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10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를 소개했다. "역적무리들을 송두리째 불태워 버리자!" "민족반역자이며 인간쓰레기인 탈북자들을 찢어죽여라" 등의 구호가 보인다.

                 

"북에 남은 가족, 한 달째 연락 두절"탈북민, 남북 긴장에 애태워

대북전단 사태로 북한 내부서도 탈북민 가족에 대한 반감 커질 듯

 

북한이 탈북민 가족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그동안 지방 보위기관에서 해오던 탈북민 가족에 대한 감시 업무를 중앙 보위기관이 직접 담당하도록 통제를 강화했다.

사실 그동안에는 탈북민 가족 관리업무를 지역의 보위기관이 담당했는데 느슨한 형태였다. 남쪽에서 송금이 이뤄지면 이 중 일부를 같은 지역에 거주해 안면이 있는 보위원에게 건네는 방식으로 감시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제 중앙의 보위기관이 직접 업무를 관장하면서 강화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고위층 출신 탈북민 A씨는 "중앙기구가 총괄 관리한다는 건 지역 보위부에서만 관장했던 탈북민 가족 관리를 중앙에서 다 보고받고 엄격히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감시 통제 체계를 중앙으로부터 지역까지 세운 것"이라며 "감시 통제 강도가 엄청나게 세지고 각 지역에 중앙의 파견관이나 검열그루빠(단속반)도 항시 상주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다른 탈북민 B씨는 "함북 무산군 등 북·중 접경지역에 현재 중앙 보위기관의 '검열 그루빠'가 파견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감시와 통제가 강화함에 따라 탈북민이 북쪽의 가족에 대한 송금과 전화 통화 등이 사실상 차단됐다.

함경북도 출신의 탈북민 C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기로 약속했는데 한 달째 연락이 끊겨 송금하지 못하고 있다""최근 몇 년 새 이런 적이 없었는데 대북전단 사태로 경계가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민의 상당수는 북한에 있는 가족의 생활·의료·교육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브로커(중개인)를 통해 북쪽으로 송금을 한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조사 대상 탈북민 431명 가운데 61.3%(264)는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북 송금자의 1회 평균 송금액은 1618557원이었으며 연간 최고 송금액은 2300만원, 최저 송금액은 25만원으로 집계됐다.

탈북민이 브로커에게 송금하면 이중 2030%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고 북쪽의 가족에게 전달하는데, 브로커는 이 과정에서 가족이 돈을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북중접경지역에서 직접 통화를 연결해준다.

또 최근 들어 통제가 강화하면서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탈북민도 크게 늘었다.

각종 집회를 통해 사회적으로 탈북민 가족에 대한 혐오 정서가 확산하면서 그동안 남쪽에서 받은 송금으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데서 감시와 신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그동안 북한은 고향을 떠나 남쪽에 정착한 가족이 있는 주민이라도 느슨한 감시를 해서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남쪽의 가족이 보내오는 돈으로 시장활동 등으로 다른 북한주민보다 나은 삶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출판된 북한의 장편소설 '2009'에는 사실상 탈북민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도 소개됐다.

소설에서 김 위원장은 "이제 선거공시가 나가면 집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 돌아 올거요사람들이 돌아오더라도 그들이 보고없이 살길을 찾아 타향을 헤매다 그 어떤 경계선을 넘었더라도 찾아오는 인민들을 조금도 문제시하면 안되겠소. 따뜻이 맞아주고 힘을 주어 안착시켜야 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관계 단절을 공언한 이달 초부터 북한 내부에서 탈북민을 규탄하는 군중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면서 북한 내 탈북자 가족들의 입지를 더욱 축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탈북민은 "북한의 가족들과 남측 탈북민, 브로커들까지 연락과 송금을 중단한 채 극도로 조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징용, 강제노동 아니다임금 지급·합법적 근로동원" 강변

"이미지 실추 노린 정치공작"ILO 판단과 동떨어진 생트집

                

우익 성향의 일본 신문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라는 한국의 문제 제기가 역사 왜곡이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군함도 등 세계문화유산 등재 현장에서 벌어진 조선인 징용 피해를 일본 측이 왜곡한 것에 맞서 한국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포함한 대응을 요구하는 서신을 유네스코에 보낸 것과 관련해 산케이(産經)신문은 28일 지면에 '한국은 역사 왜곡을 그만두라'는 제목으로 사설 형식의 논설을 실었다.

