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현직 교사도 읽고 깜짝 놀랐다

 '수준 미달' 한국학력평가원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 새 교육과정(2022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새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공개됐다. 이 중 처음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는 보수적 시각으로 현대사를 서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교과서는 '광복 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7인'을 실었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 사진을 제일 앞에 실었다. ⓒ 연합

 

극우 세력이 준동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될 줄 기대했건만 김이 제대로 새어버렸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시도가 반대 여론에 밀려 좌초된 후 뉴라이트 세력의 두 번째 '도발'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수준과 품격을 갖춘 교과서일 줄 알았다. 올해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한학평)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이야기다.

국사편찬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심지어 독립기념관장까지 역사 연구와 관련된 다수 국책기관의 수장이 뉴라이트 논란이 있는 인사로 채워진 상황에서 한학평의 교과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그들의 역사 인식과 의도, 수준 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여겨진 까닭이다.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한 모든 과목의 견본 교과서가 일선 학교로 배부됐다. 과목별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검정 교과서를 살펴본 뒤 점수를 매겨 평가한 뒤 합산해 내년에 사용할 교과서를 선정하게 된다. 현재 학교마다 모든 교사가 많게는 십수 권의 교과서들을 일일이 검토하느라 경황이 없다.

그런데 모든 과목의 교과서가 일괄적으로 배부됐는데도 유독 한국사만 나흘 뒤로 미뤄졌다. 검정 과정에 잡음이 있거나, 교육부가 교사와 여론을 상대로 간을 보려는 행태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듯 한학평의 교과서는 학교로 배부되자마자 모든 이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되었고, 이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둔 형국이 됐다.

2022 개정 교육과정과는 전혀 무관한 아이들조차 찾아와 한학평 교과서를 구경할 수 없냐고 물을 정도가 됐다. 교과서 관련 뉴스를 봤다며, 사실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거다. 아직 교과서 선정 작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한학평 교과서를 비하하는 별명을 짓는 아이들도 있다. 그때마다 그들 앞에서 (선정 작업 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며 한학평 교과서를 두둔하곤 했다.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라도, 아이들 앞에서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까?

 

▲ 새 교육과정(2022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새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공개됐다. 이 중 처음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는 보수적 시각으로 현대사를 서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과서 표지에 3·1운동, 88서울올림픽을 연상시키는 그림과 함께 연평도 포격사건 그림을 넣은 모습. ⓒ 연합

 

거듭 고백하건대, 자칭 보수 세력이 만든 제대로 된 한국사 교과서가 나오기를 학수고대했다. 어차피 역사란 해석의 학문이고, 공론의 장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수렴되는 과정에서 우리 역사의 '품'이 넓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좌우의 날개로 나는 건 새뿐 아니다. 다사다난했던 우리 역사도 좌우의 날개를 펼쳐 날 때라야 온전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번 한학평 교과서는 좌우를 떠나 교과서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수준 미달이다. 기존의 역사적 상식을 무시했고, 철 지난 색깔론을 동원하는가 하면, 금기시된 식민사관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예컨대, 6.25 전쟁 이후 남과 북에서 이승만과 김일성의 독재 체제가 수립되었다는 건 이미 역사적 상식인데, 이승만의 '독재'는 '장기 집권'이라는 용어로 은근슬쩍 지웠다. 1946년 이승만의 '정읍 발언'은 분단으로 치달은 직접적 계기인데도, 그 책임을 오롯이 북에 넘기고 있다는 점도 위험하다.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한 수만 명의 제주도민과 여수, 순천 지역 양민들을 학살한 책임마저 북에 떠넘기려는 술책이다.

교과서 표지에 지난 연평도 포격 사건 삽화를 내건 것도 뜬금없다.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실시된 우리 군의 서해상 사격 훈련을 문제 삼아 북한이 도발한 것으로, 당시 국내외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북한의 정권 안정을 위한 기도라는 분석부터 과거 정부의 '햇볕 정책' 승계를 거부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의 모순적 상황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표지의 사진이나 삽화는 교과서 발행의 의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6.25 전쟁 관련 내용도 아니고, 연평도 포격 사건을 강조한 건 대놓고 반공, 반북의 기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위안부' 문제도 '끔찍한 삶을 살게 했다'는 한 줄짜리 문장으로 퉁치고 있다. 일제에 부역한 지식인들의 공과를 함께 평가하자는 탐구활동 주제에서는, '부역'이라는 표현조차 감춘 채 '협력'이라는 단어를 썼다.

