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김진성 실제 통화 내용과 곳곳 상반돼

김진성 “그때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다” 밝혀
공소장엔 “김진성은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고 기재

김진성, 이재명에게 “변론요지서 잘 쓰셨더라” 칭찬
검찰은 누락한 채 “김진성이 중압감 느껴 위증” 주장

최철호 “김병량 시장이 KBS 국장에게 소 취하 약속”

 

‘이재명 위증교사 의혹 녹취록’에는 대화 당사자인 김진성 씨가 2002년 이른바 'KBS 피디의 검사 사칭 취재 사건'의 처리를 위해 '성남시와 KBS 사이 이면 협의 정황'을 또렷이 인식하고 있었던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검찰(서울중앙지검 김용식 검사)의 공소장에는 “김진성은 기억이 없었다”고 정반대로 기재된 사실이 확인됐다.

녹취록에서 김 씨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변론요지서를 잘 썼다”고 칭찬했으나 검찰은 이 역시 공소장에 기재하지 않았고, 거꾸로 “이재명 지사가 김 씨에게 보낸 변론요지서를 보고 김 씨가 중압감을 느껴 위증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이 지사가 김 씨에게 “있는 대로 말해달라”고 수차례 당부한 사실도 검찰은 공소장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관한 검찰 공소장

 

김진성은 “그때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는데

검찰은 공소장에 “김진성은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고 기재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난 6월 공개한 '이재명 녹취록'을 보면 김 씨가 2002년 당시 상황을 비교적 또렷이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다. 통화가 이뤄진 2018년 12월 이재명 지사가 김 씨에게 통화 초반 “이재명이가 이렇게 (KBS PD의 검찰 사칭 취재를) 사주해가지고 하라고 그래서 했다, 이렇게 모으니까 자기(KBS) 책임을 싹 가린 거지. 모두가 그렇게 이해관계가 일치했던 거예요. (중략)”라고 말하자 김진성 씨는 "그때 분위기는 사실은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라고 맞장구쳤다. 김 씨의 이런 반응 때문에 이 지사는 “그러니까”라고 언급한 뒤 당시 상황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에 이런 대화 내용을 왜곡해 기재했다. 리포액트가 입수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재판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이재명 지사가 “텔레그램으로 보내주는 변론요지서를 읽어보고 그곳에 기재된 본인 입장에 맞추어 증언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하였다”고 쓴 뒤 “이에 김진성은 이재명 피고인이 설명한 내용에 관하여 아무런 기억이 없음에도 ‘그렇게 해서 제가 보고 인지한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는 걸 보내주시고’ 라고 말하자”라고 썼다. 2002년 당시 상황을 김 씨 스스로 언급한 부분이 분명 있었는데도 검찰은 “김진성은 이재명 피고인이 설명한 내용에 관하여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고 기술한 것이다.

이 지사와 김 씨의 대화 내용을 종합 분석하면, 김 씨의 2002년 당시 기억을 두고 이 지사는 크게 두 가지를 묻는다. ▲성남시와 KBS 사이 이면 협의 분위기가 있었던 사실을 기억하는지 여부 ▲이면 협의를 진행한 성남시청 실무 담당자가 누구인지 기억하는지 여부였다. 김 씨는 전자에 대해서는 “그때 굉장히 그런 분위기 있었다”고 답한 반면, 후자에 대해서는 “그 내용까지는 (중략)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둘을 구분하지 않은 채 “이재명은 김진성 씨가 김병량 시장과 KBS 사이 피고인을 주범으로 몰기 위한 고소 취소 협의에 관하여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고만 공소장에 기재했다.

