말라며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대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단속한다고 한다극도로 발언에 신중하라는 지시가 내려가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국정원은 북한이 내년 정초에 개최하겠다고 예고한 8차 당 대회는 방역문제 등으로 지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열병식을 다시 개최할 예정인데, 이는 미국의 신 행정부에 대해 군사적 과시를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최근 물가 상승과 산업가동률 저하 등 경제난 속에서 거물 환전상을 처형하는 등 비합리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도 보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말 환율 급락을 이유로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고, 지난 8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을 위한 물자반입금지령을 어긴 핵심 간부를 처형하기도 했다고 한다. 북한은 바닷물이 코로나로 오염되는 것을 우려해 어로와 소금생산까지 중단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북한이 이달 초 혜산과 나산, 남포 등 외화물품 반입이 확인된 해상을 봉쇄했고, 최근엔 평양과 자강도 봉쇄했다통제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 교역규모는 지난 11053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중국에서의 물자 반입 중단으로 설탕과 조미료 등 식료품값이 4배로 치솟았다고 한다. 특히 16500원 선이었던 조미료는 75900원으로, 연초 16000원대였던 설탕은 27800원으로 뛰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원자재 설비 도입 중단의 여파로 산업가동률이 김 위원장 집권 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면서 제재, 코로나, 수해라는 삼중고 가중으로 위기감을 강조하는 표현과 용어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김 위원장에 대해 외부물자 안 받고 스트레스가 높고 하니까 감정 과잉이나 분노 표출도 종종 있고 그러다 보니 비합리적 지시도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코로나 때문에 외부물자를 안 받는 편집증이 심하다중국이 주기로 한 쌀 11만톤이 대련 항에 있는데, 북한으로 반입을 안 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한이 국내 제약회사 백신 정보에 대한 해킹 시도도 있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를 잘 막아냈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또 평양의대의 총살 처형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면서 평양의대 간부가 입시비리, 기숙사 신청 주민 강제모금, 매관매직 등 이유로 직위 해제되고 지금도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박한식 교수  남북 이질성 속에서 더 높은 동질성 찾는 조화 추구해야

 

한신대가 개교 80돌을 맞아 24~27대북제재는 평화를 만드는가를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 첫날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석좌교수와 이해영 교수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한신대 제공
 

바이든 새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의 대외정책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달리 다양성을 인정하고 추구하는 정책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나서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이 전통적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라 자기식의 사회주의국가라는 점 등 북한을 제대로 알고 나아가도록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

북미 관계 전문가인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정치학)의 말이다. 박 교수는 지난 24일 한신대가 개교 80돌을 맞아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는 평화를 만드는가라는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에서 이 학교 이해영 교수(국제관계학부)와의 영상 대담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북한의 경제성장을 지원하고 체제의 정통성을 지켜주겠다는 트럼프의 말은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이라며 트럼프의 경제·군사적 국익 추구와 달리 바이든은 (정치의식 문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차원에서 미국 국익을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81중공 지도자덩샤오핑의 주선으로 처음 방북한 이래 50차례 넘게 북한을 다녀왔으며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3대 정권을 안팎에서 탐구해온 박 교수는 서로 이질적으로 다른 남북한은 높은 차원의 동질성을 추구하면서 조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아래는 이 교수와의 주요 질의 응답.

바이든 시대가 새로 열리는데 미국 민주당의 아시아 정책, 특히 대북정책과 관련해 바이든 시대에 새로운 가능성 열릴 수 있다고 보는가

저는 좀 더 낙관적으로 본다. 바이든, 이 사람을 알려면 두가지를 알아야 한다. (그는) 철저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신봉자다. 둘째로 굉장히 인간적으로 합리적인 사람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한다. 트럼프가 아메리카 우선이지만 이번 선거를 보면서 이 사람은 다양성, ‘지구는 다양성이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미국도 다양성을 가진 국가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드러냈다.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했는데 그의 어머니는 인도인이고, 아버지는 자메이카인이고, 남편은 유대계로 상당히 세계적이다. 부통령 뽑을 때 (바이든의 외교) 정책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컸다.