임시정부에서 탄핵당하고 정부 수립 후 4.19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을 대표적인 독립운동가('광복 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7명'에 포함)로 앞세운 건 독립운동사를 희화화하는 행태다. 민족시인 윤동주와 친일 문인 서정주를 양시론적 입장에서 비교하는 건 역사를 타락시키는 행위다. 양시론과 양비론은 역사교육의 금기다.

눈에 띄는 건, 한국사 교과서 '1'과 '2' 두 권 중 2학기 때 배우게 되는 2권의 내용이 유독 나머지 8종 교과서와 극단적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학평 교과서 1권의 경우도 과거 국정교과서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여있어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우파 '의 성과가 이 교과서란 말인가

 

▲ 새 교육과정(2022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새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지난8월 30일 공개됐다. 사진은 한국학력평가원 고교 한국사교과서에 위안부 관련 내용이 서술된 모습. [국회 교육위원회 김준혁 의원실 제공]

 

한학평 교과서는 분단의 모순과 반공, 반북의 정서에 기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마음으로 이때다 싶어 제작했을 테지만, 서두른 티가 너무 역력하다. 민족문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사실 관계의 오류만도 무려 300건이 넘는다고 한다. 교과서는커녕 책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이쯤 되니 검정을 담당한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업체의 적격 여부부터 교과서 내용 검증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공직사회가 죄다 일손을 놓은 채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지만, 적어도 미래세대의 교육을 책임지는 공직자라면 그래선 곤란하다.

보수를 참칭하는 극우 세력들은 입만 열면 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부르댔다. '좌편향 교과서'로 수업한 전교조가 우리 교육을 망쳤다면서, 공교육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전교조 탓으로 돌리는 데 혈안이었다. 교육계에서도 이른바 '대안 우파'가 등장해 정치 세력화했고, '좌편향 교과서'에 맞서 '대안 교과서' 제작에 발 벗고 나섰다.

그 오랜 성과물이 이 한학평 교과서라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못해 얼굴마저 화끈거린다. 사상과 학문의 시장에서 경쟁하자고 대련을 신청하기엔 수준이 떨어진다. 마치 지난 2월에 개봉된 <건국전쟁>의 조악함을 떠올리게 한다. 최소한의 균형 감각조차 상실한 <건국전쟁>은 이승만의 업적을 재조명하기는커녕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이념적 양극화만 부추긴 꼴이 됐다.

한학평 교과서를 살펴보면서 엉뚱한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교과서를 두 권 선택해서 배워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것. 한학평 교과서와 다른 교과서를 서로 대조해 공부하다 보면, 아이들이 친일파가 미군정의 수족이 되어 이승만과 공생한 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정권에 부역하며 승승장구한 참담한 역사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나아가 한학평 교과서 집필진의 숨은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극우 세력의 실상도 알게 될 테고, 그들과 사상적 일심동체인 현 정부의 의식 수준을 평가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이번 사달을 교육에 잘만 활용하면, 아이들의 역사의식을 성장시키는 데 더없이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 서부원 기자 >

‘수천명 조선인 태운 선박 폭발침몰’ 우키시마호 참사

기시다 방한 하루 앞두고 승선자 명단 일부 79년만에 공개하며 “인도적 차원”

 
 
             1945년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등을 태우고 교토 앞바다에서 폭침한 일본 해군 수송선 우키시마호.
 

