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6월 3일로 확정…앞으로 불과 56일 법정 공고 기간 최소 38일 빼면 남는 건 18일 권력구조 개편까지 여야 합의? 졸속 야합 불가
이재명 "내란 종식이 먼저, 대선 뒤 신속 개헌" 사전투표 불가능한 현행 국민투표법도 장애물 조국혁신당도 반대…"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4.6. 연합
우원식 국회의장이 일요일 낮에 느닷없이 투척한 '개헌 폭탄'은 윤석열 파면 뒤 모처럼 평온한 휴식을 취하던 시민들에게 잠시 황당함과 짜증을 안겼을 뿐 '불발탄' 또는 '오발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입법부 수장의 '대선·개헌 동시 투표론'은 비록 그 의도가 순수했다고 해도 내란 종식이라는 민주 진영의 최우선 당면 과제에 필요한 동력과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대선 프레임을 '헌정 파괴 세력 심판'이 아닌 '개헌 대 반개헌 대립'으로 물타기 할 수 있으며, 주권자인 국민의 숙의 절차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즉각적인 반대 및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내용상의 여러 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기간이 너무 촉박해 애초에 개헌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은 근본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에 따라 60일 안에 실시돼야 하는 조기 대선의 선거일은 8일 열리는 국무회의를 통해 오는 6월 3일로 확정될 예정이다. 8일을 기점으로 불과 56일 뒤에 대선이 치러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과 국민투표법상 헌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개헌안을 마련하고 재적의원 과반수로 발의를 한다고 해도 국민투표에 부쳐지기까지는 최소 38일간의 공고 기간을 거쳐야 한다. 국회 의결 전 헌법 개정안 최소 공고 기간 20일과, 국민투표 전 국민투표안 및 투표일 최소 공고 기간 18일이 그것이다. 그래서 우원식 의장 본인도 6일 기자회견에서 "(국민투표까지) 최소한 38일이 필요하다. 개헌특위에서 내용을 논의해야 하니까 이에 맞춰 해보려면 특위를 빨리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헌법 개정안 제안 및 의결 결과 이송에도 최소 각 1일씩 2일이 소요되지만, 편의상 이 부분을 생략한다고 해도 38일은 무조건 필요하다.
그러면 6월 3일 대선일까지 총 56일 중에서 법정 소요 기간 38일을 빼면 남는 건 18일뿐이다. 겨우 2주 남짓한 기간에 여야가 개헌특위를 구성해 각당 입장이 첨예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는 권력구조 개편까지 포함한 헌법 개정안을 채택‧발의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계산이다. 말 그대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여야가 졸속으로 추진한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민주당이 '내란 잔당' 취급하는 국민의힘과 그런 야합을 할 리 없고 시민들이 수용할 리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4.7. 연합
무엇보다 개헌의 열쇠를 쥔 제1야당 사령탑이자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는 요지로 우 의장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전에 말씀드렸다. 개헌,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5년 단임제라고 하는 이 기형적 제도 때문에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부터 레임덕이 시작된다. 재평가받을 기회도 없기 때문에 국정에 안정성이 없다"며 "그래서 4년 중임제로 바꾸자, 전 국민이 공감하지 않나? 또, 때만 되면 국민의힘도 하는 이야기가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자, 몇 년째 말만 하고 있다. 이번에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문제는, 지금은 정말 내란 종식이 먼저다. 군사 쿠데타를 통해서 국가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통째로 파괴했다. 국민들의 힘으로 간신히 복구하는 중"이라며 "지금 당장은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는 것이 훨씬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 우선은 내란 종식에 좀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 개헌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생각을 국민의힘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전투표가 불가능한 현행 국민투표법이 장애물로 작용하는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현재 국민투표법상으로는 사전투표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대선과) 동시에 개헌을 하려면 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본투표일에만 (투표를) 할 수 있고, 사전투표하는 사람은 개헌 투표를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개헌에 필요한) 과반수가 안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그러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것이 또 시한이 있다. 이번 주 안에 처리가 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60일 안에 대선과 동시에 개헌을 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선을 다해 국민투표법 개정을 해 보도록 노력하겠다. 만약에 국민투표법이 신속하게 합의돼서 개정이 되고 시행이 된다면 개헌이 물리적으로는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여지는 열어놨다. 