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 이름으로 기어이 거부권 행사

경호처의 '내란 수괴 호위대' 행태에도 뒷짐만
양곡법 등 이어 '내란‧김건희 쌍특검'까지 거부?

민주 "윤 꼭두각시"…탄핵엔 신중 "선 넘지 말라"
헌법재판관 임명 협조 등 요구하며 당분간 인내

농민들은 농업 4법 거부권에 '트랙터 시위' 분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12.19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연합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을 파국으로 이끄는 과정에서 언제나 조력자로 복무해왔던 행정부 2인자였다. 그런 인물이 급기야 '대통령 권한대행'의 이름으로 거부권(재의요구권)까지 행사했다. 국민의 간절한 염원에 힘입은 국회의 탄핵소추로 윤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지만 한덕수 대행이 그 '아바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사실상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행은 이번에 농어업 관련 민생 법안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현 시국에서 가장 중대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놓고도 윤 대통령의 꼭두각시로서 '광란의 칼춤'을 추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심지어 대통령 경호처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의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서류를 '수취 거절'하는 등 노골적으로 내란 수괴의 호위대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한 대행은 뒷짐만 지고 있다. 내란 동조 세력이 정부‧여당에 잔뜩 포진한 채 이제 한 대행을 중심으로 활개 치는 형국이다.

한 대행은 19일 양곡관리법,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지난달 28일 국회가 표결을 거쳐 통과시킨 6개 쟁점 법안을 재의해달라고 도로 국회에 돌려보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들 6개 법안은 국회 본회의 재투표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폐기된다.

한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며 "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심하게 됐다"고 언필칭 '헌법'을 들먹였다. 그는 6개 법안 각각에 대한 거부 사유를 열거한 뒤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12.19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야권은 폭발 직전이다. 한 대행을 '윤석열 시즌 2' '내란 세력의 꼭두각시'로 지칭하며 격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면서도 원내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을 즉각 탄핵소추하는 액션에 돌입하지는 않고 ▲내란 단죄를 위한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조속히 공포 ▲헌법재판관 임명 협조 ▲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수사 협조 등을 요구하며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는 국민의 뜻이 아니라 내란 수괴 윤석열의 뜻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라며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 복귀를 원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은 최악의 쌀값 폭락으로 절망에 빠진 농민을 살리자는 민생 법안이다. 국회법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강화·보장해주는 것이고, 국회증언감정법은 앞으로 진행될 12‧3 내란 사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도 필요한 개혁 법안"이라며 "한덕수 대행이 판단 기준으로 내세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고 국가의 미래에도 도움이 되는 정의롭고 상식적인 법안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덕수 권한대행은 법에 따라 상설특검 추천 의뢰부터 하라. 지난 10일 국회에서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이 통과됐고 이미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도 구성했다"면서 "내란 사태를 지속시키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도 즉시 공포해야 한다. 만약 한덕수 권한대행이 탄핵 민심을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고 전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국회가 지난 11일 정부에 상설특검 추천위원회 명단을 보냈으니 법에 따라 지체 없이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상설특검법에서 '지체 없이'라는 의미는 하루 또는 이틀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오늘로 벌써 8일이 지나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이미 내란의 공범으로 수사 기관에 입건돼 있는 상태다. 자신의 무고함을 말로만 주장하지 말고 법을 지켜 상설특검을 출범시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윤석열 시즌 2인가? 한덕수 권한대행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윤석열과 내란 세력의 꼭두각시 노릇이 아니라 민의를 따르는 것"이라며 "한덕수 대행은 '내란 대행'이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본분이 어디 있는지 깨닫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덕수 권한대행의 내란 세력 비호를 강력히 규탄한다. 거부권을 행사한 사람의 이름만 윤석열에서 한덕수로 바뀌었을 뿐 내란 정권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면서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리겠다. 선을 넘지 말라"고 엄중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처럼 한 대행 행태를 두고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당장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보다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까지는 지켜보겠다는 기류다. 정책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곧바로 탄핵 사유로 삼기에는 명분이 부족한 측면이 있고, 한 대행이 적어도 내란 특검법은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이 "선을 넘지 말라"고 마지막 경고를 했듯이, 특검법 거부 및 헌법재판관 임명 회피라는 '레드라인'을 넘을 때까지는 인내하면서 한 대행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트랙터와 트럭 수십 대를 몰고 상경 행진 중인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 소속 농민들이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12.19. 연합
 

한편 농민들은 이날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트랙터 시위'를 벌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 100여 명은 트랙터 20여 대와 화물차 60여 대를 몰고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으로 몰려가 결의대회를 열었다. 상경 시위를 위해 영남과 호남에서 출발한 농민들은 충남 공주에서 충청지역 농민들과 만나 함께 세종시로 이동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 국민의힘 해체 등을 요구했고, 특히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집중 성토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윤석열이 물러나고 한덕수 체제가 들어선 뒤 가장 먼저 한 것이 양곡관리법 등 농민 관련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라며 "농민을 죽이는 거부권은 절대 안 된다고 호소했음에도 이 정부가 또다시 농민을 버렸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결의대회가 끝난 뒤 트랙터를 몰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향해 이동했다.