일본 정부가 1945년 광복 직후 강제동원 노동자 등 재일 한국인들이 탔던 귀국선 ‘우키시마마루호’ 침몰 당시 조선인 명부 제공과 관련해 “한국 정부 요청을 받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명부 제공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정부 대변인 겸 관방장관은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 후생노동성이 보유하고 있는 우키시마마루호 침몰 관련 문서 가운데 정밀조사를 마친 (조선인 탑승자와 관련) 문서에 대해 5일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는 이제까지 과거 군속 관련 (한국인) 명부나 포괄적인 명부 전달과 관련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가능한 성실하게 대응해 왔으며, 우키시마마루호 승선자 정보도 이런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우키시마마루호 사건은 1945년 8월24일, 광복을 맞은 한국인들이 조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올랐던 일본 해군 수송선 우키시마마루호가 교토 앞바다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침몰한 사건이다. 일본 정부는 사건 당시 전체 승선자 3700여명, 이 가운데 한국인 희생자가 524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인 생환자와 사망자 유족들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고, 승선자 8천여명 가운데 한국인 희생자만 수천 명에 이른다고 맞서 왔다.

한국 정부는 이전부터 우시키마마루호와 관련해 일본에 자료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사건 발생 이후 79년간 자료를 주지 않다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일정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처음 승선자 명단 일부를 내놨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내부조사를 마친 19건의 자료를 이날 도쿄 주일대사관에 우선 제공하고, 다른 승선자 명부 자료도 내부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도 우키시마마루호 관련 사망자 명부를 추가 제공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승선 명부를 한국에 전달한 과정에 대해 자세한 (협상) 경위는 답변을 삼가겠다”면서도 “후생노동성이 보유하고 있는 우키시마마루호 관련 다른 명부에 대해서도 향후 조사가 완전히 끝나는 대로 한국 정부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본 정부가 확보한 자료 가운데 추가로 어느 수준의 자료를 제공할지는 불분명 하다. 일본 정부는 우키시마마루호 승선 명부 관련 자료가 70종 안팎이라고 밝혀왔는데, 이번에 외교부를 통해 보내온 19건 안에 몇 명의 인적 정보가 들어 있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 도쿄=홍석재 특파원 >

 

우키시마호 유족 “정부, 79년 기다린 유족에 명부공개·진상규명”

한영용 우키시마유족회 회장 인터뷰

 
 
한영용 우키시마유족회 회장(왼쪽)이 지난 7월 도쿄에서 최봉태 변호사(오른쪽)과 함께 후쿠시마 미츠호 일본 사민당 대표를 만나 우키시마 승선자 명부 사본을 전달받고 있다. 한영용 회장 제공
 

“일본에서 승선자 명부를 받았다는데, 정부에선 아직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 79년을 기다렸다. 유족들한테 하루빨리 명부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

한영용(82) 우키시마유족회장은 8일과 9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답답한 심정을 여러차례 이야기했다. 79년간 승선자 명부의 존재를 부인해온 일본 정부가 지난 5일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일부를 외교부에 전달했지만, 유족들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외교부에서 듣기로는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승선자 명부 전체는 일본 정부가 공개를 거부했다고 한다. 유족들이 알아서 찾아오라는 얘기인데, 정부에 제대로 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한 회장의 아버지 고 한석희씨는 1945년 1월 일본 아오모리로 강제동원됐다. 패전한 일본은 수많은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부산항으로 돌려보내겠다며 해군 수송선 우키시마호에 태웠다. 1945년 8월22일 아오모리항을 출발한 우키시마호는 부산항이 아닌 교토 마이즈루항으로 향했다. 8월24일 그곳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배가 침몰했고 타고 있던 수많은 조선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세살이었던 한 회장은 1970년대부터 선친의 유해를 찾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했다. 1991년 우키시마호 피해자 유족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피해 배상 민사소송도 제기했지만, 일본 사법부는 정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1991년 한영용 회장 등이 도쿄에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설명회를 하고 있다. 한영용 회장 제공
 

한 회장은 일본이 이번에 내놓은 승선자 명부 일부 뿐 아니라 전체 명부를 조속히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75종의 명부 가운데 19종만 보냈다는데, 나머지는 언제 준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79년을 기다렸는데, 100년 동안 기다리란 말인가. 아버지를 (끌고가) 부려먹고 목숨을 빼앗은 것도 원통한 데, 79년 만에 내놓은 게 명부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라니 기가 막힌다.”