산케이는 한국 측의 비판은 잘못됐다면서 "국민징용령에 근거해 19449월 이후 일을 한 한반도 출신자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측이 말하는 것과 같은 강제노동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임금 지급을 동반한 합법적인 근로 동원에 지나지 않으며 내지인(일본인을 의미)과 마찬가지로 일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세계문화유산 등록은 바쿠후(幕府, 무사 정권 시절의 통치기구)나 한(, 에도시대의 통치기구)이 시행착오를 하면서 조선(造船) 등 산업화를 시작한 1850년대부터 산업화가 일단락한 1910년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앞선 대전(태평양 전쟁)의 종전이 임박했을 때의 탄광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썼다.

군함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산업유산정보센터에 관해서는 "당시 탄광 노동이 어디서든지 그러했듯이 가혹한 노동 조건에 있었다는 것은 정확하게 전시하고 있다. 노동자는 내지인과 함께 한반도 출신 사람이 있었다는 것도 명시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강조했다.

산케이는 "문화재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유네스코에 대해 한국이 사실(史實)을 왜곡한 주장을 강요하는 것은 사리에 어긋난다""국제사회에서 일본을 이미지 실추를 노린 한국의 자세는 악의가 있는 정치 공작"이라고 해석했다.

신문은 군함도 등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쟁점이 됐을 때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에 배포한 책자에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일한 일본인 노동자 사진이 한반도 출신 징용 피해자로 잘못 소개된 일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한국 정부의 대응을 비난했다.

역사 문제에서 식민지 지배와 전쟁에 대한 사죄·반성과는 거리를 두고 우익 세력과 닮은 꼴 주장을 펼쳐 온 산케이의 이날 논설은 국제기구의 판단과는 동떨어진 것이며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힌 것과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1999년 발간된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에 일제 강점기에 한국과 중국의 노동자를 일본으로 동원해 일을 시킨 것이 강제 노동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 ILO는 당시 동원된 노동자가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다는 진술과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론 등을 검토하고서 강제 노동을 규제하는 '협약 위반'(violation of the Convention)이라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국제노동기구(ILO)는 일제 강점기 징용이 사실상 불법 노동이라는 견해를 이미 오래전에 밝혔다.

ILO19993월 펴낸 전문가위원회 보고서에서는 일본이 2차 대전 중 한국과 중국의 노동자를 대거 동원해 자국 산업시설에서 일을 시킨 것이 '협약 위반'(violation of the Convention)이라고 적시했다.

이는 일제 강점기 징용이 강제 노동을 규제하는 ILO29호 협약에 어긋난다는 판단인 셈이다.

당시 ILO는 동원된 피해자 개인의 배상을 위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본이 한국에 지급한 자금 등 이른바 '국가 간 지불'이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군함도 등 조선인 징용 현장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한 20157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정부 대표도 강제 노역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사토 구니(佐藤地) 당시 주 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일본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돼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했으며(forced to work),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 정책을 시행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 극우 성향 잡지 '하나다'에 실린 류석춘 연세대 교수의 글.

 

지난해 9월 강의 중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매춘이 비슷하다는 발언을 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은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일본의 극우 성향 월간지 <하나다>에 같은 내용의 글을 실었다. 그는 위안부는 조선시대 기생제와 같은 공창 제도의 하나일 뿐이라는 이영훈 교수의 <반일종족주의>를 적극 옹호하며 강제 동원이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일제의 강제징용과 농지 수탈, 쌀 공출을 합리화한 강의 내용도 반복했다. 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일본 극우 매체까지 활용하는 그의 몰염치한 태도가 놀라울 뿐이다.