전농은 성명에서 "당장 구속, 처벌해도 시원치 않을 내란 공범과 잔당들이 거부권을 행사하다니 가당치 않은 일이다. 한덕수는 국무회의에 참석해놓고도 계엄을 몰랐다며 국민을 기만하려 한 범죄자"라면서 "권한대행이랍시고 자리를 꿰차고 앉아 대통령인 양 행세하고 있다. 국민은 한덕수를 뽑은 적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곡관리법과 농업4법은 기후 재난과 식량 위기로 위협받는 국민의 먹거리와 농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내란 공범과 잔당들이 막아설 수 없는 역사와 민중의 명령"이라며 "국민의 먹거리와 농민의 생존권을 짓밟은 죄인들을 모두 역사와 민중의 이름으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민주 “한덕수,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여부가 조기 탄핵 잣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20일, 기한 내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을 국회에 요청하지 않으면 한 대행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당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날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재의를 요구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관련해 “민주당이 (한 대행 탄핵소추 추진 여부 결정을) 12월말까지 기다리는 게 아닌가, 탄핵은 안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오지만 민주당은 기다리지 않는다. 선제적 탄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1단계로 당 차원에서 분명한 데드라인을 잡아서 상설특검 절차가 가동될 수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추천을 요구하라고 할 것”이라며 “‘특검 후보 추천위원회’에 추천 요청은 지체없이 하게 돼 있는 게 법에 정해진 기계적 절차다. 지체 없이는 길어야 이틀”이라고 덧붙였다.

노 원내대변인은 ‘데드라인’과 관련해 “막판 고민이 있을 듯하지만, 그 기준이 (내란 일반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시한 하루 전인)12월31일 단 하루로 맞춰지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상설특검 임명절차 돌입 여부가 한 대행 조기 탄핵 여부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3일부터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구속을 요구하는 비상행동에 돌입하고, 시민단체들이 주최하는 주말 집회 참석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민주당은 1월초까지 당 소속 의원들의 국외 출국도 금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민생법안 86건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며 본회의 일정과 무관하게 국회 상임위를 모두 가동하기로 했다. 또,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국민에게 드리는 감사문을 본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4·19 이후 국회에서 국민께 드리는 감사문을 의결한 전례가 있다고 해 따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이재명 “한덕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한다면 그것도 내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양곡관리법 등에 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두고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는 행태가 한 대행 체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며 “민의에 따라 내란 특검법을 신속히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감스럽게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남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19일 한 대행은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쌀값 폭락시 재정으로 초과생산량 의무 매입)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 개정안(기준가격 미만으로 농산물 가격 하락하면 차액의 일정 비율을 지급)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국가와 지자체가 재해 이전까지 생산비 보조)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자연재해 피해에 따른 보험료율 할증 금지) △국회법 개정안(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 폐지)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국회 동행명령 대상 증인을 ‘국정감사·조사’에서 ‘중요한 안건심사와 청문회’로 확대)에 재의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를 두고 “정부에 의한 삼권 분립 훼손이 지속되고 있어서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대통령의 헌법과 계엄법 위반에 대한 국민의 뜻은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한 권한대행은 더 이상 국민 뜻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또 한 대행이 내란 상설특검의 특검 추천의뢰를 해야 하는데 이를 엿새째 유보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하는 것”이라며 “국회가 헌법 재판관을 추천했는데도 임명하지 않는 것을 검토한다던데 설마 사실이 아닐 거라고 믿고 싶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내란 동조가 아니라 그 자체로 내란행위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언제든 한 대행 탄핵 절차에 착수할 수 있도록 탄핵소추안 초안을 작성해둔 상태다. 최고위 회의에서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크리스마스(25일) 전에 (한 대행의 탄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대표는 여당을 향해서도 “국민의힘 태도가 해괴하다. 계엄 해제를 반대하고, 탄핵을 반대하고,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국민 두려운 것을 모르고 여전히 내란에 동조하기에 여념 없는 국민의힘은 각성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란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윤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 절차 진행에 협조해야 한다. 이것이 윤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할 최소한의 도리다”라고 말했다.