 
 

승선자 명부 입수는 시작일 뿐 진상 규명과 유골 발굴·봉환 등 남은 숙제가 훨씬 많다. 그는 진상규명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정부 대신 지난 2012년 5월엔 자비를 들여 스쿠버다이버 2명을 데리고 일본 항만청 허가를 받아 우키시마호 폭침 현장 바닷속을 1주일간 조사하기도 했다. “유품과 유골이 침몰 현장 3m 펄 아래 묻혀있는 것을 확인했다. 어서 인양하고, 일본 도쿄 유텐지에 합골된 희생자 유해 275위도 고국에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

한영용씨의 부친 한석희씨가 공부했던 책, 사진 한장 남기지 못한 부친의 유일한 유품이다. 한영용 회장 제공
 

양국 정부 모두 사건조사를 공식적으로 하지 않은 탓에 희생자 규모부터 의문투성이다. 한 회장은 “일본 정부는 승선자가 3700명이라고 발표했는데,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1만2천명이고, 부산추모협회 조사는 8천명이다. 침몰 원인도 엇갈린다. 일본은 미국 기뢰 때문이라는데, 살아 돌아온 동네 어른은 분명히 배 안에서 폭발물이 터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진상규명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노력이 관건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외교장관 등에게 수많은 탄원서를 보냈다는 한 회장은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이 요즘 하는 얘기를 들으면 기가 막히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 말대로 ‘일제시대에 우리가 일본인’이었다면, 일본 정부가 유족들한테 원호금(군인·군속 등에게 주는 돈)을 주는게 맞지 않으냐고 따져묻고 싶다”고 했다.  < 박민희 기자 >

 

13일 오전 10시까지 단식…"정부 대답 없으면 사직 불가피"

 

"2025년도 의대 증원 취소 촉구"…의대 교수들 삭발·단식 투쟁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이 삭발과 단식 투쟁에 나서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채희복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충효 강원대 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박평재 고대의료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9일 충북 의대 본관 앞에서 삭발식을 열고 2025년 의대 증원 취소를 촉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병원을 지키면서 의료 위기를 되돌리기 위해 힘에 부치도록 노력했지만 정부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며 "이제 마지막으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간곡하게 요청한다. 현재의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패키지를 폐기하고 의료 대란의 원인 제공자를 중징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비대위원장은 "2025년 의대 정원을 취소해야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설득할 수 있다"며 "간호대와 한의대는 입시 도중 정원이 변경된 적이 있어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반대" 의대 교수들 삭발·단식 투쟁= 채희복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 등 의대 교수 3명이 9일 오후 충북대 의과대학 본관 앞에서 의대 증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뒤 삭발식을 열고 있다. 2024.9.9

 

 

그러면서 "의정여야 합의체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며 단식 투쟁이 끝날 때까지 정부의 대답이 없으면 사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삭발식을 마치고 충북대 의대 첨단강의실로 이동, 오는 13일 오전 10시까지 24시간 단식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 연합 천경환 기자 >

106회 촛불대행진 '한일군사동맹 추진' 등 규탄

"맹독성 마약 취한 윤석열에 국민이 줄 것은 탄핵뿐"
'탄핵 범국민 100일 총력운동' 참여 열기 고조

 

7일 서울 시청 인근에서 열린 106차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이 집회를 마친 뒤 행진하고 있다. 촛불행동TV 유튜브
 

9월의 첫 촛불집회이자 제 106회째인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이 7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자화자찬에 나라는 붕괴 윤석열을 탄핵하자!’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집회는 지난 2일 '윤석열 탄핵을 위한 100일 범국민 총력 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집회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퇴임을 앞둔 일본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한일 군사동맹 추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및 김건희 씨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 국회 개원식에 나가는 대신 대통령실에서 미국 상원의원들과 만찬과 함께 김건희 씨의 생일 잔치를 연 것 등에 대해 거센 비판과 규탄이 쏟아졌다.

집회는 배우 유정숙 씨의 격문 낭독으로 시작됐다. 

“한쪽에서는 친일파들이 득세하고 한쪽에서는 독도가 사라지고 있다. 