류 교수는 이 글에서 자신을 반일종족주의 희생자로 묘사하면서 연세대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위안부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토론에 재갈을 물려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자 만들어진 사건임에도 단순한 언어 성희롱 사건같이 포장됐다며 강변한 것이다. 뻔뻔함을 넘어 애처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류 교수가 합리화하는 위안부, 강제징용, 농지 수탈은 반일종족주의에 빠진 국민의 피해의식이 아니라 수많은 증언과 연구로 확인된 역사적 진실이다.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복동 할머니는 매를 맞지 않으려면 시키는 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국제노동기구(ILO)1999년 조선인 징용을 강제노동이라고 판단했고, 우리 대법원은 개인 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100만명 이상의 조선인이 강제징용됐고 탄광, 남양군도 등에서 강제노역과 총알받이로 죽어갔다.

<하나다>는 류 교수의 글을 한국어로 누리집에 소개하면서 사실을 봉살하려는 한국 사회의 이상한 실태를 고발! 한일 전 국민 필독!’이라며 홍보하고 있다. 류 교수는 일본 극우세력에 이용당한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더 이상 궤변을 학문의 자유로 포장하지 말고 자숙하길 바란다.


 

                   

9시간 토론과반 수사 중단을검찰, 의견서 검토 뒤 결정 방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논의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의견을 26일 검찰 수사팀에 권고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의견서를 검토한 뒤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심의위를 요청한 삼성의 의도와 예상대로 불기소 권고가 나왔다며, 명백한 불법 무리한 수사라면 모르되, 법원에서도 이재용 부회장 구속심사에서 증거가 확보됐다고 밝힌 검찰의 수사와 그에 따른 기소행위 자체를 아예 무위로 돌리게 된다면 자칫 검찰권의 희화화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검은 26일 오전 1030분부터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를 열어 저녁 730분까지 9시간가량 토론을 벌인 끝에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부회장, 김종중 전 사장에 대해 불기소가 타당하고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날 수사심의위 회부 안건은 지난 4일 이 부회장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관련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와 공소 제기 여부였다. 심의위에는 최 전 부회장(옛 삼성 미래전략실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위원장 자리를 회피한 양창수 위원장을 제외한 14명의 위원이 참여했다. 표결은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출된 1명을 제외한 13명이 참여했다. 법조계에서는 애초 기소 의견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 표결에서는 상당수 위원들이 불기소에 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어디까지 보고 판단할 것인지를 두고 검찰과 삼성 쪽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 중 상당수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 결정은 권고적 효력이라 검찰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검찰은 2018년 이 제도 시행 이후 열린 8차례 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따랐기 때문에 이번 권고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심의위의 결정을 존중한다.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하여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준 것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쪽은 지난 2일 기소의 타당성을 심의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재용 수사중단·불기소수사심의위 권고, 수긍 어렵다 [사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에 대해 검찰 외부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26일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내놨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심사 당시 법원이 내린 판단과 어긋나는 결론인데다 엄정한 법적 잣대로 심의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도 있다. 여러모로 수긍하기 힘든 결정이다.

검찰은 내부 문건 등을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과 불법 경영권 승계 과정을 이 부회장이 직접 주도한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법원도 지난 9일 구속영장 심사 때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가 확보되었다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범죄 사실의 존재와 재판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반면 이날 심의위원 다수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해진다. 더구나 수사심의위는 수사 중단까지 권고했다. 수사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한 것이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다르지 않았을 텐데 전문 법관의 판단과 수사심의위의 결론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 정도로 정반대 결론을 내리려면 명확한 이유가 필요한데, 수사심의위는 과반수 찬성으로 표결했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검찰권의 부당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인 수사심의위가 막강한 경제권력인 재벌 총수에 의해 활용된 것은 애초부터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삼성의 여론전이 결론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지울 수 없다. 심의 과정에서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과 삼성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고려됐다고 전해지는데, 법적 판단을 넘어선 고려가 이뤄졌다면 제도의 취지가 크게 훼손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이 심의위원 다수를 설득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수사심의위의 결론을 수긍하기 힘든 측면이 여럿 존재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검찰은 그동안 8차례 이뤄진 수사심의위의 결론을 존중해왔지만 규정상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이 제도의 성격이다. 검찰은 수사에서 부족한 점을 살펴 보강하고 다시 한번 불편부당한 기준에 따라 기소 여부를 판단하길 바란다.

