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모임서 장관인사도 결정

최순실 국정농단

청와대 부속실장이 매일 보고자료 배달
“사실 최순실 씨가 대통령에게 이래라, 저래라 시키는 구조”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씨는 이 자료를 가지고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다고 한다. 이런 진술은 최씨와 가까웠던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9월7일부터 9월25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16시간 동안 진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말한 내용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최씨는 주로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며 “최씨는 이런 모임을 주제별로 여러개 운영했는데, 일종의 대통령을 위한 자문회의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비선 모임의 참석자와 관련해 “적을 때는 2명, 많을 때는 5명까지 모였다. 나도 몇번 참여한 적이 있다”며 “모임에 오는 사람은 회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차은택씨는 거의 항상 있었고 고영태씨도 자주 참석했다”고 말했다. 차씨는 광고감독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고 있는 인물이다. 고씨는 최씨와 막역한 사이로 그가 만든 가방을 박근혜 대통령이 들고다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이어 최씨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항상 30㎝가량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가 놓여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료는 주로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한테 보고한 것들로 거의 매일 밤 청와대의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사무실로 들고 왔다”고 이름을 분명히 밝혔다. 정호성 제1부속실장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비서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최순실씨는 모임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이 자료를 던져주고 읽어보게 하고는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며 “최씨의 말을 듣고 우리가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 올리면 그게 나중에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청와대 문건이 돼 거꾸로 우리한테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이런 말을 하면서 <한겨레> 기자에게 자신의 아이폰에 사진파일로 저장된, 자신이 작성한 뒤 다시 청와대 문건 형식으로 내려온 문건들을 비교해 보여줬다. 그는 또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및 비서관 20여명의 전화번호를 보여줬는데 <한겨레>가 나중에 파악해보니 실제 전화번호와 일치했다.


그는 비선 모임의 논의 주제와 관련해서는 “한 10%는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과 관련한 일이지만 나머지 90%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게 대부분으로 최순실씨는 이를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임에서는 인사 문제도 논의됐는데 장관을 만들고 안 만들고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은 “이런 얘기는 통념을 무너뜨리는 건데, 사실 최씨가 대통령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다.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 최씨한테 다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거라고 보면 된다.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도 사실 다들 최씨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김의겸·류이근 기자 >


외신들 “부패추문” 보도

잇따른 언론 보도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외신들도 이번 의혹을 ‘부패 추문’으로 명명하며 크게 보도하고 있다.
25일 AP, AFP 등 외신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AFP> 통신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 일가로 유출된 공문서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be forced into a public apology)”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최순실씨가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았으며, 이를 미르·K스포츠 재단과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한국 언론을 인용했다.


<AP> 통신 역시 최순실씨와 관련된 의혹을 ‘부패 추문’(corruption scandle)이라고 표현하며 자세히 전했다. 통신은 민간인인 최순실씨가 ‘대통령 기록물’인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시로 고쳤으며, 국정에 개입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를 자세히 인용했다.
통신은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도, 최순실씨를 지난 1994년 죽기 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로 활약했던 최태민 목사의 딸로 소개하며 “최태민씨는 죽기 전까지 여섯 번의 결혼을 했고, 박근혜와의 관계를 이용해 정부 관료와 사업가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던 인물”이라 전했다.
< 황금비 기자 >


이화여대 학생들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학사비리를 규탄하는집회를 열고있다.

부동산 돌며 10명 가량 머물 20~30억대 3층 호텔 구입

최순실 의혹

미르재단으로 시작된 최순실 의혹은 고구마 줄기처럼 끝없이 불거지고 있다. 의혹의 실타래가 멀리 독일까지 건너가 엉키고 있음이 드러났다.

최순실씨는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는 별칭에 걸맞게 평소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나마 승마대회나 이화여대 입학·학사일정 등 딸 정유라씨와 관련된 일에서 모습을 드러낸 게 유일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달랐다.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장과 가까운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에서는 10명가량의 직원들과 함께 부동산을 사려고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을 접촉했다. 태도도 스스럼이 없었다. 좁은 동포사회에서 당연히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다. 최씨는 직원들 사이에서 ‘회장님’으로 불렸다. 이 직원들 가운데는 케이(K)스포츠 재단의 박아무개 과장도 있었다. 최씨가 재단에서 아무런 직함도 없는 점을 고려하면, 최씨는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회장님’으로 불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옷차림은 한국에서 찍힌 사진 속 인물과는 전혀 달랐다고 한다. 현지의 목격자들은 최씨의 모습에 대해 “마치 독일 사람처럼 색깔이 튀지 않는 수수한 옷을 입고 다녔다”고 전했다.