정부에는 빠른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촉구했다. 그는 “성장의 하방 압력이 뚜렷해지자 경제 당국이 이제서야 추경을 주장하고 나섰다”며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 부양 위한 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국난에 비견되는 이 비상한 시국에 신속한, 그리고 비상한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삶을 직시해서 지금 바로 추경 편성에 나서기를 바라고, 국민의힘도 추경 편성에 협조하라”고 했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

한덕수, 6개 법안 거부권…민주 “윤석열 꼭두각시 노릇 말라”

김건희 특검법·내란 특검법·헌법재판관 임명 등 남아
민주 “지켜보고 있다”…탄핵소추 추진 여부 논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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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결심했다”며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은 “내란 공범, 내란 대행으로 남으려 하느냐”고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 여부는 조금 더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한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며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6개 법안(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국회증언감정법,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요구안을 상정·심의·의결하고 재가했다.

한 대행은 이 과정에서 야당이 ‘농민 생존권 보장’ 등을 이유로 추진한 양곡법 등 ‘농업 4법’에 대해 “시장기능을 왜곡하여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 과잉이 우려돼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를 일일이 설명했다.

야당은 “명백한 입법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한 대행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윤석열과 내란 세력의 꼭두각시 노릇이 아니라 민의를 따르는 것”이라며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절차와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일반 특검법 공포, 헌법재판관 임명 등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몫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 등에 한 대행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당장 탄핵소추에 나서기보다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반면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는 환영 논평을 냈다. < 한겨레  이승준 기민도 전광준 기자 >

‘케이블타이로 손발 묶고 두건 씌워 납치’ 지시

남겨진 주요 의문들 채우는 결정적 폭로
특정 지역, 특정 학교 배제하고 점조직처럼 차출

납치∙감금한 채 검찰 수사, 정상 수사일 리가
‘부정선거 신봉’ 넘어 ‘부정선거 현실화’ 음모?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24.12.12. 연합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계엄 당시 판교에 대기하고 있던 국군정보사령부 HID 포함 공작요원들이 특정 선관위 직원 30명을 강제 납치해 수도방위사령부의 B1 벙커에 감금할 계획이었다고 폭로했다. 앞서 계엄 쿠데타 이후 김 의원이 제기했던 의혹들 거의 전부가 사실로 밝혀진 바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선관위 직원들을 감금하려는 계획이 검찰과 국정원이 선관위 서버를 수사하려 했다는 계획과 맞물려, 윤석열과 그 추종자들이 소위 ‘부정선거’ 수사를 벌이면서 뒤로는 감금된 선관위 직원들을 강압해 조작된 수사 결과를 만들어내려 했던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케이블타이로 손발 묶고 두건 씌워 납치’ 지시

김 의원은 19일 아침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같은 제보 내용을 밝혔다. 이 정보사 공작요원들은 앞서 김 의원이 국회 국방위에서 주장했던 것이 경찰 수사에서 정보사 1처장 정 대령의 진술로 사실로 확인됐던 것으로, 17일 아침 MBC가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김 의원이 추가 폭로한 내용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앞선 경찰 수사에서 12월 1일 ‘롯데리아 회동’에서 민간인인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의 지시를 받은 정보사의 문상호 사령관과 정 모 대령, 김 모 대령 등이 계엄 당일 사전 선발한 정보사 산하 공작요원들을 9시경 정보사 회의실로 집합해 요원들에게 교육을 실시했다는 사실까지는 알려졌었다.

이때 공작요원들에게 ‘내일 아침 2개 팀이 선관위에 가야 하니 아침에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 명령에 따라 이 요원들은 계엄 선포 직후 판교로 이동해 아침에 추가 명령이 내려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공작요원들이 동원된 목적인 그 추가 명령이 무슨 내용이었는지가 철저히 숨겨져 있었다.

 

계엄 당시 선관위 직원 무력 납치 계획을 폭로하는 김병주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영상 캡처)
 

김 의원의 이번 폭로는 이 판교 대기 공작요원들이 계엄 다음날인 4일 아침 일찍 선관위로 출동해 선관위로 출동하는 직원들을 납치하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판교에서 아침 5시에 출발해 선관위에 5시 40분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선관위에서 과장급 포함 핵심 실무자 직원들 30명을 골라 무력으로 제압해 B1 벙커로 납치할 예정이었다. 납치할 선관위 직원 30명의 구체적 명단도 불러줬다고 했다.

이 공작요원들은 출근하는 직원들을 명단과 확인해 그대로 납치한 뒤 B1 벙커에 감금할 계획이었으며, 무력을 어느 정도 동원하느냐는 질문에 ‘케이블타이로 손목과 발목을 묶고 두건을 씌워 데려오라’라는 구체적 지침까지 내려졌다고 했다.

