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구속 취소, 법원 판단에 동의하기 어려워
본안 재판에 적극적 의견 개진해 바로잡을 예정”

 
 
심우정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대검찰청이 11일 전국 검찰청에 종전 방식대로 피의자 구속기간을 ‘시간’이 아닌 ‘날’ 단위로 계산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가 지금까지의 구속기간 산정 방식을 뒤집고 ‘시간’ 단위로 계산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고 심우정 검찰총장의 석방 지휘까지 이어지면서 검찰 일선에서 불만이 나오자 지침을 내린 것이다.

 

대검은 이날 기획조정부 소속 정책기획과장 명의로 이런 내용의 ‘구속기간 산정 및 구속취소 결정 관련 지시’를 전국 검찰청에 전달했다. 대검은 “구속기간 산정 방식과 관련해 오랜 기간 형성돼온 법원 및 검찰 실무례에 부합하지 않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 있었다“며 “각급 청에서는 대법원 등의 최종심 결정이 있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되, 수사가 마무리된 경우에는 가급적 신속히 사건을 처리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그 밖에 구속기간 산정과 관련해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실과 상의해 달라”고 했다.

 

또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규정 역시 위헌 소지가 농후한 점을 감안해 향후 구속 취소 사안이 발생하면 법원에 충실하게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며 “법원에서 구속 취소를 결정할 경우 결정을 존중해 신병을 석방하며, 특이사항이 있을 때는 대검 공판송무부와 대응 방향을 상의해 달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날’ 단위로 계산해 구속기간을 산정하되 또 다른 재판부가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방식 등으로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 즉시항고 방식으로 불복하지 말고 즉각 석방하라는 얘기다.

 

대검의 지침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 내란 사건 재판부가 제시한 새로운 구속기간 산정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이를 바로잡기 전까진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이를 즉시 바로잡기 위해선 항고 등의 방식으로 불복해야 하지만 심 총장은 이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했다. 대검은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법원 판단에 동의하기 어려워 본안 재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한겨레 배지현 기자 >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즉시항고 없이 받아들인 검찰에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대검은 5일 오후 일선 청에 구속기간 산정을 종전대로 '날'로 하라고 업무지시를 내렸지만, 내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이다. ⓒ 연합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 단위로 변경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을 즉시항고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한 대검찰청이 11일 오후 일선 검찰청에 종전과 같은 날짜 단위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라는 지시를 전파했다. 시급히 실무의 혼란을 정리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내부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대검의 지시대로 한다 하더라도 결국 윤 대통령만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적용받은 유일한 사람이 되어 심각한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5시경 대검은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장 명의로 '구속기간 산정 및 구속취소 결정 관련 지시'를 일선 청에 보냈다.

대검은 "각급청에서는 대법원 등의 최종심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라면서 "수사가 마무리된 경우에는 가급적 신속히 사건을 처리하고, 그밖에 구속기간 산정과 관련하여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실과 상의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지시했다.

대검은 "최근 구속기간 산정 방식과 관련하여 오랜기간 동안 형성되어 온 법원 및 검찰 실무례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 사건을 언급한 뒤 "검찰이 즉시항고를 제기하지는 않았으나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는 동의하기 어려워 본안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여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즉시항고를 포기한 까닭을 길게 설명했다. 대검은 ▲1973년 유신헌법 체제 때 해산된 국회를 대신한 비상국무회의에서 즉시항고가 도입됐고 ▲보석 및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는 1993년과 2012년 각각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왔다고 했다.

이어 "위헌 소지가 농후한 점을 감안하여 향후 구속취소 사안이 발생하면 법원에 충실하게 의견을 개진"하라며 "법원에서 구속취소 결정을 할 경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여 신병을 석방하며, 특이사항이 있을 때에는 대검 공판송무부와 대응방향을 상의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대검 지시에도 일선 검사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반발성 글을 올렸던 박철완 광주고등검찰청 검사는 이날도 대검 지시에 대한 의견을 올렸다. 박 검사는 "이 지시를 그대로 그대로 따를 경우 법에 규정된 '구속취소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은 사실상 소멸된다"면서 "엄연히 살아있는 현행법 조항을,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에게 법이 부여한 권한을 이런 형식으로 사문화하는 것이 가능한지 온당한지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번째 의문은 공수처의 수사권의 존부 등은 본안을 통해 정리해 나간다고 하더라도 구속취소의 주요사유가 된 구속기간산입 기준에 대한 법원의 판단(검사의 입장에서는 부당한 판단)을 어떻게 본안을 통해 정리해나갈 수 있다는 것인지"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는 "대검이 제시한 논거 중 해당 조항이 유신 때 비정상적으로 만들었다는 부분은 민주화된 이후에도 해당 조항이 살아남아 현재까지 존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그리 설득력이 있는 논거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하면서 "제가 거듭 요청하는 논증은 위와 같은 의문에 대한 합리적 정당화 논변"이라고 강조했다.   < 오마이 선대식 기자 >