 

검찰 공소장에 누락된 녹취록 속 김진성의 중요 발언
 

김진성, 이재명에게 “변론요지서 잘 쓰셨더라”고 오히려 칭찬

검찰은 이 부분 누락한 채 “김진성이 중압감 느껴 위증” 주장

 

김 씨가 이 지사가 보낸 변론요지서를 읽어본 뒤 이 지사를 칭찬했던 사실도 <리포액트>의 녹취록 분석으로 추가 확인됐다. 김 씨는 이 지사의 변론요지서에 대해 “지금 지사님 변론 그 당시를 보면 어 아무튼 뭐 선거 때문에 굉장히 좀 민감한 상황이었고, 해명이 됐어야 될 이제 상황이 필요했던 거죠. 아무래도. 그 분위기를 잘 쓰셨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지사가 “내가 당시 듣기로는 (중략) 그때 당시 (성남시가) 최철호 피디 고소 취소해주기로 했는데 안 해준다고 신경질 내고, 내가 빨리 잡혀야 구속 취소를 하든지 뭐 하는데 그것도 사실 안 해줬고”라고 대화를 이어갔다.

검찰은 “이 지사의 강요로 김 씨가 중압감을 느껴 공직선거법 재판에 나와 위증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김 씨가 변론요지서를 보고 되레 “잘 쓰셨더라고요”라고 말한 부분은 검찰 주장과 논리적으로 부딪힌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장에 이런 비논리적 주장을 설명하기보다 김 씨의 “변론요지서 잘 쓰셨더라고요”라는 부분을 생략해버렸다. 검찰은 나아가 공소장에 “(이재명이) ‘제가 얘기해 놓은 내용들 있으니까 그거 한번 보십시오’라며 김진성에게 재차 변론요지서를 열람할 것을 요구했다. (중략) 김진성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변론요지서에 그러한 내용이 잘 기재되어 있는 것을 읽어보았다’는 취지로 대답하였다”고만 썼다.

 

최철호 KBS 피디가 '이재명 검찰 사칭' 사건 재판에 나와 2002년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 측과 KBS 사이에 이면 협의가 있었던 사실을 증언한 기록.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김진성 씨에게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부탁한 것은 이러한 사실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철호 피디가 2002년 이재명 변호사의 '검찰 사칭' 사건 재판에 나와 김병량 성남시장 측과 KBS 사이에 이면 협의가 있었던 사실을 증언한 사실도 확인됐다. <리포액트>가 입수한 당시 재판 기록을 보면, 최 피디는 “담당 국장과 부장이 면회를 와서 처벌을 완화하려고 하면 시장의 소 취하가 필요하다고 하였고 소 취하를 얻기 위해 회사가 노력을 했고 제가 듣기로는 시장이 약속을 해줬다고 들었다. 제가 듣기로는 고발자가 소 취하하면서 정상이 참작된다고 들었다. 그렇게 알고 저희 담당국장이 시장을 만났고 시장이 그런 약속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 허재현 기자 >

"문재인 만나고 가야겠다" 8분간 만류 여성 직원 무차별 폭행

“전직 대통령 경호구역 안에서 발생 ‘경악’…공권력이 키운 증오”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책방인 '평산 책방'. 연합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의 지역서점 ‘평산책방’에서 지난 8일 20대 남성이 서점 직원을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재단법인 평산책방 이사회가 10일 “공권력이 키운 증오가 개인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졌다”며,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재단법인 평산책방 이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지난 8일 책방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 소식을 전하며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전직 대통령 경호구역 안에서 태연히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경악한다”고 밝혔다.

이사회에 따르면, 폭행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문 전 대통령 예방이 있던 지난 8일 발생했다. 그날 밤, 책방을 방문한 20대 남성은 40대 여성 직원에게 “오늘 이재명 대표는 왔다 갔느냐”, “문 전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하며 만류하던 해당 직원의 스마트폰을 부수고 주먹과 발길로 무차별 폭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사회는 “무려 8분간 살의가 번득이는 끔찍한 폭행이 자행됐다”며 “여러 주민이 몰려나온 뒤에야 가까스로 (폭력을) 멈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 폭행으로 피해자는 왼쪽 팔과 갈비뼈, 척추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사회는 이번 무차별 폭행 사건이 “공권력이 키워낸 증오와 적대심”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사회는 “이 피습사건이 무엇보다 공권력의 이름으로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게 가하는 무도한 모욕주기의 시기와 온전히 겹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권력이 키워낸 증오와 적대심의 구조가 무분별한 개인의 증오와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을 향해 날아오는 모든 부당한 정치적 음모와 음해를 멈출 것을 요구한다”며 “경찰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남 양산경찰서는 이날 평산책방 직원 ㄱ씨를 폭행한 혐의(상해)로 20대 남성 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ㄴ씨가 경기도 광주에 사는 이로, 보수단체나 정당과는 관계 없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 고한솔 최상원 기자 >