두 살 된 아이는 돌아가지 않는 응급실에서 혼자 죽었다.

죽지 않아도 될 목숨이 당신(윤석열)을 위해 매일 죽어 나가고 있는데 당신은 매일매일 태평하구나.

국민에게는 반국가적이라며 대적하고 협박을 던지고 국회는 무시로 일관하면서 미국은 상전으로 모시고 일본 총리의 퇴임 잔치를 열어주는 당신은 모두의 재난, 절망의 도화선이다.

특권과 자화자찬이라는 맹독성 마약에 취해 만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당신에게 주권자 국민이 줄 것은 탄핵이다.”

이날도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탄핵을 앞당기기 위해서 100일 안에 반드시 탄핵 시키겠다는 각오로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서명을 시작했다"면서 많은 참여를 요청했다.

발언에 나선 서울 강북 촛불행동 권오민 대표는 “미뤄졌던 22대 국회 개원식이 개원 석 달 만에 열렸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가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다며 개원식에 불참하고는 같은 날 청와대에서 김건희의 생일 파티를 열었다. 미국 상원 의원들과 만찬을 벌였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라면서 “김건희 씨는 한 술 더 떠서 이 생일이 자신의 생애 가장 감동적인 생일이었다고 했다는데, 국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이런 이들이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부인인 것이 과연 맞냐”고 물었다.

권 대표는 미국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탄핵 위기에 몰린 윤석열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세수 적자에 나라 경제가 무너져 가는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이 한국 경제의 성장이 개발도상국의 필독서라며 뜬금없이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에 현실과 동떨어진 찬사를 보냈다"면서 "대체 미국이 윤석열을 왜 도와주는 걸까, 그것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국익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국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기 때문 아닌가"라고 물었다.

권 대표는 “윤석열이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니까 윤석열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미국이 나서서 도와주고 있다. 미국은 과거에 우리 국민들의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독재 정권을 비호하고 지지해 준 것처럼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도 지지해 줄 건가”라면서 “더 이상 독재자 윤석열을 비호하고 지원하지 마라, 윤석열 탄핵을 바라는 우리 국민의 압도적 여론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윤석열의 거짓말을 얘기하려고 나왔다”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고도 지금까지 7개월 동안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그 이유는 뭐냐, 윤석열 정부는 실제로 의사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의사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을 때려 잡아서 그걸로 정치적 이익만 얻으려고 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경증 환자는 응급실에 오지 말라고 본인 부담금을 무려 90%나 올리겠다는 것으로, 본인 부담금을 올리게 되면 대부분의 서민들은 의료비 걱정 때문에 응급실을 못 가고 부자들만 돈 걱정 없이 응급실을 갈 수 있게 된다"면서 "우리의 의료계 문제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응급시설이나 중환자 시설을 방치한 민간 의료 공급 체계 때문인데 윤석열 정부는 의료개혁이라고 말을 하면서 대형 병원 문제나 건강보험 체계 개선은 외면하고 오로지 국민들이 이용을 자제해야 된다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이번 기회에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해 대기업과 민간 보험사들의 이익을 키워주려 하는데, 미국인들도 스스로 엉망징창이라고 인정하는 미국식 의료제도를 한국에 가져오려는 것"이라면서 "재벌들과 민간 보험사들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런 정부, 계속 거짓말하는 대통령을 그대로 놔두면 미국처럼 돈이 없으면 집에서 찢어진 상처를 직접 바늘로 꿰매는 그런 나라가 될 것이다. 그러니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될 것은 윤석열을 퇴출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행동 구본기 공동대표는 ‘윤석열 탄핵을 위한 100일 범국민 총력 운동’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를 통해 "정기국회가 개원한 2일에 국회소통관에서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총력운동에 돌입해 전국 각지에서 윤석열 탄핵을 위한 행동과 결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촛불행동의 24개 지역 지구에서 100일 총력 운동 결의문이 발표되고 지역별로 윤석열 탄핵 유권자 대회 일정이 속속 확정되고 있으며 254명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윤석열 탄핵 소추안 발의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도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집회 외에도 안동, 영주, 안동, 봉화, 영양, 청송, 울진 등 경북 북부 촛불 시민들이 모여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구 대표는 "윤석열 탄핵 소추안 발의 참여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사이트 탄핵 명령 닷컴이 개통되자마자 시민들의 뜨거운 열기가 모이고 있으며 탄핵 기금 5억 모금 운동도 현재 6100만여 원으로 11%를 넘어서고 있다"고 보고했다.