“헌법재판관 8명에게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이 쥐어져 있다

헌법재판관 단 한분이라도 기각의 판단을 내린다면

헌법을 최종적으로 수호하는 헌법재판관이 헌법을 부정하는 죄악을 인용하는 사태,

탄핵 기각은 단군 이래의 조선민중 역사 전체에 위헌의 죄악의 씨를 뿌리는 것”

 

 
 
도올 김용옥(왼쪽) 전 고려대 교수와 1월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한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했다.

 

김 전 교수는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시국선언 영상에서 “헌법재판관 단 한분이라도 기각의 판단을 내린다면 헌법을 최종적으로 수호하는 헌법재판관이 헌법을 부정하는 죄악을 인용하는 사태”라며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근원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천명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헌재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만장일치로 인용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김 전 교수는 헌법재판관 8명에게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이 쥐어져 있다며 이들의 역사적 사명을 강조했다. 그는 “(탄핵) 인용은 윤석열 한 사람에 대한 훈계에 지나지 않지만 기각은 단군 이래의 조선민중 역사 전체에 위헌의 죄악의 씨를 뿌리는 것”이라며 “그것은 국가의 파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은 하루라도 빨리 새 역사의 장으로 나가야 한다. 헌 역사의 똥통에서 뒹굴 이유가 없다”며 “새로운 정치의 장을 만들고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해 세계 시민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거듭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김 전 교수는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이뤄진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이 되레 당사자에겐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그는 “윤석열도당과 지지자들은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중앙지법에서 받아냈다는 사실로서 환호성을 지르며 춤을 추고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러나 구속 취소 판결이 법률의 엄격한 해석에 의한 결정이라는 그 엄격성이 똑같이 헌재 판결에 적용돼야 하므로 윤석열의 입지는 송곳 끝보다도 좁아지는 반면 내란수괴의 활보로 인한 국민적 불안감, 천심의 분노, 민심의 단결은 더욱 극렬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 전 교수는 12·3 내란사태가 “극악무도한 죄악”이라며 이를 주동한 윤 대통령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전 교수는 “윤석열이 취임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가 저지른 언행은 불순한 사적 욕망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거짓과 위선과, 막가파식의 독주와 취생몽사의 일상과 이성을 거부하는 주술적 비합리성으로 점철돼 있다”며 “이 모든 언행을 뒷받침하는 역사의 장에는 헌정질서의 거부라는 위헌적 권위의식이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단군 이래 가장 악랄한 형태로 등장한 지도자상을 지니고 있다”며 “민본·민주를 거부하는 패역(도리에 어긋나고 불순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지귀연 “윤 변호인단이 문제 제기, 답해줘야”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내란수괴 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김의담·유영상) 지귀연 재판장이 집필에 참여한 형사소송법 해설서에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고 명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법원과 검찰이 70년 넘게 적용해 온 날짜 단위 구속기간 계산법이 윤 대통령부터 시간 단위로 바뀐다는 재판부 판단을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법원 내부에서도 ‘윤석열 계산법’이 형사소송법 취지와 충돌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2022년 10월 한국사법행정학회는 ‘주석 형사소송법’(제6판·847쪽)을 발간했다. 노태악 대법관이 편집대표를 맡았고, 지귀연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형사재판 실무에 밝은 현직 판사 17명이 집필에 참여한 최신판이다. 형사소송법 제66조 ‘기간의 계산’ 조항 주석은 △기간의 취지 △기간의 종류 △기간의 계산방법 △기간의 기산점과 만료점 △대법원 판례로 풀어 4쪽에 걸쳐 자세히 설명했다.

 

주석서는 “일(日)을 단위로 하는 기간에는 수사기관의 구속기간, 재정신청기간, 상소제기기간 등이 있다”며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 계산법을 따른다고 명시했다. 반면 시간 단위 계산이 적용되는 기간에는 “체포기간,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청구기간, 현행범인체포 후 구속영장청구기간, 구속통지기간 등이 있다”고 했다. 시간 단위가 적용되는 여러 구금 관련 기간을 명시하면서도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근거가 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언급은 없다. 