또 "개헌 문제를 가지고 일부 정치 세력이 기대하는 것처럼 논점을 흐리고, 내란의 문제를 개헌 문제로 덮으려고 하는 그런 시도를 하면 안 되겠다"면서 "그러나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게재하는 문제, 또 계엄 요건을 강화해서 함부로 친위 군사 쿠데타를 할 수 없게 하는 것, 이것은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前文) 수록과 계엄 요건 강화 정도는 국민투표법 개정을 통해 개헌이 가능하다면 이번 조기 대선일에 바로 처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극히 제한적인 '원 포인트 개헌' 수준을 넘어 우 의장이 제안한 것처럼 '권력구조 개편'까지 이뤄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6월 3일까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니 일단 대선을 치르고 난 이후에 개헌을 최대한 빨리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4년 연임제 또는 중임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국무총리 추천제 도입, 결선투표제, 자치분권 강화, 국민의 기본권 강화, 이런 것들은 매우 논쟁의 여지가 커서 실제로 결과는 못 내면서 논쟁만 격화되는, 어쩌면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각 대선 후보들이 국민에게 약속을 하고, 대선이 끝난 후에 최대한 신속하게 그 공약대로 개헌을 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은 개헌도 중요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것, 파괴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 내란 극복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라는 데 초점을 맞춰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나경원,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최소한 방어권 보장 촉구 및 불공정성 규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면담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2.17 [공동취재] 연합
민주당 지도부의 다른 구성원들도 반대 의사를 뚜렷하게 나타냈다. 내란 동조 세력이 개헌론을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내각제 논의'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위헌 정당으로 해산돼야 마땅한 국민의힘과 한 테이블에서 개헌 협상을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거부감이 매우 강하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 이후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바로 단호하고도 철저한 내란 종식"이라며 "개헌은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권력을 연장하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내각제, 이원집정부제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개헌 논의에 참여하려면 국민의힘의 내란 종식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은 개헌을 논의하기 전에 1호 당원인 내란 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즉각 출당 조치하라. 대선후보 공천은 꿈도 꾸지 말라. 내란 종식을 위한 내란 특검, 김건희·명태균 특검 통과에 동참하라"고 엄포를 놨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지금 개헌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 매우 부적절하고 기간도 60일 정도로 대단히 부족해 졸속으로 진행될 수 있다. 국민투표제로 봤을 때 어렵다"며 "대선에서는 사전투표와 본투표가 있는데 국민투표에서는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할 수가 없다. 한 곳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50% 넘기도 어렵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내란 종식"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개헌에 대해서는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으로 발전시키고 실제 집권 시 임기 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하더라도 방향은 내각제가 아니라 대통령 연임제, 또는 중임제가 해답"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개별 의원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채현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조기 대선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놓여 있다. 60일 안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민 통합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오롯이 감당해내야 할 시간"이라며 "이 상황에서 개헌까지 병행하자는 제안은 현실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국민 정서상으로도 무리다. 두 달 내에 경선과 본선을 치르며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까지 논의하고 국민적 합의까지 이루자는 것은 지나치게 조급한 선택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새로운 민주정부가 출범한 이후,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순서"라고 짚었다.
강득구 의원은 "우원식 의장님이 정말 뜬금없이 개헌을 주장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계엄 못지않은 충격이었다. 한 번 뱉은 말씀이니 지울 수는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스스로 거두어 달라"면서 "내란의 큰불은 껐지만 대한민국은 나라도 국민도 상처투성이다. 개헌보다 먼저 무너진 민주주의를 온전히 회복하고, 국정을 회복하고, 민생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지금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개헌이 아니라 심판이고 회복이다. 개헌 프레임에 휩쓸리면 심판도 회복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민형배 의원은 우 의장의 개헌 주장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물리적으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1987년 개헌안 마련에 90일이 걸렸다. 여당과 야당,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았던 시기에 최소 석 달이 걸렸는데 정치권과 국민적 분열이 극대화한 지금 60일 동안 개헌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기어코 마련한다면 지금보다 좋은 헌법이기는커녕 더 나쁜 졸속 개헌안이 나올 수도 있다.
