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은 없었다... 그는 '확신범'조차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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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헌법재판소 제공

반전은 없었다. 윤석열의 최후 진술을 앞두고 심지어 보수 언론조차 헌재 판결 승복과 대국민 사과 등 태도 변화를 요구했지만, 이제껏 보였던 모습에서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 이쯤 되면 단순히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수준을 넘어, 진실을 창조하고 그대로 믿어버리는 리플리 증후군을 의심할 정도다.

만 오천 자가 넘는 장문의 최후 진술은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성토한 것이 아니라, 재창조한 수준으로 내달렸다. 그는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면서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고 강변했다. 계엄이 실은 '호소'였다는 것을 군 지휘관들에게는 그대로 알릴 수 없었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면서, 국방부 장관에게만 슬쩍 알렸다고도 했다.

자신의 주장처럼 "이미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인 윤석열이 왜 '대국민 호소'를 위해 장갑차와 무장 군인을 동원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게다가 이것이 그냥 '호소'를 위해 계획된 짧은 퍼포먼스인 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국방부 장관은 계엄 실패 후 "중과부적"(적은 수로 많은 적을 대적하지 못한다)이었다고 말한 셈이 된다. 대국민 호소가 중과부적이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대국민 호소가 '2시간만' 진행되어 한탄한 것인가?

대국민 호소? 계엄선포문을 다시 보라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텔레비젼 촬영)이정민


윤석열은 최후 진술에서 그 호소라는 것의 구체적인 내용도 밝혔다. "주권자인 국민들께 이러한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리고, 국민들께서 매서운 감시와 비판으로 이들을 멈춰달라고 호소"한 것이 계엄이었다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 비상계엄의 날로 돌아가 보자.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저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 시키겠습니다."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입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2024.12.3. 윤석열, 비상계엄선포문 중)

여기서 반국가 세력은 '국회'다. 계엄선포문에서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해 놨다. 그렇다면 계엄선포문에서 국회를 척결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계엄선포문은 국민에게 '해달라'는 호소문이 아니라 '자신이' 국회를 척결 '하겠다'라는 선언임이 명백하다. 믿어달라고까지 하지 않았는가? 이 말 또한 한 적이 없다고 부정한다면 최소한 일관성 하나만은 인정할 수 있겠다.

자신이 척결하겠다고 해놓고, 사실은 국민보고 해달라는 것이었다는 태도 변화는 이해하고 넘어가자. 우리 주위에도 일은 다 저질러 놓고 책임은 남더러 지라는 사람은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것은 계엄군의 국회 도착 지연과 많은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을 모두 자신이 의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국회 유리창을 깨고 본관에 계엄군이 진입한 이유도 질서를 유지하러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불 꺼진 창문을 찾아 들어간 것"이라니?

게다가 한사코 자신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명령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날 계엄군의 행동은 경비와 질서 유지만 하라는 자신의 명령을 무시한 독자적 행동이라는 의미인가? 그렇다면 온 국민이 생중계로 목격한 국회 진입 계엄군들이나 체포조를 구성해 돌아다녔다는 이들, 투옥과 고문을 준비한 이들은 대통령의 명령을 거역하고 홀로 반란을 일으킨 진짜 내란범이라는 것인가?

확신범은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연합


비상계엄의 가장 큰 전제, 즉 계엄 선포 자체가 헌법상의 요건에 맞지 않는 불법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윤석열의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그의 계엄 선포가 '확신범'의 행위였다고 믿었다. 불법이거나 무리인 줄은 알지만,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믿는 강한 확신에서 나온 행동. 그래서 실패한 계엄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것이 실패한 혁명가, 확신범의 운명 아닌가?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등장한 그의 언술들은 확신범의 행태와는 멀어지고 있다. 자신의 불법적인 명령에 소극적으로 저항하거나 적극적으로 거부한 의로운 행동을 '자신의 의도'였던 것처럼 떠벌리고, 명백한 증거로 남아 있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자신을 믿고 따른 부하들에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명령을 따른 이들을 음모론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선장이 침몰하는 배에서 혼자 살겠다고 뛰어내리는 꼴 아닌가?