 

10일 오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검찰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석방 규탄 기자회견에서 광주비상행동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노태악 대법관은 머리말에서 “‘주석 형사소송법’은 1976년 첫 발간 이후 최고 권위 주석서이자 실무지침서가 됐다. 개정판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형사소송법 개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에 따른 수사·재판 실무 변화를 새로 반영했다. 또 전문성을 갖춘 실무가 중심으로 집필진을 구성해 형사소송 실무에서 구체적으로 문제 되어 온 쟁점을 중심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소개·설명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구속기간 해설은 최승원 부산고법(창원재판부) 판사(현 서울고법 판사)가 맡았다. 지 부장판사는 재심 관련 집필을 맡았지만, 공동 주석서는 자신이 집필하지 않은 내용도 상호 감수 등을 한다. 10일 지 부장판사에게 주석서 발간 이후 구속기간 판단에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그동안 구속기간 계산법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윤 대통령) 변호인단에서 문제제기를 했다.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답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지 부장판사는 “재판부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이 아니며 공적 비판과 논의에 열려 있다”고 했다.

 

당장 법원 내부에서 실명 비판이 나왔다.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올린 ‘구속 취소 유감’ 제목의 글에서 “검사의 구속기간은 10일의 ‘날수’로 정해져 있을 뿐 240시간으로 규정돼있지 않다. 이번 결정은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리적·제도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 김남일  김지은 기자 >

 

“대법원 판단 기다리자며 구속 취소, 무책임”…전직 판사들, 지귀연 비판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대기하던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재판부 결정을 두고 연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70년 넘게 적용해 온 날짜 단위 구속 기간 계산법을 윤 대통령부터 시간 단위로 바꾼 데다 체포영장과 구속영장 발부 과정에서 여러 재판부가 인정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권에 대한 판단을 대법원에 미룬 점에 대해서도 법조인들 사이에서 “무책임한 결정”이라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의 결정이 비판받는 첫 번째 이유는 오랜 기간 법원과 검찰에서 형성되어 온 실무례를 송두리째 뒤집는 급진적 해석을 하필이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현직 대통령을 풀어주는 데 적용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검찰 수사기록을 법원에 ‘접수한 날’로부터 검찰에 다시 수사기록을 ‘반환한 날’까지 기간을 법정 구속 기간에서 빼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부는 날로 따졌던 구속 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했다. 그간 구속 기간에서 뺐던 체포적부심에 소요된 기간도 구속 기간에 포함시켜, 결국 윤 대통령이 구속 기간 만료 뒤에 기소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경호 변호사는 11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판사의 주된 임무인 형사소송법의 해석을 한 게 아니라 입법 행위를 한 것”이라며 “구속기간을 넘겨 기소했다는 절차적 흠결로 구속취소를 하면서, 구속 사유를 중점적으로 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명백한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며 “처음부터 구속취소란 결론을 정해놓은 어거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에 대해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이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로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구속취소 사유로 삼은 데 대한 비판도 크다. 결과적으로 하급심 재판부에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면 1심 재판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판사 출신으로 과거 수원지법에서 지 판사와 함께 근무한 한동수 전 대검감찰부장은 1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재판부 판사가 (공수처) 수사권의 존부에 대해서 자기가 당당하게 실체 판단을 해야지, 이거를 대법원 상급심의 판단을 기다려서 재판을 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며 “전체적으로 (지 판사가) 겁을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같은 방송에 나와 “(재판부의 결정은) 논란을 키우는 결정이다. 시간을 조금 들이더라도, 본안 (재판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정면으로 판단을 했어야 한다”며 “공수처 수사권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박은정 의원도 “자기가 주임 판사면, 이걸 해석하고 판단해야지 대법원의 해석을 기다린다고 하면 언제까지 국민이 기다려야 하느냐”고 짚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한국사회 대전환 의제' 공론화 조사 결과


비상시국회의-민주연구원 토론회서 밝혀
기본권 보장, 혐오·차별·성평등 상위 랭크
"87년과 많이 달라진 사회…개헌은 필수"
"사회대개혁 실현 위한 연대 기구 필요해"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비상시국회의와 민주연구원 공동 주최로 '한국사회 대전환 의제 공론화' 토론회가 열렸다. 2025.3.10. 전국비상시국회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을 일으킨 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나면서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광화문 광장에서 분출된 시민들의 사회대개혁 염원을 확인할 수 있는 공론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공론 조사 결과, 시민들은 윤석열 파면 이후 새 정부에서 검찰과 사법부 및 언론을 개혁하고, 보다 강한 기본권을 보장하기를 가장 원했다.

 

전국비상시국회의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은 1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으로 '한국사회 대전환 의제 공론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이부영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 문국주 전국비상시국회의 운영위원장, 신형식 전국비상시국회의 정책위의장, 이한주 민주연구원장, 김귀옥 한성대 교수, 이창희 동국대 교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윤영상 카이스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 박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특히 '한국사회 대전환,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12·3 내란과 탄핵 정국에 광장에서 분출된 시민들의 사회대개혁에 대한 요구와 열망을 정책과 입법으로 연결하기 위해 실시한 '사회대전환 정책과제 1차 설문조사'(웹설문) 결과를 처음 대중에 공개했다.