공식적으로 정씨의 독일 훈련은 지난해 10월부터다. 최씨가 대한승마협회에 제출한 ‘국가대표 훈련 촌외(국외)훈련 승인 요청서’를 통해서다. 이를 토대로 보면, 정씨는 훈련을 위해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예거호프 승마장에서 훈련하고 생활했다. 최씨는 이런 정씨를 독일에 두고 한국을 오갔다. 다만 정씨는 혼자가 아니었다. 같은 문서에 훈련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는 노숭일씨를 포함한 지원 인력 10명가량과 함께다. 이들은 최씨와 딸 정씨의 가족, 마필 등에 대한 관리부터 해외대회 출전 등을 위한 지원까지 정씨를 위한 인력으로, ‘대식구’를 이뤘다. 이들 가운데 서너명은 독일 훈련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현지에서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들 대식구는 정씨와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겸한 거처를 마련해 거주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씨가 승마장을 예거호프에서 호프구트로 옮기면서 이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12월에 정씨가 승마장을 옮길 즈음, 올해 1월 최순실씨와 그 일행이 새 거처를 구하러 부동산 업체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식구가 많다 보니, 최순실씨가 원한 호텔도 대규모일 수밖에 없었다. 프랑크푸르트의 한 현지인은 “최씨 쪽에서 승마선수 전지훈련 숙소용 호텔을 찾고 있었다”며 “당시 10명가량이 함께 묵을 수 있을 만한, 방이 15개쯤 딸린 3층짜리 호텔 정도가 거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거래 가격은 20억~3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텔 구입은 쉽지 않아, 5월에나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정씨 일행은 예거호프 승마장에서 지난 5월까지 머문 것으로 확인됐고, 이후 “호텔을 사 이사를 갔으며 함께 머물고 있다”고 승마장 주변 사람들이 전했다.
하지만 새로 옮긴 승마장에서의 훈련도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K스포츠 재단 문제가 <한겨레> 에 보도된 직후부터 훈련도 중단됐다. 정씨의 훈련을 맡았던 독일인 코치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현재 나는 여행 중이다. 유라가 독일에 있으나 훈련을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호프구트 승마장 관련자들도 “정씨는 9월까지 훈련을 했다. 10월에 본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어렵게 학적을 유지하던 이화여대도 지난 9월27일자로 휴학한 상태다.
현재 정씨가 직원들과 함께 머물고 있는 장소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프랑크푸르트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최씨가 한달 전에도 좋은 물건(집)이 있는지 문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프랑크푸르트= 송호진 기자 >


필사의 구출

● COREA 2016. 10. 11. 16:21 Posted by SisaHan

초속 56.5m ‘역대급 강풍’에 산간지방 600㎜가 넘는‘물폭탄’까지, 18호 초강력 태풍‘차바’가 제주를 거쳐 한반도 남부지방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집채만한 파도가 몰아치는 전남 여수 오동도에서 방파제에 좌초해 바다에 빠진 여객선 선원을 해경이 필사적으로 구조하고 있는 장면이다.


미르-K스포츠 ‘최순실 의혹’

● COREA 2016. 9. 29. 18:08 Posted by SisaHan

우병우 잠복한 사이… 청와대 비선실세 고개

대기업들 수백억 출연 재단 만들어
설립 일사천리…총회록은 허위로 작성

올해 초 설립된 의문의 재단 ‘케이(K)스포츠’ 이사장을 실제 임명한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측근’으로 알려진 최순실씨라는 증언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케이스포츠 재단 설립을 최씨가 주도했다는 얘기가 된다.


케이스포츠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또다른 재단 ‘미르’ 역시 최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다. 대통령 신임이 두터운 ‘비선 측근’이 왜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을 출연받아 이런 재단을 만든 건지, 대기업들은 무슨 이유로 그 많은 돈을 낸 건지, 이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는지 모든 게 아리송하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가 거액의 기업 출연금을 받아 설립됐을 때부터 권력 핵심부가 여기에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두 재단의 설립·모금 과정을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재단 모두 설립 신청 다음날에 곧바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통상 1주일 정도 걸리는 다른 재단과 비교하면 초고속이다.


두 재단의 ‘창립총회 회의록’은 회의 순서와 안건, 등장 인물까지 거의 똑같은 판박이로, 그나마 거짓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정부에서 일사천리로 허가를 해줬다니 윗선의 누군가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전경련이 앞장서 국내 10대 대기업이 모두 두 재단에 돈을 출연했다. 그렇게 모은 돈이 800억원에 가깝다. 전경련을 움직이고 대기업들에 거액의 돈을 내도록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곳으로 당연히 청와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TV조선>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단 모금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그때 안 수석은 ‘전경련이 그렇게(모금) 한다고 이승철 부회장한테 들어서 관심을 가졌지만 개입하진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챙기지 않으면 굳이 전경련 부회장이 일개 민간재단 모금 문제를 청와대 수석에게 말했을지 의문이다. 최순실씨가 케이스포츠 이사장 선임에 개입한 게 포착됐는데, 결국 그러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모금 과정에 개입한 게 아니냐고 보는 게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우병우 수석 논란’을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 태도로 보면, 미르와 케이스포츠 문제도 ‘언론에서 의혹만 제기할 뿐 정작 확인된 건 없지 않으냐’고 말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대통령의 ‘비선 측근’이 얽히고설킨 사안이라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분명히 드러내서 그 진상을 국민 앞에 드러내는 게 옳다. 다음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만큼 우선 국회에서 미르·케이스포츠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칠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이번 사안이 정권과 대통령의 도덕성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고 국민의 궁금증에 대답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게 정치권력의 올바른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