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나비문화제가 열린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왼쪽)·길원옥 할머니가 12·28 한-일 합의 이후 일본의 지속적인 철거 이전 요구를 받고 있는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한국갤럽 30~1일 조사결과 발표
“국민여론 1월보다 강경해져… 12·28합의 뒤 진행과정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한국·일본 정부의 지난해 12·28 합의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올 초보다 더 강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갤럽이 8월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발표한 전화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다.

이 조사에서 12·28 합의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응답은 84%, ‘사과한 것으로 본다’는 응답은 8%였다. 갤럽이 올 1월 초에 실시한 동일한 조사에서는 ‘일본 정부가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응답이 72%, ‘사과했다고 본다’는 답이 19%였으나, 8개월 사이 부정적 여론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이는 일본이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한국 정부 주도로 설립한 ‘화해·치유 재단’에 10억엔을 송금하면서 그 성격을 ‘배상금’이 아닌 ‘거출금’으로 하고, 공식 사과를 하지 않은 데 대해 국민들의 반감이 고조된 것으로 풀이된다.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재협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난 1월 58%였으나 이번에는 63%로 뛰었다. ‘재협상해선 안 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28%에서 21%로 줄었다. 1월에 재협상 반대가 우세했던 새누리당 지지층(50%)과 60대 이상(52%)도 이번 조사에서는 ‘재협상해야 한다’의 의견이 각각 48%(재협상 반대 33%), 39%(재협상 반대 32%)로 입장이 바뀌었다.

‘일본 정부의 합의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소녀상을 이전해선 안 된다’는 답변도 1월 72%에서 이번에는 76%로 늘었다. 반면, ‘일본이 합의 내용을 이행한다면 이전해도 된다’는 응답은 1월 17%에서 이번에 10%로 줄었다.

갤럽은 “우리 국민의 소녀상 이전, 일본 정부의 태도, 재협상에 대한 입장은 전반적으로 올해 1월에 비해 좀더 강경해졌다”며 “이는 작년 말 합의 후 8개월간 진행과정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양국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소녀상 이전 등의 시도가 이뤄질 경우 상당한 갈등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률은 일주일 전과 동일한 30%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일주일 전보다 3%포인트 오른 32%, 더불어민주당은 2%포인트 내린 24%, 국민의당은 지난주와 동일한 12%다. 정의당은 2%포인트 내린 3%를 기록했다. 갤럽은 “새누리당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상승했지만, 32% 수치는 8월 평균수준으로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했다. 또 “더민주는 6~8월 23~24%로 유지되다가 전당대회(8·27)가 임박했던 지난주 26%로 상승했지만, 그 기류가 이번주까지 이어지지는 못 했다”고 덧붙였다.
<김남일 기자>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영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 박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대원 미래수석,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낙마
정부정책 비판하던 유승민 의원도 찍어내기
우병우 의혹 조사 이석수 특별감찰관도 밀려나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기간 불리한 국면 때마다 걸림돌이 되는 특정인을 찍어내는 것으로 위기를 넘겨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정보가 동원되기도 했다.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수사 책임자였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낙마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선 직전 드러난 국정원의 조직적인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박 대통령의 집권 1년차 국정은 수렁에 빠졌다. 그해 4월 채동욱 검찰총장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그러자 9월 <조선일보>가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했다. 채 총장은 ‘검찰 흔들기’라며 버텼지만, 법무부가 채 총장 감찰을 지시하자 결국 물러났다. 채 총장 사퇴 이후 댓글수사팀은 위축됐고 소속 검사들은 좌천당했다. 박 대통령은 정권에 걸림돌이 되는 몇몇 검사를 쳐내면서 검찰 조직 전체를 길들이는 효과를 봤다.

당시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강효상 조선일보 국장에게 채 총장 관련 정보를 넘겼다는 의혹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당사자들은 부인했다. 두 사람은 현재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다. 이와 별도로 당시 국정원 송아무개 정보관은 채 총장 아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2심까지 유죄를 받은 상태다.