생각은 달라도,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일관되게 강변하고 떳떳하게 책임을 지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했다면 과욕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곧 탄로 날 거짓말도 서슴없이,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쏟아내는 졸렬한 모습에서, 그가 아직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한없이 부끄러워질 뿐이다.

빠른 결정, 엄정한 처벌만이 답이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2차 현장조사 청문회가 예정된 지난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입구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어쩌면 윤석열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먼저 내보내려는 이들은 '트럼프 경로'에 희망을 걸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만 살면, 그의 사면권을 통해 자신들도 구제받을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그러나 그 희망의 대가는 너무도 크다. 적과 동지의 이분법에 적대적 혐오감을 극대화해 최대한의 갈등을 끌어 올리는 전략의 결과는 상식적 민주주의의 모든 측면을 마음껏 부수고 있다. 그의 생존은 민주주의의 죽음을 대가로 한다.

자신이 살 수 없다면 모든 것을 파괴하겠다는 '자폭의 심리상태'는 이쯤에서 멈춰 세워야 한다. 그러나 합리적 이성으로, 논리적 설득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행동에 명분을 제공해 줄 논리이지, 사실관계 따위가 아니다. 거짓 주장의 사실관계가 드러났어도 아무런 태도 변화도 읽히지 않는다. 심지어 그의 변호인단은 연방제 나라의 헌법 해석까지 끌고 와서 분투 중이다. 여전히 대통령의 입에선 수많은 음모론이 사실처럼 울려 퍼진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어정쩡한 태도다. 그것이 극단적 행동의 범위를 넓힌다. 현실 가능한 해결책은 탄핵 심판의 빠른 종결과 쿠데타 세력의 엄정한 처벌 뿐이다. 그 위에 더 나은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시 쌓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사태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어느 쪽의 편에 서든,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과제, 성찰의 지점을 낳았다. 하나씩 짚어보고 고민해 더 나은 답을 찾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런 작업을 위해서는 공론장을 파괴하고 공유된 상식을 허무는 행동부터 정리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빠른 결정을 기대한다.          < 오마이 손우정 기자 >

마은혁 임명돼도 스스로 회피하면
재판관 8명이 최종 결론 내릴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 기일이 열린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일대의 모습. 김영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오는 27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불임명 권한쟁의 심판 사건을 선고하기로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일정에 변수가 생겼다. 만약 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되고 윤 대통령 탄핵 재판에 참여한다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지만, 재판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존 일정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는 25일 국회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쪽에 오는 27일 오전 10시에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선고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을 보류한 바 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해 헌재에 권한쟁의를 청구했다.

 

헌재가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불임명은 국회의 권한 침해’라고 결론을 내리고, 최 권한대행이 이를 수용해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선 ‘변론갱신 쟁점’이 발생한다. 변론갱신이란 새로 임명된 재판관이 과거 변론을 다시 확인하고 심리에 참여하는 절차로, 이를 위해서는 위한 추가 기일을 지정해야 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미뤄질 수밖에 없다.

 

다만 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되더라도 윤 대통령 탄핵 재판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스스로 ‘회피’를 한다면, 변론갱신 절차 없이 8명의 재판관이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마 후보자가 윤 대통령 재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3월 중순께 선고가 유력하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마 후보자 본인이 회피한다면 깔끔하게 해결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윤 대통령 쪽에서 갱신 절차를 길게 끌어갈 여지가 있어 3월 선고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후변론이 끝나고 ‘마은혁 변수’가 정리되면 헌재는 본격적인 평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평의는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기 위해 재판관들이 의견을 나누고 표결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평의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쟁점별로 충분히 의견을 교환한 뒤 재판관들은 표결 절차인 ‘평결’을 진행하고, 최종 결정문을 작성하게 된다.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찬성해야 윤 대통령 파면이 가능하다.