둘째, 정치적 선택과 집중이라는 점에서 우원식 의장의 제안은 잘못됐다. 지금은 내란 종식과 민주 정부 수립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런 중차대한 과제에 개헌 논의를 얹어 버리면, 내란 종식과 민주 정부 수립의 역량이 분산된다. 더욱 걱정인 것은, 개헌 내용에 대한 의견 차에 따라 우리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
셋째, 지금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건 내란 세력에게 도피처를 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개헌안 마련은 모든 정당이 함께 모여 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현재 의석수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개헌 논의에 참여하게 된다. 내란당 해체는커녕 그들을 국가의 백년지대계에 정중히 참여시키는 꼴이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넷째, 헌법의 주인이 국민이듯 개헌의 주인도 국민, 곧 주권자 시민이라야 한다. 지금 개헌을 한다는 것은 정치권이 제 맘대로 개헌안을 마련하고, 주권자에게는 찬반투표만 맡기겠다는 거다. 정치인보다 더 똑똑하고 더 열정적인 대한민국 국민이 이런 방식을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거꾸로 가야 한다. 주권자 시민들의 지혜와 열정에서 논의를 시작해 개헌안을 만들고,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그것을 다듬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개헌이 탄생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일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윤석열 8대0 파면을 위한 끝장 대회' 참가자들이 거리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2025.4.4. 연합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도 민주당과 비슷한 기조를 보였다.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우선 내란 종식과 내란 세력 일소가 우선돼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반헌법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제안한 바 있다. 독립적인 기구로 반헌특위를 발족해 내란의 실상을 낱낱이 조사하고 내란 특검도 함께 실시해야 한다"며 "그런 연후에 국민이 안심할 수 있고 개헌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개헌특위를 조기 대선 직후 띄울 것을 제안한다"며 "개헌 국민투표는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시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한 뒤 단상에서 내려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했다.
헌재는 4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사건 선고기일을 열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123일 만의 결론이다.
헌재는 우선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군·경의 국회 침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 시도, 법조인·정치인 등 위치추적 파악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보고 모두 위법했기 때문에 비상계엄 선포가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우선 포고령부터 위법이었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과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원칙 등을 위반했다. 비상계엄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가 줄탄핵,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마비 사태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입법, 예산안 심의 등의 권한 행사가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중대한 위기상황을 현실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요구 등 평상시 권력행사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입장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는 또한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정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제도적·사법적 수단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윤 대통령 주장에 대해서도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군·경 투입을 한 건 질서 유지 차원이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국회의원의 활동을 막을 목적이었다고 봤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군경을 투입하여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으므로,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하였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특권을 침해하였다”고 밝혔다. 국회에 투입한 군과 시민의 대치상황에 대해 헌재는 “이에 피청구인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를 위반했다”고도 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른바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것에 대해 적어도 정치인들의 위치 추적을 지시한 행위라고 판단한 헌재는 “(피청구인이) 각 정당의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함으로써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봤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에 대한 위치확인 시도도 사법권의 독립 침해라고 판단했다.
부정선거 의혹 해소를 위한 계엄선포 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이 정한 계엄선포 요건인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선관위에 대한 압수 시도도 선관위의 독립성 침해라 위법하다고 봤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전 5분 동안 이뤄진 국무회의에 대해 헌재는 적법한 계엄선포 절차가 아니었다고 봤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계엄사령관 등 이 사건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청구인은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하지 않았음에도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였고, 그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하지 않았으며,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지도 않았으므로, 헌법 및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하였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런 행위들이 중대한 법 위반이어서 윤 대통령을 파면하는 게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러한 행위는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의 기본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헌법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며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것이다. 피청구인은 가장 신중히 행사되어야 할 권한인 국가긴급권을 헌법에서 정한 한계를 벗어나 행사하여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였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다.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한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여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하였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윤 대통령 쪽이 주장한 절차상의 문제점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 쪽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사유서에서 내란죄 등 형법 위반 부분을 헌법 위반 행위로 포함해 판단받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 헌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법조문을 철회·변경하는 것은 소추사유의 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탄핵소추안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거나 같은 회기에 같은 안건을 발의해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 윤석열 탄핵심판 111일의 기록
윤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검찰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지를 두고 김형두·이미선 재판관은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완화해서 적용할 수 있다며 증거 채택이 가능하다는 보충의견을, 앞으로는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남겼다.
