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권한 대행 체제는 내란 비호, 계승 제도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 단죄 대상일 뿐
미국, 프랑스는 의회 수장이 '대통령 대행'

 

지금 이 나라의 권한대행이 큰 문제다. 우선 권한대행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제의 대표적 국가인 미국의 권한대행 규정은 우선순위 3인이 모두 의회 지도부로서 상원의장(부통령), 하원의장, 상원 임시의장의 순이며, 그다음으로 행정부 각료 15명 중 외교부 장관(국무부 장관)을 가장 상위 순서이다. 역시 대통령제인 프랑스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탄핵이나 유고 시에 상원의장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 프랑스는 의회 수장이 '대통령 대행'

 

이렇듯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권한대행을 의회의 수장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선거로 선출되는 대통령의 권한대행 역시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대표성을 지녀야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할 수 있으며, 그때 비로소 민주적 정당성(Democratic legitimacy)을 가질 수 있다는 헌법원리적 관점에 기초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이 권한대행으로 되는 이 나라의 권한대행 제도는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박정희의 군사쿠데타 이후 도입되었다.

 

더구나 지금과 같이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심복’들이 차례대로 권한대행이 되는 제도는 내란 공모자들이 내란을 계속 비호하고 계승하는 제도일 뿐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이주호 부총리, 외교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현안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12.4. 연합

 

처음부터 내란공모 국무위원 전원 탄핵했어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처음부터 계엄선포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전원을 모두 탄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계엄이 실패로 끝나면서 계엄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었던 그러한 상황에서 곧바로 국무위원 전원을 탄핵했다면 이른바 ‘역풍’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이 기회를 실기(失機)했다. 물론 내란공모 국무위원 전원 탄핵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본다면, 지금 탄핵정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혼란은 많은 부분 잘못된 이 권한대행 제도로 인하여 발생되고 있다. 한덕수, 최상목으로 이어진 권한대행들에 의하여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특검 거부,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영장 지원 거부 등등 탄핵 국면의 결정적인 고비마다 결정적으로 발목이 잡히면서 상황은 계속 악화되어왔다.

 

국무총리와 부총리로 이어지는 현재의 권한대행 제도는 탄핵 소추된 대통령이 임명한 ‘심복’들이 그 권한을 계승하는 잘못된 제도이다. 그것은 현실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듯, 윤석열의 내란을 그야말로 충실하게 ‘계승’하는 제도에 다름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매봉산 등산로로 형사기동대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1.15. 연합

 

최상목, 윤석열의 '극우 영웅' 둔갑에 일등 공신

 

내란수괴 윤석열이 극우 집단의 ‘영웅’이 된 계기는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 영장을 불법적으로 막아내면서부터였다. 그리고 이러한 윤석열의 ‘영웅 등극 과정’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은 바로 최상목이다. 최상목은 권한대행으로서 합법적인 체포 영장을 방해하는 경호처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행정수반으로서 당연히 체포 영장 협조 명령을 내려야 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철저하게 수수방관하면서 사실상 윤석열의 온갖 불법 행태를 적극 지원하였다. 그러면서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체포는 지체되었고, 이 과정은 극우와 국힘 등 보수가 총결집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동하였다.

 

최상목은 이른바 ‘쪽지’를 보지도 않고 차관에게 넘겼으며 나중에야 봤다면서 “정확하게 기억 안 나지만 계엄과 관련된 예비비 관련 재정 자금 확보, 이런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혀 신뢰성을 가질 수 없는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상식적으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하달한 문서를 즉시 보지도 않았고 내용도 알지 못했다는 것은 전혀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그것은 명령 불복종으로서 윤석열이 평소 ‘상목아’라며 부르고 생일까지 챙겨주던 서울대 법대 2년 후배인 최상목으로서는 애초 할 수도 없고, 결코 하지도 않을 행동이다. 가장 위험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던 ‘쪽지’ 내용 중에서도 가장 중요도가 낮은 ‘예비비’만 기억난다는 말 자체가 이미 지나치게 의도적이고 검은 그 속셈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그날의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이라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다. 실제로 최상목은 12.3 당일 문제의 국무회의 직후인 오후 11시 40분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과 함께 이른바 F4 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이 시각은 국회 상공에 헬기가 출현했던 때였다. 계엄선포 당일 최상목이 내란수괴 윤석열의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던 과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른바 'F4'라 불리는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권한대행,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른바 최상목 쪽지의 하단에는 8페이지를 뜻하는 ‘–8-’ 표시가 존재하고 있었다.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모든 장관들이 계엄 관련 문서를 수령했다는 사실을 강력히 시사해주고 있다. 김용현도 헌재 심판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언하였다. 사실상 국무위원 전원이 내란의 공범이고 최소한 방조자이다.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은 박근혜 탄핵과 전혀 상이하다. 박근혜의 경우에는 고작해야 일종의 개인 비리 수준인 데 비해 윤석열은 내란을 획책한 자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들은 먼저 내란수괴 윤석열의 내란에 공모 여부와 그 정도에 대하여 조사받고 단죄되어야 할 대상이다. 즉, 그 국무위원들은 권한대행은커녕 내란 공범으로 단죄되어 처벌받고 감옥에 가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 자들에게 권한대행으로 실권을 계속 행사하도록 했으니 단순히 제도상의 허점으로 치부하기엔 처음부터 너무도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들 내란공범 국무위원 전원을 탄핵시킨다는 관점이 중요했던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2024.12.14 연합