 

선고기일은 통상적으로 마지막 평의에서 정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최후변론 이후 11차례 평의를 거쳐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8차례 평의를 통해 11일 만에 선고가 나왔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출장 스타일링' 이어 또 특혜 논란... 박은정 의원 "법사위 현장 조사해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6인용 혼거실' 4개를 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치소 수용률이 이미 적정선을 넘어섰는데도(2023년 기준 수용률 152%) 윤 대통령 수용 구역에는 별도의 칸막이와 차량 탑승 출입구까지 설치돼 있어 '황제 수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은정 "별도 칸막이, 차량 출입구까지... 4개 거실 통째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당국에 확인한 결과 윤석열 피고인은 6명 정원의 1개 거실을 홀로 사용하고 있으며 서울구치소는 피고인을 위해 3개 거실을 추가로 비운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의 수용 구역에는 별도의 칸막이가 설치됐으며 차량 탑승을 위한 별도의 출입구까지 공사가 완료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라며 "수용자 1인을 위해 4개 거실을 통째로 내어준 이른바 황제 수용 특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어 "서울구치소는 수용률 150%를 넘기며(2023년 기준 수용률 152%, 수용 정원 2247명 중 3436명 수용) 이미 과밀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6인 1거실 배치 원칙도 사실상 지키지 못하고 8명 수용자가 1개 거실에 몰아 수용되는 초과밀 수용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열악한 수용 환경에 비춰 윤석열 피고인은 32명이 사용해야 하는 수용 거실을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앞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전에 머리 손질을 받는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아니라 '나 혼자 쓴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라며 "헌재 출석 당시 황제 출장 스타일링 서비스에 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형집행법을 위반하고 위헌적 행태를 일삼은 피고인이 이제는 하다 하다 황제 수용 논란에 휩싸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황제 의전 시리즈 논란에 국민들도 이제는 지쳤다. 법사위 차원의 현장 조사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위법적 특혜를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러한 의혹에 관해 질의할 예정이다.    < 오마이 복건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호송차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역사거리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를 오갈 때 법무부 호송차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의 캐딜락 차량을 이용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열린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 지시로 윤석열 대통령이 파란색 호송차량으로 이동하지 않고 뒤에 캐딜락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대경 경호처 경호지원본부장을 향해 "호송차가 아니라 경호차로 이동한다는 건데 알고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이어 윤 의원은 "만약 호송차가 아니라 경호차를 이용한다면 자유롭게 통화하고 지시할 수도 있고 증거도 인멸할 수 있다. 사실이라면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소관 업무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고, 윤 의원은 "확인해서 국조특위에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되어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 준비기일 등에 출석한 바 있다.

한편, 윤 의원의 의혹제기에 대해 서울구치소 측은 "대통령 이동은 경호와 관련한 보안사항이라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오마이 김도균 기자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서 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를 오갈 때 법무부 호송차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의 캐딜락 차량을 이용한다는 제보가 있다며 김대경 경호처 경호지원본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용산 대통령실 전경 ⓒ 연합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이 마무리되자 용산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복귀 준비 모드에 들어가 이른바 '떨 줄사람은 생각치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열린 탄핵 심판 제11차 변론에서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하여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하여,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자신이 업무에 복귀할 경우 개헌을 통해 임기단축을 추진하고 권한도 총리에게 일임할 테니 탄핵을 기각시켜 달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개헌 의지 실현돼 새로운 시대 열기를 희망"

윤 대통령이 '업무 복귀'를 언급한 것과 발맞춰 대통령실도 26일 오전 기자실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실현돼 우리 정치가 과거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어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임기 단축 개헌 추진, 국민통합 그리고 총리에게 국내 문제 권한 대폭 위임 등의 뜻을 밝혔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 "대통령실 직원들은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관련사진보기


12.3 계엄 이전으로 업무를 '정상화'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직원들을 동원해 기자실 앞 브리핑실의 자리를 정리하고 의자를 재배치하는 등 고위관계자들의 업무 브리핑 재개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계엄 이후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진행돼오던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도 기존처럼 다시 일요일로 원위치시키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이 회의는 월요일에 열리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 앞서 일요일에 개최하지만 계엄 이후부터는 주중에 열려왔다. < 오마이 김경년 기자 >