비상계엄선포권이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행위로서 사법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재는 “고위공직자의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부터 헌법질서를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심판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약 22분에 걸쳐 선고요지를 읽었다. 윤 대통령은 문 대행이 주문을 읽은 이날 오전 11시22분에 대통령 직위가 박탈됐다. < 한겨레 오연서 김지은 장현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3.26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완승'을 거두면서 대권 가도에 '날개'를 달게 됐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대선이 열릴 때까지 사법부로 인한 정치 변수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이에 그동안 정치 일정 등으로 복잡하게 꼬아 놓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기일을 빠르게 지정해 국가적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헌재는 선입선출 원칙을 어기고 자기모순에 빠지면서까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해 탄핵소추를 기각했지만, 그 뒤 아무런 이유없이 윤 대통령에 대해 선고를 내리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다.
여야간 첨예했던 변수가 완전 제거된 만큼 헌재가 스스로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선고를 서둘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2심 판결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 지역 상향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에 따라 이뤄졌다고 발언한 것 모두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던 이른바 '골프 발언'에 대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마찬가지로 1심에서 유죄였던 백현동 발언과 관련해서도 '정치적 의견 표명'에 해당해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이 대표는 무죄 선고 뒤,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면서, 재판 결과에 대해 "사필귀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모였는데,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산불은 번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 않느냐"면서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 공직선거법 2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기뻐하고 있다. 2025.3.26. 연합
이번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은 단순한 정치 재판이 아니었다. 향후 대선뿐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 방향을 가늠할 이정표였다. 만약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 등 당선 무효형이 선고됐을 경우, 검찰과 사법부의 법조 카르텔이 가장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1위 대권주자와 함께 의석수 170석을 갖고 있는 제1당까지 일거에 날려버리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었다.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대혼란이 예고됐다. 애초 대선에서 패배한 정치인에 대해 검찰이 말꼬투리를 잡아 기소한 자체도 억지에 가까웠지만, 1심에서 말도 안 되는 형량이 나오면서 민주·개혁·진보 진영 내 위기감은 상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법원이 매우 이례적으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부에 두 달간 신건(새 사건) 배당을 중단하고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면서 대선 일정에 개입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법원의 움직임에 발맞춰 극우 정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라고 촉구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하며, 제1당 대권주자를 사실상 '제거'하려고 했다. 국민들의 선거권이 채 0.1%도 되지 않는 소수 법조계 인사들에 의해 도둑질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완전한 무죄'로 뒤집으면서 검찰과 법원 내 극우 카르텔에 철퇴를 내리게 됐다. 이로 인해 조기 대선과 연관된 이 대표의 정치 변수들도 제거됐다.
물론 이 대표가 여전히 검찰의 '쪼개기 기소'로 5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조기 대선 일정과 연계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이 이날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고, 검찰이 자신만만해 했던 위증교사 사건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만큼 추후 정치 일정만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4건의 사건 재판을, 수원지법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재판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건 규모도 크고 검찰에 대한 이 대표 쪽 반론도 만만찮은 만큼 대선까지는 속도를 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3.8. 연합
이제 남은 정치 변수는 단 하나, '윤석열 파면' 여부다. 지난해 12월 3일 밤과 12월 4일 새벽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군인들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군홧발로 짓밟는 장면을 전국민이 지켜봤다. 이견이 없는 명백한 내란 행위다. 이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국민들의 노력으로 윤 대통령 탄핵 소추가 됐고, 헌재의 탄핵심판에서 역시 압도적인 증거와 진술로 윤 대통령의 국헌문란 행위가 증명됐다. 대다수의 양심적인 헌법학자들은 실체 판단에 있어 윤 대통령을 8대0 만장일치로 탄핵하는 것에 이론이 없다. 그럼에도 헌재의 선고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무기한 연장하고 있다.
그 사이 윤 대통령은 지귀연 판사의 말도 안되는 논리로 구속 취소돼 사회 혼란은 가중됐고, 소수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실질적인 내용 면에서 파면을 피하기 어렵게 되자 이제는 탄핵심판 자체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헌재는 마치 극우의 주장에 동조한 것처럼 선입선출(먼저 들어오는 순서대로 사건 처리함) 원칙까지 깨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보다 늦게 접수된 한덕수 대행에 대한 탄핵심판을 먼저 선고하고, 심지어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도 포기한 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 선고 결과까지 모두 지켜봤다.