선관위 직원 납치 임무를 받은 이 판교 대기 공작요원들은 HID 포함 정보사의 소령, 중령급 장교들이 주축으로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많은 38명이었다.

진행자가 “솔직히 믿기지가 않는데..”라고 하자 김 의원 역시 “저도 믿기지가 않아서 여러 확인할 만한 루트로 확인했고, 실제 회의장에 있었던 인원들의 제보도 받았다”, “아주 신뢰할 수 있는 제보자로서 (작전에) 아주 깊숙이 관여됐던 일종의 양심고백’이라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이 궁금했던 전후좌우 관계가 들어맞는다고도 했다.

김 의원에게 제보한 직접 제보자는 이 38명 중의 한 명으로 계엄 당일 정보사 회의실에서 해당 임무를 직접 들은 요원들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지역, 특정 학교 배제하고 점조직처럼 차출

이 방송에서 김 의원의 입에서는 이 작전과 관련된 더 자세한 내용들도 흘러나왔다.

계엄 당일 정보사에 모였던 공작요원들 중에서 별도의 한 개 팀에게는 먼저 B1 벙커로 가서 50개의 방을 확보하고 준비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B1 벙커에는 회의실 등 몇 백 개의 방이 있다고 한다.

또 이 납치작전을 지시한 정보사 문상호 사령관과 김 대령, 정 대령은 이미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사를 받고 있지 않은 그 아래의 중령 급이 동원됐던 38명의 공작요원들을 수사에 협조하지 않도록 회유 중이라고 했다.

이는 문상호가 국회 국방위 출석 다음날 부하들에게 “(내가) 국방위에서 이야기한대로 경찰 조사에 임하면 된다”라며 주요 사실을 숨길 것을 지시했다고 알려진 것과도 연결된다. 문상호는 국회 국방위에서 당일 소집됐던 공작요원들에게 ‘너희들은 선관위로 갈 것이니 대기하고 있어라’라고 지시했다고만 답변한 바 있다. 아직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은 하급자 중령이 문상호의 지시대로 사실 은폐를 하도록 회유하고 있는 것이다.

또 38명의 공작요원들은 어디 한 군데서 일괄 차출한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점 조직과 비슷하게 각각 포섭한 인원들로서, 출신 고등학교나 출신 지역까지 체크하며 선발된 인원이라고 했다. 특히 특정 지역 출신자는 배제됐다고 했다.

또 문상호는 국방위 답변에서 3~4일분 속옷 양말 세면도구 등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했지만, 실제 공작요원들에게 내려진 지시는 일주일치의 분량을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노상원과 문상호 등 정보사 지휘부의 계획에서는 계엄 직후 선관위 직원들을 납치해 벙커에 감금하는 것 외에 추가 작전 계획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노상원과 문상호, 2명의 대령이 계엄 모의를 꾸민 곳이 하필 ‘롯데리아’인 데 대해 김 의원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에서 얘기해야 도감청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 때문에 도감청이 어렵다는 것이다. 흔히 연상하기 쉬운 밀실이나 식당의 룸은 오히려 도감청에 취약하며, 이런 것은 공작의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김 의원도 제보자와 접촉할 때 사람 많은 전자상가 같은 곳에서 만났다고 했다.

남겨진 주요 의문들 채우는 결정적 폭로

이런 김 의원의 폭로는, 이미 사실로 확인됐던 정보사의 선관위 작전에서 남은 의문의 조각들과 거의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문제의 공작 요원들과 별개로 선관위를 먼저 접수했던 계엄군들은 당직 등으로 남아있던 일부 선관위 직원들의 휴대폰은 물론이고 유선전화와 컴퓨터 사용까지 전면 차단했다는 사실이 지난 8일에 MBC 단독 보도로 알려졌는데, 그렇게 통신을 완전히 차단했던 목적은 의문으로 남겨졌었다.

 

12월 3일 계엄 선포 직후 선관위를 점령한 계엄군은 선관위 직원들의 휴대폰을 뺏고 유선전화와 컴퓨터까지 사용을 막아 외부와의 통신을 완전히 차단했었다. (MBC 뉴스 영상 캡처)
 

계엄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는 선관위 직원들 중 하달 받은 리스트에 있는 직원들을 납치하려는 계획이었으므로 선관위가 계엄군에 접수됐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선관위가 계엄군에 점령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납치 대상 직원들 다수가 출근하지 않을 것이 당연한 상황이었다.

