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총리 지명 뒤 무난하게 검증 절차를 통과하리라 여겨졌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종합선물세트라 불릴 만큼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1일 낮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이 후보자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강원도 모처에서 칩거중인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주변인사들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12일 밤 부인과 함께 서울 도곡동 자택을 떠나 강원도 모처로 향했다.
12일은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로 했던 날이지만, 당일 여야는 임명동의안의 표결 문제를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16일로 본회의를 연기했다.
이 후보자는 TV와 신문 등 바깥 소식을 끊은 채 심신을 추스르고 있으며, 일부 측근과의 통화 외에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가 이후 자택으로 돌아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오는 15일까지는 강원도에 머무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자는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에 들러 음식을 구입하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모습이 한 온라인매체에 포착되기도 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본회의 연기가 결정된 이후 측근들과의 통화에서 “내 잘못으로 일이 이렇게 번져 미안하다”고 말하는 등 총리 인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자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샐러리맨들과의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증세는 배신’ 이란 말 듣고 충격받아
봉급쟁이 세금 올린 것 증세 아니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0일 “(경제활성화 노력없는 증세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두고 “(국민에 대한) 이중의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일 당선 일성으로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뒤 사흘 연속 청와대를 향해 고강도 비판을 이어간 것이다. 전날 주재한 첫번째 최고위원회에서는 “증세 없는 복지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박 대통령을 비판한 바 있다.

문 대표의 이날 발언은 취임 뒤 첫 민생 행보로 기획한 ‘샐러리맨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나왔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어제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 (“증세는 배신”이란) 말을 듣고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충격을 받았다. 담뱃세 인상과 공제 제도 변경으로 가난한 봉급쟁이들 세금을 올린 것은 증세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증세 안 하겠다 약속하고) 증세 했으니 배신, 국민이 원하는 법인세 정상화는 외면하면서 그 부담을 서민에게 전가했으니 또 한번의 배신”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간담회 끝 부분에 자신의 복지 기조인 ‘중부담 중복지’의 타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데, 국민이 내는 세금은 이미 (OECD 평균 수준인) 중부담이다. 대기업의 세금을 중부담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복지를 중복지로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공기업·금융권 등에서 일하는 30~40대 직장인 20여명이 참여했다.
<이세영 기자>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1월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혁명조직 RO 실체, 검찰 제출 증거로는 인정 안돼”
내란 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 원심 확정
이석기, 선고 직후 “사법 정의는 죽었다”… 가족들 오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2일 ‘내란 음모’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53)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상고심에서, 내란 음모는 무죄로 판단하고 내란 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핵심 쟁점인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 “내란 음모를 유죄로 인정하려면, 범죄 결심을 표시하거나 전달한 정도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인식되는 실질적 위험성 인정돼야 한다. 위험성 여부도 합의 내용, 구체적 시기, 당사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대법원은 “회합 참가자가 생각나는 대로 폭력 행위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향후 내란 준비 행위를 구체적으로 했다고 볼 수 없다. 이석기 전 의원의 발언에 호응해 논의했지만 1회 토론을 넘어 내란 실행에 나가나는 합의를 단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과 김홍렬씨의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해서는 “이들의 발언은 한반도에 전쟁 발발 시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 폭력 행위를 준비하라는 것으로, 회합 참석자들의 행동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고, 가까운 장래에 내란 결의를 유발할 위험이 있는 내란 선동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르오’(RO·혁명조직) 실체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존재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회관에서 아르오 조직원 130여명과 모임을 갖고 전쟁 발발 시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 폭동을 모의한 혐의(내란 음모·선동)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2월 1심인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정운)는 아르오의 실체를 인정하고 이 전 의원에게 적용된 내란 음모·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2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홍열(47)·이상호(51)·김근래(47)·조양원(51)·홍순석(50)·한동근(47)씨에게도 징역 4~7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8월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이민걸)는 “아르오의 존재가 엄격히 증명되지 않았다. 내란 범죄를 실행하기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내란 음모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내란 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이석기 전 의원은 “사법 정의는 죽었다”고 외쳤다. 피고인 7명의 가족들은 “억울합니다 법관님”이라며 오열했다.  

이날 선고는 대법원이 사실상 내란음모죄의 법리를 구체적으로 내놓은 첫 판결이다. 과거 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과 1980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등에 내란음모죄가 적용됐으나, 재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돼 유의미한 판례로 남지 않았다.
<이경미 기자>




“풀린 머리 끈 묶어달라”
“왜 우리애만 홀대하나”
CCTV 본 부모 항의 빗발

훈육과 학대 사이 기준 모호
가이드라인 만들어 교육해야

“얼마 전부터 시시티브이를 설치해 부모들한테 실시간으로 영상을 제공하는데 일부 학부모들이 ‘우리 애 머리끈이 흘러내렸으니 다시 묶어달라’거나 ‘왜 우리 애한테는 소홀하고 다른 애들만 봐주느냐’는 식으로 학대와 무관한 항의 전화를 한다. 이 때문에 선생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인천의 한 민간어린이집 교사)

“인천 아동학대 사건도 시시티브이가 있는 곳에서 발생했다. 시시티브이를 설치해도 어딘가에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후 대처가 아닌 사전에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면 좋겠다.”(19일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 서아무개씨)

정부가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어린이집 아동 폭력 근절대책’을 내놨지만 학부모와 교사 모두 불만과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 대책이 적발과 처벌에만 방점을 둔 반쪽짜리인데다 시시티브이 확대가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서다.

정부가 꺼내든 가장 강력한 카드는 어린이집 시시티브이 설치 의무화와 시시티브이 전수조사다. 그러나 이미 실시간으로 시시티브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어린이집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교사들은 공개적인 반대는 못 하지만 마뜩잖은 반응이다. 학부모가 수업에 간섭할 여지가 늘어나는 탓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한테 애정과 정성을 쏟는지는 시시티브이로는 알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같은 상황도 교사와 학부모가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짚었다. 시시티브이는 보조적 수단에 그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유다.

실제 홍창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협력팀장은 “시시티브이 영상만으로는 손을 댔는지, 때렸는지, 밀쳤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며 “행위의 지속성, 고의성,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 영향, 다른 아이들의 진술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학대 여부를 판정한다”고 밝혔다.

학대의 기준을 두고도 혼란이 일고 있다. 인천 사건처럼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경우 교사와 부모 간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어서다. 보육교사는 위험 상황에서 아이를 제지하거나 잡아당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다치기도 한다. 훈육 차원에서 무릎을 꿇게 하기도 하고, ‘생각의자’에 앉히기도 한다. 이처럼 학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도 정부가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하자 교사들은 행여 자신이 처벌받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심선혜 보육교사협의회 의장은 “과거에는 훈육이라고 생각하던 걸 요즘 부모들은 정서적 학대로 여겨 보육교사가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현장 교사와 부모를 상대로 교육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부평구는 아이들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난 한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ㄱ(25·여)씨의 자격정지 처분을 위해 다음달 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ㄱ씨한테 출석을 통보했다고 19일 밝혔다. 부평구는 해당 어린이집에도 영업정지나 시설 폐쇄 등의 조처를 취하기로 하고 경찰 수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 양선아 박수지 / 김영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