김용현, 사직 일주일 뒤에야 비화폰 반납…내란 증거인멸 가능성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4일 사의를 표명한 지 약 일주일 뒤에야 대통령경호처의 ‘비화폰’(도청과 음성녹음이 불가능한 전화기)을 반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호처 비화폰은 12·3 내란사태 주요 관련자들이 비상계엄 기획·실행 등에 사용했는데, 이를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도 즉각 반납하지 않은 것은 증거인멸 등이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경호처 비화폰 관리 실무 담당자인 송아무개 경호관은 25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서 “김 전 장관이 비화폰을 반납한 게 12월13일 또는 12일이 맞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사의를 지난해 12월5일 수리했는데, 비화폰 반납은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이 검찰에 자진출석한 건 12월8일로, 그때까지도 김 전 장관은 비화폰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비상계엄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역시 12월7일까지 경호처 비화폰을 갖고 있다 반납해, 증거인멸에도 이를 활용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었다.

 

송 경호관은 이날 ‘김 전 장관 비화폰 뒷번호가 9400번 맞느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번호는 모른다”고 했지만, 이 비화폰이 경호처에 “봉인돼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또, 전원을 켜면 통화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 의원은 “봉인된 비화폰을 확보해야 된다. 내란 주요 종사자의 휴대폰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면 누구보다도 (검찰이) 먼저 나서서 확보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다그쳤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도 “비화폰 압수로 수사 의지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이 차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열린 이날 내란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영장 쇼핑’ 의혹 등을 거론하며 공수처 흔들기를 거듭했다. 주진우 의원은 “전속 관할인 중앙지법을 두고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오동운 공수처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은 범죄자나 주소지를 볼 때 관할 정도가 제일 높은 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체포영장의 경우 군인은 중앙지역군사법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서울동부지법에 청구하는 식으로 적법한 절차를 따랐단 취지다. 오 처장은 “(영장 청구에) 전혀 문제가 없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과도한 비난은 감당하기 힘들다”며 “정당하게 발부·집행된 체포영장을 불법이라고 비난하는 건 법치주의 근간을 해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김채운  장나래 기자  >

 

김용현, 계엄 전 “김건희 특검법 진행 상황 보고하라”

국회 파견된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에 연락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장 이용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로 파견 나간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에게 지난해 11월 말부터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특검법’ 처리 상황을 수시로 확인했던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들었던 검사 탄핵뿐만 아니라 야당이 추진했던 ‘김건희 특검법’도 계엄 실행의 이유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지난해 11월28일 저녁 6시35분께 김 전 장관이 양재응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에게 “검사 3명 탄핵발의 안 했나?”라고 문의하는 메신저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김 전 장관은 양 단장과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 ‘시그널’로 소통했다. 양 단장은 지난해 11월25일 국회협력단장으로 파견 명령을 받았고 29일부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김 전 장관은 양 단장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국회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일엔 양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검사 탄핵안이 상정되면 언제 표결하는지’, ‘김건희 특검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통화를 마치고선 “상기 관련 사항은 수시보고”라는 메시지를 양 단장에게 보냈다. 양 단장은 이에 따라 이 사안과 관련한 여야 대표·원내대표 발언 내용을 요약해 보고했다.

 

야당 주도로 지난해 12월2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자, 양 단장은 관련 언론 보도와 국회법상 근거를 정리해 김 전 장관에게 전송했다. 양 단장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야 탄핵만 18번, 문재인 정부때의 3배’라는 제목의 기사도 보냈는데 김 전 장관은 “팩트가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양 단장은 “윤 정부 출범 후 탄핵 시도가 총 22번이었고 22대 국회 개원 이후에 11번의 탄핵 시도가 있었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이 내용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에 유사하게 담겼다.  <  한겨레  곽진산  정혜민  배지현  강재구 기자 > 

 

“질서유지 목적 군 병력, 왜 국회 유리창 깨고 들어갔나?”