최근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청와대는 조선일보의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보도를 ’박 대통령 임기 후반기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정권 흔들기로 규정한 것이다. 이후 우 수석 의혹을 조사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한 내용이 <문화방송>(MBC)을 통해 보도됐다. 청와대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기자에게 감찰 상황에 대해 말한 것을 ‘국기문란’이라고 했다. 검찰은 29일 이 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고, 이 감찰관은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특별감찰관을 없애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도 ‘청와대 또는 사정기관 개입설’이 나돌고 있다. 조선일보는 30일 이석수 감찰관과의 통화내용을 일부 기자들만 공유했다며, 도청·해킹 가능성을 언급했다. 같은 시기 새누리당 친박계 김진태 의원이 터뜨린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의 호화 접대 의혹 관련 자료 출처도 의문에 싸여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청와대·국정원·검찰에서 받은 게 아니다”라면서도 출처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당내 권력싸움에서도 특정인 찍어내기 방식을 사용하며 친박계의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박 대통령은 정부 정책을 비판해온 유승민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로 지목했다. 국회의 정부 견제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야당과 합의한 게 빌미가 됐다. 박 대통령 발언 이후 친박계 의원들이 그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도록 압박했고 결국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비박계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잡는 등 비박 세력이 결집하던 상황이었다. 이 사건 이후 당내에서도 대놓고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일이 줄어들었다. 비박계 구심점은 약해졌고 지난 9일 전당대회에서도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경미 기자>


71주년 광복절 감동 재현

● Hot 뉴스 2016. 8. 23. 19:22 Posted by SisaHan

광복 71주년인 15일 서울 신천동 송파구청사거리에서 열린 ‘광복! 그 벅찬 감동,춤 815 플래시몹’행사에 참석한 2,000여명의 시민들이 ‘독립군 애국가’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번 행사는 광복을 보지 못한 무명 청년 독립용사들을 기리고, 해방의 기쁨과 벅찬 감동을 표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10억엔 ‘배상 아니다’에 할머니들 허탈감과 분노
위안부기림일인 14일 소녀상 앞 ‘나비문화제’
김미화씨, 기금 1천여만원 정의기억재단에 기부


“오늘은 위안부 기림일이지만 내일은 광복절인데… 광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 흘렸던 그 의미들, 거리에서 외쳤던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우리 정부는 허사로 만들고 있구나 싶다. 무능한 외교다.”

일본 정부가 이달 안 화해·치유 재단에 건네는 10억엔이 ‘배상이 아님’을 한국 정부 쪽에 분명히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맞은 위안부 기림일인 1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대표의 목소리엔 허탈감과 분노가 배어 있었다. 25년 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를 이어받자며 시민사회는 2013년부터 이날을 기림일로 선포해 행사를 벌여왔다.

폭염과 간간이 뿌린 소나기에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4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세계 행동’ 나비문화제에 참여한 시민 800여명(경찰 집계)은 “12·28 합의는 무효다. 우리 손으로 해방을 찾자”고 외쳤다.

이 자리에 나온 피해 당사자 김복동(91)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내는 돈이 배상금도 아니고 위로금인가 뭔가라는데, 그 돈 몇 푼 받으려고 우리가 수십년 동안 싸운 게 아니다. 아베가 나서서 ‘우리가 했으니 할머니들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말하고, 우리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 그러고 나서 ‘법적으로 배상한다. 사죄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오늘부터라도 용서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합의해놓고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태도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이날 첫 순서로 무대 발언에 나서며 “우리가 무슨 돈이 필요하겠습니까. 국민과 여성단체의 후원으로 지금도 편안히 살고 있습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 당사자 길원옥 할머니도 자리를 함께했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이날 ‘한국여성단체연합-김미화 기금’ 1086만원 전액을 시민들의 힘으로 십시일반 만든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금은 2010년 8월 김씨가 ‘<한국방송>(KBS)에 출연금지 연예인 목록이 있다’는 일명 ‘블랙리스트’ 발언을 한 뒤, 이 방송사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시민들이 김씨를 응원하겠다며 조성한 것이다. 김씨는 “이 기금을 제 소송에 사용하기보다 더 뜻있는 곳에 사용하고 싶다”며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했다.

나비문화제 참석자들은 한·일 합의 무효화, 화해치유재단 중단, 전쟁 및 여성폭력 거부 등의 4가지 결의를 담은 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재일 조선인 가수 이정미씨, 이화여고 학생 등의 노래와 율동이 어우러진 평화콘서트도 이어졌다. 이날 서울 외에도 경기도 김포, 오산 및 광주광역시 등에서도 새로 세운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김미향 박수진 기자>