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주도적 개선 의지 “어떤 경우에도 대화 이어가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6일 한-미 워킹그룹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대북)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며 “(장관이 되면) 필요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첫 출근길에 9분간 진행한 약식 기자회견에서 “워킹그룹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우리 스스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서 해야 한다는 게 평소 생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자는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 평화이고 우리한테는 남북관계 진전의 목표가 있다”며 “그간 워킹그룹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검토해보고 제 평소 소신 등을 바탕으로 필요한 조처를 취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기자회견에서 “한·미가 워킹그룹 운영 개선을 논의했다”고 밝혔듯이,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개선의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책 의지의 표현이다.
이 후보자는 “언젠가 남북이 평화와 통일로 오가는 오작교를 만들어야 하는데, 제가 장관이 된다면 노둣돌 하나를 착실히 놓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첫 노둣돌을 놓는다면 냉랭해진 (남북) 관계가 대화를 복원하는 과정으로 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적인 교류와 협력을 지체 없이 할 수 있는 과정, 남과 북이 약속하고 합의한 것을 실천하는 과정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긴장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떤 경우에도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가 끊기지 않고 지속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소통은 설득이 안 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야당의) 이해와 공감이 없더라도 반드시 야당과 먼저 소통하고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어떤 장관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의원인 이 후보자는 “정치가 가진 장점의 하나가 상상력이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역동적인 과정이 정치”라며 “남쪽에서 막힌 것도 뚫고 북과의 관계에서 막힌 것도 뚫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회 과정에서 우리 5천만 국민, 8천만 겨레와 함께 평화와 통일의 꿈을 다시 만들고 싶고, 청문회를 잘 통과해 (장관으로서 실천할)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장관 내정 사실이 발표된 직후 “평화의 문이 닫히기 전에 다시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강조했다. < 이제훈 기자 >
북 매체, 비건 방한 하루 전 “한미 워킹그룹 완전 해체 해야”
이도훈(왼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019년 5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북한 대외선전매체가 ‘한미 워킹그룹’에 불만을 표시하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조선의오늘>은 이날 ‘언제까지 치욕과 굴종의 굴레를 쓰려는가’라는 기사에서 “최근 남조선에서 현 북남관계 악화의 주되는 원인이 ‘한미 실무그룹’(워킹그룹)에 있다는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지난달 17일 발표한 담화에서 남쪽이 “(미국이 요구한) ‘한미 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쳐”왔다며 워킹그룹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기사는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남쪽 시민단체, 언론 등의 입장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는데, 메시지는 명확하다.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개선의 “족쇄”가 되고 있으니 “이 기회에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이 이제 더이상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남북관계 추진의 전면에 나서야” 하며, 한-미 대신 “‘남북 실무그룹’을 만들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평양 정상회담이 열린 뒤인 2018년 11월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어 북한과의 협력 사업 등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제재 면제 가능 여부를 타진해왔다. 하지만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 협력 사업에 ‘제재’를 이유로 제동을 건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최근에는 ‘폐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7∼9일 방한하는 비건 부장관은 2018년 11월 방한 당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함께 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를 주재했고, 그 이후에도 여러차례 북핵 수석대표 협의와 워킹그룹 회의를 함께 진행한 바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가 비건 부장관의 방한 직전 이러한 기사를 게재한 데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한테도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 노지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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