우리는 북한에 어떤 탈을 씌어서 북한을 이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미국에 가르쳐줘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모른다. 북한은 전통적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라 북한은 자기식의 사회주의국가라는 점 등 북한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하는데, 조 바이든 주위 있는 사람 중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일부 있다. 앞으로 그런 식으로 나아가도록 대한민국 정부 인사, 학자들이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 외교정책을 인종주의자인 폼페이오한테 다 맡겼다. 조 바이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바이든 가능성을 예측하고 우리가 바람직하게 가능성이 실현되도록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 역할이다. 국익을 위해서 독도나 교과서 등 남북의 동반자로서 같이 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의 아시아 담당 외교팀 구성에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두가지를 알아야 한다. (미국 국무부) 차관보나 극동문제 관리는 아무 역할도 못한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한다. (실질적 역할을 하는) 대통령과 부통령, 안보보좌관, 몇몇 정보관계자, 이들이 이념적·철학적으로 어떻게 할지 더 연구해야 한다. 이름이 좀 나왔다. 이들은 창의적이고, 뭐랄까 독창적으로 해보겠다고 의욕이 강한 사람들이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를 통해 평화에 가까워졌나?

대북제재의 목적은 비핵화가 아니다. 대북제재의 목적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대북제재가 한 일은 경제난, 식량난으로 북한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었다. 제가 이 세상에 아주 비참한 모습들을 많이 봤지만 (평양에 갔을 때) 괴로웠던 것은 배가 고파서 아이들이 굶어 죽는 일이었다. 북한 사람들은 미국과 서구의 제재 때문에 생명권과 생존권을 유린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인권 이야기를 하면서 언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이야기 하는데, 북한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인권은 생존권이다. 그 생존권을 누가 박탈했나. 자기 체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못하도록 미국과 해외, 남쪽에서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오히려 더 민족주의에 의해 더 뭉친다. 가난하지만 고난의 행군이라고 해서 똘똘 뭉친다. (대북제재가 한 게) 그 한가지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

그 다음에 제재하면서, 제재를 정당화시킬 때 북한을 악마화시킨다. 철저하게 악마화시키지 않으면 제재에 차질이 생긴다. 북한만큼 악마화된 나라가 없다. 악마화 중 가장 강하게 악마화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제가 보기에 악마화를 받아야 하는 행동이나 생각들이 많이 없다. 세월이 달라졌는데 미래지향적으로 인류를 포섭하는 쪽으로 달라져야지 언제까지 빨갱이라고 하는가. 우리가 통일의 길에 들어서기 전에, 들어서기 위해 남쪽에서 의식개조 문화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바이든 시대에 앞으로 미국 제재가 바뀔 가능성은 없나

제재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지금 트럼프에 와서는 북한에 못간다는 것이다. 북한도 못 가고 북한 사람도 못 들어온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필요 이상으로 하고 있다. 이것을 안하도록 우리가 외교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레버리지를 사용해야 한다. 미국의 독자적 제재 가운데 인도적인 것에 영향을 미치는 제재가 많다. 그것을 풀어주어야 한다. 중국은 제재 중 인도적 제재는 가하지 않는다.”

타미플루 대북 지원이나 (한국의) 장관이 철책선 시찰을 나갔을 때도 유엔사가 못하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있고 어이없는 일 생기고 있다.

어이없는 일 중 제일 어이없는 것이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이 군사통수권(전시작전권)이 없다는 것이다. 어이없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바로 잡도록 압력 넣고 외교를 해야 한다.”