실제 국회 점령은 수많은 방송과 언론, 시민들의 눈에 노출되어 떠들썩하게 알려졌던 반면, 오히려 국회보다 먼저, 계엄령 선포 2분만에 점령했던 선관위는 그 사실이 전혀 노출되지 않다가 계엄 해제 후인 4일 오후에야 뉴스타파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앞서 10일 국회 국방위에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방첩사 이경민 참모장에게 ‘체포 대상 14명의 요인들을 방첩사 지하 구금시설에 넣으라고 했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자, 방첩사 수사단장 김대우가 돌발적으로 손을 들고 대신 답변에 나섰던 바 있다. 방첩사 지하가 아닌 수방사 지하 B1 벙커로 구금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방사 B1 벙커는 군인 500명이 동시에 훈련을 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겨우 14명을 감금하기 위해 수방사 B1 벙커까지 보낸다는 것은 조금 의아한 면이 있었다. 이번 김 의원의 폭로로, 정치인 포함 요인 14명 외에 선관위 직원 30명 역시도 같은 B1 벙커에 감금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특히 이번 폭로에서 확보하라고 했다는 B1 벙커의 방 개수가 50개인 점도 유의미하다. 당초 알려진 요인 14명에 선관위 특정 직원들 30명을 더하면 44명이다. 약간의 여유분을 생각했다면 50개의 방을 확보하라 했던 지시와 거의 들어맞는다. 이들을 서로 접촉도 할 수 없도록 각각의 방에 별도 감금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또한 앞서 김 의원은 이 판교 대기 정보사 공작요원들의 존재를 최초로 알리면서 추측으로 이 계엄 선포 후 후방 소란 임무를 맡았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었는데, 일단 1차적인 임무는 후방 소란이 아닌 선관위 직원 납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작전 기간을 최대 일주일까지 준비했던 것을 보면 계엄 하에서 추가 임무가 주어졌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한편 계엄 선포 직후 2분만에 선관위에 진입한 정보사 요원들은 이 공작요원들과 별개로 정보사 사령부 자체의 참모 인원들인 사실이 알려져 있다. 실제 선관위 서버실에서 특정 서버들을 골라 사진을 찍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된 인원은 정보사령관 문상호의 측근인 고동희 대령이었다.

납치∙감금한 채 검찰 수사, 정상 수사일 리가

이번 폭로로 계엄 수뇌부가 세웠던 선관위 관련의 작전 계획의 또다른 한 갈래가 밝혀진 것이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선관위 점령의 목적에 대해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라고 답했던 바 있다. 계엄 실패 이후 윤석열도 담화에서 같은 취지의 답을 함으로써, 일단 계엄선포의 주요 배경들 중 하나가 윤석열과 김용현 등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했던 때문이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 15일 JTBC는 ‘뉴스룸’에서 계엄 당시 방첩사령관 여인형이 1처장 정성우 대령을 통해 선관위 투입 예정 병력들에게 “선관위에 검찰과 국정원이 올 것", "중요한 임무는 검찰 등에 맡기고 이후에 지원하면 된다”라고 알렸다고 사실을 보도했다. 이 같은 작전 지시를 받은 현장 지휘관들 중 하나를 취재해 확인한 내용이었다.

즉 계엄 수뇌부가 세웠던 선관위 작전의 주요 축이 ‘정보사→방첩사→검찰∙국정원’의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것이다. 검찰과 국정원이 선관위 서버들을 수사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선관위 서버들은 정보사가 탐색하고 보안사가 확보한 후에는 검찰과 국정원이 수사를 주도할 예정이었다. (JTBC 뉴스 화면 캡처)
 

특히 계엄 당일 이 지시를 여인형으로부터 받아 부하 지휘관들에게 전달한 당사자인 방첩사 정 대령을 포함한 계엄군 지휘관들은, 정보사와 방첩사 단계까지의 작전 계획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히 밝히면서도 그 다음 단계로 검찰과 국정원이 선관위 서버를 인계 받을 계획이었다는 사실은 철저히 숨기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 검찰이 선관위 서버를 뒤져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것이라면 굳이 계엄 선포를 하면서 선관위 점거를 국회 점거보다도 더 서둘렀던 이유로 이해하기 힘들다. 검찰이 선관위 수사를 정상적으로 할 것이라면 말이다. 이쯤 되면 검찰의 수사 방식이 과연 제대로 하려는 것이었을까 하는 의심이 뒤따르는 것이 정상적이다.

이런 의심에 대한 답이 이번 김 의원의 폭로로 드러난 셈일 수 있다.