촛불행동은 "윤석열 탄핵을 위한 각종 기획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김민웅 상임 대표를 비롯한 촛불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용산경찰서장 용산 경비과장 등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 고발했다"고 밝혔다.

시청 앞에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계천 종각역을 지나 안국역 일본 대사관 부근 평화의 소녀상 앞까지 행진을 한 뒤 정리집회를 갖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촛불집회는 다음주 토요일인 14일에는 추석 연휴를 맞아 집회를 열지 않는 대신 귀성객들을 상대로 한 홍보행사 등을 펼칠 예정이다. 9월 전국집중촛불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다.

한편 이날 107개 시민사회 단체가 '윤석열 탄핵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 올해 안에 기필코 탄핵하자!'라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대한민국의 침몰을 막는 길은 윤석열 탄핵밖에 없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검찰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윤석열의 집권 기간은 부정부패와 국정농단, 친일매국 굴종외교, 전쟁위기 조장으로 일관된 최악의 통치기간이었다"면서 "윤석열의 탄핵사유는 차고 넘치며, 탄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70% 이상의 반윤석열 국민여론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탄핵민심이 확인된 상황에서 22대 국회는 준엄한 민심을 받들어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민들레 이명재 기자 >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윤석열 탄핵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 올해 안에 기필코 탄핵하자!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국민들의 고통만 쌓인 지옥 같은 시간이다. 2년도 너무 길었다. 검찰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윤석열의 집권 기간은 부정부패와 국정농단, 친일매국 굴종외교, 전쟁위기 조장으로 일관된 최악의 통치기간이었다.

윤석열은 일본의 식민지 범죄역사를 덮어주고,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며, 독도와 한국 기업을 일본에 팔아넘기려는 노골적인 친일 굴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익을 파괴하고 주권을 포기하는 매국 역적이다.

윤석열은 본인과 부인 김건희의 범죄를 덮기 위해 국가권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채해병 사망사건, 마약밀수 사건 수사외압을 비롯하여 윤석열과 김건희의 부정부패, 국정농단 행위는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을 사찰하고, 입틀막 경호처장을 국방부장관에 임명하더니 국민을 적으로 선포하고 계엄음모까지 꾸미고 있다.

국민들의 피땀으로 일군 민주주의는 완전히 짓밟히고 있다. 윤석열은 9.19 군사분야합의서를 파기하고 대북전단 살포, 대북확성기 방송으로 평화를 위협하고 한반도 침략 의지를 버리지 않은 일본 자위대까지 끌어들여 한미일 군사훈련을 감행하며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윤석열의 무모한 대북정책으로 한반도는 급기야 전쟁을 향하고 있다.

윤석열은 서민 증세, 부자감세라는 기득권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민생을 파탄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자포자기하는 청년들, 줄파산하는 자영업자들, 치솟는 물가로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윤석열은 이를 해결할 능력도, 관심도 없다.

대한민국의 평화와 국익은 파괴되고, 민주주의는 훼손되었으며, 국민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윤석열의 탄핵사유는 차고 넘치며, 탄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200석에 육박하는 야당의 총선압승, 143만을 넘은 탄핵청원, 70% 이상의 반윤석열 국민여론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탄핵민심이 확인되었다.

이제 탄핵은 대세이며 제도적 절차만 남았을 뿐이다. 22대 국회는 준엄한 민심을 받들어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탄핵만이 살 길이다. 온 국민이 똘똘 뭉쳐 9월 정기국회 회기 100일 안에 반드시 윤석열을 탄핵하자! 각계각층이 힘을 합치고 전국각지에서 들고 일어나 윤석열을 올해 안에 몰아내자!

2024년 9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