 

지난 1월 22일부터 2월 5일까지 707명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사회 대전환 의제 공론화 1차 설문조사는 11개 영역 68개 의제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한 상위 24개 의제를 선정한 결과 '검찰 및 사법부 개혁'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위는 언론개혁, 3위는 기본권 보장·국가책임(의료·돌봄·기후·교통·주거 등), 4위는 성범죄 처벌(딥페이크 포함), 5위는 국가보안법 및 악법 개혁 등 순으로 나타났다(아래 표 참고).

 

전국비상시국회의와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등이 실시한 사회대전환 정책과제 1차 설문조사 결과. 세부주제 상위 24개 과제. 2025.3.10. 전국비상시국회의 자료

 

아울러 11개 영역 68개 의제에 기타 사항까지 포함해 대주제에 대한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정치개혁·민주주의·언론개혁(검찰 및 사법부 개혁 포함) ▲경제개혁·민생·부동산 ▲외교·안보·평화 ▲혐오·차별·성평등 ▲노동·일자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아래 표 참고).

 

전국비상시국회의와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등이 실시한 사회대전환 정책과제 1차 설문조사 결과. 노란색은 우선순위 상위 7개 대분류 과제. 2025.3.10. 전국비상시국회의 자료

 

다만 이번 조사는 윤석열 탄핵 투쟁에 젊은 여성 참여자들이 많은 것이 크게 꼽힘에도 설문조사에서는 10~30대 참가자들이 13%밖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문조사 결과 분석을 발표한 김귀옥 한성대 교수는 설명했다. 이는 설문을 주관한 전국비상시국회의와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전민동) 등 단체들이 고령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비상시국회의와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등이 실시한 사회대전환 정책과제 1차 설문조사 세부 내용. 10~30대 참가자들이 13%로 나타났다. 2025.3.10. 전국비상시국회의 자료

 

하지만 이같은 조사상의 한계에도 '혐오·차별·성평등'이라는 대주제가 상위에 포함되고, 세부주제에서도 딥페이크를 포함한 성범죄 처벌(4위), 장애인, 노약자 등 이동권 보장(13위), 여성·장애인·이주민·성소수자 등 차별금지 및 혐오금지 제도(24위) 등이 상위에 포함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김귀옥 교수는 이에 대해 "진보적 고학력자층이 다수로 참가하는 설문조사에서 현재 사회의 진보적 경향이 반영되고 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체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1987년과 비교해 거의 40년이 지난 2025년 상황에서 2세대가 변했다. 전쟁을 둘러싼 구조적 상황 외에 많은 차이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헌은 사회대전환의 필수조건"이라며 "(시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대전환을 요구하는지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년 전 촛불혁명이 사회대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선 구체적인 과제를 시민들이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비상시국회의와 민주연구원 공동 주최로 '한국사회 대전환 의제 공론화' 토론회에서 이창희 동국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창희 굑수, 신형식 전국비상시국회의 정책위의장. 2025.3.10. 전국비상시국회의

 

이창희 동국대 교수는 '촛불 광장 시민들의 염원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두 번째 발표에서 박근혜 탄핵 국면과 윤석열 탄핵 국면의 차이를 '불확실성의 증대'로 꼽으며 "여야 지지율이 이례적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고 최근 윤석열 석방으로 (사회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윤석열 등의) 정치적 망상이 한국사회의 변태적 기회주의 극우파시즘으로 본격화된 상황에서, 반대로 젊은 세대와 민주당 평당원의 놀라운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였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사회대개혁 실현을 위한 연대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비상시국회의와 민주연구원 공동 주최로 '한국사회 대전환 의제 공론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2025.3.10. 전국비상시국회의

 

전국비상시국회의는 한국사회 대전환을 위한 의제 발굴과 공론화 작업을 계속해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2차 설문조사를 계획 중이다.

 

문국주 전국비상시국회의 운영위원장은 "최근 어느 대학 교수가 '민주주의 가치 주어진 게 아니라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격동하는 최근 상황 속에서 새겨들어야 할 말이고 가슴에 다가오는 말"이라며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극우세력의 움직임을 단호히 저지하고, 광장에서 울려 나오는 열망을 준거 삼아 공론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금년 상반기 2차 설문조사 사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시민들의 민주주의 향한 열망을 모아서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지속됐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사회대개혁 의제들을 공론화하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또 "기본권 보장, 경제민주화, 사회적 불평등 해소, 역사정의, 기후환경, 정치·언론·교육 개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된 의제들을 정리하여 정책적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