계엄군이 특정 선관위 직원 30명을 사전에 목표로 삼고 무력을 동원해 납치하는 것은 아무리 계엄령 선포 상태라고 해도 초법적인 방식이다. ‘부정선거’ 의심은 음모론자들의 편협한 사고에만 존재하는 일방적 의심일 뿐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범죄 의혹도 없을 뿐더러 긴급체포의 요건도 전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이블타이로 손발을 모두 묶고 두건까지 씌워 납치하는 것은, 설사 정말로 범죄 혐의자라고 해도 당연히 정상적인 체포 방식일 수도 없다. 의도적으로 선관위 직원들에게 공포심을 극대화시키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정선거 신봉’ 넘어 ‘부정선거 현실화’ 음모?

이렇게 납치한 선관위 직원들을 창문도 없는 지하 벙커에 가둔 후, 윤석열 등 계엄 수뇌부는 글자 그대로 ‘손발이 꽁꽁 묶인’ 데다 두건까지 씌워져 덜덜 떨고 있을 것이 분명한 이들을,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했던 것일까. 잘 어르고 타일러서 좋은 말로 ‘부정선거’ 시인을 받아내려고 했던 것일까?

정상적인 정신의 공직자라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손발을 모두 묶고 두건을 씌운다’는 지극히 폭압적인 납치 방식은, 윤석열과 김용현 등 계엄 수뇌부가 계획했던 것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정선거’ 관련의 자백을 받아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아가 계엄군 측이 이런 폭압적인 수단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은, 계엄 쿠데타가 성공했더라면 동시에 진행되었을 검찰과 국정원이 맡을 ‘부정선거 수사’와 별개일 리도 없다. 검찰과 국정원의 수사 역시도 조작 수사로 진행되었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정황과 의혹들을 종합해보면, 당초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한 목적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그대로 사실로 믿어서만이 아니라, 설사 사실이 아니라도 ‘사실로 만들기 위해서’ 였다고 의심하게 된다. 지난 4월의 22대 총선에서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결과가 부정선거에 의한 것이었다는 수사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은 사석에서 측근들에게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개적인 대중 연설에서도 거론했다. (뉴스타파, 시사포커스TV 캡처)
 

뒤로는 선관위 직원들을 감금한 상태로 상상하기도 어려운 강압적인 수단으로 허위 자백을 강요한 사실을 숨기고는 마치 검찰이 정상적인 수사 결과에 따라 부정선거 결론을 공표한다면, 조작된 정당성으로 4월 총선의 결과인 압도적 야권 우위 국회를 단번에 뒤집을 수도 있게 된다. 물론 여전히 비상계엄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윤석열을 매주마다 점점 더 옥죄고 있던 지지율 폭락 문제는 계엄사 포고문 제1호 2조의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 금지”로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실제 국민 여론이 어떻든 여론조사 결과는 아예 나오지도 못하게 할 수도, 윤석열에 유리하게 조작해서 공표하게 할 수도 있었다.

여소야대 국회를 뒤집고, 불리한 여론조사는 차단하고, ‘김건희특검법’ 따위는 상정될 기회조차 차단해버린 세상, 윤석열이 진정 열망하던 대한민국이 아니었겠는가. 실제 대한민국은 일거에 후진국으로 급추락하고 국민들에게는 지옥 같은 나라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 민들레 박지훈 기자 >

정보사 대령 “선관위 직원 묶을 케이블타이·두건 논의, 맞다”

롯데리아 계엄 논의 4명 중 1명
“선관위 장악 시도 국민께 사과”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인 밤 10시33분, 정보사령부 장교 등이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에 잠입해 전산 서버를 촬영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12·3 비상계엄 계획을 사전 모의한 혐의 등을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대령이 혐의를 시인하고 국민께 사과했다. 

정아무개 대령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김경호 변호사는 20일 대령 측이 변호인에게 제시한 진술을 토대로 ‘대국민 사과 및 자료 공개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정 대령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과 함께 경기도 안산의 한 햄버거집에서 계엄 계획을 논의한 4명 가운데 한 명이다. 

김 변호사는 “정 대령은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리고자 한다”며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수사기관에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에 동원된 유능한 부하 장병들에게 더 이상 책임이 전가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잘못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는 뜻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노상원 국군정보사령관이 2016년 10월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김 변호사는 정 대령이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직원들의 출근 시 신원 확인을 하고 회의실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준비한 점을 시인했으며, 선관위 인원 명단 확보와 케이블타이나 마스크, 두건 등 통제 방안 등을 논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가 공개한 ‘법률 의견서’를 보면, 정 대령은 단순히 상급자의 명령을 수동적으로 들은 게 아니라 △선관위 명단 정리 △정보사 인원 배치 및 차량 편성 △강압적 수단 등을 이용한 선관위 직원 이동 방법 등을 직접 논의하고 실천하려 했다.