삼성쪽 불기소 수용을공식반응 자제

시민단체 증거 토대로 이재용 기소해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이 26일 오전 회의 참석을 위해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양 위원장은 최지성 전 삼성 미전실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위원장 직무를 회피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및 수사 중단 권고에 삼성그룹은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그 대신 수사심의위 권고에도 검찰이 공소 제기를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최근 수개월간 해온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행보 프로그램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와 전문가그룹은 검찰이 확보한 증거 등을 토대로 기소해야 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26일 심의위 권고가 나온 직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불기소 권고를 넘어 수사 중단까지 심의위가 요구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심의위가 검찰의 수사가 무리한 측면이 많았으며 혐의 입증도 부실했다고 본 것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심의위는 검찰 스스로 만든 제도이니만큼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은 삼성 변호인단이 내놓은 입장 외에 별도의 공식 반응은 내지 않았다. 삼성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재판 관련 사안에 대해 회사는 공식 반응을 내지 않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대외적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자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본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최근 두달 새 삼성전자 내 여러 사업장을 찾는 등 현장 경영 행보를 부쩍 늘려왔다. 한 예로 심의위 회의가 열리기 사흘 전인 지난 23일 이 부회장은 경기도 수원 생활가전(CE)사업부를 찾았으며,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드럼세탁기 앞에 쪼그려 앉아 제품을 살펴보며 주요 경영진과 대화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 등을 언론에 제공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그룹들은 검찰이 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창민 경제개혁연대 부소장(한양대 교수)<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사건은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고 복잡성이 커서 (심의위에 참여한) 일반인들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힘없고 빽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만들어진 심의위 제도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 있고 빽 많은 재벌그룹 총수가 이용하는 모양새라며 검찰은 그간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와 엄정한 법리를 토대로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경제학)이런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재벌 총수 범죄의 기소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재판 과정에서 (수사에서 확보한) 증거가 공개돼야 하고 법이 만인에게 공정하게 집행된다는 사실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 김경락 송채경화 기자 >

암초 만난 검찰 헛수고?’ 당혹이재용 기소고민

법원서도 범죄 소명 인정했는데불기소 땐 검찰권 남용 비판 딜레마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반대수사 중단의결 내용을 발표하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날 수사심의위의 불기소·수사 중단 의견 권고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9일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이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구속 필요성을 판단하는 영장심사였지만, 이 부회장의 범죄 소명을 법원이 어느 정도 인정한 상황이라서 수사심의위에서 기소 반대와 수사 중단을 권고할 거라는 예측은 많지 않았다.

수사심의위가 검찰은 물론 법원 영장 판단과도 배치되는 의견을 냄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로서는 입지가 상당히 좁아지게 됐다. 실제 검찰은 이 제도를 시행한 뒤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따랐다. 수사심의위 결정으로 여론전에서 이 부회장 쪽에 밀리는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당장 이 부회장 기소라는 강공 카드를 꺼내들기에는 수사팀도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사팀은 2018년 말부터 17개월가량 수사를 진행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과 불법 경영권 승계 과정에 이 부회장이 단순히 관여한 것을 넘어 직접 주도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을 불기소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삼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수사를 진행해놓고도 기소를 하지 않는다면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인사를 앞두고 6월 말에는 이 부회장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해 사건을 정리할 계획이었던 검찰로서는 수사 막바지에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셈이다.

이날 회의 진행은 검찰과 이 부회장 변호인 쪽에서 수사심의위원들에게 각각 A4 50쪽 분량의 의견서를 배부한 뒤 오전에는 검찰이, 오후에는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 각각 구두의견을 진술했다. 검찰 쪽에선 주임검사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48·사법연수원 32) 부장검사와 최재훈(45·35) 부부장 검사, 김영철(47·33)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이 참석해 공소 제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으로는 김기동(56·21) 전 부산지검장과 이동열(54·22) 전 서울서부지검장이 직접 나서 방어 논리를 펼쳤다.

회의에서는 이 부회장의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등 혐의를 두고 집중적인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 중 상당수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삼성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도 고려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김정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