 

국무위원 의결정족수 미달 시 국회의장이 법률공포, 거부권도 있을 수 없다

 

현행 국무회의 규정은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開議)하고, 출석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국무회의의 의사정족수는 11명이고, 의결정족수는 8명이다. 본래 국무위원 총수는 21명이고, 현재 국무위원 5명이 공석이기 때문에 만약 5명이 더 공석이 되면 국무회의는 의결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경우 국회에서 넘어온 법률은 정부에서 의결할 수 없으므로 국회의장이 해당 법률을 공포하는 절차를 거쳐 법률이 시행된다. 물론 거부권은 존재할 수 없다.

 

윤석열의 ‘심복’ 권한대행들이 망쳐놓은 것들은 너무도 많다. 그들은 혼란을 극대화시켰고, 윤석열을 수괴로 하는 내란 세력들이 부활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지원하였다. 문자 그대로 윤석열을 ‘대행(代行)한’ 권한대행이었다. 만약 최상목이 헌법재판관 3명을 모두 임명했다면, 이진숙에 대한 헌재의 심판 분위기도 사뭇 달랐을 것이다. 최소한 2인 방통위의 불법성은 명확하게 심판될 수 있었다. 만약 처음부터 특검이 개시되었다면, 내란 상황은 신속하게 제압되었을 것이다. 경호처의 불법행위를 차단시켰다면 윤석열의 관저 농성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윤석열 내란은 ‘윤석열 권한대행’에 의해 계속 진행 중이다. 이 나라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 민들레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

 

주요 현안 ‘여야 합의 필요’주장 방패 뒤에 숨어 ‘뒷짐’- - - 거부시 야당 탄핵 으름장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국 트럼프 정부 정책 동향 점검 및 대응방향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지 한 달이 흘렀다. 공석이던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하며 윤석열 대통령 헌재 탄핵 심판을 정상화했지만, 그 외 주요 현안에 대해선 ‘여야 합의 필요하다’는 방패 뒤에 숨어 ‘뒷짐’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 최 권한대행은 설 연휴 뒤 ‘내란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26일 최 권한대행은 공식 일정을 갖지 않았다. 최 권한대행 쪽은 설 연휴에도 외부 일정은 최소화하고 내란특검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12월27일 국회 탄핵 소추 가결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직함을 얻게 됐다.

 

이후 최 권한대행의 한 달은 ‘여야 합의 필수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후보자를 임명하며 ‘헌법재판소 8인 체제’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자 가운데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선 “여야의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당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여야가 합의해달라’며 국회로 돌려보냈다.

 

그 이후에도 최 권한대행은 여야가 대립하는 주요 현안에 개입하지 않고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법원이 발부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경호처에 지휘권을 행사하라는 야당의 압박에도 ‘수사기관과 경호처 간 갈등과 충돌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개입하지 않았다.

 

“내란 사태를 끝내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들을 하나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반헌법적 행위”라는 민주당의 압박에도 마 후보자 임명, 상설특검 추천 의뢰를 하지 않고 있다. 최 권한대행 쪽은 ‘권한대행의 구체적 권한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며 정치 현안에 대한 권한 행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야당은 최 권한대행의 행보가 결국 윤 대통령,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에 정치권의 눈이 쏠려있는 동안 최 권한대행은 주로 경제 현안을 챙기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응 방안을 점검해왔다. 그러나 설 연휴 뒤 지난 17일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두번째 ‘내란 특검법’에 대해 공포나 재의요구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재의요구 시한은 2월2일로 최 권한대행은 오는 31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최 권한대행은 쪽은 ‘숙고 중이다’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여야 합의’를 일관되게 강조해왔기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야당이 최 권한대행과 여당이 ‘위헌적 요소’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상당 부분 뺀 특검법을 통과시켰지만, 여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또다시 ‘여야 합의’를 전제로 국회로 돌려보낼 것이라는 이야기다.  < 한겨레 이승준 기자 >

 

박안수, 김용현보다 앞선 윤석열 지시 진술
조지호 번호 몰라 김용현 폰으로 경찰력 요청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지낸해 12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질의에 답하기 위해 출석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포고령 1호’ 발령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박 총장은 “포고령이 내려간 시점에 관련 내용을 전파하라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장관 핸드폰으로 (조 청장과) 통화했다”고 답변했는데, 김 전 장관 지시에 앞서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군과 경찰의 협의까지 모두 세세하게 챙긴 정황이다.