 

경찰, 평산책방 여성 직원 폭행 20대 남성 구속영장 신청

“경기 광주 주거, 정신질환 치료받은 이력”  경찰 밝혀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책방인 '평산 책방'. 연합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며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40대 여성 직원을 무차별 폭행한 ㄱ씨(25)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지난 8일 오후 7시께 양산시 평산책방에서 책방 직원 40대 ㄴ씨를 폭행한 혐의(상해)로 ㄱ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ㄱ씨는 ㄴ씨가 책방 영업시간(오전 10∼오후 6시)이 끝나 돌아가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ㄴ씨를 폭행했다. 이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한 날이다. ㄱ씨는 “오늘 이재명 대표는 왔다 갔느냐”, “문 전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는 가지 않겠다”며 ㄴ씨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주먹과 발길로 무차별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법인 평산책방 이사회는 10일 성명을 내어 “무려 8분간 살의가 번득이는 끔찍한 폭행이 자행됐다”며 “여러 주민이 몰려나온 뒤에야 가까스로 (폭력을) 멈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 폭행으로 피해자는 왼쪽 팔과 갈비뼈, 척추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고 이사회는 밝혔다.

경찰은 “ㄱ씨가 경기도 광주에 사는 이로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고,  보수단체나 정당과는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 최상원 기자 >

'대통령실 이전' 감사원 감사가 눈 감은 것

추석 전 발표될 감사 결과, 김건희 여사 관여 의혹은 빠져

 

▲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관저로 사용하고 있는 옛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 모습. 2022년 6월 당시 모습.

 

감사원이 곧 발표할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 결과가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대통령실·관저이전 과정에서의 직권남용과 이전 비용 책정 의혹 등은 처음부터 제외된 데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공사업체 선정 비리에 김건희 여사의 관여 여부는 규명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불거진 한남동 관저 내 한옥 정자 신축과 사우나·드레스룸 증축 의혹 등도 감사 대상에 빠져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용산 이전 과정에서의 더 큰 불법을 가리기 위한 '알리바이성 감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감사원 감사가 이뤄진 배경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먼저 착수한 것이 아니라 2022년 말 참여연대가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미 당시에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업체가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후원사이고, 증축에 요구되는 종합건설업면허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이번 감사 결과는 당시 제기됐던 의혹을 그대로 확인한 것에 불과합니다.