김 변호사는 “정 대령은 상급자인 문상호 정보사령관, 노 전 사령관, 김아무개 대령 등과 함께 선관위 명단 확보, 실무적인 인원 편성, 출근 직원 통제 방법 등 내란 실행 준비 단계에 해당하는 구체적 행동계획을 협의·준비했다”며 “정 대령은 계엄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계엄 발동 시 명령이행의 당위성을 받아들였고, 선관위 직원들을 사실상 자유를 박탈하는 수단(필요하면 케이블 타이 논의)까지 검토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헌법기관을 무력화하는 사태에 실질적으로 협조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한겨레 강재구 기자 >

 

롯데리아서 내란 모의…“선관위 부정선거 증거 찾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계엄 이틀 전 정보사 간부들과 비밀회동

 

 
 
12·3 내란사태 이전에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 정보사 간부 3명에게 계엄 작전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된 경기 안산시의 롯데리아 영업점. 채윤태 기자
 

12·3 내란사태를 기획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이틀 전인 12월1일 국군 정보사령부 간부 3명과 경기 안산시에 있는 한 롯데리아 영업점에서 만나 계엄을 사전에 논의한 정황이 확인됐다.

2024년 12월17일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12월1일 낮 12시~1시께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 정보사 소속 정아무개 대령, 김아무개 대령을 경기 안산시에 있는 롯데리아의 한 영업점으로 불러 비밀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서버를 확인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1시간 여의 회동이 끝나고 노 전 사령관이 먼저 자리를 떠났고, 문 사령관은 이후 두 대령에게 “비상계엄”이 예정된 사실을 언급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 영업점의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문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2024년 11월22일 정 대령과 김 대령에게 “공작을 잘하는 인원 15명 정도를 선발해 명단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문 사령관이 이미 11월부터 계엄 계획에 대해 노 전 사령관에게 듣고 준비해왔다는 걸 시사한다.

이후 계엄 당일인 12월3일 문 사령관은 정 대령과 김 대령에게 “임무가 있을 수 있다”며 2개팀에서 모두 30~40명의 요원들을 준비시켰다. 요원들은 3~4일 정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짐을 챙기고, 수도권에 위치한 한 여단본부로 소집됐다. 이후 12월3일 밤 9시께 문 사령관이 여단본부에 도착했고, 밤 10시께 요원들에게 계엄 계획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문 사령관은 요원들에게 “계엄 선포 뒤, 12월4일 아침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해 대기하라. 임무는 그날 아침에 주겠다”고 명령했다. 하지만 12월4일 새벽 1시1분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의결했고, 이날 새벽 5시4분 국무총리실이 국무회의에서 새벽 4시30분을 기해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었다고 발표하면서 계엄이 종료됐다. 문 사령관은 12월4일 새벽 5시30분께 대기 중이던 요원들에게 “임무를 하지 않아 다행이다.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12월15일 노 전 사령관을 내란 혐의로 긴급 체포했고,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12월17일 노 전 사령관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문 사령관도 경찰에 긴급 체포됐지만, 검찰이 “군사법원법의 재판권 규정 등에 위반된다”며 긴급체포를 불승인해 석방됐다.   < 한겨레 채윤태  신다은  김완 기자 > 

경향신문 주간 “대통령 자격 없다고 판단… 국정농단 사태와 달라”
한겨레 편집국장 “편집국과 논설위원실 용어 통일… 내란수괴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일부 언론이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서 ‘대통령’ 칭호를 빼고 있다. 대신 “내란죄 피의자”, “내란수괴 윤석열”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는 보이지 않던 현상이다.

경향신문은 12월5일자 사설 <민주주의 지켜낸 시민들의 용감한 저항>에서 ‘대통령’ 칭호를 뺐다. 가장 첫 부분만 ‘대통령 윤석열’이라 적시한 뒤 “윤석열의 기습적인 ‘친위 쿠데타’”, “그들에게 윤석열은 전두환이었다” 등 본문에 대통령 직함을 붙이지 않았다. 이 원칙은 이후 대통령 관련 사설에서 동일하게 적용됐다.

▲ 12월9일자 경향신문 사설.
 