헌재 재판관들, 국회 무력화·정치인 체포 시도 등 집중 신문
“충돌에 진입” 김용현 답변엔 “들어갔으니 충돌” 되묻기도

 

 
 
윤석열 대통령 쪽 변호인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 출석해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27일부터 두달 가까이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증인들을 직접 신문하며 쟁점을 정리했다. 재판관들은 특히 군을 동원한 국회 무력화와 정치인 등 체포 시도,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 등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권력 행사로 직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에 왜 유리창 깨고 들어갔나?”

 

“질서유지만을 목적으로 군 병력을 동원했는데…굳이 군 병력이 왜 유리창을 깨고 진입을 했습니까?”(정형식 재판관)

 

지난달 23일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의 첫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줄곧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에 병력 투입을 했다고 주장하자,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국회 안에 군이 왜 들어갔는지, 그것도 유리창까지 깨서 들어간 이유가 뭔지 물었다. 김 전 장관이 “충돌이 일어나서 진입했다”고 하자 정 재판관은 “들어갔으니까 충돌이 일어난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에게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는지” 직접 물었다. 국회의 권한을 무력화하려 했던 위헌적 권력 행사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정 재판관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끌어내라고 했다는 대상을 ‘사람’, ‘인원’, ‘의원’으로 혼용하자 “(대통령에게) 들은 이야기만 정확히 하라”고 채근했다. 결국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지시가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인원들을 다 끄집어내라”는 것이었다고 정리했다. 재판관들은 직권으로 채택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신문을 통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핵심 증언을 끌어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문건에 담긴 ‘국가비상입법기구’ 설치도 국회 무력화 시도와 연결됐다. 문 권한대행은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며 이를 부인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입장부터 확인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김 전 장관에게 “국가비상입법기구가 제5공화국의 국가입법회의 같은 건가”라고 물었고, 김형두 재판관은 “(비상입법기구 설치는) 가장 주된 목표가 입법 기구인 국회 기능을 정지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법한 체포 시도와 국무회의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서 시작됐다는 ‘체포 명단 하달’에도 재판관들은 집중했다. 정 재판관은 지난 4일 5차 변론에 출석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상대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한테서 전화를 받아 명단을 받아썼다는 메모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체포인 명단) 메모는 왜 작성했느냐” “왜 정확하게 ‘검거 지원 요청’이라고 적지 않고 ‘검거 요청’이라고 적었느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기승전결에 맞춰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재판관은 홍 전 차장에게서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조태용 국정원장의 주장에도 “홍장원이 그렇게 한가하게 이야기했을 것 같지 않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재판관들은 비상계엄 선포에 절차적인 문제가 없었는지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 안건을 심의해야 한다는 건 헌법 조항이고 세부적인 절차는 계엄법에 규정돼 있다. 김 재판관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끝까지 윤 대통령을 두둔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한덕수 총리는 간담회 정도라고 평가, 오영주 장관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증인은 국무회의라고 생각한 것이냐”며 거듭 입장을 확인했다. 김 재판관은 “(국무회의의 적법성은) 사법 절차를 통해서 판단돼야 한다”며 답변을 회피한 한 총리에게도 “사법 절차적 판단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증인의 개인 생각을 말해달라는 것”이라고 채근해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는 것은 하나의 팩트”라는 답을 이끌어냈다.

 

탄핵 재판을 진행한 문 대행을 제외하고는 주심인 정 재판관, 그리고 김 재판관이 직접 신문하며 쟁점을 정리해갔다. 정 재판관과 함께 수명재판관(준비 절차에서 당사자들의 주장·증거·쟁점을 미리 선별·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던 이 재판관은 한차례 질문했고 정정미·김복형·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은 직접 신문에 나서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평의에서는 재판관 모두 골고루 의견 개진을 하는데, 재판 과정에서의 질문 여부는 개개인 재판관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겨레 장현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