애초 감사 대상에 용산 이전 결정 과정과 비용 의혹 제외

감사 대상도 논란입니다. 감사원은 참여연대가 감사 청구한 내용 가운데 대통령실·관저 이전의 절차적 문제와 이전 비용 산정과 집행 과정에서의 불법성 의혹 등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청구를 기각하고 이미 알려진 내용만 감사에 포함시켰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초 감사원이 헌법상 알권리와 감사청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1년 반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그 사이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496억원에서 600여 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이전 비용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업체 선정의 불법 사실을 밝혀내고도 김 여사 개입 여부는 확인하지 않은 점도 의문입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이 무자격 업체를 수의계약한 절차의 적법성을 지적했지만 왜 대통령실이 특혜를 베풀었는지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않았습니다. 수의계약한 업체가 코바나컨텐츠와 관련이 있는 회사라면 김 여사가 영향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은데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애초 감사를 제대로 진행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대통령 관저가 증축되는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드러나 김 여사 개입 의혹은 커지는 상황입니다. 김 여사가 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방문해 호평한 미술품이 한옥 정자 형태의 건축물로 변경돼 한남동 관저에 설치됐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지금 이 정자는 미등기상태로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합니다. 대통령실은 이 미술품이 옮겨진 경위와 구입 비용 등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2022년 관저 증축 과정에서 사우나와 드레스룸을 설치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번 감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정권 보위 기관'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2년 가까이 끌어왔습니다. 그간 7차례나 감사를 연장하다가 추석연휴 직전에야 감사결과를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처분 결과도 당초 제기된 의혹에 견줘 턱없이 낮은 수준의 '주의 촉구'에 그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소한 절차 위반 정도로 의혹을 덮으려는 셈입니다. '김건희 특검'이 다시 궤도에 오르자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전해지자 대통령실은 "공사계약은 지난 정부에서 체결해 진행한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대선 승리로 사실상 실권을 장악한 현 정부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이전 일정을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전 정부 탓을 하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회피입니다. 감사원의 이번 부실 감사로 여론의 지탄은 물론 법적 책임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충재 기자 >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블랙리스트 실행의 수괴' 유인촌과 용호성이 장악한 문체부

 

▲ 지난 7월 8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지난 7월 8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인사 관련 비판이 쏟아지자 "제가 가해자 같아 보이시나, 제가 피해자이다"라고 했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2017년 9월 11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 및 'MB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건'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유인촌은 "내가 (문체부 장관으로) 있을 때 문화예술계를 겨냥한 그런 리스트는 없었다"며, "배제하거나 지원을 한다는 게 누구를 콕 집어 족집게처럼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인촌은 이명박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12일 '광화문 문화포럼'에 참석해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사실상 '족집게처럼 콕 집어'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했다. 유인촌 장관의 발언을 기점으로 정은숙 국립오페라단장, 신현택 예술의전당 사장 등이 사임했다.

유인촌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사람들을 강제로 해임시키기 시작했다.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08년 11월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김윤수 전 관장은 해임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경험을 이렇게 술회했다.

"8개월 내내 사퇴 압력을 받았다. 문광부 관계자들을 시켜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날 협박했다. '이렇게 하면 재미없다', '김 관장 다 조사할 수 있다'며 날 압박했다. 문광부 소속의 국장들, 감사관들을 동원해 날 몰아내려고 경쟁을 시킨 것 같다. 내 흠을 찾기 위해 그 사람들이 미술관 전체를 다 뒤지게 했다... 그(유인촌)는 내게 반말도 서슴지 않았다."

2008년 12월, 유인촌 장관은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을 해임했다. 해임된 김 위원장은 3월부터 12월까지 사퇴압력을 받은 일지를 정리해 <프레시안>에 기고했다. 그 일지에 따르면 문화부 예술국장, 문화부 차관 등에게 직간접적으로 퇴진 압박을 받았지만 거부하자 11월 26일 문화부 감사관실에서 직원 4명이 나와 특별조사를 벌였다. 그때 감사를 나온 문화부 직원은 "한 건이라도 나올 때까지 끝까지 뒤지겠다. 아마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블랙리스트의 존재

 

▲ 2017년 11월 28일 배우 문성근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

 

이러한 사례들이 블랙리스트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유인촌은 또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좌파집단으로 규정하고 혹독한 감사를 시행했고 황지우 총장의 공금 유용, 근무지 무단이탈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며 결국 황 총장을 해임했다.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도 한 인터뷰에서 "유 전 장관 재임 당시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회원이 불법 집회에 참여하면 지원금을 반납하라'는 서약서를 요구받아 논의 끝에 아예 지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며 "(한국작가회의) 계간지 발행도 전부 취소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여기서도 불법 집회에 참여한 인물이나 단체는 곧바로 블랙리스트가 되어 지원에서 배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하에서 유인촌이 특정 인사들을 조사하고 퇴출시킨 행위가 바로 블랙리스트 실행이다. 블랙리스트란 단순히 명단이 적시된 리스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따라 배제‧감시‧차별‧통제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후, 문체부 산하 주요 기관 33개 중 31개 단체장이 교체됐거나 공석이었다. 솎아낸 인물들의 자리는 소위 'MB맨'이거나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로 채워졌다.