검찰이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입건한 다음날(9일)엔 ‘내란 수괴 윤석열’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경찰과 검찰은 외환 음모 혐의까지 추가될 수 있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당장 체포하라. 그게 주권자의 명령”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당일(14일) 사설에선 “윤석열은 내란 수괴임이 명약관화하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탄핵 심판을 집중 심리해 조속히 파면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계엄 및 탄핵 관련 사설에서 ‘내란죄 피의자’, ‘12·3 내란 사태 피의자’ 수식을 ‘윤석열 대통령’ 앞에 붙이고 있다. 12월9일자 사설에서 한겨레는 “12·3 내란사태의 수괴인 윤석열 대통령”,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등으로 표현했다. 한겨레의 지난 7일자 1면 제목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다.

▲ 7일자 한겨레 1면 기사.
▲7일 오후 3시경, 서울 여의도에 배포된 시사IN 특별판 ‘내란범 윤석열’. 사진=윤유경 기자
 

시사IN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1차 표결이 있었던 지난 7일 ‘거리편집국’을 차리고 특별판 ‘내란범 윤석열’을 배포했다. 시사IN 기자협회는 지난 6일 계엄 사태에 대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12·3 쿠데타 주범 윤석열을 처벌하라”고 했다. 뉴스토마토는 최근 기사에 ‘윤석열 대통령’ 대신 ‘윤석열씨’로 통일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국정농단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10일 당시에도 신문들은 사설에 ‘대통령’ 직함을 붙였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모두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했다.

이기수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17일 통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내란으로 규정됐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봤다. 그래서 중립적으로 대통령 표현을 뺀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비교해선 “국정농단은 어디까지 (대통령이) 관여하고 어느 법리가 적용되는지 봐야 했지만 내란은 바로 현행범으로 수사할 수 있는 문제기 때문에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주현 한겨레 편집국장은 “처음엔 비상계엄 사태라 쓰다가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시작한 6일부터 ‘12·3 내란 사태’로 용어정리를 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의원 체포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내란을 주도한 것이 명백했다. 이후 편집국과 논설위원실이 의논을 해서 용어를 통일한 것이다. 12월8일부터는 윤석열 대통령 앞에 ‘내란죄 피의자’를 쓰기로 했고 사설뿐 아니라 기사에서도 최대한 그렇게 하자고 정리를 했다”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국장은 “국정농단 사태와 달리 이번엔 초반부터 (대통령) 본인이 직접 지시한 정황이 나왔다. 포고령만 봐도 군사력을 동원해 의회를 공격하고자 한 것이 명백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때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주간은 “박 전 대통령도 재판 끝나고 혐의가 대부분 확정됐을 때는 대통령을 붙이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2021년 1월1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등으로 징역 20년의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자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도 징역 17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라며 “박근혜씨도 지금이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 미디어 오늘 박재령 기자 >

부대변인이 대통령실 입장 일부 외신에 전달,

조태열 장관  “알지도 못했고 동의도 않아”

 
 
▲김영배 민주당 의원실이 16일 국회 외통위에서 공개한 지난 5일 외교부 부대변인 전달 PG 내용.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영상 갈무리
 

외교부 공보를 맡는 부대변인이 12·3 내란 사태 이틀 뒤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입장문(PG·Press Guidance)을 외신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를 알지 못했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이 지난 5일 일부 외신기자들에게 전달한 대통령실 PG를 공개했다.

한글 문답지 형식의 PG에는 지난 3일 계엄 선포에 대해 “헌법주의자이자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누구보다 숭배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단”이었다며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볼모로 법률안과 예산안을 방해하고, 타협할 수 없는 국가안보를 훼손한 세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라고 적혀 있다. ‘위헌 친위 쿠데타’라 비판 받는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한 내용이다.

PG는 계엄 선포가 헌정질서 파괴라는 지적에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으로서 헌정 파괴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액션은 했지만, 합헌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했다”고 밝히고 있다. 야당과 타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엔 “입법 폭주를 통한 국정농단의 도가 지나치다”며 “국정 자체를 마비시킬 지경”이고, “45년 동안 이런 야당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왼쪽)과 김영배 민주당 의원.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유창호 부대변인은 PG를 대통령실 비서관실로부터 받았다면서도 전달한 이가 누군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유 부대변인은 계엄 선포에 대해 기자들 질의가 있었다며 이에 자료를 받아 외신 기자들에게 개인적으로 보냈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4일 비상계엄 사태 관련 외신에 ‘계엄 선포가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부대변인은 이튿날 이와 비슷한 내용의 PG를 외신기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유 부대변인은 지난달 본부로 발령나기 전까지 대통령실 미래정책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조태열 장관은 ‘해당 PG 내용에 동의하냐’는 질의에 “알지도 못하고 동의하지도 않는다”라며 “외교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영배 의원은 “내란에 동조하는 행위”이자 “또 다른 쿠데타”라며 “직무배제하고 감찰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조 장관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