 

26일 한겨레 취재 결과, 박 총장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 조사에서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23분이 조금 지나 윤 대통령이 전화를 해서 포고령 하달 여부를 물었다. 하달됐다고 하니 윤 대통령이 ‘경찰청장에게 포고령 하달 사실을 알려줘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총장은 곧바로 이 사실을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고, 김 전 장관은 박 총장에게 ‘포고령에 있는 내용을 빨리 경찰청장에게 전달하라’ ‘경찰력 증원을 요청하라’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조 청장의 전화번호를 몰랐던 박 총장은 김 전 장관의 휴대전화로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28분께 조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력 증원을 요청했다.

 

박 사령관은 비상계엄 하루 뒤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0시59분에도 조 청장에게 경찰력 증원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박 총장은 검찰에서 “조 청장이 ‘경찰이 여기저기 투입돼 여력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투입할 의지가 별로 없는 톤이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 한겨레 곽진산  김지은 기자 >

수사 적법성 - 공소기각 등 노리겠지만.. "재판에 크게 문제는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왔다. 재판에선 수사 과정의 적법성과 내란 사태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내내 불법 수사를 주장해온 윤 대통령 쪽은 형사재판에서도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 등을 재판의 쟁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역시 수사 과정의 적법성 등에 대해 엄격한 해석을 내놓고 있어 이후 재판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12·3 비상계엄 이후 수사기관의 내란 수사는 첫 구속영장 청구 때부터 논란이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검찰과 공수처 모두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검찰청법에 의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당시 ‘경찰의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을 근거로 조지호 경찰청장의 내란죄 공범인 김 전 장관을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법원이 영장 발부 단계에서 수사권 여부까지 판단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울러 법원은 검찰의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공수처가 공소제기를 요구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할 근거가 없다’며 불허하기도 했다. 이 역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법원이 수사의 절차적 적법성 여부를 까다롭게 보고 있는 만큼, 실제 재판에서도 해당 쟁점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 쪽은 불법 수사로 인한 공소기각 등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기각은 공소제기 절차가 위법할 때 법원이 수사기관의 기소를 무효로 하는 결정을 의미한다. 다만 이런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부장판사는 “구속기간 연장 불허는 검찰에 보완수사권이 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이지 공소제기 과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공소기각까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용적으론, 내란 사태 때 윤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선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의 활동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포고령 1호’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이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었던 군사정권 당시의 예문을 그대로 베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모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건네받았다는 비상입법기구 계획이 담긴 쪽지를 김 전 장관이 작성해서 전달한 것이라고 입을 맞추고 있다. 윤 대통령은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 등도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내란 사태 당시 윤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규명하는 것 역시 재판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윤 대통령의 조사 불응 등으로 제대로 된 진술조서가 없는 점은 공소유지가 부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증거 등으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피의자 신문도 하나의 증거일 뿐이니 다른 증거들로 유죄 인정이 가능하다면 재판에 크게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검찰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혐의 입증할 증거 충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검찰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이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12.3 내란사태’에 가담한 군·경 주요 지휘부에 이어 ‘정점’인 윤 대통령까지 기소되면서 내란 관련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26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비상계엄 해제를 막을 의도로 국회를 장악했으며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를 영장 없이 체포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의 공소제기를 요구받았고, 24일엔 경찰로부터 윤 대통령의 내란 관련 사건 6건을 송치받았다. 

 

검찰 특수본은 “피고인의 구속 이후 사정변경이 없어 여전히 증거인멸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의 1차 구속기간 만료 전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소를 결정했다”며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헌법 제84조)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에게 애초 제기됐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는 설명인데, 헌법에서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 이외에 범죄로는 소추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직권남용 혐의를 함께 적용해 윤 대통령을 기소하는 것을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공소장은 100여쪽 분량으로 전해졌다. 

 

애초 검찰은 한 차례(10일) 구속기간을 연장한 뒤 다음달 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법원이 두 차례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하자, 이날 심우정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고 내부 논의를 진행했다. 대검찰청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요임무종사자 등에 대한 면밀한 수사를 통하여 확보한 증거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에서 송치한 수사기록 등을 종합할 때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였으므로 구속기소가 상당하다고 판단해 공소제기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내란 사태 수사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3일 이루 54일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체포영장 저지를 위한 윤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내란 사태에서 파생된 윤 대통령의 다른 혐의 수사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기소가 어려울 전망이다. 현직 대통령인 탓에 내란 혐의 외의 다른 죄목이 드러나더라도 윤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수사는 일단락 됐지만, 아직 남은 수사도 일부 있다. 공수처와 경찰은 비상계엄 당시 주요 언론사의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각각 수사 중이다.   < 한겨레 곽진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