2018년 3월 21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사용하던 서울 서초구 소재 영포빌딩 지하 창고에서 다른 종류의 블랙리스트 문건들이 발견되었다. 그중에 '보조금 지원실태를 재점검해 좌파 성향 단체는 철저하게 배제, 보수단체 지원 강화'라는 내용의 문건이 있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정부 비판적 발언을 한 연예인의 마취제 중독설 증거 확보에 주력하는가 하면 포섭이 불가능한 강성 연예인들의 수입을 끊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특히 100여 명의 연예인을 강성과 포섭가능 등으로 분류한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하였다.

보조금 지원실태를 점검하고 지원에서 배제하는 과정은 문체부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실행되기 어렵다. 지원 신청한 개인 및 단체들의 리스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이명박 정부에서 문체부가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정황은 차고 넘친다.

2023년 11월 17일 이명박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판결로 유인촌 장관의 블랙리스트 연루는 분명해졌다. 재판부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고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국가와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이 정부가 표방하는 것과 다른 정치적 견해나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을 포함한 문화예술인들의 신상정보가 기재된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배포·관리한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라며 "불법행위로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기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배상 판결을 통해 "블랙리스트는 절대 없었다"던 유인촌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되었다. 문체부가 발간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백서를 엉터리라 부정했던 그는 법원의 판결마저 부정할 것인가.

2023년 11월, 유인촌 장관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원정책에 대해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하겠다는 영화들까지 왜 정부가 돈을 줘야 하나. 좁은 문을 만들어 철저히 선별해야 한다", "나랏돈으로 국가 이익에 반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다시 말해 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예술단체나 작품들은 철저히 선별하여 지원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놓고 블랙리스트를 실행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었다.

 

국가범죄에 가담하고도 오히려 승승장구

 

▲ 지난 8월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주요행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과 유인촌 장관에 의한 블랙리스트 실행은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 사례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그 실행 방식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리스트'에 의한 지원 배제가 문제가 된다고 보고 현 정부 입장에서 못마땅한 사업들을 아예 없애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에 블랙리스트 실행의 대표적 가해자인 용호성을 문체부 차관에 임명하였다. 용호성은 누구인가.

2013년 9월 3일 당시 유진룡 문체부 장관의 지시로 문체부 기조실에서 작성된 비밀 보고서가 잡음이 발생할 개연성에 대비하여 '인편'으로 청와대 교문수석실의 용호성 행정관에게 은밀히 전달되었다. 이 문건은 2013년 8월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좌편향 예술 지원 실태 및 대책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에 따라 그 대책을 강구하여 보고한 것이다.

용호성과 관련된 블랙리스트 실행의 증거 역시 차고 넘치지만 이 비밀문서 전달 과정이야말로 그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음을 웅변한다.

용호성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책임규명 이행 권고에 따라 수사의뢰자에 포함되었다. 문체부는 용호성을 포함한 수사의뢰자 3인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불기소하더라도 중징계로 처벌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2022년 3월 검찰은 용호성에 대해 결국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이에 따라 황희 당시 문체부 장관이 징계를 추진하려 하자 유진룡,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들을 비롯한 전직 문체부 관료들이 징계를 멈춰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급기야 윤석열 정부는 그를 문체부 차관으로 임명하고야 말았다. 이는 고위 공무원이 심각한 국가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도 면죄부를 받을 뿐 아니라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선례를 남기고 있다.

유인촌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현 정권에서도 블랙리스트 실행의 수괴를 자처하고 있다. 역사는 이제 그를 뛰어난 배우로 기록하기보다 블랙리스트를 통해 동료 예술가들을 배신하고 탄압했던 불의한 정권의 앞잡이로 기록할 것이다. < 김미도 연극평론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