바이든 당선부터 내년 하반기가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기회의 창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의 방향과 한국 시민사회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다. 북한은 조선식 사회주의다. 그러니까 우리는 철저하게 우수한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지 정통성 있는 나라가 된다. 너희(북한)는 모범적 사회주의 사회가 돼라. 그래서 (서로의) 장점을 조화시키는 통일체제를 구성해보자는 식의 통일에 대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 통일은 남북의 좋은 점을 따서 조화시키는 것이다. 통일하기 위한 바람직한 의식구조와 문화, 신념체계 이것을 통일교육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바이든 시대의 외교정책 방향은 무엇으로 보나

미국의 외교정책은 뭐니뭐니해도 미국의 국익 추구다. 그런데 미국의 국익이 간단하게 경제적, 군사적인 것은 아니다. 트럼프 같은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바이든 때는 다양한 차원에서 미국 국익을 생각할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도 옛날 소련처럼 군사대결이 아니라 다양한 정치의식, 문화 이런 것까지 (포함한) 소위 중국식 사회주의를 이야기한다. 이제는 군사, 경제 같은 물질력에서 경쟁하는 안보체계, 세계질서에서 벗어나서 평화체제로 넘어올 수밖에 없고, 그래야 인류가 살 수 있다. 그래서 전쟁을 안하면 평화로 보지 말고, 평화는 이질과 이질이 서로 높은 차원의 동질성을 추구하면서 하나가 되는 그런 조화라는 개념에서 동질성을 찾아야 한다.”

이날 대담에서 박 교수는 2년 전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를 두고서 트럼프가 경제성장을 도와준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체제 정통성을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한 것이 핵심이라며 하지만 형식적이었을 뿐 내용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고 미국은 협의 당시 준비가 안 되어 있었고, 북한이 현 상태로 있는 것, 즉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이 미국 실제 국익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중재자나 니코시에이터(협상가) 역할을 해서는 안되고, 미국의 동맹이 되어서도 안된다제일 중요한 지금의 역할은 북한을 동반자로 봐야 한다. 동반자로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북한과 동반자가 되면 둘 다 남북이 막강한 나라가 되고, 국제적 신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이렇게 허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많지 않은데

 

미래를 위한 금요일깃발을 펼쳐놓고 모여 앉은 청년 기후 활동가들. 코로나19로 내년으로 미뤄진 26차 유엔기후총회(COP26)를 대신해 30살 이하 전세계 청년 800여명이 지난 19일부터 모의 유엔기후총회를 온라인으로 열고 있다. 모의 유엔기후총회 누리집 갈무리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이달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선 26차 유엔기후총회(COP26)가 열렸을 것이다. 내년 본격 발효를 앞둔 파리기후협약의 이행에 필요한 세부규칙을 최종 합의하는 자리였다. 애석하게도 26차 총회는 내년 11월로 연기됐고, 30살 이하 젊은 세계 기후 활동가들은 공백을 메우겠다며 지난 19일부터 모의 유엔기후총회를 온라인으로 열고 있다. 참가한 전세계 800여명의 청년들은 내년 총회에 참석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보란 듯 그들 대표단 명의의 최종 성명서를 표결에 부치는 것으로 다음주(121) 회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18살의 한 영국 청년은 총회 전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당신들이 식탁에 자리를 주지 않아서 우리가 직접 식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다음 세대의 절박함은 기성세대가 느끼는 위기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은 연기된 1년에 조마조마해하며 마음을 졸인다.

청년들의 조바심과 달리, 우리 사회 기후위기 대응 논의는 진전이 더디다.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고 직속위원회를 설치하겠다지만, 그 선언이 갖는 뜻과 무게가 곧이 전달되지 않는다. 여전히 친원전파와 일부 보수언론은 기후위기 대응이 아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기에 바쁘다. 2050년에도 원전이 일부 남게 된다는 국가기후환경회의 부위원장의 말(23일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브리핑)정부 위원회가 탈원전을 비판했다며 침소봉대한다. 1%의 사례를 들어 태양광 때문에 산사태가 났다 하고, 미세먼지도 탈원전 때문이라 한다. 본격적인 원전 가동 중단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최근엔 미국 대통령 당선자 바이든이 원전에 올인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해당 기사의 차세대 원전은 연구개발 과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에너지전환포럼에서 지적했듯, 그나마도 경제성이나 안정성 확보가 어려워 상용화가 쉽지 않다. 그리드 저장기술, 그린수소, 차세대 건축소재 같은 꿈의 기술이 이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 바이든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임기 4년 동안 2300조원을 투입해 태양광 지붕 800만개와 패널 5억개, 풍력터빈 6만개를 설치하고 건물 400만채, 주택 200만채를 에너지 고효율 형태로 개조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올인이 어디를 향했는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미국은 현재 계획 중인 원전보다 폐쇄 예정인 원전이 더 많다.