헌재 재판관으로서는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설득력 떨어지는 논리로 다른 탄핵 사건들을 먼저 처리하며 윤 대통령 선고를 미뤄왔지만, 이제 절차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더 이상 시비할 거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헌재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확실성으로 정치·경제적 불안정 상태만 심화되고 사회 전반의 피로감만 커질 뿐이다. 빠르게 선고 절차를 밟고 파면 결정을 내려 차기 대선이 원활하게 치러지고 정부가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헌재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8명의 재판관이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 일부 재판관이 마음대로 꺾을 수 있는 역사의 흐름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헌재의 존재 가치만 없앨 뿐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2025.3.24 [공동취재] 연합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거듭 헌재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 출석 전 광화문 천막 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의 지휘탑이 무너져서 혼란과 혼돈 그 자체"라며 "이를 하루라도 빨리 종식해야 할 헌재가 아무런 국민이 납득할 이유도 없이 (선고를) 계속 미룬다는 것 자체가 헌정 질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재가 헌법 수호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면서 "국민은 탄핵 이후 100일 넘게 기다렸다. 국민 신임을 배신하지 말고 오늘 중 선고 기일을 지정하라"고 외쳤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 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윤석열 파면만이 헌법 수호의 길"이라며 "내란 상황에선 시간과 속도가 정의로, 오늘 반드시 선고 기일을 지정해 명예와 존재의 가치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전현희 최고위원 역시 "헌재가 낫 놓고 알 수 있는 기역자 만큼이나 명백한 위헌 사유를 앞에 두고 판결을 지연하고 있다"며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리면 강력한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탄핵심판 선고기일 지정을 압박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정청래)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신속히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청구인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기일 신속 지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내란에 동조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처리에 반대하면서 표결에 불참했다. 해당 결의안은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 변론이 종결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선고기일이 지정되지 않는 상황 속에 대외적 국가신인도 추락 등이 우려된다며 헌재에 선고기일을 신속히 지정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석열 즉각퇴진ㆍ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 관계자들이 26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윤 대통령 파면 즉각 선고 촉구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2025.3.26. 연합
문재인 전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헌재의 조속한 탄핵결정을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사회의 혼란과 국민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렀다. 우리 국민들이 앞으로 치러야할 대가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탄핵 결정이 지체될수록 그 대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헌재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고 믿는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목격해온 국민들로서는 탄핵결정이 이토록 늦어지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탄핵결정만이 헌법가치를 수호하는 길이자 헌재의 존재가치를 수호하는 길"이라며 "밤을 새워서라도 평의와 결정문 작성을 서둘러서, 탄핵의 선고가 이번주를 넘기지 않도록 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했다.
광주에서는 시민들의 삼보일배가 진행됐다. 18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과 금남로 일대에서 삼보일배 투쟁을 펼치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삼보일배에 참여한 박시영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이사장은 "하루빨리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라"며 "더 기다리게 한다면 헌법재판소까지 기어서라도 헌법재판소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헌재는 언제까지 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지속할 것인가"라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삼보일배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36명의 삼보일배 투쟁 참가자들은 5·18민주광장에서 금남공원까지 갔다가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면서 약 1㎞를 행진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이재명 ‘선거법 위반’ 모든 혐의 무죄…대선가도 탄력
2심 “김문기·백현동 허위발언 아냐” 1심 뒤집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대선 때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항소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형량이 확정될 경우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될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 이 대표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26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대표의 발언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며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를 받다가 숨진 김문기 전 처장을 아느냐’는 질문에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음에도 “몰랐다”고 답하고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특혜 논란이 불거진 뒤인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에) 응한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백현동 협박 발언’을 허위사실이 아닌 ‘과장’이라며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남시가 용도변경 관련해 압박을 받은 것은 인정할 수 있고, 공표 사실 내용 전체에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될 때 세부적으로 과장됐다 해도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전체적으로 의견표명에 해당하므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5년 외국 출장 중 이 대표가 골프 모자를 쓰고 김 전 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에 대해 “조작됐다”고 주장한 부분도 1심은 유죄로 인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본은 해외에서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것이므로 골프 행위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볼 수 없다“, ”원본 일부를 떼어낸 거라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김 전 처장을 모른다’는 관련 발언도 선거법에서 허위사실 공표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아닌 ‘인식’이므로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사필귀정”이라며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이상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은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이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