마크 제이컵슨 미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을 비롯한 일련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전세계 에너지 수요를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수력, 태양광으로 100% 공급하는 목표는 빠르면 2050년 달성할 수 있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도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유럽연합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67%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2050년엔 96%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 굳이 새 원전을 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시설 인근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원전의 위험은 재생에너지를 압도한다. 풍력발전기나 태양광발전시설이 고장 나거나 파괴되는 상황과 원전이 그렇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지난해 여름엔 유럽 원자로 6개가 전력 생산을 줄이고 2개가 가동을 중단한 일이 있었다. 폭염 때문에 수온이 오르고 원전이 냉각수로 쓰는 하천 수량이 줄어든 탓이다. 원전은 열이 극심하면 운영이 어렵다. 우린 주로 바닷가에 짓는데 이러다 보니 폭염뿐 아니라 태풍이나 홍수 같은 기후재난에도 취약하다. 올해 태풍 땐 바닷물의 소금기로 원전 6기가 멈춰 서버리는 일이 있었다. 대형 전원인 원전의 갑작스러운 가동 중단은 전체 전력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재난에 대비해 소규모 분산형 전원을 늘려가는 흐름에도 원전은 맞지 않는다. 원전의 발전단가가 재생에너지보다 싼 것도 위험 부담 비용이 빠진 탓이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복구비용은 최소 80조원에서 최대 800조원으로 예상되지만, 한국 원전 사업자가 사고에 대비하는 비용은 고작 5000억원까지다. 초과 비용은 모두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원전처럼 위험하고 전체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은 에너지원보단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 정책 목표를 집중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의 긴박함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미 세계적으로 화석에너지를 몰아내는 재생에너지의 기세는 맹렬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공개한 재생에너지 2020’ 보고서를 보면, 발전용 재생에너지는 여러 발전원 중 나 홀로’ 7%가량 증가세다. 나머지 에너지 수요는 코로나로 5% 감소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설비용량은 2023년 천연가스를, 2024년 석탄을 추월하게 된다. 비슷한 경제 규모 나라 중 유독 우리만, 탈원전 논란을 벌이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한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허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많지 않다. 박기용 기후변화팀장

 


법령 등 준수 연속 과락인데도 17가지 조건 걸어 3년 연장해 줘

자본금 불법충당 업무정지이어 솜방망이 결정 방통위 무용론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종합편성채널 엠비엔과 제이티비시 재승인을 심의 의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기준점수에 미달한 종합편성채널(종편) <MBN>에 대해 방송의 공적 책임 준수 등 17가지 조건을 달아 재승인을 허용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자본금 불법 충당 등 명백한 위법 행위에도 승인 취소 대신 ‘6개월 업무정지행정처분을 내린 데 이어 무자격 불법 방송에 또 재승인을 내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는 2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오는 30일 승인 유효기간이 끝나는 <JTBC><MBN>에 대해 재승인 여부를 심의한 뒤 의결했다. 앞서 지난 3일부터 나흘간 진행한 재승인 심사에서 엠비엔은 심사평가 총점 1000점 가운데 640.50점을 받아 기준점수인 650점에 미달했다. 제이티비시는 714.89점이었다. 엠비엔은 개별 심사 사항인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의 이행 및 방송 법령 등 준수 여부’(100)에서 201737.06점에 이어 이번에도 45.04점을 받아 연속 과락했다. 재승인 평가점수는 방송·미디어, 법률, 경영, 기술, 시청자 등 5개 분야 전문가 13명으로 이뤄진 심사위원회가 공적 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프로그램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등을 중점 심사한 결과다.

방통위는 이날 엠비엔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하는 방안을 포함한 경영 투명성 방안 및 외주 상생 방안 등의 추가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이에 대한 이행 의지를 보인 점과 재승인 거부 때 시청자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엠비엔의 승인 유효기간은 12월부터 20231130일까지 3년이며, 제이티비시는 2025년까지 5년이다. 방통위는 엠비엔의 승인 기간을 짧게 한 것뿐 아니라 17가지 조건과 5가지 권고사항을 부여했다. 지난 4<티브이조선>(11가지 조건, 8가지 권고사항)<채널에이>(13가지 조건, 4가지 권고사항)보다 조건이 더 많다. 이들 종편에 부과했던 법정제재 연간 5건 이하 유지등과 함께, 지난 10월 말 ‘6개월 업무정지행정처분에 따른 피해에 대해 최대주주가 경제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과 최대주주가 방송사 운영 및 내부 인사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경영혁신 방안을 종사자 대표 및 외부기관의 경영컨설팅 결과를 반영하여 마련하도록 하는 조건 등을 추가했다. 또 공모제도를 통해 대표이사를 선임하되 종사자 대표를 심사위원회에 포함하고, 사외이사 선임 때 시청자위원회가 추천하는 자를 포함하라는 조건도 들어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엠비엔 조건부 재승인은 추가 개선계획으로 이행 의지를 밝힌 것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책임 있는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241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 관계자는 이날 방통위 결정에 대해 애초부터 불법 방송을 한 엠비엔은 승인을 취소해야 했다. 6개월 업무정지 행정처분 결과에 방통위 무용론이 떠오른 가운데 기준점수 이하로 나온 방송을 재승인 허용한 것은 방통위가 법에 보장된 역할을 계속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학계에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조건부 승인 횟수를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혁남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기준점수가 미달인데도 언제까지 조건부 승인을 해야 하느냐. 심사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다른 분야와 달리 공익적 책무가 강조되는 방송은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하는데 정치적 고려가 되풀이되다 보니 방송사들도 위험성을 절감하지 않은 채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고 있다법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조건부 재승인 횟수를 제한하는 등 좀 더 강한 경고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사설] MBN 면죄부’, 이러려면 종편 심사뭐하러 하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27일 재승인 기준점수에 미달한 종합편성채널 <MBN>의 방송사업을 최대주주의 인사 관여 불허등 조건을 붙여 재승인했다. 출범 때 자본금을 불법으로 조달해 지난달 업무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은 엠비엔은 이로써 방송사업을 접을 위기를 연이어 벗어나게 됐다. 이번 심사에 앞서 언론시민단체들은 불법을 저지르고 경영상태도 부실한 엠비엔의 재승인을 거부하거나, 대주주를 교체하는 매각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번에도 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3년의 시간을 더 줬다.

방통위의 봐주기 심사는 이제 관행이 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엠비엔뿐 아니라 <티브이조선> <채널에이> 등도 재승인 심사 때 여러 차례 기준에 미달했지만 조건부로 면죄부를 받아왔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종편들은 편법으로 심사 기간을 넘기려 할 뿐 보도의 공정성과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게을리하고 있다. 엠비엔은 3년 전에도 방송전문가로 사외이사진을 구성해 방송의 공적 책무를 높이라는 등의 조건 아래 재승인을 받았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지난달 다시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난 4연간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 5건 이하 유지등을 조건으로 재승인을 받은 <티브이조선>도 이미 올해 6건의 법정제재를 받아 다시 재승인 취소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종편들은 시정명령을 받으면 행정소송 제기로 시간을 벌어 재승인 심사 때 해당 항목이 제재 건수에서 빠지게 하는 편법도 쓰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무더기로 승인받은 종편은 저널리즘의 질을 떨어뜨리고 방송시장을 황폐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방송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방통위는 종편들의 반발을 의식해 좌고우면하다 종편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방통위가 재승인 여부 외에도 좀 더 세밀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 조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조건부 승인 횟수 제한, 대주주 교체 명령,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제한 등과 함께 주요 방송시간대 광고를 제한하고 이 시간을 독립 피디 등 제3자에게 배당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방통위는 이런 의견을 반영해 재승인 제도를 정비하고 엄정한 집행 의지를 다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방송통과위원회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